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강의
야오간밍 지음, 손성하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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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 ..... 

 노자의 사상과 <도덕경>에 관심이 있었다면, 아마도 제일 먼저 대하게 되는 구절이 위의 말입니다. 처음이 '도'로 시작되듯이, 노자 사상의 핵심이 '도道'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노자가 말하는 '도'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그에 대한 다양한 책만큼이나 많은 관점이 있을 것입니다. 도덕경이나 노자의 사상에 대해서 깊이있게 대하지 못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노자의 사상과 도교에 대한 이미지가 겹쳐서, '신선'이나 '산신령' 따위의 옛 전설이나 설화속의 이야기가 더 먼저 떠오르는 경우도 있을 것 같고, 결국 '도'라는 개념도 하늘의 뜬구름 잡기식의 허튼 소리나 아무런 소득없는 말장난 또는 말꼬리 잡기 식의 의미로 생각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그런 막연함을 없애고, 나름대로 깨달음(?)에 도달해 보고자, 도덕경을 손에 들고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 .....'을 읊조리며 이런 저런 설명을 곁들여 뜻을 파악해 보려고 해도 몇 구절 못가서 막연함과 모호함의 망망대해에서 이리저리 떠도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지 않을는지..... 개인적으로는 지방 박물관에서 했던 백제문화에 대한 강의 중, 부여능산리출토 백제금동대향로(국보 287호)의 뚜껑에 표현된 산과 사람, 여러 악기와 동물 등에 당시 전래된 도교의 영향이 담겨있다는 말을 듣고서, 백제 문화의 세밀하고 뛰어남에 대한 찬탄과 더불어 노자의 사상에 한껏 관심이 갔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고전으로 대하는 도덕경은 결국 시작은 있었지만 끝을 보지 못하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일반인들에게 그런 면에서 고전으로서의 <도덕경>을 대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 책은 그러한 어려움을 일거에 해소해 주는 장점을 지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은 이 책의 내용이 전문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아닌 일반대중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바탕으로 씌여졌다는 점에서 어렵지 않게 읽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점, 다른 한편으로는 고전으로서의 도덕경의 해석에만 촛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현대인의 생활에 노자의 사상을 적극적으로 적용해서 해석하고 있다는 면에서 노자가 말하는 내용들을 더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점이 아마도 독자로서는 가장 반가운 면이 아닐까 합니다. 실제로 저자는 우리의 식생활, 건강, 성공, 여성의 아름다움, 연애와 결혼, 화목한 가정 생활 및 현대식 이혼에 대한 주제에 노자의 사상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우리가 실생활을 하면서 겪는 문제들에 대한 지혜롭고 조화로운 해결책이 무엇이 될 수 있는가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허공에 떠도는 '도'가 아니라 실생활에 적용되는 '도'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또한 '슬쩍 이런 것이지 않겠는가'라고 알려주기도 합니다. 또한 2부에서 언급되는 인간관계에 대한 노자의 지혜는 현대인들이 생활하면서 소홀하거나 잃어버리기 쉬운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겸손함, 순박한 마음과 귀담아 듣고 침묵을 지키줄 아는 지혜, 마음이 황폐해지는 것에서 벗어나 항상심을 유지하는 것, 선을 추구하고 행함 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강의의 '도'의 상징으로 제시된 '바다'의 이미지를 통해서 말하는 인간관계의 경지에 대한 언급 - 낮은 곳에 처함, 함이 없지만 하지 못하는 것 또한 없음, 도와주고 다투지 않음, 다투지 않고 잘 이김, 연약한 것으로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움으로 억센 것을 이김, 스스로 크다하지 않지만 위대함을 이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현묘함을 지님- 은 우리가 성공과 물질적인 풍요를 추구하며 사는 삶의 자세에 대해서, 그리고 그런 삶에 덕지덕지 붙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들과 경박함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반성하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노자의 사상이 물론 완벽한 것은 아닐 것이고 완벽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좀더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서는 스스로 연구하고 하나하나 삶에 적용해 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고, 노자의 사상이 가지고 있는 한계와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도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이 나를 비롯한 많은 읽는 이에게 반가움을 주는 이유는 아마도, 문자로 기록되어 대할 수는 있었지만 그 내용을 이해하고 싶어도 노자가 살던 시대와 현대라는 시간만큼이나 깊은 간극을 느꼈던 노자의 사상에 대해서, 우리 일상의 생활과 삶에 비추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게 해 주었다는 사실에 있을 것 같습니다. 더 깊은 이해와 실천을 위한 소중한 한 걸음을 마음 편하게 뗄 수 있게 해주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내게 큰 즐거움을 안겨 주었습니다. 

 '대장부는 그 두터움에 처하지 엷음에 처하지 아니하고, 그 실질에 처하지 화려함에 처하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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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전쟁 2 - 금권천하 화폐전쟁 2
쑹훙빙 지음, 홍순도 옮김, 박한진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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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적이 나를 이길 수 없도록 만들어 놓고, 적을 이길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린다" - 로스차일드 가의 경쟁전략 

  화폐전쟁 1권이 로스차일드가를 축으로 하는 국제금융재벌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과정과 행태에 대한 고찰을 통해 금권의 역사와 실제 세상의 모든 분야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설파하며, 중국이 세계의 중심으로 떠오르기 위해 무엇을 대비하고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의 물음을 던졌다면, 화폐전쟁 2권은 좀더 범위를 넓혀 더 광범위한 금융가문의 인맥을 찾아내고, 그들이 세계사의 중요한 고비마다 안보이게 끼친 영향에 대한 나름대로의 그럴 듯(?)한 연결고리를 찾아 파헤치고, 궁극적으로 그러한 금권을 지닌 세력이 미래에 획책하고 있는 세계 단일국가와 단일화폐를 위한 물밑 움직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세계사의 물밑에서 역사의 바퀴를 돌리는 음침한 세력으로서의 금권세력을 지목하고, 모든 것을 그들의 의도에 의한 것으로 몰아가는 음모론(?)적 시각은 여전하고, 거론되는 금권세력들의 수가 늘어났고, 그들의 음모와 영향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가 덧붙여지고. 그들이 획책하는 미래에 대한 음모에까지 이야기의 범위를 확장했다는 면에서 아마도 1권의 내용을 좀더 확장한 확장판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1권에서와 마찬가지로 2권에서도 저자가 세상사를 보는 기본적인 시각은 '금권을 지닌 자가 세상사를 철저히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독일과 영국, 그리고 프랑스와 미국에서 발원한 각개의 국제 은행 가문들의 시작과 세력의 구축과정을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들과 연관시키며, 모든 것이 그들의 음모와 술수에 의해서 발생하고 종결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혁명, 나폴레옹 전쟁, 비스마르크의 독일 통일, 파나마의 독립, 전후 독일의 하이퍼인플레이션, 히틀러의 집권, 핵무기 개발과정과 이스라엘의 건국 과정, 영국 정보국, 모사드, 미국의 CIA의 탄생과 성장, 우리에게도 아픔이 되었던 1997년 아시아의 금융위기, 그리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 이르기까지 세계사의 중요한 길목에는 항상 금권세력의 자신들의 이익과 세력을 키우기 위한 음모가 끼어들어 있었고, 그들의 영향력하에서 진행되고 마무리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우 흥미로운 부분은 책의 마지막 장에 담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막강한 금권세력이 꾸미고 있는 미래의 세계에 대한 청사진- 세계단일정부와 세계단일화폐- 을 구체적으로 시기까지 언급하며 기술한 내용인데, 아마도 시간이 흐른 다음에 나타나는 현실과 비교할 수 있는 때가 되면, 음모론이 가득하다는 의혹의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한 내용들과 시각의 타당성에 대한 하나의 척도가 되어 줄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사에는 일정한 형식과 근엄한(?) 시각을 가진 딱딱한(?) '정사'가 있기도 하지만, 그러한 형식과 시각을 비튼 나긋나긋한 '야사'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듣는 이에게는 야사가 실제 사실에 전하는 이의 상상과 꾸밈이 잔뜩 곁들여져 있기는 하겠지만 더 현실성 있게 다가서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은 아마도 좀더 인간적인 풋풋함이나 감정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야사'로 '정사'로 대체하려고 한다면 바람직하고 객관적인 역사의 서술은 불가능하게 되겠지요. -물론 '정사'를 기록한 시각에 대해서도 나름의 타당성에 대한 의문을 매번 제기하고 부족한 것들을 고쳐가야 하겠지만...-.  이 책에 대해서도 감수자나 번역자는 '사실(fact)에 허구(fiction)을 가미한 팩션(faction)으로 받아달라'거나 '학문적으로 보면 정사라고 보기는 어렵'고 '정사라는 뼈에 야사라는 살을 듬뿍 붙인것'이라고 자신들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공자가 아닌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는 저자가 말하는 여러 금융가문들에 대한 정보나 세계사의 여러 사건들에 대한 명확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이 책이 말하는 주장을 반증할 만한 능력이 충분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기에, 이러한 자각이 없는 상태에서 책을 읽게 된다면 마냥 저자의 주장에 빨려 들어가거나 아니면 무슨 이런 과도한 주장의 연장인가 하는 황당함을 경험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책에 있는 내용을 모두 믿는다면 읽지 않음만 못하고, 또한 모든 것을 거부한다면 이 또한 펼치지 않음만 못하겠지요. 그래서 여기서 다시 감수자와 역자가 제안한 다음과 같은 이 책 읽기에 대한 제안에 귀기울여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수자는,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여러가지 주장들을 사실인가 아닌가의 진위에 매달리기 보다는 개연성 내지는 가능성의 범주에서 이해하고, 큰 그림을 그려보는 자세로 접근하고, 저자가 말하는 여러가지 내용을 나름의 가상 시나리오를 그려서 예측해보기도 하고, 저자가 말하는 방식이 겉으로 드러난 사실의 이면에 감추어진 배경과 흐름에 초점을 맞춘 것이고 그러한 시각은 기본적으로 그러한 금융가문으로 대표되는 서방 선진국의 압박에 대해 새로이 일어서고 있는 중국이 어떤 대처를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역자의 경우도 이 책이 정사라기 보다는 야사에 가깝기는 하지만, 딱딱한 정사를 읽는 괴로움에서 벗어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흥미진진함이 가득한 것은 물론이고 정사에서는 쉽게 얻기 어려웠을 나름의 독특한 시각을 담아내서 우리에게 피와 살이 될만한 유익한 정보가 담겨 있는 소설같지만 정곡을 찌르는 나름의 진실이 담겨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감수자나 역자의 이런 언급은 아마도 이 책에 대한 극과 극의 반응에 대한 염려가 담긴 것으로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저자가 말하는 시각으로 서방 자본과 선진국들의 의도를 한번쯤 분석하고 우리가 처한 자리에서 해야 할 것들에 대한 대비책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 더 넓게는 중국과 일본 등 우리의 상대를 가늠하고 그들에 대해 스스로 준비하는 지혜와 행동이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자각..... 이런저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우리에게 쥐어주는 가장 큰 유익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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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8 제너시스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7
버나드 베켓 지음, 김현우 옮김 / 내인생의책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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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읽고나서, 문득 진화론에 길들여진 사람들-우리 과학교육에는 진화론 외에 대안은 없으니까-에게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진화의 산물인가, 창조의 산물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는 생각이 슬며시 듭니다. 진화론의 입장에서 본, 인류 행적의 전단계라고 여겨지는 호모 에렉투스-물론 호모 에렉투스와 호모 사피엔스는 전혀 다른 조상을 가지고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그런 정확함 보다는 일반적인 발달 또는 진화단계의 과정으로 단순화해서 생각할 때-의 입장에서 볼때, 그들을 압도하고 이 지구상의 패권자가 된 호모 사피엔스는 자신들의 진화된 모습으로 여겨질지, 아니면 자신들과는 전혀 다른 창조된 능력을 지닌 자들로 여겨질지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호모 사피엔스의 입장이라면 간단히 더 진화된 존재라는 가정에 만족할 수 있겠지만, 뒤처진 입장의 호모 에렉투스의 입장이라면 호모 사피엔스는 자신들이 진화된 모습이라기 보다는 자신들이 이룩하지 못한 능력을 부여받아 자신들을 초월한 새로이 창조된 존재처럼 느껴지지는 않을는지...... 그리고 그러한 관점을 유지한다면 모든 진화의 다음단계는 새로운 창조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진화의 정점에 있는 인류의 입장에서는 뒤돌아보는 발자취는 자신이 정점에 도달하기 위해 켜켜이 쌓인 흔적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고, 그러한 과거의 존재와는 다른 자신의 장점 또는 특징 등에 대해서 우쭐할 수도 있겠지만, 시간의 방향을 거꾸로 돌려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한다면 어디까지의 변화 또는 발전(?)을 자신의 연장인 진화된 존재로 인정할 수 있고, 어느 지점부터 자신과 전혀 다른 별종인 새로운 창조물로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주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하게되는 것은, 이 책을 읽고 빠져드는 인류의 미래에 대한 작가의 독특한 생각과 결말의 영향에 의한 것입니다. 인류의 뒤를 이어 이 지구상의 패권을 차지할 새로운 종이 탄생한다면, 그 존재를 인류의 연장선상으로 생각하거나 새로운 창조물로  생각하게 하는 기준을 현재 인류의 입장에서 어찌 말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조금 황당해 보이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그렇게 황당하게만  생각되는 의문이 아닙니다. 

 작가에 의해 그려지는 현세계 이후에 이어지는 지구는 전쟁과 질병으로 모두 파괴되고, 극단적으로 고립된 지역에서 외부와의 방벽을 쌓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외부와의 접촉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사람들을 가정으로부터 격리하여 플라톤이 말하는 이상세계와 같은 사회구조를 지향하여 노동자, 군인, 기술자, 철학자의 4계급으로 사람들을 구분하고, 각각의 계급에 걸맞는 교육과 사회적 직능을 수행하게 하고, 아이들은 낳자마자 부모와 격리되어 공동 양육되고, 연애는 허락되지만 결혼은 허가를 받아야 하고, 결혼하더라도 남녀는 따로 벌어들인 공유시간수당 외에는 자신이 속한 작업장에서 서로 떨어져 살아야 하는 사회를 이룹니다. 그러한 사회의 규율에 균열을 일으키는 존재가 외부인의 접근거부를 무시하고 자신들이 땅에 상륙하도록 도운 '아담' 포드이고, 사회의 노동자나 군인 계급의 잡무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진보된 로봇을 만들어 가던 중 탄생한 것이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지능을 가진 모델인 '아트'입니다. '아담'은 자신의 배반에 대한 처벌대신 '아트'의 진보를 위한 모델로서의 역할이 주어지고 24시간 아트와 함께 지내도록 배려(?)됩니다. 그리고 '아담'과 '아트'의 상호 소통속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 스스로 생각하고 배우는 아트와 같은 로봇과 인간의 차이점이란 무엇인가, 의식이란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등의 문제를 접하게 됩니다. 

 이러한 소설 속 이야기의 진행은 '아낙시 맨더'가 '페리클레스'라는 스승의 지도를 받아, 통치기관인 학술원에 들어가기 위해 시험관들 앞에서 4시간 동안의 대면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 담겨 있습니다. 공화국의 창립과 아담의 배반, 아트의 탄생과 아담과 아트의 탈출..... 그리고 이야기의 마지막에 암시되어 있는 그 이후의 세상..... 그 세상을 인류의 진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종의 탄생이라고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아담과 아트가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나누었던 논쟁만큼이나 이리 저리 생각할 구석이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는 제목에서처럼 아마도 그 세상을 창조로 말하고 싶어한 듯 하지만 말입니다..... 또 한가지, 재미를 위해서는 절대로 마지막 두세 페이지를 먼저 읽지도, 먼저 알려고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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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까? - 의사결정에 관한 행동경제학의 놀라운 진실
마이클 모부신 지음, 김정주 옮김 / 청림출판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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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서 우리에게 소개된 행동경제학은, 호모 이코노미쿠스로 표현되는 기존 경제학이 보여주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이고 이기적이며 비현실적인 인간의 모습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그 자리에 때로는 실수하고 엉뚱하고 일관성도 없으며 철저하게 이기적이지도 또는 이타적이지도 못한 현실에서의 모습을 그대로 되돌려준 경제학 분야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좀 다르게 말한다면, 경제학의 이론속에서 만들어지고 그 이론속에서만 살아있는 있는 인간이 아닌, 현실의 삶속에서 경제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탐구하는 학문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요즈음의 일반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행동경제학 관련된 책들은 단순히 전통 경제학의 가정에서 벗어난 인간 행동의 비합리적인 면에 대한 탐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연구로 밝혀진 인간의 비합리적인 경향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행동경제학이 현실적인 인간의 경제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탐구 및 반영을 기저에 내포하고 있는데서 기인하는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입니다. 이 책도 기존의 행동경제학의 여러 성과에 머물러 똑똑하지 못한 결정을 내리는 우리의 모습을 지적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그러한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함정(?)에서 피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는 면에서, 행동경제학이 우리의 생활에 한발 더 다가온 느낌을 줍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보여주는 것은 사람들이 판단할 때 저지르는 일반적인 실수들과 그러한 실수들이 발생하는 이유, 그리고 그러한 문제를 현명하게 다루는 방법들에 대한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실수한다고 할 때, 우리 삶의 영역이 다양한 만큼의 다양한 유형의 실수들이 존재하겠기에,  그러한 모든 일반적인 실수에 대해서 책 한권으로 모두 다룰 수는 없는 일이고, 저자 또한 이 책이 일반적인 실수에 대한 조사 연구서도, 하나의 큰 주제에 대한 설명서도 아닌, 자신이 투자할 때 경험했던 것들과 심리학과 과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유용하다고 느꼈던 것들에 관한 내용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실수에 대한 일반론을 담은 것이 아니라, 실수에 대한 현실적인 경험과 그러한 현실의 실수를 이해하고 대안을 찾기 위한 학문적인 배경을 모두 담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저자가 각 장에서 다루는 우리가 잘못된 판단에 이르는 것들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인 현실에서 파생되는 것들입니다. 현실에서 객관적인 시각보다는 내부관점에 빠져 긍정적인 착각이난 지나친 낙관에 의지해서 결정을 내리는 경우(1장), 기준점 설정이나 확증 편향, 각종 편견 등에 반영되는 터널비전의 함정(2장), 전문가들에 대한 무비판적인 신뢰에 대한 반증과 그러한 신뢰가 적절한 경우(3장), 의사결정에 미치는 상황의 힘(4장), 복잡계를 대할 때 저지르기 쉬운 전체를 부분의 합으로만 보려는 잘못(5장), 특성을 토대로 하는 결정의 취약성과 상황과 맥락에 따르는 것의 현명함(6장), 조직 내부에 있는 보이지 않는 작은 취약성에 의한 커다란 영향(7장), 실력과 운, 평균으로의 회귀, 그리고 후광효과의 영향(8장) 등은 우리가 현실 생활 속에서 매번 부딪히고 씨름하는 것들이기도 한데, 저자는 그러한 실수 유형들에 대한 대처법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읽는 이들에게는 실수의 유형과 이유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아마도 그 뒤에 제시되는 해결책들이 더 흥미롭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이 책이 다른 행동경제학에 관한 글들과 다른 가치를 가진다면, 아마도 저자 스스로도 자랑(?)했듯이, 실수라는 주제에 대한 관념적인 책이 아닌 각각의 실수 유형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행동을 제안하는데 있다고 하겠습니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사소한 결정과정에서 그럴 필요는 없지만, 위험부담이 충분히 큰 의사결정 과정에서 '두 번 생각하기' 의 가치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 생각하기'의 적절한 활용을 위해서는 '잠재적 실수에 관해 배워야 하고(준비), 그것을 상황 속에서 분별해야 하고(지각), 때가 되었을 때 궁극적인 판단력이 향상되도록(적용)'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준비와 지각과 적용을 위해서 저자가 강조하는 우리가 당장 다르게 해야 하는 -또는 실제 생활에 적용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권고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인식을 일깨우자 / 2.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자 / 3. 실력과 운의 역할에 관해 깨닫자 /  4. 피드백을 구하자 / 5. 체크리스트를 만들자 / 6. 사전분석을 실시하자 / 7. 자신이 알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자  

 '마음을 준비하고 맥락을 파악하며 올바른 기술을 사용하자. 그리고 연습하자.' 좀더 똑똑해진 나 자신과 그리고 '우리'의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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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란 남자들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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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담이 돕는 배필이 없으므로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을 깊이 잠들게 하시니 잠들매, 그가 그 갈빗대 하나를 취하고 살로 대신 채우시고,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에게서 취하신 그 갈빗대로 여자를 만드시고, 그를 아담에게로 이끌어 오시니, 아담이 이르되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 이것을 남자에게서 취하였은즉 여자라' 부르리라 하니라" -창세기 2:20b~23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 시몬 드 보부와르, <제2의 성> 

 남자는 남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남자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담이 자신의 늑골을 빼서 이브를 만들었다는 건 완전히 지어낸 말이며, 사실은 이브들이 훗날 아담을 만든 것이다. 자신들을 위해 - p153

 처음 창세기의 언급은 많은 사람들의 뇌리속에 진실로 각인된 남자와 여자의 관계에 대한 고전적인 생각일 것이고, 두번째의 시몬 드 보부와르의 글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차별당하는 존재였던 여성의 처지에 대한 자각 및 각성을 촉구하는데서 비롯된 아직도 여전히 남녀관계에 대한 하나의 틀로 받아들여지고 생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남성 중심주의적인 사고의 틀을 깨고 제3의 길을 주장하고 있으니, 바로 세번째 글에 나타난 인간의 근원은 여자이고 그로부터 만들어진 것이 남성이니, 결코 남성들을 우월한 존재나 근본적인 존재로 취급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저자가 자신의 주장의 근거로 삼고 있는 내용들의 시작은 과학의 발전과 궤적을 같이하는데, 안톤 판 레이우엔 훅(Anton van Leeuwenhoek)의 현미경의 발명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남성은 생명의 기본 사양인 여성을 변환시켜 만들어진 존재이다', '어머니의 유전자를 다른 누군가의 딸에게 전해주는 운반자, 지금 모든 남성들이 하는 일이 이것이다.' 아마도 이 책의 주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두가지 주장의 근거에 이르기 위해 저자는 현미경으로 처음 정자를 관찰할 수 있었던 레이우엔 훅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오로지 정자의 외양만을 관찰할 수 있었던 시대에서 시작하여, Y염색체를 발견한 네티 마리아 스티븐슨의 집념, Y염색체상의 남성화 결정 유전자의 발견을 위한 페이지 (ZFY 유전자 발견)와 굿펠로 (SRY 유전자 발견)간의 숨막히는 경쟁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통해 탄탄한 기초를 깔아놓은 뒤에, 저자는 남성과 여성의 수정란에서 시작되는 발생과정을 통해 생명의 기존사양이 여자인 이유와 남자들을 모자라다고 표현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여성의 몸은 모든 것이 갖춰져 있고 남성의 몸을 그것을 취합,선택 또는 변조한 것에 불과하다. 기본사양으로 구비되어 있던 뮐러관과 울프관. 남성은 뮐러관을 일부러 죽이고 울프관을 속성으로 성장시켜 생식기관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에 따르는 잔재주를 부렸다. 이리하여 소변을 위한 길이 정액의 통로를 차용하게 되었다. 또한 정자를 자궁으로 쏘아 올리기 우한 발사대가 방뇨를 위한 도구로도 사용되게 되었다. 여성은 절대로 무리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뮐러관은 그대로 자라 생식기가 된다. 여성은 뭔가를 죽이거나 하지 않는다..... 아담이 이브를 만든 게 아니다. 이브가 아담을 만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수컷)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아마 위의 두번째 주장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진딧물을 예로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암컷만으로도 자손을 효율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처녀생식 시스템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수컷에 의한 양성생식이 필요한 것은 처녀생식의 문제점, 즉 자신의 유전자와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자식밖에 생산해 낼 수 없다는 단점 때문입니다. 처녀 생식이 다른 존재의 도움없이 수시로 자식을 만들어 낼 수는 있지만 단일한 유전자를 가진 집단밖에 만들어내지 못함으로 인해 급격한 환경변화가 발생할 때, 새로운 형질을 만들어 낼 수 없는 이 시스템은 전멸의 위기에 노출되게 된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생명 유전자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남성(수컷)이라는 존재의 필요성이 생기는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즉 남성은 여성이라는 굵고 강한 날실을 연결해 주는 가는 씨실의 역할을 하는 존재, 어머니의 유전자를 다른 누군가의 딸에게 전해주는 운반자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징기스칸의 Y염색체를 통해, 자신의 주장인 어머니의 유전자를 다른 누군가의 딸에게로 운반하여 혼합하는 일이 Y 염색체의 유일한 유업임을 재차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남성이 그리도 오랜 시간동안 자신의 역할에 그리도 충실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여기에서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펼쳐나가는 저자의 또 다른 진면목을 볼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입니다. 남성은 기본사양인 여성의 불완전한 변조물이며 유전자의 운반자에 불과한데, 그럼에도 그러한 운반자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완수하며 여성을 섬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생물학자들은 생식행위와 연관된 쾌락을 언급하고 뇌과학자들은 쾌락 중추와 생식행위의 연관성으로 그에 대한 답을 대신하지만, 이 지점에서 저자는 왜 쾌락이 생식행위와 연관되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표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과학이 답을 시도하는 '어떻게(HOW)'의 영역을 넘어서 '왜(WHY)'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겠지만, 저자는 이 지점에서 과감히 자신의 생각을 펼쳐냅니다. 물고기가 물속에 있으면서 자신이 잠겨있는 매개체인 물을 의식하지 못하듯이 사람도 시간이라는 매개체에 온전히 잠겨 있지만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매개체를 깨닫기 위해서는 매개체와의 등속운동에 벗어날 수 있는 가속도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사람에게는 가속도를 느낄 수 있는 가속각이라는 여섯번째 감각이 분명이 존재하고, 가속각을 느낄 때 최고의 쾌감을 느낀다는 것, 사람이 순항하는 시간을 추월하기 위해서는 가속도가 필요하고, 가속되었을 때 시간의 존재를 깨닫는데, 그것은 최상의 쾌감이며 그것이 가장 직접적으로 삶을 실감하는 방법이라는 것, 그리고 바로 생존의 연쇄를 위해 유전자의 전달자로서 택함받은 모자란 남성이 자신의 책무에 충실하며 살도록 부여받은 것이 바로 가속각과 연결된 사정감이라는 것.....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은 결코 과학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삶과 생명체에 대한 애정어린 눈길 속에 깊은 숙고의 시간이 어우러진 생각들이라고 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P.S. 사람들이 사용하는 자동차 등의 기계류나 전자제품  등의 경우에는 기본사양에 여러가지 기능을 추가한 제품들을 더 고급스럽고 최신 제품이라고 여기고 더 많은 돈을 지급하여 구입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것을 예로 든다면, 저자가 말한 남자는 여자라는 기본사양의 급조된 변조품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남자가 불량품이 아니라면 진화된 더 최신 사양이라고 할 수도 있는 바, 최소한 더 나은 사양이라고 할 수는 없을지라도 모자라다고 까지 자학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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