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라의 계곡 - In the Valley of El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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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먹함, 반전영화라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모두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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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없는 산 - Treeless Moun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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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도, 저금통도, 할머니도, 아이들도, 노래도 다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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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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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만 참신한 것 말고, 이야기가 참신한 애니메이션 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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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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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은 비밀로 지켜질 때에만 매력적이다. 혹시 비밀이 드러났다 하더라도 내가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들'의 일원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게 되면 그것 역시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영화 <시크릿>은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여러가지의 비밀을 남김없이 드러냄으로써, '모든' 사람이 아는 비밀을 '마치 모르는 것처럼' 이끌어가기 시작한다.  

 사실 한국 영화에서 스릴러 장르라는 것은 왠만큼 이야기가 탄탄하지 않고서야, 영화로 만들어지면 일단 혹평부터 들을 것을 감수해야 한다. 외국의 탄탄한 스릴러 영화를 보며 눈이 한껏 높아진 관객들은 일단은 단점부터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단점이 생각보다 적을 때, 잘 만들어진 스릴러 영화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윤재구 감독의 전작(물론 각본가로서의 전작이었지만) <세븐데이즈>는 의외의 호평을 받으며 흥행가도를 달렸다. 김윤진의 안정된 연기력도 물론이거니와, 탄탄한 시나리오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연출이 삼박자를 고루 이루었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 <시크릿> 역시 감독의 이름을 듣고 기대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나 역시 <모범시민>과 <시크릿> 두 스릴러 영화를 저울질하다 그래도 윤재구 감독의 데뷔작을 보고 싶은 마음으로 <시크릿>을 선택했으니까.    

 상업성을 지닌 데뷔작으로는 훌륭하다. 관객들의 긴장감을 유지시키면서도 적절한 때에 긴장을 늦추게 하는 여유를 보인다. 긴장감의 핵심은 '아내를 지키고자 하는 형사의 비밀'이 언제 탄로나느냐와 '살인사건이 있던 날 아내는 무엇을 했느냐'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동생의 죽음에 복수를 하려는 남자 그리고 무슨 이유 때문인지 비밀을 미끼로 협박하는 남자와 얽혀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지며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이러한 긴장감은 반복될 수록 식상해지는 기분이 드는데, <시크릿>은 캐릭터의 힘을 빌어 그 긴장을 이완시킨다. 김성렬(차승원)의 동료인 최형사(박원상)는 굉장히 호쾌한 타입의 남자로 시원시원한 언행이 웃음을 주고, 악인으로 등장하지만 특이한 말투와 행동으로 웃음을 주는 재칼(류승룡)은 극의 흐름을 쥐었다 놓았다 한다. 차승원 역시 날카로운 눈빛과 매서운 얼굴로, 혹은 간절하고 애절한 얼굴로 관객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인다. 하지만 모든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아내 지연 역을 맡은 송윤아의 연기(혹은 지연이란 캐릭터 자체)는 아쉽다. 지나치게 평면적인 인물이라, 비밀을 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등장해도 전혀 긴박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때문에 그녀가 등장할 때면 극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멈추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대본을 그대로 읽는 것 같았다. 이제껏 송윤아의 연기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기에 더욱 아쉬웠다.   

 등장하는 인물이 한정되어 있어 범인의 정체를 눈치채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마지막에 가서 범인의 입으로 밝혀지는 이야기는 그래서 놀랍지 않다(어쩌면 옆사람의 추리 덕분에 일찍 깨달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조폭들에게 둘러싸인 위험한 상황에서 둘만 존재한다는 듯이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성렬과 지연의 모습도 뜬금없었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중에 밝혀지는 또 하나의 비밀도 뜬금없었지만, 이 영화, 나쁘지는 않았다. 비밀 자체는 그다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가장 친밀한 부부 사이에 숨겨진 '비밀'이라는 것이 문제. 각자 다른 것을 지키려는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믿지 못해 소통의 부재가 생기고, 겨우 이어져왔던 균형은 깨지며,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쫓고 쫓기는 '비밀'의 긴장감이 아니라, 친밀해야 할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비밀'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전반부의 그 몰입감이 후반부로 가면서 급속도로 약해지는 것이 아쉽지만 그 전반부만으로도 꽤 기억에 남을 영화인 듯 하다. 윤재구 감독의, 더 발전된 다음 영화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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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샹보거리>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데샹보 거리
가브리엘 루아 지음, 이세진 옮김 / 이상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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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동딸인 나는 항상 북적거리는 가족을 부러워했다. 친척집을 제 집 드나들듯이 드나들었던 것도, 다섯 명의 형제가 있는 그 관계가 무척 좋았기 때문에 친형제는 아니더라도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이런저런 추억을 쌓으려한 의도가 깔려 있었다. 친척집을 방문하지 못하는 평일에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이웃 친구들과 친분을 쌓았는데, 친척과 이웃, 그들과 관련된 추억을 빼면 과연 내 어린 시절이 어느 정도 온전히 존재할 지 모르겠다.  

 가브리엘 루아의 소설 <데샹보 거리>를 읽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부럽다,는 것이었다. 북적이는 가족 속에서 막내로 살아가는 '크리스틴'의 이야기는 딱 내가 원했던 가족의 모습을 띠고 있었다. 딱히 친척이나 이웃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한 것이, 가족 자체로도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고나 할까. 거기다 이웃들과 친척들의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따뜻하고 어여쁜 느낌을 주었다. 가브리엘 루아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뿍 담긴 소설이라고 하는데, 이 소설로 처음 접한 작가지만 왠지 부러웠다. 이런 거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에 대한 부러움과 어른이 되어 이렇게 빛나는 글을 쓰는 그녀에 대한 부러움,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어린시절에 즐겁고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만 잔뜩 그려져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자세히보면 슬픈 이야기- 특히 이별과 관련된-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집에서 잠시 동안 살았던 세입자 흑인 아저씨, 옆집에 아내를 위해 아름다운 집을 지었던 이탈리아 아저씨, 수녀가 되어 집을 떠난 오데트 언니, 열병으로 정신을 놓은 알리시아 언니, 자신의 평생 직업을 떠나고 기력을 잃은 아버지, 전화로 긴 음악 한 곡을 전부 연주해주던 첫사랑 빌헬름 등 모두, 알고보면 '크리스틴'의 곁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어린시절의 추억을 이루는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슬프지만은 않은 것이, 당시의 시점에서 서술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인 듯 하다. 예를 들어, 오데트 언니와의 이별을 그린 '노란 리본 자락'에서 크리스틴은 오데트 언니가 떠난다는 슬픔을 느끼지만, 그보다 더 언니가 가진 물건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모두 나누어줄 것이라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커서 슬픔을 완화시킨다.  

 일정한 틀 없이 나열되어 있는 듯한 열여덟 편의 소설들은, 읽어갈 수록 비밀의 문이 열리는 열쇠를 얻는 듯한 느낌을 준다. 처음에는 가족이 몇 명인지, 어떤 사람들이 모여서 가족을 이루는지 알 수 없었다. 몇 명의 이름이 언급되어도, 단지 '글자'에 불과했을 뿐 어떤 의미도 지니지 못했는데, 글 한 편 한 편을 읽어갈 때마다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래서 글 한 편이 한 사람의 인생이나 생각에 접근할 수 있는 하나의 열쇠라고 느껴졌다. 지나치게 자세하지 않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대할 수 있게 쓰여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인물들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것은 지나버린 이야기를 '반짝반짝 빛나는' 이야기로 만들어낸 작가의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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