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파티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69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왕수민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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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가 그려내는 다양한 인물들은 읽을 때마다 놀랍다.
이번 책에서는 자기애에 쩔어버린, 그래서 도덕도 윤리도 자식도 내던지는 사람이 나온다. 그에 반해, 자기 자신을 희생하고자 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도 나오고. 인간은 왜 이런거야, 왜...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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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1-02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핼러윈이라서 읽었구나!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1-02 11:56   좋아요 0 | URL
ㅋㅋ 아니 이거 영화 나온다고 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영화 보기 전에 볼라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11-06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애거서 크리스티 하나도 안 읽었네요. 나는...... 이 페이퍼 보니까 그 생각만 들어요. 많이 안 무섭나요? 오엑스로 대답해줘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3-11-06 18:04   좋아요 0 | URL
애거서 크리스티는 무섭지 않아요!! 괜찮습니다!!
 
소네치카·스페이드의 여왕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4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지음, 박종소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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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나리자 스마일>에서 줄리아 로버츠는 여자대학교의 교수이다. 그녀는 똑똑한 제자 몇몇을 눈여겨 보고 있는데, 그 중에 한 명인 '줄리아 스타일즈' 가 대학을 졸업하면 대학원에 진학해 학업을 이어가기를 바라고 있다. 대학원에 진학하면 어떠니, 제안하고 줄리아 스타일즈도 그걸 고려하는 듯 보였다. 무릇 똑똑한 여성들은 공부를 이어가야 할지니, 주저앉지 말지어다!


그러나 줄리아 스타일즈는 대학원 진학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대신 그녀가 선택한 건 남자친구와의 결혼이며 결국 더 큰 도시로 나가는 것도 그만두기로 하는 것. 이에 안타까워진 줄리아 로버츠는 줄리아 스타일즈를 찾아간다. 그리고 재차 대학원 진학을 얘기한다. 이렇게 똑똑한 여성이 이대로 주저앉아서는 안되는데, 라는 마음이 그녀에게 있다. 그러나 줄리아 스타일즈 역시 재차 거절한다. 그리고는 줄리아 로버츠에게 말한다. 선생님은 대학원에 진학하고 큰 도시로 가는 게 더 큰 가치가 있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그러나 내가 정말 원하는 건 이 동네에서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 주부가 되는 거라고. 이건 주저앉는 게 아니었다.


나는 이 장면이 굉장히 낯설고 놀라웠다. 우리가 어릴 적에도 현모양처가 장래 희망이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걸 나는 진지하게 받아들였던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누군가는 정말로,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이 인생의 목표이자 소원일 수도 있는 것이구나, 라는 걸 영화를 보면서 충격적으로 깨달았달까. 나 역시 줄리아 로버츠 처럼, 학업을 이어나가고 큰 도시로 가는 것이 더 마땅한 혹은 더 가치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런데 '내가 정말 원하는 건 그게 아니라고!' 앞에 부끄러워졌다. 왜 내 가치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걸까?


<소네치카>를 읽으며 그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혼란을 다시 느꼈다. 주인공 소네치카도 그리고 소네치카 인생의 중반부터 등장한 야샤도, 남자를 만나고 난 후 자신의 꿈을 다 잊은 혹은 잃어버린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소네치카는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걸 좋아했다. 열심히 읽었고 재미있게 읽었다. 딱히 이렇다할 사랑을 해본 적도 없었고 친구도 없었지만, 책의 세계에 빠지면 그녀는 그게 그렇게나 좋았다. 책에서 기쁨을 얻고 책에서 위로를 얻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소네치카를 알아보고 그녀와 비슷한 남자가 청혼을 해온다. 그녀는 그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말 그대로 정말 행복했다. 가난했지만, 남편이 스무살이나 더 나이가 많았지만, 그녀는 일상의 모든 소소한 순간들에서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투잡을 뛰어 힘들게 일해도 그런데 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삶이 늘 행복이었던 거다. 게다가, 자신이 연민을 품게 된 소녀 야샤의 등장에서도 자신의 집 한 켠을 내어주며 그녀를 딸처럼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일에서도 행복을 느낀다. 그녀는 행복했다. 그녀가 어떤 환경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건, 천성적인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숱하게 책을 읽어오며 쌓아온 단단함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배신감과 아픔이 찾아든다.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것. 게다가 그 상대까지. 그녀는 슬프고 힘들다. 그러나 발악하고 우는 대신 다시 책을 꺼내든다. 역시 책이 그녀에게 기쁨을 주고 위로를 준다. 지금 남편이나 딸이 줄 수 없는 것들을 책이 준다. 나는 다시 책을 찾아들고 위로를 받는 소네치카를 보면서, 대체 왜 그 책을 남자와 함께 살 땐잊은걸까 싶었다. 아니, 잊을 수 밖에 없었다는 건 안다. 가난한 삶에서 늘 일을 하고 가족을 돌봐야 하는데 책을 읽을 시간이나 여유가 어디있단 말인가. 그런 한편 도대체 왜, 어째서, 그토록 좋아하고 기쁨을 주는 것에서부터 멀어지는 것을 기꺼이 선택하는가 싶기도 했다. 선택할 당시엔 그걸 놓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너무 안타까운 거다.


야샤는 고아였다. 기꺼이 선량한 마음으로 그녀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그녀는 이 험한 세상을 홀로 살아내야 했다. 그녀의 나이 열두살 때부터 남자 어른들이 고추를 넣어가며 그녀를 이용하려고 한다는 걸 알게 됐고, 배우가 되고 싶었던 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이 지저분한 어른 남자들을 받아들인다. 세상은 이렇게 더러운 거라는 걸 어릴 때부터 알면서 혼자서 버티어낸다. 그런 그녀가 다니던 야간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게 되고, 그 친구의 집에 초대 받아 간 순간부터 그녀는 그 집과 사랑에 빠진다. 자신이 그동안 가져본 적 없었던 따뜻한 음식과 돌봄과 잠 잘 공간이, 무엇보다 친구 엄마의 환대가 너무 좋았다. 게다가 친 구 엄마인 소네치카는 집의 방 한 칸을 그녀를 위해 내어준다. 이제 여기서 자, 라고. 그런 그녀가 사랑에 빠진다. 제발 그러지 말라고 외치느라 내가 내려야 할 지하철역을 지나칠 정도의 충격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러지마, 안돼, 그러지마, 라고 내가 얼마나 많이 말했다고! 그러나 내가 그러지 말란다고 어디 다른 사람들이 내 말을 듣던가. 결국 자신의 선택이고 또 뒤늦은 자신의 깨달음이 아니던가.


언젠가도 얘기했지만, 내가 어떤 사람을 사랑하느냐는 내 결핍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야샤가 선택한 사랑이 나로서는 이해 못할 것이지만, 그러나 야샤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 건 필연적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그녀가 가져본 적 없던 아버지 같았고, 그는 그녀가 그간 경험한 고추만 밀어 넣고 이용하고자 한 어른 남자들과도 달랐다. 그래, 나는 정말 너무 싫었지만, 야샤가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눈물을 머금고 '네 삶, 네 사랑' 이라고 생각하려고 했다. 그런데,


야샤도 역시 이 남자와 사랑을 한 후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더이상 꾸지 않는다. 대신 그녀가 바라는 건 자기 손가락의 다이아몬드 반지였다. 나 다이아몬드 반지를 갖고 싶어. 그녀는 배우가 되고 싶었었는데, 남자를 사귀고 나자 다이아몬드 반지를 손에 끼우고 싶다. 왜? 왜? 야샤, 당신은 배우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야, 왜 그 대신 다이아반지를 선택하는거야? 배우의 꿈은 사실 그렇게 큰 건 아니었던 거야? 그게 그동안 당신을 버티게 해주었는데, 이제와서 남자와 그 남자가 준 다이아 반지로 만족한다고?


나는 분했다. 나는 화가 났다. 나는 억울했고 나는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분하고 화가 나고 억울하고 어이가 없는 건, 그 책을 읽는 '나'였던 것이고, 그 삶을 사는 야사도 소네치카도 아니었다. 야샤는 그 순간 원하는 걸 가진 사람이었고 소네치카도 그 순간 자신의 행복을 만끽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나는 그들의 선택이 혹은 그 삶이 안타까워 속을 끓였을지언정, 그러나 그녀들에게 감히 그러지 말라고 말할 순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뭐라고, 내가 뭐라고 내가 더 우선하는 가치를 그녀들에게 주장할 수 있단 말인가. 머릿속으로는 정말 이걸 원하는 여성들이니 그렇게 본인들이 행복하다면 된거지, 하면서도 내내 안타깝고 슬펐다. 사실, 지금도 조금 슬프다. 


그런 한 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이 가진 즐거움이 혹은 꿈이 단지 남자 하나뿐만은 아니라서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언제나 여분의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고, 여분의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하나는 안돼, 하나는 너무 위험부담이 크다. 내가 의지하고 기쁨을 찾는 것이 단지 하나뿐이라면, 그 하나가 내게서 지워지거나 사라진 순간 무너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소네치카에게는 책이 있었다. 상실감이 크게 덮쳐왔을 때 그녀는 놓았던 책을 다시 들 수 있었다. 그건 그녀가 책이 줄 수 있는 기쁨을 이미 아는 까닭이다. 야샤에게는 배우에 대한 꿈이 있었다. 그녀 역시 사랑을 떠나보낸 후 다시 배우의 꿈을 꾼다. 다른 즐거움, 다른 꿈은 인생을 사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단단한 축이 되어준다. 사실 소네치카를 읽은 전반적 감상은 슬픔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역시 여분의 것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안도도 함께 느낀다.



이 책에 실린 또 하나의 단편 <스페이드의 여왕>도 내게 슬픔을 준다.

왜 딸이며 손주들까지, 늘 존재했던 엄마(혹은 할머니)의 존재에 감사하기보다, 언제나 부재했다 갑자기 나타난 아버지(혹은 할아버지)의 존재에 기뻐하고 행복해한단 말인가. 지금 자신들이 이렇게 살 수 있었던 건, 없었던 그 남자의 존재가 아닌데, 늘 있었던 그 여자의 존재인 것인데. 그런데 그녀의 인생은 그전에 어떻게 흘러갔던가. 그리고 그 후에는?



나는 슬펐다. 슬펐는데, 

감히 내가 타인의 인생에 슬퍼해도 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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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1-02 11: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마저 찌그러진 게 와서 더 슬픈 다락방.........

다락방 2023-11-02 11:47   좋아요 3 | URL
괜찮아요. 내릴 역을 지나칠만큼 책에 빠지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11-02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슬프다........ 야사한테 뭐라고 그러면서 ‘그러지 마‘ 하셨는지 그걸 좀 써주셔야겠어요. 이럴 수가 있나요, 진짜.....

다락방 2023-11-02 13:22   좋아요 0 | URL
저는 슬픕니다. 매우 슬픕니다. 역시 소설 읽기는 힘들어요. 내가 막 슬퍼버린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023-11-02 1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02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02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3-11-03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집중력하면 이작가님~! 지하철역도 지나칠 정도였다니 ㅋㅋ

저는 어제 <소네치카>만 읽고 잤는데, 좀 안타까웠습니다. 소냐의 자존감이 쫌만 높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ㅜㅜ

다락방 2023-11-03 11:13   좋아요 1 | URL
저는 소네치카도 안타깝고 야샤도 안타깝고 ㅠㅠ 슬펐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olcat329 2023-11-05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네치카가 너무 불쌍해서 다 읽고 나서도 계속 생각이 났어요. 소네치카같은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생각도 들었구요. 야샤를 보면서 설마설마 했는데 역시나 해서 아...어찌 이럴 수가! 했답니다. 근데 정말 마지막 문장에서 조금 위안이 되었습니다. 아 맞아~소네치카에게는 ‘책‘이라는 마지막 보루가 있었지...하구요. 근데 저는 이 책이 이상하게 잘 안 읽히던데(가끔 번역이 이해가 안가서요) 다락방님은 너무 집중해서 지하철역까지 지나치고 제가 커피 끊고 집중력이 많이 약해졌나봅니다.

다락방 2023-11-06 10:14   좋아요 1 | URL
저는 야샤 때문에 내릴 역을 놓쳤어요. 정말이지 간절한 마음으로 ‘그러지마‘가 되었었거든요. 제가 가장 싫어하는 류의 이야기에요. 미성년자와 성인의 성관계요.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되어서 그러지마 그러지마 아니라고 해줘 막 이런 마음으로 읽다 보니 내릴 역을 지나쳤습니다. ㅠㅠ

왜 그 남자는 자신이 원하던 여성들 모두와 사랑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예술)도 계속해나갔는데, 왜 그를 사랑한 여자들은 그를 돕는 역할이었나, 를 자꾸 생각하고 집착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많이 속상했어요. 그러나 그 당사자들은 그 시간을 좋아했다고 하면,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거겠죠. 아 너무 안타깝고 복잡한 마음이었습니다. ㅠㅠ
 
도토리 그림책향 21
송현주 지음 / 향출판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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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염려와 간절함 뒤에 내일은 또 어떤 축복이 쏟아질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귀엽다.

for baby 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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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10-30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o. 다람쥐양에게

다락방 2023-10-31 09:37   좋아요 1 | URL
다람쥐에게 밤을 많이 주세요. ㅋㅋ

단발머리 2023-10-31 09:39   좋아요 0 | URL
싫어요 ㅋㅋㅋㅋ땅콩 줄거에요 🥜🥜🥜🥜🥜
 
로마 이야기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수 옮김 / 마음산책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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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주 어릴적부터 교회를 다녔고, 아마 나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짐작 가능하겠지만, 정말 열심히 다녔다. 국민학교 6학년 때는 교회에서 반주를 했고 예배 시작 전에는 일찍 가서 주보를 나누어주며 전도를 하기도 했다. 어른 예배에 초대되어 반주를 한 적도 있고 그래서 동네를 걷다보면 나를 아는 척 해주시는 어른 분들도 계셨다. 중등부에 올라가서는 예배 반주가 아닌 성가대 반주를 했는데, 합창 연습 때문에 평일에도 간혹 시간을 빼야 했고, 그즈음 반주 하는게 너무 싫고 또 못한다는 생각에 그만두겠다고 했다. 나도 일반 예배석에서 다른 사람들처럼 예배 보고 싶어요, 하고.

그보다 더 어릴 때는 크리스마스 라고 연극에 참여하기도 했다. 처음 주어진 역할은 동방박사 3이었는데 어느 순간 나는 마리아 역을 하고 있었다. 배에 커다란 바가지를 넣고 나는 예수를 낳았다. 


이렇게나 열심히 교회 생활을 했지만, 아니 했기 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교회가 너무 싫었다. 너무 싫어서 중학교 2학년 때인가 더이상 다니기를 거부했다. 교회에서 여러 차례 전화가 왔는데, 한 번은 내가 아닌 척 받아 걘 이제 안다닐 거예요, 했지만 쉽게 들통났다. 어쨌든 나는 안다니기로 마음 먹었다. 여러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새로운 신도가 오면 격한 환영을 하는 것도 싫고 자꾸만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오라는 것도 싫었고(나는 정말 많은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무엇보다 그 안에서 일어났던 끔찍한 성희롱이나 추행 때문에도 싫었다. 착한 사람들인척 좋은 사람들인척 해놓고 해선 안될 짓을 그 안에서 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보았고 경험했고 그래서 알았다. 이런게 너무 싫어서 그만뒀다. 나에게 교회는 그 뒤로 너무나 끔찍한 곳이 되어 있었고, 신앙생활을 하는 엄마가 부흥회나 전도주간이라며 같이 가길 권하시면 마지못해 따라 나서는 아빠와 남동생과는 달리, 나는 가지 않았다. 나는 싫었다.



그러나 십년도 더 전에, 시사인에서 '임영신'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나에게 끔찍한 교회가 다른 사람에게 구원의 장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임영신은 인터뷰에서 교회 때문에 자기가 살 수 있었다고, 그곳은 외롭고 힘든 자신에게 손을 뻗어준 곳이라고 말했다. 그 후에는 한 친구가 자신은 교회가 싫지만 동네에서 아무도 받아주지 않았던 자신의 가족 구성원을 유일하게 교회에서만 받아주어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교회는 자신의 엄마에게 구원이라고. 너무나 당연하고 마땅한 일이지만, 그런 사례들을 듣고나서야 나에게 끔찍한 곳이 다른 사람들의 구원이 될 수 있구나, 깨달았다. 그게 현실적으로 인지가 된거다. 



교회라는 장소에 대해서는 오랜 경험치로 인해 깨닫게 되었다면, 여행지라는 낯선 곳에서는 짧은 시간의 경험만으로도 그 다름을 깨닫는 것이 가능했다. 타국에서의 오랜 유학이나 이민 생활에서 오는 인종차별과 고단함에 대해 친구나 지인들로부터 듣노라면, 그곳에 내가 여행지로 갔을 때는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었다. 낯선 여행객에게 사람들은 친절했고 그래서 내가 '다음에 또 오고 싶다' 생각한 곳이, 그곳에서 정착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힘들고 고생스러운 곳이었다. 그래,


누군가의 낙원은 다른 누군가의 지옥이 되기도 하는 것이었다.



줌파 라히리의 《로마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로마 라는 도시에 정착하고자 하는 이들은 인종 때문에, 종교 때문에, 어쨌든 오래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이유 만으로 배척당한다. 식당의 종업원들은 친절하지 않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은 욕을 하며 이곳에서 나가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일들을 겪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저 평온하고 가족과 함께 지내고 싶었을 뿐인데, 다른 사람들에겐 이미 익숙한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결코 가질 수 없는 것이 된다. 

어떻게든 섞여서 어떻게든 참아가면서 살아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 일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없었던 일이라고 생각하려고 해도 그게 어디 쉬운가.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으로 여기에 있다는 자각은 삶을 고단하게 한다. 



줌파 라히리의 작가 소개를 보면 벵골 출신 부모님으로부터 태어난 '인도계 미국인 작가' 라고 쓰여있다. 줌파 라히리의 글에서 '이곳에서 나는 이방인' 이라는 감각을 느끼는 일은 그전에도 있어왔다. 장편소설 《저지대》에서도, 《이름 뒤에 숨은 사랑》에서도, 이곳에 있지만 이곳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나, 이곳에 적응하고자 하는데 힘든-가끔은 물론 행복하기도 한- 내가 등장하곤 했다. 한 곳에서 살며 늙어가는 《올리브 키터리지》를 줌파 라히리가 쓰지 않고, 미국에서 나고 자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저지대를 쓰지 않는 것은 아마도 당연하고, 물론 독자에겐 다행일 것이다. 


그러니까 이 이방인의 정서를 쓰는 것이 줌파 라히리에게 원래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로마 이야기에서는 그게 더 강하고 섬세하게 펼쳐진다. 읽다가 나도 모르게, 대체 로마로 가서 어떤 시간들을 보낸걸까 싶어지는 거다. 이미 저명한 작가인만큼 줌파 라히리의 로마에서의 삶이 힘들거라는 생각을 하진 않지만, 그건 여기에 있는 내가 멀리에서 본 것일테다. 줌파 라히리는 자기에게 직접 닥친 일들 뿐만 아니라, 자신처럼 이곳에서 정착하고자 하는 낯선이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수시로 목격했으리라. 사소하게는 식당에서 좀 더 깊게는 직장에서, 그리고 이웃들로부터. 거기에는 미국에서 거주하다 로마로 옮겨갔다는 장소의 이동성도 분명히 존재했겠지만, 새로 공부하며 알게 된 외국어로 쓴 소설이라는 것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모국어가 아닌 어른이 되어 새로 배운 나른 나라의 언어, 이탈리아어. 이탈리아에 머물면서 이탈리아어로 소설을 쓴 것은 영어로 썼던 것과는 다르게 풀어나가게 만든 것 같다. 나는 이번 로마 이야기에서 분명 누군가에겐 낙원인 곳에서 그러나 다른 이에게 펼쳐지는 지옥을 자꾸 본다. 그 지옥은 물론 '로마여서', '로마이기 때문에'가 아니다. 그 지옥은 로마일 수도 있고 퍼스일 수도 있고 뉴욕일 수도 있고 서울일 수도 있다. 나만 해도 일전에 지하철에 탔다가 경로석에 앉은 (아마도)인도계 외국인에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욕을 하는 한국 남자 노인을 목격한 적이 있다. 거기에 앉은 게 백인 남자였다면, 그 때도 그 할아버지는 경로석에서 비키라고 똑같이 소리 질렀을까? 서울이야말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낙원이 될 수 없는 곳 아닐까. 그렇다면, 세상의 모든 장소는, 이방인에겐 어쩔 수 없이 지옥이 되어야만 하는걸까?



줌파 라히리에게 외국어인 이탈리아어로 쓴 탓인지 혹은 번역가의 번역 탓인지, 읽는 내내 문장들이 어색했다. 그렇게 이방인의 감각과 어색한 문장들로 소설집 자체가 약간 낯설게 느껴졌는데, 맨 마지막 단편인 <단테 알레기에리>를 읽으면서 마음이 평온해졌다. 친구의 남자로부터 받은 사랑고백에 느끼는 죄책감, 낯선 나라에서 만난 남자와 사랑에 빠지기, 이곳과 저곳을 오가는 삶, 결혼하고 육아를 하다 뒤늦게 다시 공부해 직장을 얻고 동년배의 여성 친구들을 사귀어 우정을 쌓아가는 일. 이 이야기가 너무 좋았는데, 이건 줌파 라히리가 오래전에 쓴 적 있는 <헤마와 코쉭> 을 -전혀 다른 줄거리임에도- 생각나게 했다. 외국어와 낯선 장소는 다른 것을 볼 수 있게 해주고 그래서 다른 글을 쓸 수 있게 해주지만, 어쩌면 작가 자체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 거라는 생각을, <단테 알레기에리>를 읽으면서 했다. 오십이 넘어 여성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는 자기 직업 가진 여성의 이야기가 왜이렇게 좋은지.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헤마가 자꾸 생각이 났다. 모든 것을 바로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을 결심했던 헤마는, 잘 살고 있을까?



줌파 라히리에게, 그러니까 적어도 줌파 라히리에게 삶은 한 곳에서의 정착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저기로 훌쩍 떠날 수도 있고 혹은 여기와 저기를 오갈 수도 있다. 내가 그렇지 않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살 수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멀리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것은 간혹 쓸쓸하게 여겨지지만, 그러나 모두가 자기 삶을 살아가는 것이므로 받아들인다. 


나는 여전히 프라납 삼촌을 좋아했던 엄마를 보는 이야기, <지옥 천국>이 제일 좋고, 예쁜 속옷을 준비했지만 차마 그걸 입어볼 수도 없게끔 그저 왔다 떠나는 유부남 애인을 다룬 <섹시>가 좋지만, 그런데  당신의 낙원이 다른이에겐 지옥일 수 있다는 당연한 얘기를, 이곳과 저곳을 오가는 삶을 살면서 이야기해주는 것도 좋다. 그런 이야기를 해주어서 고맙다. 당연한 얘기지만 사실 사람들은 잊고 사니까. 내가 사는 이곳은 지금 다른 이에게 지옥일 수도, 그리고 낙원일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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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0-25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라 나도 <소네치카> 리뷰 방금 올렸는데 일단 찌찌뽕(?!)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0-25 13:25   좋아요 1 | URL
너무 궁금해지더라고요? 사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0-25 12: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다락방이 예수를 낳은 동방박사3이었다니.........
예수를 낳은 자, 어쩐지 대인배....

이 책에 대한 다락방 님의 아쉬움도 느껴지지만 그래도 읽고 싶어지는 리뷰.

다락방 2023-10-25 13:26   좋아요 4 | URL
원래 예수한테 선물주러 찾아온 동방박사 3 이었는데 마리아 역 맡은 언니가 안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졸지에 제가 마리아를 하게 됐고 그래서 요셉 역을 맡은 오빠와 핑크빛 로맨스가 싹터버렸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남자들 있는 곳에 가면 그렇게 루머를 만들고 다녔어요.. 하하하하하

독서괭 2023-10-25 13:52   좋아요 1 | URL
엄머나…!!😳

잠자냥 2023-10-25 14:09   좋아요 0 | URL
요셉 오빠 ♡

다락방 2023-10-25 14:14   좋아요 1 | URL
요셉 오빠가 나를 얼마나 좋아했던지... 어휴 피곤해요. 저는 그 때부터 남자들 좀 울리고 다녔어요.
때려서 울리거나 애태워서 울리거나... (먼 산)

잠자냥 2023-10-25 14:27   좋아요 2 | URL
때려서 울림 100번 애태워서 울림 10번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깨물어서 울린 적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0-25 14:37   좋아요 3 | URL
노노 때려서 울림 100번 애태워서 울림 1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10-25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줌파 라히리 신간 소식 보고 어 다락방님 좋아하시겠는데! 하고 보니 이미 주문하셨더라고요? ㅋㅋ 받자마자 빠르게 읽으셨군요!
이방인 이야기는 외국인이 점점 많아지는 우리 현실에도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미국 가서 살아본 분들은 거기 가면 소수자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들 하시더군요.

다락방 2023-10-25 14:39   좋아요 2 | URL
네네 너무 읽고 싶었어요. 아쉬운 마음과 그럼에도 여전히 좋은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이거 읽느라고 코스모스 내팽개쳤답니다? ㅋㅋㅋㅋㅋ

저는 인생의 어느 시점에 이방인이 되어볼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줌파 라히리의 이런 글이 더 좋았어요. 물론, 제가 이방인이 될 생각이 없다해도 이런 이야기는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영어로 소설 쓰는 줌파도 이탈리아어로 소설 쓰는 줌파도 좋아합니다. 만세!!

다락방 2023-10-25 16: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배에 커다란 바가지를 넣고 나는 예수를 낳았다. ‘

이거 명문인데 왜 아무도 언급을 안해주지? 세상에 누가 이런 문장 쓰냐. 내가 예수를 낳았다, 고. 최고다.

잠자냥 2023-10-25 17:25   좋아요 0 | URL
그때부터 배가 남산만 했구나!?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0-25 17:35   좋아요 0 | URL
아, 이 배가 그래서였구나!!!

꼬마요정 2023-10-25 21:23   좋아요 0 | URL
제가 언급하려고 했어요 ㅋㅋㅋ 저 문장 뭔가 멋져요 ㅋㅋㅋ 저는 엄마가 불자인데 강제로 교회 보내서 일요일 아침마다 교회로 끌려갔… 흑흑 만화영화도 못 보고ㅠㅠ

다락방 2023-10-26 09:44   좋아요 1 | URL
아.. 강제로 교회를 ㅠㅠ 그런데 어린 시절 교회는 대부분 강제로 시작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성인이 되어 내 의지로 가보고 은혜 충만함을 느끼며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교육만 주입식이었던게 아니라 종교도 주입식이었던 것 같아요. ㅠㅠ

꼬마요정 2023-10-26 22:51   좋아요 0 | URL
전 엄마 아빠의 일요일 아침 시간을 위해 희생된 거였어요 ㅋㅋㅋ

단발머리 2023-10-26 1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배에 커다란 바가지를 넣고 나는 예수를 낳았다. ‘

그냥 명문 아니고 올해의 문장이죠. 난 교회 그렇게 다녔어도 성극에서 지나가는 사람 한 번 못해봤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가지 넣고 예수님 낳으신 분, 제가 한없이 흠모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평생 이런 문장 쓸 일이 없겠네요. 아쉬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0-26 11:06   좋아요 1 | URL
국민학교 4학년 때 일어난 일입니다. 요셉 오빠는 6학년이었고 중등부로 가는 바람에 우리의 핑크빛 로맨스는 금세 끝나버렸어요. 요셉, 잘 지내나요? ㅋㅋㅋㅋㅋ
이 교회는 매우 작은 교회에서 연극에 참여하지 않은 아이들 수도 얼마 안됐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후에 저는 큰 교회로 옮겨가게 됩니다...라고 말하면 뭔가 다음에 거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지만 아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저런 명문을 쓰는 저는 계속 글을 써야 할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로마 이야기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수 옮김 / 마음산책 / 202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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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는 삶을 살게 되면서 줌파 라히리는 어떤 시간을 보낸 걸까.
매 단편이 당신의 낙원은 누군가에겐 지옥이기도 하다는 것을 얘기한다. 당연하게도 한 공간에서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품게 된다.
어쩐지 어색한 문장들은 작가의 것일까, 번역가의 것일까.
헤마와 코쉭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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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0-25 0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하…. 4개라니

다락방 2023-10-25 08:44   좋아요 1 | URL
좋은데 뭔가 아쉽네요. 특히 문장들이요..

잠자냥 2023-10-25 12:24   좋아요 1 | URL
문장이 아쉬웠습니까? 그렇다면 <소네치카>를 읽어보십시오.... 이 작품 문장도 대박...
땡투받으려고 그러는 건 아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0-25 13:24   좋아요 1 | URL
이 댓글 보기전에 이미 땡투 누르고 장바구니에 담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달자 2023-10-25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줌파 라히리가 이태리에 사랑에 빠지고 난 후의 그의 작품들은 다... 너무 아쉬워요 너무너무... 줌파 라히리를 정말 좋아했던 팬으로서, 작가가 모국어라는 무기를 버리고 외국어로 사유하고 글을 쓰고 책을 쓴다는 불가능에 도전했을 때 정말 와... 지금도 좋은데 앞으로 작품이 얼마나 더 풍성해질까 잔뜩 기대됐거든요? 근데 예전의 반의 반만도 못하다는 그런 느낌을 전 갈수록 받아서 이제는 안 읽게 된 작가가 되어 버린...ㅜㅜ 제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다락방 2023-10-26 07:28   좋아요 1 | URL
네, 제가 읽고 푹 빠졌던 줌파 라히리가 아니더라고요. 다른 장소 결정적으로 다른 언어가 글의 방향과 느낌도 좀 다르게 만든 것 같아요. 저도 읽는 내내 아쉬워서 다 읽고 팔아버릴까 생각했는데, 마지막 단편 읽고서는 또 마음이 괜찮아져서 일단 꽂아뒀어요. 작가가 선택한 게 이탈리아어로 쓰는 단편이라니 어쩔 수 없지만 ㅠㅠ 영어로 써줬으면 좋겠네요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