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 I’ve Loved You So L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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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란 영화의 제목만으로, 나는 절절하고 애닯은 사랑이야기가 이 영화의 전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보는 듯한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의 창백한 얼굴이 가득 담긴 포스터와 제목이 마음에 와 닿아서 선택한 영화였다.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는 굉장히 도도해 보이는 이미지 때문에 내게는 그다지 친근하게 느껴지지는 않는 배우였지만, 이번 영화의 포스터에서는 왠지 인생의 고난을 한껏 짊어지고 있는 '보통의' 여자처럼 보여서 괜히 마음이 갔다.  

 영화가 시작되고, 영화가 진행되고, 영화가 끝나면서 나는 솔직히 어리둥절했다.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영화가 눈앞에서 펼쳐졌기 때문이다. 남자를 일생동안 사랑해 온 여자의 이야기도, 한 여자를 평생 사랑한 남자의 이야기도 아니었다. 혼자 앉아 연거푸 담배를 피우는 줄리엣(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상당히 인상적인 플롯으로 진행된다. 자신의 6살 난 아들을 죽인 혐의로 15년을 감옥에서 복역한 줄리엣과, 15년만에 언니를 만나는 동생 레아(엘자 질버스테인,이라고 쓰고 있긴 하지만, 프랑스 영화에 낯선 나로서는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외에는 익숙한 배우가 단 한 명도 없다)가 시간 차이를 극복하고 진정한 자매로 거듭나는 이야기가 하나. 그리고 레아의 남편 뤽, 그들이 입양한 두 딸, 뇌손상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뤽의 아버지가 갑자기 나타난 줄리엣을 받아들이게 되는 이야기가 또 하나. 줄리엣이 감옥이라는 공간을 나와 '세상'에서 살아가고 소통하는 이야기가 또 다른 하나. 그래서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도대체 줄리엣이 사랑한 <당신>은 누구지?'라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15년 동안 감옥에 있던 줄리엣에게 사랑하는 남자 따위가 있을 리가 없다. 아들을 죽였으니 남편과는 이미 멀어졌고, 부모님은 줄리엣을 없는 딸로 여기며 면회 한 번 오지 않았다. 나이 차이가 꽤 나는 동생 역시, 그런 부모님 아래서 '언니는 없는 존재'라는 세뇌를 당하며 자랐기 때문인지, 면회를 가지 않았다. 감옥을 나와서 만나는 남자들이라고는 보호관찰관이나 레아의 동료 정도인데, 그들과의 관계도 진도가 나아가지 않고 미지근하다. 그러니 줄리엣이 사랑할 만한 사람의 윤곽은 전혀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이 영화는, 한 편의 미스터리로 읽히는 흥미진진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 미스터리는 중요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줄리엣이 꽉 닫힌 마음을 조금씩 열어가는 과정을 보는 것이, 그렇게 두근두근할 수가 없었다. 시를 읽어주겠다는 조카에게 버럭 화를 내던(나중에는 왜 화를 냈는지 이해하게 되었지만) 줄리엣이, 조카에게 책을 읽어주고 피아노를 가르쳐주는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 그렇게 감격스러울 수가 없었다. 레아와 줄리엣이 같이 피아노를 연주할 때에는, 그들 뒤에서 춤을 추던 딸아이처럼 나도 하늘하늘 춤을 추고 싶어졌다. 그래서 이 영화는, 여성의 인생을 담은 영화이고 가족의 사랑을 담은 영화이기도 하다. 내 호기심을 자극한 미스터리는 조금은 늦게 밝혀져서 왠지 날 맥빠지게 한 느낌도 들지만, 미스터리가 밝혀지기 전까지의 이 영화도, 미스터리가 밝혀지고 난 이후의 이 영화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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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1-08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지 못하는 영화였는데 포스터의 느낌도 그렇고 제목까지 마음에 쏙 들어요. 게다가 그린네님의 리뷰를 읽고 나니 반드시 봐야 할 영화가 되버리네요. 혹시라도 잊을지 몰라 언제라도 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이 리뷰를 별찜해 두었어요.

그린네 2010-01-11 01:26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영화, 의외의 발견이었어요^^ 포스터, 상당히 괜찮죠? 왠지, 다락방님도 이 영화 좋아하실 것 같아요-
 
- Qu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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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타 동물이 등장하는 영화만큼 감정을 흘리지 않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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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시민 - Law Abiding Citiz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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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정의'란 무엇인가? 악한 자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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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매니지먼트 -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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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브 매니지먼트>는 보는 사람의 염장을 지르는 영화다. 어울리지 않는 두 배우, 제니퍼 애니스톤과 스티브 잔의 조합을 보는 것이 가장 불편했다. 두 배우 모두의 팬이 아닌 나로서는,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라 생각하고 이 영화를 선택했는데(사실 <어글리 트루스>와 같은 재미를 느끼길 바랐다. 전형적인 플롯이지만 이야기를 알콩달콩 꾸려가는 연출력이나 배우들의 조합이 썩 괜찮았던 탓이다), <러브 매니지먼트>는 내 예상과는 상당히 달랐던 것이다. '스티브 잔'이라는 배우를 전작인 <퍼펙트 겟어웨이>에서 눈도장 찍었던 나에게, 그가 원래 코믹영화에서 활약하던 배우라고 해도, 이 영화의 순수청년 마이크의 캐릭터가 겹쳐보이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무 것도 모릅니다'라는 순진한 얼굴을 하고 천진난만한 미소를 띄고 있어도 언젠가는 본색을 드러낼 이중인격자같은 얼굴로만 보였다.  

 더구나 영화는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에피소드들의 무한 반복으로 보는 이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샴페인이나 와인을 가져다준 답례로 엉덩이를 만져보게 해 주는 여자, 대륙의 반을 가로질러 '편도' 티켓을 들고 여자를 무작정 찾아가는 남자, 옛날 남자친구가 찾아왔다고 바로 따라가 동거를 시작하는 여자, 처음 본 남자를 자신의 가게에 숙식제공으로 취직시키는 것이나, 실연의 아픔을 불교에 귀의하는 것으로 달래는 것 등의 개연성 없는 에피소드들은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지 않았다(영화를 보면서 혹시 개봉하면서 삭제된 분량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이야기가 뚝뚝 끊기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큰 줄거리만 놓고 보자면, <러브 매니지먼트>는 한 여자만을 죽어라 짝사랑하는 일편단심 민들레, 해바라기, 기타 등등의 순애보적인 상징으로 대체될 수 있는 남자의 사랑이야기이다. 첫눈에 반한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와인과 샴페인 등의 선물 공세를 펼치고, 더한 관계로 발전하게 되자(여자는 낯선 곳에 방문해서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 되고 싶은 의도였겠지만) 떠난 그녀를 찾기위해 무작정 떠나는 남자의 이야기말이다. 여자의 어떤 모습도 사랑해주고, 그녀를 위해 자신의 삶을 바꾸는, 그녀와의 사랑이 곧 자신의 꿈인 그런 남자가 러닝타임 내도록 나온다. 요즘 세상에 저런 남자가 어디있나, 싶으면서 내 남자는 왜 저러지 못하나, 싶기도 하니, 싱글이든 커플이든 어쨌든 이 영화는 보는 사람의 염장을 지르는 영화다.  

 이 영화가 주는 한가지 즐거움이 있다면, 그것은 머리를 빡빡 민 우디 해럴슨을 보는 재미다. 한물간 펑크족으로 나오는 그는 개를 키우는 취미를 가진 데다, 비비탄을 총으로 쏘아대는 무식과격한 남자로, 그냥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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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부족함은 놀라운 화면으로 모두 커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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