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치백 - 2023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이치카와 사오 지음, 양윤옥 옮김 / 허블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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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혹은 문학이란 장치의 고유한 장점을 잘 살린 작품.
모두의 선이란 것은 존재할 수 없듯이 모두의 악이란 것도 틀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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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1-04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 예상밖 별넷 ㅋ

다락방 2024-01-04 09:20   좋아요 1 | URL
소설이어야, 다시 말해 책이어야 너무 맞춤한 이야기들이 있잖아요. 그 재미가 극대화되는 거요.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는 이메일로 교류하는 거라 서로 얼굴을 모르는데, 우리도 그 얼굴을 모르잖아요? 만약 이게 연극이나 영화였으면 책만큼 재미를 줄 수 없었을 텐데, 이 책 <헌치백>도 결말에 이르면 이게 책이어서 좋구나 싶더라고요. 헌치백은 영화나 연극이었으면 정말 아주 잘 만들어야지 자칫 잘못하면 영 망가질 것 같아요. 책으로 만나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어요.
 

두께가 3, 4센티미터나 되는 책을 양손으로 잡고 집중해야 하는 독서는 다른 어떤 행위보다 등뼈에 부하가 많이 걸리는 일이다. 나는 종이책을 증오한다. ‘눈이 보이고, 책을 들 수 있고, 책장을 넘길 수 있고, 독서 자세를 유지할 수 있고, 서점에 자유롭게 사러 다닐 수 있어야 한다‘
라는 다섯 가지의 건강성을 요구하는 독서 문화의 마치스모를 증오한다. 그 특권성을 깨닫지 못하는 이른바 ‘서‘책 애호가‘들의 무지한 오만함을 증오한다. 구부러진 목으로 겨우겨우 지탱하는 무거운 머리가 두통으로 삐거덕거리고, 내장을 짓누르며 휘어진 허리가 앞으로 기운 자세탓에 지구와의 줄다리기에 자꾸만 지고 만다. 종이책을을 때마다 내 등뼈는 부쩍 더 휘어지는 것만 같다. - P37

17) machismo. 남자다움, 남성우월주의. ‘남자다운 남자‘를 뜻하는 스페인어 ‘마초‘에서 유래. - P37

짜증이나 멸시라는 건 너무 멀리 동떨어진 것에는 던지지 않는 법이다.
내가 종이책에서 느끼는 증오도 그렇다. 운동 능력이없는 내 몸이 아무리 소외를 당하더라도 공원 철봉이나정글짐에 증오감을 품지는 않는다. - P44

비장애인과 장애인 사이에서 갈기갈기 찢기는 심적인 고뇌를 〈모나리자> 그림에 던졌던 요네즈 도모코의 심정 그 자체와 완전히 동일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 나름대로 〈모나리자〉를 더럽히고 싶어지는 이유는 있다. 박물관이든 도서관이든 보존되는 역사적건조물이 나는 싫다.
완성된 모습으로 그곳에 계속 존재하는 오래된 것이 싫다. 파괴되지 않고 남아서 낡아가는 데 가치가 있는 것들이 싫은 것이다. 살아갈수록 내 몸은 비뚤어지고 파괴되어간다. 죽음을 향해 파괴되어 가는 게 아니다. 살기 위해 파괴되고 살아낸 시간의 증거로서 파괴되어 간다. 그런 점이 비장애인이 걸리는 위중한 불치병과는 결정적으로 다르고, 다소의 시간 차가 있을 뿐 모두가 동일한 방식으로 파괴되어 가는 비장애인의 노화와도 다르다. - P60

책을 읽을 때마다 등뼈는 구부러져 폐를 짓누르고, 목에는 구멍이 뚫렸고, 걸어다니면 여기저기에 머리를 쿵쿵찧으며 내 몸은 살아가기 위해 파괴되어 왔다.
살아가기 위해 싹트는 생명을 죽이는 것과 과연 무슨차이가 있을까.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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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속마음을 애써 외면하면서 메뉴에 있는 음료 중 가장 칼로리 높고 가장 달달한 것으로 시켰고, 보란 듯이 휘핑크림도 추가했다. 사과 하나를 추가해 균형을 맞춰야 하나 아니면 아예 막 나가서 쿠키를 추가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애덤이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 직원에게 내밀었다.

"앗, 안 돼요. 아뇨, 아뇨, 이건 아니죠. 안 된다고요." 올리브가 그의 손을 자기 손으로 막으며, 목소리를 한껏 낮춰 덧붙였다. "내 것까지 계산하면 어떡해요."

애덤이 눈을 깜빡거렸다. "그러면 안 돼?"

"우리 가짜 관계는 그런 관계가 아니에요."

애덤은 놀란 눈치였다. "아니야?"

"아니고말고요." 올리브가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나는 자기가 상남자라서 커피값 계산해야 한다고 믿는 남자랑은 죽었다 깨나도 가짜 데이트하지 않아요."

그러자 애덤이 한쪽 눈썹을 올렸다. "방금 올리브가 주문한 걸 '커피'라고 부르는 언어권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데."

"잠깐 …."

"그리고 내가 '상남자'라서 내는 게 아니라 …." 애덤은 그 단어를 뱉을 때 조금 괴로워 보였다. "올리브가 아직 대학원생이라서 그러는 거야. 그리고 올리브의 월급을 생각해서." 

올리브는 잠깐 동안 저 말에 불쾌해해야 하나, 고민하느라 머뭇거렸다. 평소처럼 재수 없음을 발산하는 건가? 나를 깔보나? 내가 가난한 줄 아나? 다음 순간 올리브는 자신이 실제로 가난하다는 사실을, 그리고 애덤이 아마 자기보다 다섯 배는 더 벌 거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래서 그냥 어깨를 으쓱하고 초콜릿 칩 쿠키와 바나나, 검 한 개도 추가했다. 애덤은 그답게 아무 말 없이,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총 21.39달러를 계산했다. -전자책 중에서




올리브와 애덤은 각자의 사정으로 서로 연인인 척 하기로 한다. 조교인 올리브와 교수인 애덤이 연인인 걸 티내기 위해서 모두에게 보란듯이 그들은 매주 수요일 학교 내의 까페에서 만나 데이트를 하기로 한다. 그렇게 하기로 한 첫날, 올리브가 주문한 커피와 간식값을 애덤이 낸다. 애덤이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올리브보다 월급이 더 많기 때문이고, 올리브보다 월급이 더 많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올리브와 있으면서 커피값을 내는 것이 그에게 그렇게 커다란 문제는 아니다. 그리고 올리브가 아니라도, 애덤이라면, 올리브 처지의 다른 사람과 있었을 때 역시나 커피값을 냈었을 거라고 본다. 올리브가 애덤보다 돈을 적게 버는 건 사실이다. 게다가 올리브의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고, 올리브에게 다른 가족도 없다. 가족이라 부를만큼 친한 친구들은 여기 미국에 있고,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캐나다에는 의지할만한 사람이 없다. 올리브는 조교라서 돈도 적게 벌고 혼자라서 끼니도 잘 챙겨먹지 않는다. 그래서 사랑하는 남자와 섹스를 하기 위해 옷을 벗기 전, 내 갈비뼈가 드러나는 거 어떡하지, 하고 앙상한 자신의 몸을 걱정한다. 아직 애덤은 올리브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왜 왔는지, 어떻게 먹고 사는지 잘 모르지만, 그렇지만 일단 자신보다 월급이 더 적다는 걸 인지하고 커피값을 내준다. 커피와 함께 같이 산 간식들은 올리브에게 사흘 치 식량이 된다. 짧고 즐거운 데이트를 마치고 헤어지면서 올리브는 애덤에게 "사흘 치 식량 사줘서 고마워요." 라고 말한다. 그 후의 데이트에서도 애덤은 올리브에게 계속 간식을 사준다. 그것들이 그녀의 사흘 치 식량이 된다는 걸 아는 까닭이다.



내가 이 책의 이 장면을 떠올린 것은 1월 1일에 본 핀란드 로맨스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 때문이다.



'안사'는 유통기한 지난 빵을 집에 가져가려고 했다는 이유로 다니던 슈퍼마켓에서 해고당한다. 이에 술집에서 설거지하는 일자리를 구했는데, 술집 사장은 '매주 월요일에 주급을 현금으로 주겠다'며 그녀를 고용한다. 드디어 첫 월급날이 되었는데, 안사의 사장은 마약밀매를 하다 걸려 경찰에 체포된다. 안사는 월급을 받지 못했다.

그전부터 안면을 익혔던 훌라파는 안사에게 '커피 마시러 갈래요?' 묻는다. 어차피 지금 당장 가야 할 직장도 없고 그래서 안사는 커피를 마시러 가고 싶지만, '그런데 나는 커피값이 없다'고 말한다. 훌라파는 자신이 커피를 사주겠다고 하며 그녀와 함께 카페로 간다. 둘은 커피를 주문했는데, 안사의 직장 사장이 경찰에 체포되어 주급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된 훌라파는 '밥도 못먹었겠네요, 배고프죠?' 라고 묻는다. 안사는 그렇다고 답한다. 실제로 전기요금 낼 돈도 없어 집안의 모든 전기코드도 뽑아버렸던 터다. 훌라파는 그녀에게 빵 사줄테니 빵 먹으라고 한다. 그녀는 사양않고 일어서서 카운터로 가 빵을 하나 골라가지고 온다.



나는 이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매우 좋았다. 


그러니까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되지만, 많은 경우 어떤 노동자들은 급여를 제때 받지 못하고 영원히 받지 못하기도 한다. 그럴 경우 신고를 하기도 하고 어쨌든 빨리 급여를 받을 다른 직장을 구하기도 하는데, 급여를 제때 받지 못한 것 뿐만 아니라 일단 지급 급여를 받지 못하는 구직상태라는 걸 알면, 이미 근로활동중인 상대는 그 사람에게 밥 한 끼 사주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다. 그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나의 이 접근 방법은 훌라파의 접근 방법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훌라파 역시 가난한 노동자이다. 위험한 장비를 가지고 노동하면서 공사현장에서 제공해주는 컨테이너에서 다른 직원들과 함께 살고 있다. 게다가 알콜 중독 문제도 있다. 근무중에도 술을 마시다가 해고를 당한다. 어쨌든 그도 아주 가난하다는 거다. 훌라파가 한 사람을 만났고 '이번주 주급을 받지 못했다'고 할 때, '너 밥 못먹었겠다'를 바로 생각해낼 수 있었던 건, 만약 자신이 주급을 받지 못한다면 자신 역시 같은 처지가 되는 걸 아는 까닭일 것이다. 그러니까 내 경우 상대가 '월급을 못받았어'라고 하면 바로 '너 밥 못먹었겠네'가 나올까? 를 생각해보면 그게 아닐 것 같은 거다. 훌라파는 안사를 혹은 안사의 사정을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이 장면이 너무 인상 깊었고 그리고 너무 좋았다. 다른 사람이 안사에게 해줄 수 없는 것을 훌라파가 바로 해줄 수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급 못 받았어, 너 밥 못먹었겠네? 빵 사줄게. 이런 대화가 가능한 사람은 그 전에 어떤 삶을 살아온걸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제 점심 먹으면서 이 얘기를 e 에게 하니, 내 얘기를 듣자마자 e 는 '그런데 너는 만약 내가 주급 못받았다고 한다면 바로 고기 사줄 사람이잖아?' 하는 거다. 맞다. 나는 고기를 사줄 사람이다. 배터지게 사줄 사람이다. 그런데 그건 이것과 다르다. 나는 e 가 내 앞에서 혹은 다른 사람이라도 내 앞에서 '월급을 못 받았어' 할 때, 대뜸 '밥 못먹었겠네'를 상상 할 수 없다는 거다. 이해는 반드시 경험에서 나오는 건 아니지만, 그러나 이해와 상상력은 경험에서 비롯된다. 안사가 그 상황에 나를 만났다면 내게 밥 사달라고 하지 않는 이상 '지금 안사가 배고플 것이다'를 내가 떠올릴 순 없었을 거라는 거다. 이게 너무 신경이 쓰이는 거다. 나는 훌라파처럼 안사의 배고픔을 짐작할 수 없었을 것이기에. 이게 너무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불편하다. 어떤 도움은 상상력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없는 걸, 훌라파가 했다.

















마틴 에덴의 글이 팔리지 않아 코트까지 내다 팔아야할 정도로 가난했을 때, 그런 마틴 에덴이 밥도 못먹었겠구나, 라고 걱정하며 마틴 에덴의 밥을 신경써준 건, 마틴 에덴이 사랑하는 여자가 아니었다. 그런 마틴 에덴의 굶어 홀쭉해진 모습을 눈치채고 밥을 챙겨준 건, 마틴 에덴보다 아주 약간 나은 형편에 있었던 하숙집 주인이었다. 자신이 먹일 아이들도 있고 혼자 아이들을 키워야했고, 돈이 없어 자신의 공간 한 켠을 하숙을 줘야 했던 하숙집 주인. 그런 하숙집 주인이 돈이 있다면 자기 먹기도 바쁠텐데, 어이쿠 마틴 굶고 있구나, 하고 마틴의 밥을 챙긴다. 굶는 마틴에게 필요한 사람은 밥을 주는 사람이지 사랑을 주는 사람이 아니다. 배고픈 사람에게 필요한 건 밥이지, 사랑이 아니라고. 아무리 돈이 많은 연인이 있어도 내가 지금 돈이 없어 굶고 있다는 걸 눈치챌 수 없다면, 그 돈은 다 무슨 소용이람?

















도스토예프스키의 《가난한 사람들》에서는 찢어지게 가난한 여자와 찢어지게 가난한 남자가 우정을 맺고 편지를 쓰는데, 서로 누가 더 가난한지 모를 정도로 가난하면서, 상대에게 돈을 빌려준다. 없는 돈을 탈탈 털어서, 다른 사람에게 빌리면서까지도 상대가 혹여라도 밥도 못먹을까봐 돈을 빌려준다. 


나 지금 돈이 너무 없어, 이번에 받아야 할 돈을 못받았어, 라고 말했을 때 '어, 너 그럼 밥을 못먹었겠네'를 생각할 수 있는 건, 부자 애인이 아니다. 애초에 부자 친구에게라면 '나 주급을 못받았어'라는 말을 할 수 있었을까? 

















Hey, listen. By the way. It looks like I won't be able to pay rent up here this summer. Marianne looked up from her coffee and said flatly: What?

Yeah, he said. I'm going to have to move out of Niall's place.

When? said Marianne.

Pretty soon. Next week maybe. -p.123


코넬은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간신히 렌트비를 댈 수 있었다. 그런데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서 시간을 줄이자고 했고 그러면 렌트비를 댈 수 없어 사는 곳을 나와야 한다는 것을 뜻했다. 코넬은 이에 메리앤에게 얘기한다. 그들은 자주 만나고 함께 지냈으니, 여기까지만 말했을 때 메리앤이 '오 그러면 나랑 함께 지내' 라고 말해주리라 기대한 까닭이다. 그러면 당장 머물 곳이 해결된다. 그렇지만 직접적으로 너랑 머물러도 될까, 를 묻지는 못한다. 함께하는 시간에 모든 비용을 메리앤이 다 댔기 때문이다. 둘 사이에 그것이 딱히 문제된 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가 너랑 머물러도 될까, 를 묻는 건 힘든 일이다.


메리앤은 메리앤대로 그가 나와 함께 머물 거라고 짐작할 수 없다. 메리앤은 어린 시절 가정폭력에 시달려왔지만 경제적인 상황은 여유가 있었다. 돈이 없었던 적은 없었으나 누군가 자신을 사랑할 거라는 확신을 갖는 건 어려웠다. 나 렌트비가 없어서 사는 곳을 나와야 해, 라는 말에 '나랑 있으면 어때?'를 메리앤은 상상할 수 없다. 너 그러면 엄마 집에 가겠네? 라고 대뜸 묻는 까닭이다. 코넬은 코넬대로 거기에 그렇다고 답한다. 서로가 서로를 향한 원망을 가진 채로 그들은 헤어진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직접 일하지 않으면 잠잘 곳도 없고 먹을 것도 없다. 그런데 그게 뭐든 부족한 적 없었던 사람은, 그런 상황을 상상할 수 없다. 자신이 가진 한계 안에서 대응할 수 있을 뿐이다. 음, 이상한 결론이지만,



나는 그래서 우리가 책을 읽고 영화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무리 간절한 마음으로 상상력아 길러져라, 얍!! 해봤자 그런 게 될 리 없다. 매일 자기 전에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주세요, 백일기도 드려봤자 갑자기 쿵-상상력이 내 머리에 내려앉지 않는다. 그렇지만 노멀 피플을 읽으면 아아, 이렇게나 달라서 이해를 못하네, 를 알게 되고, 마틴 에덴을 읽으면 아이고야, 마틴이 굶고 있는 걸 왜 모르나, 하게 되고, 사랑은 낙엽을 타고 를 보고나면, 아아, 저런 상황에서 어떤 사람들은 정말 굶주릴 수도 있는 거야, 까지 생각해볼 수 있게 된다. 


어휴, 올해 본 첫 영화 때문에 가슴이 후벼 파졌다. 안사에게 배고프지? 를 물을 수 있는 훌라파라서 너무 좋지만, 나였으면 그렇게 묻지 못했을 거란 사실 때문에 마음이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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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핀란드와 여행객
    from 마지막 키스 2024-01-05 11:13 
    핀란드라는 나라에 대해 그동안 특별한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잘은 모르는데, 디자인의 나라이며 교육 수준이 높다고 알고 있었다. 여행 프로그램에서 만나는 핀란드는 굉장히 여유로워 보였고. 여행 프로그램에서 뭘 얼마나 보여주겠냐마는, 그래도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 에서처럼 그렇게나 가난한 사람들이 함께 공존한다고는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어디나 빈부의 격차가 있는건 당연하겠지만, 이것을 사실로 알고 있는 것과 여유롭고 아름다운
 
 
잠자냥 2024-01-03 1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빵 사주는 장면 진짜 좋았죠. 그 빵 한덩이 클로즈업 될 때... 레이먼드 카버 <대성당>의 빵 한덩이도 생각나기도 했고.
극장 가서 둘이 좀비 영화 본 장면도 좋았어요. 이렇게 웃은 적이 처음이라고 했던가...
(전 다른 사람들이 그 좀비 영화 보고 나오면서 고다르니 부뉴엘 영화 같다고 하는 장면 보고 빵터짐ㅋㅋㅋㅋㅋ 핀란드 사람들은 좀비 영화 보고도 고다르를 떠올리나 ㅋㅋㅋㅋㅋ)
아무튼 빵과 웃음이 백마디 사랑해보다 나을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락방 2024-01-03 12:23   좋아요 2 | URL
맞아요. 이렇게 웃은 적이 처음이라고 했을 때, 뭐야 좀비 영화가 가장 큰 웃음이라니, 이러면서 슬펐어요. 아니, 주인공들은 웃고 기뻐하는데 왜 나는 슬퍼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좋은데 슬펐어요. 전 마지막에 그들이 함께 걸어갈 때, 아니 그러면 안사의 집에 갈텐데 안사 집 침대 너무 작은데... 막 그런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도 이제 훌라파 잘 곳 있다! 이런 생각도 들고 말이지요. 휴..

잠자냥 2024-01-03 12:49   좋아요 2 | URL
킹침대가 생각났습니까....?
둘이 포개져서 자면 됨.

다락방 2024-01-03 16:45   좋아요 0 | URL
그래도 좁다.....많이 좁다.....

단발머리 2024-01-03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천천히 읽었거든요. 도서관이라 웃으면 안 돼요. 근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첫 번째 문단 읽고, 난 <노멀 피플>이 딱 떠오른 거에요. 댓글에 그 이야기 써야지 했는데 ㅋㅋㅋㅋ 우앗! 여기 맨 밑에 <노멀 피플>이 링크되어 있네요. 우리, 동일한 경로를 따라 움직이는 뇌를 가지고 있던가요?ㅋㅋㅋㅋ

전 <사랑의 가설>에서 그 부분.... 애덤이 계산한다고 했을 때, 올리브가 이 사람 뭐야? 나 가난하다고 무시하는 거야? 나를 깔보나? 그러나 생각해보니 자신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 부분이 참 좋았어요. 이 사람 앞에서는 안 그러고 싶다.... 근사하고 싶다... 그러지 않고, 아, 나 돈 없지... 라고 말하는거요. 근데, 또 제가 올리브라면, 전 그렇게 안 할거 같아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막 이럴 듯 ㅠㅠ 그러면 맛없고 제일 저렴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시키고 말았겠죠. 역시 올리브 현명하네요!

고기 척척 사주는 플렉스, 칭찬합니다!!

건수하 2024-01-03 16:07   좋아요 1 | URL
저도... 아니라고 괜찮다고 할 거 같아요. 그래서 애덤을 못 만난 것인가... ==33

단발머리 2024-01-03 16:10   좋아요 0 | URL
건수하님 / 네! 🤪

다락방 2024-01-03 16:51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 님! 저도 노멀 피플 생각이 나서 제가 쓴 글 찾아 읽어보았는데요, 또 노멀 피플로 들어가면 단순히 가진자와 덜가진자 로 구분 지어서는 안된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메리앤에게는 또 메리앤 나름의-다른 사람이 짐작도 못할- 극복하기 힘든 문제점들이 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분명한 건, 비슷한 환경을 겪어봐야 알아볼 수 있고 상상하기도 가능해진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기 위해서, 경험하지 않아도 상상할 수 있기 위해서,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읽고 쓰는게 아닐까 합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래서 영화를 만들고요. 저 <사랑의 가설> 읽다가 앙상한 갈비뼈를 부끄러워하는 올리브를 처음 만났잖아요. 저는 그게 너무 낯설었는데, 그것은 자신의 처지를 드러내는 것에서 오는 부끄러움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튼 사랑의 가설도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제가 번역본 팔고 후회했는데 전자책으로 사둬서 좋아요! ㅋㅋㅋㅋㅋ(또 사버렸다는 얘기 ㅋㅋㅋㅋㅋ)

고기는 언제든 단발머리 님께도 사드릴 수 있습니다. 흠흠. 그쯤이야, 뭐. 후훗.

미미 2024-01-03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너무 좋네요 다락방님 ㅜ.ㅜ 마음에 준비 하고 읽지 않았다가 가슴에 한 대 맞은 기분입니다.
다락방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 것 같아요. 저도 훌라파 처럼 섬세한 사람이 아니어서 영화나
드라마 보다가 저런 대목을 발견하면 뜨끔하고 뭉클하고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해요!
저 영화를 봐야겠습니다.ㅋㅋㅋㅋㅋㅋ

저는 갈수록 좋은 영화나 드라마 보면 거기서 느낀 바를 ‘글로 쓰고 싶다 ‘는 생각이 들곤 해서
가끔은‘ 좀 심하다 왜이러지?‘ 생각했는데 그 이유를 이제 서야 알겠어요.
다락방님 때문이에요!ㅋㅋㅋㅋㅋㅋ전염성이 있는 글입니다.>.<
(제 글은 그닥 공감을 일으키지 못할 것 같아 늘 자제중입니다.헤헤)

다락방 2024-01-03 16:55   좋아요 1 | URL
안사 에게는 그 순간 자신의 처지를 알아봐주고 눈치채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을까요. 배고플 때 너무 잘 만났잖아요. 사람은 정말 복잡한 존재인 것 같아요. 우린 한 사람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한 면만 보고 말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훌라파의 경우도 일하면서 몰래 몰래 술 마시는 사람이라서 그 점에 있어서 너무 불만이었거든요. 그러지말라고 뜯어 말리고 싶었는데, 안사의 배고픔을 눈치채주는 사람이라니. 훌라파 라는 인간을 제가 어떤 사람이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미미 님, 글 쓰는 것을 결코 자제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일단 쓰세요. 뭐가 됐든 쓰시라고 저는 무조건 말씀 드립니다. 설사 나만 보는 글이어도 일단 쓰세요. 그렇다면 그 글은 원래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니까요. 결국 자기를 위한 글이 남을 위한 글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글 쓰는 걸 자제하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쓰세요!!

망고 2024-01-03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 보고 제가 좋아한 소설 문장이 떠올랐어요 제니퍼 이건의 ˝맨해튼 비치˝에서 마피아 보스가 주인공 코트의 소매가 다 해진걸 보고 남의 불행을 간파하는 능력이 자신에게 있어서 주인공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고 하는 부분이 있어요 전 이 장면이 참 찡하고 좋았어요 마피아도 어렵게 산 시절을 겪은 사람이라 이런걸 잘 잡아내거든요ㅜㅜ 암튼! 다락방님이 본 영화 저도 보고싶습니다

다락방 2024-01-03 16:58   좋아요 0 | URL
제니퍼 이건 이라면 제가 <깡패단의 방문>을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 다른 책은 더 읽어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망고 님께는 아주 좋은 책이었군요!
남의 불행을 간파하는 능력이라뇨, 그건 자기가 불행을 알기에 가능해진거잖아요. 아 정말 말씀처럼 너무 찡하네요. ㅠㅠ

극장에서 내리기 전에 얼른 영화 보러 가세요, 망고 님!!

망고 2024-01-03 17:48   좋아요 0 | URL
맨해튼 비치는 깡패단이랑 다르게 장편소설 읽는 맛이 나서 다락방님 재밌게 읽으실거 같은뎅 모르겠네요 전 추천해요^^

다락방 2024-01-03 18:10   좋아요 0 | URL
오 그렇다면 보관함에 넣겠습니다. ㅎㅎ

건수하 2024-01-03 16: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이 글 정말 좋아요.
주급을 받지 못하면 배가 고프다는 걸 떠올릴 수 있을까... 저도 아닐 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예전에 만났던 남자가 떠오르면서... 내가 그때 그랬었나 (전 마틴의 애인처럼 부유하지 않았지만) 싶고..
별로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는데 갑자기 쪼금 미안해졌습니다..

다락방 2024-01-03 17:02   좋아요 0 | URL
저는 부자 남자도 만난 적이 없지만 주급을 못받으면 밥을 굶는 남자도 만나본 적이 없는데, 어쩌면 제가 스쳐간 사람들 중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었을지도 모르겟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제가 눈치 채지 못했을 뿐.

섬세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도 우리는 좀 애를 써야 하는게 아닐까 합니다. 자신이 가진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니까요.

과거의 연인에 대한거라면, 우린 상처를 받기도 하고 또 주기도 하고 그러지 않았겠습니까. 그것이 인생...
 
부끄러움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아니 에르노 지음, 이재룡 옮김 / 비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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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익히 알고 있는 그 부끄러움에 관하여.
그 부끄러움은 필연적이었으나 마땅한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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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1-03 1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니?.....


수요일인데도 진짜 책탑이 없다니...부끄럽지 않니???

다락방 2024-01-03 10:11   좋아요 2 | URL
저 머릿속에 페이퍼 쓸 거 있는데 지금 일이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어요. 할 것만 해놓고 올게요. 후다닥 =3=3
 
타인의 기원
토니 모리슨 지음, 이다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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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모리슨의 마땅한 분노와 그 분노로 인한 성찰이 담긴 글. 읽는 내내 나 역시 나와 다른 사람들을 타자화 하는 것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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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자 2024-01-02 2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죠.. 그 분노의 성찰과 힘에 저도 눈에 힘을 주어 꾹꾹 눌러 읽게 되었던 책

다락방 2024-01-03 12:13   좋아요 1 | URL
달자 님도 이 책 읽으셨군요! 새해 첫 책으로 묵직한 책을 골라 읽었습니다.

얄라알라 2024-01-03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비러브드가 다 인줄 알았던 까막눈..

[타인의 기원] 제가 ‘읽고 싶어요‘ 눌러 놓고도 까묵.

˝분노˝ ˝성찰˝ ˝타자화˝ ˝타인˝ 다락방님 올려주신 100자평 보니, 묵직한 메시지겠구나 싶어요^^

다락방 2024-01-03 12:13   좋아요 1 | URL
저는 <재즈> 랑 <러브> 읽었던 것 같습니다. <빌러비드> 는 가지고 있는데 차마 못읽고 있어요. 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