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월 2주

   

 1. 인디밴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는 그 이름만으로 내게는 잊혀지지 않는 그룹인데, 가녀린 여성 보컬의 목소리와 다소 몽환적인 느낌의 노래들을 주로 부른다. 감수성이 한참 예민했을 때(그러니까 때늦은 사춘기가 왔을 때;;) 많이 들었던 노래로, 낮보다는 밤에 듣는 것이 훨씬 와 닿는 그런 스타일의 곡들이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를 떠올리게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가 개봉했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그들의 귀한 얼굴(사실,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나도 정작 얼굴을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라디오에서 목소리만 들었었다)을 무대도 아닌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겠는가. 더구나, 그들의 열정 사이사이에 꿈결처럼 흐르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음악들을 들을 기회도 놓치지 말자. 그들의 음악은 밤, 뿐만 아니라 마음이 허전한 겨울에도 '몹시' 어울린다.

 2. 교도소의 합창단 <하모니>  

 1월 28일 개봉 예정인 <하모니>는 김윤진이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 나문희 여사님도 나오신다고 하니 더욱 반갑다. 몇 줄 되지 않는 시놉시스만으로도 감동을 주는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 감동을 주는 요소로 교도소에서 만든 합창단이라는 소재를 사용했다. 우피 골드버그의 <시스터 액트>를 생각해보면, 이미 한참 전에 유행한 이야기같지만, 나는 TV에서 방영해주는 것을 열 번 넘게 봐도 재밌더라. <하모니> 역시 그런 유머러스함과 즐거움과 꿈, 그리고 감동이 있을 것 같다. 세상을 버리고, 세상에서 버려진 그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소리가 마음을 울릴 것이다.

 3. 길거리 음악가 <원스> 

 음악,으로는 더이상 말 할 것이 없는 영화 <원스>. 이 영화를 보고 o.s.t를 얼마나 열심히 들었는지 영어가 안 되는 나도 가사를 외울 정도-. 길에서 연주하는 것을 행복으로 삼는 남자와, 그에게 다가온 여자의 사랑이야기는 음악으로 조금씩 진전되어 간다. 초라하고 궁색한 모습이라도 그들에게는 빛나는 열정이 있다.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와 멋진 기타 연주를 즐길 수도 있고, 그들의 섬세한 감정이 표현된 노래를 러닝타임 내내 즐길 수 있다.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어야 그 장면이 떠올라서 감정이 풍부해진다. 두 번 보고 세 번 봐도, 아프지만 좋은 영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2010년 1월 1주 !

 요즘, 극장가는 <아바타>의 기세가 무섭다. 대부분의 스크린을 <아바타>가 장악하고 있고, 그 뒤를 이은 영화들 역시 <전우치>나 <셜록홈즈>, <나인>, <더 로드>와 같은 대작(제작비를 꽤 많이 들였거나 인지도가 상당히 높은 배우를 기용한 경우, 광고를 많이 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단지 이러한 시기에 개봉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작은 영화들에 관심을 기울여 보자.  

 

'강아지 퀼을 둘러싼 모두의 사랑'을 경험하는 즐거움  

 최양일 감독의 특이한 영화, <퀼>. 옆구리에 반점이 있는 강아지 퀼이 자라서 맹인 안내견이 되기까지, 첫 훈련부터 첫 파트너를 만나 훌륭한 역할을 해내기까지의 과정이 담담하게 그려진 영화 <퀼>이다. 겨울에 보면 더욱 훈훈하고 감동적일 영화이고, 영화의 대부분을 이끌어가는 강아지 퀼은 귀엽고 친근한 생김새와 성실한 연기로 탄성을 자아낸다. 퀼을 훈련시키는 조련사나 젖을 뗄 때까지 키워낸 사람들, 안내견이 되어 만난 맹인 아저씨와 그의 가족이 보여주는 '퀼'에 대한 사랑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그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하는 퀼, 그리고 퀼을 매개로 소통하는 사람들 역시 보기 좋다. 때리고 부수고 날아다니는 즐거움은 없지만, 사랑으로 화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즐거움은 분명히 있다.  

  

'상처를 감싸안는 자매의 사랑'에 안도하는 즐거움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피를 나눈 자매 사이에도 마찬가지. 하물며 15년 동안 만나지 않은 자매 사이라면 더욱 그렇다. 언니 줄리엣이 감옥에 들어간지 벌써 15년이 지났다. 그동안 단 한 번도 언니를 만난 적이 없는 동생 레아는 줄리엣이 감옥에서 출소하는 날, 언니를 데리러간다. 그 때부터 두 사람 사이의 15년이란 간극을 좁히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다. 닫힌 마음을 열고, 쌓인 오해를 풀기 위한 노력은 점점 성과를 보이는 것 같다. 줄리엣을 경원시하던 레아의 남편이나, 레아의 동료 역시 줄리엣을 향한 시선이 달라졌다.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과정은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비밀이 밝혀졌을 때, 서로 안아주고 같이 울어주는 자매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고난을 극복하고 마침내 피어나는 사랑!과 같은 거창한 문구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사랑이 있는 영화다.  

 

'어긋난 이야기를 끼워맞추는' 해석의 즐거움 

 찰리 카우프먼의 이름은 익숙하다. <존 말코비치 되기>라는 영화로 '이런 세계가 다 있다니!'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더니, <이터널 션샤인>으로 감동(?)의 세계로 이끈 각본가다. 지나치게 주관적인 느낌의 나열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찰리 카우프먼은 헐리우드에서 인정받는 각본가다. 그가 이번에 감독까지 겸한 작품이 바로 <시네도키, 뉴욕>이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사는 연극연출가 케이든(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은 교외에서 지역 극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화가인 아내 아델(캐서린 키너)은 자신의 경력을 쌓고자 어린 딸 올리브를 데리고 그를 떠나버린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거대한 연극무대를 올릴 일생의 기회가 찾아오지만 연극 속의 삶과 케이든의 실제 삶의 경계가 뒤엉킨다. 이때부터 관객은 뒤엉킨 연극과 실제(영화)를 구분해서 이야기를 끼워맞추기 위한 해석에 도전하게 된다. 선과 악이 명확하거나, 보기에 쉬운 영화는 아니지만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의 연기를 보는 즐거움, 이야기를 해석하는 즐거움은 있는 영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5주

    

2010년 1월 7일 개봉 <더 로드>

 1. 원작소설  

 코맥 매카시의 <로드>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2008년에 출간되어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고, 알라딘에선 블로거들이 뽑은 외국소설 1위를 하기도 했던 소설이다.  "성서에 비견되는 소설"이라는 광고문구에 질타(?)도 많이 받았던 화제작 <로드>는 코맥 매카시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준 작품으로, 대재앙 이후의 지구를 배경으로 길을 떠나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하루만에 잿더미로 변한 땅에서 아들을 지키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약간의 식량과 물을 지키려는 아버지의 사투가 주된 줄거리다. 처절하고 급박한 상황과 다르게 담담하고 건조한 문체에 많은 사람들이 먹먹함을 느꼈다는 소설이었다.   

2. 감독과 배우  

 영화 <더 로드>는 <프로퍼지션>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를 연출한 존 힐코트가 감독을 맡았는데, 감독의 역량이 입증되지 않은 시기에 만들어진 작품이라 작품성에 대해 약간의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입증된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를 보는 것은 하나의 매력일 것이다. <반지의 제왕>시리즈와, <폭력의 역사>등으로 인지도를 높인 비고 모텐슨이 아들을 구하기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아버지를 연기했는데, 사실성을 높이기위해 20kg을 감량했다고 한다. 그가 지키려는 아들 역할을 맡은 코디 스미트 맥피는 나이에 걸맞지 않은 연기력을 보여주어 영화의 균형을 잡는다고 한다. <렛미인>의 헐리우드 리메이크 작에 출연할 예정이라고 하니 이 영화로 눈도장을 찍어두면 좋을 듯 하다. 더구나 회상씬에서 등장하는 아내 역할에 샤를리즈 테론, 작은 역할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로버트 듀발과 가이 피어스까지 볼 수 있는 영화다.  

  

2008년 2월 21일 개봉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1. 원작소설 

  코맥 매카시의 이름이 우리 나라에 알려진 것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였다. 영화가 개봉하는 것과 동시에 소설이 출간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는 '소설의 영화화'라기 보다는 '영화의 원작소설'로 더욱 알려진 소설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이다. 사막의 살인 현장에서 거액이 담긴 돈가방을 우연히 발견한 모스,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살인자 시거, 세상살이가 모두 귀찮은 듯한 보안관 벨. 세 명의 남자가 쫓고 쫓기면서 진행되는 이 소설은 영화처럼 스릴이 넘치지 않지만 영화보다 더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2. 감독과 배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이제껏 영화화된 코맥 매카시의 작품 중에 작품성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2008년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각색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두말할 것도 없이 이 영화의 감독은 코엔 형제이다. 한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코엔 형제에 대한 찬사는 끝없이 이어질 뿐이다. 그들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원작소설의 재해석과 긴장감 있는 연출로 훌륭한 스릴러로 재탄생했고, 그것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이 배우들이다. 이 영화에서 진정한 연기력을 뽐내게 된 토미 리 존스는 허무주의자인 듯 하지만 세상을 꿰뚫어보는 날카로움을 지닌 보안관 벨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하지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진정으로 빛나는 배우는 하비에르 바르뎀이다. <씨 인사이드>와 같은 작품으로 내게 얼굴을 알린 그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냉혹한 살인마 시거를 연기하여 온갖 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을 싹쓸이했다. 그는 이 영화에서 특이한 헤어스타일로 소름돋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  

  

2001년 8월 비디오 출시 <올 더 프리티 호시즈>

1. 원작소설 

  영화가 개봉되지 않고 바로 비디오로 출시되었기 때문에(아마도 국내에 코맥 매카시라는 작가가 소개되지 않아 큰 인지도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영화화되었다는 것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을 듯하다. 영화보다 훨씬 늦은 2008년에 국내에 출간된 <모두 다 예쁜 말들>은 <국경을 넘어>, <평원의 도시들>로 이어지는 '국경 3부작'의 첫 작품이다. 미국에서조차 대중적이지 못했던 코맥 매카시를 대중적인 작가로 만들어준 작품이라고 하는데, 역시 서부를 배경으로 엄마와 마찰을 빚고 멕시코 국경을 넘은 소년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2. 감독과 배우  

 영화 <올 더 프리티 호시즈>는 배우로 더 유명한 빌리 밥 손튼이 감독으로서 두 번째로 연출한 작품이다. 빌리 밥 손튼은 <슬링 블레이드>로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성공적인 감독 데뷔를 했는데(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받기도 했다), 코맥 매카시의 작품을 각색하여 영화화한 것(더구나 처음이라는 부담감도 작용하지 않았을까)은 지나친 욕심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운 문체로 더 유명한 매카시의 작품을 사건 위주로 전달하려다 보니 이야기가 지나치게 단순하고 산만한 경향이 없지 않다. 아름다운 풍경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없어서 아쉬운 영화지만, 맷 데이먼과 페넬로페 크루즈라는 걸출한 배우들의 호연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해서 즐거운 영화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4주

 

히스 레저, 그의 모습이 보고 싶어요! 

 2008년 1월 22일, 히스 레저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세상을 떠났다.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에 아파하는 외로운 청년이었던 히스 레저의 죽음은 너무나 급작스러웠고, 그가 없는 영화는 황량했다. 관객들은 히스 레저의 유작인 <다크 나이트>에서 암울하고 잔혹한 조커로 변신한 그의 연기에 감탄했지만, 더이상 그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그를 보고 싶어하던 사람들에게 아주 반가울 영화가 바로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이다. 40%의 촬영만이 진행된 상황에서 히스 레저의 죽음을 맞이한 이 영화는, 히스 레저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을 위해 그를 고스란히 남겨두고 그의 또다른 모습을 가장한 세 배우를 기용해 완성되었다. 조니 뎁, 콜린 파웰, 주드 로가, 거울을 통해 선과 악을 넘나드는 토니의 여러 모습을 표현해냈다.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상상극장, 히스 레저를 다시 보고 싶어하던 관객의 꿈을 실현해주는 영화라는 점에서 정말 딱 들어맞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슈퍼 히어로, 우리나라에는 없나요?   

 배트맨, 슈퍼맨, 스파이더맨을 비롯해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도 끝까지 살아남는, 혹은 지구를 구하는 슈퍼 히어로는 모두 외국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한국영화에는 이렇다할 영웅이 등장하지 않으므로(굳이 꼽으라면, 최근에 개봉했던 <홍길동의 후예>라든가 이미 묻혀버린 <흡혈형사 나도열> 정도가 아닐까? 사실, 슈퍼 히어로라 부르기도 민망한 캐릭터들이다) 누구나 한국형 슈퍼 히어로를 상상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만족시켜 줄 영화가 바로 <전우치>다.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를 통해 세상을 속이는(혹은 세상을 휘어잡는) 주인공을 보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었던 최동훈 감독이 이제는 <전우치>를 통해 익살스럽고 재치만점에 도술을 부려 요괴를 퇴치하는 한국의 슈퍼 히어로를 만들어냈다. 하늘을 나는 공중부양력은 기본으로 갖추고 있고 여러 도술과 도구를 통한 힘의 극대화, 영웅이라면 갖추어야 할 잘생긴 얼굴과 풍부한 매력, 그를 우상시하는 미모의 여성까지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제대로 갖추었다. 우리는 이제, 우리만의 슈퍼히어로인 전우치의 활약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재활용 밴드'의 환상적인 음악을 실제로 듣고 싶어요 

 10여년 전 중, 고등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혹은 감수성이 예민했던 대학생이라면 천계영의 만화 <오디션>을 '반드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생생한 캐릭터와 풍부한 감정 묘사, 아름다운 그림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오디션>. 국철은 소매치기로, 류미끼는 댄스가수의 백댄서로, 장달봉은 중국집 배달원으로, 황보래용은 조울증에 시달리는 고등학생으로 살아가고 있을 때, 이들을 한 곳에 모으는 것은 송송그룹의 외동딸 송명자. 이들의 재능을 알아본 송송그룹 회장의 유언 때문이었다. 마침내 결성한 밴드의 이름은 '재활용밴드'. 재능과 열정이 넘치는 수많은 밴드들을 물리치고 오디션을 차례차례 통과해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꿈을 가진 그 시절 우리의 우상이었다. 만화를 돌려읽고 만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우리에게 머릿속으로 '재활용 밴드'가 부르는 노래를 상상하는 것은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그런 와중에 들려왔던 <오디션>의 애니매이션화 소식. 팬들은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상상했고, 주인공들이 어떤 목소리를 가질지 상상했고(가상 캐스팅도 이루어진 것으로 기억된다), '재활용 밴드'가 부르는 노래가 실제로 어떠할지 꿈꿨다. 10년이 지나고 이제 드디어 그 꿈이 실현되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추억을 되살리는 기분으로, 내 상상이 어디까지 이루어졌는지 확인해보는 마음으로 기꺼이 선택할 수 있는 영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3주

 

눈 대신 아름다운 소리로 세상을 보는 아이, 미르코 

1. <천국의 속삭임>이 특별한 이유 

 포스터에서 보다시피, 미르코는 행복하게 웃고 있다. 그의 뒤에는 밝은 빛이 비춰지고 있어 미르코의 표정과 함께 눈이 부시다는 느낌을 준다. 그것은 이 영화, <천국의 속삭임>이 일반적인 장애를 가진 인물을 다루는 영화와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애를 소재로 한 일반적인 영화의 공식은, 힘들고 괴롭고 고통스러움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그것을 극복해 가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진다. 관객은 오랫동안 주인공과 함께 그 고통을 겪어왔기 때문에 마침내 극복했을 때, 감동하고 행복해한다. 하지만 <천국의 속삭임>은 다르다. 미르코는 상당히 긍정적인 아이로, 부모님은 이해심 많고 자상하며 좋은 친구들이 곁에 있고 훌륭한 선생님을 만난 운이 좋은 아이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시종일관 밝고 명랑하다. '눈물'보다는 '미소'를 주는 이야기, 미르코의 미소에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보자.  

2. 성장 영화의 매력  

 미르코는 이탈리아 음향 감독인 실존 인물, 미르코 멘카치를 모델로 하고 있어 더욱 감동을 준다. 눈 대신 소리로 세상을 알아가는 기쁨을 알게 된 미르코에게 보는 연극이 아닌 듣는 연극을 공연할 기회가 주어진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꿈을 찾고 작게나마 꿈을 이루는 마르코의 모습에서, 지난 시절 많은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했던 <시네마 천국>의 토토를 떠올린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한마디로,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찾은 이탈리아 소년 미르코의 성장 영화라고나 할까.  

  

보고 듣는 즐거움을 아는 즐거움으로 대신하는 미셸 

1. <블랙>이 특별한 이유  

 이 영화는 장애를 극복하는 데서 오는 감동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지만,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면 스승과 제자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어린 시절 그 누구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던 미셸을 응석받이에서 제대로 된 사람으로 바꾼 것이 바로 스승 사하이. 보고 듣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 그녀가 아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 계기를 마련해 준 사람이 바로 사하이였던 것이다. 두 사람의 끈끈한 관계는 성인이 될 때까지 지속되어 미셸은 자신을 떠난 사하이 선생님을 항상 그리워하며 지낸다. 그런 그녀 앞에 다시 나타난 선생님은 마치 예전의 미셸의 모습처럼 보이고, 미셸은 선생님이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모든 마음을 쏟아 선생님을 치유하려고 한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만 않아도 다행이라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자신을 도왔던 사람을 도우려고 한다는 설정. 그것처럼 훌륭한 극복기가 어디 있을까.  

2. 인도 영화의 매력 

  산제이 릴라 반살리라는 감독의 이름, 라니 무커르지라는 이름의 여주인공, 아미타브 밧찬이라는 이름의 남주인공. 모두 낯선 이름과 낯선 얼굴의 소유자다. 인도라는 나라에서 만든 영화는 우리에게, 솔직히, 재미없는 영화로 인식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블랙>을 통해, 인도 영화도 얼마든지 상업적일 수 있고 우리의 감성에도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오히려 인도인의 매력적인 느낌이 영화에 반영되어 다른 인도 영화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세상을 달리며 자신만의 세계에서 벗어난 초원이 

1. <말아톤>이 특별한 이유  

 한국영화에서 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는 흔치 않다. 지나치게 현실적이었던 묘사로 조금은 불편했던 <오아시스> 외에는 딱히 생각나는 영화가 없으니까. 하지만 이 영화 <말아톤>으로 한국영화의 소재는 좀더 풍성해졌다. 그전까지 정신지체와 관련된 인물의 이야기는 웃음을 주는 코믹한 요소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혹은 텔레비전에서 다큐멘터리 형식을 통해 다루는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신체적인 장애가 아니기 때문에 일단은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보는 '일반인' 관객에게, 평범한 삶에서는 외면당하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눈길을 받아야 하는 초원이가 달리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폐증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였다(물론 실제 인물인 배형진씨의 이야기가 플러스 요인이 되었을 터다). 더구나 아픈 이야기를 아프게만 표현하지 않고, 따뜻한 감성과 코믹한 에피소드로 표현해 가족드라마로까지 나아간 점은 많은 관객들을 눈물짓게 한 원동력이었다고 본다.   

2. 배우 조승우의 매력 

 솔직히 나는 이 영화 이전의 조승우를 더 좋아한다. 메이저 배우가 아니라 마이너 배우였을 당시의 그, 매니아 층은 있었지만 대중적인 인지도는 부족했던 그 시절의 조승우(연기는 그 때나 지금이나 다 좋았다고 본다). <말아톤>은 대중에게 조승우라는 배우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던 작품이고, 그의 연기력을 비로소 인정받게 된 작품이다. 청춘배우로 소녀들의 환호를 받을 시기에, 자폐증에 걸린 5살 정신연령의 스무살 초원이를 연기하기는 그다지 쉽지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선택했고, 해냈고, 영화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조승우가 아니었다면 도대체 어느 배우가, 달리기를 통해 세상과 대화하는 해맑은 초원이를 표현해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