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 어머니에 대한 두려움은 근본적으로 그녀의 생식력에 대한 두려움임이 밝혀졌다.


줄리아 크리스테바, 『공포의 권력』 - P46



'바바라 크리드'의 《여성 괴물》에는 위의 문장이 인용되어 있다. 여성혐오를 궤뚫고 있는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공포의 권력은 언제고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작년 초였나, 펼쳤다가 '아브젝시옹' 보고 다시 덮어 책장에 넣어두었더랬다. 그리고 올해의 같이 읽기 첫 도서, 많은 분들이 이 책의 첫장을 펼친 뒤로 어려움에 고통스러워 하시는데, 나는 아직은 읽기를 미루고 있던 터라 어렵다는 여러분의 감상에 두렵다, 알고 있지만 두렵다.. 그런참에, '김은주'의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에 크리스테바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어제 자기 전에 부랴부랴 다시 꺼내왔다. 찾아보니 2020년에 읽었다고 되어있더라. 그런데도 크리스테바 에 대한 부분, 하나도 기억 안나? 좌절했지만, 그러나 언제든 '이 책 봐야지' 하면 그 책이 책장에 있다는 것은 복된 삶이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일단 우리 크리스테바에 대해 잠깐 보자.


크리스테바는 옛 동구권인 불가리아 출신이지만 프랑스에서 본격적으로 학술 활동을 시작했다. 어느 곳에도 완전히 귀속할 수 없는 이방인의 경험은 크리스테바를 경계의 한편이 아닌 경계선 위에 놓는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위치를 인지하고 경계인으로 살아가면서, 경계를 위반하는 글쓰기 체계를 생산하고 글쓰기를 행한다. 프랑스어로 말하지만 프랑스인이 아니고, 자본주의 국가에서 살아가지만 동구권 출신이며, 남성들과 진취적으로 학술적 교류를 하지만 여성이다. 이러한 위치에서 크리스테바는 ‘말하기와 글쓰기‘의 조건을 사유하고 말하고 글 쓴다.

그는 자신의 ‘경계성‘을 오히려 말하기의 역량으로 삼았으며, 이방인으로 살아가기를 두려워하거나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그는 살아온 곳과 활동한 곳을 이동해 넘나들면서, 경계를 위반하면서 경계 저 멀리로 나아간다. - P146~147



동구권 불가리아 출신이지만 프랑스에서 학술 활동을 시작하다니. 읽어보면 나중에 미국에서도 교수로 초청하지만, 미국의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며 그 교수직을 수락하지 않더라. 불가리아 출신에 프랑스 학자 라니. 물론 이런 사례는 차고 넘친다. 나폴레옹만 해도 프랑스령의 섬 코르시카에서 태어났지만 프랑스 황제가 되었고, 세르게이 플루닌은 우크라이나 에서 태어났지만 영국 로얄발레단의 수석 무용수가 되었다. 내가 사는 곳을 벗어나, 그것은 확대로 볼 수 있을텐데 더 큰 사람이 되다니. 내가 태어난 곳은 내가 선택한 게 아니지만 내 활동무대는 넓혀버리게쒀!! 물론 다른 곳, 다른 세계로의 이동은 반드시 원대한 목표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지금 이곳에서의 삶이 지옥같아서 결정되는 일들일 수도 있다. 어쨌든 크리스테바, 불가리아 출신으로 프랑스에 가 학자가 되었고 그 책을 지금 대한민국의 여성들이 읽는다. 대박..



자, 그리고 아브젝시옹.



아브젝시옹은 비체(卑體)로 번역된다. 이는 언어상징계가 요구하는 적절한 주체가 되기 위해,

이질적이고 위협적으로 여겨지는 어떤 것들을 거부하고 추방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비체는 코라 기호계와 관련한다. 주체가 언어적 상징계에 도달할 때, 코라의 기호계에서 빠져나오면서 버린 코라적 에너지가 비체다. 비체는 자아 정체성의 도달에 필수적인 것이다. "내가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나는 맹렬한 구토물과 오열과 더불어 자아를 낳는다."

자아가 구성될 때, 언어화되지 못한 잔여물이 남는다.

이 언어화되지 못한 것, 언어화 이전에 존재하는 것에 기반한 비체가 모호한 나의 경계를 창출한다.

비체는 주로 혐오감과 거부감으로 등장한다.

응고된 우유에 낀 막, 똥, 구토물, 시체와 같은 것이 우리에게 구역질과 혐오감을 야기하는 비체다. - P161~ 162



아, 얼마전에 댓글로 독서괭 님이 아브젝시옹이 비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여기 딱 나오네. 아브젝시옹은 비체로 번역된다. 하아- 우리가 비체라는 단어를 앞에 두고 얼마나 어려워했었나요. 여러분, 기억나나요?


우리 바바라 크리드의 《여성 괴물》읽다가 비체 만났고, 그때 비체 낯설어 했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때 '우리가 만난 비체들' 이라는 소제목을 가진 이현재의 책을 읽고 비체에 대한 설명을 가져왔더랬다.



















그러던 내가 이제 글을 쓰기로 했다. ‘결국, 난 꼰대였던 거야‘라는 좌절에서 ‘그래, 이왕이면 제대로 꼰대질 하자‘로 마음을 바꾼 것이다. 그동안 궁리해온 페미니즘 철학과 이를 가능하게 해준 페미니즘의 계보들을 인용하는 가운데 내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한 것이다. 누군가에게 들리지도 않은 채 소거될지라도 내 언어를 입 밖으로 꺼내보기로 했다.

내가 이러한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비체abject‘라는 개념을 재고하게 되면서였다. 다시 보니 ‘비a-체object‘, 즉 어떤 규정된 대상이 아니라는 말은 참 유용한 언어였다. 어떤 존재를 무엇이다(A) 라고 규정하기 않고, 무엇이 아니다(~A)라고 말하는 방식은 그 존재를 어떤 경계에 가두기보다 그 여분의 공간, 경계의 열림에 위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페미니즘의 역사는 남성이 정해놓은 위치를 벗어나 경계를 넘나들었던 여성들, 항상 흐르고 있기에 개념적으로 잡힐 수 없는 ‘비-체‘가 되었던 여성들에 의해 쓰인 것이었다. 그녀들이 비판받거나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기존의 언어나 질서로는 파악되지 않는 ‘알 수 없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여성혐오 그 후》, 이현재, p.12-13



자, 좀 더 보자.


비체는 흐르는 것이자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며 고체화되지 않기에 어떤 규정, 어떤 언어로도 잡히지 않는다. 비체가 대상object이 아닌 이유는 그것이 주체의 모든 규정성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비체는 손에 잡히는 착한 대상이 아니다. 비체는 경계를 넘나드는, 그래서 더럽다고 여겨졌던 것이며 잡힐 수 없기에 공포스러운 것이다. 비체는 철통방어라고 여겨졌던 경계에 구멍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존재이며, 따라서 특정 사회적 질서와 동일성을 강화하려는 자들에게 경계를 위협하는 비체는 공포를 넘어 혐오의 대상이 된다.

이를 여성혐오에 적용해보자. 자신을 여성과 뚜렷이 구분되는 경계를 갖는 주체, 즉 남성으로 이해하고 있는 남성들이 있다. 이 남성들은 남성 정체성의 경계를 교란하고 위협한다고 여겨지는 여성을 오염되고 불순한 것, 공포스러운 비체로 간주하여 혐오하게 된다. 여기서 경계를 흐트러뜨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비체로서의 여성은 뚜렷한 경계를 갖는 주체와 동격이 될 수 없다. - 여성혐오 그 후》, 이현재, P35


비체로서의 여성은 대상과도 다르다. 만약 남성들이 부여한 대상으로서의 위치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즉 착한 대상에 머무른다면 여성은 멸시받기는 하지만 혐오되진 않는다. 그 대상은 적어도 주체가 파악할 수 있는 대상이며, 주체로서의 경계를 뒤흔든다고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은 자신이 재생산을 위한 성녀임을 입증하는 한, 어느 정도의 보상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상으로서의 위치를 벗어나 경계를 넘나드는 비체가 되는 순간 여성은 멸시를 넘어 혐오된다. 여성혐오는 여성 대상이 아니라 여성 비체를 향한다는 것이다수많은 서구의 철학자, 사상가들이 여성을 알 수 없는 존재‘, ‘예측할 수 없는 존재‘로 간주해온 것은 여성들이 대상으로서의 역사가 아니라 비체로서의 역사를 써나가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 여성혐오 그 후》, 이현재, P36



자, 비체로 번역되는 아브젝시옹에 대해 이정도 읽고 공포의 권력을 시작해보도록 합시다.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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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1-05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에 쏙쏙 들어오네요.😸

다락방 2024-01-05 08:53   좋아요 2 | URL
댓글 너무 착한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색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1-05 09:5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아침에 스웨터 입다가 재채기 콧물 막 나왔는데 그게 비체로군…. 이러고 달려다가 ㅋㅋㅋㅋㅋㅋ 어제 술 안 마셔서 제정신이라 착한 댓글 달아보기로😸(얼굴도 착한 거로…)

다락방 2024-01-05 09:50   좋아요 2 | URL
착한게 어색한 잠자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4-01-05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그리고 댓글로 알려주신 괭님께도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비채‘하니 가닥이 잡히네요.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다락방 2024-01-05 09:49   좋아요 0 | URL
네, 비체를 머릿속에 넣고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거리의화가 님, 화이팅!!

그레이스 2024-01-05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냥 아브젝시옹이라고 하는게 더 나을듯요.
저도 어제 아브젝트, 아브젝시옹, 상징계, 등등 알아보다가 라깡까지 갔다왔어요.
비체라고 하니 다시 한번 더 해석이 요구되네요

다락방 2024-01-05 09:51   좋아요 2 | URL
아, 그레이스 님. 아브젝시옹을 먼저 접했다면 아브젝시옹 이라고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제 경우에는 아브젝시옹 보다 비체를 먼저 알았어요. <여성 괴물> 읽으면서요. 그때 비체 몰라서 찾아보고 관련 책 읽었던 거라 ‘아브젝시옹이 비체구나‘ 라고 비체로 아브젝시옹을 이해해야 했습니다. 그나저나 라깡까지 다녀오셨군요! ㅎㅎ

미미 2024-01-05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너무 멋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다락방님의 면모중 하나입니다. (저는 이렇게 정리못함ㅋㅋㅋㅋ영혼이 구천을 떠돌듯이 그저 떠다니는 생각들ㅋ) 프린트해서 옆에두고 읽어봐야겠어요.>.<

다락방 2024-01-05 10:03   좋아요 1 | URL
무슨 말씀이세요, 미미 님. 정리 못하는 거 저 세계 챔피언 입니다 ㅋㅋ 이것도 앗 여기에 나왔었지? 하고 후다닥 찾아서 쓴거지, 정리라뇨. 정리가 뭔가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야말로 영혼이 구천을 떠돌듯 그저 떠다니는 생각들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건수하 2024-01-05 1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엄청 바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어제 조용하시더니 이렇게 딱 정리해서 오셨군요! 멋있어요 👍👍👍

정리해주신 내용 잘 읽었습니다. <경계에 선 줄리아 크리스테바> 읽고 있는데 이 책도 유용한 것 같아요. 저도 읽으며 정리해서 올려보겠습니다 :)

다락방 2024-01-05 10:05   좋아요 2 | URL
어제 집에 가서 생각하는 괴물.. 저 책 꺼내와 크리스테바 부분 읽었어요. 예전에 읽었는데 기억 하나도 안나고 심지어 크리스테바가 그 책에 있어? 했었는데 말이죠. 이번 기회에 다시 크리스테바 부분 재독해서 좋았어요. 크리스테바 너무 멋진 분. 마침 그 책에 아브젝시옹도 나와서 오오, 요거 페이퍼로 올려야겠다 하고 잤습니다.

경계에 선 줄리아 크리스테바, 라는 제목만 보면 뭔가 크리스테바 위기에 처한 것 같은데, 어제 제가 읽은 책을 참고로 해보자면, 불가리아 출신인데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남성들 가득한 곳에서 여성이고 그런 식의 바로 그 경계를 말하는 것이로구나 짐작할 수 있겠네요. 건수하 님의 정리도 기다리겠습니다. 무엇보다, 정리 하면 건수하 님 아닙니까!

건수하 2024-01-05 10:08   좋아요 1 | URL
고생하셨어요.

그 분의 상황이 경계인이기도 하고, 비체가 주체를 정의하기 위해 사용되고 거부의 대상이지만 경계로부터 그리 멀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쓴 것고 있는, 중의적인 의미일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비슷한 말을 더 쉽게 한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 :)

단발머리 2024-01-05 1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포에 떨고 있던 이 내 몸은 이제서야 평안을 누립니다. 이번 책은 특히나 여러 이웃님들께 의지해서 읽어야겠어요.
후다닥 정리해서 이 정도 수준이구나, 우리 다락방님! 어디 호텔 방 하나 잡아드리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 여성주의 책 전담 길안내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1-05 11:30   좋아요 1 | URL
킹침대 + 근육남도….

단발머리 2024-01-05 11:36   좋아요 1 | URL
호텔 방 잡는 거는 금방 가능한뎈ㅋㅋㅋㅋㅋ 킹침대도요 ㅋㅋㅋㅋ 근육남은…🤔
리처 정도 되어야 되는데 ㅋㅋㅋㅋㅋㅋ 잭 리처씨? 내일 밤에 시간 되시나요?

다락방 2024-01-05 11:45   좋아요 3 | URL
아, 제가 연휴에 호텔 대실을 했었는데요 ㅋㅋ 책 읽고 리뷰 쓸라고 ㅋㅋ 아고다에 대실이 새로 생겼거든요? 여하튼 그래가지고 똭 잡았는데, 말만 호텔이지 모텔이여~ 들어가는데 콘돔을 줘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 가지고 나올까 말까 하다가 걍 두고 왔어요. 쓸 사람이 써라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 필요가 음슴.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다시는 대실해서 글 쓰지 않으리. 좀 쫄아있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색다른 경험 하고 다니는 다락방 이었습니다.

단발머리 님, 그런데 정말 저는 필요합니다. 읽고 쓸 때 집이 아니라 호텔이 필요해요. 간절히 필요합니다. 도대체 왜 그런가, 생각해봤는데 가장 큰 이유는 제 책상과 책장이 지저분하기 땜시롱 읽고 쓰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여하튼 호텔 잡아주시면 제가 잘 해보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자는 노노. 남자랑 넣어놓으면 제가 책을 안읽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이만 총총.

햇살과함께 2024-01-05 1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읽기 전에 이 페이퍼 다시 읽고 읽으면 도움이 되겠어요~
짱 멋진 다락방님!

다락방 2024-01-05 12:19   좋아요 2 | URL
아무쪼록 어려운 독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머리맡의 전자시계는 열한시 반을 알리고 있었다. 나는 자려고 애쓰기를 그만두고 이불에서 나와 잠옷 위에 카디건을 걸쳤다. 가스 스토브를 켜고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작은 냄비에 데워 마셨다. 생강 쿠키를 몇 개 먹었다. 그리고 안락의자에 앉아 읽다 만 책을 펼쳤다. 그러나 독서에 집중할 수 없었다. 온갖 이미지와 소리가 머릿속을 맥락 없이 돌아다녔다.

다른 세계에서 발신하는 의미 불명의 메시지처럼 소리 나지 않는 자전거를 탄 얼굴 없는 메신저들이 그 메시지를 차례차례 문 앞에 놓고 그대로 사라졌다.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P434



하루키의 책을 읽을때면 등장인물들의 식탐 없음에 놀라곤 한다. 맛있는 걸 느끼고 와인과 궁합이 좋은 음식을 알고 요리가 잘하는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그들은 결코 과식을 하지도 않고 당연하게도 폭식도 하지 않는다. 자려고 애쓰기를 그만두고 나와서 삼겹살을 구워 먹진 않겠지만, 그래도 우유를 데워 먹고 생강 쿠키 몇 개라니. 참 하루키 답다 싶었다. 책속에서 친해지고 싶은 여자를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할 때에도 와인을 많이 쟁이거나 하지도 않고 음식도 딱 적당할만큼을 먹는 것 같다.


하루키 책 속의 등장인물들이 과식하지 않는건 하루키 본인이 그런 사람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황혼 부엉이 책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간식으로 나는 초콜릿, 무라카미 씨는 도넛 반 개를, 저녁으로는 모두 함께 가락국수를 먹었다'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무라카미 하루키, p.77











가와카미 미에코가 하루키를 인터뷰한 책인데, 가와카미 미에코는 간식으로 초콜릿을 무라카미는 고작 도넛 반 개를 먹었다는게 아닌가. 도넛 반 개.. 나이가 들면서 소화기능이 떨어지는 걸 나 역시 느끼고 있고 그래서 예전에 비하면 나도 양이 많이 줄었는제, 간식 도넛 반 개라니.. 좀 충격이었다. 저녁으로는 가락국수를 먹었다는데, 가락국수 딸랑 한 그릇식만 먹었을까? 아마 그랬겠지. 가운데 다같이 먹는 메인메뉴를 주문해둔게 아니라, 가락국수 자체가 그들의 유일한 메인이었겠지. 


나는 하쿠리와 하루키가 창조한 인물들의 적당한 양의 음식 섭취를 좋아한다. 덕분에 하루키도 그리고 하루키의 주인공들도 비만과는 거리가 멀다. 과체중도 당연히 아니다. 이번 책에서도 나이 드니 어쩔 수 없이 뱃살이 나왔다는 정도의 묘사는 있지만, 읽다보면 주인공이 사십대임에도 날씬한 체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식탐도 없고 그렇기 때문에 적당한 양을 먹는다니, 좋은데, 그러니까 이런 사람 좋지만, 좋은데, 좋긴 하다. 그러나,



나는 하루키 의 생강 쿠키를 읽다가 어쩔 수 없이, 필연적으로 잭 리처를 생각한다. 오, 잭 리처!





일단 커피가 급했다. 큰 포트 째로 부탁한 뒤, 햄과 치즈를 넣은 토스트 위에 계란프라이를 올린 크로크 마담과 쌉쌀한 초콜릿 스틱이 들어간 사각형의 크루아상, 팽 오 쇼콜라 두 개를 주문햇다. 아침식사로는 약간 부담스러운 분량일 수도 있겠지만 내 위장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 《퍼스널》, 리 차일드, 전자책 中










아니 잭 리처 봐봐, 우유를 데워먹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커피를 큰 포트 째로 부탁하는 사람이라고. 게다가 햄,치즈,계란프라이 넣은 크로크 마담을 주문하고 팽 오 쇼콜라를 두 개나 주문한다고. 만약 이 메뉴 그대로 상차림한다면 하루키는 여기서 팽 오 쇼콜라 반조각에 커피 한 잔만 먹고 손 털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의 잭 리처, 아침식사로는 '약간 부담스러운 분량'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아아, 너무 좋아, '내 위장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하지 않나. 그래, 좋아쒀, 바로 이거야! 나는 이런 사람이거든!! 나는 이 취향이야!!! 그리고 잭 리처의 근육에는 분명 이것이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하고, 아아, 나의 고정관념 미안합니다, 상대가 누구든 두번째 섹스부터 너무나 좋아지는 것도 역시 이 '위장의 명령에 따르는 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잭 리처 읽다 보면 가끔 잭 리처 식당 가서 밥 먹을 때 많이 먹는 거 나와서 좋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의 잭 리처, 소식하지 않는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내가 그동안 잭 리처가 약자를 보호하고 윤리에 대한 감각이 나랑 비슷해서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아아, 식탐... 이 나랑 비슷했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사람이 다른 것에 끌린다고 누가 그래, 비슷한 것에 끌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나랑 비슷한 주인공은 잭 리처가 아니다. 에리카다. 에리카가 완전 맞춤한 내 얘기고, 내 남동생이 우리 식구들 다 모였을 때, '큰누나가 읽으라고 빌려준 책 보면 다 큰누나 같은 사람 나와' 이래가지고 ㅋㅋㅋ 식구들이 어떤데? 물었더니, '와인 마시고 많이 먹어' 이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리카는 한숨을 쉬며, 허리가 고무줄로 처리되어 있는 헐렁한 조깅바지와 간밤에 입고 잔 티셔츠를 그대로 입었다. 그녀는 월요일부터 다시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시작해 봐야 소용이 없었다. 오늘밤에 이미 세 코스짜리 저녁식사를 준비하려고 계획했던 데다, 요리로 남자를 매혹하려면 크림과 버터를 빼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월요일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에 안성맞춤인 날이다. 그녀는 월요일부터 운동을 시작하고 웨이트 와처스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따르겠다고 만 번째로 엄숙하게 다짐했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었다. -《얼음공주》, 카멜라 레크베리, p.24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내가 쓴 줄 알았네? 은오 님 표현을 빌어 '난줄상' 을 주게 된다면, 나는 에리카에게 준다. 얼음공주에게 준다. 게다가 나 젊은 시절 얼음공주라는 말도 들어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메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난줄상에 빛나는 에리카 얘기 잠깐 더 볼까?



파트리크는 짙은 레드 와인으로 가득 채운 와인잔을 그녀에게 건넸다. 에리카는 와인 향이 풍기도록 잔을 살짝 돌리고, 코를 잔 안으로 깊숙이 넣은 다음, 입을 다문 채 향을 들이마셨다. 강한 오크향이 콧구멍으로 빨려 들어가 발끝까지 쫙 퍼지는 듯했다. 기분 좋았다. 에리카는 와인을 조심스럽게 맛보았다. 입안에서 와인을 굴리며 공기를 약간 빨아들였다. 향만큼이나 맛도 좋았고, 파트리크가 와인에 꽤 돈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파트리크는 기대하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환상적이야!"

"그래, 지난번에 네가 와인 맛을 안다는 걸 깨달았어. 유감스럽게도 난 한 상자에 50크로나 하는 와인이랑 한 병에 수천 크로나나 하는 와인이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지만."

"너도 알 수 있어. 이건 습관의 문제이기도 해. 와인을 제대로 맛보려면 벌컥벌컥 마시지 말고 시간을 들여야 하거든."

파트리크는 부끄러워하며 손에 든 와인 잔을 바라보았다. 벌써 3분의 1이나 비어 있었다. 그는 에리카가 스토브에서 요리를 확인하려고 등을 돌렸을 때 그녀의 와인 시음법을 흉내 내려고 애쎴다. 정말 전혀 새로운 와인을 맛보는 것 같았다. 그는 에리카가 했던 대로 와인 한 모금을 입안에서 굴렸다. 그랬더니 갑자기 완전히 다른 맛이 났다. 심지어 아주 약간의 초콜릿 맛, 다크 초콜릿 맛, 다소 강한 레드베리 맛, 약간의 딸기 맛이 섞여 있다고 느끼기까지 했다. 굉장했다. -《얼음공주》, 카멜라 레크베리, pp.258-259



그녀는 잘 때 입는 티셔츠를 벗었다. 티셔츠를 입고 재면 항상 몇 그램 정도가 더 나갔기 때문이다. 그녀는 심지어 팬티도 무게가 나가는지 궁금했다. 아니겠지.에리카는 오른발을 먼저 올려놓았지만 아직 바닥을 딛고 있는 왼발에 체중을 어느 정도 싣고 있었다. 그녀는 점차 오른발에 체중을 실었고, 체중계 바늘이 60킬로그램에 도달했을 때 그대로 멈춰 있길 바랐다. 그러나 아니었다. 마침내 모든 체중을 싣자, 체중계 바늘은 무자비하게도 73킬로를 가리켰다. 그렇군. 그녀가 걱정한 대로, 예상 몸무게보다 1킬로그램이 더 나갔다. 1킬로그램 정도는 더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지난번, 그러니까 알렉스를 발견한 날 아침에 몸무게를 쟀을 때보다 무려 2킬로그램이나 더 찐 셈이었다. -얼음공주》, 카멜라 레크베리, pp.240-241





사. 랑. 해. 요. 에. 리. 카!!

우. 윳. 빛. 깔. 에. 리. 카!!



오래전에 친구와 빕스에 가 막 저녁을 먹으려던 참이었는데, 그당시 호감을 가지고 연락하던 남자사람으로부터 갑자기 문자메세지가 도착했다. 거기에는 '과식하지 말아요' 라고 쓰여있었다. 헉, 나 보고 있나? 나는 레스토랑 안을 두리번거렸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그 일에 대해 물었었다. 그 때 왜 그렇게 보냈냐고, 깜짝 놀랐다고. 그러자 그는 '넌 늘 과식하니까' 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자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나의 과식은 큰 문제로써, 역시나 다시 태어나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다이어트, 해보자. 그러나,

오늘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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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1-04 0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의 난줄상은 과식인간 은오의 난줄상은 건조허무중2병인간 잠자냥의 난줄상은 과음숙취인간 … 휴 어제도 술 마신 저는 다음주부터 다시 태어나기로….

우리 다음주부터 다시 태어나요!!!!

다락방 2024-01-04 09:18   좋아요 2 | URL
일단 오늘은 아닌 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달자 2024-01-04 0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음식들에 진심이시라면 제가 최근에 읽은 <맛있는 소설>/이용재 추천이요!! 그나저나 다락방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락방 2024-01-04 09:24   좋아요 1 | URL
저는 잭 리처에 대해서라면 다 좋아요. 악당 때려눕히는 것도 좋고 많이 먹는 것도 좋고 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이용재 맛있는 소설이라니, 검색해보니 신간이네요? 장바구니로 때려 넣습니다. ㅋㅋ

저는 투비의 이 분 글을 즐겨 읽어요! 소설과 음식, 하니 이 분 생각이 나네요. 후훗.

https://tobe.aladin.co.kr/n/131946

blanca 2024-01-04 0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식가인 저로서는 ㅋㅋ 참 공감가는 글이네요. 하루키 저 책 너무 좋지 않나요? 딸뻘 작가가 여성 묘사에 대해 지적하니 그런가요? 죄송합니다,라니 ㅋㅋ 그 대목이 정말 너무 좋아서...마초적이고 권위적이었다면 아니라고 조목조목 따지고 그랬을 텐데...나는 아닌데 그렇게 느꼈으면 죄송합니다, 라니...하루키 진짜 먹을 것 감칠맛 나게 묘사한 대목들 읽으면, 이 사람은 먹는 거 좋아하는구나, 싶더라고요. 잭리처 커피 포트 ㅋㅋ 마음에 드네요.

다락방 2024-01-04 10:56   좋아요 0 | URL
아 블랑카 님, 저도 저 책 좋긴 했지만, 언급하신 그 부분에 있어서는 좀 실망했어요. 뭐랄까, 그렇다면 그동안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는거야? 별수 없는 늙은 남자 군, 생각했달까요. 마초적인건 아니지만 딱히 여성문제에 관심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지점은 좀 별로였어요. 저는 저 책 읽고 관심 있어서 <젖과 알> 읽었는데, 그 책도 재미도 없고 별로였어요.

저는 이번에 <도시와 불확실한 벽>에서 까페 주인 여자사람 초대해서 밥 해주고 와인 같이 내는 거 진짜 너무 좋더라고요! 그런 장면들이 너무 사랑스러웠어요!!

로제트50 2024-01-04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식탐자로서, 갑자기 잭 리처에게 끌리는군요^^;;;
그 시리즈를 찾아봐야겠습니다 -.-

다락방 2024-01-04 10:56   좋아요 0 | URL
저는 잭 리처의 모든게 다 좋습니다. 많이 먹는 것도 좋고 근육질인 것도 좋고 악당들 다 때려부수는 것도 좋고 덩치 큰 것도 좋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01-04 1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국은 일단... 식당 가도 양이 다르잖아요 ㅎㅎ 저도 한 때 잘 먹었지만 (요즘은 소화가 안돼서 많이 줄음) 미국의 양은 ...
잭 리처가 이미 근육이 있어서 다행이지 저렇게 먹으면 뱃살 엄청날 거 같 ....

갑자기 전에 <돈까스의 탄생>이란 책에 일본 사람들이 문호 개방 이후 서양 애들은 어떻게 하면 저렇게 큰 가, 고기를 먹어야 하구나! 하는 깨달음으로 돈까스를 만들었다고 나왔던 게 생각이 납니다.


다락방 2024-01-04 10:57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미국은 커피 양도 다르죠. 제가 아는 사람이 처음에 미국에 이민 가서 머그컵에 커피 따라주는 거 보고 얘네는 무슨 커피를 이렇게 많이 마셔? 했는데 어느덧 자기도 거기에 리필까지 해서 마시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미국 음식 먹다 보면 그정도 커피는 그냥 마실 수밖에 없는... ㅎㅎ

맞습니다. 잭 리처가 근육질에 기초대사량이 높아서 그나마 몸매 유지하는거지 보통 사람들이라면 고도비만 지름길입니다!!

흐음, 점심 떡국 먹으려고 했는데 돈까스 먹을까요? ㅋㅋㅋㅋㅋ

새파랑 2024-01-04 10: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작가님이 하루키를 멀리한 이유가 단지 ‘소식‘ 때문이었다니 ...

하루키 책 등장인물이 순대국밥을 먹었다면? 혼자 가서 두가지 메뉴를 시켰다면?

순대국밥이 나오는 소설은 없나요? ㅋㅋ

역시 독서도 많이 하시고 책도 많이 사시고 맛있는것도 많이 드시는 대식가 이부장님~!!

다락방 2024-01-04 10:58   좋아요 1 | URL
아니에요. 하루키를 멀리 하지 않습니다. 소식 하루키 좋아합니다. 다만, 대식가 잭 리처를 더 좋아할 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빨리 점심 먹고 저녁 먹고 퇴근하고 싶네요! >.<

꼬마요정 2024-01-04 12:06   좋아요 1 | URL
저도 문득 순대국밥 떠올렸어요!!! ㅋㅋㅋ

다락방 2024-01-04 12:15   좋아요 2 | URL
이제 하루키 님이 순대국밥 먹는 등장인물 나오는 소설 한 편 쓰셔야 될 때가 온듯합니다.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1-04 1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넌 늘 과식하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이 잭리처를 사랑하는 이유가 또 여기 있었군요?? 그 덩치와 근육을 유지하려면 엄청나게 먹긴 할 것 같습니다. 다락방님도 근수저이시니 괜찮아요!!

다락방 2024-01-04 10:59   좋아요 2 | URL
사랑은 본능적인 이끌림인가 봅니다. 그 순간엔 이유를 찾을 수 없었지만 돌이켜보니 이유가 다 있었던.. ㅋㅋㅋㅋㅋ

근수저라고 하기엔 저는 먹으면 다 살로 가가지고 ㅋㅋ 잭 리처처럼 몸매 유지가 아닌, 고도비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24-01-04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잭 리처 근육 너무 부럽네요. 무엇보다 저 많은 음식을 소화시킬 수 있다는 게 부러워요!!!
하루키 도전하겠습니다. 제가 <상실의 시대>를 처음 읽는 바람에 하루키는 그 이후로 하나도 안 봤다는... ㅎㅎㅎ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너무 많아요!!
집에 잭 리처도 몇 권 있는데, 남편이 좋아하더라구요. 전 영화만 봤지만... 아아아 읽을 거 너무 많아....
<붉은 궁>도 덜 읽었는데..ㅠㅠ

다락방 2024-01-04 14:04   좋아요 1 | URL
저는 상실의 시대 두 번 읽고 상실의 시대에서 언급된 위대한 개츠비도 두 번 읽었어요. 크- 저는 상실의 시대도 좋아했습니다. 저는 하루키를 좋아했습니다!! ㅎㅎ
잭 리처 너무 재미있어요, 꼬마요정 님. 저의 최애 캐릭터입니다. 덩치 크고 근육질에 많이 먹는 정의로운 남자, 만세!! ㅋㅋㅋㅋㅋ

망고 2024-01-04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공주님이셨어요? 🤔

다락방 2024-01-04 14:04   좋아요 1 | URL
네, 단 한명에게는 어떤 한 시절, 그랬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먼 옛날의 일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4-01-04 14:28   좋아요 0 | URL
이제 두명입니다 얼음공주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1-04 14:33   좋아요 1 | URL
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금은 공주 단계는 지난것 같은데요. 음.. 폐하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막 이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4-01-04 15:06   좋아요 0 | URL
얼음왕으로 자체승진 하셨어요?🤪그럼 얼음공주 취소!!!에잇 다락방이 무슨 공주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1-04 15:17   좋아요 1 | URL
아무리 참아주려해도 좀 힘들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1-04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잭 리처 읽어야겠어요. 안 읽은 거 몇 권 되거든요. 얼른 찾아봐야지 싶습니다.

다락방 2024-01-04 14:04   좋아요 1 | URL
저도 안 읽은 거 좀 있어가지고요 읽어야 되는데요 지금 그것 말고도 읽을게 한트럭이라 참 거시기 하네요? 아이참 읽고 싶네요. 잭 리처, 내가 좀 보고싶다!!

2024-01-04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4-01-04 14:03   좋아요 0 | URL
앗 감사합니다. 수정했어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랑 헷갈렸네요. 섞어버렸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4-01-04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넛 반 개는 좀...... 한 개도 아니고?!?!?! 어떻게 “반개”만 먹을 수 있죠??????
소식이너무과합니다 저런건 과식보다도 더 몸에좋지않아요!!!!!

다락방 2024-01-04 14:05   좋아요 1 | URL
그치요? 도넛 반 개는 좀 심했어요. 그렇지만.. 나이 들면 젊을 때보다 덜 먹게 되기는 하더라고요. 하루키는 젊었을 때도 많이 먹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저도 식탐 없이 살고 싶습니다. 흙흙 ㅠㅠ

Falstaff 2024-01-04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잭 리처는 읽어야겠군요. 이런 사람 넘 좋습니다.
무라카미 상은 일본 사람, 그것도 꼰대 맞잖아요. 어려서부터 배 부른 걸 부끄러워하는 문화 속에서 살았을 겁니다. 불쌍한 인간 같으니라고....

다락방 2024-01-04 16:54   좋아요 0 | URL
저도 잭 리처가 무척 마음에 듭니다. 아무쪼록 폴스타프 님께도 마음에 드는 캐릭터였으면 좋겠는데요! 폴스타프 님이 잭 리처를 만난다면 어떤 리뷰를 써내실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꺅 >.<

그레이스 2024-01-04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도 잭 리처쪽 ㅋㅋ
그러나 언제부턴가 과식은 소화장애를 일으켜서 ㅠㅠ

다락방 2024-01-05 08:42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젊은 시절엔 인해할 수 없었던 소화능력 떨어짐이 나이들수록 나타나더라고요 ㅠㅠ

감은빛 2024-01-05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얼음공주] 책 표지를 보자마자, 저거 [양들의 침묵] 포스터랑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검색해보니 느낌이 많이 다르네요.

저도 요즘 그러니까 연말과 연시를 보내며, 스트레스를 핑계로 과식하고 있어요.
늘 입던 겨울 바지 허리가 불편할 정도로 꽉 끼네요. ㅠㅠ
겨울이라고 달리기도 안 하고, 운동도 게으름을 피우고 있어서.

일단 3월 초까지는 엄청 바쁘다는 핑계로 계속 달리기와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니 허리를 다시 줄이는 건 봄으로 미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대신 저도 과식은 줄여야겠어요.
몸이 무거우니, 평소 기분이 썩 좋지 않아서요.

다락방 2024-01-08 09:29   좋아요 0 | URL
감은빛 님도 저와 함께 다시 태어나십시다. 저도 이대로는 안되겠어서 다시 태어날 예정입니다. ㅋㅋㅋㅋㅋ

얼음공주는 재미있어서 그 뒤 시리즈도 사두었는데 여태 안읽고 있네요. 하하하하.
 















하지만 그런 속마음을 애써 외면하면서 메뉴에 있는 음료 중 가장 칼로리 높고 가장 달달한 것으로 시켰고, 보란 듯이 휘핑크림도 추가했다. 사과 하나를 추가해 균형을 맞춰야 하나 아니면 아예 막 나가서 쿠키를 추가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애덤이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 직원에게 내밀었다.

"앗, 안 돼요. 아뇨, 아뇨, 이건 아니죠. 안 된다고요." 올리브가 그의 손을 자기 손으로 막으며, 목소리를 한껏 낮춰 덧붙였다. "내 것까지 계산하면 어떡해요."

애덤이 눈을 깜빡거렸다. "그러면 안 돼?"

"우리 가짜 관계는 그런 관계가 아니에요."

애덤은 놀란 눈치였다. "아니야?"

"아니고말고요." 올리브가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나는 자기가 상남자라서 커피값 계산해야 한다고 믿는 남자랑은 죽었다 깨나도 가짜 데이트하지 않아요."

그러자 애덤이 한쪽 눈썹을 올렸다. "방금 올리브가 주문한 걸 '커피'라고 부르는 언어권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데."

"잠깐 …."

"그리고 내가 '상남자'라서 내는 게 아니라 …." 애덤은 그 단어를 뱉을 때 조금 괴로워 보였다. "올리브가 아직 대학원생이라서 그러는 거야. 그리고 올리브의 월급을 생각해서." 

올리브는 잠깐 동안 저 말에 불쾌해해야 하나, 고민하느라 머뭇거렸다. 평소처럼 재수 없음을 발산하는 건가? 나를 깔보나? 내가 가난한 줄 아나? 다음 순간 올리브는 자신이 실제로 가난하다는 사실을, 그리고 애덤이 아마 자기보다 다섯 배는 더 벌 거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래서 그냥 어깨를 으쓱하고 초콜릿 칩 쿠키와 바나나, 검 한 개도 추가했다. 애덤은 그답게 아무 말 없이,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총 21.39달러를 계산했다. -전자책 중에서




올리브와 애덤은 각자의 사정으로 서로 연인인 척 하기로 한다. 조교인 올리브와 교수인 애덤이 연인인 걸 티내기 위해서 모두에게 보란듯이 그들은 매주 수요일 학교 내의 까페에서 만나 데이트를 하기로 한다. 그렇게 하기로 한 첫날, 올리브가 주문한 커피와 간식값을 애덤이 낸다. 애덤이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올리브보다 월급이 더 많기 때문이고, 올리브보다 월급이 더 많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올리브와 있으면서 커피값을 내는 것이 그에게 그렇게 커다란 문제는 아니다. 그리고 올리브가 아니라도, 애덤이라면, 올리브 처지의 다른 사람과 있었을 때 역시나 커피값을 냈었을 거라고 본다. 올리브가 애덤보다 돈을 적게 버는 건 사실이다. 게다가 올리브의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고, 올리브에게 다른 가족도 없다. 가족이라 부를만큼 친한 친구들은 여기 미국에 있고,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캐나다에는 의지할만한 사람이 없다. 올리브는 조교라서 돈도 적게 벌고 혼자라서 끼니도 잘 챙겨먹지 않는다. 그래서 사랑하는 남자와 섹스를 하기 위해 옷을 벗기 전, 내 갈비뼈가 드러나는 거 어떡하지, 하고 앙상한 자신의 몸을 걱정한다. 아직 애덤은 올리브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왜 왔는지, 어떻게 먹고 사는지 잘 모르지만, 그렇지만 일단 자신보다 월급이 더 적다는 걸 인지하고 커피값을 내준다. 커피와 함께 같이 산 간식들은 올리브에게 사흘 치 식량이 된다. 짧고 즐거운 데이트를 마치고 헤어지면서 올리브는 애덤에게 "사흘 치 식량 사줘서 고마워요." 라고 말한다. 그 후의 데이트에서도 애덤은 올리브에게 계속 간식을 사준다. 그것들이 그녀의 사흘 치 식량이 된다는 걸 아는 까닭이다.



내가 이 책의 이 장면을 떠올린 것은 1월 1일에 본 핀란드 로맨스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 때문이다.



'안사'는 유통기한 지난 빵을 집에 가져가려고 했다는 이유로 다니던 슈퍼마켓에서 해고당한다. 이에 술집에서 설거지하는 일자리를 구했는데, 술집 사장은 '매주 월요일에 주급을 현금으로 주겠다'며 그녀를 고용한다. 드디어 첫 월급날이 되었는데, 안사의 사장은 마약밀매를 하다 걸려 경찰에 체포된다. 안사는 월급을 받지 못했다.

그전부터 안면을 익혔던 훌라파는 안사에게 '커피 마시러 갈래요?' 묻는다. 어차피 지금 당장 가야 할 직장도 없고 그래서 안사는 커피를 마시러 가고 싶지만, '그런데 나는 커피값이 없다'고 말한다. 훌라파는 자신이 커피를 사주겠다고 하며 그녀와 함께 카페로 간다. 둘은 커피를 주문했는데, 안사의 직장 사장이 경찰에 체포되어 주급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된 훌라파는 '밥도 못먹었겠네요, 배고프죠?' 라고 묻는다. 안사는 그렇다고 답한다. 실제로 전기요금 낼 돈도 없어 집안의 모든 전기코드도 뽑아버렸던 터다. 훌라파는 그녀에게 빵 사줄테니 빵 먹으라고 한다. 그녀는 사양않고 일어서서 카운터로 가 빵을 하나 골라가지고 온다.



나는 이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매우 좋았다. 


그러니까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되지만, 많은 경우 어떤 노동자들은 급여를 제때 받지 못하고 영원히 받지 못하기도 한다. 그럴 경우 신고를 하기도 하고 어쨌든 빨리 급여를 받을 다른 직장을 구하기도 하는데, 급여를 제때 받지 못한 것 뿐만 아니라 일단 지급 급여를 받지 못하는 구직상태라는 걸 알면, 이미 근로활동중인 상대는 그 사람에게 밥 한 끼 사주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다. 그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나의 이 접근 방법은 훌라파의 접근 방법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훌라파 역시 가난한 노동자이다. 위험한 장비를 가지고 노동하면서 공사현장에서 제공해주는 컨테이너에서 다른 직원들과 함께 살고 있다. 게다가 알콜 중독 문제도 있다. 근무중에도 술을 마시다가 해고를 당한다. 어쨌든 그도 아주 가난하다는 거다. 훌라파가 한 사람을 만났고 '이번주 주급을 받지 못했다'고 할 때, '너 밥 못먹었겠다'를 바로 생각해낼 수 있었던 건, 만약 자신이 주급을 받지 못한다면 자신 역시 같은 처지가 되는 걸 아는 까닭일 것이다. 그러니까 내 경우 상대가 '월급을 못받았어'라고 하면 바로 '너 밥 못먹었겠네'가 나올까? 를 생각해보면 그게 아닐 것 같은 거다. 훌라파는 안사를 혹은 안사의 사정을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이 장면이 너무 인상 깊었고 그리고 너무 좋았다. 다른 사람이 안사에게 해줄 수 없는 것을 훌라파가 바로 해줄 수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급 못 받았어, 너 밥 못먹었겠네? 빵 사줄게. 이런 대화가 가능한 사람은 그 전에 어떤 삶을 살아온걸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제 점심 먹으면서 이 얘기를 e 에게 하니, 내 얘기를 듣자마자 e 는 '그런데 너는 만약 내가 주급 못받았다고 한다면 바로 고기 사줄 사람이잖아?' 하는 거다. 맞다. 나는 고기를 사줄 사람이다. 배터지게 사줄 사람이다. 그런데 그건 이것과 다르다. 나는 e 가 내 앞에서 혹은 다른 사람이라도 내 앞에서 '월급을 못 받았어' 할 때, 대뜸 '밥 못먹었겠네'를 상상 할 수 없다는 거다. 이해는 반드시 경험에서 나오는 건 아니지만, 그러나 이해와 상상력은 경험에서 비롯된다. 안사가 그 상황에 나를 만났다면 내게 밥 사달라고 하지 않는 이상 '지금 안사가 배고플 것이다'를 내가 떠올릴 순 없었을 거라는 거다. 이게 너무 신경이 쓰이는 거다. 나는 훌라파처럼 안사의 배고픔을 짐작할 수 없었을 것이기에. 이게 너무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불편하다. 어떤 도움은 상상력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없는 걸, 훌라파가 했다.

















마틴 에덴의 글이 팔리지 않아 코트까지 내다 팔아야할 정도로 가난했을 때, 그런 마틴 에덴이 밥도 못먹었겠구나, 라고 걱정하며 마틴 에덴의 밥을 신경써준 건, 마틴 에덴이 사랑하는 여자가 아니었다. 그런 마틴 에덴의 굶어 홀쭉해진 모습을 눈치채고 밥을 챙겨준 건, 마틴 에덴보다 아주 약간 나은 형편에 있었던 하숙집 주인이었다. 자신이 먹일 아이들도 있고 혼자 아이들을 키워야했고, 돈이 없어 자신의 공간 한 켠을 하숙을 줘야 했던 하숙집 주인. 그런 하숙집 주인이 돈이 있다면 자기 먹기도 바쁠텐데, 어이쿠 마틴 굶고 있구나, 하고 마틴의 밥을 챙긴다. 굶는 마틴에게 필요한 사람은 밥을 주는 사람이지 사랑을 주는 사람이 아니다. 배고픈 사람에게 필요한 건 밥이지, 사랑이 아니라고. 아무리 돈이 많은 연인이 있어도 내가 지금 돈이 없어 굶고 있다는 걸 눈치챌 수 없다면, 그 돈은 다 무슨 소용이람?

















도스토예프스키의 《가난한 사람들》에서는 찢어지게 가난한 여자와 찢어지게 가난한 남자가 우정을 맺고 편지를 쓰는데, 서로 누가 더 가난한지 모를 정도로 가난하면서, 상대에게 돈을 빌려준다. 없는 돈을 탈탈 털어서, 다른 사람에게 빌리면서까지도 상대가 혹여라도 밥도 못먹을까봐 돈을 빌려준다. 


나 지금 돈이 너무 없어, 이번에 받아야 할 돈을 못받았어, 라고 말했을 때 '어, 너 그럼 밥을 못먹었겠네'를 생각할 수 있는 건, 부자 애인이 아니다. 애초에 부자 친구에게라면 '나 주급을 못받았어'라는 말을 할 수 있었을까? 

















Hey, listen. By the way. It looks like I won't be able to pay rent up here this summer. Marianne looked up from her coffee and said flatly: What?

Yeah, he said. I'm going to have to move out of Niall's place.

When? said Marianne.

Pretty soon. Next week maybe. -p.123


코넬은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간신히 렌트비를 댈 수 있었다. 그런데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서 시간을 줄이자고 했고 그러면 렌트비를 댈 수 없어 사는 곳을 나와야 한다는 것을 뜻했다. 코넬은 이에 메리앤에게 얘기한다. 그들은 자주 만나고 함께 지냈으니, 여기까지만 말했을 때 메리앤이 '오 그러면 나랑 함께 지내' 라고 말해주리라 기대한 까닭이다. 그러면 당장 머물 곳이 해결된다. 그렇지만 직접적으로 너랑 머물러도 될까, 를 묻지는 못한다. 함께하는 시간에 모든 비용을 메리앤이 다 댔기 때문이다. 둘 사이에 그것이 딱히 문제된 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가 너랑 머물러도 될까, 를 묻는 건 힘든 일이다.


메리앤은 메리앤대로 그가 나와 함께 머물 거라고 짐작할 수 없다. 메리앤은 어린 시절 가정폭력에 시달려왔지만 경제적인 상황은 여유가 있었다. 돈이 없었던 적은 없었으나 누군가 자신을 사랑할 거라는 확신을 갖는 건 어려웠다. 나 렌트비가 없어서 사는 곳을 나와야 해, 라는 말에 '나랑 있으면 어때?'를 메리앤은 상상할 수 없다. 너 그러면 엄마 집에 가겠네? 라고 대뜸 묻는 까닭이다. 코넬은 코넬대로 거기에 그렇다고 답한다. 서로가 서로를 향한 원망을 가진 채로 그들은 헤어진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직접 일하지 않으면 잠잘 곳도 없고 먹을 것도 없다. 그런데 그게 뭐든 부족한 적 없었던 사람은, 그런 상황을 상상할 수 없다. 자신이 가진 한계 안에서 대응할 수 있을 뿐이다. 음, 이상한 결론이지만,



나는 그래서 우리가 책을 읽고 영화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무리 간절한 마음으로 상상력아 길러져라, 얍!! 해봤자 그런 게 될 리 없다. 매일 자기 전에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주세요, 백일기도 드려봤자 갑자기 쿵-상상력이 내 머리에 내려앉지 않는다. 그렇지만 노멀 피플을 읽으면 아아, 이렇게나 달라서 이해를 못하네, 를 알게 되고, 마틴 에덴을 읽으면 아이고야, 마틴이 굶고 있는 걸 왜 모르나, 하게 되고, 사랑은 낙엽을 타고 를 보고나면, 아아, 저런 상황에서 어떤 사람들은 정말 굶주릴 수도 있는 거야, 까지 생각해볼 수 있게 된다. 


어휴, 올해 본 첫 영화 때문에 가슴이 후벼 파졌다. 안사에게 배고프지? 를 물을 수 있는 훌라파라서 너무 좋지만, 나였으면 그렇게 묻지 못했을 거란 사실 때문에 마음이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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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핀란드와 여행객
    from 마지막 키스 2024-01-05 11:13 
    핀란드라는 나라에 대해 그동안 특별한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잘은 모르는데, 디자인의 나라이며 교육 수준이 높다고 알고 있었다. 여행 프로그램에서 만나는 핀란드는 굉장히 여유로워 보였고. 여행 프로그램에서 뭘 얼마나 보여주겠냐마는, 그래도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 에서처럼 그렇게나 가난한 사람들이 함께 공존한다고는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어디나 빈부의 격차가 있는건 당연하겠지만, 이것을 사실로 알고 있는 것과 여유롭고 아름다운
 
 
잠자냥 2024-01-03 1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빵 사주는 장면 진짜 좋았죠. 그 빵 한덩이 클로즈업 될 때... 레이먼드 카버 <대성당>의 빵 한덩이도 생각나기도 했고.
극장 가서 둘이 좀비 영화 본 장면도 좋았어요. 이렇게 웃은 적이 처음이라고 했던가...
(전 다른 사람들이 그 좀비 영화 보고 나오면서 고다르니 부뉴엘 영화 같다고 하는 장면 보고 빵터짐ㅋㅋㅋㅋㅋ 핀란드 사람들은 좀비 영화 보고도 고다르를 떠올리나 ㅋㅋㅋㅋㅋ)
아무튼 빵과 웃음이 백마디 사랑해보다 나을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락방 2024-01-03 12:23   좋아요 2 | URL
맞아요. 이렇게 웃은 적이 처음이라고 했을 때, 뭐야 좀비 영화가 가장 큰 웃음이라니, 이러면서 슬펐어요. 아니, 주인공들은 웃고 기뻐하는데 왜 나는 슬퍼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좋은데 슬펐어요. 전 마지막에 그들이 함께 걸어갈 때, 아니 그러면 안사의 집에 갈텐데 안사 집 침대 너무 작은데... 막 그런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도 이제 훌라파 잘 곳 있다! 이런 생각도 들고 말이지요. 휴..

잠자냥 2024-01-03 12:49   좋아요 2 | URL
킹침대가 생각났습니까....?
둘이 포개져서 자면 됨.

다락방 2024-01-03 16:45   좋아요 0 | URL
그래도 좁다.....많이 좁다.....

단발머리 2024-01-03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천천히 읽었거든요. 도서관이라 웃으면 안 돼요. 근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첫 번째 문단 읽고, 난 <노멀 피플>이 딱 떠오른 거에요. 댓글에 그 이야기 써야지 했는데 ㅋㅋㅋㅋ 우앗! 여기 맨 밑에 <노멀 피플>이 링크되어 있네요. 우리, 동일한 경로를 따라 움직이는 뇌를 가지고 있던가요?ㅋㅋㅋㅋ

전 <사랑의 가설>에서 그 부분.... 애덤이 계산한다고 했을 때, 올리브가 이 사람 뭐야? 나 가난하다고 무시하는 거야? 나를 깔보나? 그러나 생각해보니 자신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 부분이 참 좋았어요. 이 사람 앞에서는 안 그러고 싶다.... 근사하고 싶다... 그러지 않고, 아, 나 돈 없지... 라고 말하는거요. 근데, 또 제가 올리브라면, 전 그렇게 안 할거 같아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막 이럴 듯 ㅠㅠ 그러면 맛없고 제일 저렴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시키고 말았겠죠. 역시 올리브 현명하네요!

고기 척척 사주는 플렉스, 칭찬합니다!!

건수하 2024-01-03 16:07   좋아요 1 | URL
저도... 아니라고 괜찮다고 할 거 같아요. 그래서 애덤을 못 만난 것인가... ==33

단발머리 2024-01-03 16:10   좋아요 0 | URL
건수하님 / 네! 🤪

다락방 2024-01-03 16:51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 님! 저도 노멀 피플 생각이 나서 제가 쓴 글 찾아 읽어보았는데요, 또 노멀 피플로 들어가면 단순히 가진자와 덜가진자 로 구분 지어서는 안된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메리앤에게는 또 메리앤 나름의-다른 사람이 짐작도 못할- 극복하기 힘든 문제점들이 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분명한 건, 비슷한 환경을 겪어봐야 알아볼 수 있고 상상하기도 가능해진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기 위해서, 경험하지 않아도 상상할 수 있기 위해서,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읽고 쓰는게 아닐까 합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래서 영화를 만들고요. 저 <사랑의 가설> 읽다가 앙상한 갈비뼈를 부끄러워하는 올리브를 처음 만났잖아요. 저는 그게 너무 낯설었는데, 그것은 자신의 처지를 드러내는 것에서 오는 부끄러움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튼 사랑의 가설도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제가 번역본 팔고 후회했는데 전자책으로 사둬서 좋아요! ㅋㅋㅋㅋㅋ(또 사버렸다는 얘기 ㅋㅋㅋㅋㅋ)

고기는 언제든 단발머리 님께도 사드릴 수 있습니다. 흠흠. 그쯤이야, 뭐. 후훗.

미미 2024-01-03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너무 좋네요 다락방님 ㅜ.ㅜ 마음에 준비 하고 읽지 않았다가 가슴에 한 대 맞은 기분입니다.
다락방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 것 같아요. 저도 훌라파 처럼 섬세한 사람이 아니어서 영화나
드라마 보다가 저런 대목을 발견하면 뜨끔하고 뭉클하고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해요!
저 영화를 봐야겠습니다.ㅋㅋㅋㅋㅋㅋ

저는 갈수록 좋은 영화나 드라마 보면 거기서 느낀 바를 ‘글로 쓰고 싶다 ‘는 생각이 들곤 해서
가끔은‘ 좀 심하다 왜이러지?‘ 생각했는데 그 이유를 이제 서야 알겠어요.
다락방님 때문이에요!ㅋㅋㅋㅋㅋㅋ전염성이 있는 글입니다.>.<
(제 글은 그닥 공감을 일으키지 못할 것 같아 늘 자제중입니다.헤헤)

다락방 2024-01-03 16:55   좋아요 1 | URL
안사 에게는 그 순간 자신의 처지를 알아봐주고 눈치채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을까요. 배고플 때 너무 잘 만났잖아요. 사람은 정말 복잡한 존재인 것 같아요. 우린 한 사람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한 면만 보고 말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훌라파의 경우도 일하면서 몰래 몰래 술 마시는 사람이라서 그 점에 있어서 너무 불만이었거든요. 그러지말라고 뜯어 말리고 싶었는데, 안사의 배고픔을 눈치채주는 사람이라니. 훌라파 라는 인간을 제가 어떤 사람이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미미 님, 글 쓰는 것을 결코 자제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일단 쓰세요. 뭐가 됐든 쓰시라고 저는 무조건 말씀 드립니다. 설사 나만 보는 글이어도 일단 쓰세요. 그렇다면 그 글은 원래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니까요. 결국 자기를 위한 글이 남을 위한 글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글 쓰는 걸 자제하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쓰세요!!

망고 2024-01-03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 보고 제가 좋아한 소설 문장이 떠올랐어요 제니퍼 이건의 ˝맨해튼 비치˝에서 마피아 보스가 주인공 코트의 소매가 다 해진걸 보고 남의 불행을 간파하는 능력이 자신에게 있어서 주인공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고 하는 부분이 있어요 전 이 장면이 참 찡하고 좋았어요 마피아도 어렵게 산 시절을 겪은 사람이라 이런걸 잘 잡아내거든요ㅜㅜ 암튼! 다락방님이 본 영화 저도 보고싶습니다

다락방 2024-01-03 16:58   좋아요 0 | URL
제니퍼 이건 이라면 제가 <깡패단의 방문>을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 다른 책은 더 읽어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망고 님께는 아주 좋은 책이었군요!
남의 불행을 간파하는 능력이라뇨, 그건 자기가 불행을 알기에 가능해진거잖아요. 아 정말 말씀처럼 너무 찡하네요. ㅠㅠ

극장에서 내리기 전에 얼른 영화 보러 가세요, 망고 님!!

망고 2024-01-03 17:48   좋아요 0 | URL
맨해튼 비치는 깡패단이랑 다르게 장편소설 읽는 맛이 나서 다락방님 재밌게 읽으실거 같은뎅 모르겠네요 전 추천해요^^

다락방 2024-01-03 18:10   좋아요 0 | URL
오 그렇다면 보관함에 넣겠습니다. ㅎㅎ

건수하 2024-01-03 16: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이 글 정말 좋아요.
주급을 받지 못하면 배가 고프다는 걸 떠올릴 수 있을까... 저도 아닐 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예전에 만났던 남자가 떠오르면서... 내가 그때 그랬었나 (전 마틴의 애인처럼 부유하지 않았지만) 싶고..
별로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는데 갑자기 쪼금 미안해졌습니다..

다락방 2024-01-03 17:02   좋아요 0 | URL
저는 부자 남자도 만난 적이 없지만 주급을 못받으면 밥을 굶는 남자도 만나본 적이 없는데, 어쩌면 제가 스쳐간 사람들 중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었을지도 모르겟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제가 눈치 채지 못했을 뿐.

섬세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도 우리는 좀 애를 써야 하는게 아닐까 합니다. 자신이 가진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니까요.

과거의 연인에 대한거라면, 우린 상처를 받기도 하고 또 주기도 하고 그러지 않았겠습니까. 그것이 인생...
 

작년 마지막 날에는 균형에 대해 생각했다. 그건 한 다정한 친구의 말 덕분이었다. 연휴라면 며칠동안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않는 것이 가능한 친구는 내게 '요가는 세상 지루한 운동일 거라 생각한다'고 한거다. 평소 테니스와 자전거 타기로 다져진 다부진 근육질의 그 친구라면, 그래, 매트 한 장 위에서 움직이는 건 지루해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정말로 요가는, 매트 한 장위에서만 움직이는 운동이었다. 그런데 내가, 그 매트 한장만큼의 세계를 좋아하고 있었다. 나는 평소에는 굉장히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는 사람인데. 이번 연휴 사흘동안 집에 가만 있었던 날이 없다. 언제나 밖으로 튀어나가는 사람인데, 사실 침대 위에는 잘 때 빼고는 잘 있지 않고, 그걸 잘 못하는데, 지하철, 기차, 심지어 비행기까지 타고 슝슝 돌아다니는 사람인데, 그런데 운동은 딱 매트 위에서만 했다. 가만히 집 안에 있는 걸 좋아하는 친구는 운동할 때는 여기에서 저기로 움직여야 했고, 언제나 빨빨거리며 다니는 나는 운동할 때는 매트 한 장 위에서만 했다. 어느 만큼의 이동과 어느 만큼의 멈춤은 우리 스스로 균형을 찾아내는 건가, 라는 생각을 했다.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나누고 즐거워하면서도 어느 순간은 반드시 혼자여야 하는 것처럼, 내 안에서 균형을 찾아내는 일은 내 몫인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린 누구나 저마다 나름의 균형을 찾아서 맞추어가는구나. 여기에선 내게 이만큼의 공간을 허락하고 저기에선 내게 이만큼의 움직임을 허락하면서 균형을 찾아가는거야. 재미있다. 




요가 매트 위 나는 자꾸 볼썽사나워진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주변과 경쟁하려 들고, 조바심치고, 두려움에 떨며 쉽게 좌절한다. (p.6)













내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 일을 하는 방식,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의 자세들은 요가를 할 때 여실히 드러난다. 내가 억지힘을 써서라도 완성도를 높이려 한다는 것 말고 또 깨달은 것은 약하게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작은 힘으로도 움직일 수 있는데 센 힘을 사용하고 있었다. 부드러운 힘을 잘 쓰지 못했다.

나는 강해지고 싶었다. - P67









연휴 첫날, 눈이 펑펑 내리는데 굳이 요가를 갔다. 지난 한주간 한 번도 가지 않았기 때문에 토요일마저도 안간다면 내 몸에게 너무 미안할 것 같은 거다. 그렇게 우산을 받쳐 들고 요가센터로 가면서, 열두명이 예약되어 있던데 설마 한 명도 안오는 건 아니겠지? 걱정했다. 도착하니 나와 선생님 단 둘 뿐이었지만, 수업 시작하기 전에 세 명이 더 와서 네 명이 함께 수업했다. 오랜만에 하는 빈야사는 너무 빡세고 너무 힘들어서 수업 중간에 아이고 아이고 소리를 내야 했다.


수업을 마치고는 까페로 갔다. 책을 좀 읽어야 해서. 그렇게 눈이 많이 오는데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보면서 더불어 독서를 했다.




저녁에는 이모와 엄마와 함께 와인 한 잔을 하기로 했고 내가 안주를 준비하기로 했다. 얼마전에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벼르던 안주가 있었다. 재료는 미리 다 준비해두었다. 나중에 알게됐는데 그 안주의 이름은 라따뚜이였다. 아, 이게 라따뚜이구나! 사실 엄마랑 둘이서만 먹을 생각이었어서 라따뚜이만 생각했다가 이모가 온다고 해 거기에 감바스와 샐러드를 추가했다. 머릿속에서는 별로 어려울 게 없었고 시간은 한 30-40분이면 충분한 것 같았다. 라따뚜이가 오븐에서 익어가는 20분간 감바스랑 샐러드를 완료하면 되잖아?


그러나 내가 누군가. 요리 초보에다 요리를 못하는 사람이 아닌가. 게다가 정리정돈은 또 얼마나 못하는가. 

요리를 하기에 앞서 충분히 재료와 과정에 대해 생각했지만 그것을 실제로 해내는 건 다른 일이었다.

재료를 썰어 준비하는 일도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일단 샐러드용 오이와 토마토 씨는 다 빼서 썰어 한데 담아두었는데, 라따뚜이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앗, 샐러드용 오이 소금에 절여 두랬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부랴부랴 한데 섞인 토마토와 오이를 가져와 오이만 따로 골라냈다. 그리고 소금에 절였다. 자 그리고 다시! 이걸 이렇게 썰어서 이렇게 이렇게 두고, 자 이제 이걸 볶아야 되지? 아, 근데 새우 물기 빼야 되는데! 막 이래가지고 있는데 엄마랑 이모랑 뭐 도와줄 거 없냐고 오셨고 나는 다들 저리 가시라고 날 내버려두라고 했다. 내가 다 해줄게 그냥 기다려.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해야 내가 한거지! 막 이랬단 말야? 그런데 머릿속에 혼란의 도가니 오고 오븐 돌아가고 있고 프라이팬에서 마늘 볶고 있고 막 이러는데, 나는 그러니까 한 번에 이렇게 한가지를 초과해버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멀티 너무나 불가능한 사람이야. 가뜩이나 멀티 안되는데 정리정돈도 안되고... 엄마랑 이모가 말을 거는 순간 대답을 할 수가 없어서,


"나중에 물어봐 나중에, 지금 생각을 못해!"


막 이렇게 되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엄마랑 이모가 알았어 알았어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금 프라이팬의 이거 볶아야 되는데 다른 생각을 일절 못하겠는 부분. 하여튼 그렇게 힘겹게 만들고자 했던 걸 다 만들었다. 


자, 라따뚜이 ㅋㅋ




그리고 감바스!1



그리고 참깨 드레싱도 직접 만들어 이루어낸 샐러드!




색깔이 다 너무 똑같다는 게 좀 거시기하지만 고기 싫어하는 이모에게 다 너무나 좋은 안주였다. 이모가 오기를 잘햇다고 했다. 그리고 이모와 엄마는 내게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어쩐지 듣기 싫은데? 그래도 해보라고 했더니, 여행을 데려가달라는 거다. 자유여행. 그러면서 내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비용은 엄마랑 이모랑 다 부담할게, 넌 안내만 해줘."


흐음.. 그래서 내가 2025년에 한 번 보자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듀오링고 열심히 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저 안주를 만드는 일이 내게 너무 고되었던 것 같다. 능력 밖의 일을 해낸거였어. 술 얼마 마시지도 못하고 나는 뻗어버리고 만다. 다행스럽게도 식기 세척기 돌리는 것 까지는 어떻게든 해냈어. 나 들어갈게, 하고 들어가고 엄마랑 이모는 다음날 내게 너 어제 왜 훅 갔냐고 하셨다. 몰라, 요리 하느라 그랬나봐...



그리고 일요일은 친구랑 만나기로 했다. 친구랑 만나기 전에 책을 좀 읽고 글을 써야지. 가만있자, 그런데 나는 SRT 를 타고 이동할거란 말야? 전날 술을 마셔서인지 라면을 꼭 먹고 싶었다. 도착해서 라면 먹어야지, 그런데 진짜 너무 라면 먹고 싶다. 오오 그런데 마침 수서역에서 기차를 타러 가는 길에 라면을 파는 가게가 보인다. 김밥, 오뎅, 라면, 떡볶이.. 나는 라면을 먹고 싶다. 가만있자, 기차는 24분 후에 출발한다. 그렇다면 요리 나오는데 10분, 먹는데 10분.. 으로 되지 않을까? 자, 도전! 만약 안된다면 기차 시간 미루지 뭐, 하는 생각으로 주문했는데, 나오는데 5분 걸리고 먹는데는 10분이 채 안걸렸다. 우걀걀걀




그렇게 예약된 시간에 딱 맞추어 SRT 를 타고 나는 친구를 만나러 갔다. 친구를 만나기 전에 커피도 마시고 책도 읽고 리뷰도 하나 쓰고, 그리고 친구를 만나러 가서는 맛있는 걸 먹고 술도 마시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다음날에도 나는 어김없이 나갔다. 영화를 보려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새해 첫 영화는, <사랑은 낙엽을 타고>!! 사랑이 어떻게 낙엽을 탈까.. 여하튼 나는 그렇게 오랜만에 씨네큐브에 갔는데, 1월 1일이라 그런지 거리는 썰렁했다.




핀란드의 로맨스 영화라니, 후훗. 부푼 마음으로 극장에 갔는데 영화는 내 생각만큼 막 좋지는 않았다. 일단 굉장히 말이 없는 영화였다. 로맨스도 딱히 내 마음을 움직이는 것도 아니었고. 그런데 나는 영화 내내 너무 신기했다. 핀란드가 너무 궁금해지는 거다.


영화속에서 주인공들은 라디오를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뉴스를 듣는 장면이 반복해나온다. 그러니까 영화의 배경은 현재인데, 주인공들은 전혀 디지털적이지 않은 거다. 핸드폰을 가지고 있지만 핸드폰으로 딱히 연락하지도 않고, 전화번호를 수첩에 적어서 찢어준다. 당연히 잊어버리겠쥬? 답답했어.. 


그리고 어디나 빈부의 격차는 있고 어디나 가난한 사람이 있지만, 핀란드 엄청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들이 사는 세상은 전혀 선진국이 아닌거다. 마약을 몰래 파는 사람도 나오고 알콜 중독에 술취한 사람 돈 뺏는 것까지, 정말이지 다른 어느 나라들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어. 어느 지점에서 핀란드는 선진국일까. 교육이 성공적이라는 얘기 되게 많지 않나? 그리고 이 사람들은 술집에서 술 마시는데 술만 계속 마신다. 안주가 없어. 게다가 가라오케..도 너무 아날로그적이고. 나는 이 나라가 너무 신기해서 이 영화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핀란드 여행책을 주문해 버렸다. 딱히 여행을 가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이 나라 좀 궁금해서. 그래서 여행책을 보며 훑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알라딘에 '핀란드' 넣고 검색했다가 내가 이미 가진 책이 몇 권 있다는 걸 알게 됐지만(…) 그래서 셀프 트래블 하는 그 책을 샀다. ㅋ
















카모메 식당도 다시 봐야지. 



자, 월요일 책탑? 월요일 연휴니까 화요일 책탑?

없다. 정말 없다. 나 지난주에 한 권도 안샀다. 북유럽 책은 다음주 책탑(이 있다면)에 포함될 책. 책 사려고 한 2주전쯤 중고 팔아 예치금도 마련해두었지만, 안샀다. 지난주에 너무 바빠 야근하는 삶을 사느라 뭐 책 안사도 초조해지거나 하지도 않았다. ㅋㅋㅋㅋ 그래서 일단 이번 주에는 책탑 없는 한 주를 시작하게 되었다. 하하하하하.



아무튼 내가 다시태어날건데, 그러기 위해서 와타나베, 에리카, 잭 리처 얘기를 좀 해야 하는데, 이 페이퍼에 한꺼번에 쓰면 너무 길어져서 읽는 이들이 지치는 수가 있으니 다음으로 넘기도록 하겠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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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1-02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이럴수가.... 책탑 없는 페이퍼를 라따뚜이로 덮을 셈입니까!
진짜 이런 거 엄청 반대하지만....... 하지만, 라따뚜이는 너무 맛있을 거 같아요. 완전 맛있겠는데요!!!!!!!!!!!

다락방 2024-01-02 09:5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그러니까 제가 강하게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책탑이 없네요? 금요일에 살 뻔 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책탑 없는 한 주를 만들어볼까? 하였습니다. 그리고 몇 권의 책을 완독해 내보내는게 목표였으나 그건 하지 못했네요. 정말이지 이번 한 해는 적게 사고 많이 읽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과연.. ㅋㅋ

언젠가는 단발머리 님께 라따뚜이 만들어 대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 베트남 한 달 살기 할 때 놀러오세요!
꺅 >.<

잠자냥 2024-01-02 10:32   좋아요 0 | URL
저는 그럼 옆에서 감바스를 만들겠습니다.
요알못인 저도 감바스는 할 줄 알...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1-02 10:51   좋아요 1 | URL
그럼 저는 라따뚜이와 감바스를 맛있게 먹겠습니다! 그건 진짜 자신있어요!
최종 승자는 나여......... 여러분! 나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1-02 11:28   좋아요 1 | URL
제가 치아바타까지 만들면 완벽한 상차림이 됩니다. 치아바타는 라따뚜이 찍어먹어도 좋고 감바스 찍어먹어도 맞춤해요!! >.<

잠자냥 2024-01-02 10: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연휴라면 며칠동안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않는 것이 가능한 친구˝ ㅋㅋㅋㅋㅋㅋㅋ 은바오 말입니까?ㅋㅋㅋㅋ
˝평소 테니스와 자전거 타기로 다져진 다부진 근육질의 그 친구˝ ㅋㅋㅋ 아 저군요? 근데 근육질에서 빵터집니다....
근육량이 일반 여자보다는 많기는 한데, 근육질은 아님 ㅋㅋㅋㅋㅋㅋ(집사2가 근육질 소리 들으면 비웃을 듯ㅋㅋ)

우아 라면 먹으려고 기차 시간을 미뤄요??? 저는 세상 꿈도 못 꿀 일...ㅋㅋㅋㅋ
(기차든 뭐든 정해진 시간은 다가오는데 그 전에 촉박하게 뭐 하는 거 진짜 싫어하거든요... 시간 딱 맞추는 거 스트레스 치솟음ㅋㅋㅋㅋ)

오잉 씨네큐브 갔었다니... 다락방님 백만년만에 간 거! 나도 1월 1일에 보러 갈걸! ㅋㅋㅋㅋ
다락방 옆자리에서 ˝락방아, 나야, 자냥이...˝ㅋㅋㅋㅋㅋㅋ

저도 저 영화 보고 핀란드도 가난한 사람들은 장난 아니구나? 그리고 진짜 다들 너무 우울하게 살고 있어서;
역시 사람에게는 햇볕이 중요하구나 중얼중얼...
이 영화에서 놀라웠던 건 남주가 일하다가 사고 나니까 음주 측정하는 장면이었어요. 그게 의무라니... 우리나라도 그런가??

화요일의 책탑 당근 있을 줄 알았는데 엄청 놀람....... 와.. 진짜 다락방 작심삼일은 하는구나?!

독서괭 2024-01-02 10:34   좋아요 1 | URL
에이 아는 척 안 할 거면서…

잠자냥 2024-01-02 10:37   좋아요 2 | URL
다락방은 할 건데요? 얼굴을 일단 내가 알고..
9년쯤 알고 지냈는데 내 기준 좋은(변함 없는) 사람이면 할 수 있음. 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1-02 10:43   좋아요 2 | URL
9년… 알겠습니다.

잠자냥 2024-01-02 10:58   좋아요 2 | URL
2093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은바오보다는 대박이지 않습니까?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1-02 11:08   좋아요 1 | URL
저도 기차시간 미루기 싫었는데 다행히 미루지 않고 먹었습니다. ㅋㅋ 아니 그러니까 라면을 먹어야 하는 그 마음이 되게 컸다니깐요? 전날 과음해가지고 라면 국물만이 속을 달래줄 수 있었다!! ㅋㅋㅋㅋㅋ

오랜만에 씨네큐브 갔는데 사람들 엄청 많더라고요. 빈자리 없이 꽉 찼어요. 안그래도 여기 어딘가에서 잠자냥 님이 나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바싹 긴장했어요. 이 영화는 이미 보셨으니 아마 다른 영화 보러 여기 와있을지도 모른다.. ㅋㅋㅋㅋㅋ

저도 말씀하신 장면 너무 충격이고 너무 좋았어요. 일하다 사고난건데 음주 측정하는 거요. 그거 너무 좋던데요? 우리나라는 술에 너무 관대해서 그런거 안할 것 같아요. 술 마셨다고 다 봐주잖아요. 똥같은 나라... 새해부터 나라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코로나 때문도 그렇고 씨네큐브 한동안 안갔는데 이제 좀 자주 가려고 하거든요? 그 뭐야, 켄 로치 감독 영화 1월에 개봉하잖아요? 그것도 보러 갈건데, 마주치면 아는척 하는 겁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잠자냥 님이 저한테 ‘다락방 님 안녕?‘ 하면 나는 ˝다락방 아닌데요?˝ 이래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1-02 10: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책탑이 없다니 대충격!!
다락방님 연휴 알차게 보내셨군요. 저는 집에 있는 게 더 편한 사람으로서.. 놀랍습니다. 안주 만드느라 고생하셨는데, 진짜 맛있어 보여요! 심지어 예쁘고!
어머니와 이모님께서 지난 여행에 매우 만족하셨나 봅니다. 가이드로 고용을 ㅋㅋㅋ 돈 다 대줄게, 안내만 해줘. 좋은데요!!
다음주 책탑을 크게 기대합니다 ㅎㅎ 해피뉴이어!!

다락방 2024-01-02 11:29   좋아요 2 | URL
저도 집에 있는게 편하긴한데 자꾸 나가고 싶어져요. 집에 있는 거 편한데 왜 나가고 싶어하는가. 그것은 저의 몸 안에서 무언가가 꿈틀대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그것은.. 역마살? ㅋㅋㅋㅋㅋ
안주 맛있고 예뻐서 파티용으로 제격이에요. 베트남 한달살기 하면 놀러오세요. 해드릴게요!! ㅋㅋㅋㅋㅋ
하여간 기회가 닿는다면 제가 친근한 알라디너들 초청해서 파티 하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ㅋㅋㅋㅋㅋ그날까지 알라딘 열심히 하세요, 독서괭 님!!

새파랑 2024-01-02 1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가 까지는 좋았는데

이후 라면을 드시고...


눈오는 날 카페에서 하루키 작품이라니 너무 멋집니다 ^^

다락방 2024-01-02 11:30   좋아요 1 | URL
저 어제는 와인 먹고 안주 먹고... 출출해서 불닭볶음면 까르보나라 먹었어요. 후회중입니다. ㅠㅠ

잠자냥 2024-01-02 13:23   좋아요 1 | URL
ㅁㅊ 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까지 불닭볶음면에 까르보나라까지 먹은 줄 알고 있었네...
미미 님 댓글 달리고 나서 댓글 다시 읽다가 그게 아닌 거 알고 안심. 휴 다행이다.......

다락방 2024-01-02 13:4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그렇게까지 양이 많은 사람은 아닙니다. 흠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4-01-02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요일이 아닌 화요일에는 책탑 가능,
왜 책탑 없죠?

점심에 라면 먹고 싶습니다!

다락방 2024-01-02 11:30   좋아요 0 | URL
후훗. 저도 1년에 한 주 .. 쯤은 책 안사고 넘어가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4-01-02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연말에 감바스 해 먹었어요
와인과 함께요.
다락방님, 아니 다부장님 ㅎㅎ
혹시 승진한 건 아니신지!
올해도 책탑 많이 올려주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락방 2024-01-02 15:30   좋아요 0 | URL
오오 감바스 해드셨군요. 찌찌뽕!! ㅎㅎ
감바스는 와인 안주로 참 좋습니다. 조만간 또 해먹어야겠어요. 후훗. 마늘과 새우 올리브유의 조합이라니, 정말 환상적이지 않나요? 만드는 것도 딱히 어려운 게 아니라 참 좋은 아이템인듯 합니다. 후훗.

승진은 안해서 여전히 부장이고요, 승진이 아니라 퇴사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페넬로페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우리 계속해서 열심히 읽고 쓰도록 해요!!

미미 2024-01-02 1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보자마자 깜짝 놀랐습니다. 저 어제 ‘레오티비‘라고
한국에서 오래 산 핀란드인이 순댓국밥 먹는 거 보고 다락방님 생각났었거든요.
핀란드 관련 농담에 이런 말이 있대요. 와이프가 남편에게 ‘당신은 왜 사랑한단 말을 안해?‘
그러니까 남편이 ‘결혼하기 전에 했잖아? 입장이 바뀌면 얘기할께‘라고요ㅋ
핀란드 사람들 버스 기다리며 줄을 설 때도 1미터 이상? 떨어져있대요. 그만큼
자기 영역을 중요시하고 타인에게도 그렇게 배려한다고.

그나저나 라따뚜이와 감바스 아주 맛있어 보여요!! 저 치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락방 2024-01-02 15:32   좋아요 2 | URL
오오 한국에서 오래 산 핀란드인이 순댓국밥을 먹는다고요? 오오. 레오티비 듣기도 처음 듣는데 퇴근길에 봐서 검색해봐야겠네요. 지금은 퇴근길에 카모메식당 볼 예정이었는데 말입니다. 카모메 식당 다시 보고 싶더라고요. 다시 보면서 핀란드 풍경에 주목해보려고요. 후훗.

미미 님, 언젠가 우리 파티 합시다. 제가 라따뚜이와 감바스 만들어서 초대하겠습니다. 그때까지 우리 열심히 읽고 쓰도록 해요. 화이팅!!

hnine 2024-01-02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자꾸 요리초보라고 하시나요? 아닌데. 라따뚜이랑 감바스 만드는 요리초보도 있나요?
저는 ‘핀란드‘라고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한기가 느껴져요. 추운 나라...

다락방 2024-01-03 12:14   좋아요 0 | URL
저거 만드는 동안 저는 정신이 나갑니다. 누가 말 시키면 대답도 못해요 ㅋㅋ 저 진짜 멀티 안되는 사람이긴 하지만 요리할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사람들 어떻게 두 개씩 동시에 요리하고 그러는지 정말 모르겠네요. 하하.

저 어제 미미 님 추천으로 핀란드 인의 유튭을 잠깐 보았는데, 핀란드에서는 숲에서 사슴하고 곰하고 놀다가 소세지 구워먹는다고 해서 너무 놀랐습니다. ㅎㅎㅎㅎㅎ

은오 2024-01-02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제가 비용 부담하고 다락방님께 여행 데려가달라고 하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이랑 여행가면 두배로 재밌을 것 같따.... 대신 평소 걸음의 20배로 걸어야 할테니 그때까지 제가 다리근육을 다져놓겠습니다. ㅋㅋㅋㅋㅋ
라면 너무 신기해요 ㅋㅋㅋㅋㅋㅋ 그걸 도전하시는 것도 성공하신 것돜ㅋㅋㅋㅋㅋ 하 진짜 다락방님 너무 웃기고 귀여우십니다........진짜현실웃음

다락방 2024-01-03 12:15   좋아요 1 | URL
저는 완전 뚜벅이이므로 일단 체력이 필요합니다, 은오 님. 2만보는 매일 거뜬히 걸을 수 있는 몸을 일단 만드시면 그 뒤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ㅎㅎㅎㅎㅎ

저는 웃기고 귀엽다기 보다 음, 식탐이 강한 걸로.. 먹을 것에 대한 의지가 남다른 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무시무시한 책이 왔습니다. 과연 이 책을 완독할 수 있을까, 이해할 수 있을까 싶은,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공포의 권력》!! 우린 1월에 이 책을 읽어야 합니다. 준비 됐습니까, 여러분!!
















세상에, 여성주의 책 같이 읽다보니 줄리아 크리스테바 까지 왔다. 오 마이 갓.. 우린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그동안 무럭무럭 자라서 여기까지 왔다!! ㅋㅋㅋㅋㅋㅋㅋ 자, 함께 읽어봅시다.


다음 도서들도 안내합니다.


2월, 스테이시 앨러이모 《말, 살, 흙》
















3월, 도나 해러웨이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4월, 크리스틴 델피,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시리즈 전 네권


















자,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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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1-02 0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방 마님 안녕?

다락방 2024-01-02 08:4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바꿀려다가 안바꿨다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1-02 08:52   좋아요 0 | URL
걍 살아….

다락방 2024-01-02 08:5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페이퍼 쓰고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eat. 잠자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1-02 10:34   좋아요 0 | URL
나도 무려 어제 긴 거 썼어.... feat. 너나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ttps://blog.aladin.co.kr/socker/15191042

단발머리 2024-01-02 0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어봐서 대답하자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오고 있대요, 책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월부터 4월까지 책이 다 맘에 들어요. 정초부터 공부 욕구 활활! 🔥🔥🔥

다락방 2024-01-02 09:14   좋아요 0 | URL
저는 2월 책하고 4월 책 일부 사야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휴 바쁩니다. 새해에도 바빠요. 우리 힘냅시다, 단발머리 님!!

거리의화가 2024-01-02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달 책 어제 샀는데 커피랑 같이 사는 바람에 아마도 내일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며칠 내로 끝낼 수 있는 책이 아닌 것 같지만 읽다 보면 뭐라도 건지는 게 있겠지 하는 생각^^ 다락방님 올 한해도 잘 부탁드려요.

다락방 2024-01-02 11:24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 이해하는 건 무리가 있고 또 어려워도 읽고나면 뭔가 건질게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도 잘 부탁드려요, 거리의화가 님!!

미미 2024-01-02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공포의 권력>을 사두었던 것 같은데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어제 주문했어요.ㅜ.ㅜ
샀다고 착각했길 바라며 ... 어려운 책도 함께 라면 가능하죠! 무려 해러웨이 선언문과
젠더트러블도 읽어낸 다락방님의 ‘여성주의 책 함께 읽기‘의 여정.

이제 크리스테바라는 산 등반을 기대하며^^

다락방 2024-01-02 15:29   좋아요 1 | URL
아아 부디 사두었다고 착각한 것이기를 바라봅니다. 미미 님도 저와 함께 <산책> 앱을 이용하시죠! 물론 저도 어느 순간 이용안해서 이런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ㅋㅋㅋㅋㅋ

자, 우리 크리스테바, 가봅시다!! 빠샤!!

미미 2024-01-02 16:3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산책>앱을 검색하니 강아지 이미지가 여럿 나옵니다ㅋㅋㅋㅋ 하이킹,라이딩이 있는 komoot인가요? 아니면 만보기어플?

다락방 2024-01-02 17:33   좋아요 1 | URL
미미 님, <산책: 내가 산 책들> 앱입니다. 바코드 읽혀서 내가 산 책 기록하는 앱이에요!!

그레이스 2024-01-02 15: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게 있는 책인데 읽을수 있으려나 하고 꺼내봤습니다. ^^;;
다락방님 올해도 서재에 두껍고 어려운 책들을 던져주시는군요?!
화이팅!

다락방 2024-01-02 17:33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 님은 충분히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우리 같이 읽어보아요!! >.<

미미 2024-01-02 17:54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이 책 갖고 계시다면 함께 읽으심 좋겠어요^^

그레이스 2024-01-02 17:56   좋아요 2 | URL
^^
혼자 읽기 에너지 찾기가 어렵겠죠?
저도 언젠가는 읽어봐야지 하던 작가라.. 시간이 허락되는대로 함께 해보죠^^

햇살과함께 2024-01-03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월 책과 비교하니 2~4월 책 재밌을 것 같은 ㅎㅎ

다락방 2024-01-03 12:1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언제 시작해야 할지 생각하며 다른 책 들고 나왔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