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상식 바로잡기 - 한국사 상식 44가지의 오류, 그 원인을 파헤친다!
박은봉 지음 / 책과함께 / 200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행주치마와 고려장에 대한 오해, 그리고 진실. 많은 사람들처럼 나 자신도 고려장에 대한 이해나 행주치마의 기원에 대한  생각은 이 책이 지적한 어처구니 없는 상식을 그대로 사실인양 알고 있었습니다. 이 책의 소개글을 보면서 제일 먼저 눈에 띄었던 구절도 행주치마와 고려장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그것들을 잘못된 상식이라라고는 생각하지도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며 산 것이 맞지만, 저자가 명쾌하게 지적하는 역사왜곡(?)의 과정을 보면서는 한편으로는 통쾌한 바로잡음이라는 감정을 느끼기도 합니다. 나 자신의 잘못된 우리 역사 상식에 대한 부끄러움도 있지만, 그러한 내용을 철저한 문헌이나 사실적인 고찰없이 주절거리며 바른 역사적 사실인양 지껄여대던 잘난체 하던 이들에 대한 조용하지만, 통렬한 비판의 소리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앞서간 이들의 업적이나 발자취를 모두 싸잡아 비난코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모름지기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하는 사람의 자세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한번 잘못된 왜곡이나 부주의의 결과가 후대의 자손들에게는 어떤 해를 입힐 수 있는지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와 사실들을 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얼마전에 종영된 사극 <대조영>을 보며, 초등 저학년인 작은 아이가 자신이 읽은 '위인전 대조영'에서는 걸사비우가 중간에 이해고에게 죽는데, 왜 드라마에서는 마지막까지 살아남는지 모르겠다고 말한적이 있습니다. 물론 재미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사실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그때는 그냥 재미있으라고 그랬겠지 하는 식으로 대답하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재미를 위한 그러한 역사적 사실의 왜곡이 아마 그 드라마를 통해 대조영과 발해의 역사를 처음 대한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평생 '재미를 위한 각색'이 아닌 '역사적 사실'로 멀쩡하게 자리잡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 한쪽이 서늘해짐을 느끼게 됩니다. 역사를 다루는 작가들이나 사극을 만드는 이들이 자신의 글이나 작품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들에게 왜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자각과 성실함이 필요한지에 대한 한 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 그냥 재미있으라고 만든건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저자의 이 책을 조용히 한번 읽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한국사에서 상식이라고 여겨지며 두고두고 회자되었던 44가지 내용에 대한 바로잡기. 저자는 크게 어원, 인물, 유적과 유물, 책과 문헌과 사진, 정치와 사회와 생활 등 다섯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서 우리에게 상식으로 여겨지던 잘못된 내용들에 대한 고찰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들이 잘못된 이유에 대해서는 문헌 고찰 등을 통해서 예리하게 지적하고 파헤치고 있습니다. 때로는 그렇게 잘못 왜곡된 과정에 대한 세밀한 살핌도 들려주고,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작은 단초에서 시작되어 정설로 되어가는 과정을 밟는가에 대한 세세한 발걸음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앞에서 언급한 고려장과 행주치마에 대한 내용, 신라 금관이나 포석정에 대한 오해, 이율곡의 십만양병론에 대한 내용, 문익점과 목화씨에 대한 내용, 함흥차사나 현모양처에 대한 잘못 등의 다양하고 흥미로운 역사의 장면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문익점과 목화씨에 대한 내용에서처럼 미화에 가까운 각색이 없더라도 백성들의 의복을 위한 문익점의 마음 씀씀이라는 역사적 사실의 의미는 여전히 가치있고 소중하지 않느냐는 저자의 강조는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실과 그것의 의미를 읽는 깊이의 한 대목을 내게 일깨워 주는 가슴뭉클함 마저 느끼게 합니다.

 한 역사가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습니다. 지금 이 책을 읽으며 다시 그 문구를 돌이켜보니, 그 대화가 '진지하다거나 사실에 기초한 대화라는 부연이 붙어있지 않네!' 라는 엉뚱한 생각이 듭니다. 이리 말하는 것은 그의 말을 왜곡하는 것이겠지만, 문득 이 책을 읽으며 끊임없는 대화라는 것이 때로는 무성의한 추측에 의한 대화일 수도 있고, 자신의 이득을 위한 의도적인 왜곡으로 점철된 대화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동화나 설화속 이야기가 현실에 끼어들어서 현실로 둔갑하는 기막힌 대화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더더욱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이들의 고백들 - '우리에게 잘못 알려져 있는 역사 이야기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이 놀랍다'거나 ' 역사가 일반 대중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는....'-에 공감이 가고, 저자의 시간과 땀을 들인 이 책에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 듯 합니다. 비틀어진 우리 역사와의 진지한 대화를 통해 잘못된 자리에 들어앉은 장면들에 올바른 자리매김의 기회를 제공하고, 또한 역사란 모름지기 우리에게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이해하며 접근하는 것인가에 대한 은근한 깨우침을 준 저자에게 마음속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브라보 내 인생 - 손문상 화첩산문집
손문상 지음 / 산지니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박지성 좋아!'를 외치는 넉넉한 두 영국 청년, 해변가에서 투박한 손을 무릎에 얹고 미소 짓고 있는 해녀 할머니, 해운대 모래사장에서 동생과 모래장난을 하며 아버지를 기다리는 소녀, 끝까지 얼굴을 보이지 않고 파밭을 매고 있는 아줌마, 푸르른 교정의 나무아래에서 사각모를 쓰고 여름 졸업식을 치르고 있는 두 여대생.....  그리고 마지막에는 앞을 보지 못하는 어린 아람이와 할머니의 꼭 맞잡은 손으로 끝나는 이 화첩산문집은 평범하고 소박한 사람들의 삶을 그림으로 이야기하고 글로 그린 책입니다. '그림이란 그리운 것이다'고 고백하는, 그래서 모두가 그립다고, 온전히 담을 수 없어서 책속 글과 그림 밖 여백의 진실이 그리는 순간에도 그리웠다고 고백하고 있는 작가는 자신이 이야기한 그림과 그린 이야기들을 아무런 과장없이 그리 드러내고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고 평범한 삶이 말한 그대로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느끼는 감흥은...... 이런 삶도 있구나 하는 무심함. 적어도 처음의 감흥은 그랬던 듯 싶습니다. 나와 같은 평범한 삶들이지만, 내게 아무 감흥도 주지 못하는 듯 했습니다. 아마도 텔리비젼의 자극적이고 과장된 스토리에 이미 길들여진 내 의식을 반영하는 듯한 첫 반응이지요. '브라보 내 인생!'을 외치지만 전혀 '브라보'할 수 없는 듯한 내 인생을 닮은 이야기들, 그리고 그들의 삶의 이야기는 그대로 소박한 책속의 이야기들로 책장 한구석에 모셔져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신문에 실렸다'고 한다면 우선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만한 이야기거리들이겠지요. 사건이나 사고, 굉장히 나쁜 짓을 했다거나 착한 일을 했다거나, 아주 유명한 사람의 이야기이거나 등등등. 그래서 정상적인 우리의 생각속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삶이 떡하니 그림으로 색이 입혀져서 평범한 사는 이야기와 함께 신문의 한쪽을 차지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이야기지요. 하지만 이 책의 이야기들이 저자의 노력과 땀으로 신문에 실렸던 이야기라고 한다면..... 아마도 신문의 입장에서는 아니 순전히 저자의 노력으로 하나의 실험적(?)인 시도 -한편으로는 당연하게 생각해야 할 수도 있는-였을 이 책의 내용은 부산일보에 주말마다 '화첩 인터뷰' 내용으로 실리던 내용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러한 사실 자체가 나의 이 책속의 이야기들에 대한 무심함을 상쇄시키지는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내겐 그냥 그런, 시류를 따라 생겼다가 스러지는 그러한 책 중의 한권이 되어버리는 것이 운명은 아니었든지..... 

 책의 내용보다 훨씬 어렵고 긴 책뒤에 덧붙여진 김곰치 님의 '재능보다 깊은 세계 - 손문상 이야기'를 읽고 나서 책에 대해서 보다는 작가에 대해서 뭔가 다름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삶과 화가가 되는 과정, 중앙 일간지의 만평가였다는 이력 등등등.... 하지만 무엇보다도 '영도 해녀 강해춘'편에 대한 김곰치 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저자의 작업이 단순히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평범한 이야기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 듯 합니다. 그러한 나의 무심함에 담긴 생각없음이 부끄러움을 느끼고 고개를 숙일 정도로 말로도 글로도 또한 그림으로도 뭐라 표현 못할 깊은 이야기와 그림이 담겨 있음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그 뒤로다시 들춰보는 화첩집의 그림속에서 이제껏 듣지 못했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합니다. 작가나 그림속의 인물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다는 아니더라도, 세상의 약한 곳에, 힘 없는 삶에 더 가까이에 있는 그들이 그림 속에서 활짝 웃을 수 있고,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하고, 흘러간 세월을 미소로 바라보며 또한 미래에 손짓할 수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말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작가의 붓끝에서 그려진 그림들은 평범한 수채화지만 그 어떤 유명한 그림들보다 더 반짝이는 그들만의 보석이 담겨 있음을 어렴풋이나마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인생들의 이야기에 '브라보 내 인생!' 이라는 멋진 제목을 붙인 작가의 들뜬 속마음마저도 읽게 되는 듯 합니다.

평범한 삶들에게 바치는 그립고 아름다운 이야기들, 많은 이들이 이 화첩과 이야기 속에 있는 보석을, 그리고 자신의 삶에 담긴 보석을 찾아 깨닫고 간직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징 이야기 - 진귀한 그림, 사진과 함께 보는 상징의 재발견
잭 트레시더 지음, 김병화 옮김 / 도솔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상징이란 사전적인 의미로는 '추상적인 개념이나 사물을 구체적인 사물로 나타냄. 또는 그렇게 나타낸 표지·기호·물건 따위'를 이릅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전적인 의미보다는 서문에 표현된 것처럼 '상징은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적 정신적 속살을 보여주는 창문같은 것이다'라는 표현이나 칼 융의 '상징이나 원형은 인류의 심리에 뿌리박고 있어서 우리는 그것에 본능적으로 반응하게 된다'는 표현이 우리가 '상징'이라는 단어에서 느끼는 어감을 훨씬 더 잘 살렸다는 느낌입니다. 이 책은 인간의 문화속에 깃든 상징과 그 의미에 관한 책입니다. 내용을 읽다보면 상징의 사전적인 의미처럼 어떤 의미를 담은 상징에 대한 무미건조해 보이는 백과사전식 나열로 구성되어 있어서, 상징이라는 어감에서 기대했을 전설처럼 신비롭고 동화처럼 아름다운 이야기에 대한 기대가 무참히 무너지는 느낌을 많이 받은 것이 사실이지만, 책의 원제인 'Simbols And Their Meanings'에  충실한 책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책의 구성을 보면, 7개의 장으로 나눠진 주제들은 다시 소주제들로 나눠져서 그 주제를 나타내는 세계 여러나라의 문화속에 깃든 상징들에 대한 예와 설명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1장은 '형체를 얻은 정령'이라는 주제하에 '창조', '여성 원리', '남성 원리', '몸', '머리카락', '심장, 피, 머리', '손과 눈', '수명'이라는 소주제들로 나눠지고, 각각의 소주제에 대한 상징물의 예와 설명이 곁들여집니다. 예를 들면 창조를 나타내는 상징물은 '알', '물', '거인들'과 연관성이 있는데, 이러한 상징물을 통해 창조의 신비를 표현하는 세계 여러나라와 부족들의 문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2장은 '영혼, 마음, 초자연'을 주제로 '천국과 지옥', '선과 악', '마법' 등의 상징에 대해서, 3장은 '동물 세계'라는 주제하에 '상상속의 동물', '말과 사슴', '뱀 숭배', '용', '코끼리, 원숭이, 곰, 멧돼지' 등의 다양한 동물에 담긴 상징에 대해서, 4장은 '식물의 왕국'이라는 주제하에 각종 식물과 연관된 상징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5장은 우주와 시간과 계절, 불과 공기, 비와 구름, 안개와 폭풍우 등과 연관된 상징에 대한 내용이고, 6장은 예술과 예술 작품속에 깃든 상징의 세계에 대해서, 그리고 7장은 선, 십자, 원, 색채, 형태와 기호, 그리고 기하학적인 형상과 패턴 등에 담긴 상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앞에서 이야기 하였듯이, 처음 책을 대하면서는 상징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 즉, 동화나 전설속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이나 신비로움을 기대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그러한 아름다움과 신비로움보다는 인간의 다양한 문화속에 담겨있는 방대한 양의 상징에 대한 난해함을 느끼게 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저자가 의도한 바는 아마도 자신이 모은 자료를 정리하고, 또한 그 방대한 상징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었을텐데, 책을 읽게 되는 나의 기대가 맛갈스러운 이야기 쪽으로 먼저 투영된 탓이겠지요. 하지만 난해함은 난해함대로 남기고 마지막까지 저자가 말하는 상징 이야기에 귀기울인 덕에, 인간의 문화속에 담긴 상징의 다양성에 대한 안목이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된 상징물에 대한 이해, 우리와 다른 문화속에 깃든 또 다른 의미의 상징물들에 대한 지식-완전한 것은 아니지만-등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과학이 발전한 만큼, 신비로움을 지닌 상징이 우스개소리처럼 공허해지기도 해버렸다는 사실이 아마도 우리 인간이 지닌 중요한 문화적인 소중함 하나를 잃어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저자의 이야기 속에 담긴 고대인의 천지만물에 대한 믿음이 담긴 상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한가지, 이 책을 보면서 이내 아쉬웠던 점은 중국과 일본의 문화속에 나타난 다양한 상징물에 대한 언급과 달리, 우리의 문화와 상징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과 삼족오에 대한 이야기가 두번인가 나오는데 그것이 중국의 문화와 역사 속에 깃든 상징체계로 소개된 부분에서 였습니다. 아마도 우리의 것에 대한 연구나 소개가 미흡함으로 인한 것이겠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틀라스 중국사 - 역사읽기, 이제는 지도다! 아틀라스 역사 시리즈 3
박한제 외 지음 / 사계절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동북공정, 역사에서의 마찰이란 항상 일본과의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을 어리석게 만들었던 단어입니다. 이번에는 고구려 후기의 왕릉도 모두 중국쪽에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논문 하나가 소란을 피웠습니다. 고구려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하겠다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 수작(?)이라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민초로서의 나는 일견 많이 알고 있는 듯 하여도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그 맞은편에 있는 중국의 역사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학창시절 세계사와 국사 시간에 배운 중국이 내 지식창고의 전부이기에 -아니 단편적인 것이고 소설이지만 삼국지에서의 중국도 조금은 알고 있군요^^;;- 더더구나 빈약함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동북공정이라는 말에 감정적인 분출은 있었지만.... 그건 감정적인 것 이상을 넘지 못하였다는 부끄러움이 남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중국사나 한국사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저들과 우리 학자들 사이에 오가는 토론의 논리속에 숨은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미에서의, 나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일종의 감정을 말하는 것입니다.

 <아틀라스 중국사>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이 책은, 제목에 있는 '아틀라스'라는 제목에 걸맞게, 우선 제일 먼저 책장을 넘기며 느끼는 특징은 각 지면마다 배치된 연표와 지도, 도표 그리고 주요 유물들에 대한 사진입니다. 각 본문 내용에 합당한 그리고 중요한 부분을 연표로 나타내고, 도표와 지도로 이해를 돕고 있고, 또한 대표적인 유물이나 그림 등의 사진을 곁들여서 단조로움을 피하고 구체적인 것들에 대한 흥미를 돋우기도 합니다. 중국의 역사를 고대, 중세, 근세 전기, 근세 후기, 그리고 근현대의 다섯 부분으로 나누고, 각 시기마다 중요한 내용들을 소제목으로 삼아 두페이지씩 기술하고 있으며, 거기에는 빠짐없이 소제목의 내용에 합당한 지도가 실려 있는데, 역사의 공간적인 이해와 진행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간단한 연표부분은 시간적인 과정의 이해를 돕는 부분이 되겠지요.-저자들은 지도가 단순한 평면지도가 아니라 역사적인 사실이나 통계를 설명과 함께 설명하고 실제 지형의 고저를 나타내는 음영기복도를 사용하여 입체적인 역사의 이해를 돕는 '역사지도' 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약 1만전 중국의 신석기 문화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중국대륙의 안과 밖에서 흥망성쇠를 이루고 스러진 여러 제국들의 이야기를 거쳐서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에서 끝을 맺습니다. 나름대로 읽는 동안 느낀 장점이라고 한다면, 우선은 저자들의 말대로 각각의 주제에 실린 역사지도를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글로만 풀어쓴다면 이해하기도 또한 집중하기도 어려웠을 역사속 이야기들을 초보자들도 집중하고 공간적인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기울인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가끔은 한정된 공간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아서 상당한 집중력과 인내를 요구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도 좋게 본다면 어떻게든 독자의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한 정성의 일부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두번째는 복잡한 왕조중심의 단락지어진 역사기록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으로 각 시대를 특징지을 수 있는 주제들을 중심으로 다루어져 있어서 전체적인 개괄에 도움을 주는 점입니다. 물론 이것이 한편으로는 단점일 수도 있고 방대한 역사를 한권의 책으로 묶어내기 위한 방편일수도 있지만, 중국사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데는 분명 장점이 될거라는 생각입니다. 세번째는 우리학자들의 노력에 의해 기술되고 만들어졌기에 우리의 눈과 의식을 가지고 그들의 역사를 바라보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입니다. 이 부분은 스스로가 중국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기에 저자들의 말을 다시 되뇌이는 수준이지만, 적어도 동북공정이라는 그들의 야심을 보고 있는 입장에서는 우리의 독립적인 눈으로 그들의 역사를 해석하고자 한 노력만으로도 많은 칭찬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읽는 동안 좀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에서는 너무 압축되거나 생략되지 않았나 하는-특히 우리나라와 연관된 부분들에 있어서- 아쉬움도 있었고, 200여 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이지만, 이것도 딱딱하게만 생각하던 역사를 기술하는 문체를 닮은지라 본문내용을 읽는 동안은 많은 시간과 인내(?)를 요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어려움의 많은 부분은 내 지식의 짧음과 노력의 부족에 그 탓을 돌려야 하겠지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 시간들이 내게는 중국사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와 정리, 그리고 좀더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한 첫번째 받침돌이 된 것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요즘 어떤 영화 보셨어요?
귀족의 은밀한 사생활 - 탐미의 시대 유행의 발견, 개정판
이지은 지음 / 지안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신고전주의 시대.... 각 낱말들 자체는 크게 낯설지 않은 단어들입니다. 물론 문화적 특징이나 의미 등에 대한 실질적인 지식의 분야로 들어가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말입니다. 이 책은 바로 이들 시기를 관통하는 프랑스 왕가 -시기적으로는 16-18세기, 앙리 3세, 루이 13, 14, 15, 16, 17세와 프랑스 혁명기까지-와 동시대인들의 삶속에 자리한 가구와 소품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름하여 '오브제 아트'라고 하는데, 우리말의 '공예'에 가깝지만, 범위가 포괄적이어서 가구는 물론 유리, 청동, 도자기, 공예품에다 인형, 시계, 타피리스 등 수많은 분야를 아우른다는 저자의 설명에도 낯선 느낌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물론 저자의 '오브제 아트 감정사'라는 독특한 직업도 낯설기는 마찬가지이구요.

 15장으로 구성된 내용은, 우아한 그림들 속에 담긴 오브제 아트를 시작으로 하여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화가들의 화폭에 담긴 가구나 소품, 복장, 벽장식 등을 통해서 읽는 이에게 당시 시대의 모습을 먼저 소개합니다. 그리고 당시의 시대상이나 인물들의 이야기, 사는 이야기나 상상과 현실의 차이를 짚어가며, 그 안에 담긴 오브제 아트의 의미와 특징, 변화상을 자연스럽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솔직히 나같은 문외한 들에게는 이야기 속의 의자나 침대, 벽장식 등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지만, 그런 것들을 통해서 저자가 들려주는 당시의 시대상과 인물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 -우아하지 못했던 궁정생활의 실상, 고달픈 왕의 하루, 퐁파두르의 성공과 죽음, 비극적인 왕비 앙투아네트와 가족들의 비극, 예술가의 눈으로 본 프랑스 혁명의 그림자 등-이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이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집을 장식하고, 가구를 배치하는 것 등이 결국 사람이 사는 일들중의 일부인지라, 그것들을 통해 사람사는 모습을 보고, 의미와 변화를 함께 들여다 보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요. 아마도 저자가 멋진 가구나 장식들을 보고 그 특징이나 문양의 다양성, 사용된 재질이며, 변화의 과정등에 대해서 학문적인 영역에서의 단조롭고 무미건조한 문체로 설명하고 말았다면, 그러한 오브제 아트를 통해서 자신이 삶과 혼을 불어넣었을 당시 장인들의 정신과 시대의 흐름은 고스란히 사장되어 버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정확하게 그것들이 사람의 삶을 위한 것임을 자각하고 있는 듯하고, 그래서 자신의 글에, 그리고 글에 언급된 가구나 소품들에 사람의 이야기를 겯들여서 생명력을 부여하고, 흥미를 돋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접근 방식이 읽는이를 편하게 하고 낯선 분야지만 친근하게 다가서서 바라볼수 있게 해주고 있습니다.

  귀족의 은밀한 사생활, 제목을 대하면 처음에는 굉장히 사적인 영역에서의 이야기나 스캔들 등을 떠올릴 수도 있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은밀함이란 그런 비밀스런 것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보고도 보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은밀함을 말한 듯 합니다. 현대에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품격을 갖춘 가구들에 담겨있지만 깨닫지 못하는 은밀함, 당시의 그림들 속에 보석처럼 박혀있지만 알지 못해서 무심코 지나치고 마는 무지에서 오는 은밀함과 가구나 각종 오브제 아트의 품목들이 개인이 소유한 지극히 사적인 물건이라는 의미에서의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로 이해한다면 제목에서 기대한 바와 책의 내용과의 괴리에 대한 의문점을 조금은 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책무더기 속에서 신기한 보석 하나를 발견한 기쁨! 책을 덮으며 드는 느낌입니다. 숨겨진 보석하나를 찾은 듯한 이 기분은 아마도 낯선 프랑스의 오브제 아트라는 분야를 통해서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따뜻하고 애정어린 시선과 그 안에 담긴 사람의 삶과 땀, 사랑과 진실, 흥함과 쇠퇴에 대한 작가 나름의 고민과 독자적인 시각, 방대한 자료수집, 땀방울 맺힌 노력에 의한 섬세한 이야기들 때문이겠지요. 책을 읽는 내내 여기에 쏟은 저자의 섬세한 손길과 열정과 땀방울을 느낄 수 있었기에 더욱 소중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전공분야에서 이리도 짜임새 있고, 독특한 시각을 가지고 색다른 흥미와 품격을 담은, 하지만 일반인도 결코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나같은 이들에게 선사해 주었다는 것에 대한 감사와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아마 다음에 저자의 다른 책을 만난다면 그것이 내 관심 분야가 아닐지라도 관심있게 손에 들고 읽고 싶을 겁니다. 이 책에 담긴 저자의 정성과 손때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기에.....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