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스머프' 정체 밝혀졌다  [05/01/17]
 
최근 네티즌과 지하철 승객들에게 궁금증을 자아냈던 ‘지하철 스머프’의 정체는, ‘책 읽기 운동’을 꾀한 신생 인터넷 서점 업체 직원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만화 주인공 ‘스머프’ 차림새를 하고 지하철 안에서 책 읽는 광경을 연출해 왔으며, 이와 비슷한 ‘책 읽기 캠페인’을 연중 내내 계속할 계획이라고 16일 오후 방영된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밝혔다. 이들은 “상업적 전략으로 비쳐질 것을 염려해 회사 이름을 명시하지 않은 채 활동했다”면서 “지하철 이용객에게 불편을 준다거나 폭발물을 숨긴 테러범일 수 있다는 이유로 지하철역 직원 등에게 내몰린 적도 있고, 일부 시민들은 폰카·디카로 기념 촬영을 하거나 음료를 건네주는 등 관심을 보였다”며 그동안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최근 스머프 복장을 한 3~4명이 지하철 안에서 책 읽는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되고 ‘스머프 찾기 소동’이 조선닷컴(www.chosun.com)과 조선일보에 잇따라 보도된 뒤, 이들의 정체와 출현 배경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돼 왔다.

특히 기사가 나간 뒤 지하철공사에는 시민·언론사·경찰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고, 일부 방송·잡지사는 지하철 내에 비디오 카메라를 설치하고 스머프를 추적하기도 했다.

네티즌 사이에선 “지하철 객차나 역 안의 벤치, 운행 중인 열차 바닥에조차 주저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홍대입구역에서 목격했다” 같은 행동 묘사와 정보 주고 받기에 나섰다. 일부 네티즌은 ‘독서 권장을 위한 캠페인일 것’ ‘특정업체의 광고전략일 것’ 같은 정답에 거의 근접한 예측을 일찌감치 내놓았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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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으로 만나는 책 [05/01/16]
 
[1000자 춘추] 온몸으로 만나는 책

고등학교 시절 헤르만 헤세의 모든 작품을 읽겠노라고 청계천변의 헌책방을 모조리 뒤지며 케케묵은 먼지 속에서 헤세의 책을 끄집어 들었을 때의 기쁨을 무엇에 비교할 수 있을까.

철 지난 문학 잡지를 찾아 다니며 결국 수십 권에 해당되는 과월호 잡지 전체를 하나하나 사서 모았을 때의 기쁨은 또 얼마나 형용할 수 없던 것이었나.

책갈피에는 누렇게 잎이 바랜 낙엽이 끼워 있기도 하였다. 또 어떤 책에는 마음을 움직이는 구절에 정확히 밑줄이 그어져 있기도 하였다. 대체 내가 공감하는 구절에 밑줄을 친 그는 누구일까.

나의 상상력은 그를 한 명의 아리따운 처녀일 거라고 지레 짐작하기도 했다. 낡은 페이지를 열었을 때, 코에 싸하게 풍기는 냄새, 한 권의 책을 손에 들었을 때 느껴지는 묵직한 질량감과 헌책이 가져다 주는 몽상, 헌책방에서 한 권의 책을 구입한다는 것은 그 모든 구체적인 느낌과 만나는 일이기도 하였다.

인터넷에서 책을 구입한 지 3년째다.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되고, 안방에서 할인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데다 일간지 서평과 독자 리뷰를 읽을 수 있으니 인터넷서점은 여러모로 이득이다. 그러나 책에 대한 애착이 줄어든 탓일까. 인터넷에서 책을 구입한 후로 버리는 책의 양이 많아졌다.

의사는 환자의 환부를 절개했을 때 풍기는 악취로도 병의 악화 정도를 판별할 수 있다고 한다. 첨단의 통신장비가 동원되는 사이버진료도 여러 장점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의사는 직접 환자의 몸을 살피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책도 그런 게 아닐까. 내 발로 책을 찾아가 책장을 열고, 책의 냄새를 맡고 책의 질량감을 느낄 때, 비로소 온몸으로 책과 만나는 것이 아닐까. 손가락 클릭만으로 책과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내 온몸을 동원하는 그런 만남!


(김보일 배문고 교사ㆍ책 칼럼니스트)=한국일보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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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독자 위해 쉽게 써야" [05/01/16]
 
'2005 동인문학상' 새해 첫 독회

“이제 특수한 독자들이 아닌 일반 독자들을 찾아가는 작품이 나와야 합니다.”

2005 동인문학상 새해 첫 독회에서 7인 심사위원회(박완서 유종호 이청준 김주영 김화영 이문열 정과리)는 ‘올해의 소설문학’을 전망하고, 보통 독자들을 배려하는 소설쓰기를 주문했다. “현실이 열악하니까 더 열심히들 쓰는 것 같은”(이문열) 분위기는 분명하지만, “내용이 너무 어려워지고 있다”(김화영)는 것이다.

“일제 때도 그런 시기가 있었습니다. 세상에 통화(通話)는 많아지는데 통화의 위기는 증폭됩니다. 메시지가 기호화되면서 아는 사람만 알게 되는 것이지요. 좋다는 작품일수록 통화량은 줄어들고 저 혼자 수직으로 솟아버리는 현상이 벌어집니다.”(이청준)

“연말에 여러 외국 책들을 읽으면서 느낀 놀라운 점은 외국 책은 읽기 쉬운데 우리 책은 너무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게 웬일입니까. 외국 책은 앞뒤 문장이 명쾌하게 연결된 경우가 많은데 우리 책은 왜 이렇게 썼을까를 줄곧 생각해야 했습니다.”(김화영)

“90년대 이후 사건의 절실성이 사라지자 세상을 폭넓게 조망하는 잡념이 끼어들었습니다. 이 잡념이 지식으로 바뀌었고, 한 분야를 끈질지게 탐구하는 대신 단편화되어 넓게 퍼지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정과리)

“지식이라기보다 정보로 봐야 옳겠죠. 젊은 작가들의 소설에 흔히 보듯이 전체를 바라보는 눈은 없고 대신 파편화된 상태로 그 자리에서 소비되는 정보들입니다.”(유종호)

“그전에는 할 얘기가 많은 사람이 소설을 썼는데, 지금은 할 얘기가 없는 사람이 소설을 쓴다고 합니다.(웃음) 우리 소설들은 단편 위주로 발전하다 보니 밀도가 강해졌고, 그 때문에 장편도 웬만해선 싱거우니까 장치를 많이 해서 불필요하게 어려워졌습니다.”(김화영)

“잘못된 문예이론 탓도 있습니다. 함의가 많은 애매함을 높이 치는 것, 두 번 설명하거나 다시 되돌아가서 읽어봐야 알 수 있는 것을 높이 치는 건 잘못됐습니다.”(이문열)

“세상에 대한 파노라마적 인식을 바탕으로 폭넓고 객관적으로 보는 능력은 있다고 봅니다. 그것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짜이느냐가 한국 소설의 발전 요건입니다.”(정과리)

“또 어떤 작가와 평론가들은 소설 문장에서 부사와 형용사를 배제하는 것을 또 다른 미학으로 내세우는데, 그러나 우리 문학은 부사와 형용사 덕분에 상당한 겹을 형성해 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이청준)

“우리 문학은 형용사를 잘 써야 세상을 바라보는 깊이가 드러나는 측면이 있습니다. 코멘트 없는 삶을 계속 보여주는 장편을 끝까지 읽는 것도 독자로서 고단한 일입니다.”(유종호)

심사위원들은 소설 전반에 관한 토론을 마친 뒤 조경란 소설집 ‘국자 이야기’(문학동네)를 곧바로 올해 첫 후보작으로 올렸다.

“집중력, 관찰력이 뛰어났고, 그 상황을 넘어서는 힘, 다른 곳을 바라보는 듯한 선(線)들이 나중에 원(圓)으로 완성되는 힘이 좋았다”(유종호·이청준), “절반 이상을 가족 이야기로 밀고 가면서도 수많은 가족 구성원들과 관계된 내적 외적 인접성을 직조하는 솜씨가 아름다웠다”(김화영)는 평을 들었다.

심사위원들은 다음 독회에서 천명관 장편 ‘고래’(문학동네), 함정임 장편 ‘춘하추동’(민음사), 조하형 장편 ‘키메라의 아침’(열림원), 이인화 장편 ‘하비로’(해냄), 이신조 장편 ‘가장 도시 백서’(열림원) 다섯 작품을 계속 검토하기로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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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간 언론이 주목한 책 이야기 (01/10-01/15)

지난 한 주간 언론이 주목한 책 이야기입니다. 지난주 언론이 주목한 신간은 소나무에서 출간된「적대적 공범자들」(임지현 지음)입니다. 이 책은 한국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과 나아가 전 세계인에게 국가 단위로 사고하고, 민족 위주로 행동하는 것이 도대체 어떤 정당성을 지니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책의 저자는 우익은 물론, 권위주의 정권에 대항한 경력을 기반으로 반사적 정당성 확보에 매몰된 이 땅의 진보적 지식인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등 근대와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에 가려진 우리 사회의 각종 허위의식을 신랄하게 고발하고 있습니다.

열림원에서 출간된 「판자촌 이야기」(김성환 지음)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젠 기록으로도 잘 남아 있지 않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그때 그 시절을 되살려낸 이 책에서는 당시 서민들의 생활 문화는 물론이고 사회 정치, 경제 상황까지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김성환 화백은 자신의 그림에 직접 글을 붙여 그림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사물, 풍물들에 대한 살아 있는 이야기와 정보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음산책에서 펴낸 「죽비소리」(정민 지음)는 한문학자 정민 교수가 고려 초에서 조선 말기에 활약했던 명문장가들의 문장을 선별하여 번역한 후 평설을 달았습니다. 회심, 경책, 관물, 교유, 지신, 독서, 분별, 언어, 경계, 통찰, 군자, 통변 등 총 12가지 주제를 통해 각 문장들을 나누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랜덤하우스중앙에서 출간된「대중의 지혜」(제임스 서로위키 지음, 홍대운 외 옮김)도 언론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미국에서 화제를 일으킨 <대중의 지혜>는 무작위로 선정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집단이 많은 돈을 들여 현명한 사람들만 뽑아 놓은 집단보다 문제 해결 능력이 더 낫다는 것을 증명해 보임으로써 그동안의 기존 관념을 송두리째 뒤바꿔놓았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흥미진진한 이 책은 '불안정한 개인 VS 지혜로운 대중'을 비교분석하면서 세상을 이끄는 힘에 대한 심오한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에 작고하신 김춘수 시인이 생전에 출간하기를 원했던 마지막 산문선집인「왜 나는 시인인가」(남진우 엮음)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어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전체 4부에 걸쳐 지난 시절에 대한 회상기, 음식에 대한 취향을 기록한 신변 잡기식 글에서부터 시인의 보수적 세계관이 강하게 피력된 정치 칼럼, 종교적 사색적 묵상이 기술된 수상록 성격의 글까지 시인의 면면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다양한 글들을 수록하고 있어 그의 문학세계와 생애의 궤적을 더듬는 데도 훌륭한 단서가 되어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밖에 지난 40억년 동안 이어온 지구의 지질학적 역사를 한 권에 담아내고 있는 책으로 지구의 밖과 속, 대양과 대륙, 산맥과 지각판, 화산과 단층 등 지질학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는「살아있는 지구의 역사」(까치刊), 제1회 뉴베리상 수상작가이자 역사학자인 헨드릭 빌렘 반 룬의 책들「반 룬 전집」(서해문집刊), 노화란 무엇이고 왜 일어날까? 노화에 대해 면밀히 탐색하여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를 '진화'라는 관점에서 모색하는 책 「인간은 왜 늙는가」(궁리刊) 등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끝으로, 지방신문에서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대표되는 마더 테레사의 일대기를 담고 있는「소박한 기적」(위즈덤하우스刊)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분쟁과 증오의 땅 발칸반도의 한 해변가에서 태어난 가냘픈 여인 마더 테레사. 그녀의 어린시절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삶을 과장 없는 평이하고도 간결한 문체로 그려낸 이 저서는 종교와 인종, 신분을 초월한 조건 없는 나눔을 펼쳤던 마더 테레사의 자기희생적인 사랑과 인간에 대한 존엄성에 대한 변치 않는 믿음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북피알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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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레터]책값 내리기 [05/01/14]
 
새해를 맞아 일부 출판사들이 불황 타개책으로 ‘책값 내리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술 전문 출판사로 28년 활동해 온 예경 출판사는 화집 ‘천년의 그림 여행’을 펴내면서 초판 3000부에 한해 1만9800원이라는 특별 가격으로 판매 중입니다. 370쪽 분량에 원색 도판으로 꾸며진 이 책의 정가는 3만6000원이지만, 재판부터 정가를 받겠다고 합니다. 출판사측은 할인 판매에 대해 “그동안 고가의 우리 책들을 사준 독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불황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재판을 빨리 찍으면 아무래도 수익이 남을 텐데, 특별 가격 판매를 연장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말했습니다.

지난주 출간된 ‘지식의 원전’(바다출판사)은 다 빈치에서 파인만까지 과학사의 거장 120명이 남긴 기록들을 압축한 책입니다. 822쪽이나 되지만, 2만8000원에 판매 중입니다. 출판사측은 “분량대로 하자면 3만8000원 정도 받아야 하지만, 순수 과학도서의 열성 독자가 3000~5000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최대한 값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불황의 깊은 골을 빠져나가기 위한 출판사들의 몸부림입니다. 주머니 사정이 빠듯하겠지만, 독자들이 손을 뻗어 책을 통한 상생의 문화를 키워보심이 어떨까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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