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면서 잘하는 것이 있고(있나?) 내가 좋아하지만 못하는 것이 있다. 그리고 내가 전혀 관심없으면서 잘하는 것도 있을 수 있고(이건 없는 것 같네), 내가 관심 없으면서 못하는 것도 있다. 그러니까 무슨 얘길 하고 싶으냐 하면, 나는 우주에 아무 관심이 없다는 거다.
















코스모스는 상식으로라도 읽어두면 좋을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내가 읽고 싶어하는 류의 책은 아니어서 늘 다음으로 미루다가 이번에 회사 동료의 제안으로 같이 읽게된 책이다. 그래, 이런식으로 하지 않으면 이 책을 읽지 않을 것 같으니 해보자! 한 것. 그러나 동료와 나의 차이가 있었으니, 동료는 우주에 관심이 많고 나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동료는 자기 전에 우주 관련 유튭을 틀어두기도 한다면서 자기가 너무 좋아하는 영상을 나에게 두어개 보내주었다. 나는 정말이지 관심이 없었는데, 그래도 보내준거니까, 하면서 부러 시간을 내 조금 들어 보았다. 내가 얼마나 우주에 무지한지 알 수 있었고, 오 그래? 했지만, 사실 나는 자기 전에 이걸 왜 듣는지 잘 모르겠는 사람이다. 그냥 세상에는 우주에 관심이 많고 우주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정도만 알 뿐이다. 동료는 너무 아름답고 신비롭지 않냐, 이 거대한 우주에서 우리는 얼마나 작고 사소한 먼지 같냐, 라고 했는데, 무슨 말인지 알겠지만, 아마도 그 지점에서 나랑 갈리는 게 아닌가 싶다. 나는 내가 작고 사소한 먼지 같은 걸 느끼기 보다, 나 졸라 좋아 졸라 멋져 나같은 사람이 세상 어딨냐, 나 같은 사람은 이 지구상에 나 하나 뿐이다! 이러는 사람이라서 우린 사소한 먼지.. 같은 정서랑 잘 안어울리는걸까? 동료랑 술 마시고 차 한잔 마시면서 동료가 좋아하는 영상 얘기 하는데, 나는 


'나는 아니야, 나는 우주가 아름답고 이런거에 대해서 진짜 잘 모르겠어. 아름답지 않다는 게 아니라 그냥 아무 느낌도 없어' 라고 하면서 내 인스타 피드에 추천으로 올라오는 영상들을 보여주었다. 


"난 이런거 좋아해. 이런 거 보고 감탄해."


거기에는 까마귀 자세를 하는 요기와 머리로 서는 요기니들이 가득했다.


나는 이런게 좋아. 자신의 몸을 들어올리면서 근육을 움직이는 거, 근육의 움직임이 아름다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이 길었는데, 코스모스를 읽을 때 하드커버를 살까 보급판을 살까 하다가 하드커버의 내용은 그대로이나 사진은 좀 덜 가져온 보급판을 골랐더랬다. 사진 같은 거, 나는 필요 없으니까. 나는 우주 뿐만 아니라 다른 무엇에 있어서도 사진에 별 관심이 없다. 게다가 들고 다닐 거니까 하드 커버는 좀 무리다. 사진이나 그림이 나한테 뭘 안준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퇴근길에 매일 만화책을 읽고 있는데, 아무 재미가 없다..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고 원작이 있다는 거 알게 되어서 부랴부랴 샀는데,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이걸 끝까지 봐야하나'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나는 왜 만화책에 집중이 안될까? 뭐가 잘 안와? 여하튼 꾸역꾸역 3권까지 읽었다. 5권까지 사뒀으니 다 읽고 팔아야지 하고 있다. 샀으니까.. 그런데 왜 나는 만화책도 그림책도 다 잘 모르겠어?


그래서 코스모스의 더 많은 사진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었단 말이지. 나보다 훨씬 많이 읽은 동료가 아름답지 않냐며 이런 사진 보내줬는데,




나는 이런 거 보면 그냥 무(無) 의 상태가 된다.


아름답다

아름답지 않다


이런 개념이 아니라 그냥 아무 생각이나 느낌이 음슴.


내가 생각한 코스모스의 사진은 이런 사진들일 것이기 때문에 하드커버 컬러사진에 대한 욕망이 전혀, 1도 없었다. 그런데 어제 페이퍼에 쓴 것처럼, 헤이케게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헤이케게의 사진이 딱 실려 있는 거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이 부분 읽다 말고, 나는 동료에게 이 부분 사진을 찍어 전송했다.


"하드커버에는 이 사진 컬러로 실려있어?"


동료는 그렇다며, 퇴근 후 집에 가 내게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다.




나는 저 헤이케게를 컬러로 보고 싶었다. 만약 앞으로 수많은 동물과 식물이 나올거라면, 그걸 컬러로 보고 싶어지는 거다. 헤이케게의 사진이 나오기 전에 은하 사진도 나오고 그랬는데 사진 보지도 않고 본문만 읽었거늘, 헤이케게에 무너져버리는 나여. 아니 게다가 하드커버에는 사무라이 사진도 같이 있네?? 그렇다면, 하드커버 사가지고 집에 두고, 게 사진 같은 거 나올 때는 컬러로 찾아봐야 하는걸까.





하드커버 45,000 원.











나도 날 몰랐어요. 게 사진을 컬러로 원할줄은...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오늘 출근길에는 코스모스 대신 다른 책 가지고 왔다.




며칠전 요가 하는데 사바아사나 시간에 틀어둔 음악이 참 좋았더랬다. 그래서 좋구나, 했는데 수업이 다 끝나고 수련생들이 수련실을 빠져나가는 동안, 선생님은 퇴장 음악(?)으로 뜬금없이 '김동률'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를 틀어 두시는 게 아닌가! 아니, 그런데 오랜만에 그 노래 왜이렇게 좋아? 일전에도 '김윤아'의 <고잉 홈>이었나 틀어주신 적 있었는데,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라니.


나는 블럭을 제 자리에 넣어두면서 그 노래를 따라 불렀다. ㅋ ㅑ ~ 좋구나. 역시 가사 있는 노래가 좋아, 나는.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나나나나~ 그래 말해~~~ 막 이러면서 혼자 좋아했는데,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그 기분이 생각나서 오랜만에 김동률의 노래를 찾아 들었다.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잘있었냔 인사가 무색할 만큼
괜한 우려였는지
서먹한 내가 되려 어색했을까
어제 나의 전활 받고서
밤새 한숨도 못 자 엉망이라며
수줍게 웃는 얼굴
어쩌면 이렇게도 그대로일까
그땐 우리 너무 어렸었다며
지난 얘기들로 웃음 짓다가
아직 혼자라는 너의 그 말에
불쑥 나도 몰래 가슴이 시려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조금 멀리 돌아왔지만 기다려왔다고
널 기다리는 게 나에게 제일 쉬운 일이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고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여전히 난 부족하지만 받아주겠냐고
널 사랑하는 게 내 삶에 전부라
어쩔 수 없다고 말야
그땐 사랑인줄 몰랐었다며
가끔 내 소식을 들을 때마다
항상 미안했단 너의 그 말에
불쑥 나도 몰래 눈물이 흘러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언젠가는 내게 돌아올 운명이었다고
널 잊는다는 게 나에게 제일 힘든 일이라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고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좋은 친구처럼 편하게 받아주겠냐고
다시 태어나도 널 사랑하는 게
내 삶에 이유란 말야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조금 멀리 돌아왔지만 기다려왔다고
널 기다리는 게 나에겐 제일 쉬운 일이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고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여전히 난 부족하지만 받아주겠냐고
널 사랑하는 게 내 삶에 전부라
어쩔 수 없다고 말야



왜 조금 멀리 돌아서야 결국 그 사람에게 닿는걸까? 왜일까? 왜 페르귄트는 한참을 돌고 돌아 늙은 육신으로 이제 곧 죽을 때가 되어 솔베이지에게 왔을까? 솔베이지에게 그 기다림은 제일 쉬운 일이었을까? 


어쩌면 이렇게도 그대로일까, 라는 가사만 봐도 이 가사는 젊은 시절에 썼다는 걸 알 것 같다. 나는 오랜만에 누군가를 만난다면 늘어난 내 흰머리에 놀랄 것 같다. 울엄마가 나 흰색으로 브릿지 넣은 것 같다고 했다.


얘들아, 나 흰머리도 많고

얘들아, 나 노안이 왔어.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왜 멀리 돌아오고 그러냐, 직진하자. 이제 돌아오고 막 그럴 체력이 없어..


인생의 이 시점에서

예상치 못한 시간, 예상치 못한 공간에서,

김동률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를 듣게 된 그 의미는 무얼까?




갑자기 초코바 먹고 싶다. 핫브레이크 같은 거..



그럼 이만.


댓글(35)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3-10-24 0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공감 10개는 누르고 싶은데... 여긴 없네?
저도 우주 이런 거에 진짜 관심 없어요. 우주 별, 행성 토성 달 지구 이런 거 아름답다고 하는 거 정말 모르겠는...
그래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sf 문학도 별 재미를 못 느끼더라고요.
우리는 이 우주의 한줌의 먼지... 이런 것도 좀.. 음 나는 그냥 이 세계의 인간1 잠자냥...

만화도 재미를 도통 못 느낍니다. 웹툰 알못 ㅋㅋㅋㅋㅋ

제가 20대 때 말이죠, 손택 언니 흰머리가 멋있어서 그거 닮고 싶었거든요?
이젠 아님 ㅋㅋㅋㅋㅋ 닮고 싶다던 말 취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0-24 09:44   좋아요 1 | URL
그게 그거랑 연관되어있는건지 모르겠지만 저도 우주에 관심이 코딱지만큼도 없고 우주로 뭐 쏴 보내고 이런것도 아무 관심이 없고 누가 달에 가든 말든 아무 관심이 없으며 SF 소설과 영화에도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래비티> 보기까지 오만년 걸렸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주가 배경인데 재미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동생은 저랑 완전 반대라서 우주에 뭐 쏜다 그러거나 달이 어떻게 된다 그러거나 그러면 막 흥분해서 알려주는데 저는 완전 맹- 한 상태가 됩니다. ㅋㅋㅋㅋㅋ

전 만화가 너무 재미없어요 ㅠㅠ 그냥 글자 가득한 게 훨씬 재미있어요. 우주에서 아름다움을 못느끼지만 잘 쓰인 문장들로부터는 짜릿한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만화 너무 집중도 안되고 어느 순간 이거 왜 보고 있나 싶고, 웹툰은 눈알도 아픈데 이걸 왜보나 싶고 그렇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나저나 저는 오래전 연인을 만나면 ˝왜이렇게 빨랫줄 처럼 마른거야?!˝ 라는 말도 들어볼 수 없을 뿐더러, 이제는 ˝예전 그대로네˝도 들어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 유독 거슬리는 흰머리가 있어 뽑았더니 아팠어요. 흑흑 ㅠㅠ

잠자냥 2023-10-24 0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게 사진 컬러로 보고 싶은 거 먹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닌가요?
요즘 러시아산 킹크랩 가격 폭락했대요. 수산시장 고고...ㅋㅋㅋ

다락방 2023-10-24 09:39   좋아요 1 | URL
ㅋㅋ 저는 흑백 사진 멋있고 감성있다는 평에도 동의하지 않는 편입니다. 사진은 컬러가 짱입니다! 흑백 영화도 안보고 싶어요. 컬러 영화를 좋아합니다. 저는 꿈도 컬러로 꿉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세상은 총천연색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에.. 그리고 제가 딱히 수산물을 좋아하진 않습니다. 킹크랩 먹으로 블라디보스톡 다녀오긴 했지만 ㅋㅋ 있으면 많이 먹긴 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아하진 않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0-24 09:52   좋아요 1 | URL
아 갑자기 게살 먹고싶네..
오늘 점심에 게살볶음밥 먹을까..

건수하 2023-10-24 0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섯에 이어 게입니까…

음 그러고보니 전 게 사진보다 우주 사진 풍경 사진 이런거 좋아합니다… 다락방님께는 역시 안 맞는 책이었나;

다락방 2023-10-24 09:53   좋아요 3 | URL
아뇨 코스모스는 읽을 거예요. 이건 상식 면에서라도 읽어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얼마나 기억할지는 모르지만요. 그렇지만, 그냥 우주에는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ㅋㅋㅋ 전 사진이라면 뉴욕의 맨하튼 사진 같은게 더 좋습니다. 우주보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3-10-24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동률 3집 저 대학교 1학년때 나왔는데 ㅋㅋㅋ

솔베이지 하니까 솔베이지의 노래도 생각납니다. 오랜만에 들어봐야겠습니다 ㅋ

다락방 2023-10-24 10:56   좋아요 1 | URL
그 앨범나온 해의 학번 이십니까? ㅋㅋㅋㅋㅋㅋ
솔베이지의 노래를 아시다니! 저 이 노래 아시는 분 처음 보는 것 같아요!! ㅠㅠ

건수하 2023-10-24 11:02   좋아요 0 | URL
새파랑님 이렇게 나이 인증을 ㅋㅋ 제가 좀(?) 많군요?

다락방 2023-10-24 11:02   좋아요 0 | URL
저도 좀 많습니다? 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10-24 11:04   좋아요 0 | URL
저도 솔베이지의 노래 최애곡 중 하나입니다ㅎㅎㅎ

다락방 2023-10-24 11:05   좋아요 0 | URL
거리의화가 님도 솔베이지의 노래를!! >.<
전 예전부터 거리의화가 님이 참 좋더라고요... (뜬금 ㅋㅋ)

거리의화가 2023-10-24 11:35   좋아요 0 | URL
ㅎㅎ 저와는 비슷한 듯 다른 다락방님의 매력! 저도 다락방님 좋아하는 거 아시죠?^^ 점심 맛있게 드셔요.

다락방 2023-10-24 11:38   좋아요 0 | URL
부끄.. ♡

새파랑 2023-10-24 11:45   좋아요 1 | URL
01학번입니다 ㅋ 김동률3집 군대가서 열심히 들었었는데 ㅎㅎ

전 김광진 노래 완전 좋아합니다~!!
진심, 약속, 눈이와요 저의 최애 노래입니다~!!

다락방 2023-10-24 11:46   좋아요 2 | URL
저는 김광진의 편지를 제일 좋아합니다.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크- 소주 마시고 싶네요.

새파랑 2023-10-24 11:48   좋아요 0 | URL
점심에 순대국에 소주 드시면 되겠네요~!! 부럽습니다~!!

다락방 2023-10-24 11:51   좋아요 2 | URL
전 점심에 소주 마시면 큰일나는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0-24 12:09   좋아요 1 | URL
김동률 3집 검색하다.........말았음.
아 01

잠자냥 2023-10-24 13:21   좋아요 1 | URL
와 언니 오빠 모르는 노래가 없군요?
전 김동률 노래 취중진담 빼고 모르거든요.

다락방 2023-10-24 13:45   좋아요 1 | URL
아 저도 취중진담 좋아했어요. 고딩 때... (먼 산)

다락방 2023-10-24 13:57   좋아요 1 | URL
그나저나 새파랑 님은 애긔애긔 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3-10-24 14:07   좋아요 1 | URL
헐... 제가 어디가서 어리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해서...

나름 중견입니다 ㅋㅋㅋ 술상무이기도 하구요 ㅋㅋㅋ

미미 2023-10-24 1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저도 동료분처럼 <코스모스>에 감탄했어요. <총균쇠>는 갖다 팔았지만 다시 읽으려고 간직한...
어제 정희진 쌤과 유시민 쌤의 대화(유시민의 문.과.공)를 팟빵에서 들었는데
정희진 쌤도 과학에는 별 흥미가 없으신데 유시민 쌤은 홀딱 반하셨는지 서로 다른 관점을 이야기 하시더군요.
그래도 저는 근육 만드는 것도 좋아합니다. 다락방님 글 보고 요가 영상도 찾아보고 따라 하고요ㅋㅋㅋㅋㅋ(아직은 잘 안되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뭘 좋아하면 같이 좋아하게 되는 심리! >.<
김동률은 말할 것도 없지요. 으흐흐

다락방 2023-10-24 13:48   좋아요 2 | URL
으흐흐흐 코스모스에 감탄하시다니, 대단해요. 저는 과학을 재미있어하고 더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참 신기하고 대단해 보이더라고요. 뭐가 됐든 궁금해해야 답을 알아낼 수 있잖아요. 궁금해해야 더 알아갈 수도 있고 말이지요. 우주에 대해서 관심이 없으니 우주에 대해서 진짜 무지한 것 같아요. 바보입니다. ㅎㅎ

제가 살면서 이걸 하길 정말 잘했다 하는 것들 중 하나가 요가입니다. 저는 몸이 요가를 잘하게 생겨먹질 않았고 ㅋㅋ 물론 그건 제가 너무나 술과 고기를 좋아해서 그렇지만 ㅋㅋ 여튼 요가를 잘하는 것과는 정말 거리가 멀고 한없이 요가를 짝사랑만 하는 중이지만, 그런데 제가 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 좋아요. 요가를 알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움직임과 쉼 그리고 음악까지 정말 사랑합니다. 으하하하.

김동률은 약간 교회 성가대 오빠 같아서 ㅋㅋ 별로긴 하지만 ㅋㅋ 그런데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이런 노래는 정말 너무 좋지 않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0-24 12: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 이제 페르귄트 이름만 들어도 웃김...ㅠㅠ 이게 다 락방이 때문이다.

다락방 2023-10-24 13:48   좋아요 1 | URL
이 세상에 페르귄트를 웃기게 말할 수 있는 자, 그 누구인가.

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10-24 18:28   좋아요 0 | URL
저는 여적 살아오면서 페르귄트 하면 그리그의 페르귄트 조곡이 떠올라 참 그윽한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페르귄트 하면 그때의 댓글 때문에 띠용~!!!
잠자냥♡은오의 2093년밖에 안 떠오르네요.
아름다운 선율은 완전 삭제!
페르귄트 이름만 들어도 웃기는 자에 저도 포함되었어요.ㅜㅜ
다락방 님 때문입니다.ㅜㅜ

책읽는나무 2023-10-24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윤아의 <고잉 홈>도 참 좋아하는데 김동률의 노래까지 틀어주는 요가 샘....넘 센스 넘치시는 분 아닌가요?^^
김동률의 노래는 영화 <건축학 개론>에서 이재훈이랑 수지랑 서로 이어폰 귀에 꽂고 <전람회>노래 듣고 있을 때의 바로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김동률 노래는 참 고급지면서 겸손미가 있어요.
ㅋㅋㅋ
그나저나 저 헤이케게!!
섬뜩하네요? 컬러로 봐도 섬뜩!
코스모스에 저런 사진과 내용이 있다니?
우주 이야기만 있는 게 아녔군요.
저도 우주 이야기엔 그닥 관심이 없었는데...^^;;;

다락방 2023-10-25 14:15   좋아요 1 | URL
선생님 너무 좋아요! 음 좀 따로 말걸기엔 무서운 분이지만-그런 거 싫어하시는 분 같아요- 그렇지만 선생님 좋습니다. 아마 그동안 제 배.. 를 제일 많이 만져본 분이실 것 같습니다. 가족도, 연인도 그렇게 많이 제 배에 손 안댔는데 어제도 제 배에 손 대시고 자세를 봐주신.. 그러나 난 또 못한... 인생 뭘까요? 요가를 향한 저의 이렇게나 간절한 짝사랑 ㅠㅠ

아무튼, 코스모스 좀 재미있어요, 책나무 님. 저도 우주 이야기 관심 없어 그동안 외면했는데 오, 재미있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10-24 1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왜 멀리 돌아오고 그러냐, 직진하자. 이제 돌아오고 막 그럴 체력이 없어..

이라고 하기에는 하루에 3만보 끄떡없는 그대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저 게사진 좋아서 보고 또 보고 그랬던 거 기억나요.
저는 칼 세이건 하면 <코스모스> 후속작 쓴 앤 드루안이 세 번째 아내라는게 기억나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왜 그럴까요?) 칼 세이건의 <콘택트>라는 소설 있거든요. 영화에서는 조디 포스터 나온거요. 그걸 제가 사랑합니다. 이상, 우주를 사랑하는 단발머리였습니다^^

다락방 2023-10-25 14:37   좋아요 1 | URL
하루 3만보는 여행가서나 가능하고요 직장 다니면서는 2만보도 못 찍어요 ㅠㅠ 많이 걸으려면 체력도 체력이지만 시간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흑흑 ㅠㅠ 요즘은 그냥 만 보 걷는 것 같아요 ㅠㅠㅠ

저 근데 앤 드루얀이 세번째 아내라는 거에 좀 충격 받았습니다. 저 꼬꼬마 시절에 체 게바라 평전 읽다가 아내랑 이혼한 것도 충격이었는데-세상을 구하고자 하는 남자가 아내랑은 사이가 안좋다는 걸 받아들이는게 힘들더라고요?- 세번째 아내.. 아 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군요. 개인은 개인일 뿐...
콘택트도 제가 진짜 관심 없는 영화라 볼 생각도 안한 영화였는데, 그걸.. 사랑하십니까? 오!! 단발머리 님은 정말 놀라워요!! 저랑 다른 점이 너무너무 많은데, 가만 보면 같은 점이 거의 없는 것 같은데, 그런데도 지극한 애정을 품게 되는 그 이유는 뭘까요?


외모??

단발머리 2023-10-25 15:46   좋아요 0 | URL
잠자냥님 톤으로 할게요.

응… 그건 아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homecafe 2023-10-27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없는 분야의 책을 읽는것 만큼이나 고통스러운게 또 있을까 싶습니다.. 저는 우주의 호기심보다는 칼세이건의 필력에 감탄하면서 읽었는데요.. 칼세이건의 감수성이 느껴지지 않으셨나 봅니다.
 















인간은 인간들의 삶에만 끼어드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다른 인간과의 어떤 형식으로든 주고받음으로 삶을 지속해 나가지만, 그러나 비인간들에게도 마찬가지로 그러하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도나 해러웨이가 반려종을 얘기하는 것도, 애나 칭이 버섯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애나 칭은 버섯의 탄생에 인간의 끼어듦, 즉 '교란' 이 있었다고 얘기한다.



송이버섯과 소나무는 숲에서 그저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 둘은 숲을 만든다. 송이버섯 숲은 풍경을 만들고 변형하는 모임gatherings이다. 이 책의 3부는 교란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나는 교란을 시작점, 즉 행동을 위한 첫 단추로 만든다. 교란은 변형적인 마주침을 위한 가능성을 재배치한다. 풍경의 패치들은 교란에서 등장한다. 그리하여 불안정성은 인간을 넘어서는 사회성에서 일어난다. - 《세계 끝의 버섯》, 애나 로웬하웁트 칭, P271


칼 세이건은 그 교란이 그런데 훨씬 전부터 있었음을 《코스모스》의 시작에서 언급한다. 대표적으로 일본 내해에 서식하는 '헤이케게'를 언급하는데 일본 사무라이의 이야기를 꺼내며 이 게의 등딱지에는 기이한 무늬가 잡혀있는데 이게 '섬뜩하리만큼 사무라이의 얼굴을 빼어 닮았(p.69)' 고, 어부들은 이런 게가 잡히면 헤이케 함대의 전멸을 기억하며 이 게들을 먹지 않고 바다로 놓아주었다는 거다. 이렇게 생긴 게를 계속 놓아주다보니 이렇게 생긴 게의 유전되는 그 게들이 수가 많아지는 것.



그들은 이 게들을 다시 바다로 돌려보냄으로써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진화의 바퀴를 특정 방향으로 돌렸던 것이다. (p.70)


그리고 덧붙인다.


이것은 결코 게들이 원해서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며, 게의 의도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다. 도태 혹은 선택은 밖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p.70)


헤이케게의 경우 게들이 진지하게 생각하고 스스로 그 길을 택해서 그런 등딱지 모양을 만든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부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 선택에 간섭한 결과인 것이다. (p.70)



그러니까 인간은 아주아주 오래전부터 교란해오고 있었던 거다. 인간과 인간사이는 물론이요 인간과 비인간의 삶과 생에 끼어들어 교란했던 거다. 그것이 지금의 이 세상을 만들어냈다. 어마어마한 오지라퍼인 것이다! 내가 오지라퍼인 것은 나의 개성이 아니라 인류의 공통적 특징인 것이다!! (아님)



아무튼 오늘부터 코스모스 들고 다니며 읽고 있다. (네?)



오늘의 캐나다뷰.

오늘 음료는 스타벅스 밀크티. 여동생이 스벅 밀크티 맛있더라, 하길래 텀블러 가져와서 출근 길에 밀크티 사왔다. 맛은 그냥 밀크티 맛이고, 딱히 이걸 또 사먹을 것 같진 않네? 괜히 그랑데로 했다고 초큼 후회중이다. 그렇지만 쿠폰이 있어서 내가 결제한 금액은 0원.


어제는 혼자 일자산에 갔었다.

걷기도 할 겸, 그리고 무엇보다 눈의 피로를 회복하기 위해서였다. 너무 스맛폰을 본건지 눈이 너무 피로한거다. 아아 안되겠다, 눈을 위해서는 자연 풍경을 보는게 좋다고 했지, 나가자! 하고 일자산에 갔던 것. 초록초록한 숲이 좋았다.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높은 산은 아니라서 딱히 위에서 내려다보는 뷰가 좋은 건 아니다. ㅎㅎ




그래도 집 근처보다 하늘과 좀 더 가까워지긴 하는거겠지.




자, 그리고 월요일이니까.

책탑을 올려보자.



































《인셀 테러》는 내가 기다리는 바로 그 책이 아닐까 기대하고 있다. 나는 인셀에 대해 다룬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누가 안써주면 내가 해야 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나 고생스럽지 않게 '로라 베이츠'가 써주었네? 

어제 페이드 포 읽다가 레이첼 모랜이 언급했던 문장도 떠오른다.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성구매자들 중에는 외모가 빼어난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남자들이 훨씬 많다는 거였다. 뭔지, 왜인지 알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아무튼, 정리》는 이거 읽으면 정리를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사긴 했는데, 막상 사서 이렇게 책탑 쌓으면서 생각해보니, 아무튼 정리를 사지 않는 쪽이 정리에 더 가까웠던게 아닐까 싶다. 뭔가 더 산다는 건 그만큼 정리로부터 멀어지는 게 아닌가. 이 당연한 걸 왜 일단 산 다음에 생각하는 것인가. 


《난간 없이 사유하기》와,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읽기》두 권이 한나 아렌트 관련 책이다. 덕분에 내 한나 아렌트 책장이 더 풍성해졌다.



아니 그런데 《난간 없이 사유하기》책등의 위와 아래가 왜이렇게 지저분하게 얼룩이 져있는지. 이 비싼 책이, 한나 아렌트 책이!! 나에게도 교환이라는 일이 일어나는 것인가. 하고 이렇게 꽂아두었다가 꺼냈는데, 이게 지저분한 얼룩인건지 책의 무늬 때문인건지 모르겠다. 책 표지가 위와 아래가 색이 좀 다른 무늬가 들어가 있더라. 그래서 이게 의도된 디자인인지 아니면 지저분한건지.. 모르겠어? 왜 이렇게 했죠? 이게 디자인이라면 왜, 왜 때문에 저 색깔 부분을 끝과 끝에... 흐음. 알 수 없군. 알 수 없다. 내가 어떻게 타인을 다 이해하겠는가. 나는 우주에서 보면 극히 작은 먼지 한 조각일 뿐인데...



한나 아렌트 하니까 정윤수 평론가 님 생각이 나는데.

내가 일자산에 가면서 김혜리 기자의 팟빵 <고독한 고전음악방> 2022년 4월호를 들었단 말이다.

바흐, 글렌 굴드, 골든베르크, 베토벤 얘기하면서 그런데 <열정>이란 곡은 제목이 잘못 번역된 것 같다. 그것은 적확한 번역이 아니다, 라고 하면서, 영화 제목도 그리고 책 제목도 잘못 번역된 예가 상당히 많지 않은가, 하며 예를 든 것 중에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이 있다는 거다. 오? 흥미롭게 듣는데, 악의 평범성이란 번역 때문에 국내에서는 한나 아렌트의 잘못 해석되는 경우들이 있다는 거다. 아니, 중간관리자 입장에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지 않냐, 라는 변명이 생겨버린다는 것. 그러면서 정윤수 평론가가 생각하는 제대로 된 번역은 '악의 진부함' 이라는 거다. 


정윤수 평론가는 클래식 얘기하다가 축구 얘기하고 김혜리 기자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또 영화를 예로 들기도 하는데,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 얘기하면서 피아노 연주 장면을 언급한다. 이에 김혜리 기자는 '서사에 꼭 필요한 장면이었다'고 얘기하고 정윤수 평론가도 여기에 동의하는 거다. 와 나는 진짜 이 사람들 너무 신기해. 나도 그 영화 봤지만, '저 장면은 서사에 꼭 필요하군' 생각도 못했을 뿐더러 사실 기억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들은 어떻게 이렇게 기억하고 거기에 대해 얘기할 수 잇을까. 무엇보다, 영화를 되게 크게 본다는 생각이, 전체적으로 본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나로 말하자면 영화든 책이든 전체의 흐름 파악을 잘 못하는 것 같고, 그래서 내가 역사 과목을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들은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기 때문에 역사 과목까지 잘 파악할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아마 이 코너를 좋아하고 즐겨 듣는 사람들 중에서는 클래식 자체를 좋아해서 듣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나는 이 코너를 듣는다고 해서 클래식을 더 잘 알게 됐다거나 클래식에 흥미가 생겼다거나 들어보게 됐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클래식은 여전히 나의 관심밖이다. 그런데 이 둘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는 게 너무 좋다. 둘다 너무 아는게 많고 전체적으로 보는 시야를 가지고 있어서 무슨 얘기를 해도 둘이 대화가 되고 그걸 듣는게 즐겁다. 고독한 '고전음악' 방이지만, 그 안에서 영화와 책과 작가와 음악가의 삶, 여행에 대한 무수한 이야기들이 나오는 거다. 나는 이걸 듣는게 진짜 너무너무 좋다. 그런 한편, 정윤수 평론가와 김혜리 기자의 합이 잘 맞기 때문에 이게 가능한 것 같다는 생각도 당연히 든다. 아무리 정윤수 평론가가 내 앞에서 그런 얘기를 한다해도, 듣는 상대가 나라면 김혜리 기자님처럼 리액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대화는 깊어지지 못할 것이다. 나는 그저 소주나 마시라고 하겠지.


인상적인 여러 대화들이 있었는데, 정윤수 평론가는 오디오 마니아 라고 했다. 그래서 주변에 오디오 마니아들이 많은데, 누군가가 오디오를 새로 샀다고 하면 그걸 들으러 그 집으로 우르르 몰려간다는 거다. 그런데 아무리 비싼 오디오 스피커라도 뭔가 엣지가 부족하고, 그러면 그걸 찾기 위해 방향을 옮긴다거나 백원짜리 동전을 밑에 하나 받친하든가 한다는거다. 그러다 오백원짜리 동전을 하나 받쳐 그 엣지를 찾기도 했다는 얘기를 하더라. 완전히 내가 모르는, 알 수 없었던,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신세계였다. 아 진짜 이 코너 만세만세 만만세다. 너무 재미있어. 물론, 내가 이 코너를 좋아한다고 해서 클래식 시디를 샀다거나 음원을 다운 받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하하하하하. 아니 '고전음악' 방인데 악의 평범성 나온다고요. 지난번에는 카뮈도 나왔다. 카뮈가 그렇게 축구를 잘했대요. 원래 축구 선수 되려고 했었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재미있다.


아 또 너무 흥분해서 길게 얘기해버렸네.


마지막으로, 가을이니까 이런 노래를 들어보자.



댓글(33)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부만두 2023-10-23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스모스 저도 읽으려고 맘 먹고 쳐다만 보고 있어요. 선뜻 시작을 못하겠어요.

건수하 2023-10-23 10:35   좋아요 1 | URL
여러분 코스모스는 생각보다 매우 독자 친화적입니다. 일단 시작해 보세요!

다락방 2023-10-23 11:33   좋아요 1 | URL
무겁네요. 아직 뭐 딱히 어려운 내용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어떨지 좀 쫄립니다. 제가 이 책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인지.. 건수하 님의 독자 친화적이라는 말씀을 믿고 부지런히 가보겠습니다.

건수하 2023-10-23 13:05   좋아요 0 | URL
전 읽으면서 어떻게 이렇게 쉽게 재미있게 있어보이게 쓰지? 하면서 놀라웠습니다 :)

하이드 2023-10-23 15:20   좋아요 1 | URL
코스모스는 서사시 같아요. 정말 아름다운 글.

잠자냥 2023-10-23 09: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살다 살다 락방이 서재에서 코스모스를 보네.....
근데 저도 코스모스 읽으려고 맘 먹고 쳐다만 보고 있어요.2222222222

<난간 없이 사유하기>는 그게 무늬인 것 같습니다. 제가 받은 책도 그렇거든요.
으음 그리고 저도 정확한 워딩은 생각나지 않지만 레이첼 모랜이 성구매자들은 대개 외모가 형편 없다고 말한 거 기억나네요.... 어디 외모만 그렇겠습니까.. 에휴....-_- (물론 그렇다고 잘난 남자들이 성구매 안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님)

그나저나 저 책장은 정리가 잘 되어 있고 깨끗해서 놀람
(벌써 <아무튼 정리> 산 효과가?!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10-23 10:36   좋아요 2 | URL
여러분 코스모스는 생각보다 매우 독자 친화적입니다. 일단 시작해 보세요!

(밑에 달았다가 두 분 보시라고 또 달음)

단발머리 2023-10-23 11:31   좋아요 1 | URL
건조한데.... 친절하시다! 건조친절수하님!!

다락방 2023-10-23 11:35   좋아요 0 | URL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맞습니다, 저도 인셀테러 저 책 얘기하면서 밑에 써뒀는데 잠자냥 님 저랑 같은 거 생각했네요. 성구매자들은 대개 외모가 형편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싫어요. 그 왜, 레이첼 모랜이 너무 자세하게 설명해서 읽다 역한 부분 있었는데요. 위생상 청결하지 못한 남자도 그렇고 살 너무 많아서 막 살 뒤집어야 쪼꼬만 고추 나오는 놈도 그렇고. 으................... ㅠㅠ

아무튼 인셀 테러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 한나 아렌트 책장은 한나 아렌트 책 아니면 꽂지 않는 걸로 나름의 룰을 정해두어서 깔끔합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진 찍기 위해 치웠습니다. 흠흠.

건수하 2023-10-23 10: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도 느끼고 계실 것 같지만) 여러분 코스모스는 생각보다 매우 독자 친화적입니다. 일단 시작해 보세요!

아무튼, 정리 저도 관심갖는 중입니다. 그러나 사진 않았고...

요즘 읽기도 사기도 시들해진 상태입니다. 이런 날도 오는 구나...

잠자냥 2023-10-23 10:4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코스모스 홍보대사 코건수하 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10-23 10:45   좋아요 2 | URL
어쩐지 요즘 코가 건조하더라니..

홍보까진 아니고.. 그렇게까지 부담가질 책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

단발머리 2023-10-23 11:33   좋아요 0 | URL
수하님이 이 책에 대한 애정이 이토록 애잔한거 잘 명심해둘게요. 전 어렸을 때 읽어서(초딩) 기억은 거의 안 나지만, 일단 저는 부담없이 읽었던거 같아요. 락방님 읽으시니 다시 읽어보고도 싶구요. 그러나! 빠빰!! (읽을 책 밀려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0-23 11:37   좋아요 1 | URL
사실 저는 아직까지 코스모스가 독자 친화적인지는 모르겠거요, 칼 세이건 대박이다 라고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뭐 어릴 때부터 대단한 공부 하고 대단한 의문 갖고 대단한 스승 만나고 그런 것 같은, 어쩐지 저랑 다른 세계에 존재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랄까요? 천재는 어릴때부터 삶이 다르다 정도를 제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칼 세이건의 흥분이 책을 통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이거 봐, 신기하지? 너구 궁금하지 않아? 알고 싶지 않아? 꺅 >.< 막 이러는 게 느껴져요. 아무튼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빠샤!!

건수하 2023-10-23 13:06   좋아요 1 | URL
애정이 애잔한... 건 아니고 읽으려는 데 엄두가 안 날 정도의 책은 아니다 뭐 그런...

어떻게 그렇게 쉽게 재미있게 있어보이게 쓰지 하고 매우 놀라긴 했었습니다 ㅎㅎ

단발머리 2023-10-23 1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다락방님 동료분이 <코스모스> 읽자고 하셨대서... 진짜 궁금했음요. 그럼 그 책을 들고 다니며 읽는다는 뜻인가?
그 의문은 오늘에서야 풀렸습니다. 출근길에 <코스모스> 읽는 포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랑합니다, 다락방님!! 😘😘😘

클래식과 관련해서... 저는 어제 피아노 독주회 다녀왔거든요. 가야하는 자리라서(공짜표) 다녀왔는데, 브람스와 베토벤과 리스트 곡을 뽑아서 연주하시덴데 그 열정에는 박수를 쳤지만...
집에 오는 길에 신해철의 <그런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듣는데... 절로.... 캬하~~~~~~ 이거야, 이런 게 음악이지!
하는 생각을 해버렸답니다. 그렇다고요. 저도 클래식을 좋아하고 싶지만 좋아지지 않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0-23 11:3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그러니까 말입니다. 제가 요가 시간에 선생님이 틀어주시는 사바아사나 배경 음악을 참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다 끝나고 나니까 선생님이 안녕히 가시라면서 갑자기 ‘김동률‘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를 틀어주셨는데, 왜케 좋아요?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막 따라부르면서 크- 좋구먼- 했습니다. 나의 사바아사나 어디로 갔나요? 갑자기 김동률 왜케 좋음?

전 클래식하고는 잘 안친해지는 것 같아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뭐랄까, 음, 걍 별 관심이 없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걍 재이슨 스태덤만 좋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3-10-23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정˝이 아니면 뭐라고 해야 한다고 하나요? 궁금🤔 ˝비창˝은 오역인거 알았는데 ˝열정˝도 오역이었어요? 헐

다락방 2023-10-23 13:46   좋아요 1 | URL
격정! 이라고 정윤수 평론가는 생각한다고 합니다.
제 기억이 정확한지는 다시 들어봐야 할 것 같아요.

망고 2023-10-23 13:48   좋아요 0 | URL
격정과 열정 차이를 방금 국어사전 찾아보고 무릎을 쳤어요 오! 3악장 떠올려보니 정말 격정이 맞을거 같기도 해요!

다락방 2023-10-23 13:50   좋아요 0 | URL
망고님이야 말로 <고독한 고전음악방> 들으셔야 할 분이시군요!!

망고 2023-10-23 13:55   좋아요 0 | URL
고독한 고전음악방 메모✍😄

새파랑 2023-10-23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크티 마시면...

전 화장품 먹는 맛이 나서 못마시겠더라구요 ㅋㅋㅋ

트레버의 <운명의 꼭뚜각시> 이작가님의 리뷰가 기대가 됩니다~! 전 도저히 못쓰겠어요ㅜㅜ 트레버 나쁜 사람...

다락방 2023-10-23 13:47   좋아요 2 | URL
밀크티가 어떤 때에는 꽤 맛있게 느껴지지만 제가 딱히 좋아하는 음료는 아니라서 잘 마시진 않아요. 화장품 맛이라니 ㅋㅋ 알 것도 같습니다.

트레버 소설 읽고 리뷰 쓸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제가 쓸 수 있을까요? 정보라 책은 읽고 리뷰를 쓸 게 없어서 못썼는데 트레버는 과연... 아무튼 읽게 된다면 뭐든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여하튼 지금 읽을 순서는 아닙니다. ㅋㅋ

미미 2023-10-23 14: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캐나다는 여전하군요ㅋㅋㅋㅋ 일자산을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다락방님이 찍어 올려주시니
역시 더 근사한것 같은 이 느낌적느낌!왜일까요? >.< <인셀테러>다락방님께 땡투하고 샀어요. 지금 읽는 중인 <에이스>에도 언급되어 <페이드포>와 세권을 같이 읽으려고합니다.

다락방 2023-10-23 18:04   좋아요 1 | URL
일자산은 정말이지 동네 뒷산이라서 슬렁슬렁 산책하는 마음으로 가는 곳입니다. ㅎㅎ 등산의 개념이 아니지만, 그러나 산은 산이라 초록초록하고 흙이 있어서 참 좋아요. 저는 일자산 갈 때마다 나는 바다보다 산이 좋은 것 같구나, 생각합니다.

인셀 테러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제발 누군가 써줘라, 하니까 누군가 똭 써줬네요? 미미님, 화이팅입니다!!

2023-10-24 0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24 0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24 0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3-10-24 09:45   좋아요 0 | URL
저는 11월까지 코스모스를 다 읽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동료랑 그렇게 약속했어요. 후훗.

책읽는나무 2023-10-24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스모스를 들고 다니면서 읽으시는 다락방 님!!!@.@
역시 애끼고 존경할 수밖에 없는 사람입니다.
전 그냥 모셔두고만 있었는데 수하 님이 계속 독자친화적인 책이라고 친절하게 안내해 주시니...진입장벽은 좀 낮아지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다락방 님이 읽는 모습 보니까 괜스레 읽고 싶다는 생각도 들구요.^^

저도 정윤수 음악 평론가님과 김혜리 기자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좀 놀랍기도 하고, 혼자 빵 터질 때도 많아요. 갑자기 혜리 기자님 ‘집시 여인‘ 노래 부르니까 정 평론가님 ˝많이 더우신가보죠?˝ㅋㅋㅋ
까뮈가 축구 잘했다는 이야기 저도 길을 가다 들었던지라 오호 그래? 귀가 번쩍했었어요.
근데 저도 클래식에 대한 흥미가 그닥 없어서인지 나중에 찾아들어야지! CD사 봐? 그래놓곤 다음 꼭지 넘어가면 금방 까먹어요. 또 건축 이야기, 미술 이야기, 책 이야기, 영화 이야기등등을 차례로 듣다 보면 또 빠져서 오호.. 그래? 계속 놀라면서 듣게 된달까요?
혜리 기자님이 상식이 너무 많고, 모든 걸 깊게 생각하고 받아들이시는 느낌이랄까요? 어젠 김이랑 작가를 초대해서 식물 키우는 것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는데 내가 그동안 너무 궁금했었던 대목들을 콕콕 찝어서 질문을 대신해 주시는 걸 보고 또 우와...감탄했습니다.
모든 인터뷰 하시는 분들과 다방면으로 대화가 너무 잘 통하는 만능이신 것 같아요.
정윤수 평론가님과는 오랜시간의 애정이 함께 해온 시간들이 있어, 허물없는 대화를 듣는 게 편안하고 재미나게 들려요.
전 건축이랑 미술 이야기 듣는 것도 참 재미나서 애정을 가지고 있는데요. 거기서도 몰랐던 일반상식 많이 듣고 깜짝 놀랍니다.
암튼 좋은 프로그램 소개시켜주셔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다락방 2023-10-24 09:49   좋아요 1 | URL
오늘은 소설 읽고 싶어서 소설 들고 왔어요. 오늘 이 소설 다 읽고 내일 다시 코스모스!! 생각하고 있는데 될지 모르겠어요. 책나무 님도 이번 참에 코스모스 고고씽!! ㅋㅋㅋㅋㅋ

정윤수 평론가도 김혜리 기자도 둘다 너무 지식이 풍부하더라고요. 게다가 감성적이기도 하고. 그 두 분이 케미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정 평론가님 갑자기 유머 치실 때 김혜리 기자님 빵터져서 웃는 것도 너무 좋고요, 그런데 그 유머 치면서 정 평론가님은 웃지 않으시더라고요? ㅋㅋ 그것도 너무 좋아요. ㅋㅋ 제가 요즘 듣는 과거 편에서는 김혜리 기자님이 정 평론가님께 ‘정말이지 이 끝도 없는 드립!‘ 이라고 하시더라고요. ㅋㅋ 영화, 책, 작가들 이야기로부터 끊임없이 뭔가 가지고 와서 드립 치셔요. 어떻게 클래식에 정통하면서 축구에도 정통한지. 뇌가 몇개인지 너무 신기하고 감탄만 나옵니다. 후훗.

맞아요. 혜리 기자님 누구와도 대화가 잘 통화고 상식이 너무 풍부해서 그런지 누구의 말도 바로 요점 파악해서 정리까지 잘 해주시더라고요. 너무 대단하신 분. 진짜 공부 잘하셨을 것 같아요. 세상에 똑똑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똑똑한 사람들 좋습니다.. ㅎㅎ

저는 다른 거 잘 안듣고 정 평론가님 코너만 들어요. 그러려고 정기구독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전 왜 이모양일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드니스 2023-10-24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제가 응원할게요.
 

미션 임파서블 보고나서부터 계속 아낌받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고 아낌 받고 싶다는 얘기를 우리 남매 단톡방에서도 했더니, 남동생이 말했다.


<내가 아끼잖아.

졸 아껴줄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 진짜 얘 땜에 사는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남동생 럽 ♡



아, 그런데 이 얘기 하려던게 아니고.


최근에 정말이지 몰라보게 살이 찌고 있어서(응?) 다이어트를 해야겠다 생각했지만, 도저히 먹는 걸 줄일 수도 끊을 수도 없던 나는, 운동량을 늘리는 걸로 하자, 하고 오랜만에 지난 토요일, 일자산엘 갔다. 며칠전에 다녀오신 엄마가 역시 산은 가을이야~ 하고 좋아하셨던 것도 생각났고, 이래저래 마음을 많이 다친지라 산의 기운이 필요하기도 했다. 토요일 오전에 일자산 갈거야! 벼르고 있었는데, 아니 글쎄 비가 오는게 아닌가! 으.. 안돼.. 일자산 갈라고 요가도 제꼈는데..(응?)

그래서 이를 어쩌나 하고 치아바타를 구웠는데(네?), 오후가 되니 날이 개더라. 그래서 오전에 간다는 계획은 좀 틀어졌지만 오후에 가자! 하고 일자산으로 향했다.


이맘때의 산은 좋긴 하지만, 오후 늦게 출발하면 내려올 때 어두워져 무섭다. 그래서 좀 서둘러 서둘러, 허리 업 허리 업, 하면서 일자산에 도착. 자, 이 길로 갈까 저 길로 갈까. 이 길로 가면 사람들이 많아 안심되지만, 저 길로 가면 인적이 드물어 불안하고 대신 운동량은 좀 더 많은 것 같은데.. 갈등하다 저 길로 향했다. 아직 오고 가는 사람들이 어디에든 있는 것 같아, 좋아 가보는거야! 하고 도대체 몇 개인지 알 수도 없는 많은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열심히 계단을 오르면서 쉬었다가 헉헉댔다가 하면서 계단을 다 올랐는데,

중년의 여성 한 분이 계단의 끝부분에서 왔다갔다 하시다가 내게 말을 건다. 아이쿠 깜짝이야. 나는 이어폰을 빼고 네? 하고 물었더니 그 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 좀 따라가도 돼요?"


그러니까 혼자 오셔서 무섭기도 하고 이 산은 처음이기도 해서 혼자 오는 여자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거다. 혼자 산에 가는 길 조심하라고 아빠도 말씀하실 정도로 요즘 혼자 산은 좀 무서운 게 사실이라, 그러시라고 했다. 그리고 귀에 꽂아두었던 이어폰을 빼서 둘둘 말아가지고 주머니에 넣었다. 그렇게 그 분과 나란히 걸었는데, 그 분은 묻지도 않았는데 본인에 대해 많이 말씀하셨다. 아마도 대화도 좀 하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덕분에 나는 그 분이 이제 곧 일흔을 바라본다는 것, 1남2녀를 모두 결혼시켰다는 것, 첫째딸은 노처녀였다가 40넘어 결혼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이제 비로소 혼자를 만끽할 수 있는 자유를 찾았다는 거였다. 그러나 자유를 찾았다는 즐거움보다, 혼자 다닌 적이 그동안 없어 아직 두렵다는 것. 평소에 남편과 산에 자주 가곤 했는데 남편하고 다니는 거 너무 짜증나서 혼자 다니고 싶어졌고, 그렇게 혼자 왔더니 보호자 없이 간다는 게 두렵다는 거였다. 그래서 내가 말씀드렸다.


"처음은 두려워도 계속 혼자 다니다보면 단단해져요."


그리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맘때는 좀 일찍 오세요. 금세 어두워져요."


우리는 비가 그친 후의 산은 얼마나 좋은가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숲의 냄새가 한결 진해지는데, 그게 너무 좋다고. 그 분은 혼자라 두려운 마음에 내려가려고 했지만, 비 온 후의 숲을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어 혼자 오던 여성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거였다.


한참을 그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같이 올라가다가 그 분에게 전화가 오는 바람에 내가 앞서 걸었다. 정상에 올라 스트레칭을 좀 하고 있노라니 이내 그분이 오셨는데 "아몬드 가져왔는데 먹을래요?" 내게 물으셨다. 나는 아니라고, 밥 먹고 바로 나온 터라 배가 불러 안먹겠노라 말씀드리고, 잠시후 저는 내려가볼게요, 하고 인사했다. 그 분은 내게 손을 흔들어 주셨다. 정상에는 사람이 많았고 그러니 따라갈 사람도 많을 터였다.



그 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산에 올라가면서 머릿속 한쪽에서 이런 생각을 했다.


'잠자냥 님이 나 이런 거 알면 또 까무러치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혜리 기자의 팟빵을 듣다가 정윤수 평론가와 함께 하는 <고독한 고전음악방> 코너를 처음부터 듣고 싶어져서 어제부터 듣기 시작했다. 나는 클래식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지만, 처음은 당연히 바흐여야 하는 것처럼 정윤수 평론가와 김혜리 기자는 얘기하더라. 이 두 분은 클래식에 대해 아는 바도 많고 즐기는 것도 같은데, 비단 클래식에만 한정하는 게 아니라, 대화가 어디로 뻗어가도 주고 받고가 되는 거다. 클래식 얘기하다가 역사 얘기 당연히 나오고 문학 얘기 그리고 지금의 지휘자 얘기까지 나와도, 뭐 모르는 게 없이 둘이 막 대화가 돼. 세상 멋지구먼.. 하며 듣고 있다. 이번에 들은 부분에서는 독일의 라이프치히가 언급됐는데, 여기 중앙역이 그렇게나 크다는 거다. 오래전에 라이프치히 중앙역 시계탑에서 만나자고 약속하고 갔더니 세상 넓고 시계탑도 여기저기 있어서 당황했다고 정윤수 평론가는 얘기했다. 게다가 프랑크푸르트 출판 박람회보다 더 크고 오래된 게 라이프치히 출판 박람회라고. 나는 라이프치히 중앙역이 너무너무 궁금해졌다. 사실 라이프치히 알지도 못하는 곳이고 들어본 적도 없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라이프치히 여행한 블로거의 글을 찾아보았는데, 와 중앙역 진짜 크더라. 게다가 라이프치히 대학교도 멋있어. 어쩐지 꼭 가보고 싶어졌다! 그 블로거가 올려둔 사진 보면서, 음, 내년에 로테르담 가서 유레일 타고 라이프치히 다녀올까, 막 이런 생각을 했다. 



삶은 작은 목표들을 세우고 그걸 실행하면서 연속된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다. 물론 모두에게 그런건 아니고 모두가 그렇게 사는 것도 아니지만, 내 경우에는 그렇다. 가볍게는 주말에 어떤 술과 안주를 먹을지 목표하는 것부터 그렇다. 그리고 좀 더 멀게 언제쯤 어디에 가봐야지 하는 것에 있어서도 그렇고. 그러나 그 목표들을 실행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 그것들로 인해 그 다음, 또 그 다음의 새로운 목표들이 생겨난다. 이 새로운 목표들 덕에 나는 좀 더 의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의욕적으로 살고 싶어 목표를 세운 게 아니라, 하고 싶고 먹고 싶은게 많아 목표를 세우다보니 의욕적이 된달까. 뭐가 먼저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지금은 아주 작게, 책을 사겠다는 목표도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책들.


















틈틈이, 

퇴사 후에 어떤 일을 하며 먹고살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답을 찾으려고 하면 답을 찾게 되어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여러분 모두 점심 맛있게 많이 먹어요!!

이만 총총.


댓글(32)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3-10-19 1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알았어요!
내가 이 글 읽으면서도 헐...뭔 대화를 일케 많이해... 그냥 같이 걷는 것도 부담인데.....
어쩜 이래.. 이러고 있는데 ㅋㅋㅋㅋㅋ
‘잠자냥 님이 나 이런 거 알면 또 까무러치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몬드 준다는 거에서도 저는 아... 이분이 손 씻었을까 이 생각 중 ㅋㅋㅋㅋㅋ
음, 요즘에는 거기 덧붙여서 아몬드에 뭐 뿌린 거 아닐까...(갑자기 정신 잃게 하는 뭐 그런 거) 생각 중...ㅋㅋㅋㅋㅋ

하지만 비 온 뒤 숲은 참 좋기는 해요. 그 냄새...
일자산 한번 등반해야 하는데!

이 페이퍼에서 MZ들이 도무지 이해 못 할 묘사가 하나 있습니다.
˝이어폰을 빼서 둘둘 말아가지고 주머니에 넣었다.˝
이어폰을 왜 말지? 폭탄주도 아닌데? ㅋㅋㅋㅋㅋㅋㅋ

참, 나도 아낀다. 락방아......

다락방 2023-10-19 11:30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대화하면서 ‘나는 어쩜 이럴까?‘ 생각하면서 ‘잠자냥 님은 이해 못할거야‘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몬드 먹으면 먹는 동안 옆에서 계속 대화해야 할 것 같아서 ㅋㅋ 안먹었어요. ㅋㅋㅋㅋㅋ손 씻었나 이런 생각은 1도 안함요 ㅋ

이어폰 고장이 나지 않는한 저는 언제까지나 유선 이어폰을 사용할 예정입니다.

그나저나 저를 아낀다는 증언들이 쏟아지네요? 일단 잠자냥 님하고, 단발머리 님하고, 은오 님하고.. 제 남동생하고. 네 명이다!! ㅋㅋㅋ

독서괭 2023-10-19 13:38   좋아요 2 | URL
이어폰을 왜 말지? 폭탄주도 아닌데?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10-19 11: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분과 대화를 했을 사람입니다. 그러면서 생각하는 거죠. 아, 락방님이랑 나는 비슷한데, 잠자냥님은 이거 이해하기 힘들겠군 ㅋㅋㅋㅋㅋ문제는 저는 산에 가지 않는다는 건데요. 북한산이 바로 진짜 거짓말 1도 안 보태고, 산길이 집에서 10분 거리인데 안 가는 거는.... 북한산의 정기를 받지 않는려는.... 저는 누구일까요.

저는 다락방님을 아낍니다. 그걸 다락방님이 알고 있어서 좋아요. 헤헤!

다락방 2023-10-19 11:42   좋아요 2 | URL
아니, 북한산이 집에서 10분 거리라고요? 우와 너무 좋네요.
일자산은 아주 낮아요. 저는 아마도 그래서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등산 개념이 아니라 산책 개념이라서요. ㅎㅎ
단발머리 님도 그 분과 대화를 했을거라 하시니 너무 좋네요. 그리고 너무 상상돼요. 그 분과 대화하시는 거요. ㅋㅋㅋㅋㅋ 아 좋다. 좋으네요.

저 지금 샤인머스캣 먹고 있는데 단발머리 님과 같이 먹고 싶네요. 후훗.

단발머리 2023-10-19 11:44   좋아요 0 | URL
😲😲😲 아~~~~~

다락방 2023-10-19 11:44   좋아요 0 | URL
쏙~

단발머리 2023-10-19 11:45   좋아요 0 | URL
🤤 맛있네요 하아~~~~

다락방 2023-10-19 12:19   좋아요 0 | URL
^_______________________^

hnine 2023-10-19 1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처음은 두려워도 계속 다니면 단단해진다는 말을 다락방님께서 하셨단 말씀이지요?
맛있는 슬리퍼 사진도 올려주시지...(치아바타 ^^)
이제 막 치아바타도 직접 구우시고, 저런 멋진 말도 건네실줄 아시고.
여행 좋아하셔서 퇴사 시기를 앞당기시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다락방 2023-10-19 13:53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네, 제가 한 말입니다. 왜냐하면 정말 저렇게 느꼈기 때문이에요. 두려워서 안하면 계속 두려운 상태로 있지만, 해보고난 뒤에는 또 해볼 수 있게 되고 그렇게 단련이 되는 것 같아요. 그건 혼자 산을 가는 것, 여행하는 것도 그렇지만 모든일에 다 적용되는 것 같아요. 저는 회사에서 업무를 하면서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저는 지금 딱 일년만 더해보자,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결국 언제 퇴사하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좀 더 많이 돌아다니고 싶어서 빨리 그만두고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니까 더 다녀야 하기도 하고요. 먹고 살 수 있는 다른 일을 얼른 찾아봐야겠어요. :)

구단씨 2023-10-19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살이 너무 쪄서 건강 때문에라도 빼야 하는데, 먹는 거 좋아함에 푹 빠져서 못 빼요... ㅠㅠ
근데 저는 산에서 저렇게 낯선 사람 만나도 말을 거의 안 하는데... ㅎㅎㅎ

일단 낯선 사람 만나면 다락방님처럼 돌맹이 하나 주워서 주머니에 넣는 것을 배웠습니다. ^^
요즘 산에 오르거나, 산책하기에 딱 좋은 바람이 부네요.

다락방 2023-10-19 13:55   좋아요 1 | URL
저는 심지어 술도 좋아해서 아주 그냥 살이 막 찝니다, 막 쪄. 먹는 양이 예전보다 많아진 건 아닌데 왜이렇게 살이 찌나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기초대사량이 확 줄어버린 게 아닌가 싶어요. 나이 들면 기초대사량이 줄어든다는데 ㅠㅠ 그런게 아닐까 혼자 추측해봅니다.

돌맹이 주워 주머니에 넣는 것, 좋은 방법이네요? 저 앞으로 혼자 산에 갈 때 돌맹이 하나 주워 주머니에 넣고 다녀야겠어요. 어휴,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가 너무 싫으네요. ㅠㅠ

구단씨 님, 우리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지냅시다.

독서괭 2023-10-19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촉촉한 산의 모습 참 좋네요^^
가을이 되면 식욕이 늘어난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도 있다고.. 얼마전에 들었습니다.. 이걸 좋아해야 하나.. 저도 봄에 빠졌던 게 요즘 도로 다 쪄가지고 다시 빼려고 하고 있습니다 =_=
저라면, 다락방님과 마찬가지로 저런 이유로 같이 걷자고 하는 분을 거절하지 못할 것 같고, 같이 걷는 이상 말 안 하는 게 더 어색해서 얘기도 나눌 것 같고, 아몬드는 사양할 것 같고 ㅋㅋㅋ 잘하셨습니다 다락방님. 그분께는 좋은 추억이 될 테고 앞으로도 혼자 등산 다니시게 되겠네요^^

저도 많이 아낍니다. 다락방님.
알쥬?

다락방 2023-10-19 18:11   좋아요 1 | URL
제가 식욕이 늘어나서 그런걸까요? 딱히 는 것 같진 않은데.. 활동량이 준 것 같지도 않고 ㅠㅠ 저는 늙어서 나잇살이 찌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ㅠㅠ 슬픔 ㅠㅠ 그나저나 어째야 할지.. 에휴...
그 분이 한 번 도전해보셨으니 두 번 세 번 도전하고 즐기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간 혼자일 새가 없으셨던 거니까요. 화이팅!!

저를 아끼는 사람의 목록에 독서괭 님도 추가추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3-10-19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산은 아니고 거리 산책하다가 어쩌다 모르는 할아버지가 말을 거시면서 자식들 직업 결혼 얘기를 막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때 너무 당황해서 그냥 네~네~ 하면서 슬금슬금 피했는데ㅋㅋㅋㅋ집에 와서는 너무 어색하게 피했나...자책하면서 그분한테 좀 죄송했던 기억이 납니다^^ 낯선 사람들과 대화하기 쉽지 않은데 다락방님은 그걸 자연스럽게 잘 하시는거 같아요 서재활동 하시는 것만 봐도 그렇고요ㅋㅋㅋ서재계의 진정한 인싸😆

다락방 2023-10-19 18:10   좋아요 0 | URL
망고 님, 저도 할아버지나 아저씨가 말걸면 대화고 뭐고 완전 빠른 걸음으로 그 자리를 떠날 것 같습니다. 그나마 중년의 여성분이셔서 얘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도 망고님 상황이면 피할 것 같아요!!

저도 낯을 가리는 사람이긴 하지만 낯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힘들진 않습니다. 위 아 더 월드.. 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3-10-19 15: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을 아끼는 자 여기 한명 더 있습니다👋 ㅋㅋㅋㅋ 저도 혼자 산을 오를땐 멧돼지가 나올까봐 긴장이 되더군요. 서로가
마찬가지겠지만요ㅋ

답을 찾으려 하면 찾게 된다는 말씀에도 공감합니다.

다락방 2023-10-19 18:09   좋아요 1 | URL
미미 님, 저도 멧돼지 무서워요 ㅋㅋ 제가 가는 산도 멧돼지 출몰지역 이라는 안내 붙어있거든요. 그래서 오를 때마다 만약 멧돼지를 만나면 나무를 타고 올라야 할텐데, 나는 나무를 탈 수 없는데 이를 어쩌면 좋지.. 일단 119에 전화를 해야겠지? 그리고 버텨야겠지? 막 이런답니다. ㅋㅋㅋㅋㅋ

저를 아끼는 사람에 한 명 더 적어넣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니 2023-10-19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제가 작년에 그 라이프치히 다녀왔는데요, 다른 건 가서 직접 느끼시는 게 좋으니 아무 것도 말씀 안 드릴 텐데, 그 멋진 중앙역에 화장실이 없다는 점!!!! ㅋㅋㅋ 반드시 참고하시길....(가는 기차에서 하필 화장실 고장이라 참았다가 내렸는데, 내리자마자 화장실이 없다는 비보를 듣고 얼매나 힘들었던지 ㅠㅠ)

다락방 2023-10-19 18:07   좋아요 0 | URL
네???????????????????????????????????????????????

와 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외국 다니면서 지하철역에 화장실 없는 것도 넘나 대충격이었는데, 뭐라고요? 기차역에 화장실이 없다고요? 그렇게 큰데요?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증맬루 말씀 잘해주셨습니다, 치니 님. 전 화장실 너무나 중요한 사람입니다. 방광 엄청 과민하기 땜시롱 화장실 너무 중요한데 제가 이 댓글을 잊지 않아야 할 것 같습니다. 나야, 기억해. 라이프치히 중앙역엔 화장실이 없다!!

와 대충격이네요. ㅠㅠ

치니 2023-10-20 13:43   좋아요 0 | URL
잘했다고 해주시니 하나 더 추가로 말씀드리면...
커다란 역에 화장실 없듯 커다란 공원에도 당연히 없습니다. ㅠㅠ
너무너무 이해가 안되고 불편해서, 우리가 여기서 공중화장실 사업을 할까!? 라는 생각마저 했지 머여요.
공원에는 아이들도 많고 어른들도 맥주를 주구장창 마시는데 대체 다들 어떻게 해결하냐고 물어보니,
근처의 카페에 도움을 요청하여 빌려 쓰거나 (아이나 여성들), 그마저도 안되면 노상 방뇨 외에는 해결책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여성의 경우 생리를 할 경우에는 근처 친구 집이라도 가거나 자기 집이 가까우면 집으로 가서 해결해야 한대요...
진짜 개 충격이져....ㅠㅠ

다락방 2023-10-20 13:54   좋아요 0 | URL
아니 진짜 너무 어이없네요?
저는 파리 북역에 딱 도착하고 역을 나섰는데 세상 찌린내가 가득해서 이 거대한 도시에서 어째서 이런 냄새가 나는가, 하면서 친구랑 추측한 게 유료화장실을 사용하지 않는/못하는 성인 남자들 때문이 아닌가 였습니다. 와 냄새 너무 지독해서 저에게 일단 파리는 찌린내로 기억되고 있어요. 브뤼셀도 북역에 내렸을 때 그랬거든요. 이게 다 화장실을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그런데 어떤 사람들 말로는 개를 데리고 산책을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하기도 하더라고요. 개들이 오줌을 싸서.. 개 오줌이 이렇게까지 심하게 도시 하나를 오염시킬 일인가 싶고.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 중앙역에도 그렇고 공원에도.. 역시 독일은.. 안가는 게 좋은걸까요? 제 방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뜩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니 2023-10-20 16:24   좋아요 0 | URL
ㅎㅎㅎ 유럽의 화장실 이야기로 대댓글이 이어지는 게 웃프지만, 아무튼 제 경험을 또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네요.
바로 얼마 전에 빠리에 다녀왔으니 아무래도 독일과 단독 비교가 가능하자녀요.
제가 관찰한 바와 들은 바로는, 유럽의 지린내의 원인은 둘 다인 것 같습니다...즉, 개도 싸고 사람도 싸고 ㅋㅋㅋㅋㅋㅋㅋㅋ 단, 사람은 낮에는 덜 싼다....에혀.
워낙 화장실 이용이 어렵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알고도 다들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에요. 이게 한국인에게는 너무 충격적이고요.
그런데 빠리는 이번에 보니, 코로나 이후 관광객을 훨씬 더 의식하기 때문인지 공원과 도시 중심지역에는 우리로 치면 한강 같은 데 있는 임시 화장실 같은 류의 화장실은 제법 설치해 뒀는데요, 이 화장실의 경우 사용 후 바로 위에서 물이 쏟아지는 자동시스템이라 한국인의 빨리 빨리 근성으로 안에서 사람이 나오자마자 들어가면 물 세례를 받기 십상이라고 조심해야 한대고요...아무튼 왜들 화장실 하나 똑바로 못 만드는지 이해가 불가...ㅋㅋㅋ
독일이 아무래도 더 심하다고 느끼는 것이, 이들은 아시다시피 길에서 맥주를 많이 마시는 바람에 노상 방뇨가 훨씬 잦고요...기차의 경우 민영화 된 이후에는 관리 자체를 안해서 유럽에서 가장 시간을 안 지키는 기차가 되었는데, 역과 내부에 화장실이 거의 없다시피 한 그런...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어요.
고로고로 ㅎㅎ 독일에 가신다면 카페나 호텔 등 잠깐이나마 들어가서 실례를 할 수 있는 장소가 있는 지역만 다니시는 것을 강추 드리옵니다.

잠자냥 2023-10-19 17: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락방이, 산에 오르면서 내 생각했구나?

큰일 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0-19 18:06   좋아요 2 | URL
앗? 그..그..그게 .. 그러니까..... (뒤돌아 뛰어간다)

독서괭 2023-10-19 18:15   좋아요 2 | URL
마성의 잠자냥…

다락방 2023-10-19 18:25   좋아요 1 | URL
나도 모르게 그만.....

감은빛 2023-10-19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온 후의 일자산 참 좋았겠어요. 사진만 봐도 좋네요.

정윤수 평론가 오랜만에 이름을 들어보네요. 예전에 가끔 뵙던 분인데, 못 뵌지 오래되어 버렸네요

다락방 2023-10-20 08:09   좋아요 0 | URL
정윤수 평론가 님 너무 좋아요! 김혜리 기자님 팟빵에서 정윤수 님 코너만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 이거 들으려고 정기구독 유료결제 했어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3-10-19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난 페이퍼 댓글에 애낀다고 썼었는데 애낀다와 아낀다는 차이가 큰가 보네요?ㅋㅋㅋ
전 다락방 님을 애낍니다. 넘 올드한 표현인?ㅋㅋㅋ
산을 오른 후기 좋네요.
낯선 사람과의 대화!
낯선 사람과 오랜 대화가 가능한 그런 장소가 있는 것 같아요.
그분의 대화 속에서 남편 없이 혼자 산행한 게 처음이시란 말을 듣고 가만 생각하니 저도 결혼하고 남편 없이 집을 벗어난 먼 거리를 혼자 다녀본 적이 그닥 많지 않은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그 아주머니는 나름 큰 용기를 내셨던 것인데 다락방 님이 좋은 길동무, 말동무가 되어드려 다음 번엔 홀로 등산에 겁을 덜 먹겠단 생각이 듭니다. 여자 혼자 등산 한다는 게 요즘 세상엔 특히나 더 두려울테니까요.ㅜ
저는 작년부터 올 해 남편 숙소인 거제도를 찾아간다고 혼자 고속버스를 몇 번씩 타고 갔었는데 그런 게 아마도 혼자 여행 간 듯한 느낌이었달까요? 꽤 괜찮았던 경험이었어요. 주부로서 시외 바깥에 혼자 나갈 일이 흔치 않았던지라 처음 고속버스를 탔을 때의 초조함과 걱정(길치, 차 멀미등) 흥분감이 기억에 많이 남네요.
하지만 이번 주말엔 전라도 광양으로 이사 간 친구집에 혼자 찾아가보기로 약속을 잡았구요.
‘작은 목표를 세우고 그걸 실행하면서 연속된다.‘
저의 실행들은 인생의 큰 목표는 아니었지만 뭔가 하나를 경험해보니 다음이 계속 연속된다는 다락방 님 문장에 오늘도 공감하게 됩니다.

다락방 2023-10-20 10:02   좋아요 1 | URL
ㅋㅋㅋ 나를 애끼는 사람 책나무 님 ㅋㅋㅋㅋㅋㅋ

책나무 님, 왜 올리브 키터리지에도 그런 거 나오잖아요. 인생에는 큰 기쁨이 있고 작은 기쁨이 있다고요. 도넛 가게 직원이 나를 기억해주는 작은 기쁨 같은 예시 나오지 않습니까.
인생의 큰 목표가 있다면 그걸 이루어가는 매순간의 선택을 할 것이므로 저는 큰 목표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요, 그러나 또 그 순간들에 작은 기쁨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작고 쪼꼬만 목표들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성취감이라도 순간순간 느끼다보면 그것이 나를 형성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해보는 것, 한 발 내딛고 용기를 내는 건 삶에 있어서 작은 기쁨들을 가져오는 행동들이라 생각해요. 물론 그것은 사람에 따라서 그리고 그 사람의 경험에 따라서 큰 기쁨이 될 수도 있을테고요.

기쁘게 살아갑시다 책나무 님, 즐겁게 살아갑시다. 빠샤!!
 


밥을 먹거나 퇴근할 때면 <김씨네 편의점>을 재미있게 보았다. 그러나 시즌 4쯤에서 멈추고 더이상 보지 않고 있다. 실수를 하고 자책을 하다가 결국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하는 장면은 바람직하지만, 그런 일이 인물들에게 자주 일어나니 '왜 계속 그러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멈추게 되더라. 무엇보다, 나는 극중 '정(시무 리우)' 과 '셰년(니콜 파워)'의 짝사랑에 흠뻑 빠져 들었었는데, 이제 그들이 연인이 되어버려서 영 재미없게 되어버렸다. (응?)


'정'은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다. 내놓은 자식 취급 받고 있고, 친구 '김치(앤드류 펑)'의 집에 같이 살고 있다. 김치가 소개해줘서 렌터카 센터에서 일하고 있는데, 부지배인을 뽑는다고 해 거기에 도전해보고 부지배인이 된다. 유니폼을 입고 렌트할 차량의 상태를 점검하는 일을 하다가, 양복 입고 출근해 본인의 방에서 지점의 상황을 관리하는 일을 하게된거다.

정이 일하는 센터에는 셰넌이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이 센터의 가장 높은 직급 관리자인데, 그녀는 오래전부터 정을 짝사랑하고 있었다. '당신을 좋아해요'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그러나 셰넌이 정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고 있다. 저 여자는 너를 좋아해! 누가봐도 알 수 있을 만큼 그녀는 그에게 반해있다. 정 역시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지만, 그러나 정의 마음은 그녀를 향해 있지 않다. 그래서 그녀의 은근하면서도 때론 적극적인 접근을 칼같이 막아내고 있다.


그런 그녀와 지배인과 부지배인 사이가 되다보니 센터를 위해 같이 업무를 해야 할 일이 많아졌고, 그렇게 둘이 같이 농구경기를 가야할 일이 있었을 때 정은 그녀와 함께 가는게 부담스러워 그녀에게 '엄마가 아프시다'고 거짓말을 하고 자신의 표를 다른 사람에게 양보한다. 그러던 정이, 시간이 지나면서 셰넌에 대해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본 사람들 중에서 셰넌이 가장 순수하고 착하다고 생각하고, 셰넌과 좋은 관계가 되고 싶어진다. 셰넌의 마음이 정을 향해 있다는 걸 알면서 정의 마음도 셰넌을 향한다면, 이 관계는 잘되는 것이 당연할텐데, 그런데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의 마음이 일치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건 아니다.


이제 정의 동생 '자넷(안드레아 방)'이 보기에도 정의 마음이 셰넌에게 가있는 걸 알겠다. 그정도로 정의 마음이 움직인 상황, 셰넌과 정이 또 함께 해야할 회사 행사가 생긴다. 1박2일 일정이고 본사에서는 호텔 객실도 빌려준단다. 그들은 각자 이 관계에 대한 가능성과 희망을 품고, 객실이 필요할 수 있죠, 하며 기쁜 마음으로 예약을 한다.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호텔로 향한다. 호텔에서 그들은 함께 앉아 다소 긴장한 상황으로 농담을 주고 받으며 기쁘게 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셰넌의 오랜 짝사랑이 응답 받을 시간이며, 정의 마음 역시 보일 바로 그 시간이 왔다!! 그런데,


정의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고 수술을 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수술이라니. 감기 몸살이 아니라 수술이라니, 정은 이대로 여기 회사 행사에 있을 수가 없다. 셰넌에게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셔서 가봐야 한다고 말한다. 정은 정말 안타깝다. 너무나 안타깝다. 이 자리, 셰넌만큼이나 자신도 기대한 자리인데, 그런데 가지 않을 상황이 아니잖아. 셰넌은 그렇다면 가봐야죠, 아쉬워하면서 대답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가족들이 다들 아프네요' 라고. 일전에 엄마도 편찮으시다 했던 터다. 정은 쓸데없이 '아버지는 정말 아프시다'고 얘기하지만, 그 말이 사실이지만, 그러나 그 말은 셰넌에게 그리고 정에게 어떤 무게를 가질까. 정은 셰넌에게 작별을 고하고 아버지가 입원해계신 병원을 찾아간다. 사이가 좋지 않은 아버지라 해도 수술이라니, 안 가볼 수 없다. 다행히 아버지의 수술은 별 거 아니었고 당장 이튿날 퇴원할 수 있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걱정할 상황에서 벗어났으니, 자, 정은 출근해서 다음날 셰넌에게 말한다. 여전히 마음을 품은 채로, 여전히 기대를 가진 채로, 여전히 자신에게 기회가 있을 거란 생각으로. 웃으면서.



"셰넌 당신과 바깥에서 만나는 게 좋아요."


그러나 셰넌은 달라졌다. 셰넌은 이제 마음을 접었다. 셰넌은 정의 엄마가 아프다는 거짓을 알게된건지 모른다. 어쩌면 정말 아프시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거짓말에 또 거짓말, 나를 피하기 위한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든, 혹은 그 두 상황 모두를 진실이라 생각했든, 셰넌에게 '이제 이 관계에 희망은 없다'고 생각한 것. 정은 이제와서 아쉬워해봤자 셰넌의 마음은 돌아섰고, 그리고 셰넌은, 아,


연애를 시작했다. 물론,


다른 남자와.


정은 셰넌이 데이트를 한다는 걸 알고, 또 그녀의 남자친구를 보기도 하면서 후회해보지만, 이미 그녀는 새로운 관계에 열중하고 있다. 분명 셰넌이 오래 품었던 마음이었고, 이제 그 마음이 채워질거라는 것이 바로 눈앞에 보이던 순간이었는데,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 더, 그전에 그랬듯이 정을 바라보고 기다려줬다면, 그토록 오래 바라온 그 관계가 시작될 수 있었을 것인데, 그러나 셰넌에게는 여기까지가 한계였던 것 같다. 이제, 더이상, 더는 못해. 이건 셰넌의 잘못이 아니다. 그렇다고,


정의 잘못도 아니다.

정이 셰넌에게 엄마가 아프다고 거짓을 말하고 셰넌과 둘만의 시간을 갖지 않으려던 그 때, 정은 셰넌을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기 싫은 건 모든 사람이 갖는 같은 마음이다. 게다가 그 때, 셰넌이 나에게 반했지 그러나 나는 셰넌에게 반하지 않았어, 를 스스로 생각하고 혹은 느끼고 있었으므로 셰넌의 누가봐도 정을 좋아하는 그 눈빛과 말투는 정에게 부담이었다. 그러니 정이 '노'를 말했던 것은 당연하다. 그 때는 그게 그에게 당연했다. 그러나 그 당연했던 것이, 시간이 흐르고나니 '왜 그랬지'가 되어버린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깨달은 게 있다면, 어떤 선택을 앞에 두고 후회할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자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내가 지금 이 결정을 내리면 나중에 후회할까?' 이렇게 되물으면 선택에 좀 더 신중해질 수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어린 시절부터 간혹 후회할 일을 만들어왔고(그때는 몰랐지만) 어른이 된 지금도 가끔 어떤 일들이 생각나면 여전히 괴롭다. 그 때 왜그랬을까. 그 때 내가 어렸다고 해도, 그러면 안되는 거였는데, 라고.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자고 결심하고 선택에 신중해졌다고 해서, 그 뒤의 나는 모든 선택에 언제나 최선의 결과를 받아들이게 됐을까? 아니다. 나는 여전히 후회한다. 지난주의 선택을, 작년의 선택을. 이제는 '그 때 역시 그러길 잘했어'라고 생각하는 게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그 때 왜그랬을까' 역시나 존재한다. 내가 아무리 신중하게 선택한다고 해도, 훗날 후회할 결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자, 셰넌은 데이트를 한다. 남자가 있다. 이제 다른 남자랑 친근하게 지내고 있다. 

정은 그걸 안다. 직접 눈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아직 마음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셰넌이 여전히 정에게 중요하다.

정은 이제 다른 여자들과 데이트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다른 여자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지만, 셰넌이 '혹시 그 날 같이 밥 먹을 수 있니?'를 말하는 순간, 알았다고 하면서 데이트 신청했던 여자에게 핑계를 대며 약속을 깬다. 셰넌이 혹시나 그 남자랑 헤어지진 않을지, 혹시나 내게 오진 않을지에 대한 기대가 정에게 있었지만 아니라는 걸 아는 순간, 정은 다시 데이트를 취소했던 여자에게 말을 건다. 그러나 그녀는 정이 한 일을 알고 있다. 거절한다. 사람은, 대부분, 대타가 되고 싶지도 않고 세컨드 베스트가 되고 싶지도 않다.






「난 당신이 수키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하건 들으려고 여기까지 따라왔어요. 당신이 이 여자와 섹스하지 않는다는 건 알아요. 수키가 다른 사람에게 빠져 있다는 것도 알아요. 그리고 당신이 나보다 수키를 더 원한다는 것도 알아요. 난 나를 동정하는 남자와 섹스를 하지는 않을 거예요. 나를 원하지 않는 남자와 살지 않을 거예요. 나는 그보다는 더 가치가 있어요. 내 생의 나머지 시간이 다 걸린다고 해도,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없앨 거예요. 당신이 여기 조금 더 머물 거라면, 나는 당신 집에 돌아가서 내 물건을 싸서 사라질게요.」 (pp.212-213)








시즌을 거듭하며 정은 드디어 셰넌과 연인 사이가 된다. 그렇게 되기까지 정에게도 여러 데이트가 있었고 셰넌에게는 애인과의 연애와 헤어짐이 있었다. 나는 이런 관계가 궁금하다. 서로를 알게 되고 좋아하기도 한 시간이 오래전인데, 그런데 왜 시간이 지난 이제서야 비로소 연인이 되는 걸까? 여기에는 어떤 신의 섭리가 작용한 걸까? 


자, 인생의 이 시점에 너는 그 남자를 만날 거야. 그리고 좋아하게 되지. 그렇지만 몇 년이 흐른 후에야 너는 그 사람과 연인이 될거야.


혹은,


자, 인생의 이 시점에 너는 그 남자를 만날 거야. 그리고 좋아하게 되지. 그렇지만, 연인이 되진 못해.



몇 년이 흐른 후에 연인이 될거라면, 왜 과거의 그 시간에 만나게 했을까?

연인이 되지도 못할거라면, 왜 과거의 그 시간에 만나게 했을까?

그리고 왜, 좋아하게 했을까?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하도 많아서 뒤에 붙은 소제목은 뭔지 다 알지도 못하겠다. 아무튼 이번 편에서 톰은 부지런히 뛴다. 열심히 뛴다. 미친듯이 뛴다. 맹렬하게 뛴다. 아니 그런데 톰 크루즈 몇 살이지? 하고 영화를 보다 말고 검색해보니 1962년생이다.


톰?

61.. 세예요?

톰?

정말 열심히 뛰네요?


여튼 이번에도 뭔가 찾아야 하는 임무가 떨어져가지고 그걸 찾으려고 하다가 '그레이스(해일리 앳웰)'를 알게 되어 함께 움직이게 되고, 그러다가 예전 멤버 '일사(레베카 퍼거슨)'을 비롯 동료 둘이 함께 하게된다. 그들은 '이단(톰 크루즈)'를 도와 이케이케 요케저케 임무를 실행하게 되는데, 그러다가 이탈리아 베니스에 간단 말야? 거기에서 일사와 함께 움직이는데, 일사와 이단의 사이가 되게 친근해 보인다. 동료이고 친구인데 그들 사이에 친근한 스킨십이 있다. 그러니까 에로틱한 스킨십이 아니라,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거나 포옹한다거나 하는 것들. 그리고 그 둘이 마주보고 웃을 때 진짜 너무너무 좋은 거다. 나는 기억을 더듬어 봤다. 일사랑 연인이었나? 그런데 내 기억에 미션 시리즈에서 톰이 누군가와 연인 사이었던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아주 오래전 첫번째 편에서였나, 이런 비밀 임무를 수행하면서 너무 위험해서 아내랑 함께 살지 못하는 건 나왔었다. 아내가 무사한지 멀리에서 지켜보기만 하던 톰의 모습. 그 후로 톰에게 어떤 새로운 연인이 생긴 것 같진 않았었는데, 그렇다면 저 미소와 눈빛과 스킨십은, 그저 우정이란 말인가?


그것이 그저 동료애이고 우정인것은 톰의 동료들도 다 알고 있는 것 같다. 모두 함께 있는 자리에서도 그 미소와 눈빛이 드러나고 둘만 있는 자리에서도 그들은 서로를 보고 가만히 미소짓는다. 이건 우정이구나. 이건 우정이야. 이단 이라는 남자와(아 너무 종교 이단 생각나서 몰입 떨어지네) 일사라는 여자의 우정. 이들은 서로를 아끼는구나, 하는게 느껴지는 거다. 그렇게 서로의 몸을 만질 수 있는, 터치할 수 있는 극진하고 친밀한 우정이 이들 사이에 있구나. 이런 우정은 뭘까? 나는 나와 '우정' 관계에 있는 남자 사람들을 떠올려 보았는데, 그 누구와도 저정도의 친밀한 스킨십을 할 순 없을 것 같다. 반갑거나 하는 마음에 포옹을 할 수도 있고 팔짱을 낄 수도 있지만, 이야기하면서 팔에 손을 얹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런데 일사와 톰은 그보다 더한 스킨십인거다. 아주 다정하고 아주 따뜻한. 이성애를 하는 성인 여남 사이에 저런 식의 우정이, 가능한걸까? 너무나 친밀하고 아끼는 게 눈에 훤히 보여서, 스킨십도 스킨십이지만, 서로 눈을 마주치며 말없이 웃을 때는 정말이지 부러웠다. 저런 우정이라니, 저거 너무 좋은데? 하고. 내가 너를 아껴 너도 나를 아껴 이게 너무 분명한 거다. 


이 우정이 너무 좋아서 계속 생각했는데, 그런데 저런 식의 친밀한 스킨십을 나누는 여남 사이의 우정은, 둘다 싱글일 때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쪽이라도 싱글이 아니라면 저런 식의 친밀한 스킨십과 눈빛을 나누는 것은 불가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완벽하고 아름다운 이성간의 우정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비연애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게 아닐까??????????????????????????????????



나는 분명 그간 미션 시리즈를 다 봐왔는데 일사와의 우정이 너무 인상 깊어서, 그전에 뭐라고 써놨나 보고 싶어 찾아봤다. 일사가 그전에 두 번 나왔는데, 그중 한 편에 동료가 일사에게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톰은 당신을 아껴요' 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더라. 아끼는구나. 아껴. 아끼는구나. 좋네. 참 좋다. 아낀다니. 너무 좋다. 아낀다니. 뭔가 사랑보다 더 깊은 느낌이랄까. 아, 가을이라 그런가. 아낌 받고 싶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아주 그냥 '너는 나를 아끼는구나' 이런거 확신하고 싶네? 눈빛만 봐도 아무 말 없이 서로에게 미소지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네? 그 사람이 전완근과 등근육이 발달했으면 좋겠네? 이왕이면 네이비 씰...


관두자, 이런 얘긴.



책을 샀다.



 
















세상에, 다이애나 개벌든이 《아이 기브 유 마이 바디》라는 책을 썼는데, 그게 번역되어 나왔다? 부제는 무려 '독자를 사로 잡는 섹스 씬 쓰기' !! 네? ㅋㅋㅋㅋ 이거 책 19금 이다. 비닐 포장 되어있고 나 아직 포장도 안풀었다. 기대가 크다. 왜냐하면, 그녀의 아웃랜더 시리즈를 읽은 사람으로서, 섹스신 .. 좋거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친구중 한 명은 '내가 본 가장 야한 씬이 거기에 나와' 라고 했었다. 남주가 여주에게 오럴 해주는 씬이었다. 아무튼, 섹스 씬 어떻게 쓰는 건지 내가 한 번 읽어보겠다. 그렇다고 내가 쓰겠다는 건 아니다. 나는 정숙한 여주인공을 쓰는 쪽이 내게 더 맞는 것 같다. (응?)


아, 다른거 다 설명 생략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너무 길게 썼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끝!!


아, 페이드 포 시작했다!!



진짜 끝!!





댓글(38)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서괭 2023-10-16 10: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출근길에 오럴이란 단어를 보고 말았다…

다락방 2023-10-16 10:03   좋아요 0 | URL
출근길에 보기에 맞춤한 단어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0-16 10:53   좋아요 0 | URL
아침부터.....

다락방 2023-10-16 11:08   좋아요 0 | URL
밤까지.....

잠자냥 2023-10-16 11:20   좋아요 0 | URL
새벽에도....

잠자냥 2023-10-16 1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자를 사로 잡는 섹스 씬 쓰기‘ !! 네? ㅋㅋㅋㅋ 이거 책 19금 이다. 비닐 포장 되어있고 나 아직 포장도 안풀었다.

기대가 크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훌륭한 군인> 샀네요? 어떻게 읽을지 기대가 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0-16 11:08   좋아요 1 | URL
훌륭한 군인 잠자냥 님께 땡투 했습니다. 아무렴. ㅋㅋㅋㅋㅋ

독자를 사로 잡는 섹스 씬 쓰기 읽고 나면 저도 섹스 씬으로 독자를 사로 잡을 수 있을까요? (아무말)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0-16 11:22   좋아요 2 | URL
일단 사로잡으려면 다락방 님은 야한 거 쓰다가 갑자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남발 안 됨. 분위기 확 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똥꼬도 잘 닦자 이런 것도 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10-16 11:24   좋아요 2 | URL
손도 잘 씻어야 하구요…

다락방 2023-10-16 11:28   좋아요 1 | URL
그렇지만 똥꼬는 잘 닦아야 되는데여...............

다락방 2023-10-16 11:32   좋아요 1 | URL
<그는 키스를 하다 말고 갑자기 셔츠를 벗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이대로는 안돼. 반드시 똥꼬를 닦아야해!˝
말하며 욕실로 냉큼 뛰어들어갔다.>


어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0-16 11:33   좋아요 0 | URL
휴...... 그냥 코미디 쓰는 걸로 하자.

다락방 2023-10-16 11:35   좋아요 0 | URL
영 틀려먹었어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0-16 11:50   좋아요 0 | URL
ㅇㅇ
점심이나 먹어......ㅠㅠ

다락방 2023-10-16 12:03   좋아요 0 | URL
다이애나 개벌든 읽고 새로 태어날게요. 섹스씬 잘 쓰는 다락방으로 새로 태어나게쒀!!

잠자냥 2023-10-16 12:08   좋아요 0 | URL
일단 킹침대 이벤트부터 잘해봐봐... 두 달 남았어.....

다락방 2023-10-16 12:15   좋아요 1 | URL
아!!



(말없이 뒤돌아 간다)

건수하 2023-10-16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책 신간알림? 보고 클릭했다가 부제 보고 뿜을 뻔했… 그러고보니 전 전에 다락방님이 추천하셔서 <아웃랜더>를 사놓고 읽질 않았습니다.. 하하하 이제 그런거 더 관심없어졌는데…

잠자냥 2023-10-16 11:22   좋아요 0 | URL
왜요, 건수하도 사로잡아 보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10-16 11:24   좋아요 0 | URL
아웃랜더를 읽고나면 궁금할지도 모르지만 다른 더 궁금한 책이 많기 때문에 ㅋㅋ 사양합니다

다락방 2023-10-16 11:28   좋아요 1 | URL
수하님은 뿜어버리는 제목인데 왜 나는 낚여버리는것인가.. 나여..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0-16 11:33   좋아요 0 | URL
욕망덩어리라..........

독서괭 2023-10-16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왜 이 책을 샀을까? 오늘도 다락방은 후회하고..
이제 심지어 책탑글에 책 설명도 안 쓰는 다락방님 ㅋㅋㅋ 왜 샀는지 궁금하다구욧. ㅋㅋ
미션임파서블처럼 목숨을 거는 임무를 함께 하는 동료라면 저렇게 친근한 우정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전완근..있으면 우정에서 멈출 수 있을까용. 우정인데 굳이 근육 필요한 거예요?(이미 마음이 불순해)
아까 출근길에는 대충 쭉 훑었다가 오럴 보고 갑자기 잠이 깼습니다. 감사합니다..(?) ㅋㅋㅋ

다락방 2023-10-16 13:56   좋아요 2 | URL
독서괭 님 댓글 읽고나니 제가 저에게 질문을 하게 되네요. 그러게요. 우정인데 굳이 근육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죠? 전 뭘 바라고 있는 걸까요? 제가 바라는 게 우정이 맞긴 한걸까요? 왜 이러는거죠? 대답 좀 해보세욧!! 누구에게 말하는지를 모르겠네 지금 ㅋㅋㅋㅋㅋ

아무튼 앞으로도 독서괭 님 출근길에 잠을 깨울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끊임없이!!!

꼬마요정 2023-10-16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씨네 편의점> 본 지도 몇 년이네요. 이젠 기억이 안 나요. 외국인 눈에 보이는 한국인 가족이 신기했어요. 대화할 때도 움직이는 우리 킴 씨. 다른 미드 볼 때도 코리아 타운 나오면 탐문할 때도 한국인은 늘 상자를 들여다놓고 물건을 진열하는 등 쉬지 않고 움직이는 걸 보여주잖아요. 연애도 가부장적으로 그려지고… 가부장적인 킴과 자유로운 정이 구분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연애도 동양인과 서양인 구분되는 거 신기했어요. 저 때의 정은 찌질해보이기도 했지만 짠하기도 하고 사랑은 타이밍이기도 하고…

수키 반가워요!!!!!!!!!!!!!

이번 미션 임파서블은 못 봤어요. 일사 멋있지 않나요? 둘이 눈빛으로 통하는 사이라 오해할 여지도 있다고 봐요. 근데 계속 이단의 전부인이 조금씩 등장해서.. ㅎㅎㅎ 자연사 하기를 바라는 연예인이 톰 아저씨래요 ㅋㅋㅋㅋ

책 얘기 하나도 안 함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0-16 17:36   좋아요 1 | URL
김씨네 편의점 김씨 부부 영어 하는 거 너무 잘들려서 좋아요! ㅋㅋ 물론 자막이 있어야 해석 가능하긴 하지만요. 엄청 솔직한 한국발음이에요. ㅋㅋㅋㅋㅋ 영어 하면서도 가끔 감탄사는 ‘아이참‘ 써요. 웃김 ㅋㅋ
그런데 시즌 4 보고 있는데 이제 더 보기 싫어지더라고요. 좀 질린 것 같아요.

일사 너무 멋지죠! 진짜 너무 좋아요!! 그 트레이드 마크 있잖아요. 적의 목에 다리 걸어서 쓰러뜨리기. 캬 - 이번에도 그거 자주 나오더라고요. 너무 좋았어요. 맞아요. 둘이 눈빛으로 통하는 사이. 크- 너무 좋죠. 둘이 말 없이 미소 만으로도 마음을 전하는데 너무 부럽더라고요. 아낌 받고 싶어졌어요.

아 저도 오늘 책 얘기 안하고 아낌 받고 싶다는 얘기만.. 당분간 아낌 받고 싶은 얘기만 할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은오 2023-10-16 2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댓글 길게썼는데 날아갔다... 다시씁니디 으아어어ㅓㅇㅇ엉ㅇ 제가 다락방님을 이렇게 사랑합니다?????
그러니까... 저는 전완근도 등근육도 없지만 다락방님께 아낌을 드릴수있단거!!!! 다락방님을 매우많이아주아끼고있단거!! 근데.. 전왼근과 등근육이 없어서 의미없을런지...😭
그리고 저도 후회대마왕인데.. 이불킥을 너무많이해서 이불에구멍이 뚫렸지만.. 정신건강을 지키기위해 열심히 합리화를 합니다..!!! 지금 후회하지만 그래도 “그때의 나에게는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다!!!!“하면서요 ㅋㅋㅋㅋㅋ 후회할걸 모르고 다시 돌아간다면 그때의 나는 어차피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 내가 왜그랬을까 싶을때 이렇게 생각하면 좀 도움이 되더랍니다 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23-10-16 22:49   좋아요 2 | URL
저는 전완근도 등근육도 있어요!!!!! ㅋㅋㅋㅋㅋ

은오 2023-10-16 22:58   좋아요 2 | URL
헐... 요정님??? 저까지 설레게하시는군요.. 전완근과 등근육.. 다락방님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좋아하긴 하는데....

꼬마요정 2023-10-16 23:06   좋아요 2 | URL
저도 전완근, 등근육 좋아요. ㅋㅋ 남한테 있는 거도 좋지만 나한테 있는 게 더 좋아요. ㅎㅎㅎ 은오 님도 만들어요!! 좋은 건 내가 해야죠!!! 턱걸이랑 팔굽혀펴기만 해도 생겨요!!!

은오 2023-10-16 23:22   좋아요 2 | URL
그 *만*의 허들이 너무 높은거 아닌가요!!!!! 턱걸이는.. 시도조차 해본적 없고 팔굽혀펴기는ㅋㅋㅋㅋㅋ 내려갔다가 올라오질 못하는데ㅠㅠ 요정님은 그 둘 다 가능하시단거죠?? 요정님 말씀대로 나한테 있는게 더 좋을 것 같고ㅋㅋㅋㅋ저도 팔굽혀펴기 진짜 하나쯤은 성공해보고싶은데.. 성공하는 그날 제가 요정님께 자랑하겠습니다!!!!!!!

다락방님도 팔굽혀펴기 가능하십니까? 이거 근데 말이 그냥 팔굽혀펴기지 윗몸일으키기랑은 다르게 진짜 어려운거 아닌가요?!!!!

다락방 2023-10-17 07:16   좋아요 4 | URL
전완근과 등근육이 없어도 완전 아낌 원합니다. 아낌 갈망합니다. 아낌 필요합니다. 아낌 받고 싶어요. 아껴주세요.. ㅎㅎㅎ

저는 팔굽혀펴기 가능한 사람이라기 보다는 어떤 날에는 간신히 세 개 되기는 합니다. 내려가는 건 되는데 맞습니다, 올라오는 건 차원이 다른 얘기입니다!! ㅋㅋ 턱걸이는 감히 꿈도 못꿔요. 저 역시도 등근육 전완근 갖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노~오~ 력 이라는 것을 해야 하고.. (말줄임표)
스쿼트나 좀 해야겠네요. 쩝...

잠자냥 2023-10-17 09:56   좋아요 3 | URL
세 개나?! 오잉....
다락방이 팔굽혀펴기 할 때 그 등짝 위에 앉아 있고 싶다.

다락방 2023-10-17 11:01   좋아요 4 | URL
세 개가 되는 날이 있고 안되는 날도 있고 그렇습니다 ㅋㅋㅋㅋㅋ
그렇지만 확실한 건, 잠자냥 님이 올라타는 순간 한 개도 불가하다는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23-10-17 12:25   좋아요 2 | URL
우와 ㅎㅎ 저 팔굽혀펴기 30개, 턱걸이 7개 정도 해요 ㅋㅋㅋㅋ 조금씩 늘었어요. 근데 등에 고양이 앉히면 못 해요 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10-17 13:08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요정님ㅋㅋ
고양이 무게 많이 안나갈텐데?
떨어질까 조심스러워서 못하시는 거죠?^^
상상하니까 넘 웃겨서 혼자 빵 터졌네요.

전 어제 설거지하면서 무거운 냄비 돌려 닦다가 손목 삐끗한 자로서 팔굽혀 펴기 당장 해보고 싶지만 참아보렵니다.ㅋㅋㅋ

다락방 2023-10-17 13:51   좋아요 3 | URL
푸시업 너무 멋있어서 저도 잘 하고 싶은데 이게 진짜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넘나 어려워요. 플랭크는 하겠는데 푸쉬업은 못하겠어요. 푸쉬업 잘하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빠샤!! 그러려면 제가 연습을 해야 하는거겠죠... 하하하하하.

꼬마요정 2023-10-18 23:32   좋아요 1 | URL
저는 오늘부터 은오 님과 책나무 님과 다락방 님의 팔굽혀펴기 성공담을 기다리겠습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이 책의 이 부분을 읽다가 너무나 깜짝 놀랐다.



태양의 서커스의 곡예사였던 테리 크바스니크Terry Kvasnik는 평생이 순간을 위해 훈련해온 것이 아닐까. 세 살에 체조를 시작한 뒤 30대가 된 지금까지 그는 브레이크 댄스, 무술, 파쿠르를 거치면서 꿈을 좇는 데 바쳤다. 그가 모페드(엔진이 달린 자전거)를 타고 시속 40킬로미터로 달릴 때였다. 앞에서 달리고 있던 승용차가 급정거했다.

한순간에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었던 순간, 테리는 자신이 무엇을해야 할지를 본능적으로 알았다. 다행히 그는 자신의 몸을 정확히알고 있었다.

"제 몸이 ‘내가 책임질게 넌 물러서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테리가 말했다. "그냥 알았어요. 텀블링을 해야 되다는 것을요." 테리는 정말 그렇게 했다. 모페드를 도약대 삼아서 차 위로 몸을 날렸고, 등으로 구른 후에 모페드의 잔해에서 10미터 떨어진 곳에 두 발로 착지했다. -p.71



아마 많은 사람들은 이 이야기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보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를테면 '에이, 저 사람은 서커스 했으니까 저게 가능하지 다른 사람들이 저게 되냐?' 하고. 그러나 이 책의 저자 '캐럴라인 윌리엄스'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모두가 서커스를 하자는 것도 아니고, 그런 극도의 훈련을 통해야 우리가 교통사고로부터 비로소 안전해진다는 것도 아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 내 신체를 그렇게 움직이게 하는 것이 나의 뇌를 깨우는 것이고, 그렇게 하면 위기의 순간에 뭐가 됐든 판단하거나 피하기가 유리하다는 거다. 테리 크바스니크가 자기 앞에 들이닥치는 차를 피하기 위해 텀블링을 했다고 해서 손가락 하나 다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그는 당연히 부상을 입었지만, 정면으로 부딪힌다면 죽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아직 이 책의 절반도 읽기 전이지만, 나는 이 책이 얘기하는 바에 수긍한다. 움직이는 것이 분명히 생각하는 것과 판단하는 것에 영향을 미치고, 그렇다면 위기의 순간에도 대응하기가 더 나아진다는 것. 



저자 캐럴라인 윌리엄스가 제안하는 움직임중 가장 첫번째는 걷기 다. 크- 

아마 많은 사람들이 걸으면서 생각이 더 잘 된다는 것을 경험하지 않았을까. '안토니오 스카르메타'도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통해 얘기한 적이 있다.




"생각에 잠겨 있었어요."

네루다는 마리오의 팔꿈치를 움켜쥐고 자전거를 대놓은 외등 쪽으로 단호하게 끌고 갔다.

"생각을 하려고 제자리에 가만히 있다는 말인가? 시인이 되고 싶으면 걸으면서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혹시 존 웨인처럼 걷는 것과 껌 씹는 걸 동시에는 못하는거야?"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p.29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몸을 움직인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걷는다는 것은 앞으로 전진한다는 것도 포함한다.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 우울한 감정에도 걷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터. 걷는다는 것, 뛴다는 것은 앞을 향해 이동하는 것이고 그것은 전진의 감각이며 감정과 생각도 그 '앞으로 나아가는'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생리학은 잠시 접어두자. 걷기와 달리기가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걷기는 세상으로 향하는 창을 일시적으로 변화시킨다. 걷든, 달리든, 자력으로 또는 다른 방법으로 움직이든, 당신이 문자 그대로 '어딘가에 이른다'는 사실은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이것은 진보의 감각으로 이어진다. -p.54



"오랫동안 달리고 나면 문제에서 멀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공간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움직임의 심리 작용이 마커스의 말을 뒷받침한다. 여러 실험이 문자 그대로 '앞으로 움직이는 것'이 진전의 감각을 낳으며, 이것이 우리 자신과 삶을 어떻게 느끼는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p.57


아니, 그리고 얘들아, 이것 봐봐.



마지막 단락이 보이는가. 

'중력을 거스르라'.


골다공증인 사람에게도 뼈에 체중을 싣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를 얼마전에 들어서 이미 알고 있었는데, 뼈에 실리는 무게를 늘리기 위해 걸을 때 가방을 준비하는 것도 좋다는 게 아닌가. 


세상에.

나네.

나야.

나는 시키는대로 겁나 잘하고 있네.


그러니까 지난주에도 동생집에서 코스모스 백팩에 넣고 걸으려니 여동생이 언니 그렇게 무겁게 가지고 다니지 마, 내가 들어줄게, 하고 걱정에 걱정을 태산같이 했단 말이다. 그런데 나는 괜찮아, 노 프라블럼! 하고 우리는 씩씩하게 걸었다. 지하철 역까지 걷기로 한 터라 그 가방을 메고 씩씩하게 걸었지. 으하하하하. 게다가 이것은 나의 삶이다. 디스 이즈 마이 라이프! 책이 든 무거운 가방을 뒤로 메고 걷는 것은 나의 일상이야!! 나 다락방의 미친 여자가 든 백팩을 메고 다닌다고. 걷는 것도 해, 심지어 가방도 메고 걸어. 진짜 나이스 짱이다. 그렇다면, 나의 아이큐가 좋아지지 않았을까? 어른이 되고난 후 나는 나의 아이큐가 사실은 세자리가 안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여기서 시키는대로 이미 다 하고 있던 나는, 그렇다면, 이제 아이큐가 세자리가 된 건 아닐까? 나이 먹으면서 더 똑똑해지는 사람이 바로 내가 아닐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리고 걷는 거 진짜 너무 좋은게, 나는 걸으면서 생각 엄청 많이 한다. 걸으면서 창의력 좋아진다는 얘기 나오던데, 사실 나는 창의력이라고 하자니 좀 낯부끄럽고, 그래도 망상 아이디어는 줄줄 나온다. 망상에 그런데 아이디어가 웬말이냐. 그냥 망상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걷기 부분 끝나고 이제 근력 운동에 대한 부분 나온다.



우울증의 주된 감정은 슬픔이라기보다는 '나는 할 수 없어'라는 흔한 본능적 느낌이다. 여러 연구는 근력 운동이 이 느낌을 줄여준다고 말한다. 근력 운동은 내면의 피드백을 '안 돼'에서 '한번 해보자'로 바꾸는 데 도움을 준다. 몸이 삶의 시험에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면서 생각에만 몰입하지 않도록 한다. -p.77



여러분 지금 당장 스쿼트라도, 플랭크라도 하자. 물론, 턱걸이도 좋고!! (턱걸이 못하는 사람 ㅋㅋ)



"턱걸이를 하는 이유가 뭘까요?" 제롬이 물었다. 트레이너들과 나는 상체의 힘에 대해서 웅얼거리기 시작했다.

"아니요." 제롬이 봉에서 뛰어내려 바닥에 착지하면서 말했다. "턱걸이의 목적은 뭔가의 위로 올라가는 것입니다. 그게 아니면 왜 괜히 오르락내리락하겠어요? 그냥 밑에 있으면 되는 걸요." -p.78



내가 특히나 푸시업이란 운동에 매력을 느낀다는 건 이미 숱하게 얘기했다. 나는 내가 푸시업을 좋아하는 이유가 근육의 움직임 때문이라고 생각해왔다. 물론,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런데 턱걸이에 대한 윗 글을 읽으니, 어쩌면 나는 '올라간다'는 행위에 대해 매력을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푸시업도 내려갔다가 기어코 올라가지 않나. 나의 경우엔 내려갔다가 올라가질 못하지만... (먼 산)

내가 푸시업을 너무 좋아해서 내 전애인은 푸시업하는 동영상을 내게 몇차례 보내주었고, 턱걸이 역시 마찬가지. 내가 턱걸이 하는 거 좋아해서-아니 그러니까 내가 '하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하는 걸 보는걸 좋아함 ㅋㅋ- 턱걸이 하는 것도 내게 영상 찍어 보내주기도 했다. 나 그런 거 받으면 디게 좋아하고 낄낄대고 좀 반해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더 좋아하는 건 이런거다.


"근데 내 남동생이 너보다 턱걸이 더 많이 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이 책 읽으면서 어제 요가 다녀온 내가 한없이 뿌듯해진다.

어제 요가, 몸뚱아리 무거워서 시키는 거 제대로 못하고 철푸덕 쓰러지고 바둥거리고의 연속이었지만, 아니 어쩐일인지 어제는, 사이드 플랭크가 되는 거예요? 원래 잘 안되던 게 되는 날이 있는데, 그럴 때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배꼽 저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그 뿌듯함이라니! 뭔가 세상에 내가 하지 못할 일은 없다!! 막 이런 느낌 되는데, 쟁기 자세 시키지마자 깨갱댔다. 버둥버둥 쟁기자세 하려고 애를 쓰다가, 숨막히다가, 걍 송장 자세로 뻗어버렸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무튼 나는 참말이지, 끊임없이 움직이는 사람인데, 먹고 마시는 것은 움직이는 것보다 더 좋아해서, 만약 내가 지금처럼 움직이지 않았다면, 너무 뚱뚱해져서 현관문을 빠져나갈 수 없었을 것이다. 걷자, 움직이자. 왜냐하면, 재이슨 스태덤은 멋있으니까!!




지난번에 보다 말아서 이 영화 처음부터 다시 보고 있다. 아, 나는 정말이지, 이 남자가 너무 좋다!!



액션하는 거 볼 때마다 진짜 쌍코피가 터져버려. 그리고 가만 있어도 너무 멋있다. 왜냐하면 그가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알 수 있으니까. 흑흑. 아무튼 이거 너무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진짜 재이슨 스태덤, 이 남자를 싫어할 수가 없다 ㅠㅠ 이러면서 멋져, 움직이는 거 너무 멋져!! 막 이러면서 보는데, 오늘 아침에 버스에서는 되게 인상적인 장면을 보았다.



그러니까 세계적인 무기 밀매상 이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부자인 '그렉(휴 그랜트)' 은 좋아하는 배우가 있는데, 주로 그 배우의 여자친구에게 눈독을 들이는 타입의 남자인 것이다. 휴 그랜트가 고아를 위한 자선파티를 연다는 걸 알게된 재이슨 스태덤은 '지가 고아를 만들면서' 저런다고 비꼬는데, 휴 그랜트 너무 이 미친부자나쁜놈 역할에 찰떡이다. 아무튼 이 거대한 부자 휴 그랜트가 배우의 여자친구이지만 사실은 재이슨 스태덤과 한팀인 요원 '미카엘라(오브리 플라자)'에게 흑심을 품으면서 유혹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그 여자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거다.


"세상은 당신 상상보다 훨씬 넓은 곳이에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내가 보여줄게요."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아니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저 대사가 너무 좋았다. 그러니까 만약 내가 저 말을 듣는 여자였다면, 어떤 남자가 나에게 저런 말을 던지면서 나를 유혹하려고 했다면, 그건 승산이 있다. 그 어떤 말보다 내게는 유혹적으로 들리는거다. 


그간 연애에 있어서도 그렇고 대부분의 인간 관계에서 나는 내가 세상을 보여주는 편이었고 내가 경험을 하게끔 돕는 역할이었지, 누가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 일은 거의 없었다. 나는 나 혼자 알아내야 했고, 그렇게 알게된 걸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알려주고, 경험하게 해주려고 했다. 내가 엄마를 좋은 식당에, 미술관에, 뮤지컬 관람에, 룩셈부르크에 모시고 간 건, 엄마가 이 모든 경험들을 해본 적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엄마, 세상엔 이렇게 맛있는 게 있어, 이렇게 그림을 보러 다니는 사람이 있어, 이런 풍경을 가진 곳도 있어, 라는 걸 내가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엄마를 모시고 다녔던 거다. 


그건 연애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나는 부자 남자를 만나본 적이 한 번도 없고, 부자가 다 뭐야, 경험 자체도 미천한 남자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뭘 그렇게 못먹어본 것도 많은지, 나를 만나면서 새로이 뭔가 먹게 되는 사람들도 많았던 거다. 때로는 무언가 처음 먹어보는 거라고 하면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너 과거에 연애할 때 도대체 뭐 먹고 다녔냐?" 라고. 


그러니까 나는 주로 그런 사람이었고, 나라는 인간이 가진 자원은 지나치게 한정적이고, 그러니 내가 볼 수 있는 세계는 아직도 너무나 좁아 터졌을거란 말이지. 그런데!!



세상은 내 상상보다 훨씬 넓다고 말하면서, 그걸 보여주겠다?



난 모르겠다. 넘어가지 않을 방법을 모르겠어. 


물론 영화속에서는 그렉이 나쁜놈이고, 일단 저 제안을 받는 상황에서 여자는 그렉이 어떤 놈인지 알고 있다. 만약 나도 나에게 그런 제안을 하는 놈이 무기밀매 하는 놈이라는 걸 안다면 거침없이 돌아서겠지만-나름 윤리 감각 지치고 싶은 사람-, 그런데 모르는 상황에서 나에게 저렇게 말한다? 나는 그 사람의 바다에 풍덩 빠져보고 싶다. 내 상상보다 넓은 세계를 기꺼이 경험하고 싶다. 아...


너무 멋진 말이다.


보여줘라, 내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넓은 세상을!! 나는 기꺼이 보고 싶다!!!!!



그러나 현실은 내가 내 돈 주고 책 사서 지하철 안에서 내 의지로 책 펼쳐서 읽어야 하는 부분... 별 수 있나. 내가 걸어서 앞으로 향하고 그렇게 내가 생각하고 내가 경험해야지.



이만 총총.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3-10-11 10: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또 여러 번 빵빵터진다. ㅋㅋㅋㅋㅋ
아이큐 세 자리 수하고, ˝뭘 그렇게 못먹어본 것도 많은지˝에서 일단 가장 빵터졌어요. ㅋㅋㅋ
걸으면 정말 생각이 잘 떠오르긴하죠. 요즘 날씨 걷기 참 좋습니다.

오늘 아침에 신간 훑어보다가 에마뉘엘 카레르 <요가>라는 책을 보고 딱 다부장님 생각이 떠올랐어요.
요가하는 다부장 걷는 다부장 많이 먹는 다부장 ㅋㅋㅋㅋㅋㅋㅋㅋ 중력을 거스르려고 위를 채우는 다부장. ㅋㅋㅋ

다락방 2023-10-11 11:47   좋아요 5 | URL
그 남자들이 안먹어봤다는 건 그 상대 여자들한테 한 번도 사준 적도 없다는 거잖아요. 뭐, 몰랐으니 사줄 수도 없었겠지만.. 이게요, 제가 만약 상대를 좋아한다면 제가 뭔가 보여주고 알려주고 이러는 게 아주 신나고 재미있잖아요? 그런데 제가 상대를 싫어하면 그 상황이 아주 짜증나더라고요? 넌 뭘 그렇게 다 몰라? 이러면서요.. 으..
아무튼 걸음이 사랑입니다. 웬만한 남자보다는 걷기가 좋습니다. 사실 웬만한 남자보다 나은 게 어디 걷기 뿐인가요. 술도, 고기도 다 웬만한 남자보다 낫지요. 으하하하.

에마뉘엘 카레르의 <적>을 오만년전에 읽어봤는데, 잠자냥 님 댓글 읽고 당연히, 오 요가하는 에세이인가? 하고 검색했더니, 세상에, 무려 소설이네요? 요가라는 제목의 소설이라고??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잠자냥 님은 참... 리뷰로도 사람 책 사게 하시더니 댓글로도 사람 책 사게 하시네요.

미워요.. (울면서 뛰어나간다)

잠자냥 2023-10-11 12:03   좋아요 3 | URL
에마뉘엘 카레르가 요가에 관한 멋진 에세이를 쓰려다가 그 소설을 썼다는데, 요가에 관한 에세이도 궁금하네요.
땡투는 마음으로 받겠습니다...(응? ㅋㅋㅋㅋ)

건수하 2023-10-11 13:20   좋아요 0 | URL
밉다고 뛰어나가서 바로 책 사셨겠죠..

잠자냥 2023-10-11 13:22   좋아요 0 | URL
샀니...?

다락방 2023-10-11 14:26   좋아요 3 | URL
얘들아, 침착해. 진정해. 아직 안샀어. 침착하자, 얘들아.

단발머리 2023-10-11 12: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내가 보여줄게요.








락방님 유혹하려고 대기하시는 분들에게 알립니다. 이 멘트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다락방 2023-10-11 14:54   좋아요 2 | URL
전완근과 등근육을 가진 사람이 내가 보여줄게요, 넓은 세상을! 이라고 말하면 저는 어떻게 될까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0-11 17:24   좋아요 1 | URL
침대 이벤트 두 달 밖에 안 남았어!!!

다락방 2023-10-11 17:38   좋아요 1 | URL
잠자냥 님 너무 기억력 좋은 거 아니에요? ㅋㅋㅋㅋ 그나저나 나도 매일 아침 생각한다우.. 이를 어쩌누..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이퍼 써야 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클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0-11 18:00   좋아요 0 | URL
너 설마
마크롱으로 찜한 거니…?!

다락방 2023-10-11 18:05   좋아요 1 | URL
봤…. 어요? 🙄

미미 2023-10-11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테리와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태권도 발차기 동작을 하다가 (돌려차기였나....)크게 미끄러졌는데 순간적으로 머리를 다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서 굴렀어요ㅋㅋㅋㅋㅋ 그래서 운동이 뇌를 깨운다는 다락방님의 말씀에 열렬히 공감합니다.

푸시업 애정하고요. 요즘 하체 욕심 때문에 런지에도 꽂혔습니다. 근력운동이란 정말 아름다운 것!

다락방님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느낌이 더 좋아졌습니다. 또 보고 싶네요.>.<

다락방 2023-10-11 14:56   좋아요 1 | URL
미미님, 맞습니다. 정말 옳아요! 내 신체가 단련되어 있지 못하다면 순간적인 판단과 그에 따른 움직임 모두가 불가능햇을 겁니다. 우리는 그래서 우리의 몸을 계속 움직여줘야 하는 것입니다. 움직임의 뇌과학이라니, 아니 너무 좋지 않나요? 별다른 걸 하라는 게 아니라 걸으래요. 더 읽어봐야 알겠지만 현재까지는 걷기랑 근력운동 이었는데 뒤에 뭐가 나올지 궁금합니다. 으하하하하. 저는 푸시업도 못하고 하여간 못하는 거 투성이지만, 그래서 더더욱 걷기라도 하려고 노력합니다. 걸읍시다. 빠샤빠샤!!

저 재이슨 스태덤 너무 좋고, 아니, 휴 그랜트 능글능글 왜케 잘 어울려요? 넓은 세상 내가 보여줄게, 하면서 짓는 표정연기가 압권입니다!! 엄지 척!! 어휴 넘어갈뻔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하수 2023-10-11 1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하...
진짜 여러번 웃었네요
감사해요~~~
전 자전거 타다 사고 나는 거 보고 아하... 전기 자전거 타면 안되겠군 했는데... 전기 자전거 안사길 잘했어 이랬는데...
이건 아녔군요!
근데 걸으면서 꼭 앞으로 가야할까요???
전 책 보면서 제자리 걸음으로 만보 걷기 하는데... 이건 안될까요?
제자리 걸으면서 책읽기 진짜 집중이 넘무넘무 잘되거든요
일석이조라 생각했는데... 안되겠죠???

다락방 2023-10-11 18:05   좋아요 1 | URL
트레드밀 위에서 걷는 것도 뛰는 것도 좋고 어쨋든 앞으로 가는 걸 권하더라고요. 읽다보니 뒤로 걷는 거 좋다고 뒤로 걷는 사람들 생각나면서 그 사람들한테 앞으로 걸으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ㅎㅎ
제자리 걸음은 글쎄요? 그런데 걸으면서 책 읽으면 눈이 너무 피로하지 않나요, 은하수 님? 그런데 생각해보니 저는 심지어 걸으면서 책을 읽기도 하니까, 뭐 괜찮지 않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 이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0-12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랑 아렌트랑 꼭 사......ㅋㅋㅋㅋㅋㅋㅋ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26290165&start=we_allim

다락방 2023-10-12 15:15   좋아요 1 | URL
헐.. 줌파 라히리 신간 나왔네요? 헐.........

독서괭 2023-10-12 14: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 <백래시> 백팩에 넣고 다니신다는 거 봤을 때 진짜 대단하다 싶었는데.. 이제 <코스모스> 들고 다니시는군요 ㅋㅋㅋㅋ 저는 가방 무거운 거 너무 싫어해서 무조건 가벼운 거, 책도 가벼운 책으로 골라 넣는데요. 어깨 안 아프세요? ㅠ
걸으며 생각하는 게 그렇게나 좋군요. 걸으면서도 뭘 자꾸 듣고 있어서.. 다락방님은 이런 조언서 안 봐도 이미 다 잘하고 계심. 골다공증 따윈 없다!!

내가 보여줄게요.

내 튼튼한 뼈를...

올해 두달 반 남았네요. 다락방님 공약 이행 화이팅!

다락방 2023-10-12 15:17   좋아요 1 | URL
제가 아침마다 가슴이 답답합니다. 눈 뜨자마자 생각나는 공약.. 시간이 없다, 시간이... 그렇지만 희망을 잃지 말자! 마음만 먹으면 그 약속 지키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 문제는 사람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동생이 저한테 왜그렇게 가방 무겁게 하고 다니냐고 대신 들어주겠다고 하길래 제가 그랬습니다.

˝냅둬. 내 짐은 내가 드는 거고, 이게 이번 생 나의 업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전 그냥 이렇게 생겨먹었고 ㅋㅋ 이런 책은 물론이요 다른 모든 심리책까지 저는 뭐든 이미 너무 잘 하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사주를 보러 가도 사주 선생님들이 아주 잘 살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공약 이행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