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전 얘기입니다만, 과학기술부에서 창작 문예 만화 부문에서 박지홍씨가 그린 [HOTEL]이 당선된 적이 있었습니다. 벌써 2004년으로, 이후 작품은 웹으로 퍼져서 많은 사람들에게 공명을 일으켰지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근간엔 쉬이 볼 수 없는 SF 장르라는 점에서, 그것을 현재의 문제의식과 결합시켜 매끈하게 빚어냈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죠.
박지홍 [HOTEL]
처음 봤을 때 그 출중한 스토리도 스토리 나름대로 인상 깊었지만, 그것보다 저에겐 그 그림체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느낌이었다는 게 더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고단샤에서 발간되는 주간 모닝 2005년 5월, 25호에 이 작품이 실리면서 확실해졌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그 그림은 박무직씨 스타일이었던 거였죠. 박지홍씨가 박무직씨의 어시라는 것도 그즈음에 알게 됐습니다. 저 boichi라는 필명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박무직씨가 일본에서 활동하면서 쓰는 필명입니다. 사실 모닝지는 우리나라 만화가와 알게 모르게 연이 있는 잡지로 예전에 오세호씨가 [수국아리랑]과 [낚시], 황미나씨가 [이씨네집 이야기]와 [윤희]를 발표하기도 했었죠.
이 시점에 와선 [HOTEL]이 박지홍씨의 것인지 박무직씨의 것인지는 확실치가 않고.... 사실 별 의미도 없는 일이라고 봅니다. 적어도 현재 그 컨버전과 관련한 트러블이 나오지 않는 이상 두 사람의 공동창작에 가까운 형태라고 보는 게 좋을 듯 하니까요.
아무튼 저 [HOTEL]이 모닝지에서 발표되면서 박무직씨가 얻은 수확이 꽤 괜찮은 모양입니다. 일단 인기투표에서 상당한 수위권이었고 그와 관련하여 모닝지에서 연재 제의가 들어왔다고 할 정도니까요. 사실 [HOTEL]은 그만한 평가를 받기에 충분한 작품이긴 했습니다.

박사님의 카리스마가 원판보다 대폭 상승.
boichi 홈페이지
홈페이지에 가서 보시면 알겠지만 미국진출도 생각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음.... 점점 커져가는군요. 처음 그의 에로만화가 나왔을 때 우리나라 각 블로그에서 쏟아졌던 안 꼴린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뭐 사실 한국웹에서의 이바구들을 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암튼 꿋꿋하게, 솔직히 말하자면 한국에서 있었던 갖은 트러블을 상기하자면 의외로 잘 해나가는 듯한 인상입니다. 뭐 그자신도 에로만화 단행본 뒷편에 적어놓은 것처럼 자신의 상상과는 달랐던 일본에서의 현실을 깨닫고 성숙해진 건지도 모를 일이죠.

요게 지금 영킹 아워즈에서 연재중인 [선켄락]이란 만화입니다. 일본 남정네 하나가 한국 여자에게 반해서 한국까지 쫓아왔더니 그녀는 경찰.... 따라서 경찰이 되려고 했는데 엉뚱하게 조폭이 되버리면서 겪게되는 로맨스 및 액션.... 이라고 하는데....
웬지 스토리만 봐선 영 아니군요-_- 시간낭비만 하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 거부감 돋는 그림 스타일도 여전하군요.... 다만 여자 엉덩이와 근처의 주름은 꽤 맘에 듭니다. [디아블로 메타트론]의 성과인 건가.
아무튼지간에 종합적으로 볼 때 확실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랄까요. 박무직씨의 '썰'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판은 제대로 된 만화를 그려보라, 였는데 어쩌면 [HOTEL]이 그의 분기점이 될지도 모를 일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