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아침에  친한언니가 방문학습지에서하는 어머니교실에 가보자고 하길래 얼른간다고 대답은 했는데 아침에 딸래미방 청소를 하다보니 친구들간에 오고간 쪽지를 보고는 힘이 쫙 빠져버렸다. 

딸래미는 여름방학이 시작하는날 친한친구들 대여섯명에게서 절교선언을 들어야 했다.  

 그 친구들중에 제일 인기있는 친구가 좋아하는 남자아이를 같이 좋아한다고 진실게임에서 울딸래미가 솔직히 말해버려서 지들에게 소문이 다 나버려 잘난척한다고 비난을 들었단다. 게다가 결정적이유는 딸아이와 친한 친구가 컴퓨터방과후교실에서 지내들끼리만 들어가는 블로그가 있는데 거기서 딸래미아이디로 로그인을 해서 보다가 그 제일 인기있는아이가 댓글단걸보고 재수없다며 같이보던친구가 사이버상에서 신고를 해버렸단다.딸래미는 머뭇거렸는데 그 아이가 옆에서 클릭을 하더니 이유까지 적어버렸고 그래서 접수를 해버렸단다. 당연히 신고자는 울딸래미가 되버렸다. 그 사건이 빵 터져서 울딸은 배신자가 되었고 그 아이들에게  딸래미랑 같이 있던 신고했던 그 아이가 울딸이 신고를 했다고 거짓말을 해버려서 완전 왕따가 되었다. 걔네반블로그에도 그 사실을 올려서 울딸은 수많은 아이들의 지탄을 받아야 했다. 한아이는 울딸이 신고했다며 전교에 소문을 퍼트리자고 했고 갖은 욕을 다 퍼붓고 있었다. 댓글로.... 

이런사실들을 나에게 고백하면서 여름방학하는날밤 딸래미는 내게 안겨서 끊임없이 울어댔다. 그 아이들이 넘 야속하고 억울하고 힘들다고.....참 엄마로써 이런일도 겪는구나 싶은게 가슴이 무지 아팠다. 그 사이트에 들어가니 몇몇 울딸과 친했던 그 아이들이 갖은 비방과 욕을 퍼부으며 다른아이들에게 울딸 욕하기에 바빴다. 참 어이가 없고 기가막혀서 한동안 나도 우울해져버렸다. 

딸래미는 그 신고당한아이와 친한아이들에게 자기가 하지 않았다고 믿어달라고 계속 문자를 보냈고 쪽지를 보냈다. 물론 신고한아이에게도 문자를 보내고....그랬더니 그 아이가 거짓말하지 말라며 더 강경하게 나왔다. 평소 그아이는 울딸애에게 영원을 맹세하며 둘이서만 있을때면 그리 친하게 굴수 없었다는데 어떻게 그렇게 돌변할수 있는지 딸아이는 믿을수 없어했다. 

내가 아무 이야기도 하지 말고 가만기다리라고 방학이 다 가면 좀 나아질거라고 기다려보자고 딸아이에게 말해보았지만 그 시기의 초등6학년딸아이에겐 친구가 그 무엇보다 소중하기에 아이는 포기할수 없었나보다.그래서 나몰래 쪽지도 자꾸 보내고 했고 말이다. 그러던 어느날 그 신고했던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마침 내가 받았는데 야단을 치기보단 어떻게 나오나 보려고 딸아이를 바꿔줄수 없다고 얘기하며 왜 너는 자신이 한일을 남이 했다고 거짓말을 하냐고 물어보았다. 그 아이는 정말로 자신이 했다고 믿는것처럼 자신이 절대로 하지 않았고 앞으로 자꾸 쪽지를 보내지 마라고 딸아이에게 말해달라고 하고 전화를 끊더라..정말 할말이 없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점점 더 열이 받아서  그 아이들 블로그에도 들어가보고 했더니 완전 내아이를 죽이겠구나 싶은게 머리가 돌아버렸다. 그순간 신고를 해버리고 싶었다. 그 아이들모두...하지만 그 아이들도 집에서 이쁨받는 아이일텐데 그 아이들이 인터넷상에서 저런 무시무시한 말들을 하는지 그 부모들은 정말로 모를텐데 한때 우리딸과 어울려 놀던 아이들인데 하면서 참았다. 그래서 바로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했다. 

선생님은 내 흥분한 목소리를 분명 느꼈을 거다..어찌 아이들이 이럴수 있는지 겨우 초등학교 6학년밖에 안된아이들이 말이다. 선생님이 그러더라..요즘아이들이 일찍성숙해서 앞뒤안가리고 어른흉내를 곧잘 낸다고 제일 무서운 세대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어떻게 해주면 좋겠냐고 나한테 물으셨다. 그래서 내가 뭐라 하겠나. 선생님이 나서서 어쩌겠냐고 괞히 아이들관계가 더 악화될수도 있을것 같다고 하시더라 우선은 지켜보자고 방학이라는 시간이 있으니 그동안 내버려두면 아이들은 아이들인지라 그대로 잠잠해질수도 있다며 나를 위로하셨다. 딸래미에게도 더이상 해명하려고 하지 말고 마음이나 잘 추스리게 보듬어주라하시더라.... 

그렇게 방학을 보낸후 개학을 하고 아이는 두려워하며 학교엘 갔다. 방학동안 역시 마음은 좀 안정을 찾은것 같았고 오히려 신고당한 그 아이와는 같은 학원이라 방학내내 만나면서 화해를 한거 같았다. 더 우정도 돈독해지고 말이다. 

그런데 개학하고 울딸을 비난했던 그 아이들은 여전히 몰려다니며 놀았고 그걸본 선생님은 너무끼리끼리 놀지 말고 여러 아이들과 좀더 어울려 놀아보라고 반아이들에게 한소리 하셨다. 그 말에 눈치빠른 그 아이들이 우리딸이 선생님께 이른줄 알고 또 뒤에서 손가락질을 한단다. 배신자라며... 

참 그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직도 감이 안잡힌다...개학하고 그 아이들이 우리딸에게 그랬단다. 다시 친하게 지내자고....그러더니 선생님의 그 말씀에 또 등을 돌리더란다..그래서 난 딸에게 그랬다. 그 아이들 신경쓰지 말고 진정한 친구가 누구인지 가만히 보라고 지금 니옆에서 니 말 들어주는 아이가 누구인지 보라고... 그 아이는 아이러니하게 그 신고당한 아이였다. 

아이들의 세계는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그냥 이렇게 흘러가는데로 내버려둬도 되는건지.... 

그런데 부모님들 한가지 명심할게 있다. 5~6학년이 되면 특히 여자아이들이 더 그런것 같더라 끼리끼리 몰려다닌다. 그런건 우리어릴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요즘은 그 관계가 좀 다른것 같다. 그 무리밖에 있는 아이들을 맹 비난하거나 또 쉽게 서로 흩어지는 분위기다. 우리때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몰려다니며 놀았기땜에 참 우정도 돈독했고 진실했었다면 요즘은 인터넷상으로 친해지고 전화문자로 친해지고 밤새도록 문자잘 하다가 아침되면 딴사람이 되는경우도 있고 그 아이에게 정보를 캐내어 다른아이에게 다 떠벌리고 그러고도 온갖 댓글로 아이를 괴롭힌다. 6학년이되면 몸도 어느정도 성숙해져서 어른처럼 행동하려하고 생각도 그렇게 되는거 같다. 나는 반아이들까페에 들어가서 겨우 13살짜리 아이들이 그렇게 심하게 다른사람을 욕하는걸 처음보았다. 댓글이란게 문자라는게 정말 무서운거더라.. 

왜 연애인이 인터넷에 상처받고 우울해하며 자살하기까지 하는지 정말 절실히 느꼈다. 울 아이들 이런 인터넷세상댓글과 휴대폰문자의 홍수속에서 꼭 잘 지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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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0-09-17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야말로 허걱! 할 일이네요. 초등학교 6학년이면 정말 다른 무엇보다도 친구 관계에서 행복과 불행을 크게 느낄 시기인데 따님이 이 시기를 잘 넘겼으면 좋겠어요. 다행히 딸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같은 편이 되어주는 엄마가 있으니 안심이 되지만, 정말 놀랄 일입니다. 한 사람 따돌리는 건 참 쉽지요.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이 어떤 결과를 당하게 되는지도 모르고 말이어요.

해리포터7 2010-09-17 15:27   좋아요 0 | URL
hnine님 그러게요. 그냥 아이들이 아니더라구요. 친구들이 오랫동안 우정을 쌓아갔으면 좋겠지만 자기가 싫다고 다 못놀게 협박하고 무조건 내치고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아이들하고만 무리를 이루고 싶어하고 뭐 그렇더군요.아마 그 아이 엄마는 이런사실을 까마득히 모를꺼에요. 직접보지않으면 말이죠.

마노아 2010-09-17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충격적인 이야기에요. 따님이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요.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는 그 아이가 고맙네요. 아이들이 어리다는 것을 핑계로 잔인해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어요. 잘 다독여 주시고 얘기 많이 들어주시고 위로도 해주시고요. 자신의 참편은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하나 아이의 희생이 너무 크네요.ㅜ.ㅜ

해리포터7 2010-09-17 15:29   좋아요 0 | URL
너무 사람을 잘 믿는 우리집 아이들은 참 설 자리가 없는거 같아요. 아이들이 무리를 이루면 그 힘이 무시무시해지거든요. 거기에 대항하기란 정말 어렵죠.엄마가 너무 친구를 비난하는것도 같아서 되도록이면 무시하라고 하지만 그게 정말 어렵잖아요. 그애도 친군 친구니까요.

2010-09-17 1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5 1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중2라는 나이는 어쩌면 잊어버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내려 애를써도 올바른 기억이 떠올려지지 않는다 아마도 나의 기억이란 간직하고픈것만 저장된건지도... 

큰아이가 중2인 지금 막막하기만하다. 아들과 어디서부터 대화를 해나가야 하는건지...언제부턴지 조금생각해봐야할 말들을 하면 대답조차 안하거나 바쁘다는 핑계와 한숨만이 돌아온다. 

짜식...자기기분좋으면 간식거리를 사다주며 아빠흉내를 내기도 하면서 하기싫은건 죽어도 하지 않으려 하니...꼬박꼬박예예 대답하던 그아들 맞나싶다.. 

자신의 사생활을 갖고싶어하면서 또 그렇게 단속하려는(?)노력은 게을리하는...그러니까 자신의 흔적을 조금씩남기며 존재감을 드러내려하는건지..참 아리송해서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머리가 터질지경이다.  난 그럴수도 있지뭐,다 한때려니하며 눈감고 있자는 쿨한엄마와 마구마구 제제를 가하고싶은 폭군엄마 사이에서 힘겹게 갈등한다.

15살이고  이제 어른의 몸을 갖고 있는 아들.  자신의 호기심은 아무도 막을수 없다는듯 예전부터 교육시켜왔던 컴퓨터사용제한같은건 이제 말도 못꺼내게 만든다. 그래서 난 한심한 엄마가 되었다. 다른친구는 어렸을때부터 하고픈 게임등을 다 하고 살았는데 자신은 왜 그렇지 못했나하며 한탄하며 엄마를 원망하는 아들...이제야 자유를 누리겠다는 아들... 

알만한건 다 알 나이인데 그런 생떼를 쓰다니 이제 맘껏 엄마를 배제하겠다는 식의 이기적이고 오만한 말투들... 엄마아빠가 원하는 성적을 내줬으니 이런것들은 간섭하지 마라는 아들. 엄마가 그런교육을 해오지 않았냐고....난 할말을 잃었다... 

물론 아들이 그런말들을 해왔을때 난 이젠 그런생각으로 낸 성적따윈 필요없으니 옳바른생활태도를 갖추라고 소리질렀다. 나 웃긴다..올바른 생활태도라니 ㅉㅉㅉㅉ한심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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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10-09-03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많이 변해가는 아이를 보며 바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하는데..엄마로서 이게 아닌데...아닌데..했던 나이가 아닌가 싶네요..울집 둘째녀석이 중이때 저 엄청 속상하고 변해가는 아이를 보며 많이 속상해 하곤 했는데 커가는 과정이었드라구요..
멋진 아드님도 잘 성장해 가는 과정이려니..하면서..목까지 차오르는 소리를 꿀꺽 삼키셔야할듯...
(아무리 큰소리해도 자기가 듣고 싶은 소리만 듣는 때인것 같더라구요..힘빼지 마시라고 경험자로서 이야기합니다.)

해리포터7 2010-09-04 21:50   좋아요 0 | URL
배꽃님
어떤때는 예전과 다름없는 보드라운 아들이었다가 어떤땐 근접할수 없는 포스를 내뿜어서리 쉽사리 감당이 아니됩니다요.
저는 나날이 힘이 빠져버려서 거의 포기하다시피하고 있어요.

hnine 2010-09-03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 얘기 같지가 않아요.
위의 배꽃님 말씀을 저도 새겨듣고 갑니다.
이제 엄마가 뭐라고 한다고 들을 나이가 아닌가봐요.
자기 생각과 판단에 의해 살아나가는 연습을 하는 시기일까요?
'기다려주는 엄마' 저는 이 말이 제일 지키기 힘든 말인 것 같아요.

해리포터님, 오랜만의 소식 반가와요 ^^

해리포터7 2010-09-04 21:52   좋아요 0 | URL
hnine님.엄청 오랫만이지요.ㅎㅎㅎ
기다려주는 엄마란 말은 정말 교육서에나 존재한다고 봅니다.
아이와 꼭 싸울때를 돌이켜보면 싸우기직전까지 아이에게 뭘해줘야지하며 사랑에 차올랐던 기억이 납니다.그런데 몇분안돼 마구마구 서로 할퀴고 있더라구요.참 어렵지요.

꽃임이네 2010-09-03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를 키운다는건 정말 어려운것같아요 ,특히 엄마가 아들을 키울때 더더욱 힘이 드네요 .
저역시 꽃돌이 키우는게 꽃임이 키우는것보다 더 어렵더라구요 .한때는 내가 문제가 많은 엄마 인가 할 정도로 심각하게 생각한적도 있었어요 .

해리포터7 2010-09-04 21:55   좋아요 0 | URL
꽃임이네님.잘 지내시나요?ㅎㅎㅎ
그쵸 아빠가 아닌 엄마가 대해야할 아들은 또다른 난관인걸요.
저는 늘 제가 모자란 엄마일꺼라 생각한답니다.
그렇게 비관하다,절망하다,악으로 아들과 싸우게 되는거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거의 비판하지 않는 대화를 하려고 노력중입니다.
그런말이 하고싶으면 속으로 중얼거립니다요.ㅋㅋㅋ

반딧불,, 2010-09-03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다 똑같지요뭘. 그 시기 아이들 다 그런걸요. 아이의 마음을 읽어준다는 것은 참으로어렵더이다. 매번 반성합니다. 똑같이 그렇게 하면 안되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행동하게 되는 ...도를 닦아야하나봅니다.ㅋㅋ이론과의 괴리는 참으로 멀기만 하고ㅠㅠ
그거 아시죠? 그 시기 아이들은 늘 부모를 시험하려한다는 것요.

해리포터7 2010-09-04 21:58   좋아요 0 | URL
반딧불님~ 달관하신 님의 포스가 느껴집니다요.
얼마전 신문에서 중2병이란게 있다고 읽었더랬는데 그병을 울아들넘이 앓고 있을줄이야.ㅜ.ㅜ!
저는 늘 똑같이 아들과 불붙어 싸우다보니 시간과 체력을 많이 허비하게 되내요.
맞아요.늘 시험대에 올라선 기분입니다요.
 

이사한지 어느덧 2달이 다 되어간다. 

이사라면 진저리칠만큼 끝도 없는 일이 터지고 반복되었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는 일이 이토록 고생스러울 줄이야.... 왜 쉬운길을 놔두고 어려운길에 들어섰는지 신만이 아실일이다. 

그동안 어머니 오셨다 보름동안 계시다 가셨다. 정말 어려운 날들...힘겨운날들.... 치매가 진행되어가는 와중이고 아직은 우릴 알아보시기에 너무 쉽게 생각했었다. 주위에서 많이들 만류하더라. 그게 그리 쉬운일이 아니라고...하지만 평소에 어머니를 좋아하였기에 우리집에 오시는 건 정말 자연스러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버님이랑 같이 모셔왔다가 다음날 아버님혼자 농사일이 바빠 돌아가신 후로는 계속 문제의 연속이었다.밤이면 집에 가시겠다며 떼쓰시고 안 데려다 주면 혼자서 걸어서라도 가시겠다고 하셨다.그러다 결국 아버님이 가신것도 자꾸 오해를 하시며 화를 내시는 등 자신이 버려졌다고 아버님께서 어머님자신을 방치했다고 해석해버리시고 굉장히 화를 내시는 상태가 지속되었다. 도대체 보름이라는 기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어머님의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옛날이야기는 어머니가 어렸을적 친정에서 자랄때부터 시작하신다. 고장난 카세트처럼 반복 또 반복....처음에는 들어주는거 그거 하나 못하겠냐 생각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지치시는지 자신이 살아오신 인생에 대한 넋두리를 하실때는 곁에 없는 아버님에게 화를 내시며 자꾸 전화를 해달라시곤 했다. 5분전에 전화를 했는데도 까맣게 잊으시고 말이다... 

그런일이 반복되고 새벽5시도 안되어서 어머니는 자고있는 나를 내려다 보며 앉아계시곤 했다.(거실에서 어머니랑 둘이서 계속 잤었다) 내가 살짝 실눈을 뜰라치면 어머니는  

"야,야~ 네가 누고?" "여기가 어디요?" "네가 누구길래 내가 여기와 있노?" 하신다...그 말씀을 하실때마다 느끼는 절망감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나는 대답한다.  

"어머니 막내며느리요..." "어머니 막내아들 **마누라요..." 이 대답을 할때마다  정말 죄송하고 어머니가 너무 안쓰럽다...그러면 어머니는 자신이 한심하다는듯 웃음을 터트리시며 또 그러신다. 

"새벽에 일어났는데 당최 내가 어디에 와있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깜깜한데 누워있는 저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겠더라고...내가 인제 바보가 됐는갑다...." 

나는 몇달전에 읽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날마다 매시간마다 생각이 났었다. 도대체 그 무엇이 우리의 어머니를 이렇게 만드는 것인가? 그 책과 마찬가지로 어머니는 자신이 왜 시집을 오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한을 다해서 내게 이야기 하시곤 했다.  

"그때는 일제시대라 색시공출을 면할라꼬 내가 시집을 안갔나~, 그때도 안갈낀데 바로 옆집에 느네 시아버지누부가 나를 잘보고 그리로 안 집어넣었나...하시며 처음엔 한탄에 가까운 말씀이 나중엔 분노의 수준으로 넋두리를 하셨다.  

어머니도 한집안의 둘째딸로 태어나셨고 할아버지가 훈장노릇을 하는 환경에서 뒷뜰을 거닐며 한자 읽는걸 배웠다하셨다. 그때이야기를 하면 어머니는 참 평화로워보이셨다. 그때는 오롯이 아이였고 한집안의 자식이기만 하면 되었으니까...하지만 시할아버지도 안계신 집에 시집을 오고 시집온지 몇달만에 만주에 계시던 시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통에 그 탓이 모두 당시 새색시였던 어머니에게 쏟아진채로 시할머니께 평생을 당하며 사셨다. 예전엔 그런사고방식이었다고 들었다. 

그동안 어머니의 가슴속에 맺힌 한이 얼마나 아프고 힘들고 답답하였으면 이렇게 편안해야할 노년에 이런병으로 찾아올까....자식들인 우리는 어머니의 한을 10분의 1일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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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9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벽녘부터 잠결에 들려오는 빗방울 소리에 아...비가 오고 있구나.... 

모닝벨소리에 끄고는 어둠속에서 뒤척이고 있으려니 곧이어 딸래미가 어둠을 뚫고 곧장 욕실로 걸어가는게 보였다..(남푠과 나는 거실에서 잔다) 

딸도 일어났는데하며 겨우겨우 일어나서는 커튼을 젖혔는데 빗방울들이 온통 창문을 가리고 방울방울 메달려있다. 

밥을 하고 반찬을 하고 다시 이부자리에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자니 서서히 짙어지는 안개...내가사는 곳이 댐주변이라는게 이렇게 안개가 짙어지면 아주 실감난다. 신기한것이 이 안개가 9시가까이 되면 더욱 짙어지다가 서서히 없어진다.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엔 이시각에도 묵묵히 안개는 저 유리창너머에 서있다. 숨쉬기에도 벅찬 안개가 저기 버티고 있으니 오늘은 집안에서 꼼짝하지 않을라구....  

************* 

[러블리본즈] 나 [엄마를 부탁해] 요즘에 읽었던 책들이 우연찮게도 죽은이의 시각에서 본 가족의 모습이 소재다. 말하는이가 죽은 주인공이다. 그래서일까? 기분 아주 깔린다. 윽. 

가끔 나의 취미는 읽고싶은 책들을 구입해 쌓아놓고 은근히 내곁에 있는것을 즐기며 읽는순간을 고대하게 하는짓...그것들을 순간순간 훔쳐보며 음미하는 짓. 이런 소심한 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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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3-15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비오는 날엔 꼼짝않고 집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직딩맘의 서글픔이여...
맞아요. 읽을 책 없으면 불안합니다. 요즘 불안해요.. 한 10권은 싸놓고 있어야 맘이 편합니다.

해리포터7 2010-03-18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저두 직딩맘일땐 비가올때 나가야한다는게 제일 곤욕이었지요.
제에게 비는 한여름 더울때 내리는 비만 빼곤 그리 달갑지 않으니...
전 괜히 좋아하는 작가책 나오고서 한참을 기다렸다 사기도 한담니다.
다른분들 평하는 것도 감상하고 몸이 달(?)때까지 즐기는...ㅎㅎㅎ
 

하루는 책을 읽다가 시간을 보내고... 

하루는 리뷰를 쓰다가 시간을 보내고.... 

하루는 뜨개질을 하다가 시간을 보내고... 

하루는 반찬을 만들다가 시간을 보내고...  

하루는 아이들 공부에 참견하다가 시간을 보내고...  

이렇게 마구마구 시간을 흘려보내도 좋을까?

그제 저녁엔 아들과 휴대폰과 공부땜에 싸우곤 어디론가 나가버려야 겠기에 마구 주섬주섬 옷을 입었는데 아들이 먼저 학원간다고 쌩하니 문을 꽝 닫고 나가 버리더라...그 순간 나갈 이유같은 건 없어지고 아! 내가 또 잘못하였구나....하고 후회막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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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0-03-12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님, 오랜만이네요. 뜨개질만 빼고는 저와 같은 일과인데요? ^^
저는 그중에 아이 공부 참견하는 시간이 제일 싫어요. 좀 알아서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가당치 않는 기대를 겨우 열살 아이에게 하고는 한답니다.
아드님이 학원에서 돌아올 때에는 기분이 많이 나아져있으면, 해리포터님 마음도 많이 편안해져 있으셨으면 좋겠어요.

해리포터7 2010-03-15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정말 반가워요...이렇게 제서재에 숨어설랑 여기저기 눈으로만 훑고 다닌답니다.
그게요.중2올라가는 아들이랑은 쉽게 화해가 되지 않네요. 나이를 넘 의식해서인지. 지할일은 지가 알아서 당연히 할줄 알고 있다가 기대가 무너져서인지...너무 큰기대일랑 말아야 하는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