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딕슨 카의 소설은 처음이다. 오랜만에 읽은 고전추리물은 참 새로웠다. 예전에 작가도 모르고 마구 읽었던 문고판이 생각나서 혼자 므흣해졌다가 짧고 간결한 추리에 탄복했다가.

 <황제의 코담뱃갑>은 멋모르고 마구 읽던 시절, 아무래도 해문출판사에서 나온 책으로 읽은 작품인 듯. 트릭과 주인공이 영 낯설지가 않았다. 하지만 범인을 알 수가 없었는데, 역시 내 모자란 기억력을 탓해야지 누굴 탓하겠는가. 어떻게, 범인도 기억이 안 나냐구우!!

 

 

 

 

 

 제목은 정말 흥미로웠는데, 내용은 영 맥을 못춘다. '11문자 살인사건'이라는 제목이 기대만큼 내용에 녹아있지 않아서 그런가..? 그렇다고 별볼일 없는 책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한시간 반 만에 독파했다. 읽히기는 술술 잘 읽힌다.

 

 

 

 

 

 미우라 시온은 처음이다. 솔직히 "스포츠"라는 소재는 영화에서 등장할 때 나에게 엄청난 감동을 선사한다. 그것이 상투적이든 아니든, 나는 스포츠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지 않은 적이 없다. 이 책은 "스포츠"라는 소재를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것, 1+1 이벤트 행사를 했다는 것 때문에 장바구니에 쏙 집어넣은 것이다.

 예상외로, 정말 큰 감동을 받았다. "스포츠"라는 소재는 영상이든 활자든 어느 매체를 통해서도 감동을 줄 수 있구나, 싶었다. 그것은 미우라 시온이라는 작가의 역량도 작용했겠지만-. 난 그들의 열정과 그들의 꿈과 그들의 젊음이 참 좋았다.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핑 돌았다.

언제든 재독하고 싶은 책이다.

 

 

 

 

 

 십각관에 이은 관시리즈. 십각관에서 눈에 익혀 두었던 두 인물-가와미나미와 시시야(전편에서는 시마다)-이 등장해서 와락, 반가운 느낌이 들었던 작품이다. 예상했던 대로 흘러가는구나 싶더니, 십각관보다 한층 정교해진 트릭에 감탄하게 되었다. 나는 언제 어줍잖은 추리를 벗어나 시시야와 같은 멋진 추리를 해낼 수 있을까.

 오랜만에 정통 추리소설을 읽은 듯 하여 뿌듯하다.  

 

 

 

 

 

 분위기 묘사가 탁월하다. 무미건조한 듯하면서도 인간적인 정이 있는 형사 에를렌두르가 등장한다. 그는 영화에서 갓 나온 듯한 멋진 형사가 아니다. 이혼의 아픔, 딸의 타락, 중년의 건강을 지닌 평범하다 못해 불쌍한 남자다. 단순한 것만 같았던 하나의 살인사건으로부터 과거의 비밀이 모조리 밝혀지기까지, 나는 눈물겹고 가슴 아릿한 이야기를 꾹 참아내야 했다.

 트릭의 정교함, 반전의 기막힘만이 추리소설의 전부가 아님을, 이 작품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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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즈쿠이 슈스케라는 작가가 쓴 책은 처음 접했다. 우리나라에 출간된 책도 <범인에게 고한다> 외에는 별달리 없는 것 같다. 이 책은 한마디로 '경찰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주인공인 마키시마는 경찰로 유아범죄 수사를 맡고 있고, 매스컴에 당한 뼈아픈 기억을 갖고 있으면서 또 다시 매스컴의 힘에 빌어 범인을 잡고자 한다. 뜻하지 않은 방해공작과 소소한 트릭들이 나와서 잔재미도 있었고, 냉정한 모습을 보여주던 마키시마가 오열을 터뜨리는 부분에서는 적지않은 감동도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재미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읽는 내내 영화 <춤추는 대수사선>이 생각날 정도로 긴박감이 있었다. 하지만, 작은 사이즈의 책에 분권이라니, 처음 읽을 때부터 마음이 확 상하고 시작했던 책이라 재미를 오히려 반감시켰다고 할까. 제발! 이런 분권은 앞으로 절대 사양이다.

 

 

 

 

 

 주문하고 받은 책 표지가 구겨져있어서 읽기 전부터 마음이 조금 상해 있던 책.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풋풋함이 살아 있어서 좋았다. 요즘 출간된 히가시노 게이고는 '트릭'보다 '동기'에 주목하고 있어서 별다른 감흥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동기'에 감흥을 받는 것도 한두 번이지, 솔직히 조금 지겨워지던 참이었는데 이 작품을 만나서 다행이다.

 <방과후>에서의 동기는 솔직히 공감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추리에 나가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다. 내 방과후를 떠올리는 즐거움도 있는 책이다. 단번에 읽혀버리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오랜만에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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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쎄.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중을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감정이입,과는 전혀 상관없이 완벽한 제 3자가 되어 관찰하는 시간이었다고나 할까. 내가 좋아하는 확실함, 명쾌함이 전혀 없는 책이지만, '온다 리쿠'이기에 매혹적인 책이고, 용서가 가능한 책이 아닐까. '새로움'을 보장 할 수는 있지만 누구나에게 '재미'를 보장하는 책이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탐정이라 하기엔 몇 퍼센트 부족한 '스기무라 사부로'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 1탄. 사실 시시하다,라는 평을 들은 적이 있어서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읽었는데, 이게 왠걸. 정말 '따뜻함'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추리소설에서 '따뜻함'이란 뭔가 모순되는 단어같지만, 이 소설에서만큼은 전혀 어색하지 않게 어울린다고 단언할 수 있다. 단지 하나의 '사고'를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는 가족 간의 따뜻함을 담고 있고-그렇지 않기도 하지만- 스기무라를 대하는 미미여사의 따뜻함을 담고 있다.

 읽는 내내 훈훈하고 미소짓고 눈살 찌푸리게 된 것은, 주위의 누군가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름없는 독"이 기대된다. 그리고 곧 출간될 "스나크 사냥" 역시, 기대된다.

 

 

 

 

 

 전편 "누군가"에 이은 스기무라 시리즈. 나는 이제 그에게 친숙함 마저 느끼기 시작했다. 가끔씩 그의 재치넘치는 말에, 혹은 몹시 평범한 말에도 킥킥대면서 웃기까지 하는 내가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이 책이 유머로 가득차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사실 나는, 이 책만큼 무서운 책은 읽은 적이 없다. 피가 낭자한 살인의 장면이 등장하지도 않고, 날카로운 흉기가 등장하지도 않지만, 이 책에는 그보다 100배는 무서운 '사람'이 등장한다.

 추리소설을 뭐하러 사면서까지 읽느냐는 몇몇 사람들의 말에, 나는 우스갯소리로 "사람을 믿지 말라는 교훈을 얻기 때문이지."라고 말하곤 한다. 그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새삼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다. 하지만, 희망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계속 읽게 되는 게 아닐까. 미미여사도 그런 희망을 보이고자 왠지 스기무라를 또 등장시킬 것 같다.

 

 

 

 

 

 스티븐 킹의 아들이라는 조 힐이 쓴 장편 소설. 유령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호러에 가깝지만, 단순히 호러소설로 치부하기에는 아까운 소설이다. 정황 묘사가 세세하지는 않지만 액션이 넘쳐서, 읽는 이로 하여금 숨막힐 듯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그뿐아니라 심리 묘사가 끝내준다. 심리를 치밀히 묘사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많은 부분을 할애하며 꽤 정성들여 표현하고 있다. 내내 주인공에게 동화되어 과거와 현재와 공포와 안도감 사이를 오고가게 하는 것이 그 심리 묘사가 가진 힘이다. 거기다 로맨스까지 가미되어 있다니.

 너무 칭찬만 했나. 책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 깨달은 점은.. 내가 이런 심령소설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요괴나 유령이나 다를 것이 없을 텐데, 샤바케나 교고쿠도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 유령이 등장하는 소설은 안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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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주 독서 성적이 의외로 저조하다. 너무 더워서 속도가 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부터가 아닌가 의심스럽다.

 원래, 소설을 고르는데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작가'와 '비평'이다. 누구나 그렇긴 하지만. 이처럼 검증되지 않은 책을, 그것도 내가 아주 싫어라 하는 '어린 아이의 죽음'과 연관된 책을 덥석 집어들게 된 것은 불행히도 "공짜"의 유혹 때문이었다. 1권의 가격으로 2권까지 준다는데 지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어쨌든. 후회한다. 생각해보면, 굳이 두 권으로 출판한 의도가 궁금할 지경이다;;

 소설은, 한 마디로 내 취향이 아니다. 등장하는 모든 주요 인물의 관점에서 사건이 서술되므로 그들의 심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그것은 '범인'도 마찬가지이다. 상상하는 즐거움을 모두 빼앗아버린 것과 마찬가지다.

 후반부로 갈수록, 전반부에서 보여주기로 했던 범인의 심리 상태는 감추어지고 주변 인물이 중심이 되어 아픔과 무의미함과 슬픔을 나열한다. 덕분에 소설을 읽는 내내 불편하고 필요없는 감정의 과잉이 일어나 읽기가 힘들어졌다. 그러다 보니 작가 자신도 이야기를 수습하기도 힘들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일본 외의 미스터리 소설은 그만-. <메시아>와 <테라피>를 사려고 장바구니에 담아 놓았는데 다시 망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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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소설. 제목만 보고서 주인공 '마일즈'가 '전쟁'을 치뤄내는 이야기가 주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쟁의 치열함과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하나의 사건을 겪으면서 '마일즈'가 어떻게 성숙하는 지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그래서 나는 감히 SF소설의 탈을 쓴 성장소설이라고 하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재미가 없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곳곳에 숨어있는 위트. 1인칭 시점이 아니지만 꼭 1인칭 시점과 같은 느낌을 주는 주인공에 대한 절대 공감. 그 어떤 주인공보다 멋있거나 영화 속 인물과 같진 않지만-마일즈는 오히려 몸과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장애인'에 가깝지 않은가- 그렇기에 더 감동적이고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된 것이 아닐까.

 

 

 

         

                                                                                                                      

   새로 빠져들고 있는 작가. '본격' 추리소설에 목말라 하고 있던 내게 단비같은 존재인 요코미조 세이시가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도무지 예측할 수 없던 범인, 현재의 사건과 과거의 사건이 맞물리며 자아내는 흥미, 음울하고 기괴한 분위기. 한 번 잡으면 손을 놓을 수 없게 하는 책이었다. 또한,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보이지만 긴다이치의 날카로움은 역시, 마지막에 가서 빛을 발하누나.

 한가지 아쉬운 점은, 전지적 작가 시점이 과도하게 드러난다고나 할까. 예를 들어, "다츠조가 가지고 돌아간 잔과 깔대기는 그대로 부엌 선반 위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훗날 이 일이 범인에게 치명적인 실수가 되었던 것이다."와 같은 단락이 그러하다. 이렇게 친절한 서술자라니, 조금 김이 빠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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