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 살아있는 교육 2
이오덕 지음 / 보리 / 199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글쓰기는 지도가 가능한가’하는 의문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어 과목에 포함되어 있는 쓰기는 고등학교 과정에서 ‘작문’이라는 과목으로 심화되어 있다. 국어교육의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가 쓰기 교육이다. 하지만 쓰기 교육을 제대로 받았다거나 제대로 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나는 알지 못한다. 과문한 탓인가. 살아 있는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이 어떤 것인지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이 바로 이오덕 선생님의 <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이다.

  40년 넘게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며 느낀 것과 생각한 것을 알기 쉽고 편안하게 풀어내시는 선생님의 글솜씨는 담백하다. 글쓰기에 관한 글 자체가 한 모범이 되고 있는 것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어휘가 없으며 뒤틀리고 어색한 표현이 없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숨쉬듯 읽어내려갈 수 있는 글로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다소 딱딱하고 이론적일 수 있는 글쓰기 교육에 대한 방법과 실제가 옛날 이야기처럼 재미있게 읽힌다.

  대부분 초등학생들의 글들을 인용하고 있지만 중고등학생은 물론 어른들에게 더 필요할 듯한 책이다. 우리의 글쓰기 교육이 얼마나 제멋대로 혹은 왜곡된 형태로 진행되어 왔고 진행되고 있는지 너무나 사실적이고 정확하게 이야기하는 내용이어서 시선 둘 곳이 마땅찮다. 10여년 전에 나온 이 책이 여전히 유효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슬픈 현실이다. 교육과정의 변화에 따라 교과서도 많이 바뀌었고 사람들의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공포와 어려움은 여전히 많은 아이들에게 숙제로 남겨져 있다. 그것은 어른들의 탓이다. 이오덕 선생님은 분명히 이야기한다.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래서 한동안 생각에 잠기게 한다.

  이 책은 교사들을 위한 책도 아니고 학부모를 위한 책도 아니고 학생들을 위한 책은 더더욱 아니다. 이 책은 모든 사람을 위한 책이다. 글쓰기를 통해 우리들 삶을 점검하고 교육의 방법을 되짚어 보고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하고 우리 교육의 미래를 점검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가 결정된다면 글쓰기 교육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자연스럽게 결정될 것 같다. 자신의 삶에서 우러나온 자연스럽고 솔직한 글쓰기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분명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글쓰기는 참다운 사람으로 살아가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가 아닌가.

  그간 선생님께서 모아 놓은 학생들의 잘된 글과 잘못된 글들을 읽어 나가면서 내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랐고 무수한 ‘글짓기’가 떠올랐고 ‘백일장’이 생각났다. 과연 그랬구나. 정말 그랬었구나. 생각해보지 않고 당연하게만 여겨지는 주변의 모든 일들이나 습관적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많은 일들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우리에게 전해주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비단 글쓰기뿐만 아니라 우리 교육 전체의 문제를 글쓰기를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작은 생각의 변화와 갈들이 시작되는 곳에 항상 문제의 실마리도 함께 놓여 있다.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막막해 보이는 질문 앞에서 우리는 그저 소박한 대답들을 늘어 놓을 뿐이다. 그것이 정답이고 글쓰기를 대하는 첫 번째 태도이다. 무엇을 두려워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어린시절 받았던 잘못된 글쓰기 교육 때문에 지금도 쓴다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예전엔 이런 책이 심각한 내용이었지 하고 추억속의 이야기가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는 ‘어떻게 살 것인’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이 이오덕 선생님이 말하는 진정한 의미의 글쓰기 교육이다. 이 땅의 모든 선생님들과 부모님들이 잊지 말아야 할 말이다. 아니 교육의 큰 틀을 짜고 행정을 담당하는 사람들부터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제 고인이 되신 선생님의 큰 뜻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는 듯하다. 마음 속 큰 스승의 깊은 정신을 다시 한번 새겨볼 수 있는 시간이다.


2005110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글쓰기에도 매뉴얼이 있다 - 탁석산의 글쓰기 1 탁석산의 글쓰기 1
탁석산 지음 / 김영사 / 200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일 반복되는 일상들만큼이나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글쓰기이다. 억지로 의무적으로 써야하는 글쓰기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글쓰기는 두 가지로 나눈다. 문학적인 글쓰기와 실용적인 글쓰기가 그것이다. 문학적인 글쓰기를 꿈꾸는 많지 않고 습작을 통해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자발성에 기초하기 때문에 일상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글쓰기와 구별된다.

  물론 실용적인 글쓰기라 할지라도 학교에 제출하는 보고서나 회사에서 작성하는 기획서, 프리젠테이션용 문서, 대입을 위한 논술, 가정통신문에서 신문에 게재하는 사과문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와 내용은 다양하다. 그 수많은 종류의 글쓰기에는 일정한 패턴과 방법이 있을 것이고 문학적인 글쓰기와는 분명 차별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구별하지 않고 고정관념과 기존의 습관에 젖어있다. 우선 다음 테스트를 통해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점검해 보자.

1. 누구나 노력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다.
2. 말하듯이 글을 쓰면 된다.
3. 많이 읽고 많이 써보면 글을 잘 쓸 수 있다.
4. 글은 서론, 본론, 결론으로 구성된다.
5. 글은 문장력이다.
6. 글쓰기의 궁극적 목표는 인격을 닦는 것이다.

  눈치 빠른 사람은 이 테스트의 목적을 금방 알아챈다. 여섯 개의 문제 모두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상태가 심각한 사람이고 모두 아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

  책세상 문고 1권 <한국인의 정체성>의 저자 탁석산이 의외의 책을 낸다. <탁석산의 글짓는 도서관 1 - 글쓰기에도 매뉴얼이 있다>는 작은 책이지만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과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철저하게 문학적 글쓰기와 구별해서 일상적이고 실용적인 글쓰기에 대한 방법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으로 되어 있는 시리즈물이다. 전체 다섯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1권에서는 이런 노력의 첫 번째 과정으로 생각을 바꿔주는 과정이다. 마음가짐과 글쓰기에 대한 오해를 바로 잡아 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내용은 단순하고 쉽게 구성되어 있으며 활자가 크고 편집이 시원스럽다. 글쓰기 자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고 지루하지 않게 적은 분량으로 되어 있고 시리즈물로 기획한 목적이 지독한 글쓰기 혐오자나 참을성 없는 중고등학생들에게 알맞은 책이다. 어려운 용어나 복잡한 방법을 제시하지 않으면서도 가볍게 글쓰기에 다가설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쁘게 보면 한권으로 족한 분량의 책을 다섯 권으로 분책해서 팔아먹을 예정이다.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글쓰기를 조금 더 자신있고 분명하게 내 편으로 만들고 싶다면 당연히 그만큼의 노력은 필요하다. 많은 책들 속에서 분명하게 두드러진 면을 드러내려는 노력과 기획은 충분히 설득력을 얻고 공감을 불러 일으킬만하다.

  특히, 이태준의 <문장강화>와 배상복의 <문장기술>, <서울대학교 글쓰기교실>은 왜 직접적인 글쓰기 과정에서 효과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지 어떤 내용들이 잘못되어 있는지 밝히고 있는 부분은 신선하다. 기존의 생각과 틀에 박힌 관념을 깨뜨리는 것은 새로운 출발을 위한 기초 작업이다.

  <핵심은 논증이다>, <논술은 논술이 아니다>, <보고서는 권력관계다>, <토론은 기 싸움이다>로 예정되어 있는 나머지 책들도 관심이 가긴 하지만 다 읽어 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결국 탁석산의 논리도 일반론 수준에서 끝날지 아니면 보다 구체적인 각론을 제시할 것인지 궁금하긴 하지만 실용적인 글쓰기를 분야별로 각권마다 담아낼 수는 없을 텐데 어떤 식으로 기획되어 출판될 지는 지켜 볼 일이다. 한 두 권은 더 읽어보아야 할 듯싶다.

  말로 표현되지 않는 부분이 있고 글로써 다 전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말과 글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나에게 어떤 도구인지 확인해보는 것도 책을 읽기 전에 확인해 볼 일이다. 왜, 어떤 글을 쓸 것인가가 결정된다면 생각보다 쉽게 자신에게 꼭 맞는 방법과 기술을 익힐 수도 있을 것이다.

  ‘행간을 건너뛰는 두 개의 콤마’ 속에 숨은 의미를 찾아내고 여백의 의미를 쓰다듬어 보는 문학적 글 읽기와 선명하게 구별되는 실용적 글쓰기에 대한 특별한 책들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200511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핵심은 논증이다 - 탁석산의 글쓰기 2 탁석산의 글쓰기 2
탁석산 지음 / 김영사 / 200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쓰기는 말하기보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거쳐 자신의 생각을 글에 담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즉흥적이고 감정이 앞서는 말하기는 글쓰기보다 훨씬 효과적인 수단일 때가 있다. 하지만 언어외적 요소들이 말의 내용을 좌우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글은 그렇지 않다. 특히 실용적 글쓰기에서 논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나 소홀하게 여겨진 것이 사실이다. ‘논리적 검증’과 ‘논리적 증거’가 뒷받침 된 설득력 있는 글을 보면 빈틈을 찾기 어렵고 내 생각과 어긋나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이게 된다.

  신문 칼럼이나 사설을 보다가 ‘울컥’하는 경우가 많다. TV논평도 마찬가지다. 번지르한 말주변이나 화려한 수사로 자신의 주장을 담아내지만 논리는 모호하고 이치에 닿지 않는 논거로 변죽만 울리다 끝이 나는 글들이 많다. 감정에 호소하거나 특정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설과 칼럼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신문이 더 이상 훌륭한 글쓰기의 모범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탁석산의 글짓는 도서관 2권은 <핵심은 논증이다>는 제목을 달고 있다. 그렇다 핵심은 논증이다. 얄팍한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오랜만에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싶다. 당연한 이야기들과 명확한 논리를 무시한 글쓰기가 범람하는 시대에 필독서로 권할 만하다. 다만 국문과나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국어교사들이 글쓰기를 가르치기 때문에 이런 면들이 학생들에게 소홀하게 지도된다는 탁선생의 편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논증은 전제와 결론으로 구성된다. 전제는 결론의 근거가 된다. 흔히 말하는 논거가 되는 것이다. 결론을, 즉 주장을 하기 위해 명확한 근거를 내세우는 것이 논증이다. 그렇다면 논증은 어떠해야 할까? 논증의 네 가지 조건이 이 책의 핵심이다. 이 책의 3장을 살펴보자.

좋은 논증의 네 가지 조건

전제와 결론이 관련이 있어야 한다.
전제는 참이어야 한다.
전제는 결론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해야 한다.
반론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당연해 보이는 사소한 것들이 실제 글쓰기 상황에서 간과하기 쉬운 것들이다. 논술을 포함한 많은 글들이 개요작성 없이, 즉 설계도 없이 지어지는 집과 같다. 물론 일상에서 벌어지는 많은 글들이 그렇게까지 전략적일 필요는 없지만 전문적인 글쓰기에 발을 들여 놓거나 적어도 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나 민감한 사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칼럼의 필자라면 당연히 알아야 하고 거쳐야 하는 글쓰기 과정이다.

  분량과 상관없이 이 책은 한 명의 멘토를 내세워 글쓰기 전반에 관한 쉽고 재미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작은 판형과 시원한 편집, 그리고 캐릭터를 이용한 흥미유발, 무엇보다도 분권으로 시리즈물을 만들어내는 ‘김영사’의 얄팍한 상술 혹은 대단한 마케팅 전략이 돋보이는 책이다. 상당히 딱딱하고 어렵고 지루할 수 있는 내용을 이렇게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고 이런 방식으로 책을 구성하는 것도 특별한 비법이라고 인정한다.

  논증이란 결론과 전제로 구성되고, 전제와 결론은 반드시 문장이어야 하며, 전제와 결론은 지지하는 관계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논증이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논증은 논리적인 글쓰기의 기본기를 닦기 위한 가장 기초적이며 핵심적인 이야기를 설명하고 있다. 물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잊지 않고 실전에 활용하는 일이다. 실제 상황에서 총을 쏘지 못하면 아무리 해박한 군사학 지식도 무용지물이 된다. 매일매일 벌어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다양한 글쓰기 상황을 위해 한번쯤 읽어둘 만한 좋은 책으로 추천할 만하다.

  지독한 몸살감기도 시간이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약발이 떨어진 아침, 환하게 밝아오는 하늘이 부담스럽다. 온몸으로 자신의 인생을 써나가는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건강하고 밝은 하루하루가 지속되기 바랄 뿐이다. 또다시 우리들 몫의 시간들이 미래를 점령하고 있다.


200512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논술은 논술이 아니다 - 탁석산의 글쓰기 3 탁석산의 글쓰기 3
탁석산 지음 / 김영사 / 200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학법 개정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게 아니라 배부른 돼지들 몇 마리가 꽥꽥거리고 있다. 그 소리에도 귀기울여야 하나? 민주국가에서는 소수의 의견도 중요하니까? 사학재단을 사유재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아이들을 맡겨왔다. 재단 전입금이 중등의 경우 2%, 대학의 경우 8%에 불과한 학교들이 신입생 선발을 거부하고 학교를 폐쇄하겠다는 말에 지나가던 미친개가 웃었다는 뉴스 속보는 없었을까? 개방형 이사제의 3분의 1에서 4분의 1로 개악되어 통과된 것도 그 효과가 의심스러워 탐탁치 않은데 사학 재단들이 보이는 반응은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더구나 모 정당의 대응방식과 국회에 들고 나온 구호의 내용은 역사에 길이 남으라!
 
  교육에 대해 얘기하라면 4천만가지의 해법이 나올 것이다. 국민 모두가 교육부 장관으로 손색이 없을만큼 전문가 집단으로 인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태어나서 평생 학교만 다니는 사람뿐만 아니라 한글을 겨우 깨치기 시작하면 학교문제가 인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모든 것은 대학입시로 통한다. 교육 문제의 본질은 대학입시로 귀결된다. 대학의 서열화, 즉 대학입시 제도의 획기적인 개선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모든 교육 현안들이 지나간 유행가요 씹다버린 껌만큼 지루하게 여겨진다. 대입제도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고 삶의 형태를 결정한다.

  2008학년도 입시부터 내신의 중요성이 강화되고 수능에서 표준점수와 백분위 점수가 사라지며 문제은행 제도가 도입된다. 학기별, 과목별 상대평가로 내신 등급제가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으며 수능은 과목별 등급만 통보된다. 대학은 수능에서 같은 등급을 얻은 학생들을 내신과 논술로 선발할 수밖에 없다. 점차 독서이력철이 생활기록부에 포함되기 때문에 온 나라가 논술 열풍과 독서 광풍에 시달린다. 한글을 배우면서 부모들의 독서 전쟁이 시작되어 어린 시절의 독서습관을 만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마치 영어와의 전쟁처럼. 매체의 발달과 유초등 학습지, 출판 시장은 활황이다. 상장된 웅진은 떼돈을 벌었고 전통적인 교육열과 자식사랑으로 도서시장은 마르지 않는 샘이 되었다. 지나치게 부정적 시각으로만 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안다. 나와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어떤 방법이 있는가를. 제도 개선이 우선이겠으나 독서와 논술의 문제는 냉정하게 점검하고 판단해야 바보가 되지 않는다.

  탁석산의 글짓는 도서관 3 권은 논술에 관한 이야기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도 미국의 에세이도 아닌 우리 나라 대학에서 만들어낸 돌연변이 변종 논술에 관한 이야기다. 이 논술은 다른 논술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것은 학생과 학부모가 먼저 알아야 한다. 그러면 가르치는 사람은 자연히 알게된다.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목전에 다가온 입시를 두려워말고 그 실체부터 분명하고 선명하게 파악한다면 충분히 넘을 수 있는 산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논술은 논술이 아니다>는 제목의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오랜만에 고개가 아플 정도로 끄덕였다. 어떤 책을 보면서 자신의 생각과 혹은 평소 자신이 하던 짓과 일치하는 부분이나 공감하는 부분에 흐믓해지는 경우가 있다. 구체화 시키지 못했거나 깊이 생각해보지 못한 몇가지 부분을 제외하고는 논술에 대한 개인적 견해와 이야기들이 완전히 일치한다. 시원스럽고 통쾌한 마음으로 읽었다.

  주변에 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나 예비 수험생이 있다면 무조건 선물하라고 권할 만한 책이다. 200여페이지 밖에 안되지만 우리나라 대입 논술이 어떤 것인가는 모두 담겨있고, 가장 정확하고 쉽게 분석되어 있다. 논술이 논술이 아닌데도 논술이라 떠드는 많은 사람들이 착잡할 것이고 그 거대한 산에 가로막혀 막막해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작은 길잡이와 등불 역할을 충분히 할만하다. 논술은 논리적인 서술의 준말이다. 논리적이라는 말은 논증을 포함해야 한다는 말이다. 각 대학의 논술은 논제와 제시문에 모든 논리가 숨어 있고 그것을 이해하고 분석하고 확인해서 논증을 만들어내면 된다. 사실 공교육에서 짐지고 있는 쓰기 교육이 체계적으로 평소에 이루어지기만 해도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늘 이상과 현실의 불협화음 탓이라고 돌릴 수밖에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책을 읽고 글쓰기 공부를 하는 이유가 대학 입시를 위해, 특히 논술이라는 거대한(?) 목표 때문이라면 학생들은 지옥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독서와 논술에 대한 어른들의 반성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필독 도서 목록들을 펼쳐들고 책을 팔거나 새물결인지 헌물결인지 하는 단체에서 시행하는 엽기적 ‘독서인증제’에 휩쓸리지 않고 제대로된 삶을 위한 책읽기와 아이들의 생각 키워나가는 바른 글쓰기에 대해 어른들이 먼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시나 소설을 쓸 작가가 될 사람이 아니라도 우리는 늘 쓰면서 살아간다. 그것이 기록이든 아니든 의사 소통과 표현 수단으로서 글쓰기의 중요성을 더 강조할 필요는 없다. 좋은 책과 만나는 것보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 낫다. 한 눈으로는 책을 보고 한 눈으로는 세상을 바라보라는 말을 우리 모두는 실천하고 있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나부터 반성할 일이다.


200512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글쓰기의 공중부양
이외수 지음 / 동방미디어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하늘로 떠오르는 꿈은 어린 시절 우리 모두가 꾸던 꿈이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세상에 불가능한 것과 할 수 없는 것들이 늘어만 간다. 그것은 강요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스스로 깨달은 것도 있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만 하는 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끊임없이 방황하거나 소망과 희망을 넘어 욕심과 욕망 사이에서 괴로움을 겪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어린 시절로 돌아가 황당한 공상에 빠져 보기도 한다. 가장 흔하게 하늘을 날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날개가 있든 없든, 그 과정이 어떠하든 하늘로 날아올라 현실을 벗어나 어딘가 먼 곳으로 가버리고 싶은 공상은 어린시절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꿈은 성인이 되어서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구체적인 일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은밀한 욕망을 꿈꾼다.

  그 중에 하나가 글쓰기인 사람들을 위한 책도 이젠 제법 많이 출판되고 있다. 그 목적과 방법론에 이르기까지 자신에게 잘 맞는 것을 선택해야함은 물론이다. 이외수의 <글쓰기의 공중부양>은 현실에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글쓰는 방법을 ‘공중부양’으로까지 승화(?)시키기 위한 나름의 방법과 고민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하지만 그것은 이외수의 것이지 독자들이나 타인의 것으로 확장시키기엔 너무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장인정신으로 습득한 노하우를 그렇게 쉽게 타인에게 전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배우는 사람이든 가르치는 사람이든 불가능한 영역이 있다는 것에는 동의할 것이다. 이외수도 그 불가능의 영역을 설명하기 위해 열심이지만 역부족이다. 설명 부족이 아니라 전이과정에서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간극을 메울수는 없다.

  이외수를 처음 만난 것은 20년 전쯤이다. <내 잠속에 비내는데>를 읽은 어머니의 소개로 처음 만난 이외수는 기인이었다. 평범을 거부하는 삶은 때로 위태로워 보인다. 올림픽이 열리는 해가 되어야 이발을 하고, 거지처럼 춘천에서 글을 쓰기 위해 몸부림 치던 시절과 미스 강원과 결혼한 연애사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어린 맘에 깊게 각인되었다. 이후 <꿈꾸는 식물>, <개미귀신>, <칼>, <겨울나기>등을 읽고 수필집 <말더듬이의 겨울수첩>에서 보여준 그의 감수성에 사로잡혔다. 10대 문학 소년의 감수성에 맞춤한 그의 언어는 지나치게 예리하고 깊이 영혼의 울림을 주었다. 감성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하다고 인정해버렸다. 그 시절의 인연으로 시집 <풀꽃, 술잔, 나비>, 소설 <벽오금학도>, <황금비늘>, <장외인간>, 산문우화집 <감성사전>,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 <외뿔> 등 그의 글들은 거의 모두 읽고 있다.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제자리에 머물러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답답하기 보다는 순수하다고 믿는다. 소설의 미덕과 문학성을 논하기 전에 짙은 그리움처럼, 혹은 춘천의 안개처럼 그가 떠오를 때가 있다. 물론 다분히 개인적 취향이거나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이라고 생각해도 그에게 진 빚은 많다.

  이외수의 글쓰기의 특징은 장르를 불문하고 대상에 대한 깊은 성찰과 따뜻한 감성에서 출발한다. 현실을 뛰어넘고 싶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비현실적인 몽환적 세계가 아니라 현실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본성들을 들추어내는 일이다. 이외수는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 사람들 사이에, 그리고 사물들 사이에 감추어진 그 영혼의 울림을 들어 보라고. 그 소리를 듣거나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육안과 뇌안으로만 모든 것을 판단하려는 인간의 태도를 꼬집는다. 심안과 영안으로 세상을 보라는 것이 그의 주문이다. 이런 생각에서 출발한 그의 글쓰기는 누구나 공감하기 어렵지만 천진한 어린아이의 시선과 순수하다는 추상명사가 주는 일반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오랫동안 일반인을 대상으로 글쓰기를 지도해온 소설가의 능력은 무엇보다도 눈높이에 맞추기 쉽다는 장점을 지닌다. 대상과 방법이 명확한 글쓰기 강좌는 오히려 명쾌하다. 철저하게 문학적인 글쓰기에 목적을 둔 이 책은 이외수가 생각하는 나름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단어의 선택과 문장의 구성, 창작 방법까지 일반론 수준에서 글쓰기 책의 구색을 갖추고 있다. 대체적으로 중 ․ 고등학생 정도의 수준이나 글쓰기의 기초를 알고 싶은 정도의 호기심 수준에서 가볍게 읽어 볼 만한 정도다.

  이외수의 특별한 글쓰기 노하우를 전수 받고 싶거나 본격적인 글쓰기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직접 ‘격외선당’을 찾아가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 될 듯하다. 무언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진심을 가지고 한 발짝 다가서서 보면 된다. 지속적인 노력과 열정이 있을 때 던져주는 작은 麗?하나, 방법 한 가지는 소중할 테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루한 잔소리에 불과하다. 조금 냉정하게 말한다면 이제 이런 종류의 책은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춘천교대를 중퇴했지만 남을 가르치는 일보다 온몸으로 보여주는 쪽이 훨씬 그에게 어울린다.


060314-03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