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지만 다들 너무 이기적인 것 같다. 촛불 시위 피켓엔 “이명박 너나 미친 소 쳐먹어” ''내 인생 좀 펼쳐보려고 하니 광우병 걸렸네“ 등 내가 죽고, 내 이웃이 죽고 우리 국민이 죽는 문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금 더 나아간다 해도 친미 정부, 자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정부를 탓하는 지점에서 끊긴다. 대한민국 안에만 들어오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들이다. 그러나 지구 위 어딘가에서 미친 소와 병든 닭, 그리고 오리는 여전히 아프다. 이런 병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누가 어떻게 끊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은 집회현장에는 거의 없었다. 좁은 우리에 꽉꽉 채워 넣어 면역력을 떨어트리고 지구상의 모든 인간이 충분히 먹을 만큼 많은 곡식을 소에게 먹여 소수가 먹을 고기를 만들고, 그도 모자라 소가 소를 먹어 병들게 만든 것. 이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데 말이다.” (인디고잉 12호)

- 촛불을 음해하는 놈들은 말한다. “미국산 소고기 문제는 이미 노무현 정권 시절 다 진행이 된 것이고 이명박 대통령은 사인만 했다.” 그들이 그런 말을 하는 더러운 의도와는 별개로 그 말은 사실이다.

- 우리가 사회문제를 이야기할 때 늘 미궁에 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정권’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때문이다. 마치 고대 사회에서 정치란 단지 ‘왕이 누구인가’의 문제였던 것처럼 우리는 ‘정권’과 ‘대통령’에 집착한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지배자는 ‘정권’이 아니라 ‘정권을 포함하는 훨씬 더 넓고 복잡한 체제‘다.

- 한국사회는 당연히 자본화, 즉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수용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으로 나누어져야 했다. 군사파시즘 출신 세력과 민주화운동 출신의 개혁세력이 구우파와 신우파로서 우파 진영을 이루어, 좌파와 맞서는 구도로 말이다.

- 결국 한국사회는 자본화의 시절을 맞아 정작 자본화를 반대하는 세력은 배제된 채 자본화를 찬성하는 두 세력이 각각 우파와 좌파를 자임하며 싸우는 괴상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 물론 그런 행동은 분노의 열기에 젖은 사람들에게서 오해를 받거나 전선을 흐트러트리는 짓으로 비난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성이란, 바로 그런 상황에서 ‘오해와 불편을 무릅쓰고’ 문제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다. (김규항의 글,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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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일 현실사회주의라는 거대한 왼쪽으로 당기는 힘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자본주의 나라들엔 복지라는 게 애당초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고, 이른바 ‘사민주의’라는 자본주의에 이식된 사회주의 시스템도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에서 이른바 사민주의자를 자처하며 ‘사회주의의 폐기’를 주장하는 바보들은 그 맥락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 제 이념이 현실이 되길 바라는 사람이 가져야할 가장 합리적인 태도는, 나보다 왼쪽에 있는 사람들을 진정 존중하고 나보다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을 진정 혐오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바보들은 존중해야 할 사람들은 혐오하고 혐오해야 할 사람들에겐 보기 불편할 만큼 관대하(거나 유착되어 있)다. 그러면서 만날 제가 세상에서 제일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좌파란다.  (김규항의 글,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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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간 젊은이들의 신인문학상 응모작을 읽으며 그들이 점차 청춘 남녀의 사랑의 서사를 쓰지 않는다는 점을 느낀다. 사랑 자체를 소재나 주제로 삼는 작품도 사라지고 있지만, 등장인물이 사랑을 정면으로 끌어안고 그 갈등을 제대로 치러내는 경우도 드물다. (중략) 쿨한다는 개념 속에는 관계 맺기를 저어하는 마음, 관계에서 야기되는 갈등으로부터 도피하려는 마음이 선연하게 읽힌다.

앤서니 기든스는 현대사회의 결혼이 앞으로 두 가지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거라 진단한다. 첫째는 친구 관계로서의 결혼. 배우자간 성적 몰입은 낮은 수준이지만 평등과 공감 수준은 높은 관계인 형태. 둘째는 안전한 환경으로서의 결혼. 세상에 살아가기 위해 두 사람에게 필요한 근거지이지만 서로간의 감정적 상호작용은 적은 상태. 사랑뿐 아니라 결혼도 이제 해체되는 개념인 모양이다." (김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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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류들이란 언제나 자기들에게 영감을 준 자들보다 더 급진적인 법" (밀란 쿤데라)

"만일 공자나 석가, 예수 그리스도가 아직도 살아 있다면 그들의 신도들은 공포를 느낄 것이다. 그들의 행위에 대해 교주 선생이 어떻게 개탄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일 그들이 살아 있다면 그를 박해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루쉰)

(한겨레 '유레카'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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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월드컵 직후, 대규모 축구 부흥 캠페인이 있었다. "축구가 이렇게 큰 기쁨을 줬으니 국민 모두 K리그 찾아 그 고마움에 보담하자." 이런 거 하도 익숙한 로직이라 뭐가 문제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엔 숨겨진 문장이 하나 더 있다. "안 그럼, 배은망덕"이 국민 독려, 본질적으로 빚 지우는 '죄책감 마케팅'인 게다. 감이 안 온다? 그럼 핸드볼 보라. 미안해서 보러 가자는 게 20년째다.

(한겨레 이에스씨, 김어준 '그까이거 아나토미'에서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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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다들 불안하고 초조한데 어떻게 쿨할 수 있겠어요. 생존전략으로서의 쿨, 포즈로서의 쿨이었기 때문에 위기상황에선 금방 폭로되는 거죠.'
뉴욕의 금융 공황에 어렵게 적금 붓는 공덕동 떡볶이집 아주머니의 삶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 말이 다시 떠올랐다. '전 정치 경제 같은 거대담론에 관심없어요'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선언하는 사람을 종종 만난다. 나 역시 '~주의'와 잘 어울리지 못하지만, 이 말을 하는 사람들의 도를 넘은 자랑스러움이 가끔 재수 없다. 나도 재수 없게 답하자면 '그것도 이제 유행 지났거든요~?'"

(한겨레 ESC, 고나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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