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지난 독서일기58

2004. 11. 5.
요즘은, 책을, 별로 잘 읽고 있지 않다.
레이더가 망가졌는지 읽고 싶은 책이 잘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책에 대한 관심이 없어진 게 분명하다.
하루에도 몇 천 권씩 쏟아져 나오는 책 중 어떻게 읽고 싶은 책이 없을 수 있을까.
잠시나마 재테크 관련 책에 관심을 쏟아서인지, 책 읽기의 즐거움을 빼앗겨 버린 것 같다.
최근에는 스펜서 존슨의 <선물>을 읽었고, 우리교육에서 새로 나온 <불균형>에 이어 <추억의 학교>를 읽고 있다.
<선물>은 자료실에서 우연히 발견했는데, 글자도 크고 책도 얇아 그냥 먹어치워 버렸다. 나는 참, 의식적으로라도 베스트셀러를 잘 읽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러고 보면 꽤 이런 류의 책도 잘 읽는 것 같다. <선물>은 별로 특별하지 않은 책이다. 과거에서 배우고, 현재에 집중하며, 미래를 계획하라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잠시나마 내게 도움을 주었다. 일이 잘 안 풀려 끙끙대고 있는 내게 다시 한번 잘 해 보자, 잘 될거야, 같은 생각을 갖게 해 주었으니까.(물론 얼마 가진 못했지만.) 그러니 나름대로 책으로서의 제 몫은 다 한 셈이다.
우리교육에서 나온 <불균형>은 청소년용 도서다. 일본 학원 소설이라고나 할까. 왕따 당하는 아이의 극복기에 아주 약간의 환타지적 양념을 넣었는데, 주인공 아이가 왕따를 당하게 된 원인이 너무 하찮아 보여서 감정이입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누구나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갖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다른 누구도(책에 나오는 초록아줌마도!) 아닌 자신이 풀어갈 수밖에 없음을 잘 나타난 책이다. 처음에는 하찮은 왕따의 원인 때문에 "뭐야 이건~"하며 읽었는데, 마무리가 깔끔해서 "재미있게 읽었다."로 정리하기로 했다.
<불균형>의 느낌이 좋아서 우리교육 우리문고 시리즈 중 한 권을 더 읽고 있다. <추억의 학교>. 일본 책의 깔끔한 문체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처음에는 잘 읽히지 않았다. 문체가 눈에 익을 무렵,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 모든 것이 그렇듯 경험이 풍부한 사람에게는 제3의 눈이란 게 있다고 믿게 됐다. 평생을 초등교사로 살아가는 사람과 잠시 외도를 해 본 사람, 이 둘이 아이들을 보는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을 테니까. 계속 읽어봐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4. 10. 20.


나이 서른에 접어들면서 돈 한 푼 모아둔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부랴부랴 재테크에 관심을 가졌었다. 이게 지난해 말 무렵이었다. 장기주택마련저축 통장을 만들고 주택청약부금인지 적금인지도 가입하고, 보험에도 들었다. 그리고는 한참을 잊고 있었다. 다달이 빠져나가는 돈들이 막연한 내 미래를 빛나게 하리라는 역시 막연한 꿈만 꾸면서.
그리고는 일년이 흘렀다. 올해는 10억 만들기 열풍이 지나갔다. 왠지 뭔가에 뒤쳐져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열심히 저축은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성취감이 없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고 또 막연하게 느꼈다.
그래서 재테크 책이란 것들을 보기 시작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는 오래 전에 베스트셀러가 된 터라 이미 읽었고, 그림책으로 나온 <누가 내 치즈를 옮겼는가>도, 만화로 나온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도 재미삼아 읽었다. 그리고는 <150만원 월급으로 따라하는 10억 재테크 >와 같이 10억 만들기 어쩌구 하는 책들을 드문드문 읽었는데, 자극은 많이 되었으나 영 깨림칙했다. 다음 카페에 가서 짠돌이들은 어찌 사나도 봤는데 역시 재미없어 보인다. 마치 돈을 모으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인양, 쓸 거 안 쓰고 즐길 거 안 즐기고 돈 모으는 것이 삶의 목표인양 떠들어 댄다. 이렇게 돈을 모아서 부자가 되면 뭘하나? 돈 모으는 재미만으로 만족하기엔 너무 재밌는 게 많지 않은가? 나는 맛난 것도 먹고 싶고 재미난 영화도 보고 싶고 신나는 음악도 여유롭게 책도 읽고 싶단 말이다!
졸라 아껴서 모으고 불리고 모으고 불리고 또 모으고 불리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책들을 보면서 꼭 이렇게 살면서 돈을 모아야 하나, 싶은 회의 같은게 느껴졌다. 그래도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것, 단기적으로 목돈을 만들고 불리라는 정도의 지침은 참고가 됐다.
그리곤 부모편과 자녀편으로 나뉘어 나온 <부자 가족의 경제 교과서>를 읽었다. 역시 별달릴 도움이 되지는 않는 책이다. 돈을 모으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돈을 모으지 못했을 때의 실패담을 장황하게 늘어놓았고, 다른 책과 별다를 것도 없었다. 그래도 금융지식을 늘리라는 말엔 공감. 하여 하루 30분 정도는 금융지식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만한 자료들을 읽기로 했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책 한 권. <젊을 때 시작하라 - 부자가 되고 싶은 젊은 바보들을 위한 book >. 이 책에서는 또 무슨 소리를 하려나 별 생각없이 집어들었다. 기대감이 적었던 탓인지 꽤 괜찮다.
10대 청소년의 금융지식을 늘려주기 위해 쓴 책 같은데, 돈을 모으는 것은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함임을 계속해서 상기시킨다. 다른 책들처럼 허리띠를 졸라매고 150만원으로 120만원을 저금하라고도 하지 않는다. 돈을 모으는데 시간이라는 개념을 넣어 지금의 작은 돈이 얼마나 큰 돈이 될 수 있는지 복리의 마술을 보여준다. 하여 10년이상의 장기 주식투자에 관심을 가져볼 것을 권하고(직접적이지는 않지만), 돈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곧 돈을 버는 것임을 상기시킨다. 흔히 우리에게 주식은 위험천만한 것,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한 것이지만 저자들은 시간과 약간의 돈, 그리고 인내력만 있으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소리로 나를 안심시켜줬다. 그래서 다른 책을 읽고나서의 느낌, 그러니까 돈을 모으기 위해서 안달볶달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롭게 해 준다. 실제로는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아직 1/3밖에 읽지 않아 모르겠지만, 왠지 다 읽고 나면 꽤 괜찮은 금융지식 한 토막을 얻을 것 같은 기대가 든다. 당분간은 계속해서 재테크 관련 책을 뒤져야지.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물만두 2004-10-20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탈무드만 봐도 알 수 있죠. 돈이란 나무 꼭대기의 가지를 쥐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움켜 쥐는 방법 이것이 정도지요. 가늘고 길게 사는 일과 꾸준히, 열심히... 이것만 알면 돈은 풍족하게 쓰지 못할지라도 곤궁하게 살지는 않게 된답니다^^

찬타 2004-10-20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물만두 님은 벌써 통달했고나... 나도 도인의 길로 접어들어야징~

물만두 2004-10-20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돈 땐전 한푼 없고요. 동생들 교육중입니다^^
 

2004. 10. 13.

재테크 관련 책 <150만원 월급으로 따라하는 10억 재테크 >와 이희재가 그린 만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를 하루새 같이 읽었다.
재테크 책을 보면서는 별 도움도 안 되는 것이라고 마구마구 투덜거리며 읽었다. 왜? 열심히 저축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 모으고 굴리고 또 모으고 굴리고, 평생을 글케 아끼며 살다 보면 10억을 모을 수 있다는 너무도 평범한 이야기 때문이다.(나는 이런 책을 대할 때면 뭔가 특별한 것이 있지 않을까 싶어 읽는다. 그러곤 어김없이 후회한다.ㅠ.ㅠ.) 그렇게 모아 10억을 만들고 나면 내 나이 환갑, 그때까지 허리띠 졸라매고 사는 삶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과 도대체 왜 10억을 만들어야 하는걸까 하는 생각에서 오는 불편함이란.(이래서 재테크 책은 내게 전혀 도움이 안된다..ㅠ.ㅠ.) 그런 불편함을 안고 밤새 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봤는데, 흐음... 역시 1억을 모으는데 최소 5년은 걸리겠다. 그것도 아끼고 아끼고 또 아껴서만 가능하다. 곧 포기하고 그냥 살던대로 책 사고 음반 사고 사람 만나 놀며 살기로 했다.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 60년대 찌질히 가난한 삶을 만화에 담은 <저 하늘에도 슬픔이>를 읽었다. 엄마는 집을 나가고 아빠는 병에 걸리고 동생도 집을 나가고 껌을 팔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아이가 나왔다. 그 아이, 그런 아이는 지금도 어디엔가 있을 텐데. 그 아이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사치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하면 일 안하고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내가 잠시 부끄러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4. 10. 13.

책을 읽게 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평소에 관심 갖고 있던 소재를 다룬 책이 나왔다거나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 책이 나왔을 경우, 일을 하는데 필요할 만한 자료적 성격의 책이나 베스트셀러와 같이 너무 많은 사람들의 입을 타면서 궁금한 마음에 읽게 되는 책, 또 제목이나 편집 디자인이 너무 멋진 나머지 충동적으로 읽게 되는 책, 남의 리뷰를 보고 감동받은 나머지 손대게 되는 책 등.
이 여러 가지 이유 중 나를 가장 설레게 하는 건 남의 리뷰를 보고 읽게 되는 경우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책, 전혀 관심 밖이었던 책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읽게 된 책들은 또 여러 가지로 나뉜다. 정말 리뷰를 멋드러지게 써 보고 싶은 책과 내용만 간단히 적어 놓고 그 책의 특성을 기록해 두는 정도로 끝나는 책, 그리고 읽은 시간은 물론 리뷰조차 쓰고 싶지 않을만큼 후진 책...
최근에 남의 리뷰를 통해 <소설처럼>을 알게 됐다. 책 읽기의 즐거움을 빼앗는 그 어떤 행위도 잘못된 것임을 이야기하면서 독자의 권리 장전을 조목조목 들춰내는 이 책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누군가의 리뷰가 나를 이 책으로 이끌었듯, 나도 이 책에 대해서 만큼은 누군가가 이 책을 집어들고 싶을 만큼 리뷰를 써 보고 싶은데 쓸 수가 없다.
꼭 리뷰를 써 보고 싶은 책들은 언제나 미뤄두다가 때를 놓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물만두 2004-10-13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읽고 바로 안 쓰면 책 내용을 잊어 먹어요. ㅠㅠ

찬타 2004-10-13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읽고 잘 써 봐야지, 하다가 결국 안 써요..ㅠ.ㅠ.
 

노래하는 볼돼지
김영진 저 | 길벗어린이 | 2003년 10월
알라딘에 없는 책을 읽다. 의도한 건 아닌데, 그냥 저냥 자료실에 있길래 봤다. 2003년 10월에 나와 1년밖에 안 된 책인데 절판된 걸 보면 뭔가 구리다. 우리나라 작가가 그리고 쓴 작품 치고는 꽤 외국 냄새가 많이 난다고 생각했던 책. "안돼 데이빗"을 연상시키는 그림톤이 꽤 마음에 걸렸는데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내용은 꽤 단순. 노래 부르는 걸 몹시 좋아하는 돼지가 학교에서 칭찬을 듣자 엄마아빠께 자랑을 하고 싶었으나 결국하지 못하고 상상의 나래에 폭 빠져서 마음껏 노래를 불렀다는 내용.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4-10-11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찬타 2004-10-11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우와~ yukineco님 대단하다. 그런 걸 어찌 그리 잘 아시누? 잠깐 님 서재 들렸다 왔는데, 재미난 글들이 많대요. 레오니오니를 물먹인 책 리스트도 넘 재밌고.... 궁금한 점 시원하게 풀어주셔서 감사해염... 재미난 글 틈틈히 읽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