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비>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리틀 비 Young Author Series 2
크리스 클리브 지음, 오수원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리틀비는 물론, 그녀의 본명이 아니다. 그녀가 살아남기 위해 언니와 함께 자신의 이름을 감추기로 하면서 그녀의 이름은 '리틀비'가 되었다. 그녀는 가끔씩 그 이름에서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리틀비라는 이름을 버렸을 때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 지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자신을 위해 손가락을 잃은 새라와, 배트맨으로 살아가며 세상의 모든 악을 물리치려고 하는 새라의 아들 찰리를 만나며 사랑을 깨닫고, 소중함을 깨닫고, 결국엔 자신의 이름을 찾는다.  

 "고통이 유별난 거라고 생각하면 그건 틀린 거예요. 고통은 바다와 같아요. 세상의 3분의 2를 뒤덮고 있죠." (p.221)

 리틀비가 어린 나이의 소녀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전부 다 아는 듯한 말을 하는 것은 고난의 연속이었던 몇 년간의 기억 때문이다. 자원을 둘러싼 외부인들과의 다툼에 희생된 가족, 그리고 목격자라는 이유로 쫓겨야했던 언니와 리틀비. 그 날, 해변에서 앤드루와 새라를 만났던 날, 언니의 마지막을 그냥 보고 있어야만 했던 그 날, 리틀비는 아무 것도 몰랐던 순수한 시골 소녀에서 벗어났다. 살아남기 위해서 영어를 배웠고, 살아남기 위해서 '잘' 말하는 법을 배웠다. 살아남기 위해서 남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고, 살아남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라와 찰리를 만나 그녀는 상처를 보듬어 주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어쩌면, 피부색이 다르고 자신이 속하지 않은 이 곳 영국에서, 새라와 찰리를 보듬으며 함께, 살아갈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   

 리틀 비, 이 곳에 타인이란 없어. 이 행복한 사람들, 서로 섞인 이 사람들은 같으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고 이 사람들이 바로 너야. 아무도 널 그리워하지 않을 테고 아무도 널 찾지 않을 거야. 그렇다면 이 혼혈의 나라로 걸어들어가서 그 일부가 되지 못할 일이 뭐지? 나는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리틀 비, 그렇게 섞이는 것, 아마 그게 네가 해야 할 일일 거야. (p.345)

 희망은 실현된걸까. 리틀비의 진짜 이름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을 때, 현실은 악몽과도 같지만, 리틀비는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 바가, 리틀비의 입을 통해서 지나치게 직설적으로 언급된 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리틀비>는 좋은 책이다. "나더러 '잘했어'라는 말은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그런 말은 개가 나뭇가지를 물어왔을 때나 하는 말이예요"(p.356)라고 리틀비가 말하는 것처럼, 은연 중에 무시하고 있는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리틀비가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나이지리아에서 영국으로 도망쳤지만 '공식적'으로 나이지리아는 안전한 나라라는 점이나, 영국인으로 태어났거나 국적을 가져야만 가치있고 여기에 속해 있는 사람이라는 여자 경관의 말이나, 수용소에서 풀려났으나 자살하고 마는 이름모를 여인이나-. 너무나 많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소설이라 사회적인 문제를 넘어, 세계적인 화제거리로도 생각할 요소가 많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하고도, 마지막에서는 소설 속의 세계로 환원시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결국은, 소설이 해결해 줄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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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2012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야기 구조가 빈약하다는 평가는 익히 듣고 있었던지라 각오는 하고 갔었다. 재난영화가 다 그렇지 않겠나. 주인공은 평범한 사람이지만, 지극히 평범하지는 않아서 다른 사람들보다 재난의 상황을 빨리 파악하고 대피를 하는데 몇차례의 죽을 위기를 겪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희생(?)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결국은 살아남아 가족애와 인간애를 깨닫는다는 대략적인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그 가족애와 인간애는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감동을 가져주기 때문에, 재난영화를 보고나면 여성 관객 중 몇몇은 꼭 눈물을 닦고 있다(나 역시 그런 관객 중 한 명이다).  

 이 영화 <2012> 역시 재난영화의 서사구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주인공은 422권의 책을 판 무명의 소설가로 이혼한 남자로 리무진 운전사라는 부업도 하고 있다. 물론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이혼한 아내는 다른 남자와 재혼한 상태이고 아이들은 그 남자를 좋아하고 있다. 우연히 간 캠프장에서 미치광이 찰리를 만나고 지구가 멸망할 것이고, 정부는 이를 알면서도 발표하지 않고 우주선을 만들어 선택받은 사람들을 대피시킬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한 귀로 흘려듣는다. 하지만 자신이 운전사로 일하는 집의 아이들 입에서 '우주선'을 탈 것이라는 말을 들은 주인공은 모든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가족을 대피시키려 한다.   

 그 이후, 모든 이야기는 내가 상상한 그대로 실현되었다. 이것은 극찬에 가까운 것 같지만, 사실은 악평에 가까운 말이다. 내 상상력의 한계는 이전까지 보아왔던 재난영화 안에 머물러 있는데, <2012> 역시 이 재난영화 안에서 허우적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모든 위험에서도 주인공은 꿋꿋이 살아난다. 비행기를 처음 몰아보는(2번의 경비행기 조종 연습을 해 보았다고는 하나) 사람이 쏟아져내리는 건물과 화산재 속에서 어찌나 조종을 잘 하던지, 항상 간발의 차이로 위험을 어찌나 잘 벗어나던지 보는 내내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이 다음 장면에서는 이렇게 되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감독이 내 마음을 읽은 것인지 꼭 그대로 실현되었다. 그래서 나는 '리메이크'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히기까지 했다.  

 CG는 훌륭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지역들이 무너져내리고, 해일이 덮쳐오고, 흡사 타이타닉과 같은 배가 침몰되는 장면들은 이제까지 보아왔던 어떤 영화보다 스케일이 크고 잘 만들어졌다. 그런 CG 덕분에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지만, 단지 그것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재난영화인 <해운대>만큼의 유머도, 감동도 없고 단지 CG만이 있을 뿐인 것이다. 절친한 친구가 죽어도,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같이 싸워왔던 사람이 죽어도, 아버지와 같았던 사람이 죽어도, 그들은 그저 눈물 한 번 글썽이다가 이내 잊어버리고, 자신의 목숨을 부지할 방법에 골머리를 앓는다. 이런 비인간적인 인물들이 150여분의 러닝타임을 빼곡히 채우고 있으니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할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재난영화의 마지막 공식인 인간애를 실현하기 위해 들어간 장면(에이드리안이 다른 사람들을 태우자고 연설하는 장면)은 이미 늦었다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한다. 평범한 사람들은 결국은 이미 다 죽었으며, 에이드리안이 살리자고 주장하는 그 사람들은 결국 10억 유로를 낸  '부자'들이 아닌가 말이다.  

 그러니, 이제까지 나온 재난영화, 그 이상의 것을 바란다면 이 영화는 추천할 수가 없다. 단지, 화려한 CG만이라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나, 주인공 단 한 명의 이야기보다 수십명의 이야기(존 쿠삭이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이 영화는 재난영화답게, 감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수십 명의 조연들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감독의 의도는 실현되지 못한 듯 싶다. 너무나 '전형적인' 인물들로만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가 궁금한 사람은 이 영화에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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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2012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재난영화의 종합선물세트. 딱 상상한 만큼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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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광기
라우라 레스트레포 지음, 유혜경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책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게 되는 것은 '작가'이다. 그 다음이 내용, 그리고 평점 정도가 아닐까. 그런 면에서 이름을 기억하기도 힘든 콜롬비아의 낯선 작가 '라우라 레스트레포'의 작품은 선택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순위에 놓여있다. 거기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실제로 책을 봤다면, 띠지를 벗겼을 때의 표지가 상당히 선정적이라는 점에서 구입하기가 망설여졌을 것이다. 또한 '광기'라는 주제 자체가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에 역시 기대를 갖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내가 이 책에서 가진 단 하나의 기대는 '마르케스'의 추천사 정도였다.   

  "작가는 기자 특유의 취재력과 문학적인 상상력을 동원해 소설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애절한 멜로드라마로 전락할 위험에 빠지지 않고 고고함을 유지하면서도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작가의 감각이 탁월하다. 문학적 유머감각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나는 마르케스만큼의 안목을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당연하겠지만, 이 글에서 문학적 유머감각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했다. 하지만 읽는 즐거움은 발견했다. 이 글은 특이하게도, 대화와 서술을 구분해주는 그 어떤 표지도 쓰이지 않는다. 따옴표도, 문단을 나누어 문장을 구분해주지도 않기 때문에 처음 읽을 때엔 괴롭다. 어디까지가 대화이고 어디까지가 서술인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챕터가 온전한 한 문단으로 구성되어 있고, 서술자가 번갈아가며 달라지기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잡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 이야기의 흐름을 잡아내게 되자, 읽는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누가 이야기를 하는지 파악하고, 실제로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느낌까지 받게 되었다.  

 처음부터 광기에 사로잡힌 여인으로 등장하는 아우구스티나가 왜 그렇게 되었는가,라는 의문에서 시작하는 <광기>는 아우구스티나의 남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확실히 말하자면 동거 중인 남자) 아길라르, 아우구스티나의 옛 남자친구이자 큰오빠의 친구인 미다스, 아우구스티나의 이모이자 그들의 가정을 파괴한 장본인인 소피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물론 아우구스티나가 가끔씩 원래의 정신으로 돌아올 때 들려주는 과거의 이야기도 있다). 그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아우구스티나가 광기에 사로잡히게 된 이유를 알아내려 하고. 그 이유가 '과거'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길라르가 아우구스티나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일기를 발견하여 엮어가는 과거,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던 아우구스티나가 방황하던 시절을 함께 했던 미다스의 과거, 아우구스티나의 가족을 뿔뿔이 흩어지게 했던 소피의 과거가 모두 합해져 '아우구스티나가 광기에 사로잡힌 이유'를 알게 되는 것이다.  

 읽기가 쉬운 작품은 아니었지만,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된다. 마르케스를 위시하여 중남미 작가들의 작품은 문화적 이질감에서 오는 낯설음은 존재하지만, 충분히 몽환적이고 그래서 매력적이다. '라우라 레스트레포'의 이름도 다른 작품을 위해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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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노운 우먼 - The Unknown Wom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는 보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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