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정신과 서천석 선생님은 

평소 MBC라디오 여성시대를 통해, 그리고 선생님의 다른 저서를 통해서도 익숙한 까닭인지 

직접 뵜음에도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첫 아이를 백일 때부터 만 두돌 가까운 시간동안

타향살이를 하며 거의 홀로 키우다 시피했던 나는

육아문제로 힘든 시기마다 버팀목이 되주셨던 육아멘토와도 같은 분이셨던지라 

꼭 한 번 이렇게 직접 뵙고 싶었다.


처음에는, 3살짜리 아이와 동반할 생각으로 신청을 했는데

막상 당첨문자를 받자, 홀몸도 아닌데다 아이까지 데리고 대중교통으로 강연장소까지 갈 자신이 없어 참석할 수 있을 지에 대해 몇 시간 고민에 빠져야 했다. 요새 이사준비로 바쁘신 부모님께 사정설명을 드리자, 감사하게도 아이를 맡아주시겠다고 하셔서 아이를 맡기고 다녀올 수 있었다.




사실 난 아이가 만3살이 다 되가도록 책 한 번 제대로 읽어주지 않고 생활하고 있다.


그것은 나의 어렴풋하게나마 갖고 있는 육아관(한글은 일찍 깨우칠 필요가 없고, 아이가 배우기를 스스로 원할 때 알려주자라는) 때문이라고 늘 마음속으로 주문 외우듯 하면서도

한편으론 나의 게으름을 대신할 그럴 듯한 핑계는 아닐까..라는 생각 또한 갖고 있었다.


그저 내가 해 준 일이라면

아이가 읽고 싶을 때 읽을 수 있게끔 책을 열권 남짓 정도 아이 주변 한켜퉁이에 꽂아주는 일이었다.

그리고 고맙게도 알아서 그 책을 오며가며 골똘히 봐주곤 했다.


한때 그림을 그리던 나는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시는 그림책의 의미를 곱씹어보면서도

과연 저 책의 저자들은 그런 생각으로 철저한(?) 계획하에 그림을 그렸을까라는 생각 또한 하게 됐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도 곁들여주셨다.)


알찬 내용으로 가득찬 강연시간이 끝나고

이런 강연 자리 참석은 처음인지라

예상에 없던(?) 사인회 시간이 있었는데


부랴부랴 현장에서 선생님 책을 구입해서 사인을 받고

용기를 내어 뒤에 같이 줄지어 대기중이시던 처음뵌 분께 기념사진촬영까지 부탁드렸다.^^;


이제 곧 출산이라, 한참 호기심 왕성한 첫째에 대해 소홀해지는 것은 아닐까...하고 

여러가지 면으로 고민이 많이 됐는데

책에 대한 부모의 역할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좀 더 선명하게 그을 수 있는 그런 귀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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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부터 퍼붓는 비는 다행히 멈췄다. 홍대 2번 출구, 카톨릭회관은 찾기가 쉬웠다.

5층으로 올라가보니 아기를 안고 온 젊은 엄마들이 많이 있었다. 그 열의에 놀랐다.

항상 뒷자리를 고집하는 나이지만 평소에 좋아하는 '서천석'선생님을   가까이서 보려고 앞자리에 자리잡았다.

나이가 50이 넘고 보니 뻔뻔함이 넘친다.

 

 내 직업은 아이돌보미겸 그림책 읽어주는 북시터다.  평상시 그림책에 관심이 많고, 전문적인 그림책 공부를 하려던 참에 , 당첨되었다는 말에 기뻤다.

 

 선생님은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첫번째로 화면에 띄우면서 설명을 했다. 괴물은 아이내면의 충동과 공격성이라는 설명에 비로소 그림책을 이해했다. 아이 내면에 있는 괴물을 억압하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니, 그것이 아이의 생명력이라는 말과, 괴물의 시기를 살아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을 해주셨다.

 

 두번째로는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였다. 고릴라의 표지에 있는  두 나무와 연결되어있는 가지를 보여주면서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이 책은 숱하게 보았는데 표지에 의미를 헤아려 본적이 없다.

우리에 갇힌 침팬지 그림을 통해서는 '당신이 우리에 갇혀 있는지, 내가 우리에 갇혀 있는지?' '당신의 삶이 구속되어 있는지 아니면 내가 구속되어 살아가고 있는지?' 이 시대의 부모에게 말을 거는 장면이라는 설명을 해주셨다. 그림책 한 권에 이렇게 심오한 의미가 있는지, 그림책의 재발견이다.

 

 '고양이는 나만 따라 해'도 말씀해 주셨다. 그림이 너무 이쁘고 재미있어서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아이들은 자기를 봐 주는 시선이 절실하고, 있는 그래로 사랑한다는 부모의 태도가 아이의 마음을 자라게 한다고 하셨다. 심리학에서 '거울 역할 하기'라고 하는 이 과정은 아이의 발달에 무척 중요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존 버닝햄이야기로 마무리를 해 주셨다. 존버닝햄의 매력은 아이들을 믿는 마음이라고 했다.

아이들의 내면에 힘이 있으니 아이를 믿고 기다리라고 설명해주셨다.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에서 주의 사항을 듣지 않아 배가 뒤집히고 강에 빠졌지만, 쓸데없는 훈계는 하지 않고 "다들 집으로 돌아가자. 차 마실 시간이다" 라고 한마디 한다.

이미 경험으로 깨우쳤으리라 생각하고 '나는 너희들 편이라는 마음을 보여 주는 말'을 한다.

 

 오늘 강연은 유익했다. 내 꿈은 그림책 읽어주는 할머니다. 지금 활동중이기도 하다.

오늘 선생님에 강의를 들으면서 생각했다. 책이 촛점이 아니라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이라는 것을.

그동안은 어느정도 보여주기식 책읽기를 할때가 많았다. 아이가 지루해하는지, 좋아하는지 아이들 마음을 헤아려 보는 것에 부족했다.

 

 오늘 강의를 들으면서 귀한 께달음을 얻었다. 무엇을 읽어야 아이가 똒돆해지는지 하는 책 선택이 아닌,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 마음을 이해하려는 태도임을 배웠다.  아이 마음에 조금 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할머니가 되는게 나의 꿈이다. 이 책을 씨앗도서삼아  소통할줄 아는 '그림책 읽어주는 할머니' 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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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3일 월요일 타이베이 소박하고 느긋한 행복의 도시 저자 강연회에 다녀 왔습니다.

 

 

서울시민청에서 가까이 있지만,

잘 몰랐던 대만에 대해서 알아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보통 강연회를 신청해도 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강연회 당일에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타이베이 저자강연회에는 사람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그리고, 리수출판사에서 준비해둔 와인과

과자, 초콜릿따위를 먹으면서

강연회는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제 첫 여행지는 타이베이 였습니다.

 

아무것도 모른채로 화려한 밤거리의 타이베이를 상상했지만...

 

 

 

실질적으로 나를 반기는 건 낡은 건물들...

이 나라는 잘사는데도 왜 이렇게 건물들을 고치지도 않고, 이렇게 사는 거야?

라는 마음속 궁금증을 저자님이 답해주셨습니다.

 

 

 

 

 

온고지신 정신을 중요하게 여겨서 낡았다고 허물고 고치지 않으며, 옛건물을 귀중하게 여기기 때문이고,
건물에는 토지신 수호신 깃들여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옛건물을 허무는 것은 토지신, 수호신들을 노하게 한다고해서

낡다고 허무는 것을 꺼려 한다고 하네요.

기후적인 문제도 있어서, 건물에 페인트 칠을 한다고 해도 금방 칠이 벗겨진다고 하구요.

하지만, 타이베이는 소박하지만 내실있는 나라이며, 또한 느긋함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 그 느긋한 분위기가 참 좋았다고 합니다.

실질적으로 타이베이는 98년도에 이미 주5일제가 도입된 나라로

서울의 삶은 프레스코 fresco(빠르게)라면,
대만의 삶은 라르고 Largo(천천히)


그렇기 때문에 일상의 바쁜 삶에지친 사람들이 타이베이를 찾으면 휴식을 즐길수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타이베이에서 빛나는 서점 반짝반짝 빛나는 보물은 그 무엇보다도 서점.
동네곳곳에서 살아있는 문화공간으로써, 도시 곳곳에서 서점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서점 24시간영업하는 서점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가뜩이나 없는 동네서점 서점 점점 줄어가는데... 부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서점에서 24시간하면 밤에는 손님이 별로 없기 때문에 영업상 손실은 상당하지만 타이베이의 시민을 위해 잠들지 않은 서점
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사진은 서점 거리 입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를 의식주(衣食住)로 구분하여 일컫는데,  

타이베이사람들은 식주의(食住衣)순으로 구분해도 될만큼 먹는 것을 중요시 여깁니다.

 

타이베이의 아침식사는 그 종류가 참 많은데요.
요우티아오, 두유입니다.

특히 요유티아오라는 기름에 튀긴 빵은 맛있으면서도 우리나라 꽈배기 비슷한 빵으로 아침에 간단히 먹기 좋은 빵인데요.

재미있는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중국 남송 초기의 명장으로 일컬어 지는 악비와 관련된 이야기인데요.

악비는 북송이 멸망할 무렵 의용군에 참전하여 큰 승리를 거두었는데, 안타깝게도 진회()의 모함을 받고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게 됩니다.

 

악비의 죽음을 슬퍼했던 백성들은 진회()를 비롯한 간신들에게 원망하는 마음을 가졌죠.

하지만, 고위 관리였기에 대놓고, 욕을 할 순 없었고, 
꽈배기를 사람모양으로 만들어 튀겨서 먹음으로써, 분한 마음을 삭혔다고 합니다.

그밖에 세계 4대 박물관중 하나인 국립고궁박물관의 이야기도 이어졌습니다.

 

 

 


비취로만든 옥배추, 황제의 장난감들...

감람나무(올리브) 씨앗으로 만든 배, 백자로 만든 배게등

 

수많은 보물들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가슴에 남았던 것은

부춘산거도(富春山居圖)〉그림이었습니다.

 

 

 


 중국과 타이베이가 1949년 국공내전 이후 따로 쪼개져서, 본중국과 대만에 나뉘어져 있기 때문이죠.
반으로 나뉘어진 그림은
양안간의 교류 강화 차원에서 그림을 고궁박물관에 빌려줘서, 공동전시될 수 있었지만,

본디 하나였지만, 달라진 두개의 그림이 중국과 타이페이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밖에 원주민의 슬픈역사들과 세계 10대 커피도시인 타이페이에 관한 설명을 들으면서
타이베이에 대한 매력을 듣고, 알수 있었던 의미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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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시작시간인 오후2시보다 좀 더 이른시각에

도착해서 준비하시는 분들의 분주함까지 볼 수 있었던

이다작가님과의 만남...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데 약간 대화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작가님과 팬들이 사인을 해주고,받고 있는 모습이 보여

나도 준비해간 책을 꺼내 작가님에게 그림이 곁들여진 멋진 

사인을 받았다.


*작가님의 첫인상은....머리가 강한 노란색이었고,

예쁜 드래스(?)를 입은 모습이 오늘 행사를 위해

신경을 많이 쓰셨다는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대충입고오시지않은 모습이 좋았다...

누군가를 만날때 상대방이 신경안쓴것처럼 입고 나오면

좀 짜증이 나기 때문에...암튼!


*한분한분 정성스럽게 사인을 해주시는 이다 작가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고,시간이 지날수록 참여 인원이 많아져서 일일이 그림까지 그리는

사인작업이 기쁘면서도...힘들겠구나 싶었다.


*행사가 시작되었고 이다작가님이 빔프로젝터에 파워포인트-맞겠지?-에 맞춰서

작가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등등 차분하게 진행해 나가셨다.

중간에 아이들이 간간히 울고,좀 어수선해서 민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아이어머니들이

민첩하게 행동하셔서-결국 행사장 밖으로...-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다 작가님의 그림에 대한 생각이 맘에 들었다...

'잘 그린그림의 기준이 뭐냐?'

뭐....일정부분 잘 그린그림, 인정받는 그림의 틀은

어느정도 정해져 있지만...

너무 시작도 하기전에 남의 눈치를 보고,

창피당할까봐 그림을 멀리하지는 말라는 말씀은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간간히 말씀중에 욕을 섞어하셔서

'이분의 욕 내공도 상당하시겠구나'...

상당히 욕 tone이 자연스러웠고,

약간 안좋은 기분일때의 표정과 매치하면

시너지가 클 듯 느꼈다.


*미리 받았던 질문에 대한 작가님의 

답이 끝나고 추가질문시간이 주어졌으나....

나를 포함해서 너무 질문들을 안해서-설마 질문의 의미를

몰랐던것은 아니겠지..-내가 좀 무안했던...


*이다 작가님의 아기자기한 소장품들이 행사장 테이블에

누워있었는데,

하나하나 어떤 사연의 소장품들인지 설명해 주셨고,

또 그 설명을 들으니 구매욕구가 스으윽 생겨 이것저것

담다보니.....

하지만 작가님이 아낀다는-내심 안팔리길 바란다는-

마사이족 인형을 입양해 온것이 가장 큰 수확~

얼마전 수강생들에게 받은-전 웹디자인 강사에요- 종강기념 몬스터 인형의

친구를 만들어 주어 기뻤고,

지금 현재 내 침대에 두 친구가 나란히 누워있답니다.

또, 마카오에서 사왔다고 하신 멋진풍경에 자석과 이쁜 엽서-여기다가도

그림+사인-그리고....21살때 프리마켓에 판매하려고 만드셨다는 나무브로치-무려 마넌-

까지...집으로 데려와보니 오버지출했지만 뿌듯하네요~~

나무브로치는 가을쯤에 마이에 한쪽을 차지하게 할거고....실용아이템들 가득 데려와서

기분좋으네요~.


*엽서에 사인받을때 작가님에게 [길드로잉]강의에 대해서 문의드렸더니 친절하게,상세하게

설명해주셔서 수강의지 up!

그러나....남자분들이 많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말씀에 좀....

다시 그러나...작가님이 뻘쭘하지않게 해드릴거라는 말씀에 다시 수강의지 up!


*부채없이 걷기 힘든 날씨에 스마트폰에 의지하면 찾아간 [이다작가님과의 만남]행사가

한동안 좋은 경험으로 남게 될것같고,

행사준비에 수고하신 관계자 여러분,이다 작가님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이런 기회를 주신 [알라딘]측에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한동안 죽어있던 그림에의 열정을 되살려준 저에겐 소중한 직접경험이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래 사진은 제가 입양해 온 작가님의 마사이족 인형과 인형에 대한 작가님 멘트,

그리고 행사장에 전시된 작가님 그림중 제일 맘에 들었던 그림을 찰칵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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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은 자리가 모자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시작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강의실에 도착한 터라 나도 처음에는 서있다가 북드라망 관계자분들의 "급 의자공수" 덕분에 한 자리 차지하여 앉을 수 있었다. 강의 시작 후에도 많은 분들이 오셔서 서서 강연을 듣는 것을 보고 고미숙 선생님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1. 박지원, <열하일기>

 

 '길 위에서 길 찾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만큼, 고미숙 선생님은 본인의 인생에 새로운 길을 열어준 <열하일기>로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열하일기>를 통해 '글쓰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탐구하게 되었고, 그것은 '이렇게 어렵고 힘든 여정 속에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신체란 도대체 무엇인가'로의 확장을 통해 몸에 대한 탐구로 이어지고 동의보감에 대한 깊은 탐독, 그리고 그에 관한 글쓰기로 이어지며 선생님에게 새로운 인생의 국면을 맞이하게 했던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고전평론가로 자리매김하고 국내 및 해외 강연을 통해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또 그 여행에서 맺은 인연을 통해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는 것. 이것은 몸을 움직이고 세상과 부딪히는 과정 안에서 발현하는 것으로, "운"이라는 단어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에게 운이 제발로 걸어오지 않듯이, 끊임없이 활동하고 세상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의 길이 열린다는 고미숙 선생님의 기본적인 생각에 감탄하게 된 도입부였다.

 

2. 현장스님, <서유기>

 

 서유기의 주인공들인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삼장법사를 흥미롭게 파헤치며 그들의 성격과 행동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에 대해서 재미있게 설명해주셨다. 청중은 중년이 대다수를 이루었는데 고미숙 선생님의 유머와 말솜씨 덕분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나에게 제일 흥미롭게 다가온 인물은 손오공이었는데, 인간이 터득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터득한 그지만 '세상을 뒤집는 것밖에 하지 못함'으로써 '능력'이라는 것의 허무함,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재능'이 나를 잠식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주셨다.

 또한, 저팔계는 욕망과 악덕의 화신이지만 구법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간다. 이것은 추하고 더러운 저팔계의 외모 덕에 아무도 그를 유혹하지 않아 욕망에 무릎꿇는 일이 없었고, 그덕에 끝까지 가능했던 것으로 모두의 거부를 받는 점이 '나의 존재의 무게중심'일 수 있다는 새로운 생각을 제시해주었다.

 

 이 외에도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돈끼호테>,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를 통해 길 위에서 우리는 어떻게 길을 찾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하여 밑그림을 그려볼 수 있게 해준 소중한 강연이었다.

 

 특히, 신체의 유연성을 통해 매순간 삶의 경이로움을 표현하고 순간의 삶을 온전히 누리는 "도의 경지"에 도달한 조르바가 다시 한번 생각나며 조르바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의 감동이 또다시 밀려왔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길 위의 여정을 통해 낯선 시·공간과 조우하고 거기서 일어나는 사건 속에서 여러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 길이 열리고 인생이 열리게 된다는 것이 바로 고미숙 선생님이 말하는 로드클래식이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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