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만화,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 나오는 명대사다. 그 만화를 읽으면서 이 문장을 깊이 새기게 되었는데, 이 말은 진실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최근에 왜 또 이 말이 생각났냐면, 내가 '좀비'에 관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네?



시작은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의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였다. 책을 먼저 읽을까 영화를 볼까 하다가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영화를 보기 전까지 엄청 고민한거다. 나는 좀비가 싫거든. 좀비가 무섭거든. 그래서 좀비를 만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애초에 이걸 왜 보고 싶었지? 어쨌든 큰 결심을 하고 영화로 보았는데, 오, 영화가 나름 재미있었고 좀비의 비중이 크지 않아 내 생각보다 무섭지도 않았다.

















여기서 그칠 줄 알았던 나와 좀비의 인연은, 아아,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으로 이어진다. 이 드라마를 몹시 재미있게 보았는데, 좀비가 뛰어댕겨서 너무 깜짝 놀랐다. 너무 무서워서 밤에는 보지 말아야지, 했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밤에도 보아가지고 시즌2까지 모두 마친 상태. 좀비 때문에 잠을 못자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딱히 그런 일은 없었고, 그러다가 내친 김에 나는 '현빈 나오는 좀비영화'라는 《창궐》까지 보게 된다. 그 영화속에서 좀비는 더더 진화해서 지붕을 막 타고 내려오고 그런다. 아무튼, 그렇게 내가 어떻게 할 사이도 없이 너무 좀비 마스터 해버린 것...



문제는 이 다음부터다.

좀비가 너무 궁금해지는 거다.

오늘은 문득, 좀비의 역사가 궁금했다. 그러니까, 누가 제일 처음 좀비를 만들었을까? 좀비의 존재를 누가 만들었을까? 드라큘라라면 브램 스토커가 생각나잖아. 그런데 좀비, 하면 나는 영화 《28일 후》생각 밖에 안나는거다. 그게 최초인가? 물론, 몇 해전에 28일 후를 매우 재미있게 보았더랬다. 내친김에 《28주 후》까지도 보았었는데, 그건 28일 후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 영화 무척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나지만, 좀비는 무섭다.


















오늘은 '좀비의 역사'라는 단어로 알라딘 검색창에 넣어보았다. 아무것도 검색되지 않았다. 그래서 '좀비'만 넣고 검색해보았다. '좀비의 역사'라는 노골적인 제목 대신, 뭔가 그런걸 다룬 책이 있지 않을까, 해서. 그런데 뜻밖에도 나는 만화라고 해야 하나. 아 이런게 라이트 노벨인가? 야리꾸리한 표지의 책들만 수두룩하게 만나게 된다.

검색해보시라. 당황스럽다..


















아니, <이것은 좀비입니까?> 저건 표지가 왜 저모양이야...... 저런 표지 들고 다니면서 보는건가 저 독자들은..아 컬쳐쇼크다.....



아무튼 내가 찾는 건 이런 좀비물이 아닌데 좀비 고등학교가 제일 먼저 나와서 정렬을 최신순으로 했더니 그래도 좀비 고등학교 리뷰순으로 해도 좀비 고등학교.... 좀비는 무엇입니까 대체.

게다가 이렇게 검색해서 알게된건데, 사람들이 좀비에 대해 관심이 엄청 많은가 보았다. 좀비를 비유해서 사회,경제적 서적까지 막 나와있었어. 좀비란 무엇입니까?




















아니... 좀비 이야기 말이야, 좀비 이야기.

몇해전에 여러명이 함께한 술자리에서 남자1과 남자2가 《월드워 z》엄청 추천해서 사뒀었는데, 아아, 이렇게 내가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없다면 지금 당장은 그 책을 읽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겠구나 싶다. 그런 생각이 들자 지금 당장 읽고 싶어지는거다. 책은 집에 있는데... 이걸 지금 당장 보고싶단 말이닷! 엄마한테 가져다달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아니면 집에 다녀오고 싶은 마음.. 이런 충동적인 마음이 드는 내가 너무 싫어. 흑흑 ㅠㅠ 가져와봤자 뭘 어쩔건데. 여긴 회사야, 회사라고! 정신차려 ㅠㅠ 아 월드워z 읽고 싶다 ㅠㅠ



아무튼 사람들은 좀비 그 자체에 대한 판타지 이야기 보다는 좀비를 예로 들어 철학과 경제학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사회학도... 좀비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사람들 좀비에 대해 관심 겁나 많은가봐.

아무튼 나는 좀비를 대체 누가 처음 만든건가 궁금했고, 알라딘 검색창에 넣어봤자 알 수 없을 것 같아 네이버 검색창에 넣어봤다. 정확한 정보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지 로메로' 감독의 영화에서 좀비가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넷플릭스에 있으면 보려고 했더니 없네? 대신 <워킹 데드>를 다운 받고 있다. 얼마전에 회사 동료가 《레지던트 이블》얘기도 해줬어서 그것도 네이버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도대체 왜 좀비에 관심이 생기는거지..무서운데.. ㅠㅠ




나는 내가 가진 많은 점들이 마음에 든다. 그러니까 책 읽는 나도 좋고 술 마시는 나도 좋고 글 쓰는 나도 좋다. 좀 자주 빡치기는 하지만, 뭐 그것도 좋고. 돈 버는 나도 좋다. 쓸데없지만 예쁜 물건에 대해 별 관심 없는 나도 마음에 들고.

그렇지만 마음에 안드는 점들이 있다. 이를테면 책상 정리를 못한다든가, 책상 정리를 못한다든지.. 게다가 요리 똥손인 것도. 커피 맛을 모르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아. 그런데, 좀비에 관심 생긴 나를 거기에 추가한다. 좀비에 관심 생겨버린 내가 스스로 별로 마음에 들질 않아. 그 관심을 뭔가 좀 다른 것에 뒀으면 좋겠다. 이를테면 철학이라든지, 프랑스어라든지, 자본주의라든지.... 왜때문에 좀비에 관심 생긴건지 스스로 난감해.. 그렇지만 일단 월드워z 읽어보겠다. 아 너무 빨리 읽고 싶어서 미쳐버리겠어.. 앗. 책은 세계 대전이네... 이거 책 다 읽으면 영화도 봐야지. 히히. 넷플에 없네. 제기랄. 히히히히히.




















아무튼 제가 좀비를 좀 파보겠습니다....

비유가 아닌 진짜 좀비가 나오는 이야기 추천 부탁드려요. 이만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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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0-04-14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듣똑라 킹덤2 스페셜하면서(53회) 좀비의 역사를 조금 얘기해줘요.

다락방 2020-04-14 10:48   좋아요 0 | URL
오 들어봐야겠네요. 점심 먹으면서 들어봐야겠어요. 감사해요.

다락방 2020-04-14 13:55   좋아요 0 | URL
점심 먹으면서 들었고 뒤에 12분 남았는데... 제가 이 페이퍼에 쓴 내용 말고 더 얘기해주는 건 1도 없네요? ‘조지 로메로‘가 처음이라는 것과 <28일 후> 얘기... 더 알게된 게 1도 없어요. 좀비의 역사를 ‘조금‘ , 정말이지 ‘아주 조금‘ 얘기해주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유부만두 2020-04-14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 a little ㅎㅎㅎ

종말일기 z 추천합니다. 남편이 좀비 소설은 다 읽어요;; 괜찮대요

다락방 2020-04-14 14:32   좋아요 0 | URL
제 남사친 두명이 동시에 이거 꼭 읽어보라고 엄청 난리를 쳐서 제가 사뒀는데 그게 진짜 몇 년 됐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0-04-16 07:33   좋아요 0 | URL
그새 종말일기 z 속편도 나왔어요. ㅎㅎㅎㅎㅎ

다락방 2020-04-16 08:34   좋아요 0 | URL
아, 종말일기랑 월드 워랑 다른건가보다. 저는 z만 보고 같은건줄 알았어요. 저는 월드 워 z 시작했어요. 어휴, 좀비 왜케 많아요?

단발머리 2020-04-14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다락방님 드랴큘라, 늑대인간 이런 류 좋아하시잖아요. 그래서 좀비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 거 아닐까요?
저는 정말 딱히 좀비는 피하고 싶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킹덤 이미지 몇 개 보기만 했는데도 무서버서요.

다락방 2020-04-14 16:44   좋아요 0 | URL
뱀파이어랑 늑대인간은 뭔가 .. 어떤.. 그 뭣이냐... 그 매력이 있잖아요?(응?) 그런데 좀비는.. 좀비라는 존재의 매력은 딱히 없단 말예요? 무섭기만 하지. 뱀파이어랑 늑대인간은 좀 섹시한 면도 있잖아요?(응?) 그런데 좀비는.. 섹시함이 1도 없잖아요? 무섭기만 하지... 저도 제가 왜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아무튼지간에 워킹데드.. 다운 받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모르겠다 이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은빛 2020-04-15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s://namu.wiki/w/좀비

감은빛 2020-04-15 15:46   좋아요 0 | URL
영화 좀비랜드 보셨어요? 아직 안 보셨다면 강추합니다. 여름에 속편 개봉 예정이라는 부산행도 맨 뒷부분 신파만 빼면 꽤 잘 만들었지요. 그리고 제가 좀 야하고 과하긴 하지만 황혼에서 새벽까지도 좋아요.

다락방 2020-04-16 08:21   좋아요 0 | URL
저는 네이버 검색해도 나무위키는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나무위키 읽어볼 생각은 1도 못했습니다.

좀비랜드 넷플에 있네요. 다운 받고 있어요. 황혼에서 새벽까지는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인가 보네요? 넷플 검색했더니 시즌3까지 있어요. 일단 좀비랜드만 봐야겠어요. 어휴 바쁘다 ㅋㅋㅋㅋㅋ

day1 2020-04-15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에 좀비의 매력은...
1. 비상체제, 생존모드에 돌입하는 인간사회 보는 재미
2. 돌아온 죽은 자라는 점에서 어떤 한맺힌 매력
3. 물량공세의 장관(ex. 왕좌의 게임)
4. 약간의 병맛(ㅋㅋ)

다락방 2020-04-16 08:19   좋아요 0 | URL
저기 말입니다...왕좌의 게임....에 좀비가 나오나요????? 왕좌를 놓고 다투는 얘기..가 아니라는 말인가요? 저 대충격...

세상에 좀비는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군요!!

day1 2020-04-16 08:29   좋아요 0 | URL
네!! 인간 내부적으로 왕좌를 두고 싸우는 게 이야기의 한 축, 외부적으로는 워커라 불리는 북쪽의 좀비괴물들을 무찌르는게 한 축입니당ㅋㅋ 작품 전체적으로 폭력성은 높아서 주의..☆☆☆☆
https://youtu.be/Dh3UpBKOhE4

다락방 2020-04-16 08:33   좋아요 1 | URL
와... 저 충격 진짜 대충격이네요. ㅎㅎ
제가 킹덤 보고났더니 누군가가 ‘현빈 나오는 좀비 영화 창궐‘ 얘기를 하길래, 뭐라고? 창궐에 좀비가 나온다고?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왕좌의 게임도 좀비라니. 와... 사람이 참 뭐라고 해야하나...관심 없을 땐 없는 것 같더니 관심 갖기 시작하니까 세상이 좀비 투성이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감은빛 2020-04-16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혼에서 새벽까지 드라마도 있지만 원작은 영화예요.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96년 영화. 넷플릭스에 영화는 없네요. 아마 유튜브에는 영화가 있을 거예요.

다락방 2020-04-16 08:59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찾아봐야겠어요.

psyche 2020-04-18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좀비 싫다면서... 꽤 봤네요 ㅎㅎ 월드워 z책는 재미있지만 영화는 별로에요. 뻔한 헐리우드 물.
저는 ‘나는 좀비를 만났다‘ 괜찮았어요. 인류학자가 아이티에서 좀비에 대해 파헤치는 탐사 보고서에요. 아이티의 역사와 문화와 함께 어우러져서 흥미롭더라고요.

다락방 2020-04-19 19:48   좋아요 0 | URL
저는 좀비물 좀 더 볼 생각인데 일단 월드워 z 책 먼저 읽었는데 저는 별로였어요. 영화로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은 포인트는 무척 많았지만 책 자체가 별로 재미가 없었어요. 영화를 그래서 볼까말까 생각중이에요. 나는 좀비를 만났다라니, 그것도 읽어야 할 책 목록에 좀 넣어둬야 겠어요. 후훗.

좀비.. 싫었는데 제가 지금 어쩌다 이렇게 된걸까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책을 안사리라 1월달에 결심했지만, 2월달에도 어김없이 책을 사고 말았다. 오늘 도착한 책은 이렇게 9권인데 이중 세 권은 선물 받은 것이고 여섯권은 내가 산 것. 어쨌든 다 오늘 도착했고 이렇게 쌓아놓고 보니 세상 근사하다. 언제나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사긴 했지만 오늘은 유독 이 책탑이 너무 마음에 들어...

내가 산 책들중 몇 권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하겠다. 왜 샀느냐 하는 변명.. 같은 거랄까.




그제였나, 텔레비젼에서 아기를 보았다. 예능 프로였는지 광고였는지 모르겠는데, 작은 아가가 너무 예뻐서

"으앗, 아가들은 정말 너무 예뻐!"

라고 나도 모르게 말했는데, 옆에 있던 엄마가,

"너는 그렇게나 애기들 예뻐하는데 네가 낳고 싶진 않니?"

물으시는 거다.

"엄마..내가 지금 나이가 몇인데 애를 낳아...어떻게 감당해..."

라고 말한 뒤에 좀 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말했다.

"엄마, 나는 겁이 많아서 내가 아기 낳아서 키우는 건 못하겠어."

그러자 엄마는

"니가 무슨 겁이 많니? 겁도 없는 애가?!" 하셨다.

일전에도 내가 무언가 무섭다고 말하자 엄마는

"너는 남자는 안무서워하면서 저건 무섭니?" 했더랬는데, 엄마에게 나는 딱히 겁나는 게 없는 사람인것인가...


아기를 낳고 키우는 것에 겁이 난다는 건, 아기 낳는 게 겁난다는 게 아니다. 그 아이가 자라는 동안 일어날지도 모를 일들에 대해서 겁이 난다는거지. 사소한 부주의로 다칠까봐 그리고 아플까봐. 아이들에 대해서라면 나는 정말이지 걱정이 많다. 겨울왕국도 보다 끈 사람이여 내가...


아, 그런데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지? 토베 얀손하고 무슨 상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책을 주문하면서 '조카랑 같이 읽을 책'을 사고 싶었다. 종종 그렇게 한두권씩 넣고 내가 먼저 읽은 다음에 조카에게 주곤 했는데, 이번에도 그런 책을 사고 싶었던 것. 그러다 마침 오래 보관함에 있었던, 토베 얀손의 [여름의 책]이 딱 보이는 게 아닌가. 오, 이 책이라면 괜찮겠다. 게다가 할머니와 손녀 이야기라는데, 우리 조카는 할머니를 매우 사랑해. 아웅. 얼른 읽고 조카에게 줘야지.




몇년전 처음 페미니즘에 관심이 생겼을 때, 참 부지런히도 정희진,권김현영, 한채윤의 강의를 쫓아다니고 또 글도 읽었다. 정말 열심히 그랬어. 그랬건만, 언젠가부터 권김현영과 한채윤의 글을 더이상 읽을 수 없다, 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는 읽으면 뭔가 읭? 스러운 것들만 자꾸 보여서... 뭐랄까, 내가 처음 공부했던 그 때로부터 아무것도 더 확장되지 않는 것 같은, 고정된 이미지랄까. 몇 년전에 그들에게 막 달려갔다면 지금은 그들을 지나쳐서 내가 또 열심히 달리고 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더이상 한채윤과 권김현영의 글에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정희진 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정희진 쌤에 대해서도 간혹 '흐음,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할 때가 있긴 하지만, 정희진 쌤의 글에 대해서라면 여전히, 나를 움직이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여전히 나에게는 어쩔 수 없이 가장 똑똑한 사람중 한 명이고, 그래서 정희진의 글이라면 놓치고 싶지가 않다. 게다가 정희진 단독저자라니, 너무 좋다!! 단독저자로 나온 책이라면, 바로 사야지! 그렇게 나는 거침없이 질렀다.






윤김지영 쌤의 역서다.

윤김지영 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때(물론 나는 강의 듣는 사람으로) 여러가지로 흥분된 마음을 안고 집에 돌아갔던 기억이난다. 어릴 때부터 '이건 왜그러지?' 라는 의문을 품었다가 철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그래서 철학 공부를 하기위해 프랑스로 간 사람. 크-

윤김지영 선생님의 강의를 듣기 위해 나는 창원까지도, 부산까지도 갔더랬지.

항상 젊은 페미니스트들의 이야기를 한껏 귀담아 들어주시고 계속 부지런히 공부하고 일하신다.

이렇게 역서가 나온 게 바로 그 증거.

제가 읽어보겠습니다!









한 달에 한권의 책을 정해두고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하지만, 그걸로도 부족한 것 같아 계속 다른 여성학 책들을 읽고싶어진다. 그렇게 집에 여성학 책들이 쌓여만 가는데, 그게 나쁘지 않다. 누군가 내 책장에 와 본다면 내 책장만으로도 아마 나에 대해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 함께온 '캐슬린 배리'의 [섹슈얼리티의 매춘화]도 어서 읽고 싶어서 미치겠다. 그렇지만 이렇게 읽고 싶어 미치겠는 책이 너무 많은 것이 함정... 으하하핫.


아무튼 책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도착해서 매우 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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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0-02-11 14: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토베 얀손 책은 ... 어른책 같아요. 동화나 아름다운 섬 생활 이야기랑은 좀 거리가 있어요. 전 재밌게 읽었어요.

다락방 2020-02-11 15:18   좋아요 0 | URL
앗. 읽어보고 판단해야겠네요. ㅠㅠ

그렇게혜윰 2020-02-11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가릿애트우드 좋아하는데 저 시리즈는 표지가 맘에 안들어서ㅠㅠ 내용은 분명 좋겠지만요^^;,;;

다락방 2020-02-11 15:19   좋아요 0 | URL
저도 표지때문인지 어쩐지 안끌려 안사고 있었는데 며칠전 단발머리님 페이퍼 보고 샀어요. 아아, 알라딘이란... ㅋㅋ

그렇게혜윰 2020-02-11 15:20   좋아요 0 | URL
저도 아마 곧 독서모임 책으로 정해질 것 같아용.....답정구매

다락방 2020-02-11 15:21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답은 언제나 구매...였던 겁니다..

단발머리 2020-02-11 15:45   좋아요 0 | URL
이 책이 시리즈라고 하더군요 2권은 홍수의 해, 3권은 미친 아담이라고요~~ (후다닥!)

다락방 2020-02-11 15:46   좋아요 0 | URL
세상에... 제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른겁니까. 시리즈에 발들인거란 말입니까!?

단발머리 2020-02-11 15:47   좋아요 0 | URL
그그그...그러하옵니다! 서로 얼만큼 연결되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다락방 2020-02-11 15:48   좋아요 0 | URL
책지옥이네요.. 아니면 애트우드 지옥인가........그러나 그런 지옥이라면 나는 좋네......

그렇게혜윰 2020-02-11 15:4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3부작인 줄 모르셨구낭 ㅋㅋㅋㅋ현명한 소비자인 줄 착각할 뻔 ㅋㅋㅋㅋ

다락방 2020-02-11 15:50   좋아요 0 | URL
제가 책소비할 때는 특히나 더 현명함과는 거리가 멉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2-11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너무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처음 보는 책도 많네요. 여성혐오의 시대,가 눈길을 끄네요@@

다락방 2020-02-11 15:47   좋아요 0 | URL
여성혐오의 시대는 안그래도 제가 눈독들이던 책인데, 트윗에서 제가 신뢰하는 엄청난 여성학책 독서가분이 읽고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거침없이, 고민없이 질렀습니다!! 언제 읽을지 모르지만 다 읽으면 감상 쓸게요. 물론 그전에 단발머리님이 먼저 읽으실지도 모르지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02-11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의 책>은 유부만두 님과 비슷한 의견입니다. ㅎㅎ 조카가 어른 되고 읽으면 좋아할 것 같아요. 아니면 적어도 고등학생쯤 됐을 때? ㅎㅎ (땡스 투 고맙습니다)

다락방 2020-02-11 15:58   좋아요 1 | URL
아 그렇단 말입니까... ㅠㅠ 슬프네요. 재미없는 해리포터나 계속 읽어야겠어요 ㅠㅠㅠ
(땡스 투는 천만의 말씀입니다. 잠자냥 님을 알라딘 재벌로 만들어드리는 게 제 꿈입니다.)

얄라알라 2020-02-14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쌓아놓으신 책의 페이지를 다 더하면 2000? 1000?

친해지고 싶은 책들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락방 2020-02-14 14:34   좋아요 0 | URL
얄라알라북사랑님, 페이지수 다 더하면 3천도 훌쩍 넘을것 같은데요? ㅋㅋㅋㅋㅋ
 

'하루카 요코'의 《나의 페미니즘 공부법》을 읽다 보면 하루카 요코가 대학원에 다니면서 함께 다니는 학생들과 나누는 대화가 종종 등장한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다같이 페미니즘 공부를 하는 학생들인데, 하루는 한 명이 안보이길래 '그 학생은 어디갔냐' 물으니, '맥키넌 만나러 갔다'고 하는거다. 그렇다, 그 학생은 페미니즘을 공부하다가 '캐서린 맥키넌'이 너무 만나고 싶어져서 슝- 미국으로 날아가버린 것이다. 맥키넌을 만나겠다는 그 생각 하나로!


페미니즘 관련 책을 읽다보면 맥키넌의 이름은 종종 등장하는데, 위의 부분을 읽다가, 그러고보니 내가 맥키넌을 읽어보진 않았군, 하면서 책을 검색해 보았다. 아니, 이런 일이. 절판이었다.

















절판인데, 개인판매자들은 막 3만원에 이걸 팔아.. 예스로 가면 2만원 안쪽도 있긴 하지만, 이 책 정가가 8천원인 책인데.. 3만원이라니, 너무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중고매장을 검색해봤더니 전라도에 있는 알라딘에 이 책 중고가 상태 <중>인 상태로 4천원에 판매되고 있더라. 이 책을 너무 읽고 싶은 마음에 어제 잠깐, '전라도에서 이거 사서 저한테 보내주실 분!' 하고 페이퍼도 올렸었는데, 이걸 내가 어떻게든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를 계속 고민하게 만들었다.


당연히 도서관에 검색해보았지만 없었으므로 저런 페이퍼까지 썼던건데, 그러다가 도서관 이용을 자주하는 친구에게 '혹시 내가 서울 모든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느냐' 물어보았다. 도서관마다 들어가서 검색하는 게 아니라 한 번에 슝- 검색하는 거. 친구는 있다며 알려주었고,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양천도서관에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그래, 양천도서관에 가자! 그래서 어제 내가 올린 페이퍼를 부랴부랴 지웠는데,



양천도서관... 가려면 못 갈 것도 없지마는... 나는 양천도서관에 전화해 물어보았다. 나는 강동도서관 회원인데, 우리 도서관에 없는게 양천에는 있더라, 내가 그 책을 빌리는 방법이 양천도서관 가는 거 말고 혹시 또 있느냐, 물어보았다. 직원분은 책바다 서비스 이야기를 해주었다. 책바다 서비스를 이용하면 강동도서관에서 양천도서관에 있는 책을 받아볼 수 있다는 것. 반납도 역시 강동도서관에 할 수 있다는 거였다. 그러려면 일단 책바다 서비스에 가입하여야 한대. 좋다, 하자. 그렇게 나는 어제 가입을 했는데, 그리고 신청하려니, 내 소속 도서관에 일단 1회 방문하며 뭐 신청허가가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 어제 나는 퇴근하면서 도서관에 갔다. 그런데 책바다 서비스 담당자는 여섯시에 퇴근해버린대.. 나는 결국 하지 못했어...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페이퍼 삭제하지 말고 그냥 둘걸.


아무튼,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출판사 여러분, 이 책 좀 재출간 해주세요!!

부탁드려요...제발요..... ㅠㅠ

저 이거 읽으려고 하다보니 너무 심신이 피곤해요. 노화가 진행되고 있는 저는 피로합니다. 걍 내주세요. 사서 읽을게요.. ㅠㅠ


















그리고 내는 김에 '안드레아 드워킨'의 《포르노그래피》도 부탁합니다.. 이 두 책들 지금 나오면 잘 팔릴 거에요. 여러분, 힘내! 이거 내달란 말이야. 게다가 안드레아 드워킨은 다른 책도 많아요. 여러분, 이 책들도 도전해보자.




















《포르노그래피》원서를 사두고 시름이 깊다... 아마존으로부터 내게로 오고있을텐데, 그게 온다고 내가 어쩔겨... ㅠㅠ

저는 언제든 책을 위해 돈을 쓸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 나말고도 좀 있잖아요? 이 책들 재출간하면 제가 알라딘에서 진행하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로 선정할게요. 그래봤자 같이읽는 사람 몇 명 안되지만...

힘내요, 출판사들...






하루키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지만, 예전만큼 하루키의 신간 소식에 가슴이 뛰지 않는다. 으앗, 하루키니까 사야지! 하던 날들이 내게 무척 오래였지만, 지금은 무덤덤하다..

읽고싶어지면 그 때 읽을게, 하루키여..














박경리의 작품은 천천히 죄다 읽어볼 생각인데, 마침 이 책의 개정판이 나왔다. 전후 성담론에 대한 박경리 나름의 답변이며, 성녀와 마녀 이분법에 대한 글이라고 하니, 으앗, 하루키의 책보다 이천배쯤 설레어버리는 것.














공부뽕 차는 독서를 했더니, 이 느낌 계속 이어가고 싶어 이 책도 장바구니에 빠르게 넣었다. 사실 어제 결제까지 갔었는데, 이렇게 충동적으로 계속 책을 구매하는 것이 옳은가... 를 고민하다가, 한 주 미루자, 생각했다. 월급 타면, 그 때..


얼마전에 와인냉장고가 비었으나 돈이 없어, '월급 타면 와인냉장고 채울거야' 라고 했더니, 제부가 내게 물었다. "월급 안타면 냉장고 못채워요?"


네.... 그렇습니다..왜요, 뭐, 왜. 그게 뭐.











아니, 가부장 무너뜨리기 라니...

제목이 너무 좋잖아요?

월급 타면.. 그 때 봅시다. 빠이룽..












오늘 아침 출근 길에는 '포스터'의 《모리스》를 읽으면서 왔다. 현재 100페이지 남짓 읽었는데, 아니, 설마, 사랑, 이렇게 짧은 순간이 다인 것은 아니지, 사랑 더 할거지? 하는 아쉬운 마음이 되어 양재역에서 책장을 덮었다. 사랑 더해야지, 이정도로 끝내면 안돼. 뒤에 남은 페이지가 설마 다 추억인 건 아닌거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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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9-12-04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읽고 싶은 책은 다 재출간하라. ^^ 모리스 너무 너무 짧아요. 여하튼 좋은 결론이랍니다. 하루키 신간은 ㅋㅋ 저는 여전히 궁금하긴 해요. 그래서 올해의 마지막 책 구입으로 할까 고민중이랍니다.

다락방 2019-12-04 13:12   좋아요 0 | URL
흑흑 재출간에 힘을실어주는 댓글 감사합니다, 블랑카님.
모리스 빨리 읽고 싶은데 일하느라 초조하네요. ㅋㅋ
하루키는 나중에 블랑카님 리뷰 읽고나서 결정해야겠어요. 으흐흐흐..
저도 한 번(어쩌면 두 번 혹은 세 번) 크게 지를건데(응?) 살 책이 너무 많아 미치겠어요.. ㅠㅠ

단발머리 2019-12-04 13:54   좋아요 0 | URL
여기에 줄 서면 되겠네요.
저도 블랑카님 리뷰 읽고 하루키를 결정하겠어요.
하루키 보다 강력한 블랑카님 파워~~~!!!

다락방 2019-12-04 16:34   좋아요 0 | URL
네, 여기에 줄 서시고 기다려봅시다. 하루키를 읽을지 말지.. ㅋㅋㅋㅋㅋ

blanca 2019-12-04 17:24   좋아요 0 | URL
ㅋㅋ 갑자기 부담감이 팍...

slobe00 2019-12-04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출간하라~~~~
중고서점책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도 있던데 안되는 책도 많아서 아쉽네요..
양사나이의 크리스마스, 낭독음원을 들은 적 있는데 진짜 귀여운 이야기였어요~ 조카분과 함께 읽어도 될것같은^^

다락방 2019-12-04 13:1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중고서점에서 배송되는 책도 있는데, 제가 원하는 책은 절판된 책이라 배송불가 상품이라고 하더라고요. 매장에서만 구매 가능하다고.. ㅠㅠ 재출간 응원 감사합니다.

아니, 양사나이의 크리스마스.. 귀여운 이야기라고요? 맙소사.. 어쩌죠 저는... 하아-

2019-12-05 0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05 0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19-12-07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맞아요.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가 결제는 두번 생각하고^^;;

다락방 2019-12-08 19:56   좋아요 0 | URL
오전에 적립금 유효기간 다 된게 있다는 문자가 와서 어서 빨리 결제하러 가야겠어요. 천원 잃기 싫어 몇만원 결제하는 어리석음이여... ㅎㅎㅎㅎㅎ
 

- 《제2의 성》을 읽는 일은 왜이렇게 더딘지 모르겠다. 주말 내내 잔뜩 읽어놔야지 벼르고 별렀지만 총 읽은 쪽수가 10쪽 될까말까해.. 왜그럴까, 대체 왜. 벌써 10월 28일이고, 10월도 고작 나흘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10월안에 상권을 끝내려 했지만, 가능할까? 이제 겨우 140쪽 남짓을 읽어가는데... 하아-



- 최근에 책읽기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다. 어떻게 읽어야 좋을 것인가. 연달아 소설책을 읽으면서, 내가 소설과 거리두기가 필요한 게 아닌가 싶어진거다. 소설의 내용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고 밝고 기쁠 때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소설속 주인공들이 애타는 사랑에 빠진다면 그것도 좋다. 나도 같이 사랑에 빠져서 콧노래를 부르고 싶어지니까. 그런데 소설의 내용이 지나치게 비극이거나 소설속 등장인물들 성격이 너무 나랑 안맞으면 그 책읽기가 나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는거다. 물론 오래가지는 않지만, 몇 시간이긴 하지만, 며칠전에 《썸씽 인 더 워터》읽고 마치 주인공을 내가 실제 만난것처럼 짜증이났어. 이런 나에게 친구는 '네가 너무 몰입형 독서를 하기 때문이다' 라고 했는데, 맞다. 정말 그렇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몰입형 독서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적당한 거리두기를 해서 이것이 단지 이야기일 뿐임을 나에게 인식시키는 일이 내게는 필요해 보이는데, 그건 어떻게 해야 가능한걸까. 당분간 소설 읽기를 중단하면 될까? 소설읽기를 중단했다가 다시 읽으면, 그 때는 소설을 그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받아들일 수 있게 될까? 아아..고민이 깊다.



- 며칠전 읽은 책 《썸씽 인 더 워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중 친구는 나에게 '그 커플이 매일 섹스를 한다니 부럽다..'고 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너무 뭔지 알겠는데, 아아, 나의 육체는 이미 피로를 알아버린 몸. 아마 몇 해전의 나라면, 그리 오래전도 아니지, 아마도 두세해 전의 나라면, '아아, 매일 섹스 부러워, 사랑은 거침없는 섹스로 완성되지, 섹스 짱이야!' 했을텐데, 이제는 '아아, 피로하다 매일 어케 섹스를 하냐...'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 되어버린 것이다. 오, 저는 이제 너무 나이들어 버린것입니까. 여자가 나이들수록 섹스를 더 좋아하게 된다고 누가 그러든가요. 사람 다 케바케... 나는 아니다. 나는 이제 더이상 섹스가 필요치 않을 정도로 섹스 생각만해도 급피로가 몰려온다..아 개피곤... 피곤하다..... 육체적 사랑이 아닌 정신적 사랑만 하며 살고 싶은데, 또 상대는 나랑 그런 것에 일치하지 않을 수 있겠지... 그러므로 걍 연애는 안하는 게 나은것 같다. 피로해... 섹스..... 아 생각만해도 지친다. 코피날 것 같아..... 나는 쉬겠네 그림을 걸지 않은 작은 미술관처럼.




- 오늘 아침엔 불현듯 진지하고도 재미있는 사람을 만나기는 세상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렇다. 진지하게 여러가지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또 함께 재미있어 깔깔대고 웃는 일까지 곁들여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진지한 이야기들에 생각이 일치해도 그다지 재미없는 만남이 있고, 재미있지만 돌아보면 우린 뭐했나 싶기도 한 사람도 있어. 만나는 시간,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전체적으로 좋았다, 의미있었다, 충족감이 느껴지기는 너무 드문일 같다. 만나서도 내내 좋지만, 만난 후에 혼자 있을 때도 '아 좋은 만남이었어', '아 충족된 시간이었어' 하는 일은 살면서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가. 조금씩은 부족한 가운데 만남을 유지하다가 어쩌다 이 모든걸 만족하게 해주는 상대를 만나게도 되지만, 그렇게 만족한다고 해서 그 관계가 영원히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은 어렵다.




제2의 성도 더디 읽는 판에 그러나 사고 싶은 책, 읽고 싶은 책은 어찌나 많은지. 어제 트윗을 통해 알게된 책은 이것.

















저자 '레이철 모린'은 십대 시절부터 성매매를 해왔었다 했다. 그리고 성매매를 '성노동'이라 부르는 것에 반대한다. 그녀의 인터뷰를 읽었다. 특히 이 구절이 인상깊었다.


- '반성매매론'의 반대 지형에는 '성노동론(성매매도 노동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기자 주)'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성매매가 노동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성매매를 노동이라 일컫는 건 당신이 낯선 이들의 성기를 끊임없이 입안에 넣어본 적 없기에 쉽게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말하는 여성, 특히 학계에서 볼 수 있는 여성들에게 오직 경멸밖에는 들지 않습니다."  -링크된 인터뷰 中


그간 여성학에 대해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서 나 역시 '반성매매'쪽의 편이 되어버린 바, 레이철 모린이 책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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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활동가로 잘 알려진 레이첼 모랜이 15세부터 7년 간 경험한 성착취와 그 이후 성매매를 벗어난 삶에 대해 사회 구조적 분석과 심리적 고찰을 넘나들며 날카롭고 통찰력있게 쓴 글이다. 한국 발간을 기념으로 저자가 특별히 한국 독자들께 드리는 말씀이 수록되어 있다.

페미니즘의 도전 외 다수의 책을 집필하고 편저한 여성학자 정희진은 이 책을 추천하는 글에서 성매매의 본질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페이드 포, 성매매를 지나온 나의 여정』이 '성매매에 대한 교과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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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도 역시 궁금하다. 남자들은 항상 나를 잔소리하게 만드는 것은 진실이지만, 내 경우엔 잔소리를 듣는 것만큼이나 하는 것도 싫어해, 한 번 말했는데 듣지 않아 다시 잔소리 하게 만든다면, 그런 사람은 안만나는 편이 나에게 좋다고 생각한다. 잔소리 하게 만드는 남자 너무 싫어. 이 잔소리 쪽에서도 궁합이 좀 맞아야 하는 것 같다. 일단 상대가 너무 좋다면,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상대의 어떤 점이 잘못됐거나 틀렸다고 느껴졌다면, 나는 상대에게 말을 하는 쪽이다. '너의 이러이러한 건 잘못된것 같은데' 라고. 상대가 고맙게도 '네 말 듣고 보니 그러네, 앞으로 안그럴게' 하고 거기에 대해 신경쓰고 고쳐나간다면, 우리는 그야말로 환상의 하모니겠지. 그렇다면 이런 대화도 가능해진다.


"넌 내가 잔소리 하게끔 안하잖아."

"너는 한 번 말하고 알아들으면 다시 얘기 안하더라고."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실제로 이런 식의 대화가 가능한 사람을 거의 없다는 것을. 대부분의 남자들은, 연애시에, 계속 잔소리하게 만들고 계속 짜증나게 만든다. '~ 할거야' 라고 하고 싶다고, 할 거라고 하는 것들의 목록을 이천개쯤 만들면서, 그저 목록 만들기에만 급급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을, 나는 연인이든 친구든 어떤 포지션이든 싫어한다. 자신의 말에 무게를 담지 않는 사람.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하기는 쉬운 게 아니지만, 그것들을 일치시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나는 좋아한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하고.


아무튼 이 책, 《남자들은 항상 나를 잔소리하게 만든다》가 궁금한데, 읽다가 너무 짜증나서(분명 사례가 나올테니까) 던져버리는 건 아닐까... 이런 새끼들을 뭐하러 만나요, 관둬요... 차라리 혼자 살아..... 라고 내가 자꾸 입밖으로 내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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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하퍼스 바자>에 게재되자마자 순식간에 200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칼럼이 책으로 나왔다. 주목받는 저널리스트 제마 하틀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큰 수고가 들고 시간을 잡아먹으며 진을 빼놓는, 압도적인 비율로 부당하게 여성이 도맡는 ‘마음 쓰이는 일’”인 감정노동을 모두의 눈에 보이도록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이 책에서 제마 하틀리는 이름 없던 감정노동에 이름을 붙이는 데서 더 나아가, 실용적인 조언을 통해 감정노동에 억지로 끌려다니지 않고 감정노동이라는 돌봄의 기술을 제대로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의 생생한 경험, 다양한 사례와 인터뷰, 신뢰 있는 학자들의 논의 등을 진지하고 풍부하게 담아내면서도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은 글쓰기가 매력적이다. 우리 아들들이 자신의 삶을 더 세심하게 돌보기를 바란다면, 우리 딸들이 다른 이들의 짐을 지지 않기를 바란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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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의사만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런 책이 나오는 건 의미있다. 이 책도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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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성 편견과 무지로 여성을 무시하고 오진하고 병들게 한 의학계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탐색하는 책이다. 저자인 마야 뒤센베리는 페미니즘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다뤄온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이지만 자신이 아프고 나서야 의료계의 성(젠더) 편견이 질병에 대한 지식을 어떻게 왜곡하고 환자의 치료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인식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과학적.사회학적 연구, 의사와 연구자의 인터뷰, 미국 여성들의 개인사를 통합해서 의학계의 성차별이 오늘날 여성들에게 어떤 해악을 미치고 있는지를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낱낱이 보여준다. 또 의료계가 여성의 질병과 몸에 상대적으로 얼마나 무지하며, 여성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너무 자주 신뢰하지 않아서 여성들이 얼마나 고통받는지를 환자뿐 아니라 보건의료계 종사자 모두에게 생생하게 증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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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는 '과학은 어떻게 성차별의 도구가 되었나' 이다. 아마도 기존의 '마리 루티'의 책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와 맥을 같이하는 것 같은데, 역시 궁금하다. 보부아르는 여성이 출산과 육아 때문에 인생에 있어서 중단의 경험을 자꾸 갖게 되고 또 질병도 갖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이 남성보다 열등한 걸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그래서는 안된다고. 《열등한 성》에서는 어떻게 이야기를 이어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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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사실 중 한 가지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약물이 ‘남성’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신체를 연구한다면서 실제로는 ‘남성의 신체’를 연구하고 이를 그대로 여성의 몸에 적용한다.

성별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주장과 그 근거가 된 실험을 다시 살펴보고 허점을 찾아낸 책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어떤 것이 여성의 진정한 모습인가를 밝혀내고, 편견에 가득 찬 과학자들이 숨기려 했던 진실, 남녀평등이 진정한 ‘자연의 법칙’이라는 사실에 빛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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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또 사고 싶은 책, 읽고 싶은 책이 이렇게나 잔뜩이다. 대체 날 어째야 하나. 제2의 성 상권 읽기를 제때에 잘 마친다면, 나는 나에게 위의 책들을 다 사주기로 하겠다. 책 한 권 완독에 책 네 권 선물하기.... 꺅 >.<

그나저나 나흘 안에 나는 다 읽을 것인가...




오늘 아침에는 일어나자마자 고구마를 구웠다. 구운 고구마와 씻은 거봉을 챙겨 출근했더니, 가방이 무거웠다. 가방 안에는 제2의 성과, 고구마와, 거봉이... 아아,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아니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먹기 위해 출근하는가, 출근하기 위해 먹는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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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9-10-28 1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침에 고구마랑 거봉 먹었어요, 사과랑 아메리카노도. 샌드위치도 딸아이 멕이면서 같이 먹었고. 다락방님 글이랑 syo님이랑 단발머리님이 계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출근 이미 하셨겠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리고 연애와 섹스 이야기에 있어서는 할 말이 참 구구절절 많지만 댓글로 달기에는 좀 그래서 ㅎㅎ 애니웨이 다락방님처럼 멋진 사람은 연애 마구 하시면 좋겠어요. 멋진 사람이 멋진 연애 하면 막 빛이 더 날 테고 그럼 세상에 더 좋은 글도 많이 쓰실 테고 빛도 막 더 날 테고 그럴 테니까 :)

다락방 2019-10-28 10:38   좋아요 0 | URL
저는 놀랍게도 동태찌개랑 고구마밥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간식으로 고구마와 거봉을 챙겨왔습니다. 아침에 바빠서 아메리카노를 준비 못해서 이제 사러 다녀오려고요. 마침 1층이 까페인지라 후딱 아메리카노 사올 예정입니다. 으흐흐.

멋진 사람이 멋진 연애하면 빛이 나고 서로 더 좋은 영향을 미치고 그러는 건 사실이지만, 그러기엔 제가 멋진 역량도 부족할 뿐더러 체력도 딸리네요, 요즘은. 체력 좀 만들어본 다음에야 연애 욕망이 생기려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lanca 2019-10-28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간에 격렬하게 공감한 부분이 ㅋㅋ 있었어요. 동갑이라 그런가 싶기도...와, 이제 책을 사기 위해 책을 팔아야 할 시점이 또 왔어요. 요새 고구마와 거봉은 최고죠!

다락방 2019-10-28 10:37   좋아요 0 | URL
음.. 혹시 저 부분일까요.. 흐음..(짐작중 ㅋㅋ)

저는 고구마도 거봉도 별로 안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오늘 아침엔 어쩐 일인지 먹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부랴부랴 준비해 챙겨와서 고구마도 조금 먹고 거봉도 조금 먹었습니다. 남은 건 오후에 또.. 으흐흐흐. 최고의 간식 같아요!

syo 2019-10-28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 거봉과 고구마라니 좋은 조합이다!!
<제2의 성> 왤케 괴롭히죠?? 그냥 괜히 잘 안 읽혀......

다락방 2019-10-28 10:36   좋아요 1 | URL
그쵸? 나만 그런 거 아니죠? 왤케 안읽히는거야? ㅜㅜ
쇼님처럼 다독가도 그리 말씀하시다니, 이 책이 정녕 안읽히는 책이 맞는가 봅니다. 흑흑 ㅜㅜ

syo 2019-10-28 10:40   좋아요 0 | URL
눙물ㅠㅠ 올해도 실패하면 너무 쪽팔리겠어요.... 힘내자😣

다락방 2019-10-28 10:46   좋아요 1 | URL
나 실패하고 싶지 않단 말이야 ㅠㅠ
 

요즘에는 출근 전에 집에서 캡슐 커피를 내려 텀블러에 담아온다. 출근길에 부러 까페에 들르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홀짝홀짝 커피를 마실 수도 있고. 커피를 텀블러의 삼분의일쯤 남길 때면 지하철이 도착한다. 늘 그렇진 않다. 어떤 날은 절반쯤 남아있을 때 도착한다. 그렇게 지하철에 도착하면 텀블러의 뚜껑을 닫고 가방 안에 넣어둔다. 이른 시간이라 자리는 언제나 많아 내가 좋아하는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고 가방에서 책을 꺼낸다. 오늘은 당연히 《시몬 베유의 나의 투쟁》을 꺼내어 읽으려고 했는데, 트윗을 보다가 이 기사를 보게 됐고, 덕분에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믿을 수 없는 강간 사건 이야기>
















실제 있었던 일로,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가 저 기사를 다룬 책이며 넷플릭스 드라마도 있다. 

여자 형사 두 명이 결국은 강간범을 잡아내는 이야기라지만, 그래도 노골적으로 제목에 '강간'이 들어가있어 도무지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강간이 이 책 안에 있다는 걸 내가 알면서 보기가 꺼려지는 거다. 내가 과연 이 책의 책장을 무사히 넘겨낼 수 있을까. 같은 이유로 드라마도 보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아침 저 기사를 읽고나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지만 읽어야 할 것 같아. 다만, 드라마를 먼저 보지는 말고 책을 먼저 읽자, 라고 생각했다.


책 소개는 위의 기사로 충분히 대신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




















어제는 실제로 만나서 술을 같이 마시기도 했던 친구가 자신의 SNS에 올린 운동 영상을 보게됐는데, 와, 너무 자극이 되는 거다. 나는 정말 운동하는 거에 반하는구나! 새삼 깨달았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등.. 이 보이는 운동이었어. 와- 진짜 얼마나 자극이 되던지, 어제 늦은밤, 배부른데도(응?) 굳이 빈야사를 하러 갔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겠지만, 잘 살아보겠다 혹은 열심히 살아보겠다, 멋지게 살아보겠다는 결심은 누군가의 잔소리로 되기 보다는 타인의 삶 그 자체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공부하라고 해도, 아무리 운동하라고 해도 그 잔소리로 움직이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 스스로가 뭔가 하고 싶어져야 비로소 행동에 옮길 수 있는 게 아닌가.


만약 어제 누군가 내게 일어나 운동을 하라, 고 했다면 했을지는 모르겠다. 나는 잔소리에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고 잔소리 듣는 거 너무 싫어하고 그래서 나로 하여금 잔소리 하게 만드는 것도 너무 싫어하고, 같은 말 또 하게 만드는 거 개싫어하는데, 그런데 누가 으쌰으쌰 운동하는 모습을 보니 백마디 잔소리 따위는 전혀 필요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거다. 와, 개멋져, 짱멋져, 나도 멋져질래!! 이렇게 되어가지고 다다다닥 빈야사를 하러 간 것이다.


빈야사는,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진짜 힘들다. 태양경배자세라는 걸 반복하는 순환운동인데, 그래서 다운독 자세를 계속 반복해야 한다. 다운독은, 역시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기지개 켜는 것 같은 효과를 주지만, 아직 내 경우에는 빡센 운동에 다름 아니다. 어제도 다운독을 얼마나 했는지 돌아오는 길에 팔이 후달렸어. 흑흑. 중간에 포기하고 철푸덕 엎어질까, 수없이 생각했다.



<다운독 자세>





요가 에세이는 이제 충분히 읽지 않았나 싶으면서도 또 언제나 읽을 때마다 뭔가 배워가는 게 있는 것 같아, 신간으로 나온 《요가의 언어》에도 관심이 간다.




그런 한편, 오, 아마 양미간에 주름 잡고 읽게될 책도 새로 나왔다.


















여성 대법관 이었던 김영란 선생님의 신간이다. 그냥 제목만 봐도 읽고 싶어... 이 안에 담겨있을 이야기들에 또 얼마나 분노하고 빡치다가 고개를 끄덕이게 될까. 지난주에 이미 세차례나 주문을 하고, 주말에 책장정리하다 포기를 하고, 사무실에 책을 다 치워두면 왜 다시 쌓이는가 고민하는 와중에도, 그래서 이제 다시는 책을 안사 라는 다짐을 하면서도, 이렇게 읽고 싶어지는 책이 나오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잖아 ㅠㅠ






요 며칠은 알라딘에 대해 생각했다. 독보적 서비스가 생기고 인용문들만이 우수수 올라오면서, 나는 점점 더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가는가, 에 대한 생각. 나는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인가? 나는 지나치게 아날로그적인 인간인가? 이번에 태국 여행을 하면서도 호텔예약은 친구가 했건만, 친구로부터 예약확인서를 받아 종이로 출력해가지고 갔던 나다. 친구는 데스크에서 예약 확인을 인터넷을 연결해 보여줄 생각이거나, 혹은 여권만 줘도 충분히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기에 그랬지만, 내 경우에는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종이로 출력해가는 편이다. 아니면 캡쳐를 해가거나. 인터넷이 갑자기 안되는 경우에도 내 숙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므로. 그 출력된 종이를 내밀면서 아아, 역시 아날로그다..옛날 사람이야, 생각한거다.


알라딘은, 당연하겠지만, 내가 기존에 알아왔던 알라딘 내가 기존에 이용했던 알라딘과 많이 달라졌다. 세상이 달라지니 알라딘이 달라지는 건 너무나 당연한데, 그 안에서 나는 자꾸 낯선 순간들을 맞이하게 돼서, 내가 이 흐름에 따라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런데 그러기 싫다..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것이다. 북플로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고 나서는 예전같은 서재 분위기도 아닌데, 그 역시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가끔은 그리워지고.


그래서 내가 알라딘에 계속 있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계속 여기 있어야 하는가? 나는 계속 글을 쓰면서 살고 싶은데, 그렇다면 알라딘만이 답인가? 나도 이제 새로운 다른 곳을 찾아 이전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 내가 계속 여기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가 무어란 말인가.


일단 지금은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하고 있으니, 그리고 내심 12월까지는 할 생각이니, 그 때까지는 책임감을 가지고 이곳에 있으면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 다음은? 그 다음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야겠구나. 지금 현재 사적인 일기를 쓰고 있는 네이버로 아예 옮기던지, 예스로 가던지, 아니면 요즘 사람들이 많이 한다던 브런치로 가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그러나 다른 곳에 가 적응할거면 굳이 알라딘을 떠날 이유는 무어람, 여기의 새 시스템에 걍 적응하면 되지. 무엇이 좋을까, 어떤 게 좋을까, 고민하던 차.



어제 또 알라딘 이웃 분들과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데, 와, 진짜 여기만한 곳이 없지, 하는 생각이 들어버리는 거다. 같은 책을 읽고 비슷한 감상을 혹은 다른 감상을 나누는 일이 그 어디에서 이렇게 이뤄질 것인가. 게다가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고 책을 추천 받는 일은 또 얼마나 즐거운가. 그런 생각을 하면 역시 알라딘에 머무는 게 답이 아닌가 싶어지는 거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나 오래 내가 여기 있었던 게 아닌가 싶고. 오늘도 이렇게 관심 신간 올리면서 너무 신나는 나... 아아..... 고민은 계속 해보고 또 해봐야 하는 것이야.



텀블러에 커피는 비었고, 차이티라떼 분말이 있으니 타먹어야 겠다.

맛있는 쿠키를 먹고 싶다. 사무실 책상 위에 쿠키가 있는데 이게 맛이 없어서... 맛있는 거 먹고 싶어. 집에 맛있는 거 있는데. 뭔가 목이 메이는, 그런 뻑뻑한 쿠키를 먹고 싶다. 버터가 잔뜩 들어간 쿠키... 쿠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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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9-09-24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냥 평상시대로 하려구요. 뱃지 욕심 없이!

다락방 2019-09-24 09:35   좋아요 0 | URL
저는 독보적 서비스는 걍 패스요 ㅎㅎ

잠자냥 2019-09-24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보적 서비스 생기고 나서 며칠 참다참다 저는 어제 몇몇 이웃을 끊었는데요. 요즘 거의 인용문 스캔(저는 사진 찍어 올리는 행위는 스캔이나 마찬가지라고 봐요) 테러를 당하다 보니 아... 진짜 못참겠다 싶어서 끊었습니다. 알라딘은 자료를 모아서 좋겠지만, 그런 식으로 남발되는 인용문은 그 책을 읽지 않은 이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고, 개인의 생각 추가 없이 인용문만 스캔한 글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해요.

암튼 인용문 테러.. 으으 오늘도 몇몇 이웃 잘라낼 것 같은 예감이....

다락방 2019-09-24 09:40   좋아요 1 | URL
저도 이웃을 끊는 것 말고는 답이 없나 싶어서 끊을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이미 끊은 사람도 있음), 어제 알라딘마을 서재지기에 건의하니 그 서비스로 올라오는 글을 감추는 기능을 보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인용문만 좌르륵 올라오는 게 너무 싫어요 ㅠㅠ
저는 ‘나만 이거 싫은가‘ 했는데, 며칠전 syo 님도 이게 싫다고 하시더라고요. 잠자냥 님도 싫어하시네요. ㅎㅎ

https://blog.aladin.co.kr/zigi/11119678

syo 2019-09-24 09:43   좋아요 0 | URL
잠자냥님의 이 말씀을 복사해서 붙여넣어도 제 생각과 1도 다르지 않고 그렇습니다.....

‘나만 이거 싫은가‘ 이거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계시는 분들 많을 것 같은 예감 ㅎㅎ

다락방 2019-09-24 09:45   좋아요 0 | URL
저는 아 싫다.. 다른 데 갈까.. 이런 생각도 해보지 않았겠습니까! 건의했으니 좀 지켜봐야지요.
저는 사람들이 쓴 글을 읽고 싶지 인용문만 좌르륵 올라오는 걸 보고싶지 않아요 ㅠㅠ

잠자냥 2019-09-24 09:54   좋아요 0 | URL
전 어쨌든 책 이야기 하는 공간으로는 이곳만한 곳이 없어서... 떠날 생각은 안했지만, 북플 서비스 자체는 요즘 한동안 안 쓰게 되더라고요. 진짜... 인용문 테러 어질어질....

다락방 2019-09-24 09:56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떠날 생각했다가도 잠자냥 님 말씀처럼 책 이야기 하는 공간으로는 알라딘만한 곳이 없어서 자꾸 머물게 돼요... 저는 북플도 딱히 쓰진 않는데 북플로 들어가면 인용문 좌르륵 나와서 ㅠㅠ
피씨로 들어와 알라딘 서재 최신글 봐도 요즘엔 인용문만 있어요 ㅠㅠㅠ

2019-09-24 1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9-24 15: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맥거핀 2019-09-24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데 가시지 말라는 의미로 좋아요 한 번 누르고 갑니다 ㅋ
(저는 북플을 아예 깔지도 않고 있는 1인입니다..;;)

다락방 2019-09-25 07:42   좋아요 0 | URL
아니, 맥거핀 님 아니십니까!
제가 다른 데 간다는 글을 써야 비로소 보이시는 겁니까!! ㅎㅎ

2019-09-25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9-25 0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psyche 2019-09-25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넷플릭스 드라마 unbelievable 이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거였군요. 주변에서 다들 강추하더라고요. 가슴이 답답해질까봐 선뜻 시작 못했는데 봐야겠네요. 저는 책말고 드라마로.

다락방 2019-09-25 14:00   좋아요 1 | URL
프시케님, 저 지금 그 드라마 4화째 보고있어요. 1화는 18세 학생이 형사들한테 압박받아 ‘강간당했다는 거 거짓말이다‘라는 말을 하는데, 그걸 보는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렇지만 3화에서는 여자 형사 두명이서 어떻게든 강간범 잡겠다고 힘을 모으는게 울컥할만큼 좋아요!! 같이 봅시다, 프시케님!

꼬마요정 2019-09-25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드라마를 먼저 보려구요. 책을 읽고 나면 드라마가 안 봐지더라구요. 하지만... 갈등이 계속 생기네요ㅠㅠ

다운독 자세 정말 사랑합니다. ㅎㅎ 정말 시원해요. 저도 몸이 그렇게 유연하지 못해서 할 때마다 힘들지만 하고 나면 개운한 것이 너무 좋아요. 함께 쭈욱 같이 해요. 그러고보니 저는 운동하는 저 자신을 매우 좋아합니다.

독보적 서비스 저도 한 번 인용문 올려봤는데 다시는 안 올리게 되더군요. 다만 걸음 수 채우는 건 좋았어요. 내가 얼마나 걷는지 눈에 보여 좋았어요. 근데 읽은 책 선택하니 읽는 중이라고 뜨고 아직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냥 읽은 책 표시로는 괜찮았어요. 사실, 전 새로운 게 있으면 해보는 걸 좋아해서^^;; 그래도 이모티콘 :), :< 이런 거는 공감이 안 가서리.. 옛날 사람...

다락방님 글은 재미있어서 읽고 댓글 달다 보면 뭔가 페이퍼 하나 쓰는 기분이네요 ㅎㅎㅎ 날씨가 추워지는데 감기 조심하세요!!! ^^

다락방 2019-09-25 15:1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책 읽고 나면 드라마가 안봐지긴 하는데(뭔가 볼 필요가 없어지는 기분이랄까..), 드라마를 먼저 봐도 책을 안읽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왕 하나만 선택할거라면 책을 선택하고 싶었는데, 너무 빨리 보고싶은 마음에 드라마를 먼저 시작해버렸네요. 오늘 점심먹으면서 4화 봤어요. 다 보지는 못했지만 아주 재미있게 보고있습니다. 재미있다..라고 해야할까. 몇 번이나 울컥울컥 했어요. 3,4화에서는 여자형사들이 최선을 다해 수사하는 게 너무 좋아요 ㅠㅠ 강간이 얼마나 심각한 범죄인지, 피해자에게 그것이 얼마나 큰일인지를 너무 잘 알고있는 형사들이라고 해야할까요. ㅠㅠ


다운독 자세를 사랑하시는군요! 저는 너무 힘들어요. 아직까지도 팔에 근육통이 ㅎㅎ
제가 다니는 센터는 요가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있고 요일마다 선택해 들어가거든요. 그런데 빈야사 말고는 사실 다운독을 잘 안해요. 요즘 다운독 안하는 프로그램을 듣다가 오랜만에 빈야사 들었더니 겨드랑이 근육이 아주 울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운동하는 거 자체를 좋아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운동하는 저를 좋아하기는 합니다. 좀 더 잘하고 싶고 좀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운동중독 되고 싶은데 안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중독은 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닌가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페이퍼에 와서 얼마든지 페이퍼같은 댓글 다셔도 됩니다. 리뷰 같은 댓글도 환영입니다. 언제든지 오셔서 어떤 댓글이든 달고 가셔요. 후훗.

(저 오늘은 운동 안하고 와인 마실거에요. 꺅 >.<)

2019-09-30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9-30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