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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60분 부모 : 성장 발달 편
EBS 60분 부모 제작팀 지음. 김수연 책임감수 / 지식채널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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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아이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처음이기에 어떻게 준비된 것도 아니었을 것이고, 준비를 했다손치더라도 초보 부모로서 제대로 준비되었을 수도 없었던 순간이지만, 많은 부모들이 그리했듯이, 두 손가락과 발가락이 모두 제 모양과 갯수를 가지고 세상에 나온 것만으로도, 온전한 모습으로 품에 안긴 것만으로도 반갑고 기쁘고 또한 감사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한편으로는 이리 어린 녀석을 어찌 키워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결국 지내고 나면,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태어난 아이 안에 무럭무럭 자랄만한 능력이 이미 조물주에 의해 가득 채워져있고, 부모는 다만 아이가 자라는 것을 곁에서 정성으로 도와주는 것일 뿐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가 자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라는 아이를 곁에서 도와주는 것이라는 사실..... 이러한 평범한 사실을 아이가 자라면서, 그리고 주변의 아이들과 비교하면서, 많은 시간 망각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이 책을 대하며 다시금 문득하게 됩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아이를 키우는 것은 농부가 농사를 짓는 일과 비교할 수도 있을 듯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씨를 뿌린 농부가 싹이 트는 것을 정성껏 보살피며 기다릴 수는 있지만 억지로 싹을 틔우지는 못하는 법이고, 싹이 자라고 자라서 열매를 맺기까지 넘어지지 않고 병들지 않고 튼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도울수는 있지만 열매 의 모양이나 맛까지 만들어 낼 수는 또한 없는 것이 자연의 순리입니다. 때로 바람이 불고, 비가 세차게 내려 물이 넘치면 농부는 손발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피해를 줄이도록 이리저리 방편을 강구하겠지만 그러한 시련은 자라는 곡식이나 나무들이 온전히 겪어내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때론 비료를 사용해서 빨리 튼튼하게 자라도록 돌보기도 하겠지만 너무 과하면 분명 낭패를 당할 것이고, 때를 맞추지 못하면 제대로된 추수를 하지 못하고 1년 농사를 그르치기 십상입니다. 그러한 농부의 1년 수고가 부모가 아이를 키운다는 것과 닮아 있다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다른 아이와 비교하기 시작하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면 아이가 품에 안긴 것만으로도 기뻐할 수 있었던 순박한 마음은 이내 세차게 흔들리고 맙니다. 순박하던 농부가 비닐하우스를 세우고 바람을 막고, 불을 지피며 순리를 거스르기 시작하여 이득에 집착하기 시작하는 것처럼 조급함과 남들보다 더 나은 성적을 위해 기꺼이 아이를 비닐하우스에 가두기를 마다하지 않고, 조금더 심해지면 나무로 분재를 만들어 내듯이 아이를 이리 저리 만져가며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 보려는 욕심을 마다하지 않는 듯 합니다. 결국 아이는 스스로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기도 전에 자신의 미래를 부모가 원하는 목표에 맞추어 달리고 있는 다른 아이들과 남모르게 경쟁하는 선수가 되어버립니다. 이런 시각이 조금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나를 비롯한 아이를 위해 무엇인가를 열심으로 한다는 많은 부모들의 모습뒤에 숨겨진 이러한 극단의 모습을 느끼게 됩니다.  

 많은 이들이 아이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의 포근한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필요한 것은..... 이것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그리고 주장하는 내용이 각기 다른 여러 육아서마다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아이와 자신에게 열려있는 마음과 올바른 육아와 교육관이 그 다음 자리를 차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은 아이에게 더 많은 지식과 기회를 만들어 주기위해 자신의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헌신적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아이만을 자라게 몰아세우는 그런 부모가 아니라, 더디게 보일 수는 있겠지만 아이의 눈높이에 서서 아이와 함께 자라는 그런 부모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내 앞에 있는 아이가 자란만큼은 아니더라도 아이 앞에서 내 마음과 지식과 영혼이 적절하게 성장하지 못했다면 아마도 나는 아이에게 그다지 좋은 부모가 아니었다는 반성문을 써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많은 것들을 아이 품에 안겨주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결국 부모의 욕심이나 분별없음에서 비롯되었다면 말입니다. 이 책에는 바로 아이를 키우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이해하고 도와 줄 것인가에 대한, 좋은 부모가 되기위해서 필요한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실들이 담겨 있다는 생각입니다. 아이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에서 시작하여 각각의 성장발달 단계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과 문제들에 대한 실질적인 내용들과 아이의 교육과 건강을 챙기기 위한 지식에 이르기까지, 현실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고민하며 해결책을 찾아 헤맸던 부모들의 경험담과 전문가들의 해결책이 함께 어우러져 유용하고 깊이있는 육아정보를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물론 아이를 키우는 각각의 실제 생활에서 딱 맞아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육아에 대한 기본적이고 건전한 틀을, 아이를 키우고 있는 많은 부모들과 나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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셸터 - 집으로 쓴 시!, 건축 본능을 일깨우는 손수 지은 집 개론서 로이드 칸의 셸터 시리즈 1
로이드 칸 지음, 이한중 옮김 / 시골생활(도솔)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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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화장실이 막히면..... 배관공을 부릅니다. 이번에 전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전등을 갈아보고 안되면 전기 수리업자를 불러야지요. 현관문 자물쇠가 고장이네요..... 그러면 열쇠업자를 불러야 겠네요.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너무도 당연하게 들리는 이야기입니다. 그럴수록 자립능력은 떨어지겠지만 어찌 되었든 현대라는 사회의 틀속에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들입니다. 한데 거기에 대고 "집 지어 봤니? 아님, 고쳐는 봤어?"라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상스럽게 쳐다보겠지요. 한데 이 책이 그리 말하네요. "집 한번 지어 보실래요. 많이 어렵지는 않아요." "집에 문제가 생기면 한번 고쳐 보세요. 옛날에는 다 그렇게 하고 살았잖아요." 

 그러고 보니 나의 아버지 세대만 하더라도 집안 여기저기에 문제가 생기곤 하면 직접 연장을 들고 뚝딱거리고 하였던 기억입니다. 요즘처럼 아파트나 빌라 등의 공동주택이 주된 주거형식이 아니라 대부분 단독 주택에서 마당 가진 자기 집에서 살던 시절이었기에 그런 활동이 더 자연스러웠을 수도 있지만, 집안일의 대부분을 누구를 부른다기 보다는 스스로 똑딱이며 해결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렇게 똑딱이며 살던 시절에 대한 본능을 일깨우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아주 기본적이고 원시적이기까지 하던 동굴과 오두막, 천막이라는 주거지 형태의 소개에서 시작하여 여러지역의 주거지 형태의 발달과정을 살핀 뒤에 작은 집 짓기에 들어갑니다. 터를 다지고 기둥을 세우고, 뼈대를 얶고, 지붕을 얹고 문을 달고 창은 내는 방법을 소개하고, 또한 다양한 형태의 건물을 짓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집을 지을 때 사용되는 연장들에 대한 소개도 있고, 건축에 사용되는 여러 재료들을 자연에서 얻고 만들고 다듬어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세밀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이 단순한 집짓기를 가르쳐주는 책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은 집짓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동굴이나 천막 등의 주거의 초기형태에서부터 시작하여 자동차집이나 트럭집, 캠핑카나 배집, 나무집 등의 다양한 주거형태에 대한 관찰 및 이야기를 통해서, 사람이 머물고 생활하는 주거지에 대한 의미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여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직접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자립적인 삶의 방식에 대한 철학이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리브레 공동체나 아난다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부분은 집이라는 단순한 건축양식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사는 곳이라는 의미로서의 주거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합니다.  

 "..... 시공업자를 불러! 자동차 수리공을 불러! 농부를 불러! 배관공을 불러! 전기기사를 불러! 그럴 게 아니라 직접 하시라, 게으름뱅이들이여! 하면 된다!" 현대인의 삶의 방식에 대해서 리브레 공동체가 말하는 이와같은 비판까지는 아니더라도, 저자는 아마도 우리의 부모세대가 자신의 주거지의 관리를 다른사람에게 무심하게 의지하지 않았듯이 우리도 직접 몸을 움직이고 손을 움직인다면 직접 집을 짓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고, 그렇게 할 수 있는 만큼 우리 삶에는 기쁨과 자유와 해방감이 넘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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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사생활 아이의 사생활 시리즈 1
EBS 아이의 사생활 제작팀 지음 / 지식채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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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에게도 사생활이 있다는 표현은 아이도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라는 말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도 하나의 인격체라는 말에는 동의하겠지만, 온전히 자율성을 인정해주어야 할 독립된 존재로서의 아이를 생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떤 순간에는 간섭할 수도 있고, 부모의 판단에 필요하다면 강제력-물리적인 힘이 아니더라도-을 동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아이들은 아직 양육의 과정에 있다는 면에서 그러한 생각들이 잘못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책제목의 '사생활'이라는 단어가 '아이'라는 단어와 어울려 있는 것이 무척이나 낯설어 보였습니다. 분명 '아이의 사생활'이라는 의미가 우리가 타인의 개인적인 일들을 존중하듯이 아이도 그리 대해야 한다는 말을 아닐텐데..... 하지만 분명 지금까지 아이를 대하고 다루어오던 부모로서의 나의 자세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할 것들을 남기는 말입니다. 

 나의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라는 의문속에는 단순히 아이를 입히고 먹이고 재우는 것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라는 말속에는 미래에 아이가 행복하고 좀더 자유롭고 풍요롭게 살 수 있게 하고 싶다는, 그리고 현재의 부모로서의 자신의 모습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게 하고 싶다는 그러한 소망이 듬뿍 담겨 있는 것이라고 해야겠습니다. 많은 부모들은 그 '어떻게'에 대한 해답으로 아이들에게 뭔가를 해 주는 것, 예를 들면 더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고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주고 또는 더 많은 경험을 하도록 이끄는 것 등으로 생각하는 듯 합니다. 그래서 어려서는 조기교육에, 그리고 아이의 나이가 들어가면 영재교육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아이도 그리 만들어 보고자 심혈을 기울이는 부모들이 상당합니다. 앞뒤 생각없이 주변의 분위기에 휩쓸려 그리 따라가는 이들도 있을 터입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되집어서 '이런 삶을 아이는 행복해할까?' 또는 '정말로 이래야만 아이가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해 본다면, 결국 아무도 자신할 수 없다는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결국 그 '어떻게'라는 것이 아이에게 무엇인가를 해주는 것이라고 또는 아이가 무엇인가를 하도록 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서 오는 한계일 듯 합니다.  

 이 책에도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대답들이 적혀 있습니다. 우리가 익숙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좀더 근원적인 부분에서 접근하고 양육의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는 점이 색다르게 다가옵니다. 즉 두뇌의 발달과정을 통해 나라는 존재를 이해하고, 남자와 여자의 뇌의 차이를 통해서 남녀의 양육방식의 구별이 필요함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중지능이론을 통해서는 아이마다 지닌 나름의 장점을 찾아 살려나가고 부족한 부분을 키워나가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고, 아이가 자라서 미래에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가장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키워가는 도덕성이라는 사실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이의 자아존중감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있는데, 이 또한 아이가 미래에 닥칠 수많은 어려움을 헤쳐나가며 낙관적이고 끈기있는, 도전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원천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미 텔리비젼 프로그램을 통해서 관심을 끈 내용들인지라,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한 부모로서의 관심의 표현일 것입니다. 하지만 뭔가 아이에게 해 줄 것만을 찾아내려고 한다면 결국은 우리 주위의 수많은 학원들처럼 또 다른 다중지능 배양학원, 정직성 기르기 과정, 자아 존중감을 키우는 학습지 등등의 우스운 변형들만을 만들어 내는 왜곡을 저지르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입니다. 이 책이 말하는 것은 아이의 진정한 행복, 즉 아이가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미래를 밝게 헤쳐나갈 수 있는 긍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부모가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 한 것이라는 사실을 망각한다면 말입니다. 

 알려진 것처럼, 자라는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서 정말로 필요한 것들, 부모로서 해 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좋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덧붙여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더더욱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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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 부모의 오답백과
앨리사 쿼트 지음, 박지웅 외 옮김 / 알마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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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내 아이가 기막힌 재능을 보이기 시작하고 영재라는 소리를 듣기 시작한다면? 부모치고 이 소식을 반기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 나부터도 너무 좋아하며 아이를 어떻게 교육시키고 어떻게 이끌어주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할겁니다. 실제로는 모든 아이가 영재일 수 없고, 또한 나의 아이가 영재라고 판정될 수 있는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지만, 그래도 많은 부모들의 마음 한 구석에는 내 아이가 좀 더 뛰어나기를 바라는 욕심이 숨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한쪽에서는 교육으로 아이의 재능을 키워 영재로 자라게 할 수 있다는 달콤한 속삭임으로 부모들을 유혹합니다. 조기 교육으로 아이의 재능을 계발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은 일견 맞는 이야기이지만, 여기에 부모의 욕심이나 꿈이 투영되기 시작하면 일이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어긋남의 전형적인 모습이 현재 우리주위에 불고 있는 조기교육에 대한 끝없는 부추김과 그에 끌려가는 부모들의 모습, 그리고 어른들보다 더 바쁜 아이들의 모습이지 않을까 합니다. 분명 어디선가 잘못되기 시작한 듯 한데, 아무도 꿋꿋이 중심을 지키며 이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합니다. 아니 그리 말했다가도, 내 아이만 뒤처지는 듯한 조바심에 결국 마음의 중심을 접고 세태를 따르는 것이 또한 많은 부모들의 모습일 것 같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더 나은 교육을 받고, 한발 앞서기를 바라는 부모의 욕심에 많은 아이들을 마냥 이끌려가며 수퍼 차일드-문득 수퍼맨이 생각나서 사용해보는 단어입니다- 가 되기를 강요당하는 모습이 우리 아이들의 현실인 듯 하여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이 책은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의 육아와 교육에 대한 고민 중에, 조기교육을 언제 어떻게 시킬 것인지, 또는 아이의 재능을 어떻게 키우고 발전시킬 것인지, 정말로 특별한 아이의 재능을 발견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해 대단히 실제적이고 균형잡힌 생각을 담아놓았습니다. 다루고 있는 주된 초점이 영재교육에 대한 것이기는 하나, 조기교육을 위해 많은 것을 투자하는 부모들의 심리가 자신의 아이들을 영재로 키우기 위한 욕심(?)에 기초한 것이니 아이들의 조기교육에 대한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의 영재교육에 대한 시각은 분명 필요한 일이지만 너무 과하게 포장하고 과장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고, 특히나 그러한 영재교육의 주체가 아이 자신이어야지 부모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자 자신이 영재로 키워지고 자랐던 시절이 있고, 그러한 과정에서 실제로 겪었던 일들-자신과 타인의 예들-을 통해서 영재교육이 가지고 있는 허와 실, 명암을 구체적으로 짚어주며, 영재교육의 실상이 무엇이며, 많은 부모들이 소홀히하고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조기교육을 통해서 아이의 재능을 키워주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과도하게 혹사시키며 상처를 입히는 부모들의 행위가 어떤 결과를 낳고, 영재로서 교육받는 아이들의 화려함 뒤에 숨겨져 있는 실패와 아픔,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도 잊지 않고 덧붙이고 있습니다. 저자는 정말로 뛰어난 아이들을 위해서는 아이의 입장을 고려한 영재교육이 정말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모든 아이들이 영재가 되기 위해 혹사 당한다거나 부모의 욕심이나 소망이 투영된 부모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아이에게 영재 교육을 강요하는 것에 대해서는 한사코 심각한 부작용이 따를 것임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무엇보다도 아이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영재로 자란다면 또는 다른 아이들보다 더 공부를 잘한다면 미래의 행복이 보장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진한(?) 부모들에게 '그렇게 된다면 아이들이 정말로 행복해질 것 같느냐?'고, 다른 한편으로는 '부모로서 아이의 행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냐?'고 많은 부모들이 무시하거나 잊고 살던 질문을 저자는 에둘러서 묻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을 위해 그리 아이들을 붙들고 부모 자신이 정한 목표를 향해 달리라고 하는 것인지.... 진지하게 묻고 있는 듯 합니다. 

 '모든 아이는 나름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우리가 아이들의 재능의 범위를 넓게 보는 시야만 가진다면..... '조기교육이 아이들을 어른들의 관리대상으로 변화'시키고, '아이 스스로 자신의 꿈을 키워가는 것을 방해하고 있'으며, '행복한 어른의 삶이 꼭 어릴 때의 재능에서 오는 것은 아니'고, '정말 중요한 것은 아이 스스로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여 발전시키는 자기 주도권이다'. 그래서 저자는 오늘날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멋진 장난감이나 값비싼 선물, 훌륭한 교육환경 등이 아니라 아이가 '자기주도적인 꿈을 추구'할 수 있게 해주고 아무 간섭도 없이 마음 편하게 '그냥 놀게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부모가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아이에게 투사하는 것을 주의'시키며, 다만 '아이가 자발적으로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이의 관심을 발견했을 때 너무 앞서 나가'며, '자신의 희망을 아이에게 덧씌우는 위험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조기교육이나 영재교육의 현실이 '미래의 성취에 집중하여 아이의 현재를 희생하는 것'임을, 심하게 말하면 '아이의 미래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한 나머지 아이의 현재를 노예처럼 부려먹는 것'임을 경고하기도 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참으로 새겨 들어야 할 경고라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 있는 저자의 글은 아마도 나를 비롯한 많은 부모들에게 우리가 아이들을 위해 해야할 것이 진정 무엇인지에 대한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여러가지 학습을 확 줄인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영재라는 굴레를 씌우지 않는다면 내 아이는 이런 불행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 우리 어른들이 누린 행복하고 충만한 어린 시절을 왜 내 아이에게서 빼앗으려 하는가. 행복한 아이는 더 많은 꿈을 꾼다. 어른들이 무리한 욕심으로 아이를 지치게 하지 않는다면 아이들 안에서는 꿈이 자랄 것이고 그 꿈을 이루겠다는 마음도 생겨날 것이다. 자신의 뜻대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아이가 행복한 거라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아이들을 키우며, 그 아이의 미래를 그리고, 그 아이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뭔가를 더 해주고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하는 많은 부모들이 마음을 열고 꼭 한번 읽어 보았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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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하나뿐인 병원
캐서린 햄린 지음, 이병렬 옮김 / 북스넛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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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디스아바바 누 병원 (Addis Ababa Fistula Hospital), 이 책에서 말하는 지구에 하나뿐인 병원의 이름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이 병원이 멋지게 있었고, 저자 부부가 편안하게 들어가서 봉사한 것은 아닙니다. 저자와 그의 남편은 에티오피아의 체하이 공주 기념 병원에 자원봉사를 나선 것이 이 병원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그들이 체하이 공주 기념 병원에서 만난 환자들은 선진국에서라면 생각하지도 못한, 임신부들이 출산과정에서 제대로 처치를 받지 못해 발생한 누(fistula)로 인해 비참하게 버려진 어린 신부들이었습니다. 출산에 대한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하고 그로 인해 발생한 질환에 대해서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함으로 인해 결국 남편과 가족과 사회로부터 추방당하는 여인들의 현실은 저자 부부가 지구에서 하나뿐인 병원을 세우고 평생을 헌신하는 열정으로까지 연결됩니다. 들어오는 환자들을 아무 이유없이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무료로 치료해 주는 병원..... 그리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의술의 축복을 통해 그 환자들이 무사히 회복하고 삶의 새로운 희망을 품에 안는 모습만으로 충분히 보상받았다고 생각하고 기뻐하는 의사가 있는 병원.... 바로 저자와 그의 남편이 일군, 이 책이 말하는 지구에 하나뿐이 병원입니다. 그리고 이 책은 이 병원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이자 이 병원을 세우기 위해 평생을 헌신하며 살았던 저자 부부의 일생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처음 책에 대한 소개를 접하면서는 때때로 듣게되는 낙후된 나라에 의료봉사를 나선 의사의 이야기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였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산부인과 의사인 저자와 그녀의 남편이 50년간 에티오피아의 누(fistula)환자 3만 2천여명을 살려내었다는 소개가 대단하게 생각되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의미를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 이유가 컷던 것 같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하루하루의 삶의 조각들을 무미건조하게 헤쳐나가던 나 자신이 하나하나의 생명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인지에 대한 감각을 상실한 이유도 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얼마정도 넘기고 나서는 그러한 나 자신의 무디어진 마음이 허물어지고 어느새 눈동자에 물기가 아른거리게 되었습니다. 저자가 그저 자신이 감당한 일들과 자신의 환자들이 처했던 불행했던 과거와 처한 상황에 대해서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을 뿐인데도, 그 이야기들이 자꾸 내 마음의 여린 구석을 자극하는 것이지요. 먼저는 저자와 그의 남편 그리고 그들을 도와 지난한 시간을 견디며 불행한 환자들을 보살펴 온 사람들에 대한 찬사와 감사, 아이를 출산하며 생긴 합병증으로 인해 남편과 가족과 사회로부터 무참히 버림받고 내버려진 여인들-실제로 우리나라로 생각한다면 10대 소녀들-에 대한 동정과 안타까움, 환자들이 치료받고 회복하는 과정 자체에 담겨있는 희망, 그리고 그 뒤에 슬며시 내게 다가오는 안일한 내 삶에 대한 반성 등..... 여러 감정들이 내 안에서 서로 겹치면서 이루어낸 반응이겠지요.......

 읽는 내내 한 사람의 열정과 헌신이 사람들에게 안겨줄 수 있는 무한한 희망과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산부인과 의사 부부의 헌신에서 시작된 에티오피아의 누(fistula)병원에 대한 이야기들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가치있는 내용이지만, 한편으로는 에티오피아의 버려진 여인들의 아픔만이 아닌 세계 도처에 널려진 가난과 불행과 아픔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용한 답을 생각하게도 합니다. 저자인 캐서린 햄린 부부처럼 누군가는 나서서 현장에서 부딪히며 일을 헤쳐나가는 사람도 있어야 하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그들의 뒤에서 묵묵히 여러 모양으로 후원했던 이들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비록 작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하나쯤은 지금 당장이라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슈바이쳐 박사의 전기를 읽으며 그의 삶을 존경스럽게 여기었고, 마더 테레사 수녀의 죽음을 보면서 성스러운 일들이 이제는 마침표를 찍는다는 안타까움에 잠시 사로잡혀있던 내게, 아직도 세상의 많은 곳에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슈바이쳐 박사나 마더 테레사의 이야기들이 쉬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만들어준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세상의 구석에서 묵묵히 섬기며 봉사하는 그들의 삶이 바로 우리가 아직까지 또 다른 건강하고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가 조금만 마음을 연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그러한 희망의 이유 마지막 끝에 조그맣게 이름을 새길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도 스스로를 즐겁게 만듭니다. 나와 우리 사회 그리고 자라는 모든 아이들의 미래를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그러한 희망의 싹을 키우는 이들이 있고 또한 나도 키울 수 있다는 그러한 기쁨을 느끼는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이토록 아름다운 병원을 섬긴 저자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병원의 가족들에게 존경과 격려의 박수와 함께  앞으로도 지치지 않은 열정을 그들의 삶속에 담아주시기를 하나님께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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