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인간의 경제학 - 경제 행위 뒤에 숨겨진 인간의 심리 탐구
이준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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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지극히 합리적이기에 또한 지극히 이기적이기도 한 '호모 이코노미쿠스 (경제적 인간)'는 기존의 경제학이 설정한 이상적인 인간상입니다. 그것이 이상적인 모습일 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정통 경제학은 그런 인간상을 설정하여 모든 경제현상을 설명하고 이해하고 해석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지극히 소시민적인 눈으로 보더라도 우리 자신의 모습은 그러한 이상적인 인간상과는 거리가 멀고, 지극히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경제학자들의 여러가지 가설과 설명들은 현실을 빗나가기 일쑤입니다. 이상적인 호모 이코노미쿠스와 현실의 인간 호모 사피엔스와의 간극에서 비롯된 차이가 그 이유의 하나이겠지만, 여전히 정통 경제학은 인간 행동에 담긴 비합리성을 설명해 내지는 못하거나 또는 그러한 비합리성을 고려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듯 합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현실의 인간과 이상적인 호모 이코노미쿠스 사이의 간극을 설명해 주는 이야기들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바로 '행동 경제학'이라는 제목으로 또는 그러한 내용을 담았다는 설명을 통해 시선을 끈 책들인데, 이 책에서는 '행태 경제학'이라는 용어로 소개되었고, 영어로는 모두 Behavioral economics이니 서로 다를 바 없는 동일한 개념입니다.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고 시간이 지나면 용어가 정리되겠지만, 서로 혼용되고 있는 이런 부분을 생각하면 다소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면도 있습니다. 

 행태 경제학의 특징이라면 무엇보다도 기존의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지향하는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상을 포기하고, 인간의 행동속에 담긴 비합리성, 또는 심리적인 요인들에 대한 고려를 담고 있다는 사실일 듯 합니다. 즉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반드시 이득을 좇아 합리적이고 이기적으로 판단할 지 모르지만 현실의 인간은 때로는 감정적으로 때로는 직관을 따라 그리고 때로는 공정성이나 대의명분을 따라 판단을 달리하기도 하고 지극히 비합리적으로 행동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러한 행위의 본질을 찾아 나선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심리학에 대한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하는 여러 실험결과들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하기에 행태 경제학이 말하는 여러 사실들 속에서 훨씬 우리의 모습과 닮은 친근한 인간상을 접할 수가 있습니다. 바로 이 책의 제목이 말하는 '36.5℃ 인간의 경제학'이라는 표현이 뜻하는 바일 것입니다. 

 나의 기억으로는 기존의 행태(동) 경제학에 대한 소개서들은 거의 모두가 외국사람에 의해 씌여진 책이었습니다. 그 중에는 자기 나름의 연구결과를 행태 경제학과 연관시켜 풀어낸 것도 있었지만,  대개가 기존의 행태 경제학의 연구 결과물들을 이 책처럼 나름대로 정리하여 소개하는 책들이었던 듯 합니다. 그래서 서로 겹치는 내용들도 상당하였고, 읽다보면 '어디서 본 듯한 내용인데'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들도 있었는데, 아마도 이 분야의 역사가 길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책 역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경제학자인 저자가 집필하기는 한 것이지만, 자신의 연구내용이 아닌 기존의 생태 경제학에 대한 소개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자신도 이 분야에 정통하지 못하고 아직도 배워가고 있는 단계라는 의미에서 함께 읽고 관심을 가지자는 초대장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 경제학자가 많은 사람들에게 인간의 모습을 지닌 경제학을 직접 소개하고 또한 그 안에서 더 나은 답을 찾아가고자 하는 첫 발걸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행태 경제학이 말하는 휴리스틱, 닻내림효과, 부존효과. 틀짜기효과, 심적회계, 공정성에 대한 인간의 태도 등을 읽다보면 정말로 우리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게 되곤 합니다. 그래서 처음 행태경제학에 대한 내용들을 접하면서는 합리성을 고집하는 정통 경제학의 도도함에 대한 시원스런 물세례를 넘어선 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고 행태 경제학에 의해 더 많은 인간의 비합리적인 경제성향이 지적될수록 아마도 정통경제학은 그리 알려진 비합리성을 인정하고 통합하기보다는, 그러한 비합리성을 합리적으로 제거한 더 합리적인 호모 이코노미쿠스를 창조할 것이라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아마도 그러한 모습이 과학 또는 학문이 추구하는 바가 아닐는지.....  하지만 지금은 시작이니, 아직은 사람의 체온을 느끼게 만드는 따끈하게 데워진 인간의 경제학을 즐길때입니다. 미래의 언젠가는 이러한 따뜻함마저 과학과 경제학과 합리성이라는 이름으로 제거되어버릴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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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는 실물경제를 알려주지 않는다
양찬일 지음 / 북스토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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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자가 실물경제를 알려주지 않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정확하게 분석하고 알려줄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실물경제에 대해서,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 정확히 말해 줄 수 있다는 기대 자체가 과욕이라고 할 수 밖에 없을테니 말입니다. 한데 이 책은 조금만 숙고하면 당연하게 알수 있는 사실을 용감하게 제목으로 사용했습니다. '경제학자는 실물경제를 알려주지 않는다'고...... '생활하는 데 경제학 박사 학위 따위는 필요없다!'고..... 이러한 확신에 찬 제목과 책표지의 글을 보노라면, 저자가 정말로 자신있게 실물경제에 대해서 다른 어떤 경제학 서적보다 더 간명하고 명확하게 알려주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길만도 합니다만, 이러한 기대는 반 정도는 채워질 수도 있겠지만 그 나머지 반은 기대한만큼 깊은 골을 경험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경제에 대한 상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면 아마 반보다 더 많이 채워졌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 경제용어에 대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몇몇 부분을 제외하고는 아는 내용의 반복일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즉 이 책은 실물경제에 대한 해설이나 분석이 담긴 책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일상 생활을 하면서 접하게 되는 다양한 경제 용어에 대한 해설서 정도라고 소개하는 것이 가장 정직한 표현이지 않을까 합니다. 예전에 상업고등학교를 다니던 학생들이나 취업을 준비하던 대학생들이 가방 한쪽에 넣어가지고 다니던 상식책이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중요한 내용만 압축한 것이라면, 이 책은 그 책에서 볼 수 있었던 경제용어에 대한 내용만을 골라내어, 읽기 좋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은 것이라고 한다면 이 책이 가진 특징을 좀더 잘 표현하는 것일 듯 합니다.  

 물론 이러한 평가가 저자가 기울인 수고와 노력을 낮추려는 의도에서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책의 성격상 좀더 정직하게 제목을 붙일수도 있었을텐데, 상당히 오해를 살만한 표현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이야기한 것 뿐이니까요.  실제로 우리가 일상을 영위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다양한 경제적인 활동에 노출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그러한 다양한 경제적인 상황에 대한 교육은 차치하고, 기본적인 경제활동 등에 대한 개념조차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사람들이 부지기수라고 생각한다면, 괴짜경제학이나 경제학 비타민 등과 같은 류의 경제학 대중서보다는 이 책이 훨씬 더 실질적이고 실전적인 지식을 전해준다고 할 수 있겠고, 그러한 면이 이 책이 가진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생활에서 만나게 되는 금융자산과 실물자산, 각종 세금과 금융기관 등에 대한 설명 에서 시작하여 업무와 관련된 자산과 부채, 손익계산서와 손익 분기점, 도소매와 백화점 그리고 할인점의 차이, 업종과 업태의 차이,  거래시 필수적으로 필요한 계약서 작성이나 각종 서류, 건물의 용적률과 건폐율, 각서와 보증 그리고 공증의 의미, 재테크를 위해 알아두어야 할 주식과 주식투자에 대한 기법, 가치주와 성장주, 배당과 적립식 펀드, 재개발과 재건축, 그리고 뉴타운의 차이, 그리고 통신비, 전기 수도 요금 등의 각종 비용을 아끼는 방법에 대한 정리까지 세심하게 읽다보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잘못알고 있었을 내용 몇가지 쯤은 쉽게 얻어낼 수 있겠습니다. 그런 장점을 생각한다면, 일상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경제활동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각종 용어와 구조, 기관 등에 설명을 담고 있어서, 경제신문을 읽는 것이 어려웠던 사람이나 재테크는 하고 싶지만 제대로 알지 못해서 망설였던 사람, 매번 이런 저런 거래를 하면서 어렵고 복잡하다며 중개인에게 맡겨 버리던 사람 -실제로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등등에게는 정말로 기본을 쌓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입니다.  

 경제학자도, 그리고 이 책도 우리에게 실물경제의 현실과 미래를 정확하게 알려줄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조금 비약해서 말하자면, 정말로 아끼는 사람에게는 고기를 주지않고 고기잡는 법을 알려준다고 하였듯이, 이 책도 우리가 실제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지만 아무도 나서서 정리하고 알려주지 않았던 가장 기본적인 상식들을 알려주고 있으니, 적어도 가장 기본적인 도구는 우리 손에 들려준 셈이라고 할 수 있겠고, 나머지는 우리 스스로가 부단히 눈과 귀를 열고,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들의 이면을 이해하고자 하는 각자의 노력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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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적 충동 - 인간의 비이성적 심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조지 애커로프, 로버트 J. 쉴러 지음, 김태훈 옮김, 장보형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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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나가는 듯 하던 세계 경제가 고꾸라지기 시작한 것이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촉발된 금융위기가 이제는 실물경제에까지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어느 덧 한편에서는 바닥을 지난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아직 멀었다고 경고하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지금의 위기는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불거진 것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그것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어떤 책에서는 한꺼풀 더 벗겨 들어가서, 미국사람들의 자기 집을 소유하기 위한 과도한 탐욕과 쏠림, 그리고 그러한 자기 집을 가진다는 아메리칸 드림을 과도하게 격려하며 부실의 위험을 방조한 미국 정부의 정책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따져본다면, '그러한 부실이 커지는 동안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위험을 감수하며 투자하던 상품들이 어떤 것을 계기로 또는 어떠한 이유로 하룻밤 사이에 부실덩어리 공포로 변해 버렸을까?' 하는 질문을 해보는 것은 당연할 것 같습니다. 어제까지, 또는 지난 달까지는 조금 위험할 수는 있지만 많은 수익을 보장할 것만 같았던 많은 금융상품들이 어느 날 아침 갑자기 휴지조각과 다를 바 없거나 어마어마한 빚더미로 변하게 된 것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 많은 경제학자들은 자신감의 상실과 신용의 붕괴를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합리성을 추구하는 기존의 경제학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설명이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습니다. 실제로 경제학에 대한 책 어디를 찾아보아도 그런 용어를 경제학의 중요한 부분으로 다루고 있는 것을 찾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기존의 경제학이 이번의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세계적인 위기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앵무새처럼 자신감과 신용회복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을 때, 이번 경제위기의 실제가 거기에서부터 시작되었고 거기에 해결책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 진지한 논의을 담고 있습니다. 이번의 세계 경제 위기만이 아니라 기존의 공황과 호황이 반복되고, 부동산 시장이 주기적인 부침을 겪고, 금융시장과 기업투자의 심한 변동성 등에 대한 이야기를 기존의 경제학이 말하는 개념이 아닌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풀어내고 있습니다. 케인즈가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에서 '인간의 적극적인 활동의 대부분은, 도덕적이거나 쾌락적이거나 또는 경제적이건 간에, 수학적 기대치에 의존하기보다는 오히려 스스로 만들어낸 낙관주의에 의존하려는 인간의 불안정성이 판단과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인간의 의지는 추측컨대, 오직 '야성적 충동'의 결과로 이루어질 수 있을 뿐이며, 수량적인 이익에 수량적인 확률을 곱하는 식의 계산적 이해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고 말한 부분에 들어있는 '야성적 충동'이라는 말과 그에 담긴 의미 안에 앞에서 말한 여러가지 경제 문제에 대한 대답이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즉 합리적이고 이기적이라는 가정하에 설명되곤 하던 기존 경제학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불안정한 자신의 감정과 판단 등에 의지해서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성향을 고려하여 여러 경제 문제들을 들여다 보고 해답을 구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저자들은 경제의 숨겨진 작동원리로서 작용하는 야성적 충동에 해당되는 내용으로 '자신감', '공정성', '부패와 악의', '화폐착각' 그리고 '이야기'의 다섯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그들은 바로 이러한 다섯가지 사항의 다양한 조합에 의해서 그동안 우리가 의아해 하던 여러가지 경제적인 문제들이 발생했고 또한 설명될 수 있음을 열정적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케인즈와 애덤 스미스, 아마도 국가의 간섭과 시장의 자유방임이라는 경제학의 양극단의 축이 되는 이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의 위기상황 이전에만 하더라도 애덤 스미스의 후예들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에 의해 주창된 세계화와 시장 자유화 등의 가치가 국가 경제의 유일한 추구의 대상인양 선전되었던 기억입니다. 이번의 위기로 전세가 역전되어 케인즈주의자들의 득세가 유난스러운 듯 그것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지금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또한 그에 대한 해결책을 얻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인간이 아닌 야성적 충동에 사로잡힌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그 안에서 현재의 문제를 직시하고 그 안에서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이 옳을 듯 합니다. 기존의 경제학자들이나 관료들도 자신감의 상실이나 신용의 붕괴 등을 이야기하며 머리를 싸매고 있는 상태라면, 더더구나 저자들이 말하는 그리고 그 이전에 케인즈가 말했던 '야성적 충동'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공감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현실의 독자들에게 경제학의 또 다른 면모를 생각하게 하고, 또한 눈앞의 여러 경제 현실을 바라보는데 좀더 유연하고 실제적인 관점을 제공해 준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한가지 짧은 소견이지만 염려스러운 것은..... 현재의 위기에 너무 정신이 팔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일관한 뒤 언젠가 이 위기가 지나간다면, 그리고 이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노력들이 다시 지나치게 한쪽 극단으로 쏠리게 된다면, 아마도 그러한 쏠림이 또 다른 위기의 단초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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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차별의 경제학 - 가격 속에 숨은 소비심리의 비밀 18가지
사라 맥스웰 지음, 황선영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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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건을 사들고 한번쯤 실망스러웠던 적이 없었던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생각보다 더 유용하다거나 만족스러움에 기쁨을 느꼈던 적이 없었던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물론 그런 실망이나 환호가 단순한 가격에 대한 반응인 것은 아니지만, 가격에 대한 고려도 그러한 감정들 안에 충분히 담겨 있을 것입니다. 질이 떨어지더라도 생각보다 저렴했다면, 우리의 감정은 그에 상응하여 눈높이로 조절될 것이고, 생각보다 비쌌더라도 충분한 효용가치를 느낀다면 만족을 얻을 수 있겠지만, 비싸기만 했지 가격 값을 못한다거나 싼게 비지떡이라고 품질이 형편없을 때면 그에 상응하는 실망이나 불평들이 터져 나올 것입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제품 가격의 적절성이라는 측면이 그러한 느낌과 감정 변화의 근본적인 이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바로 이 책이 그러한 가격의 적절함 또는 공정함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소비자의 입장에서, 사람들은 물건을 사면서 그러한 제품의 가격들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때가 많을 것입니다. 특히 물가가 치솟는 시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요즘같은 시기에는 더더구나 그렇겠지요. 적절한 가격을 이 책의 관점에서 말한다면 아마도 공정한 가격이라고 바꿔 말해야 할 것 같고, 여기서 공정한 가격이라는 것은 단지 싼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책에서는 공정한 가격이란 단지 값이 저렴하다는 것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공정함'이란 얻는 만큼 주는 것이며 소비자를 존중하는 태도이며,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공명정대하고 정직한 자세로 거래에 임' 하고 '신뢰를 구축하고 권력을 악용하지 않는'것을 말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책내용의 주된 포커스는 바로 각각의 물건이나 서비스에 대한 공정한 가격을 결정하기 위한 여러가지 사항들에 대한 탐색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이 판매자가 비용과 노동을 투입해서 만든 것이니 만큼 판매자가가 원하는대로 정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합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근거와 이유를 가지고 정해야 하며, 그러한 공정한 가격결정이 결국은 한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것인데, 그런면에서 이 책의 우선적인 타깃이 되는 독자는 일반 소비자들이라기 보다는 물품이나 서비스의 가격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될 것 같고, 그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단순히 얼마로 표시되는 것이지만, 소비자와 판매자가 서로 만족할 수 있는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고려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경제학 콘서트'나 '괴짜 경제학' 등의 교양서에 어느 덧 익숙해진 이유로, 이 책을 처음 대하면서는 그런 기대감을 가졌습니다. 일반인에게 가격결정이나 아니면 일상적으로 우리가 대하는 여러가지 가격정책들에 담긴 술수(?)들을 파헤쳐주고, 그러한 판매자들의 가격정책에 우리가 속아넘어가는 것이 어떤 면에서인지를 속시원하게 드러내 주리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모두 읽은 지금은 그러한 소비자로서의 독자의 눈높이에서 들려주는 경제학 이야기가 아니라, 판매자의 입장에서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에 대한 일련의 충고가 담긴 책이라고 하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용 자체도 일반적인 것보다는 원론적인 면에서의 분석이 많이 담긴 것 같고, 글의 전개면에서도 일관성보다는 이리저리 조각들을 이어놓은 산만함을 느끼게 되는 면이 상당했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이것은 기대한 내용과 다른데서 오는 집중력 저하가 원인이 된 산만함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그렇다면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일 뿐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정한 가격이라는 주제에 대한 여러 장에 걸친 내용들과 마지막 장의 공정한 가격결정을 위한 전략으로 제시된 '4C 전략' -관습 기반, 경쟁 기반, 비용 기반, 고객 기반 전략 -에 대한 내용 등은 물건이나 서비스에 대해서 싸다 비싸다, 또는 만족스럽다 불만족스럽다 등의 단편적인 판단만을 일삼던(?) 내게, '공정한 가격'이라는 훨씬 그럴듯하게 유용한 판단의 틀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가격 결정자들에게는 소비자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고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가격결정의 기술을 소개하고 있고, 나같은 소비자들에게는  공정한 가격이라는 틀을 가지고 여러 제품들을 평가해 볼 수 있는 안목을 안겨주고 있다고 해도 될 듯 합니다.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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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빈 토플러, 불황을 넘어서 -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앨빈 토플러, 하이디 토플러 지음, 김원호 옮김, 현대경제연구원 감수 / 청림출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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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 초유의 경제위기.....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시작되어 들불처럼 번져가던 금융위기가 이제는 실물경제까지 옥죄는 지금의 상황을 많은 이들은 30년대의 대공황에 버금가는 또는 그 때보다 더 절망적인 위기 상황으로 여기고 있는 듯합니다. 어느 덧 희망을 주는 외침보다는 절망과 두려움을 전파하는 속삭임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하고,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 많은 이들은 과거의 경제위기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서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겠지요..... 하지만 이 책에서는 적어도 현재의 위기 상황은 과거의 예를 통해서 적절한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성질의 위기가 아닌 듯하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저자인 앨빈 토플러가 단순히 지금의 위기 앞에서 그러한 차이에 대한 경고를 하기 시작했다면 다른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의견중 하나로 치부해버리고 말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의 원본이 되는 '불황을 넘어서 The Echo-Spasm Report'라는 책이 1975년에 씌여졌다는 것과 그의 그때 주장이 지금의 경제위기의 여러 상황과 매우 흡사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그가 말하는 경고가 그냥 흘려버릴 수 없는 통찰력을 담은긴 메시지라는 믿음을 가지게 해 준다고 하겠습니다.    

 미래학자로서 제3의 물결을 주창하며 지식사회의 도래를 예견했던 저자가 말하는, 지금의 경제위기가 과거의 여러 경제적인 위기 상황과 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은, 어찌보면 그가 꾸준히 탐색해 왔던 거대한 시대적인 조류의 변화에 대한 연구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가 미리 예견했던 미래사회의 모습에 견주어, 경제적인 면에서의 여러 상황의 변화를 생각했을 때, 일반인들이 과거의 경험과 실례에 얽매여 미래를 생각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미래상을 그려낼 수 있었을테니 말입니다. 그리고 그가 70년대 중반에 미리 예견했던 미래 경제 위기의 모습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 위기와 상당히 닮아 있다는 면에서, 역으로 그의 미래학자로서의 탁월한 식견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러한 사족을 붙이지 않더라도 그의 일련의 저작들 -미래쇼크, 제3의 물결, 권력이동, 부의 미래 등-이 그의 안목의 탁월함을 말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책의 처음에 <특집>으로 실린 '오늘의 경제위기를 진단한다!' -이 글은 2009년에 씌여진 글입니다-에서 앨빈 토플러는 지금의 경제위기를 1930년대의 대공황에 비유하며 당시의 해법으로 현재의 위기를 헤쳐나가려는 것은 결코 올바른 길이 아니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주목할 것이 제3의 물결이라고 불렀던 인간의 지식에 경제적인 가치가 매겨지는 지식기반 사회로의 변화와 업무에 컴퓨터가 활용됨으로서 유발된 변화으 가속화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자가 정리한 현재의 경제위기가 지닌 과거와 다른 다섯가지 주된 특징은 첫째, 현재는 경제현상은 경제활동에 있어 지식의 비중증가로 인해 산업화 시대의 경제모델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많다는 것, 두번째, 컴퓨터 통신 관련기술의 발달, 공장 자동화 비율의 증가, 금융비중의 증대 등 지식경제의 확장으로 정량화하기 어려운 무형의 경제적 요소들의 비중 증대, 셋째, 경제와 사회 변화의 가속화와 날아가는 민간부문과 느려빠진 공공부문간의 변화의 속도 차이로 인한 탈동시화 현상, 넷째, 경제 사회 정치 등에서 전문가들마저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증대되는 복잡성, 그리고 다섯째,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상업거래 등으로 인한 물리적인 국경의 소멸을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경제 위기를 유발시킨 많은 요인들 중에 과거와는 다른 이러한 요인들이 포함되어 있기에 이에 대한 대응책도 당연히 이러한 차이점을 고려한 새로운 전망을 포함한 것이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본문의 내용은 30여년전에 오늘날과 같은 미래를 생각하며 쓴 내용이기에, 자료들을 조목조목 들이대며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는 일반적인 경제학 서적들을 보는 것과는 다르게 좀 포괄적이고 구체적이지 않다는 느낌이 드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이 글의 의도가 '미래에 대한 전망과 아이디어를 담는 것'이었고, 그러한 전망과 아이디어가 현재에 이르러서는 상당히 현실적인 실제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이유로 이 책이 말하는 미래의 경제위기에 대한 해결책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에 대해 대처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도 있으리라는 면에서 큰 의미를 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래전에 씌여진 책이지만, 이 안에 담긴 통찰력들이 현재의 위기를 헤쳐나가는 안내자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면에서 다시 발간되어 읽힐 만한 충분한 이유도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저자가 말하듯이 우리가 겪는 현재의 위기가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왔던 문명의 종말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 새로운 문명을 탄생시키기 위한 징후로 해석한다면, 분명 지금의 어려움은 위기가 아닌 새로운 희망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이 책에 담긴 그러한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까지를 고려한다면, 현재 경제위기의 파도 앞에 두려움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꿈꾸며 위로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면에서 다른 경제학 책들이 가지지 못한 소중한 미덕을 지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시대를 견뎌내는 모두가, 저자가 고대했던 이 위기 너머에 있는 희망의 싹을 보고 바라고 믿을 수 있기를 바라며..... k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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