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

“정보홍수 시대… 메시지를 단순화하라”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의 ‘포지셔닝’
 
“광고 에이전시의 창의력이라면 짚으로 금실을 짤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다. 오늘날 창의력은 죽었다. 메디슨 애비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게임의 이름은 포지셔닝이다.” - 본문 중에서

포지셔닝(Positioning)이란 ‘소비자의 기억에 남겨질 수 있도록 극도로 단순화된 차별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략’을 말한다. 알 리스(Al Ries)와 잭 트라우트(Jack Trout)는 ‘포지셔닝’ 개념을 최초로 대중화시킴으로써 마케팅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포지셔닝됐다.

알 리스는 제너럴일렉트릭(GE)의 광고영업부에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후 여러 광고 회사를 거쳐 1963년 자신의 광고회사를 설립했다. 알 리스와 마찬가지로 GE의 광고영업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잭 트라우트도 동종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후 알 리스가 설립한 광고회사에 입사했다. 이들은 1972년 미국 최고의 광고 잡지인 ‘애드버타이징 에이지(Advertising Age)’에 포지셔닝의 개념을 설명한 3부작 칼럼을 공동 집필했다. 이 칼럼을 기반으로 1981년 이 책 ‘포지셔닝’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책의 성공에 힘입어 알 리스는 자신의 딸 로라 리스와 함께 마케팅 전략 회사인 ‘Ries & Ries’를 설립했으며 잭 트라우트 역시 마케팅 전략 회사인 ‘Trout & Partners’를 설립했다. 두 사람 모두 포춘지 선정 500대 회사들을 대상으로 왕성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포지셔닝’ 이란 책 이외에도 알 리스는 ‘마케팅 불변의 법칙’ ‘브랜딩 불변의 법칙 22’ ‘마케팅 반란’ 등의 명저를 저술하였으며 잭 트라우트는 ‘튀지 말고 차별화하라’ ‘단순함의 원리’ 등 다수의 마케팅 서적을 저술했다.

현대사회를 일컬어 커뮤니케이션 사회라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커뮤니케이션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커뮤니케이션 그 자체에 있다. 우리는 역사상 최초로 커뮤니케이션 과잉사회에 살고 있다.

책을 예로 들어보자. 미국에서는 매년 약 3만권의 책이 출간된다. 출간 부수만을 놓고 볼 때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 해에 출간된 책을 모두 읽을 경우 하루 24시간 책만 읽는다 해도 17년이 걸린다. 신문의 경우는 또 어떠한가? 매년 미국의 신문사들은 1000만톤 이상의 신문용지를 사용한다. 미국 국민 1인당 매년 94파운드(약 43㎏)의 신문용지를 소비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미국인이 연간 소비하는 쇠고기 양과 비슷한 수치이다. 뉴욕 타임스 같은 신문의 일요판은 대략 50만개 단어를 수록하고 있다. 이것을 전부 읽으려면 평균 독서 속도인 분당 300단어로 읽을 때 거의 28시간이 걸린다. 일요판 신문 하나를 다 읽으려면 일요일 종일을 투자해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현우 한양대 교수ㆍ광고홍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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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언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인식
소쉬르의 ‘일반언어학 강의’
 
소쉬르는 언어가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중요한 생각을 하게 된다. 즉 언어는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그것을 구성하는 항(項)들은 연대적이며, 하나의 가치는 다른 구성항이 동시적으로 존재할 때 만들어진다. 이것을 장기판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차(車)라는 말은 포(砲), 마(馬), 상(象)과 같은 다른 말과의 관계 속에서만 그 가치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페르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의 불후의 명작 ‘일반언어학 강의(Course in General Linguistics)’는 그가 타계하고 3년이 지난 1916년 그의 제자들에 의해 출간되었다. 이 책은 현대 언어학의 주춧돌이자 구조주의 및 포스트구조주의와 같은 사상에 이론적 토대와 영감을 제공한 20세기 최고의 인문학 저서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바로 지난 달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책 100권’ 가운데 지그문트 프로이트, 막스 베버의 저작과 함께 나란히 들어가 있다.

소쉬르는 1857년 스위스의 제네바(Geneva)에서 최고의 귀족 명문가에 태어나 역사·비교언어학의 메카였던 독일의 라이프치히대학과 베를린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특히 약관 21세에 쓴 ‘원시 인도·유럽어족의 모음 체계’라는 논문은 당시의 학계를 뒤집어 놓을 만한 독창적인 업적으로 평가 받았다. 그의 천재성은 이미 라틴어를 비롯한 5개 유럽어를 비교하기 위하여 14세 때 작성한 소논문에서부터 발휘되었다.

그는 파리대학에서 10여년간 비교문법을 강의했고 모교인 제네바대학에 석좌교수로 초빙받아 산스크리트어와 일반언어학을 가르쳤다. ‘일반언어학강의’는 그가 말년에 세 차례에 걸쳐서 행한 강의를 받아 적은 학생들의 노트에 기초하여 편집된 것이다. 소쉬르가 직접 작성한 노트도 아니고 그의 직접적인 저술도 아니라는 점에서 “이 책의 내용이 얼마나 소쉬르의 사상을 담아내고 있느냐”라는 진정성에 대한 논란과 그에 따른 문헌학적 연구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비록 이 책에서 제시한 생각 가운데 일부는 당시 언어학자들의 생각에서 착안되었다는 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일반언어학 강의’의 출판은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에 비유되곤 한다. 실제로 소쉬르의 이 책은 철학, 정신분석학, 기호학, 정보이론, 인류학, 문학이론 등을 비롯한 20세기 인문학의 전 분야에 걸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언어 이론의 핵심 개념(공시태-통시태, 랑그-파롤, 시스템, 기호, 자의성 등)을 유산으로 받아 성립된 구조언어학과 구조주의 사상은 가장 명시적인 ‘소쉬르 유산’의 직계(直系)라고 말할 수 있다.  

김성도 고려대 교수·언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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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모든 지식은 권력행사와 맞물려 있다”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
 
“권력은 특정한 지식을 만들어내며 권력과 지식은 서로를 직접 포함한다.… 인간은 특별한 규율적 권력 기법이 만들어 낸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 본문 중에서

미셸 푸코(1926~1984)는 현대 프랑스 사상의 흐름을 대변한다. 그는 고등사범학교(ENS)에서 철학을 공부한 후, 여러 대학의 교수직을 거쳐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사상체계의 역사’ 담당 교수로 죽을 때까지 활동했다. 그러나 그는 상아탑 안에만 머물지 않고 재소자, 동성애자, 불법이민자 등 주변부 집단의 인권개선을 위한 사회운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푸코의 이러한 실천지향성은 프랑스 전역을 휩쓴 68사태(1968년 파리 대학생의 대학개혁운동으로부터 발원되어 전사회적 민권운동으로까지 확산됨)에 대한 개입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푸코의 사상적 영향력은 세계적인 것이었으며 한국의 지식인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대단했다. 이는 마르크스주의를 위시한 기존 거대담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분화되는 현대사회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따라서 다양한 영역에서 강력한 현실 설명력을 갖는 푸코가 그 공백을 메우는 이론적 자원으로 주목받게 된 것이다. 1975년 출간된 푸코의 ‘감시와 처벌(Surveiller et punir)’은 그 생생한 증거다.

푸코는 모든 종류의 지식이 권력의 행사와 뗄 수 없이 맞물려 있다고 주장한다. ‘감시와 처벌’은 감옥이라는 제도의 변천사에 대한 실증적 분석을 통해 이를 현미경처럼 보여준다. 그가 감옥에 주목하는 이유는, 근대 인간중심주의의 허실(虛實)을 감옥이 가장 선명하게 폭로하기 때문이다. 이는 ‘이성의 시대’인 18세기에 일어난 형벌제도의 변화가 진정으로 노리는 효과가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다. 유럽 전역에 계몽사상이 퍼져나가면서 처벌제도 또한 인도주의적으로 순화되었다. 이는 관행으로 자리잡았던 재소자에 대한 야만적 처우를 근절시키고 인권을 보장하는 조치로 환영 받았다.

하지만 푸코는 이러한 개혁 조치의 이면(裏面)에 주목한다. 푸코에 의하면 처벌의 인도주의적 변화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관대함과는 달리, 실제로는 처벌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즉 인도주의적 개혁의 목표는 불법적 행위를 처벌하고 규제하는 기제(機制)를 공고하게 확립하기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덜 처벌하는 데 주안점이 있지 않았고 보다 더 효과적으로 처벌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던 것이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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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고객 창조’와 ‘목표에 의한 경영’을 제안
피터 드러커의 ‘경영의 실제’
 
“기업의 존재 이유는 고객이고, 기업의 목적은 시장을 창조하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작년에 작고한 피터 드러커는 30여권에 이르는 방대한 저술과 다방면에 걸친 활동으로 기업 경영현상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을 제공한 ‘경영학의 아버지’이다. 1909년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태어난 드러커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신문기자, 은행 분석가, 철학 및 정치학 교수 등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의 수많은 저서 중 대표 서적을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각 저서가 하나같이 기업경영에 필수적인 핵심개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의 실제(The Practice of Management)’는 1954년에 출간된 드러커의 초기 저서로 그가 주창한 개념 중 가장 기본적인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시어스 백화점, 포드 자동차, IBM 등 그가 직접 경험하고 관찰한 기업 사례를 포함해 사업 경영, 경영자 관리, 근로자 관리, 경영 구조 등에 대한 그의 생각이 담겨 있다. 이 책에서 드러커는 고객을 창출하고 그들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기업이 존재하는 목적이며, 기업의 목표는 기업과 구성원을 구속하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되고, 그들에게 공헌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드러커에 따르면 기업의 목적은 시장을 창조하는 것이다. 기업이 충족시키고자 하는 욕구 가운데 어떤 것은 기업이 그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단을 만들기 전에 이미 고객의 잠재적인 욕구로 존재하기도 한다. 또한 기업이 충족시키고자 하는 욕구 가운데 어떤 것은 아직 잠재적 고객에 의해 인식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예컨대 복사기나 컴퓨터가 실제로 등장하기 전에 고객들은 아무도 자신이 그것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기업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고객이다. 왜냐하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대가를 치를 의향이 있는 고객만이 기업이 갖고 있는 단순한 자원을 재화로 전환시켜 주기 때문이다.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서 기업이 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두 가지 활동은 마케팅과 혁신이다. 마케팅은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발견하는 활동이다. 예컨대 마케팅은 고객을 충분히 알고 이해함으로써 제품과 서비스를 적절하게 제공해 그것들이 스스로 팔리도록 만드는 활동이다. 반면에 혁신은 고객이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활동이다. 가장 생산적인 혁신은 단순히 기존의 욕구를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만족을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남다른 제품이나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윤철 한국항공대학교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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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미디어를 감각기능의 확장으로 봐
마샬 맥루한의 ‘미디어의 이해’
 
“의복은 피부의 연장이며, 바퀴는 발의 연장이고, 책은 눈의 연장이며, 전기는 중추신경의 연장이다. 매체는 환경을 바꿈으로써 우리의 지각작용에 독특한 비율을 가져온다. 이런 비율이 변화되면 사람도 변화한다.” - 본문 중에서

1964년 출간된 ‘미디어의 이해: 인간의 확장(Understading Media: The Extensions of Man)’의 저자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1911~1980)은 캐나다 출신으로 영문학자로 출발했지만 매체학으로 방향을 틀면서 1960년대 중반에 북미세계의 가장 중요한 예언자가 되었다. 21세기 벽두가 시작된 지금도 그의 통찰력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어서 매체 평론가 디자드(W. Dizard)는 “맥루한은 멀티미디어(복합매체)를 실현시킨 원동력인 기술, 경제, 그리고 정치력의 융합에 의한 정보 및 지식혁명의 시대를 30년이나 앞서 예견함으로써 오히려 인정받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며, 작가 울프(T. Wolf)는 “맥루한의 주장이 옳다면 맥루한은 뉴턴, 다윈, 프로이트, 아인슈타인, 파블로프 이래 가장 중요한 사상가이다”라고까지 평한다.

그의 매체론은 “매체는 메시지다(medium is message)”로서 요약된다. 지금까지 매체가 전달하는 ‘내용’이 메시지라고 믿어 왔는데 ‘매체가 메시지’라는 맥루한의 주장은 우리의 상식을 벗어난다. 맥루한은 모든 기술을 인간 기능(function)의 확장이라고 파악했다. 의복은 피부의 확장, 자동차는 다리의 확장, 컴퓨터는 두뇌의 확장, 전기는 중추신경의 확장으로서. 이런 견지에서 본다면 매체 기술은 감각기능의 확장이다. 책은 눈의 확장, 라디오와 전화는 귀의 확장, 텔레비전과 영화는 눈과 귀의 확장인 셈이다.

책을 시각매체, 라디오를 청각매체, 텔레비전을 시청각 매체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각장애자와 청각장애자의 경우처럼 시각매체인 책으로만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과 청각매체인 라디오로만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마치 코끼리 인식에 있어서 시각장애자와 청각장애자의 차이를 보면, 시각에 의존하는 청각장애자의 코끼리상은 실제 모습과 비슷하겠지만 시각이 가려진 채 청각과 촉각 등에만 의존하는 시각장애자의 코끼리상은 실제와 멀어진 모습이다. 이것이 ‘매체가 곧 메시지다’라는 의미이다. 

김정탁 성균관대 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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