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적평형 - 읽고 나면 세상이 달라져 보이는 매혹의 책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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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박사가 다람쥐와 사자를 교배해 스온은 만들었다. 스온은 다람쥐처럼 작고 귀여운 외모를 가졌지만 사자처럼 용맹하고 강했다. 이것을 보고 부러워하던 식물학 박사 친구는 포도와 멜론을 교배시켜 포론을 만들고자 결심했다. 멜론처럼 크고 과즙이 풍부하면서 포도처럼 풍성한 송이가 열리는 그런 과일을 말이다. 하지만 완성된 것은 포도처럼 작은 열매가 멜론처럼 조금밖에 열리지 않는 그런 식물이었다......p109, <스온>이라는 작품의 줄거리 

 저자가 4장에서 예로 든 이 이야기는 '<생명>이란 무엇인가' 또는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현대과학이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시각이 무엇인가에 대한 지적과 함께 생명이란 결코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라는 저자의 시각을 담고 있습니다. 데카르트가 생명현상을 모두 기계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 데서 비롯된 기계론적인 메카니즘으로서의 생명에 대한 이해는 물론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킨 것이 사실이고, 지금 우리 주변에서의 '미래는 생명공학의 시대'라고 외치기도 하고, '국가적으로 미래의 우리의 먹거리는 생명공학에 달려있다'고 공언하는 모습들도 결국 그러한 데카르트의 기계론적인 메카니즘에 함몰된 시각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명이란 여러가지 부품으로 이루어진 기계처럼 여러 세포와 장기의 합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접근하는 기계론적인 생명관이 밑바탕에 깔려있기에, 유전자를 특허화하고 장기를 매매하고 세포을 조작하여 줄기세포를 만들어 내려하고,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질병을 정복하려 하고 있기도 합니다. 결국 그러한 생명관이 효율적으로 장기를 이식하기 위해서 서둘러 죽음을 선고하는 법을 만들어내고, 줄기세포 확립을 놓고 선점 경쟁을 벌이는 식의 왜곡된 제도와 모습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현대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심결에 받아들이고 있는 이러한 데카르적인 생명관이 부분적으로는 많은 과학적인 발전과 이득을 가져왔을지는 모르지만, 결코 옳은 것이 아니라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질병을 극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닌 왜곡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생물과 무생물 사이>라는 이전의 책에서 저자는 이미 생명에 대해서 '자기 복제가 가능한 시스템'이며 '동적인 평형상태에 있는 시스템'이라는 정의를 내린 적이 있습니다. 20세기에 들어서  DNA를 발견하고 그 구조와 기능에 대한 탐구를 통해 생명의 자기 복제의 방식을 이해하게 되면서, 이제는 일반인들도 자기 복제가 가능한 시스템이라는 정의에 대해서는 어렵지 않게 수긍하고 알아들을 수 있는 개념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독자로서는 데카르트주의자들이 말하는 기계론적인 메카니즘으로서의 생명에 대립하는 개념으로 저자가 말하는 생명관을 이해하기 위해서 '<동적평형>이란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이해할 필요가 있겠는데, 저자가 말하는 이 책의 주된 논점도 그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자신의 우울한 보스 실리 박사와 바이오 벤처기업의 흥망이라는 머리말에서 시작하여 엔트로피 증대의 법칙과 생명의 노화와 죽음에 대한 마지막 부분의 이야기까지, 언뜻 서로 크게 연관이 없어 보였던 이야기들은 결국은 '생명은 동적평형을 유지하는 시스템'이라는 개념을 줄기차게 설명하고 이해시키기 위해 저자가 세밀하게 짜가는 직조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정란의 발생을 시작으로 생명현상을 따라간다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특정한 장소에서 특정한 타이밍에 여러가지 구조물이 발생하고 발달하여 서로 연결되고 기능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저자는 소화효소를 분비하지 못하게 만들어 영양실조를 유발하려던 생쥐가 아무런 탈이 없이 자라는 모습을 통해, 생명 현상이란 단순한 기계적인 조작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어떤 한 부분이 기능을 못하게 되었을 때 그에 대한 백업기능이나 우회도로를 통해 그러한 결함을 극복하는 기계와 다른 다이너즘 -유연성과 가변성, 그리고 전체적인 균형을 유지하는 기능을 지닌-을 지닌 상태로 표현하며 그것을 '동적인 평형상태'라고 부릅니다. 이와 일맥상통하는 생명현상의 동적 평형 상태에 대한 이해를 위해 중요한 부분은 '생명의 과정은 시간의 함수이며 그것을 거꾸로 되돌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일 듯 합니다. 즉 인간 게놈 계획에 의해서 알려진 약 2만 개의 유전자를 유전공학적으로 합성하여 섞는다고 결코 생명체가 될 수 없는 것은 바로 생명에 있어서의 시간 관념, 즉  '(생명발생과정의) 타이밍과 (생명을 이루는) 부품은 시간을 따라 조직화 되고, 각각의 시점에서 발생하는 그 모든 것은 그 순간에만, 단 한번 나타나는 현상이며 불가역적이다'는 사실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현재의 복제기술이나 유전공학은 이러한 생명의 시간함수라는 측면을 억지로 헤집어서 재프로그래밍을 하려는 시도이며 어디선가는 시간에 조작을 가한만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경고(?) 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동적평형에 대해 좀 더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가 음식물을 섭취하면 그 구성성분들은 분자단위로 분해되어 흡수되고 또다시 배설되기를 반복합니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는 이러한 분자의 유입과 유출과정을 통해서 유지되고, 분자적으로 본다면 우리의 몸은 수개월 전의 우리와 전혀 다른 존재가 됩니다.  분자는 환경에서 와서 한때 우리 몸에 머물다가 다시 환경속으로 분해되어 가는데, 그러한 과정도 우리 몸이 물을 담는 그릇처럼 일정 형태를 이루고 있는 상태에서 분자들이 관통하는 것이 아니라 엄밀하게 말하면 우리 몸자체도 '끊임없이 통과하고 있는' 분자가 일시적인 형태를 만들어 낸 것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명이란 바로 그러한 흐름 자체라고 할 수 있으며, 그것이 바로 '살아있다'고 표현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더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생명이란 시스템이 물질적인 구조 기반, 즉 구성분자 자체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이 유발하는 '효과'라는 사실과 그러한 생명현상이 지속가능하다는 것은 항상 움직이며 그 움직임은 '흐름', 혹은 환경과의 대순환이라는 고리안에 있어 환경과의 사이에서 일정한 평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시간과 흐름, 그리고 동적평형상태와 같은 말들이 저자가 말하는 생명현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단어들이고, 동적평형상태라는 말에는 이러한 시간과 물질의 흐름, 그리고 지속가능함 등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생명현상에 대한 단순한 이해보다는, 생명을 단순한 부품의 합으로 생각하는 현대의 기계론적인 생명관으로 인해서 잃어버린 것들, 또는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들을 다시금 되돌아보고 회복하는 것에까지 나아가는 것이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그러한 노력이 시대의 흐름이 되기 위해서는 이 책을 통해서 저자가 말한 것들에 대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사고의 전환과 노력과 과학적인 연구들이 뒷받침 되어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이 책의 생명에 대한 신선한 시각이  읽는 이에겐 생명이라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멋지고 아름답고 신비로운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고 있습니다.   

생명, 자연, 환경-거기에 살아 숨 쉬는 모든 현상의 핵심을 풀 수 있는 키워드, 나는 그것을 '동적평형(dynamic equilibrium)'이라 생각한다. 끊임없이 흐르면서 정교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 끊임없이 파괴하고 항상 재구축하는 것 외에 손상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생명은 그런 모습과 행동을 선택했다. 이것이 '동적평형'이다. - p21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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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 장영희가 남긴 문학의 향기
장영희 지음, 장지원 그림 / 샘터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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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무덤가에 서서 울지 마세요. / 나는 거기 없고, 잠들지 않았습니다. / 나는 이리저리 부는 바람이며 / 금강석처럼 반짝이는 눈이며 / 무르익은 곡식을 비추는 햇빛이며 / 촉촉이 내리는 가을비입니다. / 당신이 숨죽인 듯 고요한 아침에 깨면 / 나는 원을 그리며 포르르 / 날아오르는 말없는 새이며 / 밤에 부드럽게 빛나는 별입니다. / 내 무덤가에 서서 울지 마세요. / 나는 거기 없습니다. 죽지 않았으니까요. - 어느 아메리칸 인디언의 기도 

  몇해 전에 우연히 <문학의 숲을 거닐다>는 책을 대할 기회가 있었고, 당시까지 전혀 모르던 사람을 글을 통해서 만나는 기쁨이 있었습니다. 아주 어린 시절, 동네 한 모퉁이를 돌아서면 만나게 되던 낯익은 풍경과 다정한 벗들을 대하는 듯한 즐거움.... 사사로운 감정들을 모두 뒤에 두고 마음 편히 속닥거릴 만한 사람을 만난 듯한 편안함.... 그리고 내 삶에 따라 붙어 있던 소소한 것들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여유로움.... 아마도 이런 감정들이 뒤섞인 기쁨이었던 듯 합니다. 그리고 올 해에는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만났습니다. 작가의 죽음과 겹치는 이런 저런 것들 때문에 괜한 선입견에 멀리하다가, 계절이 두번 바뀌면서 마음이 달라져 읽었습니다. 화려함도 격렬함도 학문적인 심오함도 담겨 있지 않지만, 그 안에서 우리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과 세상에 대한 사랑과 긍정과 희망을 읽고서 내내 마음이 더 넓어지고 세상이 더 사랑스럽고 살만한 곳이다는 생각에 잠못 이루고 감사할 수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찌보면 인생에 대해서 그 어떤 책이 말하는 것도다 더 화려하고 격렬하고 심오한 이야기가 작가의 투명한 시선과 세상에 대한 관조를 통해 읽는 이의 마음에 그대로 전달되었기 때문이었겠지요. 이리 단 두권의 책을 통해서 만난 장영희라는 사람은, 비록 내가 얼굴을 마주대하고, 딱히 더 잘 알려고 노력한 적은 없지만, 책읽기를 통해서 만난 내 삶의 한 축을 위로하고 의미있게 만들어주는 사람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머리의 '어느 아메리칸 인디언의 기도'를 읽으며, 이 책에 정말 어울리는 글을 실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1주기가 된 지금, 많은 말과 칭찬과 추도사의 긴 행렬보다 이 기도문 하나로 더 많은 이야기를 작가와 나눌 수 있고, 또한 간직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여전히 삶의 소소한 것들에서, 아니 소소하다기보다는 내 삶을 이루는 각각의 조각들 안에 내 삶의 진실이 담겨 있음을 작가는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것들이 모여서 삶이 되고 인생이 되고 기쁨이 되고 사랑이 된다는 것을 내 귓가에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기도문 속의 인디언은 주변의 생동하는 자연이 곧 자신이라고 말하였다면, 책으로 작가를 만났던 많은 이들에게 작가는 여전히 그녀의 책을 통하여 우리들의 마음속에 남아있고, 살아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말할 것 같습니다. '나는 죽지 않았어요. 나는 내 무덤속에 있지 않답니다. 나는 나를 기억하는 여러분의 가슴속에, 여러분의 책장에 놓여있는 책속에, 그리고 여러분이 넘기는 책장속에, 여러분의 눈이 따라가는 내 이야기들 속에 있답니다....' 그리고 독자로서의 내게도,작가는 기억해야 하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여전히 내 손에 들린 책과 그 책속에 담기 이야기들을 통해서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생생히 살아있는 사람이랍니다. 아직까지는.....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기적이고, 나는 지금 내 생활에서 그것이 진정 기적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난 이 책이 오롯이 기적의 책이 되었으면 한다. -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프롤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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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는 회장님의 애완작가
리디 쌀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창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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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라도 다 돈으로 거래할 수 있다는 건 틀렸어. 아첨은 돈으로 돼, 알랑방귀는 돈으로 돼, 비위 맞추는 것도 돈으로 돼, 여자도 그래. 하지만 편한 잠은 돈으로 살 수 없어, 영혼의 평화도 안돼, 이런 빌어먹을, 우정도 안 된다고, 빌어먹을. 난 친구가 하나도 없어, 친구가 하나도 없다고. 삶과 죽음을 더불어 이야기할 친구가 한 놈도 없어....." p244, 토볼드 

 "나무의자에 앉아 나무들을 바라볼 수만 있다면, 그렇게도 단순한 기쁨없이 난 어떻게 살 수 있었을까? 난 더이상 두 다리로 길을 걸을 줄 몰라, 밤나무 냄새를 맡으면서 길 따라 걷는 행복도 더이상 몰라, 내가 어느 나라 출신인지도 모르고, 내가 어느 나라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빵값이 얼만지도 모르고, 배고프다는 게 뭔지도 모르고, 춥다는 게 뭔지도 몰라, 내가 아직도 이 세상 사람이긴 한가? 자기 집 문 앞에 앉아 있는 노인들도, 그 무릎에서 생각에 잠긴 고양이들도, 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갈돌과 나뭇가지로 짐짓 얌전하게 노는 아이들도 난 더이상 만날 수 없어. 죽음을 물리치는 이 자잘한 기쁨들 모두 난 이제 만나지 못해. 내가 미쳐가고 있나봐요, 엄마." - p249 토볼드 

 지상 최대의 부자 킹사이즈 햄버거 회장님 토볼드와 그가 주창하는 제3복음서-전기-를 집필하기 위해 -실제로는 받아쓰기 위해- 고용된 여류작가..... 이 소설의 근간이 되는 두 인물입니다. 빈민가에서 태어나 스트립쇼장을 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킹사이즈 햄버거를 창업하여 세상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고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자유시장주의를 전파하는 토볼드는 자신의 적을 가차없이 내치고,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그것이 무엇이든간에 쓸어내버리고, 돈의 전능함과 자신의 무소불위를 믿으며 제멋대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의 전기-소설속에서는 복음서로 이야기됩니다-를 받아쓰기 위해 고용된 소설 속 화자이기도 한 주인공은 고상한 문학의 숲에서 잠깐 외도를 하려다가 토볼드가 제공하는 물질적인 안락에 푹 젖어 반항하지 못하고 애완견처럼 꼬리를 흔드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그것들을 누리는 것에 영혼을 점령당한 작가입니다. 자신을 고용한 회장님의 천박함과 경박함에 몸서리를 치지만, 그가 제공하는 한번도 빠져보지 못했던 물질적인 안락함에 영혼이 질식하는 것도 잠시(?) 용납한다고 할까요..... 하지만 누구나 예상하듯이 잠시 용납하는 것은 자신의 의지로 조절할 수 없다는 말일 수도 있겠지요..... 

 앞에 언급한 두 문단은 회장 토볼드가 자신의 권력과 금권 앞에서 얼굴빛를 좋게 하던 이들이 실은 자신을 더러운 쓰레기 같이 증오하고 싫어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내뱉는 말들입니다. 정신과 의사의 말에 의하면 과대망상증의 부차적 증상인 '회한 망상'의 일종에 걸린 상태에서 내뱉는 세상 부러울 것 없었던 사람의 고뇌에 찬 되뇌임입니다. 지나간 시간들 속에서 우리의 선인들이 무던히도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깨우치곤 했던 세상에서의 삶의 가치와 의미에 대한 식견이 묻어있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물론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된 이슈는 이것이 아니겠지만, 읽는 독자로서는 이 부분이 그래도 제일 마음이 가는 부분중에 하나였습니다. 돈이면 다 되고,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모든 가치에 앞서가는 듯한 이 시대에, 그래도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우리 삶의 행복은 그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삶에서 중요한 것들은 그런 물질적인 것에 담겨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생생히 담고 있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야기의 나머지 부분은 토볼드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자선사업가로 변모를 하지만, 여전히 삶의 방식은 킹싸이즈 햄버거를 운영하던 때와 그리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다만 겉모양이 다른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던 것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주머니에 무엇인가를 집어 넣어주는 방식으로, 또한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고 거슬리면 치워버리던 무모함을 버리고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지만, 자선사업가-그에게는 이것도 사업의 일종입니다-로 변신한 킹싸이즈 햄버거의 회장은 여전 자신이 중심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자신의 방식으로 이윤을 추구하며 도움을 구걸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방식을 따르기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스스로 회장님의 애완작가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주인공은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회장님의 정서적인 몰락과 변화과정에서 영혼이 확 깨임을 당하는 듯 합니다. 자연스럽게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와서, 복음서 집필을 접고 이 소설을 통해 우리 사는 세상을 좌충우돌 신나게 깨부수며, 주인공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안에서도 남몰래 기회를 엿보고 있을 속물근성이나 없어서 그렇지 많이 가졌다면 결코 마다하지 않고 물질만능주의에 찌들 각오가 되어 있을 우리 영혼의 가벼움을 신랄하게 지적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아니 그보다도 더 솔직해지자면, 우리 영혼 대부분은 끝내주는 회장님을 알아서 모시게 된 주인공 애완작가처럼, 남들이 눈치채지 못한 자신만의 끝내주는 회장님을 모시고 그의 목줄에 스스로 목을 걸어매고 순종하며 살고 있는 길들여진 존재인지도 모를 일이니, 냉정하게 자신을 한번 쯤 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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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은 없다 - 투명인간, 순간이동, 우주횡단, 시간여행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미치오 가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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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보다 백만 년 앞선 문명이라는 것이 대체 어느 정도로 발달한 문명인지 감이 잡히는가? 지구에서 라디오망원경은 불과 수십 년 전에 처음으로 만들어졌으며, 지구에 기술문명이 싹튼 것도 기껏해야 수백 년밖에 되지 않았다. 따라서 지구보다 수백만 년 앞선 문명인이 우리와 마주친다면, 그들은 마치 우리가 원숭이를 대하듯이 바라볼 것이다. - p23, 칼 세이건 

 우주를 나는 우주선에서 광선포가 뿜어져 나오고, 사람들은 광선총을 쏘아 대는 장면은 이젠 SF 영화에서는 먼지가 쌓인 구식이 되어버린 면이 있습니다. 공간이동을 하고 광속으로 우주를 날아가는 장면도 흔한 이야기의 하나가 되었고, 영화 속에서는 인간과 비슷한 로봇이나 외계인이 스스럼없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해리포터에 나오던 투명망토는 머지 않아 세상의 현실이 될 것처럼 매스컴에 이런 저런 기사가 소개되기도 했고, 아직도 여기저기서는 영구기관을 만들었다거나 거기에 필적하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기관을 만들었다고 사기(?)를 치는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과학이라는 바다에 인간의 무궁한 상상력이 덧씌워진 이러한 것들은 진실여부를 떠나서 그것을 보거나 듣는 사람을 즐겁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그것이 현실이 아니더라도 영화속에서 또는 상상속에서는 현실처럼 작동하면서 또다른 세상에 대한 꿈을 꾸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움 주는 것들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스타워즈>나 <스타트랙> 등과 같은 공상과학영화 속의 미래에 나오는 이러한 여러가지 상상의 결과물들에 물리학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고 그것이 과연 영화속에서처럼 미래에 실행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고 있습니다. 가능성과 불가능에 대한 판단은 저자 개인의 주관이 좀더 강하게 작용하는 부분이기는 하겠지만, 우리가 생각으로만 상상하는 것들에 대해서 저자는 현대 물리학의 여러 분야의 발전 가능성과 과학적으로 타당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으로 그것들의 실현 가능성을 찾고 있기에, 훨씬 더 현실적인 답을 추구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그러한 것들이 현실성 있는 것들인가에 대해서 읽는 이로 하여금 더 과학적인 근거위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면이 있음을 인정해야 하겠습니다. -물론 저자는 쉽게 쓴다고 했겠지만, 이해하기 위해서는 머리를 좀 싸매야 하는 부분들이 상당히 있다고 해야 겠네요.^^- 저자는 불가능의 정도를 세가지 부류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는데, <제1부류 불가능>은 당장은 불가능하지만 물리학의 법칙에 위배되지 않아서 21-22세기 안에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들입니다. 영화에서 보던 보호막으로 쓰이던 역장, 투명망토 등의 투명체, 레이저 빔이나 광선총 등의 무기, 바이러스 등의 간단한 물질의 공간이동, 텔레파시, 염력, 인간과 같은 로봇, 외계인 과 UFO와의 조우, 우주선, 반물질 엔진 등이 저자가 생각하는 1부류 불가능에 속합니다. <제2부류 불가능>은 물리법칙에 위배되는지 불분명한 것들로, 위배되지 않는다면 수천 내지 수백만 년 후에 실현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는 것들로, 시간여행, 사람의 공간여행, 평행우주의 발견 및 웜홀 등을 이용한 타임머신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제3부류 불가능>은 물리학의 법칙에 위배되는 것들로 물리학의 근본이 바뀌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되는 것으로, 저자는 영구기관과 예지력을 들고 있습니다. 결국은 우리가 영화 속의 일이라고만 상상하는 것들이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 후에는, 우리 후손들 중의 누군가는 그것들을 일상에서 누리고 살 수 있으리라는 이야기인데, 그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카락이 쭈뼛거리는 듯 합니다. 

  거꾸로 돌아보아,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일상 속에는 지금부터 백여년전의 사람들이 상상하지도 못한 것들이 가득합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서 원시시대로 돌아간다면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현재의 가능한 범위에서 우리가 미래를 상상하고 미래세계를 그린다는 것 자체가 별의미가 없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러시아의 천체물리학자 니콜하이 카르다셰프는 에너지 소비량으로 외계문명의 수준을 다음과 같이 분류했다고 합니다.(p235-236) I단계 문명은 행성에 전달되는 태양열을 100% 활용하고, 화산에서 분출되는 에너지늘 활용하고 날씨를 조정하며 천재지변을 제어하고 바다에 도시를 건설할 수 있는 문명, II 단계 문명은 태양에서 방출되는 모든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고, 그 양이 I단계 문명의 100억배에 달하고, 모행성이 파괴되더라도 다른 적절한 행성을 찾아 이주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문명, III단계 문명은 은하 전체의 에너지를 활용하는 문명으로 II단계 문명의 100억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사용하고, 수십억 개의 태양계를 식민지로 거느리고, 블랙홀의 에너지도 이용할 수 있고, 은하 모든 곳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문명을 말합니다. 한 문명의 에너지 사용량이 매년 수 %씩 증가한다면 수천~수만년 이내에 다음 단계 문명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했다는데, 지금 우리의 수준은 0단계라고 합니다. 물론 여기서 각 단계의 문명에 대한 정의 또한 '존재한다면'의 가정으로 만들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그 규모와 발전 단계를 상상해 본다면, 지금 우리의 모습은 칼 세이건의 말처럼 그들이 보기에는 우리가 지금보는 원숭이보다 더 나을 것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아마도 지금 우리의 과학문명의 한계 안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시간이 충분히 흐르고 더 많은 비밀스런 것들이 알려지고 나면 훨씬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들이 되어 있을 것이고,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한 것들은 더 많이 등장하겠지요. 동굴 속에서 살던 우리의 옛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것들이 여전히 현실보다는 상상의 세계에 속하는 것이고, 이 책처럼 과학적인 바탕위에서 공허한 몽상과 실현 가능성이 있는 상상속의 현실을 구분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지금까지의 여러 책들이 과학이라는 학문을 통해서 현재의 세상을 설명하고 이해하는데 기여 했다면, 이 책은 눈길을 미래로 돌려 과학이 미래에 이룰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현실감 있는 상상을 할 수 있게 한다는 데 커다란 매력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붙임- '4장 공간이동' 편에서 공간이동에 관한 최초의 기록을 성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인용한 신약성경의 사도행전 8장 36-40절의 이야기에서 에티오피아의 내시에게 성경을 풀이해준 인물은 '베드로'가 아니라 '빌립'인데, 어디선가 잘못된 것 같네요. 그리고 그 부분을 공간이동이라는 측면을 고려하며 읽으니 -문자적으로만 이해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또한 그럴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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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asure for Measure (Paperback, Reprint)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Barbara A. Mowat 외 엮음 / Simon & Schuster / 1997년 12월
6,000원 → 5,400원(10%할인) / 마일리지 2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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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ry VI. Part 2 (Paperback, Reissue)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Barbara A. Mowat 외 엮음 / Simon & Schuster / 1998년 3월
4,800원 → 4,320원(10%할인) / 마일리지 2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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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ry IV (Paperback, Reissue)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Barbara A. Mowat 외 엮음 / Simon & Schuster / 1999년 3월
6,000원 → 5,400원(10%할인) / 마일리지 27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4월 3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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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mlet (Mass Market Paperback)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 Washington Square Pr / 2003년 7월
9,800원 → 6,370원(35%할인) / 마일리지 130원(2%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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