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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필름 2.0)
 
주류 상업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실험영화는 여전히 낯설고 버겁다.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쉽게 알아채기 힘들다는 이유로 겁부터 앞서기 십상이다. 실험영화를 즐기려 한다면, 영화를 논리적으로 이해하려는 욕망은 잠시 접어두고, ‘보이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모든 감각을 열어젖혀 놓는 건 어떨까. 실험영화가 어렵다는 편견을 떨쳐낸다면 보는 것만으로 이미지들의 향연에 빠져들 수 있다.

3회 실험영화제는 아주 좁은 범위의 사건, 사물, 현상, 경향을 본다는 뜻의 ‘미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거시적 관점에 가려졌던 소수의 목소리와 감각에 주목한다.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혁신적인 차원의 이미지에서부터 일탈을 꿈꾸는 소수성에 대한 관심까지 폭넓은 관심사를 끌어 모았다. 특히 기획 프로그램 중 하나인 ‘여성실험영화 신화에서 사적 영화까지’에서는 60~70년대 급진적인 여성 작가들의 논쟁적인 작품들과 우리에게 <미 앤 유 앤 에브리원>으로 잘 알려진 미란다 줄라이 감독 등 동시대 여성 감독들의 작품이 초청돼 눈길을 끈다. ‘

미시’라는 슬로건에 맞춰 실험영화 중에서도 비주류에 속하는 ‘여성’ 실험영화라는 소외된 부분을 과감히 끌어들인 이번 기획전은 여성의 신체를 둘러싼 논쟁과 개인의 사적 경험을 다채로운 시각적 언어로 펼쳐낸다. 한편, 3회의 포문을 여는 개막작은 서부 실험영화의 거장 브루스 베일리의 <올 마이 라이프>가 선정됐다. 3분간의 짧은 영상물인 이 영화는 같은 제목을 가진 엘라 피츠제랄드의 재즈 선율에 맞춰 낡은 나무 담장과, 하늘 등을 서정적으로 비춘다. 1966년에 제작된 <올 마이 라이프>는 한정된 공간에서 짧은 시간 동안 임팩트 있는 이미지와 사운드로 아련한 향수를 자극한다. 이것이야말로 올해의 슬로건인 '미시'의 이미지를 가장 잘 구현한 작품이다.

일상을 깨우는 시각적 충격

올해 EX-NOW 국제경쟁부문에는 세계 36개국에서 444편의 작품이 응모돼, 총 93편의 작품, 11개의 프로그램이 상영된다. 형식적인 실험에서부터 비디오, 핸드 메이드 필름, 음악 등을 결합한 매체적 실험까지 13편의 국내 작품과 80편의 해외 작품이 고른 완성도를 보여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국제경쟁 1- 거울; 언어-그림’ 부문에 상영되는 카트린 레세타리츠 감독의 <나는 나>는 두 쌍의 쌍둥이가 동일한 상황 속에서 각기 다른 행동 양식을 보여주는 모습을 30분간 관찰한다. 이 작품은 외형적으로 동일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나 서로 다른 개성을 보여주는 쌍둥이를 통해 존재론적 차이의 문제를 제기한다. 미셀 파블루의 <여행 중>은 ‘국제경쟁 5- 도약과 분절; 시간여행’ 부분에 상영되는 작품으로 길 떠나는 이의 모습을 한 편의 애니메이션처럼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그려내 눈길을 끈다.

이밖에 국내 작가인 김숙현, 곽언영 감독이 만든 <부산광역시 수영구 광안3동>은 정지된 이미지에 시끌벅적한 사운드와 내레이션을 입혀 공간에 기입된 소리의 흔적들로 서사를 만들어내 도시 공간의 분열적인 느낌을 환기시킨다. 특히, 올해 경쟁부문에서는 전년과 달리 비디오 설치, 퍼포먼스에 집중하는 미디어 작가들의 작품이 다수 포함돼 눈길을 끈다. ‘국제경쟁9- 시지프스; 조건의 재생산’ 부문에 상영되는 <노동>이 대표적이다. <노동>은 두 명의 여자가 하얀 천을 팽팽하게 잡고 있는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노동과 직무 사이의 긴장감을 그려낸다. 경쟁부문 93편 중 필름 매체상, 비디오 매체상, 후지필름 이터나상, KT&G 상상 마당상을 수상한 작품들은 폐막식에서 재상영된다.

비경쟁부문인 EX-CHOICE에서는 작품성은 경쟁 작품들에 다소 밀리지만 자유롭고 재기발랄한 가능성을 보여준 실험작품 55편을 소개한다. 총 7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비경쟁부문에 상영될 한국 실험영화의 경우 내러티브와 다큐멘터리라는 전통적인 두 장르가 대세를 이뤘다. 그중 ‘문화-만들기 1; 개입의 전술’ 부문에 상영되는 정윤석 감독의 다큐멘터리 <우리나라에도 백악관>은 정치적인 문제를 유머러스하게 담아내 눈길을 끈다. 이 작품은 한국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백악관'이라는 상호를 통해, 한국의 일상 속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미국의 이미지를 은유적으로 그려낸다. 영화는 백악관, 워싱턴, 청와대와 같은 상호를 사용하고 있는 나이트클럽, 노래방, 호프집 등에 직접 찾아가 가게 주인에게 상호를 사용하게 된 이유를 물어보는 식으로 진행된다. 백남준과 공동 작업을 해 이름을 알린 쥬드 얄쿠트 감독의 <빛의 전시>는 반복적인 이미지가 리듬감 있게 펼쳐지는 작품으로, 실험영화가 전통적으로 구사해온 형식적 실험 전략을 엿볼 수 있다.

거장 백남준과 브루스 베일리에서

경쟁부문과 비경쟁부문의 작품들이 신선한 화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면, EX-WAS 초청과 기획부문에서 소개되는 백남준 추모전과 브루스 베일리 회고전은 거장들의 이름만으로 시선을 휘어잡는다. 박동현 집행위원장은 "영화제가 안정되면 백남준 선생님을 모시고 이야기도 들어보고, 싱글채널 작품들을 감상하기도 하는 자리를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바람은 결국 이뤄지지 못하고 추모전으로 대신하게 됐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총 8편의 작품이 상영되는 백남준 회고전은 백남준 미술관을 추진 중인 경기문화재단과 실험영화제가 공동 기획했다. 백남준의 비디오테이프 2,285점을 소장하고 있는 경기문화재단은 초기 퍼포먼스영화와 2006년 초기 작품에서 80년대 후반까지의 비디오 작품들을 영화제 상영용으로 기꺼이 내주었다. 이중 <예술가가 예술가를 말하다 백남준이 비틀즈를 말하다>는 백남준의 초기 작품인 <전자 오페라 No.1>과 <비디오 코뮌>의 이미지를 비틀즈의 음악을 배경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소리의 파장에 따라 변해가는 빛의 변화과정을 보여준다.

미국 서부 실험영화의 대표적인 거장 브루스 베일리는 미국 실험영화 배급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캐년 시네마’의 창립자로 60년대 뉴 아메리칸 시네마를 이끈 장본인 중 한 명이다. 신체적인 질환 때문에 집안에서 지내야 했던 브루스 베일리는 자신만의 개인적 공간에서 사회적 접전을 마련할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온 작가기도 하다. 회고전에서는 그의 초기작부터 1998년에 작업했던 작품까지 두루 상영된다. 특히, 개막작 <올 마이 라이프>와 <살루트 파트1>은 서정적인 시각 효과와 더불어 극중에서 사용되는 재즈 음악이 멜랑콜리한 감성을 자극한다.

미란다 줄라이의 <10대의 둥지>까지

3회 실험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기획되는 ‘여성실험영화 신화에서 사적영화까지’ 전은 다른 어떤 섹션보다 급진적이고 충격적인 내용으로 채워졌다. ‘신화’ 부문에서는 60-70년대의 논쟁적인 작품들을 초청했다. 캐롤리 슈니만의 <퓨즈>는 60~70년대의 대표적인 논쟁작으로 연인과의 정사 장면을 고양이의 시점으로 잡아내 화제가 됐다. <퓨즈>에서 캐롤리 슈니만은 포르노에서 보여지는 여성 육체에 대한 탐욕적인 시선에 반기를 들고 대안적인 시각을 모색한다. 발리 엑스포트의 <리모트... 리모트>는 스스로의 신체에 가하는 폭력적인 퍼포먼스를 통해 고통의 감각을 확대하고, 여성의 경험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사적 영화’ 부문에서 상영되는 나오미 우먼의 대표작 <지워진>은 70년대 유럽 포르노 필름을 활용해 네일 리무버로 여성의 신체들을 프레임 별로 지워 새로운 포르노그래피를 완성해낸다.

포르노그래피뿐 아니라 동화 같은 판타지를 펼쳐낸 여성실험영화도 포함돼 있다. 세실리아 컨딧은 <왜 참새가 아닐까>에서 부조리한 듯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아름다움을 펼쳐낸다. 새들의 멸종에 관한 역사를 풀어가고 있는 이 영화는 작가가 색색의 깃털을 머리에 꽂고 새가 되어 둥지를 짓고, 잠을 자고, 알을 낳는 장면까지 보여준다. <미 앤 유 앤 에브리원>으로 국내에 인지도를 높인 미란다 줄라이 감독의 <10대의 둥지>도 상영된다. <10대의 둥지>는 기이한 느낌을 안겨주는 네 개의 스토리로 구성된 영화로 평범한 일상이 변질되는 순간을 포착한다.

이밖에 ‘인디-비쥬얼' 프로그램에서 <장미빛 인생>과 <정글스토리>를 연출한 김홍준 감독의 연작전과 3회 실험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존 조스트 감독의 특별전이 준비됐다. 김홍준 감독은 2002년부터 개인적인 경험에서 한국영화역사를 반추하는 에세이 연작 ’김홍준; 나의 한국영화‘를 꾸준히 발표해왔다. 이번에는 신작 에피소드를 포함해 총 9편의 에세이가 상영된다. 김홍준 감독이 처음 스탭으로 참여했던 임권택 감독의 <개벽>에 대한 에피소드부터 유현목 감독의 <춘몽>을 복원하게 된 과정, 월간 잡지 '키노' 폐간을 둘러싼 에세이까지 생생한 이야기들로 넘쳐난다. 감독의 내밀한 기억을 통해, 한국영화사의 공적 역사를 되짚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박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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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매일경제)

부천은 지금 온통 만화로 덮였다
 
지난 17일 개막한 제9회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가 20일까지 경기도 부천 복사골 문화센터에서 계속된다.
'상상에너지'란 슬로건으로 부천만화정보센터가 주최하고 문화관광부 경기도 부천시 등이 후원하는 이번 축제는 다양한 주제의 만화출판 기획전시와 시민들이 참여해 즐길 수 있는 각종 체험ㆍ부대행사 등으로 꾸며진다.

주요 행사로 국내외 만화출판 경향을 살펴볼 수 있는 '국제코믹북페어'는 도서 전시와 함께 30% 할인 판매하는 '국내출판관'과 미국 프랑스 아르헨티나 등 세계 13개국 32개 출판사가 참가하는 '해외출판관', 외국에 한국만화 콘텐츠의 우수성을 알리고 외국 진출 가능성을 모색하는 '수출만화도서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만화작가와 만화출판사, 만화 관련 다양한 업체 등을 연계해 비즈니스가 이뤄지도록 기획된 '출판만화견본시장' 행사엔 만화작가 55명과 15개 만화출판 업체가 참가해 열띤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또 전시 행사로 지난해 부천 만화대상을 수상하고 영화로도 만들어진 미스터리 공포만화 '아파트' 배경을 만들어 놓은 '강풀 특별전', 신비롭고 환상적인 그림책 세계를 보여주는 '세계만화그림책전', 만화 속 공주 캐릭터를 사람처럼 움직이게 만든 구체관절인형을 보여주는 '만화 속 공주인형전' 등이 관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 작가들이 참여하는 '핸드프린팅전'도 있다.

아울러 가족사진 촬영하기, 캐리커처 그리기, 나만의 셔츠 만들기, 내가 만드는 그림책, 만화 등을 싸게 파는 프리마켓, 보물찾기 등 다양한 참여행사가 준비돼 시민들을 즐거운 '만화세상'으로 초대한다.

복사골 문화센터측은 만화문화 발전과 저변 확대를 위해 모든 행사에 입장료를 받지 않고 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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