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다 읽어버리고 난 후 당혹감을 느끼다. 장정일의 시엔 진한 무거움이 있다. 몸의 기억... 그것을 통해 구상화된 자의식을 드러낸다. 그에게서 풍기는 진한 무거움의 냄새는 그의 삶 내부로부터 온다. 무겁되 어렵지 않고 반항적이되 날카롭지 않은 그의 시는 유희를 위한 시가 아니다. 시인의 눈으로 필터링된 세상. 그것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오늘은 들국화 베스트 12 음반에 담긴 '제발'이라는 전인권의 간절한, 그 간절함 속에 베인 가슴 답답한 노래를 들으며, 기형도의 시집을 읽었다.. <입 속의 검은 잎> 모던니즘 시인으로 오인했던, 그리하여 차가웁게민 내게 각인되어 있던 인물이, 한순간.. 모랄까, 너무도 인간적인 그런 인물로 다가왔다고나 할까.. 그런 인상을 받았다..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장정일은 확실히 기형도를 닮았다.. 그래서 더욱 기형도가 내게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일른지도 모르겠다.. 약간은 암울한.. 아직은 그 속에서 희망이나 기대를 발견해 내지는 못해지만(설명글에 나와 있는 바와 같이...) 아무튼.. 너무.. 너무.. 멋찌다는 인상만이 남아 있다... 제대로 다시 읽어 봐야겠다.. 아무튼.. 들국화와 기형도는 궁합이 잘 맞는다.. 장정일은 말할 것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