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길 교수의 구석구석 우리 몸 산책
권오길 지음 / 이치사이언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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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과 정보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들에도 당연히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아이들에게 당연시 되던 놀이나 활동이 이제는 부모 세대의 추억어린 기억에 지나지 않을 뿐, 지금의 아이들의 관심사는 컴퓨터와 게임기들에 훨씬 더 쏠려 있는 것도 그렇고, 어른들이 사무실에서나 집에서 일을 하고 세상을 대하는 방식에서의 변화도 그런 측면의 하나를 보여 줍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미지의 세계이고 상상과 꿈을 담을 수 있는 영역이 남아 있습니다. 우주가 그렇고, 좀 진부한 주제인 듯 하지만 이 책이 다루는 인체가 그러하고, 또한 우리 뇌의 세계가 그러한 영역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것이 밝혀졌고, 많은 지식들이 새롭게 추가되었지만, 여전히 아는 것보다는 아직까지 모르는 것들이 더 많고, 알고 있는 것들도 우리가 조금만 더 상상력을 발휘하면 훨씬 더 오묘하고 신비로움을 머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우리 몸 (인체)'에 대해서 살펴보자고 하면, 우선은 많은 사람들이 그래도 우리 몸에 대해 상당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조금은 우쭐대며 나서지 않을까 합니다. 눈, 코, 귀, 입에 대해서, 몸을 싸고 있는 피부에 대해서, 그리고 심장과 폐, 콩팥과 내장에 대해서 나름대로 그동안 배운 지식들도 있고, 한편으로는 자신의 몸을 사용하며 이모저모로 다루어본 경험도 있으니, 그런대로 쓸만한 지식들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단편적인 지식에 '왜?' 또는 '어떻게?'라는 질문을 차례로 들이대면 이내 많은 부분에 대해 자신감보다는 머뭇거림과 머리를 긁적임이 앞서게 되고, 그리 망설이게 한 것들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되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또는 잊고 지냈던 우리 몸에 대한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세포에서 시작하여 우리 몸의 여러 감각기관과 폐, 심장(염통), 소화기관, 혈액과 순환계, 호르몬계, 신경계 등의 우리 몸의 각 구성 기관에 대한 구조와 기능에 대한 생물학적인 이야기, 그리고 노화와 죽음, 유전과 진화, 약물과 중독 등에 대한 고찰을 통한 인체의 다양한 부분에 대한 탐구를 담고 있는 이 책은 기본적으로는 한 생물학자가 우리 몸의 구석구석에 대한 풍부한 생물학적인 정보를 담은 것입니다. 머리말에 언급되었듯이 부가적으로 여러 용어에 대한 한자와 영어의 사용을 통한 배려가 담겨 있고, 청소년들이 읽도록 내용을 다듬은 것도 있고, 전문적인 내용에 식상해하지 않도록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관련 에세이 형식의 글들을 사이사이에 첨가한 것도 있지만,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은 우리 몸 구석구석을 이루고 있는 여러 기관들에 대해서 세밀한 생물학적인 내용들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는 점일 것 같습니다. 그러한 면이 한편으로는 너무 전문적인 용어들과 내용들로 인해서 어렵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인내를 가지고 읽어가다 보면, 분명 우리 몸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신비함에 대해서,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나'라는 존재의 경이로움에 대해서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습니다. 

  밤 하늘에 반짝이는 무수한 별들을 보며, 아직도 우주에 대한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에 가슴 뭉클함을 느끼곤 합니다. 아마 아직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나 끝을 가늠하지 못한 광활함에 대한 경외로움, 그 안에 숨겨져 있을 많은 비밀스런 사실들에 대한 신비로움 등이 그 이유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우리의 몸 -또는 세포-를 작은 우주라고 표현합니다. 과학적으로 많은 것들이 밝혀진 듯 하지만, 그러한 사실들에 '왜?'라는 물음표를 붙이면, 여전히 그 안에는 우리가 우주를 바라보면 느끼는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이 살아 숨쉬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우리 몸이라는 작은 우주를 산책하기 위해 그려진 지도라고 표현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대강 그린 지도가 아니라 상당히 세밀하고 꼼꼼히 그린 지도요, 중간중간에 심심해지지 않도록 산책로 여기저기에 담긴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를 들려주는 그런 알찬 안내서라고 해도 될 듯 합니다. 이 지도를 통해 많은 이들 -특히 청소년들이-이 그럴듯한 말장난이나 근거가 부족한 정보들을 과학적인 듯 포장하여 현혹하곤 하는 사이비 정보들을 걸러낼 수 있는 기초가 되고, 우리 몸에 대해서 더 정확하고 확실하게 이해하는 기회가 되고, 이 안에 담긴 지식과 정보에 만족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산책로에 대한 호기심도 함께 키워가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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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재미 - 수와 도형, 논리의 놀이터
박종하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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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명의 사람이 모인 방에 생일이 같은 사람이 있다? 없다?' 내기를 한다면 어느 쪽에 걸겠는가? 책을 처음 읽으면서 나 자신도 그랬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시도해 본 결과 모두가 '없다'는 쪽에 내기를 걸었습니다. 실제로 60명이 모이면 그중에 생일이 같은 사람이 있을 확률이 99%라고 하니, 저는 순진한 척하며 모두가 외면한 승률 99%에 걸며 게임판을 벌였습니다. 진실을 알기에 조금 쑥쓰럽기는 했지만, 당연히 이긴 것은 나였고, 몇개의 공짜 아이스크림을 동료들과 나눠 먹을 수 있는 기회을 얻었고, 다음에는 사람의 숫자를 50명으로 줄이고 다시 한번 내기를 하자고 부아(?)를 질러놓았습니다. 분위기로 보아서는 내일이면 동료들 중 누군가가 나서서 승률 3% 쪽에 용감하게 아이스크림을 걸고 달려들것 같습니다. 승률이 97%정도로 줄기는 하지만 여전히 음흉함을 감추고 능청스럽게 연기를 해서 다시 공짜 아이스크림을 먹어볼 요량입니다. 며칠 뒤에는 40명으로 줄여서 한번 더 내기를 해볼거구요. 참고로 그때의 승률은 89%나 된다고 합니다. (참! 우리가 이용한 사람들의 생일은 불법적인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었으니 오해없으시기 바랍니다.^^)

 저자가 재미있으라고 쓴 내용을 이리 잔머리를 굴려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데 사용한 것이 조금 쑥쓰럽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초등학생인 내 아이들 생각이 납니다. 수학이라고는 하지만, 앞으로의 공부에 기본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그래서 결코 소홀하게 취급하지 못하는 사칙연산을 지겹도록 반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수학에 질릴만도 하다는 생각을 하고는 하니까요. 그리고 이런 시기를 지나면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가서는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공부로서의 수학에 얽매여 살겠지요. 나자신도 수학이 지겨울만큼은 아니었지만, 어디까지나 수학이라는 과목을 공부한 것은 시험을 위한 것이었지 현실적인 재미를 느끼며 공부를 했던적은 거의 없었던 듯 합니다. 재미를 느꼈다면 아마도 시험점수가 잘 나온 것에 대한 반응이지 않았을는지..... 하지만 아이들이 내가 오늘 직장의 동료들과 내기를 하였던 것과 같은 재미를 수학을 통해서 한번 두번 체험하게 된다면 분명 이 학문에 대한 태도가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에 수학을 공부하며 지루해 하던 아이들 생각이 더 나게 되는 듯 합니다. 안타깝게도 이 책은 내 아이들과 내용을 나누기에는 아직 어려운 부분들이 더 많기는 하지만, 재미있게 다루어 볼 수 있는 몇몇 부분은 당장에 아이들과 둘러앉아 나누어볼 생각입니다. 

  '수학이 재미있을 수 있을까?' 저자들은 재미있을 수 있는, 아니 재미있는 학문이라고 말하고 싶은 듯 합니다. 단지 우리의 교육이 진짜로 재미있는 수학을 가르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보다는 많은 내용을 그냥 체계적으로 주입시키다보니 재미없고 지겨운 학문, 학창시절이 지나면 돌아보기도 싫은 과목이 되어버렸지만, 실제로 우리의 도전의식과 상상력과 논리력 등을 자극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문제의 해답을 찾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공부 방식이라면, 분명 다른 무엇보다 더 재미있는 학문이 될 수 있을거라는 이야기입니다. 아마 그렇게 된다면 아이들에게 수학 공부 좀 하라고 잔소리를 하지 않더라도, 많은 아이들이 넋을 놓고 밥먹는 시간이나 텔리비젼 보는 시간, 게임하는 시간도 제쳐놓고 수학문제 풀이에 골몰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바로 아이들에게 관심과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면 말입니다. 저자들이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이 바로 수학이라는 지겨워보이는 학문속에 숨겨져 있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거나 깨닫지 못했던 재미있는 수학에 대한 것입니다. 이 학문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조금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면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흥미로운 사실들이 나타나고, 우리가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이 학문에 대한 생생한 속살을 대할 수도 있다는, 그리고 그것이 바로 수학이라는 학문이 가진 진정한 모습이지 않겠느냐는 조용한 매혹까지, 저자들이 전해주는 수학에 대한 이야기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수와 도형을 이용한 수학 이야기, 생각의 도구로서의 수학, 피보나치 수열속에 숨겨진 마술과 다양한 수의 성질을 응용한 숫자 디자인, 그리고 확률과 명제에 담긴 논리와 직관의 오류에 대한 이야기 등에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딱딱하고 따분하기까지 했던 수학이 얼마나 재미있을 수 있고, 또한 우리의 생각의 틀을 넓히고 호기심을 왕성하게 자극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수학적인 논리를 따라 가다보면 이해하기가 어렵거나 머리가 멍해지게 만드는 곳이 있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수학이라는 학문이 지닌 진정한 재미와 매력을 느끼게 만들어주는 책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수학이 이렇게까지 재미있고 흥미로울 수도 있다~~~~ 나중에 나의 동료들 중 누군가가 이 책을 읽는다면, 순진한 척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절대로 잃지 않을거라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게임판을 벌였던 나의 본색이 드러나겠지요..... 그때에는 사기를 친거라며 오늘 얻은 아이스크림 전부를 다시 토해내라고 달려드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을 나와 내 아이들과만 나누어서는 안되겠고..... 미리 이실직고 하는 것도 아깝기 그지없어, 승률 89%의 내기까지만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공개해 볼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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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 - 어느날 과학이 세상을 벗겨버렸다
이종필 지음 / 글항아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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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이라고 하면, 아직도 우리의 삶과는 동떨어진 물리학이나 천문학, 또는 유전학 등을 떠올리기 십상입니다. 매일 손에 들고 사용하는 핸드폰에도, 우리를 즐겁게 하는 텔리비젼에도, 자동차에도, 사무실의 컴퓨터와 천정에 달린 전등이나 형광등 등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과학적인 원리들이 적용되고 실용화된 것이지만, 그것들을 바라보면서 그안에 담긴 이런 저런 과학의 원리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결국 이 책에서 우리나라의 대통령을 비롯하여 모든 국민들이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런식의 원리를 이해할만한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우리의 삶과 생활 속에서 과학이 가지고 있는 합리성과 타당성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어떠한 문제를 대하고 풀어나갈 때 아무런 근거없이 막연한 경험이나 느낌으로 행하는 주먹구구 식의 처방이 아니라 '가장 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서의 과학'을 실제 삶속에서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즉 우리가 반도체를 잘 만들고, 자동차를 잘 만들어서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그러한 기술의 발전과 풍요속에서 여러 과학적인 이기를 누리며 살고 있다는 의미에서의 과학과 가까워졌다는 착각속에 살 것이 아니라, 과학이 말하는 가장 합리적인 사고방식 즉 이치에 맞고 근거가 확실한 주장을 내세우고 토론할 줄 아는 이성적인 사고방식을 체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랬을때에야 진정으로 과학이 우리 삶속에 들어왔다고 할 수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정치와 문화, 사회와 인간이라는 주제에서 찾은 여러가지 소재들을 과학이라는 사고방식을 통해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부패한 정치인이 비리 한방에 감옥으로 날려가지 않고 자꾸 고개를 빳빳이 들고 국민들 앞에 나설 수 있는 이유나 BBK 사건이 검찰을 그럴듯한 결론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저자의 과학적인 분석은 이전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에의 신선한 접근방식을 느끼게 합니다. 과학이론과 드라마의 스토리라인의 공통점을 살펴보고, 우리의 몇몇 드라마와 영화를 과학적으로 들여다 보았을 때 그 안에 내재해 있는 장점과 단점들에 대한 지적도 그럴듯해 보입니다. '니모를 찾아서'와 같은 훌륭한 영화는 결코 과학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렇게 현실감있는 대단한 작품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과 소재의 고갈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헐리우드가 과학이라는 보고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고,  그 안에서 꾸준히 참신한 아이디어들을 제공받고 있다는 이야기 속에서도 문화의 양과 질을 풍성하게 만드는 과학의 의미를 충분히 뒤돌아 보게 만들어 준다 하겠습니다. 사주나 풍수에 대해서 과학적 원리로 접근해 보고자 한 것이나 미국산 쇠고기 협상에 대한 게임이론에 의거한 분석도 우리에게 주어진 사실을 어떻게 적용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는 문제라는 사실을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과학이 말하는 '인류원리'-인간이라는 지적생명체 자체가 어떤 물리계의 특성을 설명한다는 원리-를 통해서는 완벽한 시스템이나 조직만으로는 완전해 질 수 없는, 시스템으로 환원될 수 없는 인간의 자율성을 말하고 있는데, 이 또한 자신의 의견에 자신의 논리를 덧붙이고 합리성으로 포장하여 국민들 앞에 던져지곤 하는 갖가지 법과 제도에서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 모든 것들이 결국 과학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의 의미와 결과들을 읽는 이들에게 알려주는 내용들입니다.

 우리 앞에 놓여있던 다양한 정치, 사회, 문화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저자가 과학적인 사고라는 합리성을 갖춘 도구를 통해서 들여다보는 솜씨는, 딱딱한 실험실과 강단에 갇힌 과학을 손에 들린 핸드폰이나 MP3처럼 우리가 훨씬 가깝게 다가설 수도 있는 것들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상을 굴러가게 하는 모든 것들의 과학적인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삶에서 겪는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 과학적인 합리성을 가지고 요리저리 잘 구슬려보는 노력들이라는 사실이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 모두가 대통령이 될 수는 없을지라도 모두가 과학적인 사고방식에 익숙해지는 사회가 된다면, 책표지에서 당나귀가 속삭이는 '과학적으로 다스려 주셨으면 하는 소망이 있네'라는 말이 정말 그림속의 우화로 끝날수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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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섹스 - 일하는 뇌와 사랑하는 뇌의 남녀 차이
앤 무어.데이비드 제슬 지음, 곽윤정 옮김 / 북스넛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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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녀평등..... 실제에서는 아직도 많은 차별이 존재하지만, 형식적으로나 법적으로는 누구도 감히 거스르지 못하는 가치중의 하나입니다. 문명화(?)된 많은 사회에서는 한편으로는 이미 여성들의 목소리가 남성들을 압도한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즈음은 평등이라는 의미를 단순한 신체적인 차이나 능력의 차이마저도 인정하지 않는 극단적인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는 듯 합니다. 단순한 차별의 시정이 아니라 차이에 대한 시각마저도 음흉한 생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고래로 반복되어온 남성들의 교활한 차별과 지배에 대한 의심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과학으로 해석한 인간의 뇌를 살펴볼 때,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삶이 더 풍요로워지는 길은 서로의 차이가 존재하고 능력의 차이도 존재함을 인정하고, 자신들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즉 '차별은 안되지만 차이는 인정하라'는 것이 서로 같아지기 위해서, 또는 서로 동일하다고 차이가 없다고 대립하는 현대적인 남녀관계에 대한 뇌과학이 말하는 대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남성과 여성은 다르다. 함께 인간이라는 종에 속한다는 것만이 유일한 공통점이다. 남성과 여성이 동일한 재능이나 기술, 행동을 보일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보았을 때 완전히 거짓말이다. 남성과 여성이 다른 원인은 뇌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활과 정서를 관장하는 주요 기관인 뇌가 각자 다르게 조직되어 있다. 남녀의 뇌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인식과 가치의 우선순위, 행동에서 차이를 드러낸다.' 남녀평등이라는 현대적인 가치개념으로 무장한 사람에게는 다소 도발적으로 다가오는 서문의 처음 몇 문장은, 하지만 과학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실시한 뇌에 대한 연구의 결과에 대한 솔직한 진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은 이러한 남녀의 다름, 차이에 대한 연구결과나 사례들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기존의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듯이 남녀의 차이라는 것이 시회의 조건과 교육에 의해 후천적으로 습득된 것이 아닌, 자궁속에서 자라면서 노출되는 성호르몬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뇌구조의 차이에서 시작되어 일생동안 그러한 호르몬의 영향을 받으며, 서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즉 남녀의 차이는 뇌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극단의 사이에는 무수한 남녀가 존재하겠지만, 과학적으로 보았을 때 남녀의 뇌가 유별한데서 실제 생활에서 우리가 체험하며 살아가는 남녀의 차이가 생기는 것이라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가감없이 전하고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남녀가 다르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실제 세상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남녀들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한 차이를 인정하는 순간 많은 이들은 그럼 '누가 더 우월한 것이냐', '누가 누구를 지배하고 학대하는 것이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등의 의혹을 가지게 될 것이고, 바로 그러한 면에 대한 지혜로운 해결책의 마련이 이 책이 밝힌 남녀의 차이에 대한 사실적인 진술보다 더 어려운 일이 될것입니다. 이 책의 내용이 마초적인 기질의 남자들에게는 '거 봐! 남녀가 다르다잖아'라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될 수도 있을 것이고, 열렬한 패미니스트들은 아마도 모함이라거나 연구결과의 배후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이며 반발하게 될 갈등의 원인이 될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이 말하는 차이에 대한 관점은 말그대로 서로 차별의 근거로서 또는 능력의 상하를 따질 수 있는 근거로서의 과학적인 연구결과가 아니라 단지 그런 차이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차이를 인정하여야 만이 온전히 남녀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바탕이 이루어져야만이 서로 더 나은 삶과 행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 등입니다. 즉 차별은 안되지만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될때,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훨씬 잘 이해하고, 직장과 가정, 그리고 여러 인간관계 속에서 더 나은 결과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남자들이 과거에 품었던 마초적인 기질을 반성할 수 있고, 여자들이 기존의 남성중심의 시각에서 약점으로 지적되어온 여러 차이에 대한 단점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들의 뇌 안에 담긴 장점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사회에 영향력을 끼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이 책이 말하는 감성적인 여자의 뇌와 이성적인 남자의 뇌, 이것은 서로의 차별의 근거가 아닌, 지금까지 잘못 알았던 서로의 차이에 대한 과학적인 이유를 알려주고, 역설적으로 더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 주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내용을 조금 폄하하는 말일 수도 있는데..... 이 책이 말하고 있는 호르몬의 작용에 의해 남녀 뇌구조에 차이가 생긴다는 시각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해석하는데 매우 불쾌하게 느껴지는 결정론적인 느낌이 드는 면이 있고, 저자들이 여러 근거로 제공한 자료들이 단지 연관관계를 말하는 것인지 정확한 인과관계를 말하는 것인지에 대한 것은 좀더 신중하게 생각해 볼 여지가 있을 듯 합니다. 그래서 여러 신선한 시각을 제공하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말하는 내용을 반쯤만 수긍하고, 나머지 여분은 미래의 연구결과들을 위해 남겨두고자 합니다..... 

** 사족: 58쪽에서 adrenal gland (부신)를 신장의 부신이라고 해석했고 나중에는 여기에 생긴 이상을 신장의 이상이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는데, 정확히 부신은 신장의 위에 얹혀있기는 하지만 신장과는 거의 무관한 장기입니다. 우리가 횡경막 위에 심장이 얹혀 있다고 심장과 횡경막을 동일한 장기로 말하지는 않듯이..... 번역상의 잘못인지 아니면 원문상의 잘못인지 모르지만, 책을 읽는 중 눈에 거슬려 지적하고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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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션 - 생각의 연결이 혁신을 만든다, 세계를 바꾼 발명과 아이디어의 역사
제임스 버크 지음, 구자현 옮김 / 살림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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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의 작은 아이디어가 발전하여 현대의 거대한 문명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상상하는 일, 정말 그것이 상상만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그리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인류가 출현하고 어느 순간 돌조각을 다듬어서 도구를 만들기 시작한 순간에서부터 시작된 우리의 문명은 이젠 도시마다 마천루가 솟아오르고, 밤이 되면 온 도시가 태양이나 별빛이 아닌 전기를 이용한 인공적인 빛으로 불야성을 이룹니다. 컴퓨터와 여러 통신기기를 통해서 세계는 실시간으로 연결이 가능하고, 우주선을 타고 지구밖을 다녀오는 것이 꼭 어려운 일인 것만은 아닌 세상.... 아마 돌도끼를 처음 만들었던 사람도, 곡식을 저장할 만한 토기를 처음 생각했던 사람도, 쟁기를 처음 소에 묶어 밭을 갈았던 사람도, 철을 제련하여 무기를 만들고 강력한 활과 화살을 만들어내서 전쟁의 방법을 아예 바꾸어버렸던 사람들도, 또한 전기를 처음 발견하고 전화를 만들어 내고, 전구를 만들어 내었던 가까운 과거의 과학자들까지도 아마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상상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한 문명의 발달로 인한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다는 하소연이 주변에 넘쳐나기도 하지만, 과거의 발견과 발명들이 어느 순간 폭발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 책을 보노라면, 우리 또한 미래의 자손들이 누릴 문명의 모습에 대해서 상상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까운 미래가 어느정도는 예측한 대로 흘러간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변화가 임계점을 넘어선 순간, 펼쳐지는 세계는 과거의 조상들이 그리했던 것처럼 우리도 전혀 상상하지 못한 모습을 지니고 있을테니 말입니다. 

 사람들의 상상은 대부분 주어진 틀안에서의 선형적인 변화를 고려하는 것이 고작일 뿐이어서,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힌 것처럼 전화기가 발명되었을 때 그것이 방송에서만 사용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무선 통신은 본래 목적에 맞게 배에서만 사용할 것이라고 믿고,  IBM의 우두머리라는 사람도 미국에 4-5대 이상의 컴퓨터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보이고자 하는 것은 과거의 단순한 사건-발견이나 발명-으로 인한 선형적인 발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여러 사건들이 모이고 우연하게 융합하여 어느 순간 1더하기 1은 2가 아닌 3이 되기도 하고 그 이상이 되기도 하는 혁신에 대한 것입니다. 방아쇠가 당겨지면 총알이 폭발적으로 튀어나가 듯이 인류 문명이 그러한 혁신의 과정을 겪게 되는 연결고리들에 대해서 상상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닌 구체적으로 그러한 변화의 과정과 그에 맞물린 혁신의 과정을 탐구하고 밝혀내는 것, 이것이 저자가 사람들에게 이 책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한편으로는, 저자가 말하는 여러 사건들의 시작과 연결고리를 따라가다, 어느 순간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변화와 혁신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가곤 하는 매 단원을 읽다보면, 이 책이 단순한 사실들에 대한 이야기만 담은 것이 아니라 그 사건들에 담긴 과학적인 사실과 의미까지도 상당한 이해를 바탕으로 씌여졌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상당한 인내심과 이해를 위한 노력, 그리고 거기에 합당한 기본적인 과학지식을 요구하기도 합니다.책을 읽는 속도가 유난히 느렸던, 그리고 매번 앞뒤의 연결을 위해 내용을 더듬거렸던 시간에 대한 변명같은 말이지만, 각각의 단원에 담긴 내용들은 분명 일정수준 이상의 과학적인 지식이 있어야 어렵지 않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는 말은 나만의 엄살은 아니리라는 생각입니다. 그러한 어려움이 결국 저자가 말하는 큰줄거리에는 동의하지만 세세한 책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리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면도 있지만, 이제와서 곰곰히 돌아보니 저자가 읽는 이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 하나가 그러한 어려움 속에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초로 또는 그 후로 한동안 선형적인 문명의 발달을 가져왔던 여러 사건들은 대부분 사람들이 그러한 도구나 발명의 작동방식이나 사용법을 제대로 숙달하고 통제할 수 있었던 것인데 비해, 현대 문명속에 살고 있는 우리를 둘러싼 여러가지 것들은 훨씬 세련되고 대단한 것들이고 그것을 사용하는 우리 삶을 훨씬 편안하고 윤택하게 하기는 하지만 그 각각이 작동하는 방식이나 그것이 고장났을 때 대처할 수 요령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라는 사실에서, 과도한 변화와 복잡함을 동반한 현대 문명이 어느 순간 우리에게 재앙이 될 수 도 있으리라는 깨달음과 그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것들에 대한 앎이 아니라 그것들을 이루는 지식에 대한 줄거리와 연관 관계를 파악하고, 그 맥락을 놓치지 않는 지혜이지 않을까 하는 것..... 이러한 자각과 넘쳐나는 지식속에서 필요한 맥락을 간추려내는 지혜를 지닌다면, 주변을 둘러싼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겠지만, 그 물결에 휩쓸려 가버리는 불운을 겪지는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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