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열쇠는 있다!… 책을 읽어라!

오프라 윈프리 9살 때 성폭행, 14세 때 미혼모, 20대엔 마약… 독서 통해 새로운 세계로 도약
다치바나 다카시 서가 총길이 700m… “책 한 권 쓰기 위해 500권 읽는다”는 엄청난 다독파
조지 루카스 12m 높이 사설 도서관 보유… ‘순수이성비판’ ‘로마제국 흥망사’ 등 고전 즐겨
빌 게이츠 “하버드대 졸업장보다 독서하는 습관이 더 소중하다” 책읽기의 중요성 강조
나폴레옹 전쟁터에서도 독서… 이집트 원정 나서면서 1000여권의 책을 싣고 떠나

그녀의 과거는 이랬다. 1954년 1월 29일 미국 남부 미시시피주 코스키우스코에서 결혼하지 않은 18세의 가정부 출신 엄마에게서 태어났다. 인종과 여성 차별이 극심하던 그 시절, 검은 피부를 갖고 태어난 그녀는 이후 불운으로 점철된 삶을 살게 된다. 아홉 살의 나이에 사촌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그후 5년 동안 삼촌과 엄마의 남자친구로부터 지속적인 성적 괴롭힘이 이어졌다. 14세에 첫 아이를 출산해 미혼모가 됐고, 2주 후 그 아이가 죽는 것을 목격해야 했다. 20대에는 마약에 손을 대기도 했으며, 0.1t(100㎏)에 이르는 자신의 몸무게를 못이겨 비만과의 전쟁을 치르기도 했다.

그녀의 현재는 이렇다. 지난 8월 27일 유엔으로부터 ‘올해의 세계 지도자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도 ‘2004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명단에 그녀의 이름을 올려놓았다. 2003년에는 포브스지가 선정하는 ‘억만장자’에 뽑히는가 하면, ‘세계 10대 여성’ ‘세계 최고 비즈니스 우먼’ 등 화려한 수식어가 늘 그녀를 따라다닌다. 현재 그녀는 1986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시작한 TV토크쇼를 18년째 진행 중이다. 이름하여 ‘오프라 윈프리 쇼’. 미국 전역에서 3000만명이 시청하고 있으며 전세계 109개국에서 방송되고 있다.

그녀의 현재와 과거 사이에 이처럼 확연한 선을 그어준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녀는 “독서가 내 인생을 바꿨다”고 주저없이 답한다. 그녀의 독서 습관은 역설적으로 책을 읽지 않을 뿐 아니라, 딸이 책을 읽는 것조차 싫어했던 어머니 밑에서 시작됐다. 아홉 살이 되던 해 현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그녀에게 어머니는 문을 홱 열고 책을 잡아채며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이 책 버러지야, 나가버려! 넌 다른 애들보다 네가 퍽 잘났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고난이 사람을 좌절시키기도 하지만 강하게 만들기도 한다면, 그녀는 후자의 경우였다. 특히 자신이 낳은 생명을 2주 만에 잃은 뒤 그녀는 자신의 뒤틀린 인생을 책읽기를 통해 바로 잡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권씩 의무적으로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도서관 카드를 소유하는 것을 마치 미국 시민권을 얻는 것처럼 생각했다”고 그녀의 자서전 작가는 기록했다.

하지만 그녀의 책읽기는 투자정보를 얻거나 대학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한 실용적 ‘목적’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과 책읽기의 관계를 이렇게 정의내렸다. “책을 통해 나는 인생에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세상에 나처럼 사는 사람이 또 있다는 걸 알았다. 독서는 내게 희망을 줬다. 책은 내게 열려진 문과 같았다.”

그녀에게 읽을 만한 책을 권해준 사람은 에이브라함스 선생님. 선생님은 ‘밥 먹으면서 까지 책을 읽는’ 오프라를 눈여겨봤다. 니콜릿 고등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할 수 있도록 주선해준 사람도 에이브라함스 선생님이었다.

그녀에게 책은 가난과 흑인의 설움, 강간을 당하고 미혼모로서 자식을 잃었던 어둠과 단절의 시기에, 세상과 연결되는 유일한 다리(Bridge)이자 희망의 씨앗을 가꾸는 정원이었던 셈이다.

그녀의 책읽기는 8년 전 한 차원 더 높은 과제에 도전장을 내밀게 된다. “미국이 다시 책을 읽게 만들겠다”며 자신의 쇼에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권해주는 북클럽을 시작한 것이다. 그후 그녀는 20년 동안 단 한 번도 책을 읽지 않았다는 사람들로부터 편지를 받기도 했고, CNN 등 유수 언론은 “북클럽에서 선정되는 것은 베스트셀러를 예약하는 지름길”이라고 잇달아 보도하는 등 그녀의 북클럽은 폭발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대통령도 꿈꿀 수 없는 일을, 모진 시련을 이겨낸 50세의 한 흑인 여성이 거뜬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같은 테마의 책을 여러 권 읽어라

미국에 오프라 윈프리가 있다면 일본엔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64)가 있다. 하지만 오프라와 다치바나는 책읽기의 동기부터 다르다. 방송인 오프라가 삶을 풍요롭게 하고 변화시키며 희망을 지켜내기 위한 ‘감성적’ 책읽기라면, 당대 최고의 저널리스트로 불리는 다치바나는 지적 욕구를 채우고 지식을 섭취해 글로 쏟아내기 위한 ‘실전적’ 책읽기에 가깝다. 다치바나는 “한 권을 정독하는 것보다 다섯 권을 속독하는 게 낫다”고 말하는 철저한 다독파(多讀派)이기도 하다. 오프라가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를 가르쳐준다면, 다치바나는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가르쳐주는 사람에 속한다.

도쿄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주간지 문예춘추사에 입사했던 그는 고갈된 상상력을 복원하기 위해 도쿄대 철학과에 재입학했다. 지금까지 40여권의 책을 저술했고 잡지에 발표한 논문은 그 배 이상이며 뇌사·원숭이학·일본 공산당·우주 등 저술 영역도 광범위하다. 지식의 출력을 위해 독서를 통해 입력하고 있으며, 출력 대 입력의 비율은 1:100 정도라고 한다. 한 예로, 과거 ‘뇌의 최전선’을 보도했을 당시 그는 사전 취재를 위해 500권의 책을 읽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왕성한 지적 욕구는 도쿄 도심에서 약간 떨어진 주택가에 위치한 서재 겸 집필실(일명 고양이 빌딩)에 잘 나타나 있다. “새로운 것만 보면 몸달아 하는 호기심 덩어리”이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인 ‘고양이’로 빌딩 이름을 붙였다는 설명부터 심상치 않다. ‘다치바나 신도’들의 성지(聖地)로 불리며 프랑스 고교 지리 교과서에도 등장한다는 지상 3층 지하 1층의 이곳은 말 그대로 ‘책의 요새’다. 웬만한 동네 도서관보다 많은 3만5000여권(1998년 추정치)이 소장돼 있으며, 신흥종교·아랍문제·진화론·인터넷·로봇·신체장애·병기·스파이… 등 일반인이 호기심을 한 번도 가져본 적조차 없을 분야까지 총망라한 엄청난 양의 책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고양이 빌딩’은 그의 책읽기가 무한한 호기심과 저널리스트다운 ‘팩트(fact)’에 대한 집착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도 잘 보여준다. 고양이 빌딩에 대한 유명한 일러스트와 함께 자신의 ‘서재론’까지 소개한 저서(‘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중 ‘서고를 신축하다’는 대목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온다. “서가의 총길이를 합치면 700m에 이르며 3만5000권 정도의 책을 꽂을 수 있다. 또 서류 등의 자료는 B4판 크기의 행잉 홀더에 분류해 보관하고 있는데 안쪽까지의 깊이가 60㎝나 되는 수납 케이스 28개가 나란히 늘어서 있다.”

또 과거 책을 보관하던 사과상자에 대해 “두께는 8㎜이고, 상자 입구의 안쪽 치수가 27.5㎝×60㎝에 깊이가 30㎝”라고 서술해 놓았다. 가히 사건 취재를 맡은 신문기자가 사건현장에 대해 묘사하는 정도 이상의 정확도를 자랑한다. 그 정도 호기심과 집착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측량’할 수 있는 수준의 기록들인 것이다.

그의 편집증적 꼼꼼함은 현재 ‘고양이 빌딩’을 함께 지키고 있는 ‘비서’ 공모과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당시 아사히신문에 그가 게재한 모집광고에는 연령·학력 제한은 없었지만, ‘정리 능력(약간의 영어실력과 과학상식 요함)과 광범위하고 왕성한 지적 호기심이 있는 분’이라는 ‘자격제한’을 명시해 놓았다. 서류심사만으로 부족해 영어시험과 역대 대장성 장관의 이름을 적으시오, 과학자 이름을 생각나는 대로 적으시오, 아래 열거한 50명의 인물에 대해 직함 내지 일의 범주를 서술하라 등 세 문항짜리 필기시험까지 거쳤다. 1명 모집에 500명 넘게 지원했고, 고졸 학력의 방송작가 출신 여성이 ‘영예’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독서왕’ 다치바나는 어떤 독서법을 권장할까.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그의 ‘실전에 필요한 14가지 독서법’에는 주석을 빠뜨리지 말고 읽을 것, 새로운 정보를 꼼꼼히 체크할 것, 의문이 생기면 원본 자료를 확인할 것, 난해한 번역서는 오역을 의심할 것, 같은 테마의 책을 여러 권 찾아 읽을 것 등 ‘정확성’과 ‘호기심’의 중요성이 재차 강조돼 있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책을 늘어놓았을 때의 길이를 재고, 책 보관상자의 두께를 ㎜ 단위로 측량하며, 서재를 지을 때 “책의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튼튼하게 지어달라”고 부탁할 만한 사람의 ‘실전적’ 충고였기 때문이다.

조디 포스터, 데이비드 듀코브니도 책벌레

이들 외에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얼굴 중 독서광들은 꽤 된다. 우선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감독 조지 루카스를 꼽을 수 있다. 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북서쪽에 높이 12m, 2층 규모의 사설 도서관을 가지고 있다. 벽이 온통 책으로 가득한 이곳에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에드워드 기븐스의 ‘로마제국 흥망사’ 등 고전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화려한 영상으로 상징되는 블록버스터 ‘스타워즈’의 감독에게는 다소 뜻밖의 도서목록이 아닐 수 없다. 그는 “고대로마사를 통해 선인이 악인으로, 민주주의가 독재로 변질되는 과정을 알 수 있었고 이는 영화 테마에 대한 영감을 준다”고 설명한다.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사나이’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사 회장도 “하버드대 졸업장보다 독서하는 습관이 더 소중하다”고 말하는 독서광이다. 미국 최고의 명문 예일대 출신인 영화배우 조디 포스터, 프린스턴대 출신인 ‘X 파일’의 주인공 데이비드 듀코브니 등도 미국 할리우드에서 알아주는 책벌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많은 위인들도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명단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세계의 독서광들을 다룬 책 ‘독서불패’(김정진 지음)에 따르면, 전쟁터에서도 끊임없이 독서를 했다는 나폴레옹은 황제가 되기 전 한 달 동안 이집트 원정을 나서면서 1000여권의 책을 싣고 떠났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아버지가 아들이 책 읽는 것을 꺼려해 삽을 들고 따라오라고 말씀하실 때마다 책을 주머니에 숨겨 넣고 쉬는 틈틈이 읽을 정도였으며, 세종대왕은 지나친 독서로 눈병이 난 와중에도 독서를 끊지 못했다. 에디슨은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의 도서관을 통째로 읽어댈 정도였으며, 마오쩌둥은 매번 비서관들에게 책 제목을 적어 메모로 남기는 것으로 유명했다.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성공하는 사람들에게 책은 “값싸게 주어지는 영속적인 쾌락”(몽테뉴)이며 “정신적으로 충실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벤저민 프랭클린)이요, “과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데카르트)이었다. 지금도 책은 세계 이곳저곳에서 가난과 절망에 빠진 소녀들에게 ‘오프라 윈프리’의 꿈을 주고, 비 새는 통나무 집의 가난한 소년들을 ‘링컨’으로 성장케 하고 있으며, 사과상자와 책의 두께를 오차 없이 자로 측정하는 괴짜 대학생을 ‘위대한 지식인’에 점점 다가서게 하고 있을 것이다. 책은 ‘천의 얼굴’을 가진 ‘희망의 마법사’이자 ‘성공 제조기’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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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11-04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 소설을 주로 읽는 저의 성공의 열쇠는 무엇일까요^^

찬타 2004-11-05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요즘 추리 소설을 즐겨 읽는 이가 있어서 물만두 님 서재를 알려 드렸어요...
 

공지영―박완서 하반기 소설시장 ‘구원투수’ 될까  [04/11/02]
 
(신작 초판 3만, 5만부씩 발간) 박완서씨, 공지영씨의 힘이 하반기 소설시장 을 살릴 수 있을까.

내놓는 책마다 수십만명의 독자를 몰고 다니는 자타가 공인하는 베스트셀러 작가인 박완서씨와 공지영씨가 지난주 소설 ‘그 남 자네 집’(현대문학)과 ‘별들의 들판’(창비)을 잇달아 출간하 면서 이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향후 전체 소설 시장에 영향을 줄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몇년째 소설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문단에서 일급작가로 꼽히 는 유명작가의 책들도 초판이 2000~3000부 정도에 그치고, 시장 에서 이 초판조차 소화하기 쉽지않은 상황에서 현대문학은 ‘그 남자네 집’을 초판 5만부, 창비는 ‘별들의 들판’을 초판 3만 부를 준비했고, 현대문학은 출간 직후 소설에 대한 반응이 괜찮 다고 판단해 3만부 재판에 들어갔다.

현대문학측은 박완서라는 작가의 유명세와 전작들 판매부수를 고 려하면 초판을 10만부 정도는 준비해야겠지만 시장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조심스럽게 잡은 규모라고 말했다. 이는 창비쪽도 마 찬가지다.

출판사들은 일차적으로 두 작가가 오랜 공백 끝에 내놓은 두 작 품의 판매가 얼마나 빠른 시간내에 10만부를 넘어설 것인지에 따라 이 두 여성작가의 힘이 전체 소설시장에 활기를 줄 수 있을 것인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소설시장의 규모을 보면 대략 고정독자를 가진 소설가는 2 만부 안팎이 팔리고, 5만부를 넘어서면 베스트셀러, 10만부를 넘 으면 초대형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올해 이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인문학상 등 3개의 상을 휩쓸 며 문단안팎에서 화려하게 주목받는 소설가 김영하씨가 올해 3월 에 내놓은 소설집 ‘오빠가 돌아왔다’도 지금까지 2만7000부 정 도 팔렸을 뿐이다.

김씨는 스스로 ‘2만부 작가’라며 자신의 작품은 “매년 2만부 정도가 판매되기 때문에 다른 데 신경쓰지 않고 행복하게 글을 쓸 수 있다”고 말해왔다. 자신의 작품을 알아주는 2만명 독자가 , 자신을 모르는 100만명 독자보다 중요하다는 일종의 문학적 자 존심을 드러낸 표현이지만 김씨의 고정독자가 2만명 정도라는 것 을 알려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영화관객 1000만명 시대 혹은 이번 여름에 출간돼 순식간에 80만 부가 팔려나간 댄 브라운의 소설 ‘빈치 코드’ 등에 비교하면 유명세와 주목도에 비해 대단히 작은 수치지만 김영하씨는 일정 한 고정독자를 가진 작가중에서는 그나마 성적이 좋은 편이다.

큰 기대를 모았던 김형경씨의 ‘성애’도 2만부 정도, 배수아씨 의 ‘독학자’, 박범신의 ‘빈방’은 대략 1만부 정도에 머물러 있다.

올해 출간된 소설중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은 지난 8월에 나온 전 경린씨의 소설 ‘황진이’로 상, 하 2권이 지금까지 10만부 팔렸 다. 여성이 처음으로 쓰는 황진이 이야기라는 점과 전경린씨 소 설이 갖는 독특한 매혹, 그리고 작가가 6주동안 전국을 돌며 가 진 ‘저자와의 대화’등이 결합돼 만들어진 결과로 풀이되는데 올해 출간된 본격소설로 권당 5만부를 넘은 유일한 작품이다.

이런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 독서 효과’를 업은 김훈씨의 ‘칼 의 노래’가 국내소설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키며, 지난 2001 년 출간이후 이제까지 50만부가량이 팔렸고, 12월에는 또 한 사 람의 인기작가 은희경씨가 오랜만에 신작을 발표할 예정으로, 문 학출판계에서는 박완서씨와 공지영씨의 소설이 이런 개별적인 인 기를 전체적 판세로 엮어내며 침체된 문학시장에 활기를 불어넣 기를 기대하고 있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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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논란의 뒤…‘-10%’의 싸움  [04/11/02]
 

출판계가 장기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출판사가 책을 발행할 때 정한 가격대로 독자에게 판매하는 '도서정가제'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출판·서점업계는 무분별한 덤핑을 없애기 위해 지난 해 2월부터 실시한 도서정가제가 입법 취지와는 달리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법규의 불합리한 예외조항을 개정, 건전한 도서유통질서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인터넷 서점들은 출판불황의 주된 이유를 도서정가제의 할인조항에서 찾는 것은 근거가 궁한 얘기라며 도서정가제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등 중소 서점업계는 현행 도서정가제에는 할인행위와 마찬가지인 20% 안팎의 마일리지(구매실적 누진제)에 대한 규제가 없을 뿐더러 특히 발행 1년 이내 신간의 경우 인터넷 서점에 한해 일반서점보다 10% 싸게 팔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형평성에서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할인경쟁을 하기 어려운 중소 출판사와 일반서점들은 정가판매로 고객의 외면을 받으면서 설 땅을 잃고 결국 적자경영으로 연쇄도산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출판연구소 백원근 선임연구원은 "출판시장의 지나친 가격경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소형 출판사와 서점들의 경우 지난해보다 평균 30% 이상 매출액이 급감하고, 특히 문학이나 인문서적의 판매량은 일부 인기 도서를 제외하고는 바닥 수준으로 내려앉았다"고 밝혔다.

서점 관계자들도 "일반서점은 책을 정가보다 싸게 팔 수 없기 때문에 10% 할인 판매가 허용된 인터넷 서점에 자꾸 밀리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실제 1999년 4천500여개에 이르던 오프라인 서점은 2002년 2천300여개로 줄어들었고, 지난해에는 2천개 이하로 내려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5년 사이에 무려 60% 가량의 서점이 문을 닫은 셈. 따라서 출판·서점업계는 문화상품인 동시에 사회적 공공재로서 출판물의 특수성을 고려해 완전 도서정가제 도입을 위한 출판 및 인쇄진흥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인터넷 서점 측은 출판불황의 주된 이유를 도서정가제의 할인조항에서 찾는 것은 근거와 논리가 궁한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인터넷 서점 관계자들은 "도서정가제가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고 있는 만큼 이 문제를 두고 다시 논란을 벌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중소 오프라인 서점의 급감도 온라인 서점 때문이라기보다는 전반적인 경기불황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대구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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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논란의 뒤…‘-10%’의 싸움  [04/11/02]
 

출판계가 장기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출판사가 책을 발행할 때 정한 가격대로 독자에게 판매하는 '도서정가제'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출판·서점업계는 무분별한 덤핑을 없애기 위해 지난 해 2월부터 실시한 도서정가제가 입법 취지와는 달리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법규의 불합리한 예외조항을 개정, 건전한 도서유통질서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인터넷 서점들은 출판불황의 주된 이유를 도서정가제의 할인조항에서 찾는 것은 근거가 궁한 얘기라며 도서정가제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등 중소 서점업계는 현행 도서정가제에는 할인행위와 마찬가지인 20% 안팎의 마일리지(구매실적 누진제)에 대한 규제가 없을 뿐더러 특히 발행 1년 이내 신간의 경우 인터넷 서점에 한해 일반서점보다 10% 싸게 팔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형평성에서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할인경쟁을 하기 어려운 중소 출판사와 일반서점들은 정가판매로 고객의 외면을 받으면서 설 땅을 잃고 결국 적자경영으로 연쇄도산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출판연구소 백원근 선임연구원은 "출판시장의 지나친 가격경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소형 출판사와 서점들의 경우 지난해보다 평균 30% 이상 매출액이 급감하고, 특히 문학이나 인문서적의 판매량은 일부 인기 도서를 제외하고는 바닥 수준으로 내려앉았다"고 밝혔다.

서점 관계자들도 "일반서점은 책을 정가보다 싸게 팔 수 없기 때문에 10% 할인 판매가 허용된 인터넷 서점에 자꾸 밀리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실제 1999년 4천500여개에 이르던 오프라인 서점은 2002년 2천300여개로 줄어들었고, 지난해에는 2천개 이하로 내려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5년 사이에 무려 60% 가량의 서점이 문을 닫은 셈. 따라서 출판·서점업계는 문화상품인 동시에 사회적 공공재로서 출판물의 특수성을 고려해 완전 도서정가제 도입을 위한 출판 및 인쇄진흥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인터넷 서점 측은 출판불황의 주된 이유를 도서정가제의 할인조항에서 찾는 것은 근거와 논리가 궁한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인터넷 서점 관계자들은 "도서정가제가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고 있는 만큼 이 문제를 두고 다시 논란을 벌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중소 오프라인 서점의 급감도 온라인 서점 때문이라기보다는 전반적인 경기불황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대구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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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사상의 시장'은 없다 [04/11/01]
 
이념갈등 50년간 제자리 걸음
사상의 시장 독점한 색깔론

20대 때, 꽤 탐독했던 책이 최인훈의 소설이다. 그의 ‘지식인 소설’은 당시의 젊은이들을 외국고전이라는 먼 이역으로부터 귀향하게 했다. 근래 많은 영화 팬이 할리우드로부터 돌아온 것과 비슷하다.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 ‘광장’ ‘회색인’ 등 잇단 문제작을 낸 그는 함께 고뇌하고 방황하고 모색하는 선배이자 스승이었다.

10년 전쯤 인터뷰했을 때, 그는 거의 글을 발표하지 않고 있었다. 안타까웠으나 어쩔 도리도 없어 보였다. 그는 소설을 통해 사회적 발언을 끝 마쳤던 것이다.

좌우이념과 정치체제, 민족과 사랑, 종교와 철학 등 동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치열하고 날카로운 필치로 작품에 쏟아 부은 뒤였다. 작품을 발표하지 않은 것은 그의 성격과 지성이 허투루 진부한 사랑 타령이나 역사 얘기 등을 쓰게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기억은 희미하지만 그의 말은 대강 이랬다. “우리 사회는 전후 40년이 지난 지금도 성숙해 있지 않다. 정상적이라면 지금쯤 이념갈등과 계층불화 등을 치유하고, 큰 틀의 새 가치관을 세웠어야 한다.

완전할 수는 없지만 ‘어떤 사회에서 어느 방식으로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사회통합과 화합을 이뤘어야 한다. 나는 작품으로 할 말을 거의 다 했지만, 사회는 변하지 않아 아직도 불안할 뿐이다.” 그 쓸쓸한 말이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언론학 시간에 인상 깊었던 말이 ‘사상의 시장’이었다. 진리와 거짓이 ‘사상의 시장’에서 맞붙게 될 때, 진리가 언제나 승리하게 된다는 낙관적 전망이 매혹적이었다.

존 밀턴의 이 유명한 주장은 300년 후 미국 언론으로 이어지며, ‘자동조정 원리’라는 말로 설명된다. 미국 허친스위원회는 선언한다. “어떤 것이 진리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 진리와 오류를 ‘사상의 시장’에서 검증 받게 해서 진리를 인쇄하는 것이 그대들의 임무다.”

인상 깊었던 말들이 가슴을 조여 오고있다. 전후 50년이 지나도록 모순과 부조리는 여전하고, 사회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방황하고 있다. 우리가 자유주의도 민주주의도 온전히 이루지 못한 현실이 쓰라리다.

이유는 해방 후 YS정부 때까지 집권층 성격에 거의 변화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DJ 때 겨우 변화가 싹텄으나, 그의 주요정책이던 ‘햇볕정책’은 거대 보수세력의 ‘북한 퍼주기’라는 비난을 돌파하지 못했다.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개혁시도는 출발선에서부터 보수 언론의 제동을 받기 시작했다. 1년 8개월이 지난 지금도 방해는 집요하다.

보수 야당은 자기들 책임이 더 컸던 신행정수도 건설 계획이 좌절된 것을 기화로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 진상규명법 제정, 사립학교법 개정, 언론관계법 등을 싸잡아 반대하고 있다. 그냥 기회주의적 정치만 하는 게 아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4개 입법에 좌파적 색깔을 입히고 있다.

원산지인 미국에서도 땅에 묻힌 지 오랜 매카시즘이 개혁을 방해하는 영묘한 신통력을 발휘하는 것이 현실이다. 근거 없고 비열한 색깔론이 한 번 휩쓸면 국민의 정치수준은 몇 십 년 후퇴하며 황폐화한다.

최근 ‘워터 게이트 사건’ 특종으로 유명한 미국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말은 차라리 서글프다. “미국에는 위대한 전통이 있다. 대선이 끝나면 모든 정쟁이 끝난다. 미국민은 매우 성숙한 사람들이다.”

‘사상의 시장’을 신뢰하는 것만큼 어수룩한 짓도 없다. 한국에서는 이 시장이 작동을 멈춘 지 오래다. 작동은커녕, 보수 일변도의 여러 신문들은 개혁 얘기만 나오면 국론분열이라고 쐐기를 박으며 역기능을 일삼는다.

‘진리와 거짓이 이 시장에서 맞붙게 되면 진리가 언제나 승리한다’는 말은 소극에 불과하다. 한국의 ‘사상의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것은 아직 색깔론과 국론분열 주장뿐이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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