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은 두 번째 성정이 된다. 안주인은 아무 고민 없이 가장 작은 비프스테이크 조각을 먹고, 스테이크 양이 모두에게 충분하지 않다면 아예 먹지조차 않는다. 그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스테이크를 원치 않아." '원하지 않는' 사람이 항상 같다는 데 놀라는 사람은 없다. 그 자신도 물론이다. 마찬가지로 희생 이데올로기가 여성적 본성의 필연적인 부분이라고 스스로 되뇔 필요도 없다. 본인의 헌신과 너그러움을 의식할 필요도 없다. 보편적인 원칙은 일상생활의 자동화만으로는 행동을 유도하기에 충분치 않게 되는,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나 필요해지는 것이다. -p.99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모두 위의 구절에 밑줄을 그었을 것 같다. 얼마전에도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를 이 글 관련 댓글로 본 것 같은데, 아마 다들 엄마의 희생-그 때는 희생인줄 모르고-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고기나 맛있는 혹은 비싼 음식에 대해서 말이다.


나는 이 구절을 읽고 닭다리 생각이 났다. 아, 닭다리여. 언제나 아빠에게 가장 먼저 당연하게 올라가야 했던 닭다리. 하아- 어쩌면 그렇게 당연하게 아빠는 닭다리를 가져갔을까. 어쩌면 그렇게 식구들이 챙겨주는 닭다리를 민망함 없이 먹을 수 있을까. 닭 한마리에 다리는 두 개뿐인데 어쩌면 그렇게 당신이 드셨던게 당연한걸까. 그러면서 닭다리 나머지를 다른 가족에게 양보하는 엄마에게는 '가슴살도 맛있어' 라고 말씀하셨었지. 머리 큰 나, 참지 않긔. '그러면 아빠가 먹어! 아빠는 닭다리 가져가면서 왜 엄마한테는 가슴살이 맛있다고 해!' 버럭버럭 소리 질렀었다. 


그렇다. 닭다리를 비롯해서 많은 맛있는 음식을-이를테면 생선의 가운뎃토막-양보하는 엄마를 보면서, 그러나 그런 양보 같은게 뭐에염? 하는 태도가 몸에 밴 아빠를 보면서 '왜 같은 부모인데 엄마는 양보하고 아빠는 양보하지 않을까?'를 어릴 적부터 숱하게 궁금해 했더랬다. 그 꼬마는 자라서 꼴페미가 됩니다. 


그러니까 내가 제일 처음 만난 한남은 우리 아빠다. 하하. 가부장제? 바로 우리 집에 있었다. 물론 내가 자라온 많은 일화를 얘기하면 내 친구들은 '너네 아빠 같은 사람은 세상에 없는데 너는 왜 꼴페미가 된걸까' 를 궁금해하곤 했다. 이를테면 이런 일화.


중3때 담임한테 억울하게 혼나고 집에 와 엉엉 운 적이 있었다. 

나는 그 전에도 후에도 담임 선생님에게 미움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보다는 총애를 받는 편이었단 말이다. 그런 미움은 내 생애 그 때가 처음이었고 그게 너무 힘들었다. 내가 잘못해서 혼난게 아니라 나를 미워해서 혼낸다는 걸 알겠는 그 느낌. 다들 경험이 있을까?

당시 담임은 돈을 바라기로 소문이 난 사람이었는데, 어제 누군가를 막 혼내다가 다음날 그 아이에게 방긋 웃으며 다정한 말을 건네면, 우리들은 그 아이의 엄마가 왔다갔다는 것을 알았다. 쉬는시간에 우르르 몰려가 "너네 엄마 왔다가셨어?" 하면 그 아이는 어김없이 '응, 화장품 선물해주고 가셨대' 라고 하든가 '응 왔다 가셨어' 했다.


내가 중3때 선생님 때문에 울면서 들어오는 날이 이어지자 엄마는 학부모 모임때 돈봉투를 챙겨가셨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는 '차마 줄 수 없었다'고 고백하셨다. 사실 가져갔는데 못주겠더라, 고. 엄마는 그날까지 한 번도 선생님한테 돈봉투를 줘본 적이 없었고 그걸 주자니 용기가 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엄마에게 주지 말라고, 엄마, 나 돈 봉투로 예쁨 받고 싶지 않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렇게 중학교 3학년 1년을, 졸업할 때까지 나는 미움을 받았더랬다. 


그러니까 그 토요일, 그 토요일도 담임한테 혼나고 집에 와 엉엉 울었더랬다.

그러자 아빠는 옷을 챙겨입기 시작했다. 엄마는 어딜 가려는거냐 물었고 아빠는 말씀하셨다.


"나는 우리 락방이가 뭐 잘못하는 걸 본 적이 없어. 이건 선생이 잘못한거야. 교장 만나서 말해야지. 우리 락방이는 잘못할 리가 없는데 선생 이상하니까 자르라고!!"


나도 울면서 아빠를 말리고 그 때 당시 함께 살던 친할머니도 아빠 다리를 붙들었다. 엄마도 함께 붙들었다. 가지 말라고, 그러면 앞으로 우리 락방이 더 힘들어진다고. 그렇게 아빠는 간신히 진정하셨는데, 그때 말려야 했던게, 왜냐하면 우리 아빠는 뭔가 한다고 하면 정말 그걸 해버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대학시절 집 근처 식당이 세워둔 입간판의 전선줄에 걸려 넘어지고 들어왔을 때, 별 일 없이 거기 걸려 넘어져서 무릎 까졌다고 했는데, 그 길로 아빠는 그 식당에 가서 간판 관리 잘하라고 선에 우리 딸 걸려 넘어졌다고 하셨던 거다. 이런 일화는 셀 수 없이 많다. 


며칠전 인스타그램에서 최화정이 아버지에게 사랑 받고 자란 얘기를 했다. 이영자가 그걸 대신 얘기하며 이 언니의 이 사랑충만함은 다 아버지로부터 비롯된거라고 하더라. 그 영상 보면서 나는 '아 내가 지금 이런 성격이 된 건 다 아빠 때문인데, 아빠가 나를 극진히 사랑했기 때문인데, 나도 아빠가 그랬는데'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부장제 얘기 나올 때마다 자꾸 내가 경험한 가부장제로 아빠를 소환합니다. 하아- 아빠가 날 사랑한 거 알겠어, 그런데 ... 뭐 아무튼 이렇게 되었네요?



자, 얼른 술얘기로 넘어가자.


물리적 거리를 두는 특정한 금지 조치는 여성을 제외한 가족 전원에게 적용된다. 더 정확하게는 '안주인'만 예외로 취급되는데, 사실 안주인에게마저 이런 조치가 적용된다면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 될 것이다. 바로 그가 모든 음식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그는 설령 자신이 소비하지 않더라도 모든 음식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접근 가능성은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그가 하는 일과 명백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때 그의 일에서 술은 예외로 치는데, 술을 마실 준비를 하는 일 자체가 남성의 특권이기 때문이다. 술에 대한 물리적인 금기가 집의 안주인에 의해 이루어지는 때도 있다. 이때 '주인'의 술병을 건드릴 수 있는 것은 안주인뿐이다. -p.82



하하하하하. 크리스틴 델피의 지적들은 대부분 지금도 유효하지만, 그러나 술에 대해서라면 좀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부터도 우리 집 술은 다 내가 관리(?) 하니까. 소주, 맥주, 와인, 위스키 이젠 사케 까지, 사다 쟁여둔다. 안주를 만드는 것도 나고 술을 마시는 것도 나다. 술 소비, 내가 한다! 술상을 차리는 것도 나다. 아, 물론 내가 안주 만드는 동안 엄마가 술상을 차릴 때도 정말 많다. 앞접시를 가져다두고 '오늘은 뭐 마실거야?' 물으시고 내가 말하는 술 종류에 따라 잔을 가져다두시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쓰다 보니 술 마시고 싶네? 


사실 술 마시는 게 아빠의 특권이었던 때가 있다.

우리 아빠, 나 어릴 적에 돈 벌 생각은 안하고 술만 마셔댔다. 엄마는 그런 아빠 때문에 속상해했고. 술 드시고는 잔뜩 과자를 사와서 우리 준다고 했었는데, 내가 국민학교 4학년 때 학급 임원이 되어 임명장을 받아오자 아빠는 술마시기를 그만두셨다. 아니, 나는 맨날 술만 마시고 다니는데 얘는 어떻게 부반장이 됐지? 이런 생각이 아빠를 강타했고 그러다가 '우리반 애가 아빠 술 취한거 보고 나 놀렸어' 라고 하는 말에 대충격 받으시고 그 뒤로 술을 한 방울도 입에 안대신다. 그렇게 술을 안마시자 일하러 가는 날이 늘었고 그제야 엄마는 아빠가 정신 차렸다며 같이 돈을 벌기 시작하셨다. 그전에 엄마가 돈 벌고 싶어도 꾹 참았더랬다. 그러면 엄마가 돈 버는 것에 아빠가 의지하는 삶이 될까봐. 여하튼 그 때 아빠가 술 끊고 우리 집은 술과 상관없는 집이 될 줄 알았는데, 하아, 미래는 예측불허, 큰 딸이 술을 쟁여두고 삽니다.. 엄마.....


그렇지만 나는 돈 벌면서 마십니다. 그리고 엄마랑 같이 마십니다. 여하튼 안주도 내가 만들고 술도 내가 사고 술 관리도 내가 하고(라고 해봤자 얼마나 남았나 보고 또 왕창 사오기 정도) 그렇게 되었다. 


때로 이러한 계율은 사실 적시의 형태를 띤다. "여성은 남성보다 덜 먹는다"는 말이 그러하다. 혹은 식품 보건과 관련된 조언일 때도 있다. "어떤 음식이 '좋거나' '나쁘다'." 소비 격차의 규범적 측면을 이런 표현의 두 번째 부분에 등장한다. 여기에서는 이 '좋음' 혹은 '나쁨'이 개인의 지위에 따라 차별적으로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된다. 이로써 "잼은 (오직) 아이들의 이를 썩게 한다"거나 "와인은 남성(만)의 힘을 돋운다"등의 표현이 성립한다. -p.84



ㅎㅎ 여성은 남성보다 덜 먹는다 라는 말은 참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무슨 말이냐면, 덜 먹는 여성도 있고 아닌 여성도 있다는 것. 저렇게 규정 지어놓으면 덜 먹는게 당위성을 갖는 것 같지만, 나같은 여자는 여기에 반발하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전에 남동생하고 둘이 탕수육을 먹을 때였는데 마지막 하나가 남았단 말야? 남동생이 '누나 먹어' 이러길래 '응!' 이러고 먹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남동생이 그런 나를 보고 '아니, 다른 누나들은 이럴 때 다 동생 먹으라고 양보하지 않냐?' 이래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난 아님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남동생하고 순댓국 먹으러 갔을 때 내가 싹싹 긁어먹느라고 뚝배기 기울여서 먹는데, 남동생이 또 그걸 보고 말했다. "나는 이렇게 뚝배기 기울여서 먹는 여자는 누나 밖에 못봤어" 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자들이여, 뚝배기를 기울이자!!!


이래서 비정상체중입니다.

이게 다 '여자는 남자보다 덜 먹는다' 같은 말 반박하느라 이렇게 된거라니까? 내 온몸을 부딪혀 세상에 반항하느라 비정상체중이 된것이다!!



이만 총총.

(19세기의) 전통적인 농촌 가족과 오늘날 프랑스 남서쪽에 주로 분포한 주변화된 가족 농장을 살펴보면, 식품 소비 양상은 가정 내 개인의 지위에 따라서 극단적일 정도로 달라진다.
이 차이는 음식의 양으로 나타나고 아동과 성인, 여성과 남성의 대립 구조를 낳는다. 성인 중에서도 노인은 중장년보다 덜 먹고, 하위 구성원이 가장보다 덜 먹는다. 가장은 가장 큰 조각을 먹는다. 그들은 또한 가장 좋은 음식을 차지한다. 양만큼이나 질에서도 차이가 두드러진다. - P78

부엌에 있는 많은 음식이 성인 정도의 키로만 닿을 수 있는 높은 곳이나 빵 쟁반 위 혹은 찬장 위에 보관된다. 높이를 통한 이런 강제는 너무나 고전적인 것이어서, 여기에 도전하는 아이들이 수많은 민담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런 이야기 속 주인공은 일반적으로 용감하게 사다리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지만, 이야기의 결말에서는 불행히도 어른의 매가 개입함으로써 제재되거나 즉각적인 배탈이라는 천벌로 응징된다. 한 잼 회사에서는 잼 단지에 손가락을 담그고 있는 어린 여자아이의 이미지를 광고에 사용하기도 했는데, 여기에서도 아이는 의자 위에 올라가 있다. - P81

물리적 거리를 두는 특정한 금지 조치는 여성을 제외한 가족 전원에게 적용된다. 더 정확하게는 ‘안주인‘만 예외로 취급되는데, 사실 안주인에게마저 이런 조치가 적용된다면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 될 것이다. 바로 그가 모든 음식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그는 설령 자신이 소비하지 않더라도 모든 음식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접근 가능성은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그가 하는 일과 명백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때 그의 일에서 술은 예외로 치는데, 술을 마실 준비를 하는 일 자체가 남성의 특권이기 때문이다. 술에 대한 물리적인 금기가 집의 안주인에 의해 이루어지는 때도 있다. 이때 ‘주인‘의 술병을 건드릴 수 있는 것은 안주인뿐이다. - P82

때로 이러한 계율은 사실 적시의 형태를 띤다. "여성은 남성보다 덜 먹는다"는 말이 그러하다. 혹은 식품 보건과 관련된 조언일 때도 있다. "어떤 음식이 ‘좋거나‘ ‘나쁘다‘." 소비 격차의 규범적 측면을 이런 표현의 두 번째 부분에 등장한다. 여기에서는 이 ‘좋음‘ 혹은 ‘나쁨‘이 개인의 지위에 따라 차별적으로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된다. 이로써 "잼은 (오직) 아이들의 이를 썩게 한다"거나 "와인은 남성(만)의 힘을 돋운다"등의 표현이 성립한다. - P84

희생은 두 번째 성정이 된다. 안주인은 아무 고민 없이 가장 작은 비프스테이크 조각을 먹고, 스테이크 양이 모두에게 충분하지 않다면 아예 먹지조차 않는다. 그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스테이크를 원치 않아." ‘원하지 않는‘ 사람이 항상 같다는 데 놀라는 사람은 없다. 그 자신도 물론이다. 마찬가지로 희생 이데올로기가 여성적 본성의 필연적인 부분이라고 스스로 되뇔 필요도 없다. 본인의 헌신과 너그러움을 의식할 필요도 없다. 보편적인 원칙은 일상생활의 자동화만으로는 행동을 유도하기에 충분치 않게 되는,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나 필요해지는 것이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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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4-04-24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중학교때 저랑 비슷한 경험을 하셨네요. 저는 초등3학년때 딱 그랬어요. 담임이 저를 대놓고 미워했고 이런저런 일들이 생겨 결국 엄마에게 이야기했더니 돈봉투를 안줘 그런것 같다고..그 선생님 얼굴 아직도 생각납니다ㅋㅋ 한국 사회에서 아버지들은 대체로 집안의 빌런이었던 것 같아요. 애증의 빌런?ㅋㅋㅋ저희 엄마는 생선 머리가 제일 맛있다고 하셨는데 요즘에는 소금빵도 저에게 예전만큼은 양보 안하셔요. 크리스틴 델피 서문과 주황색 책이 제일 좋았는데 저도 뭐라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

잠자냥 2024-04-24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지가 진짜 찐사랑이시네요? 술까지 끊으신 건 진짜 찐사랑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 비정상체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미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저도 순댓국 뚝배기 기울이지는 않는데.... 내가 졌다...
 

















내가 어릴 적에는 겨울에 따뜻한 물로 씻기 위해서는 물을 데워야 했다. 자하실에 연탄불을 태워두고 거기에 통을 올려둔 뒤 물이 끓으면 그걸 퍼서 1층으로 올려 찬 물과 섞어 씻어야 했다. 매일 엄마는 우리를 씻기기 위해 이 일을 반복하셧다. 우리가 스스로 씻을 수 있게 됐을 때에는 물만 떠다주셨다. 내 기억에 아빠는 지하실에서 뜨거운 물을 퍼오는 일을 하지 않으셨다. 엄마가 돈을 벌러 나갔다 집에 들어온 날도 마찬가지. 아빠는 돈을 벌지 않고 누워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날 뜨거운 물을 떠오는 건 엄마의 몫이었다. 아주 어릴 적에는 내가 직접 씻겠다고 뜨거운 물을 푸다가(왜 엄마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 내 배에 쏟아버려 자지러지게 울고 기절한 적이 있다(뭐든 혼자 하려고 하는 성질은 어릴때부터..). 다행히 흉은 남지 않았다.


고3때 대학교 원서를 넣기 위해 엄마랑 같이 집을 나섰다. 그 때는 직접 대학에 가서 줄을 섰다가 원서를 넣어야 했다. 내가 입학하던 시절에는 총 세군데의 대학에 원서를 넣을 수 있었는데, 그래서 아이들은 오늘 한두군데 넣고 다음날 한군데 넣거나 사흘에 걸쳐 한군데씩 넣거나 하면서 바삐 돌아다녀야 했다. 나는, 엄마 덕분에 하루만에 그 긴 줄을 서면서도 세 군데를 다 돌아다니며 원서를 접수할 수 있었다. 이 대학에서 저 대학으로 이동하고 한참 긴 줄을 섰다 원서를 접수하는 일을 세차례나 반복하다보니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우리는 집에 돌아가기 전에 늦은 저녁을 사먹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니 시간은 밤 아홉시었나 열시였나. 나는 지쳐 널브러지려는데 엄마는 돌아오자마자 방 청소를 시작하셨다. 아마 내가 엄마의 끝나지 않는 가사노동을 가장 무겁게 느꼈던 날이 그 날이었던 것 같다. '나도 이렇게 힘든데 엄마는 여기에 방청소를 더 한다고?' 



시간이 많이 흘렀다. 

몇해 전에 퇴근하고 집에 갔는데 엄마는 당시 여동생네 집에 가 계셨고, 저녁 식사를 혼자 마치신 아버지는 '설거지 있는데 하기 싫으면 하지마' 라고 하셨다. 나는 그 말에 화가 나서 말했다.


"내가 먹은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설거지를 해?"


내가 너무 머리가 컸고 아버지는 감히 내게 강제하지 못하셨다. 그 뒤로 내가 퇴근한 저녁에는 설거지 하나 없는 날들이 이어졌다. 아버지는 혼자 식사하시면 그릇을 다 씻어두셨다. 그 그릇이 내 마음에 들지 않게 씻긴 날들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됐어 내가 씻을게 하지 않는다. 



왜 힘든 가사노동은 엄마의 몫인데 큰소리는 아빠의 몫일까. 대부분의 경우 아빠이자 남편이 부양을 하기 때문이라지만, 우리집을 놓고 보더라도 그리고 우리집이 꼭 아니더라도, 굉장히 많은 집이 사실 남자가 제대로 부양을 하지 못해도 가장이라며 큰소리를 내는걸 보면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물론, 우리 집은 지금 아주 크게 풍경이 바뀌었다. 집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이 언젠가부터 아빠가 아니게 되었다. 그런지 좀 오래 되었다.



한창 젊은 시절, 엄마가 내게 결혼을 하라고 재차 말씀하셨을 때, 나는 이렇게 말했었다. 


"아니 엄마, 내가 회사 다니면서 돈을 벌었는데, 그걸 다 결혼하느라 쓰란 말이야? 그거 너무 억울한데? 난 결혼하느라 돈 쓰기 싫어."


아아, 나는 내가 번 돈 나 혼자만 쓰고 싶은 사람.. 결혼보다 돈이 좋은 사람..


그 때 엄마는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한다고, 결혼하려고 돈 버는 거라고 하셨고, 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거기에 반발하고 있다. 그거 너무 내 타입 아니라서. 내가 누누이 말해왔고 앞으로도 말할테지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나왔을 때부터 몇 년간 천 번쯤 말한것 같지만, 아무리 그레이 만났어도 아나스타샤는 일을 놓아서는 안됩니다. 그레이 집이 아무리 크고 다른 회사 합병하는 거 넘나 우습고 원하는 드레스 수십벌 사줄 수 있어도, 아나스타샤여, 일해야 합니다. 유 가 릿? 인생 어차피 혼자다. 그레이 돈 믿고 있지말고 네 자신의 일할 능력을 믿어라. 



같은 부양을 받더라도 여성은 남편의 필요에 따라 상이한 종류의 노동을 제공하게 된다. 가령, 부르주아의 아내는 사회적 체면유지라는 업무를 제공함으로써 가정 내 노동의 업무는 더 적게 수행한다. 제공한 노동과 무관하게 보상받기 때문에, 여성들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들에게 유일한 해결책은 더 부유한 남성에게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상향혼을 향한 경주는 여성 노동의 무가치성에서 논리적으로 도출된 결과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생산수단을 소유한 계급에 속한 남성과의 결혼으로 여성의 삶의 질이 올라갈 수 있다 해도, 이것이 여성을 그 계급에 속하게 해주지는 못한다. 여성은 스스로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이 삶의 수준은 프롤레타리아와 계급 생산과의 관계가 아닌 남편에 대한 예속 생산 관계에 달려 있다. 

부르주아 여성의 결혼 관계가 끝나는 경우, 압도적인 수의 여성이 임금노동자로서 밥벌이를 하게 된다. 이로써 그들은-나이와 직업 교육의 부재라는 추가적인 불리를 경험하면서- 마침내 원래 그들이 속한 계급이라 할 수 있는 프롤레타리아로 거듭나게 된다. -p.51~52


비정상체중이지만, 약과나 먹어야겠다.

‘사회주의적‘ 사회를 비롯해, 현재 모든 사회는 자녀 양육과 가정 내 봉사라는 여성의 무급노동에 기초한다. 이 서비스는 남편이라는 개인과의 특정한 관계하에서만 제공된다. 이 서비스는 교환의 영역에서 배제되고, 따라서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이 서비스는 보수를 지불받지 못한다. 여성이 받는 수당은 제공한 노동과 독립적이며, 노동에 대한 교환으로, 즉 임금으로 부여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권리가 아니라 증여로 취급된다. 남편의 유일한 의무-그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자명한-는 아내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으로, 달리 말하면 아내의 노동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 P13

대부분의 ‘가정‘이 음식을 원재료 형태로 구입하기를 선호하는 까닭은 가사노동이 무료이고, 이 노동이 전적으로 여성에 의해서 제공되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로써, 남편이 자신의 봉급으로 가사 전체의 소비를 책임지고 가정 주부는 ‘밥벌이를 하지 않는다‘는 이데롤로기는 반박될 수 있다. - P36

기혼 여성 대부분은 독립적 소득을 가지지 않은 채 부양을 대가로 일한다. 이러한 생산 양식과 자본주의 임금 생산 양식 간의 차이는 노동에 대한 수당의 양이나 임금과 부양 간의 가치 차이보다는 생산 관계 자체에서 기인한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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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4-04-24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글을 읽으니 드라마에서 매날 술을 드시며 홍도야 우지마라를 부른 백일섭님이 생각나네요.60~70년대 전형적인 가부장의 모습인데 실제 70이 훨 넘으신 백일섭님도 가부장적인 성격이 강해서 결혼하신 따님과 쉽게 정을 나누지 못한 모습을 요즘 TV에서 보여주시는 것 같더군요.
근데 이 가부장이란 단어는 현재에는 거의 소멸되는 단어가 아닌가 싶습니다.개인적인 생각에 가부장제의 전제조건은 남성이 가정의 경제권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고 여겨지는데 실제 여성의 사화적 진출이 일어나면서 경제적으로 자립하게 되고 또한 요즘은 결혼시에도 가정의 경제권이 남편에게서 부인으로 대부분 넘어가기에(뭐 용돈 20~30만원 타는 남편이 대다수죠) 지금은 ㅏ과거의 같은 의미의 가부장제란 단어가 거의 쓰일 일이 없다고 생각됩니다.그러다보니 요즘 20~30세 남성들은 자신들과 가부장제르 엮는 것을 아주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죠

잠자냥 2024-04-24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정상체중이지만, 약과나 먹어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정상체중 선물한 사람 눈에는 이런 구절이 잘 들어오네요.
 

















내가 책을 읽는 첫번째 이유는 '재미'다. 나는 책을 재미있어서 읽는다.

글자를 읽을 수 있게된 순간부터 나는 책을 읽었다.

집에는 책이 없었고, 그래서 책을 볼 수 있는 다른 집들이 좋았다. 친척이나 친구네 집에 갔다가 책장에 책이 꽂혀 있으면 나는 얼른 한 권 빼내 읽었더랬다. 어떤 어른들은 신기하다고 '너 정말 글자를 읽을 줄 아니?' 하며 내게 책을 읽어보라 했다. 그때도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지금도, 책을 재미있어서 읽는다. 책 안읽는 사람들은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몰라서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고 책 읽으라고 하면 잔소리가 되겠죠..


그러나 인생의 어느 순간, 책을 읽는 기쁨에 재미 플러스 다른 것들이 끼어들었다. 그것은 '앎의 쾌락과 약간의 통증... '(네? ㅋㅋ) 이라 할 수 있을텐데, 그러니까 내가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것도 좋고,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을 툭 건드려주는 것도 좋은거다. 여기, 크리스틴 델피가 유산 상속에 대해 말할 때, 아 맞네 맞네 정말 맞다 하고 고개 끄덕이면서 나는 기뻐했다.



나는 유산 상속을 연구 주제로 택했다. 이 연구에서 나는 첫 번째 발견을 하게 된다. 어마어마한 양의 재산이 시장을 통해서 이동하지 않고 가족 안에서 순환한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이 재산은 '유산'이라고 불린다. 나는 또한 재산에 대해 모든 것을 다룬다고 알려진 경제학이 사실은 생산, 순환, 소비 체계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부분, 즉 시장만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p.6~7



아니 진짜 맞잖아? 어마어마한 양의 재산이 가족 안에서 순환해!! 아니, 맞잖아?!

나는 여기에서 인도의 결혼을 생각한다. 가족간의 재산의 흐름, 지참금.


여성들은 결혼할 때 부모의 집을 떠나 매우 멀리 떨어진 남편의 가정으로 들어간다. 젊은 여성들은 일단 결혼하고 나면 죽은 뒤에라야 남편의 집을 떠날 수 있으며 모든 고통과 굴육을 참아내야 한다는 권고를 받는다. 며느리는 새 자겅에 적응하려면 늘 최선의 행동을 해야 한다. 며느리는 시가 식구들에게 고분고분 순종해야 하며, 자신이 소유한 물건에 대해서도 사심 없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남편의 가족은 현금은 물론 특별히 지참금 용도로 제작하거나 구입한 보석 및 가정용품을 받는다. 지참금을 딸이 받는 상속 재산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Goody 1976).

이와 관련해서 집고 넘어가야 할 두 가지 중요한 사항이 있다. 첫째, 지참금은 신부가 아니라 신랑 가족에게 전달된다. 시부모는 지참금의 분배에 관한 완전한 통제력을 갖는다. 둘째, 내가 아는한, 토지는 절대 지참금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여성에겐 재산이 없다. 이른바 그녀의 재산으로부터 아무런 부를 창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젠더에 따라 특정된 성격이 만들어진다. 남자들은 국가 경제에 공헌하고 생계비를 벌어 가족을 부양하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소중히 여기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여자들은 남자에게 의존하고, 외부세계에 대해 무지하며, 자녀양육과 가사에 몰두한다. 그런 이유로 여자들은 지나치게 과소평가된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것이 바로 지참금 마녀 사냥에서 핵심이 되는 문제다. -[페미사이드], 다이애나 E.H.러셀 &질 래드퍼드, p.231-232
















여자가 시집가기 위해 필요한 게 지참금이라면, 그러나 그 지참금은 그 여자의 재산인가? 시집가는데 필요한 그 돈은, 여성이 집으로 부터 받은 돈이 아니다. 사유재산이었던 적이 한 순간도 없다. 유산으로 받은 것도 당연히 아니다. 크리스틴 델피와 맞닿는 지점은, 가족 내에서 받게 되는 이 유산이라는 것에 대해서 그러나 여성으로서 이 유산에 대한 지분이 얼만큼이냐 하는것이 아닐까. 인도에서 여자가 결혼할 때, 여자의 아버지가 쥐고 있던 돈은 이제 여자가 결혼할 남자에게로 그리고 그 남자의 부모에게로 간다. 딸을 낳으면 지참금 마련 때문에 부담이 된다는 말이 나오지만, 그러나 그 돈은 단 한 순간도 여자에게 가본 적이 없다. 여자는 그 돈을 만져본 적도 써본 적도 없는데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그뿐인가. 여자는 사유재산을 가져본 적도 없는데 얼라리여, 그건 그녀가 또한, 사유재산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아가멤논은 여성의 노예상태가 의미하는 바를 명확하게 진술하고 있는데, 그것은 다름아니라 남성들 사이에서는 더 나은 지위와 명예를 획득하는 것이었다. 아킬레스가 그의 막사에서 화를 내고 싸움에서 후퇴하게 만든 그 사건에서, 아가멤논은 아킬레스를 위협하고 무력으로 브리세이스를 강탈한 뒤로는 그녀를 건드리지 않았다. 그는 실제로 그녀를 원했던 것이 아니라, 아킬레스에 대항해서 명예를 얻고 싶었던 것이었다-이것은 여성의 사물화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 [가부장제의 창조], 거다 러너, P149



내가 처음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사회계약이 가부장적인 계약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 계약이 아버지들-그들이 동의함으로써 가족이 묶여지는 것이라고 여겨지는-에 의해 맺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범주가 아무나와 누구나를 뜻하는 보편적인 의미에서의 '개인들'은 사회계약을 맺지 않는다. 거기에 여자들의 몫은 없다: 자연적 주체들로서 여자들은 [계약에서]요구되는 수용력과 능력을 결여한 것이다. 이 이야기들에서의 '개인들'이란 남자들이지만 그들은 아버지로서 행위하지 않는다. 결국 이 이야기들은 아버지의 정치적 권력이 패퇴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남자들은 더이상 아버지로서의 정치적인 장소를 갖지 않는다. 그러나 아버지들은 남편들이기도 하며-로크의 친구 티럴(Tyrrell)은 아내들이 '남편들에 의해 체결된다'라고 적고 있다-또 다른 관점에서, 사회계약에 참여하는 자들은 아들들 내지는 형제들이기도 하다. 계약은 형제들-혹은 형제애적 집단(fraternity)-이 맺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형제애가 자유와 평등과 함께 손에 손을 잡고 출현한 것도, 형제애가 정확하게 그것이 말하는바- 즉, 형제들 간의 사랑(brotherhood)-를 의미하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여자들의 무질서], 캐롤 페이트먼, p.72-73

















자, 계속 읽어보도록 하자!! 빠샤!!



가정 내 생산 양식은 여성 종속의 다른 요소들, 특히 억압-경제적 착취처럼 물질적인 것뿐 아니라 예컨대 물리적이거나 상징적인 성화된 폭력(대상이 여성이냐 혹은 남성이냐와 연결된)과 물리적이거나 상징적인 성적 폭력(해부학적 기관으로서의 성기와 연결된)-을 고려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 폭력의 일부를 여성의 노동력 전유와 연결 지을 수 있다. - P31

오직 여성에 대해서만 우리는 결혼 여부를 사회 직능적 지표로 활용한다. 그러니 여성들이 사회 직능 범주(CSP)에 따라 평가받는 ‘남편과 같은 계급‘에 속하게 된다고 해서 놀랄 일이 어디 있겠는가.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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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4-09 16: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을 재미있어서 읽어요!! 그리고 요즘에는 ‘앎의 쾌락과 약간의 통증...’(네? ㅋㅋ)도 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이번에 인용하신 구절들 보니까 게일 루빈 <일탈>이 좀 떠오르는데요, 루빈은 그 책에서 여성 억압의 시작이 친족의 기원에서부터 비롯한다고 봤어요. 레비스트로스의 친족 구조 개념을 빌려와서 근친상간 금기 때문에 최초로 섹슈얼리티 통제가 발생한다고 봤거든요. 레비스트로스에 따르면 근친상간을 금기하는 이유가 사실은 어머니, 여자 형제, 딸들을 다른 사람에게 시집보낼 수 있도록, 즉 여성을 선물로 교환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메커니즘이라는 거죠. 족외혼이나 혼인을 통해 여성을 물건처럼 교환하고 이런 과정에서 남성은 거래의 주체로서 존재하고 여성 거래는 결국 남성들 간의 연대를 굳건히 해주고 기타 등등.......

단발머리 2024-04-09 22:44   좋아요 1 | URL
제가 항상 궁금했던 부분이 그 여성의 사물화잖아요. 그니깐 왜 여성을 물건처럼 교환했을까. 다른 부족과 친해지기 위해 왜 여성을 교환했을까. 왜 여성이 선물이었을까. 결국엔 재생산이잖아요. 그렇다면, 이런 여성 억압의 시초도 재생산이 가능한 신체의 문제로 좁혀지니깐요. 다시 몸인가... 하는 회의와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기타 등등 .......

다락방 2024-04-11 09:49   좋아요 1 | URL
저는 근친상간 금지인 사회에 태어나고 자라서인지 혹은 거기에 플러스 알파된 다른 많은 이유들 때문인지 여하튼 근친상간 진짜 너무 싫어하는데 말입니다, 근친상간을 금기하는 이유가 여자 구성원들을 다른 사람에게 재산으로 보낼 수 있기 위해서였다면, 그러니까 만약 여자를 재산으로 보지 않았다면, 근친상간은 금기가 아니었을 거란 말이 되는걸까요? 그건 그것대로 진짜 너무 싫고 징그러워서 ㅠㅠ 클레오파트라 아버지였나, 권력을 위해 클레오파트라와 결혼할 계획이었다고 했는데 ㅠㅠ 너무 역겹고 토나와요 ㅠㅠ

단발머리 님 말씀대로 결국은 여성의 재생산, 생산능력, 자궁.. 이 되는걸까요. 우리가 함께 읽은 [여성 괴물]이 그렇다고 말해주긴 했는데 말이지요. 결국 여자는 아이를 낳을 수 있고 남자는 낳을 수 없기 때문에 여성 억압이 시작되고 사유재산화가 시작되고... 후아-

단발머리 2024-04-09 2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책 읽으면서 키워드를 세 개 (책 읽으면서 키워드 뽑는 편) 뽑았는데, 유산, 결혼, 가정경제였습니다 ㅎㅎㅎ
여성의 손에 한 번도 들어온 적 없는 재산이 오로지 그 외부에서만, 아버지, 남편, 시부모를 통해서만 순환한다는 건, 우리 모두 다 아는 사실인데, 크리스틴 델피는 참 정교하게 잘 집어내는 거 같아요. 저도 오늘 이 책 다 읽었고, 이제 글 쓰려고 부릉부릉 준비중입니다.
네 권이라 한 주에 한 권씩 읽으려 했는데 벌써 둘째주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4-11 09:46   좋아요 1 | URL
저도 일단 서문을 끝내놔서 한 권 마쳤다 얏호~ 하고 있지만 서문 뒤로는 책이 점점 더 분량이 많아지더라고요? 뭐하러 네 권으로 쪼개놨나 싶다가도 가지고다니기 너무 가벼워서 매우 만족중입니다. 열심히 읽어봅시다, 단발머리 님!! 똑똑한 여성들의 글을 읽는 건 넘나 짜릿합니다. 으하하하
 

시간이 정말 빠르네요. 벌써 4월입니다, 맙소사..

3월의 책, 도나 해러웨이도 너무나 어려웠지요? ㅜㅜ

4월은 어떨까요?

자, 함께 읽어봅시다.


크리스틴 델피의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시리즈, 네 권입니다.


















일단 네 권이지만 한 권이 얇아서 가지고 다니기에는 좋을듯 합니다.

힘내서 읽어봅시다.

힘내서 읽고 힘내서 글도 써주세요.

여러분 뽜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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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4-04-01 09: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 2권은 진짜 얇아서 산보 가듯 가벼이~ 그러나 내용은 가볍지 않다는 함정 ㅋㅋㅋ
재밌게 읽어 보아요

다락방 2024-04-01 13:58   좋아요 0 | URL
으으.. 두렵습니다. 도나 해러웨이 그렇게 어려울줄 몰랐다가 너무 대충격이었어서 크리스틴 델피, 과연..
화이팅!!

미미 2024-04-01 1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 궁금했는데 반갑네요! 4월은 저도 꼭 읽어보렵니다.빠샤!!>.<

다락방 2024-04-01 13:58   좋아요 1 | URL
미미 님, 꼭 같이 읽어요. 읽고 씁시다. 뽜이팅!!

단발머리 2024-04-02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리스틴 델피도 쉽지 않을거라는데 100원 겁니다. 4권이니까 한 주에 한 권씩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오늘 시작합니다!

다락방 2024-04-03 08:09   좋아요 0 | URL
저는 서문을 시작했다가 몇 장 읽지도 못하고 닫아버린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시작을 못하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님 시작하셨습니까! 저는 다음주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시작한 후에는 미친듯 달리겠어욧! >.<

관찰자 2024-04-02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날 눈으로만 보고 있다가,
저도 이번달 부터는 시작해 보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어라.
4권이군요.
흐.흐.흐.

다락방 2024-04-03 08:09   좋아요 0 | URL
1,2권은 매우 얇으니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지만, 그러나 부담없는 내용은 아닐 것이기에.. 화이팅 보내드립니다. 화이팅!!

책읽는나무 2024-04-02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전 결국 완독을 못했네요.ㅜㅜ
병원에 갈 때 해러웨이 님의 책 들고 가야하나? 고민 중입니다만...오호. 이 책을 한 권 미리 사뒀는데 이 책을 가지고 가면 좋겠군요.^^;;
가지고 가게만 될까봐 벌써 두려워집니다만..ㅋㅋㅋ

다락방 2024-04-03 08:10   좋아요 1 | URL
책나무 님, 병원에 해러웨이...안될말입니다. 가뜩이나 안읽히는 책 더 안읽힐 거예요. 해러웨이 일단 접어두시죠. 정말 어려워서 안읽혀요. 얼마나 간신히 읽었는지 몰라요 ㅠㅠ 크리스틴 델피 함께 갑시다!! 빠샤!!
 

몇해전에 <알쓸신잡>이란 프로그램을 보고 사람들이 좋아할 때, 나는  불만이었다. 회차가 거듭되면서 좀 달라진걸로 알고 있지만, 처음 패널들은 죄다 남자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온갖 잡학들이 그들의 입을 통해 나올텐데, 그렇다면 그 프로를 보고난 후의 인용 역시 죄다 남자들의 것일거란 말이지. 이게 너무 짜증이 나서 당시에 트윗에다가 그렇게 남자들만 데려다놓으면 그 후에 인용 출처도 다 남자들의 것이다 라고 적어둔 적이 있었더랬다. 


그런데!! 

오늘 아침 읽는 도나 해러웨이가 내가 그 당시 느꼈던 것에 대해 얘기해줬다. 더 지적으로, 더 상세하게. 크-



근대 페미니스트들은 우리의 이야기를 가부장제적 목소리로부터 물려받았다. 생물학은 아버지의 말에 의해 잉태되고 창시된 생명과학이다. 페미니스트들은 부계로부터 지식을 전수받았다. 그 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자 갈릴레오의 말이며, 베이컨의 말이고 뉴턴의 말이자, 린네의 말이고, 다윈의 말이었다. 반면 육신은 여성의 것이었다. 그리고 말씀은 자연스럽게 육신으로 만들어졌다. 우리는 젠더화되어 왔다(engendered). 샌드라 길버트(Sandra Gilbert) 와 수전 구바(Susasn Gubar)는 19세기 여성작가들을 연구하면서, 목소리를 구성하고, 권위를 가지고, 텍스트를 저술하고, 이야기를 말하고, 말씀을 출산하려고 애쓴 여성들의 노고에 관해 논의한다. 저술한다는 것은 창시하고 이름 짓는 권력을 갖는 것이다. 글쓰기와 말하기를 배워야만 했던 우리의 자매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연과학적 지식을 생산하고자 하는 여성들은 남성들에 의해 합법적 권위를 부여받았던 텍스트인, 자연의 책(book of nature)을 읽어내야만 했다. -p.128~129



처음부터 어려워서 간신히 100쪽을 넘기고 있는데 그래도 어렵다. 하나 하나 따져보면 어려운 단어들이 아닌 것 같은데, 단어들의 어렵고 낯섦이야 크리스테바를 이길 수가 없는데, 그렇게 어렵지 않은 단어들로 이루어진 문장은 왜이렇게 어려운걸까. 도나 해러웨이 읽는게 처음도 아닌데 책장 안넘어가서 미치겠다. 그런데 벌써 3월 21일. 미치겠구먼. 어쨌든 열심히 읽어나가야 한다.



페미니즘은 새로운 이야기를 탐색하고, 이를 통해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명명할 언어를 탐색하는 활동이다. -p.148



여자사람 학자가 더 많아지고 또 더 많이 드러나야 한다. 여성이라는 육신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남자들의 말로 우리의 육신을 구성할 순 없지 않은가. 그렇게 만들어진 몸은 어떤 몸인가. 도나 해러웨이는 젠더화된 몸이라고 했다. 젠더화되기 보다는 내가 되기 위해서 읽고 쓰고 공부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그걸 하고 있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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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4-03-21 0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제 겨우 100쪽 넘겼습니다ㅠㅠ 말씀하신대로 크리스테바는 개념 자체가 어려운 것들이 많아 어려웠는데 해러웨이는 단어 자체는 괜찮은데 왜 문장을 확인하면 어려운지... 시간이 얼마 없어서 쫓기지만 남은 날들동안 열심히 읽으면 완독 가능하리라 봅니다. 화이팅!

다락방 2024-03-22 12:43   좋아요 0 | URL
저 어제 퇴근후에 까페 가서 각잡고 읽는데 와 왜이렇게 어려워요. 한참 읽었다고 생각했는데도 뒤에 절반 넘게 남아있더라고요? 절망.. ㅠㅠ
화이팅!!

단발머리 2024-03-21 0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걸 곰곰 생각해봤는데요.
해러웨이는 한 문장이..... 시처럼(?)...... 시가 제일 비슷하다고 여겨지는데 너무 무겁고 두껍고 중요한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딱 정리해 이야기해버리니까 그 무게가 상당한거 같아요. 그래서 어렵게 느껴지는 거 같고요.
저도 쫓겨읽고 있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해러웨이 좋아하는 저를 발견하는 이 시간이 참 좋아요. 열심히 달려보자구요, 화이팅!!

다락방 2024-03-22 17:27   좋아요 1 | URL
저는 해러웨이를 좋아한다고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그러면 싫어하느냐 하면 그게 아니라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 뭘 알아야 좋아하든 말든 할텐데 지금은 그냥 정신이 없습니다. 얼른 다 읽고 싶어요. 얼른 다 읽고 소설 읽고 싶어요. 엉엉 ㅠㅠ
화이팅!!

망고 2024-03-21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어렵구나...

잠자냥 2024-03-21 10:2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양이 얼굴하고 너무 잘 어울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4-03-21 10:3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너무 귀엽고 순수해서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3-21 11:10   좋아요 0 | URL
네.... 망고가요.


헐 아니 망고 님 말고 저 망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4-03-21 11:21   좋아요 0 | URL
네 망고요 제가 망고죠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3-22 17:27   좋아요 0 | URL
어려울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더 어려워서 힘들게 한장한장 넘기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 절반이 더 남은것 같네요 ㅠㅠ

햇살과함께 2024-03-21 1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계속 어려워서,, 서문을 다시 보았는데 논문 모음이라는 문구가.. 하,, 어려운 이유가 있었어..

다락방 2024-03-22 17:28   좋아요 0 | URL
논문이라고 해서 다 어려운 건 아니던데 도나 해러웨이 넘나 어려운 사람.. ㅠㅠ 얼른 읽고 다른책 읽고 싶어요! ㅠㅠ

호시우행 2024-03-21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논문 모음집이란 사실이 들통났네요.ㅎㅎ

다락방 2024-03-22 17:28   좋아요 0 | URL
너무나 어려운 도나 해러웨이 입니다. ㅠㅠ

책읽는나무 2024-03-22 1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읽다가 계속 딴 일 하다 보니 읽었던 문장을 다시 읽기를 며칠 째 하는데요.
와 읽을 때마다 새로운 문장인 겁니다.?
여기까지 읽은 게 아닌가? 싶어 다시 되돌아가 읽어도 또 새로운 문장들의 향연!!!
뭘 읽고 있는 건지...ㅋㅋㅋ
아....아무래도 이번 달 안에 완독하긴 쉽지 않겠어요.ㅜㅜ
그래도 북펀딩해서 산 책이니 그리고 도나 해러웨이니 끝까지 해봅시다. 파이팅입니다.^^

다락방 2024-03-22 17:29   좋아요 1 | URL
저는 읽다가 무슨 말인지 몰라서 두 번 세 번 읽거든요? 그래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니까 이게 칭찬하는 거야 욕하는거야, 비난하는 거야 허용하는거야? 막 이렇게 되어가지고. 하아- 갈 길이 멉니다.
저도 지금 이번달에 이게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벌써 23일이 다 가고 있고 오늘 술마실거고 내일도 마실거고 모레도 마실거라서 읽을 시간이 별로 없는데.. ㅠㅠㅠㅠㅠ
전 읽다가 너무 어려워서 이거 팔아버려야지 했는데 이미 제가 너무 형광펜으로 낙서를...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책나무 님, 화이팅!! ㅠㅠ 우리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