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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절망공장
가마타 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우리일터기획 / 1995년 10월
평점 :
품절


먼저 짤막하게 이 책을 소개하는 글을 써 본다. <시민사회신문>과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띄우려고 적었다. 나는 조촐한 이름이 좋아서, "돈만 밝히는 세상에서"쯤으로 기사이름을 붙였는데, <오마이뉴스>에서는 "이건희 회장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라고 이름을 고쳐 버렸다. 기분이 몹시 나빴다. 나는 이건희 씨를 '회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이한테는 그게 자기 직책일지라도. 이건희든 이명박이든 그냥 '씨'나 '님'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들은 우리와 똑같은 자연인일 뿐이다.




《자동차 절망공장》

 살림 몇 해 만에 재산을 몇 곱절 불렸다는 이야기가 신문 큰 자리를 채웁니다. 많은 이들이 이이를 취재하고 더 많은 이들이 이이 이야기를 읽습니다. 1억을 얼마 만에 버느냐 이야기를 하던 때는 아스라한 옛날입니다. 이제는 10억이나 100억을 이야기합니다. ‘서민’이든 ‘부자’이든 ‘권력자’이든 ‘더 많이 거두어들이는 돈’에 눈길이 촘촘히 박힙니다. 우리 주머니에 넣고 자랑하는 돈이 어디를 거쳐서 왔는지, 누구 주머니에서 옮겨 왔는지 돌아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양 아무개 씨 재산은 말썽거리가 됩니다. 새 정부 사람들 재산도 말밥에 오릅니다. 그러면 지나간 정부 사람들 주머니는 어떠했을까요.

 돈굴리기를 자랑하고 돈모으기를 소리 높이 외치는 가운데, 정작 이 사람들이 지난 세월에 누구와 무슨 일을 했는가는 도마에 오르지 않습니다. 책을 몇 권쯤 읽었고, 영화와 연극을 몇 편 보았고, 어떤 사람과 어떤 일을 해서 어떤 보람을 얻었는가는 밝히지 않습니다. 아마, 밝힐 만한 이야기가 없을지 모릅니다. 금리ㆍ주식ㆍ투자ㆍ자동차ㆍ외국여행ㆍ아파트 값 들에는 빠삭하지만, 우리 사는 동네에 어떤 이웃이 어느 곳에서 어떻게 지내는지에는 젬병입니다. 책 많이 읽을 사람도 책 지식에 묻혀서 세상 훌륭한 책을 펼쳐낸 사람들 속뜻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거나 곰삭이거나 나누는 데에는 어줍잖습니다.

 “이 노동은 물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부착’하는 것이다. 만약에 이 일을 15살 소년이 내 대신 한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와 나의 인생 경험, 지식의 차이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76쪽)” ‘계절노동자’로 도요타자동차 일꾼으로 들어간 사람이 남긴 일기가 《자동차 절망공장》(우리일터기획,1995)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때는 1973년. 일찍이 찰리 채플린은 〈모던 타임즈〉를 보여주었고, 2000년대 우리들은 통장에 찍히는 숫자를 높이는 톱니바퀴마냥 살아가면서도, 스스로 톱니로 구르고 있는 줄 모릅니다. 1억을 벌거나 10억을 벌었다고 ‘만세!’ 하고 외칩니다.번 돈을 어디에 쓸 생각인지, 벌어들인 돈은 누구와 나눌 마음인지, 돈을 버는 동안 이웃과 동무하고는 어떤 사이로 지냈는지에는 눈길 한 번 기울이지 않습니다.

 “나는 내 노동으로 자동차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트랜스미션을 만들고 있는 것인데도, 이것에 의해 차가 움직이고 그 차 안에 인간이 타며 그 차가 달리는 앞뒤를 인간이 걷고 있는 등의 상상을 한 적이 없다. 오로지 이 한 대를 때맞춰 작업하여 다음에 오는 한 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만, 오로지 늦지 않기 위해서만 손을 움직이고 있다 …… 기계적인 움직임을 강요당한 인간이며, 기계보다 싸고 대치하기가 쉬운 부품이며, 더 간단히 말하자면 한 번 쓰고 버리는 전지인 셈이다.(101쪽)” 연봉 5천을 받거나 연봉 1억을 받으면서 하는 일이란 무엇일까요. 재산을 100억으로 불린 다음에는 남은 자기 삶을 어떻게 보낼 생각일까요. 삼성그룹 이건희 님한테 《자동차 절망공장》을 헌책방에서 2천 원에 사서 선물해 드리고 싶습니다. (4341.4.2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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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 배영사 교육신서 36
성내운 / 배영사 / 198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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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내운 씀, 《다시, 선생님께》


 국회의원 선거를 코앞에 둔 어젯밤, 우리 동네 후보 가운데 한 분이 일하는 곳으로 찾아가서 이야기를 듣습니다. 한 동네 이웃으로 지켜보았을 때, 지난 여러 해 동안 동네일을 부지런히 하던 분이지만, 지지율은 높지 않습니다.

 아침부터 다른 후보 사무실로 전화를 넣습니다. 이분들이 그동안 무엇을 말해 왔고 무슨 정책을 내놓고 있는지 알아봅니다. 신문기사를 훑고 후보자 인터넷방을 살펴봅니다. 진보를 말하는 정당 후보를 빼놓고는, 모두들 ‘돈 들여서 개발하는 공약과 정책’으로 가득합니다. 돈이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할 수 있는 공약과 정책은 없습니다. 동네 재개발, 항구 개발, 인천 지하철 이야기는 있으나, 동네사람들 삶과 문화와 복지를 헤아리는 눈매와 손길은 없습니다.

 수백 또는 수천이라는 억을 들여서 문화회관이나 도서관을 짓는다고 문화나 복지가 넉넉해지지 않습니다. 아시안경기를 치른다며 큰 운동장 수십 곳을 지어 놓는다고 생활문화나 복지가 발돋움하지 않습니다. 두 다리로 걸어서 찾아갈 수 있는 가까운 쉼터가 없다면. 자전거를 타고 찾아가는 느긋한 어울림터가 없다면. 도서관을 짓는 데에 100억을 들여도, 책을 사서 갖추는 돈으로 1억도 안 쓰거나 못 쓴다면. 문화회관을 짓는다고 200억을 들여도, 동네 골목길에서 배드민턴 칠 만한 자투리땅이 없다면.

 1000원짜리 막걸리를 한 병에도, 650원짜리 라면 한 봉지에도, 100원짜리 소시지에도 세금이 붙습니다. 이 세금으로 공무원과 국회의원과 대통령 일삯을 치릅니다. 새 찻길을 닦든 새 아파트를 올리든 새 철길을 깔든 새 도시를 만들든, 우리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으로 이루어냅니다. 법원과 경찰서도 세금으로 꾸리고, 군인과 전경도 세금이 없으면 둘 수 없습니다. 서울부터 인천까지 내려는 물길과 서울부터 부산까지 내려는 물길도 우리들 주머니에서 거둔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끊임없이 토목공사를 하면, 틀림없이 일자리는 많이 생깁니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어진 일자리는 어떤 돈으로 일삯을 치러 주는 자리인가요.

 책시렁을 뒤져서 《다시, 선생님께》(성내운 씀,배영사 펴냄,1977)라는 조그마한 책을 뽑아듭니다. 세월이 흘러도 똑같이 되풀이되는 안타까움, 세상이 바뀌어도 다시금 꿈틀거리는 슬픔을 가슴속에 접어 두고 읽습니다. “어린이에게는 어머니도 교사입니다. 아니, 어릴수록 어머니야말로 교사입니다. 한 어린이를 두 교사가 가르치고 있는 셈이지요.(113쪽) …… 학생에게 학습을 보장하자고 교단에 선 교사이지, 교사에게 교과서 떼게 하고 월급을 보장하자고 앉아 있는 학생들은 아닌 것입니다.(153쪽)”

 한 표를 얻자고 길거리에 나선 국회의원 후보들은 책 한 권 읽을 겨를이 없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 경선을 치렀을 때에는 책 넘길 틈이 있었을까요. 선거에 나서야겠다고 다짐하던 때에는 책 구경할 짬이 있었을까요. 선거를 마친 다음에는 책방이나 도서관 나들이를 할 만한 느긋한 마음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4341.4.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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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코미디가 아닙니다 - 이주일, 나의 이력서
이주일 지음 / 한국일보사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내가 소개하고 싶은 책은 <뭔가 말 되네요>이다. 하지만 이 책은 판이 끊어진 지 스무 해가 되었지 싶다. 이제는 헌책방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책이지만, 이 책과 함께, 이주일 님 다른 책 <인생은 코미디가 아닙니다>도 함께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절판되어 사라진 책 소개글"을 적어 본다.

 


 - 책이름 : 뭔가 말 되네요
 - 글쓴이 : 이주일
 - 사잇그림 : 박수동
 - 펴낸곳 : 전예원(1985.11.15)


 이주일 아저씨, “뭔가 말 되네요”
 - 새책방에서 사라진 책 : 이주일 님이 남긴 책 하나



 〈1〉 거침없음


.. 돈으로 표 좀 긁어 모으시겠다구요? 요새 말로 참 ‘착각은 유엔 헌장에도 나와 있는 자유’라더군요. 그건 착각이에요. 돈으로 표 못 삽니다! 지위, 명성, 인기 전술로 표 좀 따 보시겠다구요? 그걸로 표가 따지면 이주일이는 국회의원 열두 번하고도 거스름이 남겠네. 딴 방법 아무것도 없어요. 국민과 같이 뛰고 같이 아파하고 같이 웃고 같이 울고 같이 먹고 같이 잘 사람이 아니면 표는 면회도 못합니다. 그게 뭐 극장표라야 암표라도 사지, 어림도 없다구요 ..  〈26쪽〉


 전두환 독재가 서슬퍼렇던 때(1984~1985), 이주일 님은 이런 말을 거침없이 내뱉았습니다. “우리 집사람이 돈도 못 벌고 지위도 없고 위엄도 없지만 그래도 이 이주일이를 제치고 애들의 표를 모을 수 있는 비결이 과연 뭐냐, 이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항상 애들과 아픔을 같이하고 애들의 고민거리를 귀담아 들어 주고 쓰다듬어 주고 아껴 주고 애비가 야단칠 때는 막아 주기도 하고 변명도 해 주고 항상 애들 곁에 있기 때문일 거예요. 그래서 표를 따는 거 아니겠읍니까?(25쪽)” 하고도 말합니다.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투표를 하면 어머니와 아버지 가운데 누가 인기가 있겠느냐고 아내가 자신있게 말했다지요. 아내가 툭하면 그런 말을 했답니다. 하지만 이주일 님은 한 번도 집안투표를 하지 못했대요. 자기 스스로도 알기 때문이랍니다. 실제로 아이들을 달래고 어르고 가르치고 키우고 사랑하고 아끼기는 아내가 훨씬 잘하는데, 어떻게 아이들한테 자기(아버지)를 찍으라고 하겠느냐 하면서요.

 한국사람이 길거리에 한국말 간판을 안 다는 모습을 보고는, “그 수많은 자장면집 중에 '뉴욕 자장면'이란 간판을 보셨읍니까, ‘아리랑 자장면집’을 보셨읍니까? 어느 중국집이든 그 간판은 완전히 중국식이에요.(43쪽)” 하고 말하는 이주일 님입니다.


.. 저도 LA에 가 봐서 압니다만 그건 사실이더군요. 바로 그 점입니다. 밖에 나가면 잘하실 수 있는 일을 안에서는 왜 못하느냐 이겁니다. 밖에 나가시면 우리 말 우리 글을 잘 쓰시면서 안에서는 왜 남의 것만 쓰느지 난 그게 이해가 안 돼요 ..  〈44쪽〉


 1980년대 첫머리에 쓴 글입니다. 2007년인 오늘 와서 다시 읽어도 가슴 뜨끔하면서 등골이 오싹할 만큼 날카롭군요. 아주 맞는 말이거든요. 아주 올바른 말이고요. 아주 맞는 말, 아주 올바른 말은 세월이 얼마가 흐르건 빛을 내고 힘을 냅니다. 하나도 맞지 않거나 조금도 올바르지 않은 말은 몇 해, 아니 몇 시간, 아니 몇 분 앞서 나온 말이라고 해도 쓰레기만도 못하고요. 금세 잊혀지거나 사라집니다.

 그러고 보면, 한국사람한테 장사를 하는 술집이고 찻집이고 옷집이고 밥집인데, 날이 갈수록 한국말 아닌 나라밖 말을 아주 쉽게 쓰고 있네요. 서울 노원구청은 아예 공문서를 만들어 동네 가게들한테 ‘간판을 영어 공용으로 바꾸라’고 지시까지 하는 판이에요.


 〈2〉 눈치 안 봄


.. 야구선수는 만사 제쳐놓고 야구를 잘해야 하고 그게 근본이에요. 그 다음에 자기가 당구를 치든 야구방망이로 타작을 하든 해야 이해가 되는 거 아닙니까? 어떤 여성이건 가정을 갖고 자식을 가졌으면 그것을 간수하는 게 첫 번째의 임무요, 그게 그분의 생활근본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호호호…… 내가 좀 바쁘잖아요? 그래서 엄마로선 빵점이에요. 호호호” 이 소리가 어디서 나옵니까? ..  <58쪽>


 사회생활 바쁘다고 여성이 어머니 노릇을 빵점으로 한다면 문제입니다. 그러면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서, 사회생활 바쁘다고 남자가 아버지 노릇을 빵점으로 한다면?

 사회생활은 남자만 하는 일이 아니요, 여자들은 해서 안 되는 일이 아닙니다. 아이는 남자와 여자가 함께 낳지, 여자만 낳고 남자는 구경만 하지 않습니다. 낳은 아이 또한 남자와 여자가 함께 키워야지 어느 한쪽에서만 키워야 하지 않아요. 다만, 이주일 님이 이 글을 쓴 때는 우리 사회가 남성 가부장 권위가 큰 때였습니다.

 세월이 묻은 이주일 님 책이라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을 느끼지만, 아쉬움은 아쉬움대로 받아들이면서, 반갑고 즐거운 모습을 반갑고 즐겁게 받아들이면 좋다고 느껴요. 글발 날리던 이주일 님이 아니고, 우리들한테 웃음 한 자락 선사하려면 이주일 님입니다. 예전 책이요, 묻힌 책이요, 잊혀진 책이지만, 이런 책 하나 헌책방에서 찾아내어 읽으면서, 제 자신이 미처 모르고 지나치고 있을 ‘마음속 벽이나 굳은 껍데기’를 느끼며 하나둘 벗겨내 보기도 합니다. 지난날 이주일 님한테 깃들었던 아쉬움은 ‘지금 이 세상에서는 어떻게 추슬러 풀어내면 좋을까’ 생각하며 되짚고, 예나 이제나 훌륭하다고 보이는 대목은 ‘나도 이렇게 한결같음을 이어갈 수 있도록 더 애써야지’ 다짐하며 되새깁니다.


.. 만약 그렇다면 말입니다! 책 많이 읽는 사람은 수백 수천 권도 더 읽는데 거기 나오는 등장인물 다 외우자면, 아이구! 수만 명 이름을 다 외워야겠네. 차라리 서울 시민 이름을 외우면 인사할 때 써먹기나 하지! 소설 주인공 다 외워서 어디다 써 먹을려고 그래? 더 웃기는 건…… 무슨 퀴즈 프로그램에도 그런 문제가 나와요. “노틀담의 곱추에 나오는 여주인공 이름이 뭡니까?” 이러면 삑- 부자가 울리고 스톱을 걸고…… 뭐라고 뭐라고 대답하고 점수 올라가고, 나 참! 웃기지도 않아 ..  〈88쪽〉


 어쩌면 독이 담긴 말이라 할 테지만, “어느 책에 어떤 구절 있는 거 그거 외우려고 책 읽었나? 그리고 그거 알면 유식한 건가요? 그럴려고 책 읽을 바에는 난 그 지겨운 고생해 가면서 책 안 읽겠네!(88∼89쪽)” 하고 덧붙입니다. 비아냥이라고 해도 될까요? 뭐, 비아냥이면 어떻고 독 담긴 말이면 어떻고 가벼운 비판이면 어떻습니까. 틀림이 없는 말을 꾸미거나 숨기거나 가리지 않고 말하는걸요. 남들 눈치를 보아가며 설렁설렁 말하지 않는걸요. 겉치레가 아닌 속치레를, 겉멋이 아닌 속멋을 찾아가자는 이야기를 하는걸요. 참은 참이라 말하고 거짓은 거짓이라 말하는걸요.

 좋은 모습은 북돋우고 얄궂은 모습은 고개숙여 가다듬습니다. 시샘을 하며 헐뜯지 않으며, 말꼬리를 잡으며 깎아내리지 않습니다. 이런 모습이 바로 우리들 누구나 살아가면 좋을 모습, 반가운 모습이지 싶어요.


 〈3〉 아뇨! 담배는 몸에 해로워요!


 헌책방 책시렁에서 문득 찾아내어 재미있게 읽은 《뭔가 말 되네요》입니다. 이 책이 먼 뒷날 다시 태어날 날이 있을까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글쎄, 어쩌면 다시 태어날 수 있고, 어쩌면 이대로 묻힌 채 ‘흘러간 옛책’으로만 남겠지요. 책에 담긴 속살을 캐내거나 잡아채려는 사람이 하나둘 나올 수 있는 한편, ‘이주일 같은 사람이 남긴 말이 뭐 볼 게 있겠어?’ 하며 코웃음을 칠 사람도 나올 테며, ‘이주일이 뭐 하는 사람인데?’ 하며 아예 잊어버릴 날도 다가오리라 봅니다.


.. 이렇게 중년 신사, 노신사란 말은 있지만, ‘중년 숙녀’라는 말 들어 보셨어요? 못 들어 보셨지? 그럼 여자는 중년이 되면 숙녀가 아니라 이겁니까? 나아가서, ‘노숙녀’라는 말은 아예 생겨나지도 않았어! 중년 신사, 노신사는 있는데 어째서 중년 숙녀, 노숙녀는 없느냐…… 이거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 아닙니까? 아, 여러분같이 말 잘하시는 분들이 어째서 이 문제는 그냥 넘어갑니까? 정말 유감이에요! 여자의 명예를 찾아야 할 거 아니에요? ..  〈159쪽〉


 어떻든 좋습니다. 나중에 이 책을 알아보며 저처럼 가슴벅참을 느끼고, 두 번 세 번, 또는 네 번이나 다섯 번까지 찬찬히 다시 읽고 또 읽으며 눈물 한 방울 똑 흘릴 사람이 있어도 좋고, 이주일 님 이름 석 자를 아예 잊어버리는 세상이 되어도 좋습니다. 어느 쪽이 되든 우리 몫이며 우리 삶이니까요. 우리 길이요 우리 넋이니까요. 자그마한 것이라 해도 좋은 것 하나를 느끼며 받아들일 수 있는 세상이라면 《뭔가 말 되네요》는 참말 뭔가 말이 되는 이야기책이 될 테지요. 큰 것에만 값어치를 두지만 그 큰 것끼리도 치고박고 싸우고 물어뜯는 세상이라면 《뭔가 말 되네요》는 헌책방에서조차 찾는 사람이 없어 먼지만 먹다가 폐휴지로 버려지는 종이뭉치가 될 테지요.


(------) 마지막으로 할 말이 없냐?
(이주일) 오늘이 제 사형날인가요?
(------) 그런가 봐.
(이주일) 할 말 없어요.
(------) 그럼, 마지막으로 담배나 한 대 피워, 자.
(이주일) 아뇨! 담배는 몸에 해로워요!



 우리를 웃기고 울리는 우스갯소리는 모두 우리 삶에서 나옵니다. (4337.4.25.처음 씀/4340.6.16.고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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