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 법의곤충학자가 들려주는 과학수사 이야기
마크 베네케 지음, 김희상 옮김 / 알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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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CSI> 시리즈에서, 사건을 기가 막히게 해결해 가는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감탄사가 흘러 나올 때가 있습니다. 살인과 관련된 사건을 여러가지 정황과 증거물들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통해 범인을 색출해 내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고문이나 윽박지르기의 거친 수사를 거치지 않고서도 완벽하게 범죄를 증명해 내는 모습이 경탄스럽게까지 느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드라마니까 극적인 요소를 더 극대화하고 덮고 싶은 부분은 슬쩍 넘어간 면이 있겠지만, 범죄의 경계에 있는 까칠한 사람들에게는 두고두고 두려움을 느끼게 할 만한 내용들이기도 하겠다는 조금은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이 책도 제목을 처음 접하면서, 드라마 속에 나오던 CSI 요원들의 깔끔하고 단정하면서도, 완벽하고 멋지게 문제를 해결하던 모습을 생각하였습니다. 그런 흥미와 재미를 지닌 멋진 이야기로 통쾌하게 범죄를 해결해 가는 모습을 기대하였습니다. 하지만.....

 책의 처음은 끝까지 읽어내기에는 조금은 역겨운(?)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물론 내용 자체가 역겹다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의 <CSI> 시리즈에서 보아왔던 기가 막힌 솜씨로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이지만, 저자가 1부에서 말하는 그런 문제해결의 열쇠들은 가까이 하고 눈으로 보며 이야기하기에는 속을 메스껍게 만드는 것들입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구더기와 파리, 바퀴벌레와 거미, 송장벌레와 달팽이 등의 곤충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행히 흑백사진으로 실리기는 했지만,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해 실린 다양한 사진이나 그림들은 보통 사람들이 아무 감정의 흘들림없이 보기에는 조금 과한 사진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기에 훨씬 현실적이고, 범죄 생물학 또는 곤충 법의학이라는 내용에 충실한 책이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1부에서는 바로 여러가지 곤충이나 구더기 등을 통해서 사체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 -사인에서 부터 시작하여, 어떤 상태로 죽은 것인지, 얼마나 오랫동안 버려졌는지, 그 자리에서 죽은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 옮겨진 것인지 등-를 얻어내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내었던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낯설고 생소한 분야이고, 내용에 등장하는 여러 해결사들의 모습이 친근하거나 사랑스럽지는 못하지만, 자못 흥미스러운 내용인 것도 사실입니다.

 2부는 범죄와 관련된 DNA 분석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미 많이 알려져 있고, 이제 일반인에게도 기본적인 지식 중의 하나이지만, 이에 대한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이 담겨 있습니다. 즉 DNA 분석의 여러 방식과 장단점에서 시작하여, 검사 결과의 해석과 그에 대한 이해, 사건 해결에 사용된 실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모계나 부계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는 mtDNA와 Y 염색체에 대한 설명과 이것들의 이용법에 대한 내용도 실려 있습니다. 단순하게 그리고 막연히 알고 있는 DNA 검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정확히 할 만한 내용들입니다. 또 한가지 관심이 가는 부분은 범죄자나 기타 그에 합당한 이유로 데이타 베이스화 되는 사람들의 DNA 분석자료들의 악용 가능성에 대한 저자가 태도에 관한 것입니다. 저자는 강한 어조로 그러한 악용을 가능하지 않다고 부인하고 있는데, 이유인즉슨 범죄자의 신원확인을 위해서 사용되는 유전자 감식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 최근에 완성된 DNA 지도라는 의미에서의- 부호화 된 DNA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 '부호화 하지 않은 영역'에 대한 연구이기에, 유전자 주인의 신원확인 외에는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면에  대한 것은 많은 논의와 고민이 필요한 것이지만, 저자가 말하는 이론적인 면에서의 그러한 악용 가능성의 부인은 타당한 면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3부는 히틀러의 독일 치하에서 활개를 쳤던 범죄 생물학의 어두운 면에 대한 반론의 글들입니다. 인종의 우월과 인종 개량의 미명하에 유대인의 대학살이라는 비극의 씨앗을 잉태하고 그러한 이데올로기를 반복하여 재생산했던 범죄 생물학의 헛점과 신중하지 못함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담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조상들에게로 이어지는 아픈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라고 할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과학 수사대(CSI)라는 말도 최근의 미국 드라마를 통해서 우리 귀에 익숙해진 것이지만, 이젠 낯설지 않은 용어입니다. 하지만 이 책이 말하는 범죄 생물학이라는 분야는 비록 유전자 분석이라는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낯설고 아직까지도 우리에게는 설익은 분야인 것만을 확실한 것 같습니다. 특히 1부에서 말하는 시신에 기생하는 여러 곤충들을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기법에 대한 것은 의외의 내용이었습니다. 어찌보면 내용을 읽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그런 류의 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세상의 모르던 영역으로의 관심과 흥미를 조금 더 넓힐 수 있도록 호기심을 자극한 내용들이었습니다. 막연히 알거나 오해하고 있었던 범죄에 이용되는 유전자 감식에 대한 바른 지식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내겐 뿌듯한 기쁨을 주는 기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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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뇌를 믿지 마라 - 일상을 뒤흔드는 건망증의 위험과 기억력의 비밀
캐서린 제이콥슨 라민 지음, 이영미 옮김 / 흐름출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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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망증과 치매, 사람들에게 나이가 들어가면서 정신적인 측면에서의 자연스런 변화라고 인정하기에는 너무도 공포스러운 두 단어가 아닐까 합니다.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치매환자의 이야기는 이젠 사회문제의 일부로 취급될 정도이기도 하고, 또한 나이가 들어가면서 변하는 기억력의 감퇴나 인지능력의 저하는 단순히 나이가 들었다는 의미 이상의 두려움을 사람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사실인 듯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심각함과 현대의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개척 신대륙처럼 느껴지는 뇌, 그리고 기억이라는 기이한 뇌의 작용에 이르러서는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라는 고백이 자연스러운 태도입니다. 물론 옛날보다는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아직도 만족스럽거나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더 솔직한 자세이지 않을까 합니다. 저자 역시 나이들면서 생기는 기억력의 장애와 건망증으로 어려움을 겪던, 그리고 그 과정에서 치매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던 저널리스트입니다. 다른사람과 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러한 과정을 단순한 나이 들어감의 과정으로 수용한 것이 아니라, 현대의학의 발전속에서 해결책을 찾아나선 용기있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기억력 장애에 대한 진지한 관심은 곧 방대하기도 하고 서로 뒤엉켜있는 미로같은 기억력과 건망증과 치매라는 뇌과학의 영역속으로의 흥미진진한 탐험으로 이어집니다. 그러한 탐험속에서 저자는 스스로가 피험자가 되어 여러 프로그램과 실험에 참여하고, 때로는 약물을 복용하기도 한 경험을 통해 자신이 실제 체험했던 사실들과 여러 처방이나 프로그램의 효과, 새로운 사실들에 대한 깊이있는 내용을 이 책을 통해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용중에서 중요한 것은 기억력의 장애를 단순히 나이 들어가는 현상이라고 수동적으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는 것,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면 훨씬 나아지고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섞인 이야기들이겠지요.  

 뇌와 기억력이라는 전문적인 분야에 대한 탐구서이지만, 저자가 이 분야에서 허우적(?)거리던 전문가가 아닌 자신의 현실 문제가 된 기억력 장애와 건망증을 가지고 부딪히며 탐사해 가는 저널리스트인 관계로 편견없이 다양한 분야를 들쑤시며, 여러 분야의 흥미로운 사실들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아마 의사나 뇌과학자 등의 전문가였다면 의학에서 받아들이기를 꺼리는 몇가지 분야에 대해서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거나 연구결과를 설명할 때면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어려운 용어들로 가득 채웠을 사실들을, 일반독자와 동일한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에, 내용을 알아듣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습니다. 물론 어쩔수 없이 사용하는 어려운 용어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저자의 탐사는 자신의 뇌와 기억력에 생긴 문제에서 시작됩니다. 예민하고 왕성하게 활동하면서도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일들을 하나 둘 잊어먹고 빠뜨리면서 생기는 좌절과 낙망의 과정을 겪으면서 자신의 뇌에 일어난 일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이 책의 시작이라고 해야겠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뇌사진을 찍는 것에서 부터 시작하여 여러 영양제나 음식물을 시도하고, 기억력 향상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기도 하면서 자신이 체험한 여러가지 것들의 효과를 나름대로 판단하고 정리하고 있는데, 실제 저자가 체험한 것들에 대한 표현인 관계로 단순한 이론적인 실험의 결과를 해석한 이야기들보다는 훨씬 우리 귀에 가깝게 다가옵니다.

 저자가 밝히는 뇌에 관한 지금까지 알려진 진실들 중에는 관심이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스트레스나 우울증으로 인한 기억력의 손상과 스킨십에 의한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성의 강화, 여성들의 폐경기 치료의 주요한 방법이었던 호르몬 요법의 기억에 대한 기여, 가벼운 뇌진탕도 기억력 장애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 그리고 처방을 받아 먹는 여러 치료약물들이 인지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 등을 막연하던 지식에서 구체적인 연구결과를 가진 사실로 확인시켜 줍니다. 또한 명상이나 수면학습, 먹고 마시고 만지는 환경을 바꾸는 것의 유용성과 한계, 마지막 장의 건강한 뇌를 위한 생활 습관에 소개된 여러 질병으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법이나 치매를 조기진단하고 대처하기 위해 현재의 진단기준이나 방법이 개선되어야 할 필요성과 자각증상의 중요성, 그리고 기억력을 유지하기 위한 생활습관으로서 의미있는 것들에 대한 언급 등은 저자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정보와 희망을 담아주는 선물 보따리와 같을 듯 합니다. 물론 저자가 소개한 내용들은 이제까지 알려지고 주장되기는 하지만 확립되거나 완벽하게 정립되지 않은 발전과정에 있는 내용들이기에,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억력 장애나 건망증이라는 중년에서 노년에 걸쳐 찾아오는 불청객으로 인해 당혹스러워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막연한 불안에서 벗어나 불청객의 정체를 좀더 명확하게 파악하고,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고,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지 등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를 듣을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단순히 쓸모없어진다는 것이 아닌, 밝고 행복한 삶의 여정이 될 수도 있으리라는 희망을 이야기 하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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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진 기억을 쫓는 남자
알렉산드르 R. 루리야 지음, 한미선 옮김 / 도솔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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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하지만 다른 젊은이들처럼 부푼 꿈을 안고 살던 청년, 과학기술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멋진 프로젝트와 직장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한 삶을 살았던 청년 자세츠키. 이 이야기는 청년 자세츠키가 2차대전의 포화에 휩쓸려 참전하고, 독일군과의 한 전투에서 총에 맞아 두개골이 깨지고 좌측 두정부쪽으로 총알이 파고들어 좌측 두정후두부를 손상당한 뒤에 겪은 기억상실과 실어증으로 인한 고난과 회복을 위한 부단한 시도와 노력을 담을 기록입니다. 자세츠키는 부상후에 온전히 읽지도 쓰지도 말을 하지도 못하였지만, 남아 있는 자신의 능력으로 그러한 상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며 -물론 완전한 의미에서의 회복은 아닙니다- 25년에 걸쳐 3000여쪽의 기록을 하였고, 그의 주치의였던 루리야 박사가 그의 일기를 바탕으로 그의 노력을 재구성하고 거기에 그러한 증상이나 상황이 의미하는 바를 덧붙여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한편의 이야기가 이 책의 내용입니다.

 책의 내용이 비록 실화와 실제 기록을 바탕으로 씌여졌고, 환자의 병력을 기록한 투병기록으로서의 의미도 강하게 담겨있지만, 이 책에 대한 가장 단순한 접근방식은 아마 한편의 소설처럼 총상으로 인한 부상에 의해 기억상실과 실어증이 발생한 한 청년의, 인간다워지기 위한 부단한 노력과 투쟁을 담은 기록이라고 생각하고 읽는 방법일 듯 합니다. 내용이 시간과 의미의 전개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고, 기억상실과 실어증이라는 의학 분야를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전문적인 용어나 해설을 배제한 증례로서의 이야기 형식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프로이드의 저작들을 읽을 때 등장하는 증례에 대한 보고와 이에 대한 해석이라는 형식과 비슷한 형식이라서 낯설은 방식도 아니구요. 물론 쉽게 읽힐 수 있는 소설류와 비슷하게 취급하더라도, 내용에 대한 포인트를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의미와 반응을 일으킬 수 있겠습니다. 책의 말미에 루리아 박사가 에필로그 형식으로 쓴 '전쟁이 없다면......'의 내용처럼 전쟁으로 인해 철저히 파괴된 한 인간의 모습을 통해 전쟁에 대한 신랄한 고발을 외칠수도 있겠습니다. 또한 순수한 의학적인 입장에서 자세츠키의 증상을 분석하여, 그의 상실과 뇌의 특별한 부분의 연관성을 하나씩 되짚어 나가는 학구적인 모습을 보일 수도 있겠지요. 한편으로는 절망하지 않고 기어이 읽고 쓰는 법을 배우고 상실했던 여러 가지 것들을 배우고 이해하고자, 반복되는 실패에도 괘념치않고 꾸준히 노력해가는 인간승리에 대한 감동을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몇가지 다른 감상 포인트가 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으며 집중하게 되는 부분은, 기억의 상실과 그것의 회복을 위한 과정에서 어렴풋이 그려지는 기억의 비밀과 의미, 그리고 인간답다고 인정되는 인간성을 구성하는 기본단위 역할을 하는 기억의 실체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입니다. 사람을 다른 동물들과 구분되게 해주는 것들에 대한 것들로 언급되는 것이 언어와 문자, 도구와 문화 등이 있는데, 그러한 것들의 바탕에는 인간의 뇌에 새겨진 기억능력과 언어능력 등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자세츠키의 투쟁을 보며 새삼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요즈음은 현대 과학의 발전으로 뇌과학 및 뇌영상에 대한 분야도 진보를 이루어, 단순한 해부학적인 구조를 넘어서 뇌에서의 여러가지 물질들의 역할에 대한 규명, 사람의 다양한 상태에서 반응하고 활성화되는 뇌부위의 촬영 및 활성정도의 측정, 뇌신경망의 연구를 통한 인공지능의 개발 등 여러 획기적인 내용들이 소개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아직도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많다는 사실이 옳은 말이겠지만, 적어도 자세츠키가 25년에 걸친 투쟁을 거치며 자신의 상태에 대한 기록을 남긴 시대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을 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옳겠지요. 이러한 면에서의 이 책의 의미를 생각해본다면 바로 뇌과학이 아직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시기에 증상의 기록과 분석을 통해 환자의 뇌손상 부위와 기억 상실 및 언어능력 상실에 대한 성실한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과, 읽는 이로 하여금 그러한 것들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할 만한 구석을 남겨주는 부분이 그 중 하나에 해당하지 않을까 합니다. 단순한 루리야 박사의 임상관찰 기록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의사의 눈으로 관찰한 무미건조한 환자의 증상과 손상의 나열로 끝나버렸을 수 있었을테지만, 환자 자신의 느낌과 감정이 담긴 잃어버린 기억과 언어능력의 회복을 위한 투쟁과 고뇌가 고스란히 환자 자신의 손으로 기록되고 그것이 전문가인 루리아 박사의 지식을 통해 설명되고 있기에, 기억과 언어라는 것이 한 사람의 사람됨에 대해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기억과 언어에서 한단계 진보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그것을 상실한 상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생생한 체험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중요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사람이 말을 이해하고 말을 한다는 것, 그리고 어떠한 것을 머릿속에 기억하고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기억해 낸다는 것이 어떠한 과정을 거치고 그 하나하나의 과정이 무엇을 의미하고, 그 과정의 하나하나의 상실이 인간의 삶에서 어떤 모양으로 나타나고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알수 있으리라는 점도 언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들은 한 사람의 삶을 향한 투쟁의 기록이기도 하고, 또한 뇌가 손상당한 환자의 임상경과에 대한 기록 및 해석이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딱딱한 의학지식을 담는 방식에 대한 또 다른 시도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책에서는 이것을 고전적인 방법과 낭만적인 방식이라는 말로 구분하였습니다. 한 뇌손상 환자의 25년간의 절망과 승리(?)를 담은, 그리고 정작 기초가 되는 일기를 적은 자세츠키 본인은 끝나지 않은 나의 싸움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이 이야기를, 많은 이들이 서로 다른 느낌과 시각으로 읽게 되고 평가하겠지만, 내게는 기억이라는 것의 실체와 의미, 그리고 그것과 연관된 인간답다는 것의 바탕을 이루는 기억이라는 뇌의 기능 각 부분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큰 의미를 남겨 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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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코필리아 - 뇌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
올리버 색스 지음, 장호연 옮김, 김종성 감수 / 알마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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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음악은 귀로 듣고 감상하는 예술로서의 의미가 강할 것입니다. 고전음악에서부터 현대의 대중음악이나 가요에 이르기까지 그러한 의미로서의 스펙트럼만 본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거대한 물줄기를 이루고 있고, 거기에 덧붙여 각 나라의 전통음악들을 합쳐 놓는다면 그 방대함과 다양함은 말이나 글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그런 음악은 우리의 삶 순간순간에 끼어들어 우리에겐 희노애락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이러한 우리 삶에 다양하고도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음악자체가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악 자체의 이야기가 아니라, 음악이 우리의 뇌에 인지되고 정서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질병의 증상이 되거나 질병의 치료를 위한 도구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고, 단순히 음악을 듣고 즐기며 흥얼거리는 수단으로서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음악을 인식한다는 것은 음이나 음색, 음정, 화성, 리듬 등을 인식한다는 것이고 또한 뇌의 여러 부분에서 그러한 요소를 통합하여 새로운 정서적인 반응이나 의미를 구축하는 것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것들이 어긋났을 때 어떤 문제들이 발생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겠습니다. 그러한 이야기의 진보속에는 발전된 의학과 뇌영상 촬영 기법이 아마도 많은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인 올리버 색스가 신경과 의사라는 점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뇌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는 상당히 한정된 주제이고, 뇌과학이라는 분야는 아직도 미지의 부분들이 더 많은 부분이기에 어찌보면 저자가 지금 책속에서 하고 있는 이야기들이 시간이 조금 지나면 고전적인 이야기들이 되거나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되어 버릴지도 모를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뇌라는 곳이 알려지지 않은 만큼 찾아내서 들려줄 이야기도 그 만큼 흥미롭고 많다는 의미가 될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저자가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의 시작 지점이 바로 많은 특별한 환자 증례들이 암시하는 뇌와 음악이 관련되는 흥미로운 현상들에 대한 탐구라고 하겠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언어만큼이나 오래전에 인간의 뇌속으로 들어온 음악이 귀의 고막에 잡히고, 청각시스템을 통해서 뇌에 전달되고 뇌에서 복잡하게 이해되고 통합되는 과정, 그리고 청각과 무관하게 뇌의 작용만으로도 충분히 음악을 마음속에 연주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 등에 대한  여러 증례와 연구를 통한 탐구와 이해에 대한 내용들이 가득히 담긴 내용을 읽어 가노라면 일반독자가 읽기에는 조금 난해감마저 느껴지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단지 지금까지 귀로 듣고 흥얼거리던 가요나 고상하게 앉아서 감상하던 고전음악이라는 단편적인 의미에서의 음악에 대한 이해에서 벗어나, 정말로 언어와 마찬가지로 한편으로는 언어보다도 더 원초적인 면에서 인간 삶의 일부로서 기능하는 음악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4부로 이루어진 책의 내용은 다양한 상태에서의 음악과 사람 그리고 뇌에 관한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1부 음악에 홀리다'에서는 번개를 맞고 나서 갑자기 음악에 열정을 쏟기 시작한 정형외과 의사, 음악 발작, 음악 유발성 간질, 음악 환청 등 음악과 관련된 병적 상태들에 관한 이야기들입니다. '2부 놀랍고도 풍부한 음악성의 세계'에서는 음악성에 대한 의미, 절대 음감, 두 귀의 스테레오로서의 역할, 시각장애와 연관된 새로운 청각의 세계와 음악, 음악을 들으며 색을 느끼거나 맛을 느끼는 공감각 등 우리가 쉽게 음악이라고 하지만 음악을 인지하고 표현하는 것속에 얼마나 다양한 과정이 포함되고 그것들이 통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일반인으로서는 느끼지 못하는 전혀 다른 의미의 음악세계라는 것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이야기들입니다. '3부 기억과 동작, 그리고 음악'에서는 기억상실증 환자나 실어증 환자, 투렛증후군, 파킨슨병 환자 등의 치료과정에서 사용되는 음악의 효용 등에 관한 이야기인데, 기존의 운동계나 감각계와는 전혀 다른 과정을 통해서 작용하는 음악을 통해서 환자들의 장애가 교정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에 대한 내용입니다. 아마도 환자의 치료에 음악이 사용되는 것들에 대한 많은 근거들 중의 몇가지 사례들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4부 정서와 정체성, 그리고 음악'에서는 음악이 우리의 정서와 정체감에 미치는 영향들에 대한 내용인데, 특히 일반적인 부분에서는 지적인 문제가 있지만 음악이나 사교성에서 만큼은 천재적인 소질을 보이는 윌리엄스 증후군 환자들과 치매환자에 대한 음악치료를 통한 파괴된 인지기능 등의 회복에 대한 이야기는 대단히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책에서 언급한 많은 부분들이 아직도 더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고, 또한 실생활에 적용되는 음악치료들도 더 많은 개선을 거쳐야겠지만, 저자의 40여년동안의 임상 경험과 자료 축적으로 이뤄진 책의 내용은 여러 실례에 대한 꼼꼼한 추적의 결과들이나 동일하게 해석될 수 있는 다른 환자들의 실례, 그러한 환자들에 대한 연구결과 등을 통해서 음악과 뇌에 대한 한단계 높은 통찰력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즉 음악이 뇌에 이해되고 또한 생활속에 표현되는 다양한 상태-정상적이기도 하지만 병적일 수도 있는 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음악이라는 산물이 그냥 우리가 흥얼거리는 활력소나 감상하는 도구로서의 기능보다 훨씬 더 뿌리 깊은 의미 -음악을 듣고 이해한다는 것은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고 인간 존재 자체를 이해한다는 의미- 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고, 또한 아직도 우리가 찾아내지 못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환자들의 다양한 증상을 통해서 뇌와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했지만, 그 안에 담긴 해석과 통찰력을 통해서 음악이라는 것이 얼마나 인간 뇌의 근원적인 곳에 자리잡고 있는 원초적이고 매력적인 '그 무엇'인지에 대해서 깨닫게 해 주고, 또한 그러한 깨달음이 우리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더 깊은 이해에 이르게 해 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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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과 무생물 사이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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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는? 평상시에는 동물과 식물의 구분만큼이나 명확하다고 생각되는 이 질문에 막상 답을 하자니 말문이 막힙니다. 그 사이에 있는 헛갈리는 존재들에 대한 생각 때문이겠지요. 바이러스는? 요즈음 광우병으로 관심을 끄는 프리온은?...... 저자는 '생명이란 자기 복제를 하는 시스템이다'라는 정의로 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생물학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자기복제를 한다는 말에 문득  DNA구조를 통해 부단한 자기복제의 과정을 수행하는 세포의 특징을 떠올릴 것이고, 거기에 생명의 포인트가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겠지요. 저자 역시 여기DNA에서 자신의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DNA는 저자가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매듭일 뿐이지 자기복제라는 경이롭지만 싱겁기도 한 정의로 생명을 재단하고 끝내는 것은 아닙니다.

 제임스 왓슨(James Watson)과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 저자가 '생명이란 자기를 복제하는 시스템이다'라는 정의를 내리는 시작이 되는, 아름답고 황홀하기까지한 이중나선의 DNA 구조를 최초(?)로 밝혀낸 이들입니다. 상보적인 염기서열 구조를 하고 있는 이중나선 구조가 풀리면서 플러스 가닥과 마이너스 가닥이 생기면, 그 가닥들을 모체로 새로운 상보적인 가닥이 생기면서 두쌍의 새로운 DNA를 완벽하게 만들어 내는 시스템을 통해 거기에 새겨진 유전정보를 자기복제하여 후대에 전하게 되는 생명의 본질을 저자는 자신의 정의에 담은 것이지요. 그러한 위대한 발견자들에게 저자는 경의를 표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지만, 그들에 앞서 '유전자=DNA'라는 사실을 최초로 발견한 오즈월드 에이버리와 DNA 염기의 네가지 구성 성분중에 A와 T, C와 G의 함유량이 같다는 사실을 밝혀낸 어윈 샤가프에 대한 경의도 빠뜨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DNA의 다량 복제 기술인 PCR 기법을 드라이브 데이트 중에 고안해 냈다는 멀리스에 대한 이야기는 그러한 발견이 그에게 노벨상까지 쥐어줬다는 이야기에 이르면 그 과정이 하나의 전설 -신이 다른 모든사람을 제쳐두고 그에게만 비밀의 문을 열어주었다는 전설-이라고 말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법한 극적인 요소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더 소설같은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과연 왓슨과 크릭이 최초의 이중나선구조의 발견자인가? 그들과 같은 시기에 X선 결정학을 통해서 RNA의 구조를 연구하고 있던 로잘린 프랭클린, 그리고 그의 상관격이던 윌킨스, 윌킨스를 통해서 프랭클린의 X선 사진을 훔쳐(?)본 왓슨, 또한 영국의학연구기관에 제출된 프랭클린의 DNA에 관한 데이터를 몰래 훔쳐볼 수 있었던 크릭에 대한 이야기인데, 한편의 음모와 스릴, 희망과 절망, 찬사와 반역 등이 담긴 소설의 전개를 보는 듯한 흥미진진함을 담고 있습니다. 과학의 뒤안길에 담긴 흑막이라고 할까, 결국 노벨상은 왓슨과 크릭, 윌킨스에게 돌아갔고, 프랭클린은 그들 공범자들이 노벨상 단상에 서기 4년전 암으로 세상을 마감합니다.... 

 다시 생명에 대한 정의로 돌아와서 자기복제 시스템을 생명이라고 정의한다면 바이러스는 생명체인가? '기생충처럼 다른 세포에 기생해서 완벽하게 자신을 복제해 내기는 하지만 입자단위를 보자면 무기질적이고 딱딱한 기계적 오브제로서 생명으로서의 움직임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바이러스를 생명이라고 해야할까? 이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표하는 저자는 자기 복제라는 개념 너머로 생명현상에 대한 고찰을 확장합니다. 그리고 이 책의 중요한 요점이랄수 있는 '생명이란 동적평형 상태에 있는 흐름이다'라는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물리학자인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에서 제기된 두가지 질문 즉, '유전자의 본체는 혹시 비주기성 결정이 아닐까?'와 '원자는 왜 그렇게 작을까?' -역으로 생명체는 원자에 비해 왜 그렇게 커야만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나서는 것으로 새로운 고찰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쇤하이머가 실험을 통해 얻어낸, 물리화학적인 면에서 접근한 생명에 대한 탐구의 결과 엔트로피 증대의 법칙에 항거하여 생명의 질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 끊임없이 파괴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명의 동적평형 상태에 대한 개념과 '생물이 살아있는 한 영양학적 요구와 무관하게 생체고분자든 저분자 대사물질이든  모두 변화하지 않을 수 없다. 생명이란 대사의 계속적인 변화이며, 그 변화야말로 생명의 진정한 모습이다'라고 말하며 그것을 '신체 구성 성분의 동적인 상태' (The dynamic state ig body constituents)라고 부른 다이내믹한 흐름에 대한 개념을 바탕으로 자기 복제를 하는 존재로 정의된 생명을 동적  평형 상태에 있는 흐름이라고 재정의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동적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작동하는 단백질과 세포와 세포막, 유전자들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내용의 대부분은 저자의 경험과 어우러진 과학에 대한 내용이지만 딱딱하기 보다는 소설책만큼이나 흥미로웠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만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저자가 과학자이긴 하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쌓아온 길들에 대한 충분한 되새김을 통해서 인문학적으로도 훌륭히 자신의 분야를 소화해 낸 안보이는 노력이 있어서이기도 하겠고, 남다르게 갈고 닦여진 글솜씨에서 연유한 면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생명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열정의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기가 깨닫고 알게 된 만큼만 겸손하게 전달하고자한 절제된 글솜씨도 그 이면에 책의 무게를 더하는 이유가 되는 듯 합니다. 저자는 두가지 정의로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것 뿐이지만,  생명을 자기를 복제하는 시스템이며 동적평형 상태에 있는 흐름이라는 자신의 평생에 걸친 고찰의 결과를 진지하게 담은 목소리를 통해서, 생명에 대해 지금까지 내가 품고 있었던 막연한 신비로움이나 경외감 이상의 진지함 -'생명이란 이름의 동적인 평형은 그 스스로 매 순간순간 위태로울 정도를 균형을 맞추면서 시간 축을 일방통행하고 있'으며 이는 '절대로 역주행이 불가능 하며, 동시에 어느 순간이든 이미 완성된' 상태여서, '혼란을 야기하는 인위적 개입은 동적평형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힌다'는, '표면적으로는 변화가 없어보여도 이미 내적으로 무언가 변형되고 손상을 입고 만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자연의 흐름 앞에 무릎을 꿇는 것 외에, 그리고 생명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는 것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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