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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아이 사이 ㅣ 우리들사이 시리즈 1
하임 기너트 외 지음, 신홍민 옮김 / 양철북 / 2003년 8월
평점 :
"육아의 목적은 무엇일까? 아이가 반듯한 인간, 곧 동정심이 있고, 남을 보살필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를 인간다운 사람으로 키울 수 있을까? 자비로운 방법으로 키울 때에만 그럴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과정이 방법이라는 것을,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을, 예절바르게 행동하도록 하는 데 효과가 있을까 하여 아이들의 감정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에만, 인간다운 사람으로 키울 수 있다./ 아이들은 경험을 통해서 배운다. 아이들은 아직 굳지 않은 시멘트와 같아서, 무슨 말이든 그 위에 떨어지면 선명한 흔적을 남긴다. 그러무로 부모들에게는 아이들을 분노하게 하거나, 상처를 입히거나, 자신감을 떨어뜨리거나, 자신의 능력과 자존심에 대한 믿음을 파괴하지 않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기술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으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은 부모이다. 모든 문제에 대해 부모가 반응하는 태도에 따라 분위기가 살아나거나 가라앉거나 한다. 그러니까 부모들은 배척의 언어를 버리고, 너그러움의 언어를 익혀야 한다. 부모들은 너그러움의 언어를 알고 있다. 자기 부모들이 손님과 낯선 사람들에게 그 언어를 사용할 때, 들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행동을 비판하는 언어가 아니라 감정을 보호하는 언어이다."
책의 마지막 장 <요약: 아이를 올바르게 키우기> 의 첫머리의 글입니다. 아마도 이 세 문단의 글에 저자가 부모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대부분이 들어있다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아이를 돌보고 교육하는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서 시작하여, 그러한 목적을 이루어 가기 위해서 사용되는 수단과 방법, 아이를 존중하고 감정을 보호해 주는 대화의 필요성, 그리고 그러한 대화에 사용되는 언어는 비판하는 언어가 아닌 감정을 보호하는 너그러운 언어라는 것 등에 대한 기술인데, 이 간단한 글 속에 저자가 말하고 싶은, 그리고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를 바르게 키울 수 있는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이 글 뒤에 저자는 청바지를 입고 길을 건너다가 택시에 치일뻔한 청년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이고 있습니다. 놀란 택시 기사는 우리 대부분이 상상하듯이 -아마 우리 대부분이 그렇게 하겠지요- 그렇게 험하게 청년에게 쏘아 붙이는데, 청년은 그에게 말합니다. '의사한테도 이런 식으로 이야기합니까?' 그의 말에 택시 기사는 잘못을 깨닫고 사과합니다. 아마 택시 기사를 부모로, 그 청년을 우리 아이들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매번 아이들에게 택시 기사처럼 퍼부을때, 청년의 말을 기억해야 겠습니다. "의사한테도 그런식으로 말하세요?"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아이들을 의사로 생각하고 말한다면 야만인의 언어가 아닌 문명인의 언어, 상처를 주고 화나게 만드는 언어가 아닌 조심스럽게 자신을 이해시키고 존중하는 언어로 말할 겁니다. 바로 그러한 대화의 기술이 부모들이 육아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즉 아이들을 반듯하고 올바른 인간, 동정심이 있고 남을 존중하고 돌볼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 배워야 할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며 기술입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영어 몰입식 교육에서부터 시작하여 항상 정권이 바뀌면 되풀이하던 요란한 교육개혁에 대한 나팔 소리가 울립니다. 부모들과 아이들은 그 소리에 놀라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로 너도 나도 뛰어가기에 바쁘구요. 하지만 그러한 소란에 파묻혀 뒤처지지 않기 위한 부산함은 있지만, '왜 이러는 거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진지함마저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 듯 합니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면, 아이들이 행복은 그들이 원하는 것들에 대한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되지 못하고 결국 학교에서 받아오는 시험점수와 부모들의 만족감으로 표현되고 평가된다고나 해야할까요? 이러한 모습은 결국 왜곡된 우리 나라 교육의 현실이지만, 좀더 확대한다면 어렸을 때부터 아이를 보살피고 키우는 육아의 왜곡에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릅니다. 많은 어린 아이들에 대한 육아나 교육에 대한 서적들을 돌이켜보면, 진지한 육아나 교육의 목적을 고민하고, 그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들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보다는, 아이를 더 똑똑하게 키우고 더 많은 것들을 가르치고, 더 좋은 학교를 보내기 위한 교육방법이나 경험들에 대한 서적들이 훨씬 더 관심을 끌었다는 기억이 있으니까요. 그런면에서 이 책은 기존의 육아서적에 비해 훨씬 덜 자극적이고, 덜 화려하고, 어떤 면에서는 밋밋하기까지도 하지만, 진지하게 읽는다면 육아에 대해서 깊은 통찰력과 기본을 담은 진국의 맛을 볼 수 있는 책이라고 하겠습니다.
'아이와 어떻게 대화할 것인가?'는 모든 부모가 고민하는 올바른 육아를 위한 시작과 끝에 해당하는 질문일 듯 합니다. 결국 많은 사람과의 관계가 그러하듯이, 아이와의 관계도 말로 대표되는 의사소통의 과정이고, 그러한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면 결국 서로의 관계도 매끄럽지 못할 것은 너무 당연 것이겠지요. 저자의 이 질문에 대한 해결책은 '부모들이 아이를 존중하고,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 감정을 보호하는 언어를 구사하는 기술을 배워야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부모들의 경우, 아이에 대한 사랑과 육아에 대한 통찰력이 없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기술을 익히지 못해서 자신이 무슨 짓을 아이에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를 바르게 교육한다고 잔소리를 해대지만 결국 그러한 무지 가운데 내뱉어진 언어로 아이를 비난하고, 감정에 상처를 입히고, 창피주고, 꾸짖고, 조롱하고, 위협하고, 낙인찍고, 처벌하고,설교하고, 훈계하게 되고, 결과는 자신이 바라던 행복하고 올바른 아이가 아닌 겁 많고, 부끄러움 타고, 경솔하고, 버릇없고, 겸손하지 못하고, 미움받는 바람직하지 못한 성격을 가진 아이로 내모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결국 아이에게 깊은 애정과 사랑을 품었지만, 그에 걸맞는 훌륭한 부모가 되기 위한 기술이 부족하다는 이야기이고,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부모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훌륭한 부모가 되기 위한 기술, 즉 대화의 기술이 책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언급했듯이 부모들이 집에 온 손님이 우산을 놓고 갔을때, 우산을 가지고 따라가서 전해주면서 "여기 당신 우산 있어요."라고 하지 "당신 주위가 산만하군요."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의사에게 가서 자신의 증상을 설명할 때, 앞의 택시 기사처럼 막말을 해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사고가 날뻔한 청바지를 입은 청년에게 택시 기사가 했듯이, 아니면 그보다 한발 더 나아가서 때로 자신에게 무례하게 구는 사람에게도 내뱉지 않고 참던 험악한 말들을 쏟아내곤 할 겁니다. 아이들이기때문에? 그 순간 한 인격체로써 아이들을 존중하는 마음은 사라지고, 조심하고 아끼는 마음을 순간 잃어버렸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내 가정의 아이들은 분명 집에 온 손님보다, 우리가 아팠을 때 찾는 의사들보다 훨씬 더 소중한 이들인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소중한 보물들을 우리가 장롱속이나 은행금고 속에 애지중지하며 보관하는 보석보다도 더 귀하게 관리하고 다루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진주를 돼지우리에 던지지 않듯이, 아이들을 시궁창에 쑤셔넣고 싶어하는 부모는 없겠지요. 아이들의 귀중한 영혼을 반듯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격려하면서 기를 수 있는 지혜를 이 책을 통해서 많은 부모들이 얻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나를 비롯한 자녀를 가진 모든 어른들이 '부모가 되지 말고, 부모로서의 인간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