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출처: 한겨레)

뭉칫돈이 ‘공연펀드’란 이름으로 공연계로 몰린다. 공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대형 공연들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공연에 투자하는 방식이 고도화, 다양화하고 있다. 여기에 한꺼번에 영화로 몰렸던 돈들이 이제 공연쪽을 새롭게 주목하면서 공연펀드가 더욱 각광받고 있다.

공연펀드, 100억대 상품 시대로=공연에 투자하는 공연펀드는 2005년부터 자리잡기 시작했다. 당시 씨제이자산운용이 영화와 드라마, 공연 등에 투자하는 펀드를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그 이전까지는 펀드가 아니라 투자자가 직접 공연에 투자하는 식이었다. 그러다가 지난해부터 공연에만 투자하는 펀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후 점점 규모가 커져 온라인 예매사이트 인터파크가 지난해 골든브릿지자산운용과 공동으로 100억원짜리 공연전문 투자펀드를 만들었다. 이달에도 중소기업청 한국모태펀드가 토대가 되는 100억원 규모 공연펀드가 등장한다. 이밖에 프라임벤처캐피탈, 엠벤처투자, 케이티비자산운용과 여러 은행들이 자체 펀드를 활용해 공연예술 분야 투자에 참여할 계획이다.

돈 몰리는 배경은?=공연펀드가 활성화하고 있는 것은 공연시장이 뮤지컬을 중심으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시장은 올해 1500억원대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훈 아이엠엠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지난해 투자사들이 영화에서 큰 손해를 봤기 때문에 올해에는 공연쪽으로 돈이 몰릴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공연펀드는 영화와 달리 ‘초대박’을 기대할 수 없지만, 화제작이나 유명 라이선스 뮤지컬은 수익이 안정적인 편이다.

제작사들은 펀드로 투자가 늘어나는 것을 환영하고 있다. 자본이 넉넉해지면 기획단계부터 우수인력을 확보해 작품성도 높일 수 있다. 송승환 피엠시프로덕션 대표는 “제작자 입장에서 제작비가 없으면 사채를 써야 한다”며 “안정적으로 제작비를 공급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흥행이 보장된 작품에만 돈이 몰리거나 기획사의 규모에 따라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질까봐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연펀드로 몰린 돈이 우수 창작품보다는 외국투어·라이선스 뮤지컬에만 투입되면 정작 국내 뮤지컬들은 과실을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이성훈 공연사업부장은 “공연쪽 수익율은 10% 안팎이고 대박이 나도 20%를 넘기 힘들다”며 “수익성만 따지면 시장 활성화나 저변확대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합리적인 ‘게임의 법칙’ 세울 때=영화펀드는 투자한 영화에서 수익이 나면 투자사와 제작사가 함께 나누지만, 실패할 경우 손실은 투자사가 모두 떠안는다. 그래서 제작사는 손실 부담 없이 제작에만 집중할 수 있다. 공연계는 이런 방식이 공연계에도 그대로 적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투자하는 펀드 쪽들은 당연히 리스크를 나눠 가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지훈 아이엠엠 대표는 “창작물의 경우 판권과 리스크를 투자사와 제작사가 나눠갖지 않으면 투자자가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게 되므로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제작사와 투자사 사이의 수익 배분과 리스크 부담 방식은 이제부터 시장에서 합리적으로 정해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뮤지컬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투기성 자금들이 들어오는 것이다. 제작사 쇼팩의 송한샘 대표는 “공연을 앞두고 급조된 자금을 받을 것이 아니라 기획단계부터 받아 작품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