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책값 내리기 [05/01/14]
 
새해를 맞아 일부 출판사들이 불황 타개책으로 ‘책값 내리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술 전문 출판사로 28년 활동해 온 예경 출판사는 화집 ‘천년의 그림 여행’을 펴내면서 초판 3000부에 한해 1만9800원이라는 특별 가격으로 판매 중입니다. 370쪽 분량에 원색 도판으로 꾸며진 이 책의 정가는 3만6000원이지만, 재판부터 정가를 받겠다고 합니다. 출판사측은 할인 판매에 대해 “그동안 고가의 우리 책들을 사준 독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불황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재판을 빨리 찍으면 아무래도 수익이 남을 텐데, 특별 가격 판매를 연장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말했습니다.

지난주 출간된 ‘지식의 원전’(바다출판사)은 다 빈치에서 파인만까지 과학사의 거장 120명이 남긴 기록들을 압축한 책입니다. 822쪽이나 되지만, 2만8000원에 판매 중입니다. 출판사측은 “분량대로 하자면 3만8000원 정도 받아야 하지만, 순수 과학도서의 열성 독자가 3000~5000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최대한 값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불황의 깊은 골을 빠져나가기 위한 출판사들의 몸부림입니다. 주머니 사정이 빠듯하겠지만, 독자들이 손을 뻗어 책을 통한 상생의 문화를 키워보심이 어떨까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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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된 출판시장 불 다시 지피려면…  [05/01/14]
 
[박종현기자의 출판25시]침체된 출판시장 불 다시 지피려면…

출판은행 설립등 업계 자구 노력후
정부차원 물리적 지원 뒷받침 돼야

정부가 미술품을 구입해서 민원실과 철도역사 등 공공기관에 전시하거나 미술품을 빌려주는 ‘미술은행(아트 뱅크)’ 제도가 오는 3월부터 시작된다. 문화관광부가 지난 12일 침체에 빠진 미술시장 활성화와 작가들의 창작의욕을 고취하겠다며 ‘미술은행 설립과 운영방안’을 발표하자 출판계는 부러워하는 모습이다. ‘미술은행’ 방식이 아니더라도 출판계는 비슷한 형식의 출판 진흥책과 활로 개척을 기대했음직하다.

물론 이달 초 문예진흥원이 시 소설 평론 분야에서 1년 동안 총 360종의 도서를 골라 각기 2000권의 책을 구입해 출판사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하는 등 출판계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출판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물리적 지원과 출판계 내부의 자구책이 함께 구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맑실 사계절출판사 대표는 자구책에 우선을 둬야 한다는 소신을 펴는 대표적인 출판인이다. 그는 좋은 책을 만들겠다는 젊은 출판인을 돕는 금융지원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 사장은 “출판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소자본 독립 출판사에 제작비를 지원하는 ‘출판은행’ 설립이 필요하다”고 밝힌다. 거대 출판사들의 시장 독점과 독서 인구 감소로 출판의 다양성이 위협받고 있는 시기에 책의 기획서를 사전에 검토해 일정 금액의 제작비를 지원하고 대출해 주는 제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수 출판인들은 공공기금 운용 방식의 ‘출판금고’와 조합원 출자 방식의 ‘출판협동조합’ 자금을 원활히 이용하는 제도적 장치 완비가 우선이라는 견해를 보인다. 단행본 10종 이상을 내는 출판사에만 기금 신청 자격을 주거나 10%가 넘는 고이율로 대출 담보까지 요구해 실력 있는 출판인들이 외부 자금을 이용할 창구가 막혀 있다는 설명이다.

2003년 출판사를 세운 산처럼의 윤양미 대표는 “여성 출판인으로서 출판계의 자금을 빌려 쓴다는 생각은 미처 못했다”면서도 “출판 문화의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 낮은 이자로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가 뿌리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물론 반론도 제기된다. 김종수 출판협동조합 이사장은 “독일처럼 출판유통이 합리화된 구조에서는 판매액이 곧장 파악돼 신용만으로 자금을 빌려쓸 수 있지만 한국 상황에서는 힘들다”며 “책의 판매량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현실에서 공금을 담보 없이 대부해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정종진 대한출판문화협회 사무국장은 이 견해에 동의하면서 자금 운용 개선을 주문했다. 정 국장은 “공급자로서는 안정적인 운용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융자 기간을 연기하고 싶을 때 빚을 변제하고 다시 융자 신청을 해야 하는 현재의 구조에서 이자만 내고 대출을 연장할 수 있게 하는 등 자금 운용의 묘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결국 출판에서는 일반 사업처럼 창업자 중심으로 한 창투 방식의 자금 지원이 불가능하지만, 낮은 이자율로 출판인을 돕는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데 출판인들이 공감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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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 '맹호사단' 출신은 보증수표" [05/01/14]
 
박맹호사장, 회장 취임기념 민음사 출신 40여명 한자리
14일 오후5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민음사 사옥 지하 2층 이벤트홀.

시인 고은, 최승호, 이진명, 소설가 권지예씨, 문학평론가 서영채 한신대 교수, 동화작가 정해왕씨, 영화감독 송교섭씨 등 문인·예술계 인사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북디자이너 정병규씨, 이갑수(궁리), 정홍수(강)씨 등 출판사 대표와 이동숙 한국프뢰벨 이사, 김수영 해냄출판사 주간, 원미선 이레출판사 편집장, 정연재 아카넷 편집장 등 출판계 인사들도 참석했다.

문단·출판계 인사 40여명이 이날 민음사로 몰려온 까닭은 ‘민음사 가족의 밤‘ 행사 때문이다. 1966년 설립 이래 70~80년대 관철동 시대를 지나 90년대 초부터 지금 신사동 시대에 이르기까지 민음사를 이끌어온 박맹호(朴孟浩·71) 사장은 지난 주 회장에 취임, 일선에서 한발짝 물러난 것을 계기로 이날 행사를 가졌다.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 대부분 편집위원이나 편집자로 민음사를 거쳐가면서 ‘맹호 부대원’으로 이력서 한 줄을 채웠다.

민음사는 설립 이래 40년 넘도록 ‘오늘의 시인총서’ ‘오늘의 작가총서’ 등 문학서적과 인문 사회과학서 등 단행본 3500여종을 출간했다. 민음사는 숱한 출판 편집자들을 배출해 ‘출판사관학교’로도 불렸으며, ‘맹호’ 부대장의 혹독한 수업을 거친 이들은 출판사를 차려 독립하거나, 다른 출판사의 편집 책임자로 일하면서 ‘맹호사단’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날 행사는 민음사 설립 직후부터 박맹호 대표와 술친구 겸 편집·기획위원 역을 했던 고은 시인과 민음사 편집장을 지낸 정병규씨가 각각 1960년대와 1970년대의 민음사를 회고하는 등 각 시대별로 민음사가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보는 식으로 진행됐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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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명문학상 어떤게 있나 [05/01/14]
 
■공쿠르상=프랑스의 대표적인 문학상. 1903년에 10명의 회원으로 된 ‘아카데미데공쿠르’가 발족하면서 창설되었다. 해마다 12월 첫째 월요일에 파리의 가이용 광장에 있는 레스토랑 드 루앙에서 오찬회를 가진 후, 지난 1년 동안에 발표된 우수한 산문작품, 특히 소설 중에서 알맞은 작품을 선정하여 이 상을 수여한다.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정평이 나 있다.

■페미나상=1904년 창설된 프랑스 문학상. 매년 12월 초순 그 해에 발표된 가장 우수한 신인 문학작품에 수여된다. 상금 5000프랑. 심사원이 모두 여자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며, 공쿠르상 다음으로 권위 있는 상이다. 주요 수상작품에 로맹 롤랑의 ‘장크리스토프’, 롤랑 도르줄레스의 ‘나무 십자가’, 생텍쥐페리의 ‘야간 비행’ 등이 있다. 한국전 초기의 황해도 신천 학살 사건을 다룬 황석영 장편소설 ‘손님’이 지난해 이 상의 외국어소설 부문 수상 후보로 선정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부커상=1969년 영국의 부커사가 제정한 문학상으로, 해마다 지난 1년간 영연방에서 영어로 집필된 소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을 쓴 작가에게 수여한다. 영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이며, 노벨문학상·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매년 10월에 시상하며, 영어권 출판업자들의 추천을 받은 소설작품을 대상으로 평론가·작가·학자로 구성된 심사위원이 심사해 최종 후보작을 선정한 뒤, 다시 수상작을 선정한다.

■세르반테스 문학상=소설 ‘돈키호테’의 저자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이름을 딴 스페인권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라틴의 노벨상으로도 불린다. 1975년에 제정되어 1976년부터 수상자를 배출하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수상자를 내고 있는 세르반테스상의 통계를 보면 스페인 작가들이 절반을 조금 넘고, 중남미 작가들이 절반에 약간 못 미친다.

■아쿠타가와상(芥川賞)=분게이슌주(文藝春秋)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를 기리기 위해 제정한 일본의 대표적인 문학상. 정식 명칭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상’이며, 1년을 상·하반기로 나누어 1월과 7월 2회 시상한다. 소설가에게 수여되는 신인상으로서는 가장 권위가 있다. 순수문학을 대상으로 하는 상으로서 대중문학에 수여되는 나오키상과는 성격이 구별된다.

■나오키상(直木賞)=일본의 대중문학상. 소설가 나오키 산주고(直木三十五)가 죽자 대중문학의 선구적인 업적을 기려 기쿠치간(菊池寬)의 발의로 1935년 분게이슌주(文藝春秋)에서 제정하였다. 상·하반기로 나누어 1월과 7월, 1년에 두 차례씩 시상되는데, 대중문예의 신진작가 가운데서 우수한 소설·희곡 작품을 발표한 자를 가려서 수상한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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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를 접으며…   [2005. 1. 14]

[여담여담] ‘신춘문예’를 접으며…

신춘문예가 막을 내렸다. 문학시장이 죽었느니 어떠니 해도 날선 문학정신은 여전히 도처에서 시퍼렇게 살아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문학담당 기자의 입장에서, 종전 건성건성 읽고 지나쳤던 당선작들을 올해는 다른 신문들 것까지 모조리 찾아읽게 됐다.

그 뒤끝일까.‘쓴다는 것’에 대한 뜬금없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신춘문예 당선자들을 대하면서 그 ‘쓴다는 것’의 의미는 ‘고통’ 내지는 ‘두려움’이란 막연한 언표로 치환돼 갔다. 익명의 다수를 상대로 한자 한자 여백을 메워가는 글쓰기는 맨살을 드러내는 두려움의 고통임을, 한 당선자는 육성으로 확인해줬다.

하필이면 기자가 휴대전화를 챙기지 못한 채 출근한 날. 그 당선자는 당선소감 원고의 단어 하나를 고치려고 온종일 대답없는 휴대전화를 울렸노라고 했다.

고작 200자 원고지 석장 분량에서, 그것도 ‘대세’에 지장없는 사소한 단어 하나 때문에. 종이에 먼저 쓴 원고를 컴퓨터에 옮겨적는 게 평소 습관인데, 바빠서 그 순서를 어겼더니 영 신통찮은 표현이 있었다는 게 그의 용건이었다. 마감 직전 기자와 연락이 닿아 수화기 저편에서 안도하던 그의 숨소리를 오래 기억할 것 같다.

요즘 같은 인터넷 세상에 글쓰기의 두려움을 누구보다 더 즉각적으로 느끼는 이들이 바로 기자들 아닐까 싶다. 신문에 실었던 어쭙잖은 기사가 밤새 숱한 블로그들 속으로 퍼날려진 현실을 대면할 땐 등줄기가 서늘해지곤 한다.

최근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기자들의 블로그 글도 ‘두려움 없는 글쓰기’의 그림자였을 터다. 그 글들이 무형의 인터넷 공간에서가 아니라 종이 위에서 한번이라도 정렬됐더라면 어땠을까. 부질없는 언사가 필화로 이어지는 경우의 수는 틀림없이 줄었을 것이다.

아이의 방학숙제를 도와주려 컴퓨터를 켜려는데 부러진 연필자루가 눈에 들어왔다. 드르륵 기계로 돌려깎으려다 내쳐 싱거운 객기를 더 부렸다. 참 오랜만에 서랍에서 연필깎는 칼을 더듬어봤다.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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