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하이에나는 우유 배달부! -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상상초월 동물생활백서
비투스 B. 드뢰셔 지음, 이영희 옮김 / 이마고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니체의 저서중 하나의 제목입니다. 제목만으로도 뭔가 가슴에 인간이라는 존재로서의 자부심이나 긍정적인 자각을 갖게 합니다. -적어도 내게는- 한데, 이 책 <하이에나는 우편배달부>를 읽고 나서는 문득 동물들이 '인간적'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아마도 모욕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였습니다. 못된 사람들에게 '짐승같다'느니 '동물같다'는 식의 경멸의 표현을 하는 것처럼 동물들은 자신들의 가치관(?)이나 질서에 반하는 구성원에게 자신들만의 의사 표현 방법으로 '인간같다'는 표현을 하며 살지도 모른다고 상상한다면 너무 과도한 인간비하-자기비하이기도-일까요.^^ 동물생활백서를 자처하는 이 책에 붙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이라고 붙은 수식어를 보면서, 너무 인간중심적이고 자아도취적인 표현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해보는 이야기입니다.

 <동물적인 너무나 동물적인> 이 말을 들으면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앞에서 말한대로 사람을 동물에 표현한다면 모욕적인 언사가 되기 일쑤이지요.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난 <동물적인 너무나 동물적인>이라는 말 속에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라는 말에서 느끼는 만큼의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내가 살면서 '당신의 자식사랑은 황제 펭귄이나 우유배달부 하이에나보다 더 지극합니다.'라든가 '당신들의 부부사랑은 앨버트로스나 코뿔새보다 더 지극하고 성실합니다.'라는 말을 듣는다면, 그것이 내 삶의 그 부분에 대한 최대한의 칭찬임을 알았기때문입니다. 그래서 동물들의 지극히 동물적인 모습이, 지적이고 사회적인 인간의 그것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낯설고 거칠게만 상상되던 야생동물의 세계에 담긴 사람들보다 더 지혜롭고 극진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자식에게 젖을 먹이기 위해 닷새에 걸쳐 120km를 왕복하는 하이에나의 이야기, 돌고래들의 대화방식에 대한 놀라운 연구 결과, 백년해로하는 앨버트로스 부부의 이야기, 공기방울 놀이를 통해 유희를 즐기는 돌고래, 개체수가 많아질 때 백조나 펭귄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 등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다양한 동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 담긴 동물들의 결혼생활이나 자녀 양육, 서로에 대한 희생이나 극한에서의 생존방법 등은 사람들의 상상이나 능력을 초월하는 모습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들 정도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동물사회를 약육강식의 살벌한 사회로만 이해했던 편협함에서 벗어나, 그들도 평화와 조화와 희생속에서 무리를 이루고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자연을 지탱하고 있음을 저자의 섬세한 관찰과 이야기를 통해서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자연을 누리며 살고 있는 동물들에게 사람들이 배워야 할 지혜가 무한함을 깨닫고, 그들의 감동적인 삶을 겸허한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면 저자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겸손한 인간을 보고 하나님께선 "돌고래에게 지구를 맡길걸 그랬어!"라고  농담하시지는 않으시겠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무의 죽음 - 오래된 숲에서 펼쳐지는 소멸과 탄생의 위대한 드라마
차윤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살아있는 세계는 죽어있는 세계를 토대로 세워집니다 (p262)
 
  연한 연두빛이던 가로수의 싹들이 어느새 잎사귀로 바뀌고, 빛깔도 더 짙어져 가고 있습니다. 멀리 보이던 산과 숲들도 생명의 빛으로 넘쳐납니다. 그걸 바라보고 있노라면 만물이 살아있다는 것, 생명이 살아있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들려주는 초록의 외침을 듣는 듯 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되는 나무는 우리가 지금 보며 살아있다고, 생명이 넘쳐난다고 찬탄하며 바라보는 그런 나무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봄이 왔으되 새싹이 나지 못하고, 잎사귀가 나지 못하고, 앙상한 가지를 초록빛으로 가리지 못하고 그대로 맨살을 노출한 채 봄을 맞이하는 나무입니다. 그리고 이 책은 오래된 숲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그러한 나무의 죽음을 통한 소멸과 그것을 바탕으로 살아가거나 새로이 탄생하는 생명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래된 숲이란 보통 400-500년 된, 그리고 우리나라같은 온대낙엽수림에서는 200년 정도면 도달할 수도 있는 숲을 말합니다. 이런 숲의 특징은 평균수명을 넘긴 늙은 나무들이 많고, 죽어가는 나무와 죽은 채로 서있는 나무들이 많고, 죽은 나무가 숲의 바닥에 두껍게 쌓여있으며, 죽은 나무로 인한 여러 자연의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하지만 활발하게 살아 움직이는 곳입니다. 어찌보면 음침한, 그러니까 전설속이나 신화속에 나오는 악령들이 나올 듯한 그런 모습의 음산함마저 느끼게 하는 그런 모습으로 먼저 다가올 수도 있는 곳일듯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이미지에 갇힌 숲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오래되고 음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그 숲에서 선채로 죽어가는 나무의 죽음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생물종들의 삶과 번성, 그리고 또 다른 죽음의 터전으로서의 죽은 나무, 그 나무가 땅에 쓰러져서 다시 땅속의 흙으로 분해되어가는 과정에 대해서 들려줍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생태학적인 변화에 대해서 세밀하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봄이 되어서도 새 잎을 내지 못하는 나무는 죽은 나무입니다. 그리고 그 나무는 자신의 모든 것을 숲과 자연의 일부로 다시 되돌리는 해체의 과정을 거칩니다. 자신이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지난한 세월을 거치는 이 해체의 과정은 수백년에 걸쳐서 진행된다고 합니다. 장수하늘소 등의 산란터가 되기도 하고 곤충들에게 양식을 공급해주는 식량창고가 되기도 하고, 딱따구리 등의 사냥터, 곰팡이나 균들의 번식지, 이끼나 고사리 등의 새 삶터 등으로 거듭나는 선 채로 죽은 나무가 숲 바닥으로 쓰러지면 또 다른 생명체들 -족제비, 도마뱀, 양서류, 곤충류, 절지류, 균류, 세균류 등- 의 삶의 터전이 되고 번식지가 되고 쉼터가 되기도 합니다. 굳건하던 나무의 외양은 너덜너덜한 상태가 되고 결국은 미세한 양분 가루가 되어 숲속의 모든 생물들과 다음 세대의 나무를 위한  양분을 공급하게 됩니다. 실제로 살아서는 5퍼센트 정도의 살아있는 세포로 유지되던 나무가 죽어서는 40%이상의 살아있는 세포로 채워진다고 하니 저자가 말한대로 나무는 결코 죽은 것이 아니라는 말이 한편으로는 진실이 됩니다. 저자는 숲속에서 나무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매개로 이어지는 사라지지 않고 연결되는 생명의 고리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단순히 거대한 나무가 사라지고 죽어가는 일차원적인 시각이 아닌 생태계라는 큰 틀안에서 그러한 죽음이 갖는 의미를 보게 인도해 줍니다. 앙상하게 죽어가는 고사목의 모습이 전설속의 음산한 이미지가 아니라 삶의 또 다른 반쪽이고 숲을 건강하게 이끄는 위대한 유산임을 일깨워 줍니다.
 
 새싹이 돋는 나무를 보며 희망을 이야기하고, 삶의 소망을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썩어가는 나무 밑둥을 보며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찾기가 힘이 듭니다. 푸른 숲을 보며 아름답다고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구석구석에서 흔적만 남기고 사라져가는 고사목의 모습을 보며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저자는 바로 많은 사람들이 알지못해서 외면하는 것들의 의미를 살피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오래된 숲에서의 나무의 죽음과 그것을 매개로 진행되는 생태계의 활력넘치는 삶의 모습들은 통해서, 죽음은 단순한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탄생의 시작과 그 끝이 닿아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삶이란 다시 그 끝이 죽음으로 이어지고..... 그런 의미에서 나무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피조물들에게 죽음이란 새로운 삶으로 가는 통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책을 덮으며 또 다시 삶이란 죽음의 또 다른 얼굴이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살아있는 세계는 죽어있는 세계를 토대로 세워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태의경의 우주콘서트
태의경 지음 / 동아시아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우주, 되돌아보면 내가 어렸을 때 지금의 나의 아이가 공룡들의 세계를 좋아하는 만큼이나 흥미롭고 나의 관심을 사로잡는 세계였습니다. 내 아이와 나의 차이라면... 지금의 내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공룡의 모형이나 장난감을 원하면 어렵지 않게 모을 수 있고, 공룡에 관한 책이라면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것을 떠나 기어이 자신의 책장에 사 모아두고 시간 날때마다 책을 보며, 자신의 꿈속에 있는 그 세상을 객관적으로 그려 나갈 수 있지만, 내가 어릴적 가졌던 우주에 대한 동경은 '푸~른 하~~늘 은~~하수~ '하는 동요의 가사와 밤하늘에 길게 늘어서 흐르던 은하수와 보름달,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를 쳐다보며 머릿속에 그렸던 주관적인 내 상상속의 나라였다는 점에서 아마도 질적인 차이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한데 동요속에서는 왜 밤하늘의 은하수가 푸른 하늘 은하수가 되었는지 아직도 궁금합니다.^^

 유니버스, 코스모스, 스페이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맛보기로 추천의 글을 통해 이 세 단어의 의미를 배울수 있습니다. 객관적 우주와 주관성이 개입된 우주, 그리고 인간이 장악할 수 있는 우주공간이라는 구분된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가가린 우주센터에서 우주여행을 준비중인 가상속의 이야기로 시작된 저자의 이야기는 이내 기다리던 우주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들로 이어집니다. 과학이 밝히고 증명해 가고 있지만 상식이라기보다는 아직도 신비롭게 들리는 우주의 비밀들, 땅에서 기대를 가지고 하늘을 바라보며 마주하게 되는 성운과 성단과 별과 유성, 그리고 인공위성과 우주 쓰레기에 대한 이야기, 옛이야기 속의 공포를 뿌리던 혜성의 이야기를 비롯한 고흐의 그림속의 별이야기와 베들레헴의 별에 대한 이야기 등을 포함하여 인간의 역사속에 숨겨진 별 이야기, 영화속에 표현된 우주와 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에게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우주여행에 대한 이야기들이 저자의 넓고 깊은 지식으로 버무러져서 우주에 대한 아름다운 울림을 한편의 교향곡처럼 안겨주고 갑니다.

  나이가 들고, 현실에 매몰(?)되면서 언제부턴가 나의 관심사의 목록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던 '우주'라는, 그 꿈속의 세계가 태의경 아나운서의 이 책을 통해서 다시금 내게 펼쳐졌습니다. 어릴적 만큼 동심이 가득한 꿈은 아니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이리 경탄스런 눈초리로, 호기심을 가득 머금고 쳐다볼 수 있는 세상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아직도 지구상의 오지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제는 갈 수 없어서라기 보다는 갈 필요를 느끼질 못해서 안가는 곳이거나 불편함 때문에 피하는 곳일 뿐이라고 인정한다면 사람이 완전히 주눅(?)이 들고, 마음속에 모험과 탐험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오지는 이제 지구밖의 세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도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더 많은 곳이기에 그 만큼 더 많은 기회와 가능성이 있는 공간이겠고, 그래서인지 몰라도 나이가 든 지금도 이 책속에서 대하는 '미지의 세계, 우주와 별'은 가슴이 뛰는 소재이고, 그에 대한 작은(?) 지식들을 하나씩 이해하고 알아간다는 기쁨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속에 가득했습니다. 

  소련과 미국의 치열한 경쟁으로 시작된 우주여행은 인간을 달에 올려놓았고, 무인 탐사선이 멀리 태양계의 끝까지 날아가서 미지의 세계를 사진으로 보여주는 진보를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잘 사는 선진국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우주 여행에 대한 꿈이, 무궁화 위성 발사 성공과 고흥 외나로도에 우주센터를 건립하는 원대한 계획의 진행으로 한발 더 우리의 현실속으로 다가온 듯 합니다. 얼마전 중국의 우주비행성공이 상당한 충격을 준것도 사실이지만, 우리나라도 첫 우주인을 배출하기 위한 과정을 통해 두명의 후보가 선정되었고, 그러한 작은 진보들이 모여서, 머지 않은 시간에 우리의 자손들도 우리의 힘으로 이룬 기술로 우주 공간을 유영하고, 달에 가서 태극기를 흔들고, 멀리는 태양계 너머 우주공간까지 꿈을 넓혀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게 됩니다. 이 책의 저자처럼 무한한 우주를 꿈꾸며, 소중한 꿈을 이뤄가는 미래의 우리의 새싹들이 있기에 그러한 꿈들이 현실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색깔의 수수께끼
서프라이즈정보 지음, 한유희.김민경 옮김, 이강훈 그림 / 비채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내가 좋아하는 색은 Blue 입니다. 좀더 세밀한 표현을 하자면 넓은 대양의 깊고 맑은 Ocean-Blue와 드넓은 가을하늘에 펼쳐지는 Sky-Blue 입니다. 이 색들이 내게 의미하는 건 자유로움, 드넓음, 시원함, 절제, 품위 등의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사 나의 느낌보다 더 잘 정리된 블루에 대한 색감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설명에 따르면, 파랑색은 자유, 희망, 조용함을 느끼게 하는 색으로 안정적이며,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워주고, 신뢰와 비전이 가장 높은 색이어서 진취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을 갖게하고, 희망과 성공의 색으로 강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자극하는 색이랍니다. 어쩜 이리 좋은 의미를 담고 있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 표지부터 선명하고 깔끔한 색채를 내뿜는 특이한 이 책이 전해준 유쾌하고 별난 지식들이, 무심코 지나쳤던, 나의 주변에 지천으로 깔린 사물들이 옷입은 여러가지 색깔들과 이야기를 나눌수 있게 해 주고 있습니다. 사람과의 소통만을 생각하며 살던 내가, 살아있는 동물도 아니고, 애착이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물도 아닌, 색깔이라는 세계와 소통을 하는 신기한 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색에는 이유와 의미가 있다는 새삼스런 깨달음에 '이건 왜 일까?'라는 의문을 하나 더 달고 살게 됩니다. 색깔에 담긴 신기한 비밀과 흥미로운 사실들에 대해 숨겨진 지식세계를 담은 이 책은 내 속에 잠재된 호기심을 일깨우는 또다른 신비한 힘을 지닌것 같습니다.

 사물에 입혀진 모든 색깔에는 의미가 있다. 영화제의 레드카펫, 빨간색의 우체통, 파란하늘과 바다, 하얀 구름, 빨간 사과, 투명한 물과 하얀 눈, 항복할 때 사용하는 하얀색 깃발, 신호등의 빨간색 정지신호와 파란색 보행신호, 비상구의 초록색, 맥도날드나 롯데리아의 빨간색 간판, 축구심판의 검정색 복장, 등푸른 생선의 하얀 배, 얼룩말의 검은 줄과 흰 줄, 호랑이의 줄무늬, 초록색 수술복, 어두운 술집의 조명, 음식점이나 술집의 빨간색조의 인테리어, 원숭이의 빨간 엉덩이, 두루미의 빨간 머리, 까만 벨벳천 위의 진주 등에서 사용되는 각종 색깔들에는 나름의 합당한 이유나 의미를 지니고 있답니다. 그래야만 하는, 그럴 수밖에 없는, 그리고 그리 유도해서 이용하고자 하는 그런 이유나 의미가 어우러져서 당연히 그런 것으로 생각되는 모습이 된거라고 합니다.

 이럴때는 어떤 색이 좋을까요?  가장 안전한 자동차의 색깔은? 방을 넓게 보이려고 할려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려고 한다면 벽지를 어떤색으로? 불면증이 있는 사람의 방은 어떤 색조의 가구나 침대를? 병원의 대기실에 적절한 색상은? 식당의 좌석 회전율를 높이기 위한 색깔 전략은? 음식맛을 내기 위한 색의 배합은? 다이어트 할 때 좋은 음식 그릇의 색은? 등등 가끔씩 궁금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무심코 지나치거나 신경쓰지 않은 곳에 색의 비밀이 숨어있고 우리의 삶을 좀더 활기차고 편안하게 인도하는 열쇠가 있기도 합니다. 주변을 둘러보고 의문을 찾아내서 그 답을 찾아보는 것도 즐거울 것 같습니다. 새로 냉장고나 가전 제품을 마련해야 한다면, 우리 집에는 어떤 색이 좋을까? 등등 말입니다.

 일반인들이 식별할 수 있는 색은 1,000가지 정도라고 하는데, 천재 아티스트는 1,000,000가지 색을 구분하고, 모니터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색은 16,000,000가지 라고 합니다. 이미 인간의 감각을 저만치 넘어선 색의 세계입니다. 많은 기업들은 회사의 이미지 창출과 제품의 판매를 위해 다양한 색들을 매개로 한 홍보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우리는 그들이 홍보하는 세계에 무심코 끌려가는 소비자가 되는 셈이구요.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최소한 색에 홀려서 무작정 끌려가지는 않을 듯 합니다. 그들이 상품을 통해 의도하는 바를 나름 구분하는 안목을 지닐 수 있을 테니까요. 하여간 이 책으로 인해 신비한 색의 세계에 푹 담겼다 나올수 있었고, 그 후로는 내가 눈을 뜨고 집을 나서면 무수히 대하게 되는 수많은 색상들의 세계에 '왜일까?'라는 물음을 가지고 그 답을 찾아 조용히 귀기울일 수 있게 되고, 살아있는 색깔들의 세계와 만날 수 있는 여유롭고 풍요로운 시간들에 대한 기대를 마음에 품게 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경미의 수학 콘서트
박경미 지음 / 동아시아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수학하면 고개부터 절레절레 흔들어 대는 사람이 많습니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편치 못한 기억 하나 둘은 모두 가지고 있을듯 하구요. 그래서인지 처음 책을 대하면서 <수학 콘서트>라는 제목이 왠지 사람들의 마음을 홀리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사용된 미끼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철학콘서트>가 인기를 끌더니, <경제학 콘서트>가 상당히 눈길을 끌었고, 이젠 <수학 콘서트>인가? 하는 식의 삐딱함 이랄까요. 하지만 내 삶에 다가온 책의 내용은 그런 삐딱함을 다행히 멀리 내몰아 주었습니다.

 저자는 음악의 각장르에서 느끼는 자신의 느낌과 유사한 생각이나 영감을 주는 수학의 영역을 대비시켜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분야를 연결시켜 놓았는데, 아직 수학이라면 솔직히 거부감 비슷한 감정부터 앞서는, 내공이 부족한 나는 저자의 분류를 다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런가 보다하고 읽으며 넘어갑니다. 저자는 수학의 각 영역이 콘서트를 연듯이 하나하나 아울러서 연주회를 진행해 가는데, 수학의 심포니인 파이와 로그와 미분의 협연을 들려주고, 수학의 왈츠로 명화 속에 깃든 수학이나 이차방정식, 정다각형의 비밀로 멋진 춤을 보여주고, 수학의 즉흥곡으로 이집트와 바빌로니아 수학과 확률에 담긴 패러독스를 멋드러지게(?) 소개해 줍니다. 콘체르토도 있고, 에튀드, 디베르멘토와 랩소디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음악에 있어서도 저자는 나보다 한수 위입니다. 저걸 다 이해하고 수학을 다 이해하고 서로 닮은점을 끄집어 내어 나름대로 멋진 음악회를 치뤄냈으니 말입니다. 참신한 발상이 담긴 음악회였습니다. 나 같은 중생들은 자기가 알고 들린만큼만 이해하겠지만 말입니다.

 갈릴레오는 '신이 수학이라는 언어로 우주를 창조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이 수학이라는 게 사람의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고안이나 창조물이 아니라 만물속에 깃든 것을 발견해 내는 학문이라는 의미로 들려집니다. 대부분 사칙연산만 할 줄 안다면 세상사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기에 우리 주변에 파고든 수학의 세계에 관심이 없지만, 저자가 소개하는 일상에 들어와서 우리에게 보여지고 말을 거는 수학의 영역들을 알게 되면 갈릴레오의 말이 부분적으로나마 이해가 됩니다. 암호의 발전과 거기에 적용되는 수학의 역할, 물건을 공정하게 분배하는 방법, 이제는 일상화된 바코드에 담긴 수학의 비밀, 운동경기나 각종 게임의 리그전 대진표를 짜는 법, 자연 생태계와 행렬의 연관성, 마방진, 달력에 숨겨진 수학의 비밀, 수학의 방정식이나 수식을 이용한 하트 그리기와 짱구 얼굴 그리기, 수학적 시각으로도 멋지게 해석이 되는 라파엘의 '아테네 학당'이나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건축물이나 디자인에 사용될 수 있고 사용되고 있는 각종 수학적 아이디어들, 우리몸의 허파꽈리의 의미를 해석해 주는 프렉탈 구조, 박테리아의 증식에서부터 날씨의 변화까지 각종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찾아내는 카오스 이론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우리삶에 들어와 있는  참으로 다양한 수학의 모습을 알게 되면, 그동안 알지 못했지만 수학의 세계에 둘러싸여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노라고 고백하게 됩니다.

 다시 한번 솔직히 말하면 이책을 읽고 거기에 나오는 내용 모두를 정확하게 이해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자꾸 마음 한 쪽에 뭔가 불안전하게 끝냈다는 불편함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숨을 한번 깊게 들이쉬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내가 몰랐던 것을 새롭게 알게된, 그리고 그려려니 하고 생각하던 곳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며 이런 수학적이 의미가 있었네 하고 감탄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아직도 복잡한 수식은 거부감이 일지만, 내 삶에 이리 친밀하게 들어와 부딪히는 수학의 몸놀림을 느낄 수 있어서 흐뭇합니다. 예전보다 더많이 수학과 친해진 거라고 해야 하나요!

 여담으로, 책의 여러곳에 재미난 수학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232-233 페이지에 "엽기적인 수학답안"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터넷에 부분적으로 돌아다니던 내용이었는데 수학을 하나도 몰라도 정말 배꼽빠지게 만듭니다. 그 답을  쓴 학생들은 수학에는 둔재일지 몰라도 창의력에서는 아마도 천재가 아닐지. 우리나라에서는 학교다닐때 그렇게 문제 풀이 했다면 아마 수학선생님께 몽둥이 찜질을 당하지 않았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영어니 다행히 불쌍한 우리나라 학생은 아닌듯 하여 안심입니다. 또 한가지 '수학적으로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은 코끼리를 미분한 후에 냉장고에 넣고 그 안에서 적분한다' 랍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멋지게 이해했으니 엽기적인 수학답안을 작성한 학생들같은 수학의 둔재는 아니겠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