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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지향 - 한 자유주의자의 시각
복거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0년 1월
평점 :
품절


복거일씨의 <현실과 지향 - 한 자유주의자의 시각> 을 읽었습니다.

1. 보수주의 논객을 기다리며
3. 고등 교육에 시장 원리를 도입하는 길
5. 산업 혁명 뒤의 농촌
6. 민주화의 수급 균형
7. 시장 경제 속의 노동조합
8. 사회적 선택과 개인들의 몫

이렇게 8가지 사안에 대해서 '자유주의적 시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무슨무슨주의라는 하나의 성향을 나타내는 단어를 받아들일 때는,
정치와 경제, 두가지로 나누어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오해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정치를 X축으로, 경제를 Y축으로 두고,
다양한 무슨무슨주의의 좌표를 결정해보는 것이죠.

[정치]의 범주에서 보면, 전체주의와 개인주의가 최대값과 최소값이 될 것이고,
[경제]의 범주에서 보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최대값과 최소값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X축과 Y축으로 평면을 나누었을 때 생기는 4가지 면은,
전체주의적 자본주의, 전체주의적 사회주의, 개인주의적 자본주의, 개인주의적 사회주의가 될 수 있습니다.

왜 흔히 들어왔던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는 빠져있는데,
민주주의의 경우 객관적이기 보다는 주관적, 이상적인 표현이기 때문에 뺐습니다.
민주주의는 민(民)이 주인(主)이 되는 것인데, 과연 무엇이 민주주의냐 라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결국 우리는 정치와 경제를 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공산주의의 경우는,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갖는 이상적인 사회를 표현하기 때문에 뺐습니다.
<제3물결>을 쓴 앨빈 토플러의 표현을 빌리자면, 제2물결 사회가 아닌 제3물결 사회인 셈이죠. 개념 자체가 다른겁니다.
흔히들, 구소련, 북한, 중국, 쿠바와 같은 나라들을 '공산주의'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전제하는 것은, 1. 국가 소유의 경제 2. 소수에 의한 다수의 지배 인데,
그것에 대한 표현이라면 '전체주의적 사회주의'로 충분합니다.
그 국가들이 이상적인 사회가 아닌 바에야, 공산주의라는 표현은 걸맞지 않을 것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자유주의적 시각'을 표방하고 있는 복거일씨의 경우는, X축은 개인주의 쪽에, Y축은 자본주의 쪽에 위치한 '개인주의적 자본주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서론 격인 <1. 보수주의 논객을 기다리며>를 제외하고 보면,
3. 고등 교육에 시장 원리를 도입하는 길
5. 산업 혁명 뒤의 농촌
6. 민주화의 수급 균형
7. 시장 경제 속의 노동조합
8. 사회적 선택과 개인들의 몫

와 같은 주제들은 거의 그런 시각에서 쓰여져있습니다.
(2, 4번은 민감한 문제이므로 다루지 않겠습니다.)

'개인주의적 자본주의'를 좀 더 풀어보자면,
정치적으로는 전체보다 개인을 중요시하고,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를 철저히 옹호합니다.

이 둘은 은근히 맞닿아있기도 한데,
흔히 시장의 실패를 조정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할 때,
전체보다 개인을 중요시하는 정치적 견해는, 정부가 개인이 주체가 되는 시장경제에 간섭하는 것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경제적 견해와 맞물립니다.
정부는 시장의 규칙을 준수하는데에만 주력해달라는 것이죠.

물론, 이런 경제적 문제들 뿐만 아니라,
매춘, 마약, 선거권, 등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인위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논리, 즉 개인의 자율에 맞겨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주장은 바로 오늘에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요,
대표적인 경우가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한 정부 여당의 입장입니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경제학 카페>라는 책을 써냈던 정부 여당의 한 의원은 '시장친화적 경제정책'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바로 그것이 이런 논리에 입각한 정책입니다.
(여담이지만, 이런 점에서 그 스스로 자신을 지칭하는 '얼치기 경제학도'라는 표현은 그저 대외용 멘트에 불과한 것 같네요.)

높은 분양가라는 [시장의 실패]에 대해서,
분양원가 공개라는 [정부의 개입]은,
선한 의도와는 달리 부작용을 남길 수 있다는 우려였죠.

<경제학 카페> <현실과 지향> 이라는 책을 통해서 비교해 보면,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유시민씨와 복거일씨 두 사람의 견해는 대동소이한 측면이 있습니다.
시장과 정부의 문제에 대해서는 굉장히 비슷하지만, 매춘, 마약과 같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는 약간 다릅니다.

차이를 명확히 비교하기엔 <경제학 카페>가 조금 모호하게 쓰여져있는데요,
최근에 초판된 <경제학 카페>와는 다르게 <현실과 지향>의 경우 90년에 초판된 책이라서 조금 거친 감이 있지 않나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마냥 삼천포로 빠져보자면,
이런 주장의 원조격은 <자본주의와 자유>라는 책입니다.
경제학계에서 꽤 유명한 밀턴 프리드먼이라는 사람이 쓴 책이죠. (경제학자 하면, 아담 스미스하고 케인즈밖에 모르시는 분들이라면, 마르크스와 밀턴 프리드먼은 꼭 알아두셔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1960년 쯤에 출판되어 출판업계와 심지어 방송을 휩쓸고, 급기야 노벨 경제학상까지 받았던 책 <자본주의와 자유>.
물론,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현실과 지향>을 읽으면서 대충 그러겠거니 예상해 볼 수 있었습니다.
피터 카탈라노라는 외국인이 쓴 서평만 읽었는데, '순간에 취기가 돌게하는 독주'라는 표현이 이해가 가더군요.

1960년이면, 스태그플레이션이라 해서 불황 속에서도 물가가 오르는 기이한 현상을 계기로 J.M.케인즈라는 유명한 사람이 한물 가버린 때인데,
이 때부터 밀턴 프리드먼이 그 자리를 대체하면서, 우리도 익히 알고있는 '新자유주의'를 유행시키게 됩니다.
실제 밀턴 프리드먼이 나온 시카고대학의 후배들이 각 국 정부의 경제담당 부서를 맞게되고,
영국의 대처, 미국의 레이건, 한국은.. 김대중 정부 정도가 이런 경제정책을 시행했었죠. 이쯤되면 대충 감이 잡히시리라 생각합니다.

여튼, <현실과 지향>이라는 책이 대략 이러한 맥락에서 쓰여졌다고 받아들이면 될겁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이런 류의 주장이 주장으로 그치지 않고, 실제 각 국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90년에 복거일씨가 주장했든 주장하지 않았든,
04년 우리나라 역시 '개인주의적 자본주의' 대로 정부의 규제보다 시장의 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구요.

이런 점에서 '순간에 취기가 돌게하는 독주'라는 표현은 다시 한번 의미심장합니다.
정말 그럴싸한 주장과 부정적인 현실의 모습의 모순적인 스크랩.
다시 한번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앞으로 제가 할 일인 것 같군요.

서론 격인 [1. 보수주의 논객을 기다리며]를 제외하고,
[5. 산업 혁명 뒤의 농촌] [7. 시장 경제 속의 노동조합] 은 그동안 고민해왔던 주제이니 만큼 좀 더 쉽게 얘기할 수 있을 것이고,
[3. 고등 교육에 시장 원리를 도입하는 길] [8. 사회적 선택과 개인들의 몫] 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이전 책들을 재차 뒤적여 볼 참입니다.
에구 열심히 좀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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