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불제 민주주의>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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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평점 :
헌법 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대한민국의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고등학교 어디쯤에선가 배우고는 영원히 기억속에 잠겨있을 헌법조문을 들고서, 전 국회의원에 보건복지부 장관, 그리고 인기있는 저술가였던 이가 지식 소매상이란 명함을 새긴 채 돌아왔습니다. 많은 이들이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현재는 모든것이 그 헌법이 말하는 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을 것 같은 2009년 대한민국 한복판으로, '현재의 대한민국은 정말 민주공화국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들이대며 나타났습니다. 그가 참여했던 참여정부가 힘없이 무너지고, 헌법이 정한 절차에 의해서 뽑힌 새 대통령이 집권 2년차에 접어든 이때에, 난데 없이 우리의 헌법과 민주주의는 아직 값을 치루지 않은 후불제라고 주장하며 말입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는 과거의 그의 모습과 그가 참여했던 정부에 대한 애증과는 별개로, 지금 우리사회가 처한 모습을 보며 미처 생각치 못했던 부분, 여유를 가지고 고려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깨우침을 주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의 고백처럼 전문가가 아닌 다른 사람의 지식을 모아 다시 꾸리는 지식 소매상의 솜씨라고는 하지만, 그래서 그가 하는 이야기에 대단한 독창성이 담긴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지만, 또한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들의 많은 부분이 그동안 그가 겪었던 여러가지 일들에 대한 경험이자 자신의 가치관의 표현이라고 해야 할 것들이지만, 그 틈새로 번뜩이는 그의 생각들은 경제위기의 파고속에 생각을 놓고 살아가는 나같은 이들에게는 분명 많은 깨우침을 주는 것들이라고 고백하게 만듭니다.
유시민..... 내게는 이 이름은 정치인으로서의 한 사람, 그리고 그 중에서도 김영춘 의원이 말했던 것처럼 '바른 말을 싸가지 없이 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아마도 참여정부의 지리멸렬(?)과 함께, 노대통령과 함께 그러한 이미지의 희생양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속내를 들여다보면서 그런 오해의 조각중의 많은 부분은 떼어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어찌보면 참여정부 내내 국민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생각하면, 하찮은 범부지만 이 책을 통해서 그는 나와 긍정적인 소통의 길을 하나 닦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헌법의 당위'와 '권력의 실재'라는 단원으로 나눠진 책은, 전반부에는 우리 헌법이 말하는 기본권들을 통해서, 우리가 지향하고 실현해야 할 가치와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헌법에 의해 실행되는 대의민주주의가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와 국회를 통해서 실제로 어떻게 작동되고 운영되는지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관찰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헌법이 말하는 당위와 권력의 실재 사이의 간극을 밝히고, 그 차이의 원인과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후불제 민주주의. 저자는 우리사회의 현재까지의 모습과 헌법이 말하는 당위사이의 간극을 크게는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말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각 사회 구성원이 충분한 민주적 역량을 갖춘 상태에서 헌법이 시작된 것이 아니라, 어떠한 혁명이나 희생없이 선진 민주국가의 헌법을 단순히 모방하여 선언적으로 작성한 것이기에, 헌법이 말하는 내용을 아직까지 우리사회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이것은 또한 헌법이 당위로 내세우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수많은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는 시행착오, 또는 희생이나 투쟁 등이 뒤따라야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동안 제헌헌법이 제정된 뒤의 4.19, 5.16, 5.18, 6.10 등의 사건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미리 지불하지 않았던 민주주의의 확립을 위한 후불의 과정이었고, 아직도 그러한 과정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하는데, 특히 현정부의 여러 정책들이 헌법에 역행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이유들에 대해서 찬찬히 살피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이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일종의 '후불제 헌법'이었고, 그 헌법속에 규정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도 일종의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저자의 발상은 많은 면에서 깊이 공감을 하게 만드는 개념입니다. 법체계는 이미 민주주의를 이루었지만, 분명 저자가 말하는 대로 우리 사회 구성원 각각은 그러한 체계에 적합한 옷을 아직 제대로 갖추어 입지 못했다는 그의 생각에 동의할 수 밖에 없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그러한 기발한 용어를 소개했다는 자체보다는, 현재 우리사회가 처한 현실을 많은 이들이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수 있게 한 것만으로도, 우리가 우리 헌법과 민주주의에 아직 치루지 못한 값의 많은 부분 중 적지않은 부분을 덜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은 정말로 헌법이 말하는 민주공화국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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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헌법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현재 모습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진지한 사색을 담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정치적 행적에 대한 변명들이 함께 담긴 점도 눈에 띈다. 물론 그런 변명이 저자를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들에 대한 넉넉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측면도 있지만.....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대한민국 국민 모두, 특히 국가로부터 추방당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 그리고 그들 중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투표했으나 지금쯤 후회하고 있을 이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프롤로그의 '후불제 민주주의'에 대한 설명부분 (p21-5), 마르틴 니묄러의 시 '나치가 공산주의자를 잡아갔을 때......' (p3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