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도 괜찮아 -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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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이라고 하면, 개인적으로는 무언가 대단한 것에 대해 언급하고 대단히 현학적인 말이나 글로 표현하고 대단한 행동이 필요한 것처럼 느껴지는 면이 있습니다. 아마도 나와 비슷한 평범한 이들의 마음속에는 이와 비슷한 감정이 숨겨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에 교육감 선거를 통해서 진보적인(?) 분들이 여럿 당선되면서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 논란이 된 '학생인권'이라는 것도 뭔가 대단한 것을 말하는 것 같고, 또한 그것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대단한 행동을 해야 하고 특별한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나이가 어느정도 든 세대에게는 권리를 찾는 것, 또는 누군가의 권리가 인정된다는 것은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서 독재권력에 맞서 피를 흘리던 시절의 기억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그러한 기억이 결국 인권이라는 말에 그러한 대단한 것이라는 생각과 부담을 덧씌워 놓은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부담스러움을 말하는 것이 여러 부류의 사회적인 약자들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것의 가치를 폄하하는 생각에서의 표현은 아닙니다.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이니 권리, 자유를 언급할 때, 우리의 의식 또는 무의식 속에 담겨 있는 인권이란 뭔가 대단한 것이라는, 그리고 뭔가 대단한 변화를 가져와서 불안함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그러한 사고방식이, 대화를 통해 서로를 쉽게 용납하고 인정할 수도 있는 사실에 대해서 다수자 또는 권력을 지닌 편에서 너무 경직되고 완고한 자세를 취하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입니다. 물론 자신들의 기득권이 더 중요한 이유일 수도 있겠지만,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그런 식의 심리적 장벽이 인권의 문제를 다룰 때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저자가 그런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어서였는지, 이 책에서는 '인권'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엄숙하고 딱딱한 법이나 철학적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고 우리가 훨씬 쉽게 받아들이고 다가설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인권의 정신을 예수님이 말씀하신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는 것'으로, <앵무새 죽이기>의 주인공 애티커스 핀치가 말한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인권이 출발점이 내가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는 것이고 상대편의 입장에 서보는 것이라는 말은 어렵게 대단한 일을 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던 인권에 대해서 우리가 훨씬 부드럽게 다가 설수 있는 것, 내가 하는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도 있는 것, 그리고 매일 매일의 내 생활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라는 말과 다름이 없다고 하겠습니다. 한편으로는 제도적인 틀이 중요하지만, 더 궁극적으로는 우리 삶의 자세와 태도와 관계된 문제라는 말로도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내 아이들이 학교에서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받고, 장애인들이 선진국처럼 차별없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고, 노동자들이나 사회적 빈곤층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받지 않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리를 온전히 주장하고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다는 것은 분명 우리 사회의 대단한 변화를 의미하지만, 그러한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는 힘은 사회 구성원 각각이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대로 남을 대접하고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는 아주 단순하지만 성숙하고 고귀하기도 한 삶의 자세를 익히고 실천하는 데 있다는 말은 결국 국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사회 구성원 각각의 성숙한 삶의 태도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더 비약하자면 사회 각 구성원의 삶의 성숙도가 곧 한 사회나 국가의 인권지수라고 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인권에 대한 이야기는 크게 청소년 인권, 성소수자 인권, 여성과 폭력, 장애인 인권, 노동자의 차별과 단결, 종교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검열과 표현의 자유, 인종차별의 문제, 제노싸이드의 9가지 문제에 대한 것입니다. 모두가 한두번은 우리 사회의 커다란 논쟁거리가 되었거나 매스컴의 많은 관심을 끌었던 사안들이기도 한 이 주제들은 한편으로는 세상사람들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의견과 생각이 있을 수 있는 것들이기도 합니다. 각자가 처한 입장에 따라서,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따라서, 교육받은 환경이나 자란 환경에 따라서 매우 다양한 의견들이 있을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성수자 인권과 종교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무척 완고한 편이고, 나머지 주제에 대해서도 저자가 말하는 정도까지의 권리의 허용에 대해서는 상당한 거부감이 있는 문제들도 있는데, 저자는 이러한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의견의 대립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앞에서 언급한 두가지 정신외에 서로 대립할 때는 '약자의 입장에서 우선'이라는 성숙함을 요구합니다. 다수자나 권력이 있는 이들에게는 단순한 불편함이나 거부감으로 끝나는 문제들이 소수자나 약자들에게는 삶과 죽음의 문제에 이르게 하는 심각함을 지닌 문제가 될 수 있음을 고려한다면 일리가 있는 의견입니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인권에 대한 문제들은 포괄적인 삶의 자세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현실의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한 나 자신의 성숙함 또는 건강함에 대한 질문도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스로 느끼지 못했던 내가 처한 자리에서의 무감각하고 개념없음에 대한 부족함을 느끼게도 만듭니다. 저자가 말한대로 내 주위에 없기 -없다고 믿기- 때문에 쉽게 이해되지 않는 성적소수자들, 아주 자랑스럽게는 아니지만 그래도 군말않고 남자답게(?) 다녀온 군대에 대한 기억으로 인한 것일 양심적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상당히 완고한 생각은 분명 역지사지하는 자세,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대로 남을 대접하고자 하는 자세에서 나오는 것은 아님이 분명합니다. 저자의 의견처럼 이런 문제들이 매스컴을 통한 이슈가 아닌 내 이웃이나 동료, 가족의 문제였다면 훨씬 더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취하였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들을 먼저 배려하고 그들의 입장에 서서 생각할 수 있었을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권에 대한 여러 문제들은 여전히 나의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대단한 문제들로 생각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한 내게 이 책을 통해 저자가 가르쳐주는 아주 단순한 사실은, 나의 일상에서 내가 대접받고자 하는대로 남을 대접하기를 힘쓰는 것,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문제를 바라보는 태도를 가지는 것, 그래도 이해가 안되고 무시하고 싶을 때는 약자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매스컴을 오르내리는 인권문제가 대단해 보인다면 내 삶속에서 이런 태도로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를 비롯한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자세로 살려고 노력한다면,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기대하는 더 건강하고 바람직한 우리 공동체에 대한 소망이 훨씬 더 현실에 가까워지는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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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 민음사 모던 클래식 29
알레산드로 보파 지음, 이승수 옮김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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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스코비츠와 그의 여자 친구 -또는 부인- 리우바, 그리고 친구 로페즈, 페트로빅, 주코틱과 라라가 등장하는 스무편의 짧은 이야기..... 하지만 이 소설에는 형식과 전개 방식에서의 뚜렷한 특색이 있습니다. 기존의 소설이 일반적으로 고정된 등장인물 -때와 장소에 따라 여러 사람이 번갈아 등장할 수도 있겠고, 반드시 주인공이 사람이 아닐수도 있지만^^- 에 대한 시간과 공간 또는 심리적인 변화 등을 기반으로 형성된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반면에,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비스코비츠와 그의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초지일관 유지되는 것은 이름과 이야기에 등장하는 역할의 중요함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 이야기에 등장하던 비스코비츠는 뒤따르는 이야기에서는 더 이상 앞에서 언급된 비스코비츠가 아니고 그의 동료들도 더 이상 앞 이야기의 그들이 아니니까요. 처음에 비스코비츠는 겨울잠쥐로 등장해서 들쥐로서의 꿈과 욕망을 간직하며 살아가지만, 뒤따르는 이야기에서는 느림보 달팽이로, 그리고 이어서는 사마귀와 되새 등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바꾸어 가며 등장하고..... 마지막에서는 세균에서 진화해서 완성된 동물로 등장하기에 이릅니다. 스무편의 이야기에 스무가지의 동물의 모습으로 등장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각각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비스코비츠는 일관된 정체성을 가진 존재라기 보다는 자신의 모습이 된 각각의 동물의 생태에 얽매이고 충실하게 적응하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사마귀로 태어난 이야기에서는 사랑의 결말로 여느 수컷 사마귀처럼 암컷에게 잡아먹히고, 되새가 된 이야기에서는 결혼하기 위해서 집을 만들고 결혼해서 알 -새끼-을 가지게 되지만 뻐꾸기에게 당하는 모습으로, 상어로 등장한 이야기에서는 자식에게 잡아먹히고, 전갈로 등장한 이야기에서는 꼬리와 집게로 살생을 밥먹듯이 저지르는 독곤충의 모습 등 각각의 동물의 생태에 충실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물론 자웅이체 번식을 거부하고 자웅동체 번식을 이루어내는 달팽이, 자신의 약점을 권력을 잡기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개미, 춤을 통해 부와 권력을 거머쥐는 돼지, 재산을 모으고 권력을 탐하는 쇠똥구리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 등에서는 동물의 생태를 따르기는 하지만 사람들의 생태(?)를 그대로 옮긴듯 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구성의 특이함과 이야기들의 독립성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들을 한권의 소설로 다 읽고 책장을 덮는 순간, 스무개의 이야기를 읽은 혼란스러움보다는 무언가 이야기들의 일관된 주제를 느끼게 되는 것은 아마 개인적인 느낌만은 아닐것 같습니다. 이솝 우화를 읽고 뭔가 교훈적인 가르침을 얻었다는 듯한 느낌과 비슷하기도 하지만, 분명 의인화된 동물을 통해서 눈에 보이게 사람들을 가르치려는 우화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고, 동물들에 대한 매우 세밀한 생태를 표현했다는 사실감으로 인한 호소력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지만,  그 부분도 이 소설의 특징이라고 할수는 있겠지만 뭔가 그럴 듯하다는 느낌의 본질은 아닐 것 같습니다.....  

 ..... "장하구나, 너는 이제 동물이다. 하지만 아직 네게는 배울 게 남아있단다." "....?" "죽음이다, 비스코." "농담하지 마세요." "이제 너는 병원체가 아니다, 비스코. 동물은 죽는단다."  "잠깐..... 모든 걸..... 단념하는 건가요?" "그래, 모든 것을."..... 세균에서 시작하여 동물로 진화하여 진짜 생명의 시작에 대한 기대를 품는 순간, 비스코비츠에게 어떤 목소리는 '너는 동물이고 아직 배울게 남았는데, 그것은 바로 동물은 죽는다는 것, 모든 것을 단념해야 하는 순간이 닥칠 것이라는 사실'임을 가르치며 이야기는 끝나고 있습니다. 황홀한 사랑을 꿈꾸던 겨울잠쥐 비스코비츠도, 자웅동체의 사랑을 이룬 달팽이 비스코비츠도, 부와 권력을 이룬 돼지 비스코비츠도, 되새와 상어와 사마귀와 쇠똥구리의 모습을 가졌던 비스코비츠도 결국을 죽는다는 것, 죽음이란 결국 후손을 통해 하나의 종으로서의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는 하겠지만 개체로서의 단절, 자신의 능력으로 어찌하고자하는 모든 욕심과 행위와 의도를 단념하고 태어났던 자연의 일부로 되돌아간다는 사실에 대한 이러한 일깨움은, 땅 위 한구석을 차지하며 살 수 있었던 생명체로서의 의미와 한계를 깨닫고 감사하고 겸허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우는 것은 아닐는지..... 여러 동물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비스코비치를 통해서 표현된 우리의 일상속에 담긴 다양한 삶의 모습과 '결국 죽는다'는 마지막의 대화속에 담긴 일깨움을 통해서 마주하게 되는 지극히 단순하지만 철학적이기도 한 '난 누구일까?'라는 의문은 작가가 비스코비츠를 통해서 우리에게 던지는 궁극적인 질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 ..... 한데 네 이야기를 읽고 있는 이 사람은 누구지?' .....' 비스코비치! 난 누구일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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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가격 - 뇌를 충동질하는 최저가격의 불편한 진실
엘렌 러펠 셸 지음, 정준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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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까지도 우리나라의 할인마트 간의 최저가격 경쟁이 여기저기 요란스럽게 회자되던 기억이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뭔가 꺼림칙함이 있기(?)는 하지만 여하튼 더 싼 가격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한 지역에 대형 마트가 들어설 때면 어김없이 지역 중소상인들의 몰락이 논쟁거리가 되고는 하지만, 일단 들어서고 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싼 가격에 여러가지 물품을 한꺼번에 구입할 수 있는 대형할인마트가 더 편리하고 저렴하여 발길을 그리로 돌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같은 값이면 가까운 가게를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확연한 가격차이를 느끼게 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당연히 싼 가격을 찾아서 조금 더 시간이 드는 것도, 카트를 밀며 일일이 물건을 찾아다녀야 하는 불편함도 개의치 않고 대형할인마트를 찾아 갑니다..... 옛말에 '싼 게 비지떡'이라고는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과일이나 야채 등의 몇몇 상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상품이 똑같은 모양의 똑같은 회사 제품들로 보이기에, 반드시 싼 것이 비지떡이라고 생각되지도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 말이 부분적으로는 사실일지 몰라도, 적어도 '가격대비 만족도'라는 측면에서는 하나도 문제가 되지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말입니다..... 

 우리가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대형할인점이나 이제는 일상화 된 백화점들의 세일 등이 하나도 문제가 되지는 않아 보입니다. 오히려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로 보일 뿐..... 하지만, 문제점의 하나는 우리가 항상 소비자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 시작되는 듯 합니다. 소비자로서 행세하기 위해서는 돈을 마련해야 하는 노동자이고, 자신이 사는 지역이 경제적으로 탄탄하게 유지되기를 바라는 한 지역사회의 구성원이기도 하고,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노력한 것에 합당한 대접을 받으며 사회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한 가족의 부모 또는 자식이기도 하다는 데에서, 더 저렴하게 물품을 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좋은 일인 것만은 아니라는 진실에 다가설 수 있는 틈을 발견하게 됩니다. 저렴한 가격에 이끌려 사는 우리의  모습이,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처럼 우리가 싸게 산 물품을 허망하게 버리게 되는 것에서 끝난다면 다행이겠지만, 단지 물품 하나를 버리는 식의 단순한 문제가 아닌, 훨씬더 심각하고 치유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지적과 문제의식, 그리고 그러한 현대의 경제구조와 소비문화에 대한 위기감..... 바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입니다. 우리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노동자이기도 사회와 가족의 구성원이기도 하다는 사실과 우리의 그러한 위치가 싼 가격의 물품들이 공급되는 현재의 경제구조와 맞물려 어떻게 몰락하고 있는지에 대한, 어찌보면 냉정하고 섬뜩함을 담은 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대에서의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은 단순히 상품하나로 끝나는 문제가 아닌 한 개인의 삶 자체를 헐값의 노동자로, 절망의 나락으로 밀어 넣을 뿐 아니라, 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음을 저자는 냉정하게 짚어나가고 있습니다. 

 포드는 자신의 자동차 공장에서 자동화와 분업화를 통해서 대량생산에 성공하면서 더 저렴한 가격의 자동차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성공을 통하여 자신의 직원들이 자신이 만든 자동차나 주위의 노동자들이 만들어 낸 물건을 구입할 수 있을 만한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였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의 저렴한 가격은 분명 소비자이자 노동자이기도 하고 한 사회의 구성원이자 한 가족의 구성원이기도 한 우리들에게 긍정적인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싼 게 비지떡'인 경우가 아니라 '창조적인 혁신'의 경우에 해당될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현대사회에 만연해 있는 저렴한 가격에는 이러한 창조성이 결여되어 있음을 지적합니다. 현대의 저렴한 가격은 세계화를 통한 저렴한 노동력의 공급, 물류 수단의 발달, 대량 구매와 생산을 통한 원가 절감 등에 기인합니다. 물류 기술의 발달은 어디에서 물건을 만들든지 저렴한 가격에 옮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것은 곧 지구상 어느 곳에선가는 더 싼 가격에 물건을 공급할 수 있는 노동력을 찾아내어 생산시설을 그리고 옮길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한 저임금 근로자의 등장은 당연히 소비여력을 가진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근로자의 입지를 악화시키고, 더 낮은 임금이나 더 열악한 근무환경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또한 대량생산과 대량구매는 물건값을 싸게 할 수는 있지만, 생산자나 제조자보다는 유통업자 -대형마트나 할인점-에게 가격의 결정권을 행사하게 만들어, 결국 가격에 밀려 물품의 질을 보장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육류나 곡식, 채소 등의 대량 생산에는 전염병의 발생과 항생제 또는 농약의 무분별한 사용, 노폐물의 발생 및 영세농의 몰락, 과도한 정부 보조금의 지급 등의 또 다른 문제들을 내포하기도 합니다. 결국 우리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저렴한 가격이라는 유혹 속에는 우리 삶을 안보이게 갉아먹는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가 숨겨져 있다는 것입니다. 포드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자동차를 가질 수 있는 창조적 혁신을 선물했지만, 현대의 저렴한 가격은 그것에 취한 소비자들에게 더 열악한 노동을 강요하는 창조적 파괴(?)의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저렴한 가격..... 이 책을 읽노라면 분명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이득'이지만,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그것을 '손실'이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저렴한 가격의 한 근간이 된 세계화의 의미는 다른 곳에서는 더 싼 가격에 비슷한 제품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더 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들과 우리가 경쟁해야 된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곧 생산수단을 소유하거나 유통조직을 장악하고 통제할 수 있는 몇몇은 천문학적인 부자가 될 수 있지만, 평범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은 더 빈곤해지고 열악해 질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결국 '싼 것'을 계속 고집하는 것은 나와 우리 지역사회가 결코 건강하게 유지될 수 없고, 우리 후손들의 밝은 미래를 이야기 할 수도 없다는 것을 저자는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책을 읽고서 저렴한 가격에 대해 치뤄야 할 대가를 생각하고 현실에서 톡톡히 치르고 있음을 느끼기도 하겠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대형 할인마트를 찾아 나설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같은 진열대의 저렴한 가격 상품에 마냥 유혹되지 않고, 적정한 가격의 적정한 품질을 지닌 물품에 눈길을 한 번 더 주고 그런 제품의 가치를 이젠 인정할 수 있는 여유를 지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멀리 내다본다면 더 큰 변화가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저렴한 가격을 찾아나서는 행위의 결과에 대해서 자각하고 있다는 사실이 복잡하게 얽힌 듯한 이 문제의 해결의 시작점이 될 수는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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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 절대적인 자유를 꿈꾸다 - 완역결정판
장자 지음, 김학주 옮김 / 연암서가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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昔者莊周爲胡蝶, 栩栩然胡蝶也. 自喩適志與, 不知周也. 
俄然覺, 則籧籧然周也. 不知周之夢爲胡蝶與, 胡蝶之夢爲周與. 
周與胡蝶, 則必有分矣. 此之謂物化.

(옛날에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었다. 그는 나비가 되어 펄펄 날아다녔다. 자기 자신은 유쾌하게 느꼈지만 자기가 장주임을 알지 못하였다. 갑자기 꿈을 깨니 엄연히 자신은 장주였다. 그러니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었던 것인지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되었던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장주와 나비에는 반드시 분별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것을  '만물의 조화'라 부른다.) -p98-99, 제2편 齊物論 중에서
  

 物我一體 (물아일체), 無爲自然 (무위자연)은 위의 호접몽(胡蝶夢)의 내용, 그리고 더 나아가서 장자의 사상을 표현하는데 가장 적절하게 그리고 많이 사용되는 한자성어인 듯 합니다. 노자의 '도道'에 대한 생각에 '무無'의 개념을 더욱 강조하여 '무아 無我', '무대 無待 '의 경지까지 확장하여, 모든 인위적인 것을 배제하고 아무런 작위도 없는 무위의 경지에서 인간과 자연의 완전한 합일을 통한 완전한 자유, 절대적인 자유를 꿈꾸었던 사상가..... 이 책에 대한 해설과 여기저기 뒤적이며 장자의 사상에 대한 설명을 찾아 읽는다면, 아마도 이런 정도로 그의 사상을 간단히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책을 세밀하게 읽고 스스로 내린 결론이 아니라, 막상 읽으려고 하지만 내용이 막연한지라 미리 저자와 다른 사람들이 정리한 내용을 예비지식 삼아 미리 이해를 하고 읽을 요량으로 본격적으로 읽기전에 이리 정리를 해 보았습니다.  

 33편(내편 7, 외편 15, 잡편 11)의 이야기를 통해서 반복되는 '아무것도 하지 아니함', '본성대로 살아감', '자연과 하나됨' 등은 얼핏 이해한다면 우리가 사는 매일의 삶 속에도 담겨 있는 태도들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일상에서 받아들여 이해하는 방식과는 매우 다른 측면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매일의 일상을 바쁘게 살아가면서 가끔씩 핑계를 대듯이 '아무것도 아니하고 본성대로 살아가며 자연과 하나되겠다'는 도피하는 식의 태도는 또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스스로를 위해 무언가를 할려는 작위(作爲)에 해당되는 것이지 결코 장자가 말하는 식의 무위자연하는 모습은 아닐테니  말입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장자의 사상을 통해서 현대인과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 또는 대안을 찾아 나선다는 것도, 현대사회를 이루는 근간 자체를 앞에 두고 고민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장자의 사상을 하나의 방편으로만 삼는 것이겠기에, 장자 사상의 진정한 알맹이는 빼고, 속살 조금과 껍질만 취하겠다는 태도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이해는 아주 단순하게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오류일 수 있으니, 또다른 장자 연구서들을 통해서 한번쯤 되집어보고 싶은 부분입니다.  

 이 책의 구성은 내편 7, 외편 15, 잡편 11, 총 33편의 글을 한글번역, 원문, 해설의 순서로 싣고 있습니다. 각각의 이야기는 다시 작게 단락을 지어서 적절한 분량으로 쪼개어 설명하고 있고, 원문에 대해서는 하단에 역주란을 통해서 따로 중요한 한자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원문에 대한 음과 훈이 전부 실려 있지 않아서 한자에 통달하지 못한 나같은 사람에게는 원문을 제대로 읽어볼 수 없다는 점이 불편함이 되는 듯 합니다. 물론 여느 책들처럼 음과 훈을 다 달아 놓으면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되고 제대로 읽으려면 시간도 몇배가 걸리고 책 분량의 문제도 있을 것이기에, 전체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굳이 원문에 신경쓰지 않고 한글도 된 번역문을 성실히 읽는 것이 이 책을 대하는 더 좋은 방법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다고 하더라도 예를 들어 천자문의  '天地玄黃'을 글자도 보지 않고, '하늘은 위에 있어 그 빛이 검고 땅은 아래에 있어 그 빛이 누르다'고 풀이한 내용만 읽은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실제 읽기 보다는 간접적으로 배우거나 들어서 알고 있는 것들을 실제 대하고 읽고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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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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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바르지 못하다', '공평하지 못하다', '의롭지 못하다' 등등... 우리가 일상 생활가운데 수시로 내뱉는 이러한 말 속에는 '정의롭지 못하다'는 의미가 들어있습니다. '정의(正義; Justice)'에 대해서 정의(定義)를 내려보라고 한다면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속시원하게 표현하지 못하겠지만, 그들 대부분은 나름대로 생각의 틀안에 정의로움에 대한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판단 기준을 명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하겠지만, 자신들이 겪는 일이나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의 대부분에서 그것이 바르거나 공평하거나 의롭거나 그렇지 못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반응할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판단이나 결론이 서로 일치하지 못하기도 하고, 옳고 그름 등의 판단자체를 내리기가 애매한 좀더 교묘한 딜레마 상태의 경우에는  스스로 내리는 판단도 이리저리 흔들리는 상태가 될 수 있다는 면을 생각한다면 또한 각자 나름대로 형성한 사고의 틀이 엉성하기 그지없는 면이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도 만듭니다.  

 플로리다에 허리케인 찰리가 지나간 뒤에 발생한 가격폭리, 구제금융의 여파속에서 천문학적인 상여금을 챙킨 AIG 등의 탐욕(?), 그리고 사고실험으로 제안한 '철로에서 일하는 다섯 인부를 살리기 위해 다른 쪽에서 일하는 한 인부를 희생시킬 수 있는가'와 '다섯 인부를 살리기 위해 기차를 기다리는 눈앞의 한 사람을 철로로 밀어서 기차를 멈추게 할 수 있는가' 등의 물음을 통해서 저자는 자유와 행복, 미덕이라는 측면에서의 정의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가격폭리나 구제금융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바르지 못하다고 말하겠지만 그 사건들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 의해서 -관점이 자유에 바탕을 두는가 아니면 행복 극대화나 미덕에 바탕을 두는가에 따라서-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를 수도 있음을 설명합니다. 물론 철로에서 일하는 인부들에 대한 사고 실험도 세가지 관점에 따라서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자가 언급하는 정의를 이해하는 세가지 방식은 첫째, 정의란 행복을 극대화하는데 있다는 공리주의, 둘째, 정의란 자유와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란 사상에 바탕을 둔 자유방임주의와 평등주의, 셋째, 정의는 미덕 그리고 좋은 삶과 연관이 되어있다는 입장입니다. 저자는 책의 나머지 부분에서 이러한 입장들의 주된 논점과 장단점에 대해서,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존 롤스까지 여러 철학자와 사상가들의 주장과 그에 대한 반론을 통해서 정의에 대한 고민을 담은 다양한 상황을 생각하고 체험하게 만듭니다.  

 '어떤 이는 정의란 공리나 행복 극대화, 즉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정의란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선택은 자유시장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행하는 선택일 수도 있고(자유시장주의 견해), 원초적으로 평등한 위치에서 '행할 법한' 가언적 선택일 수도 있다(자유주의적 평등주의의 견해). 마지막으로 어떤 이는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쯤에서 독자들도 눈치챘겠지만, 나는 세번째 방식을 좋아한다.' (p360-361) 저자는 공리주의적 방식은 '정의와 권리를 원칙이 아닌 계산의 문제로 만든다'는 점과 '인간 행위의 가치를 하나의 도량형으로 환산해 획일화하고 질적 차이를 무시한다'는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자유주의적 입장은 인간 행위의 가치를 획일화하고 질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리주의와 유사하게 단점을 지니고 있다고 말합니다. '정의로운 사회는 단순히 공리를 극대화하거나 선택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만들 수 없'고,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게 마련인 논란과 이견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한 대립하는 여러 개념들에 대한 논란과 이견의 과정에서 선택을 위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정의는 분배만의 문제가 아'닌 '올바른 가치 측정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정의로운 사회에서의 좋은 삶의 구체적인 실현'을 위해 '도덕적이고 영적인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고 '그런 문제를 성이나 낙태만이 아니라 경제와 시민의 관심사라는 영역까지 끌어낼 수 있는 정치' 담론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1968년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로버트 케네디의 다음과 같은 연설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저자가 생각하는 정의로운 사회-공동선을 추구하는 정치의 모습-에 대해서 독자의 입장에서는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우리 국민총생산은 한 해 8000억 달러가 넘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대기오염, 담배 광고, 시체가 즐비한 고속도로를 치우는 구급차도 포함됩니다. 우리 문을 잠그는 특수 자물쇠, 그리고 그것을 부수는 사람들을 가둘 교도소도 포함됩니다. 미국삼나무 숲이 파괴되고, 무섭게 뻗은 울창한 자연의 경이로움이 사라지는 것도 포함됩니다. 네이팜탄도 포함되고, 핵탄두와 도시 폭동 제압용 무장 경찰차량도 포함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팔기 위해 폭력을 미화하는 텔리비젼 프로그램도 포함됩니다. 그러나 국민총생산은 우리 아이들의 건강, 교육의 질, 놀이의 즐거움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국민총생산에는 우리 시의 아름다움, 결혼의 장점, 공개 토론에 나타나는 지성, 공무원의 청렴성이 포함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해학이나 용기도, 우리의 지혜나 배움도, 국가에 대한 우리의 헌신이나 열정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간단히 말해, 그것은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측정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미국인이라는 사실이 왜 자랑스러운가를 제외하고 미국에 관한 모든 것을 말해줄 수 있습니다. p363-364  

 우리 사회를 보면 여전히 대립과 자기주장은 넘치지만 대화와 타협과 양보를 찾아보기는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정치권과 사회는 여전히 4대강 공사의 옳고 그름을 놓고, 행정수도의 이전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며 서로 자기편이 옳다고 우격다짐을 하며, 우리보다는 나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한데 그러한 주장의 근저를 들여다보면 -자신들의 정치적 사회적 입장을 강화하기 위한 꾼들을 배제한다면-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자유와 행복과 미덕이라는 각각의 입장이 양보없이 부딪히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어떤 가치를 더 우선하느냐의 차이가 그러한 대립의 본질이라고 한다면 서로의 가치관에 대한 이해없이는 결코 상대편과 타협하거나 대화할 수가 없는 문제이겠지요. 하지만 그러한 논란의 중심에 있는 책임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이런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과거 5공화국 시절에 국민을 향해 총칼을 겨누었던 정권이 '정의로운 사회구현'이라는 거창한 구호를 통치이념으로 홍보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한 구호로 정말로 정의로운 사회가 구현되었다고 믿을 사람은 없겠지만, 문득 이 책을 읽으면서 그 구호가 생각나는 것은 정의라는 미명으로 폭압을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런 책 한 권을 열심히 읽고, 사람들이 읽도록 권장하는 것이 훨씬 더 정의로운 사회에 다가가는 방식이지 않을까 하는 허망한(?)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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