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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도 이브도 없는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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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사람에게 어린 시절이 있듯이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아련하다. 그 사람을 누구인가로 규정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애틋함이나 간절함은 홍역처럼 앓게 된다. 사랑의 방식도 다양하고 그 향기와 빛깔도 다르겠지만 소중한 기억으로 신화화하려는 노력은 비슷할 것이다. 의도적인 노력이 아니라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들에 대한 헌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첫사랑은 누구에게나 그렇게 아득한 꽃잎처럼 흩어져 내리는 법이다.

  누구나 설레는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 아멜리 노통브의 신작 <아담도 이브도 없는>는 그 사랑 이야기를 쓰고 있다. 소설인지 일기인지 알 수 없는 사적인 내용으로 가득하지만 결코 지루하거나 심심하지 않은 것은 작가 특유의 패러디와 유머의 힘이다. 발랄하고 간결하며 깔끔하고 소박한 맛을 보여준다. 군더더기 없는 상큼한 문장은 의식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지지 않을 것 같다. 개성적인 문체로 드러나는 이 방식은 아멜리 노통브만의 분명한 목소리로 들린다. 선명한 자기 색깔을 가진 작가는 하나의 영역을 구축한 것이다.

  그것이 한계가 될 수 있는 우려는 그 다음 단계의 문제다. 개성도 없고 재미도 없는 소설은 견디기 힘들 것이다. 누가 두 번 다시 그런 소설을 읽겠는가. 함부로 작가의 노력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그 수고로움을 예의로 참아줄 수 있는 독자도 흔한 것은 아니다. 아멜리 노통브의 성공에는 몇 가지 요소가 엿보인다.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이 가벼움과 흥미라는 데는 이견을 달 수 없다. 일단 재밌고 쉽게 다가가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작가는 정확하게 포지션을 잡고 있다.

  현실을 비틀고 요리하는 솜씨가 만만치 않다. 문장들은 톡톡 튀며 웃음을 던져주고 다양하게 상황을 변주한다. 비유가 탁월하면서도 진부하지 않다. 매력적인 작가임에 틀림없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매년 보졸레 누보가 나오듯 1년에 한 권씩 소설을 써내는 그녀의 고정 독자층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나는 열혈 독자는 아니다. <살인자의 건강법>을 비롯해서 몇 권을 읽었지만 기억이 가물거린다. 스무 살 언저리에 만났던 밀란 쿤데라 만큼 깊이 빠지지는 않는 모양이다. 하기사 지금 누구에게 깊이 빠질 수 있겠는가. 참 애매한 나이가 되어 버렸다. 어쨌든 객관적으로 매력적이지만 주관적으로 엄지손가락을 들어 줄 수는 없다.

  그녀의 열여섯 번째 소설 <아담도 이브도 없다>는 작가의 이력과 실제 삶의 궤적을 알고 있는 독자가 읽기에는 픽션과 넌픽션을 오간다는 느낌을 가질 만하다. 소설의 형식이 파괴된지 오래지만 그녀의 일기장을 훔쳐보듯 난감한 기분일 때가 많다. 마치 누군가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호기심 많은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싶다.

  하지만 스무 살 남자와 스물 한 살 여자가 엮어내는 사랑과 이별의 과정을 감동적으로 읽어낼 재주가 이젠 내게 없어졌나보다. 아련한 환상과 추억들을 동원해 보아도 유추된 감정의 이입일 뿐 소설 속에 몰입할 수는 없었다. 사랑은, 특히 첫사랑은 소중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감정일 뿐 일반화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작가가 그걸 원한 건 아니겠지만 지극히 사적이고 특수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질 뿐이다.

  프랑스 여자와 부유한 일본 남자의 사랑. 그리고 이별. 작가가 된 여자의 일본 방문. 공교롭게도 프랑스 여자와 결혼한 일본 남자. 오랜만의 해후.

  가장 진부하고 대책 없는 재료를 가지고 이만한 요리를 만들어 낸 것은 작가의 역량이라고 보아야 하나? 이제 좀 천천히 쓰라고 충고라도 해야 하나? 아름답긴 하지만 감동적이지는 않는 소설이라고 말하면 가혹할까? 아무도 신경 쓰지 않겠지만 말이다.

  상황이나 인물과 무관하게 첫사랑을 만나는 과정이나 그 혹은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들, 그 시간 속에 녹아 있는 떨림, 두려움, 애틋함 - 그 달콤 쌉싸름한 맛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진다면 이 소설은 성공이다. 개인적인 감정과 환상을 환기하거나 대리만족하고 싶은 사람에게 딱 어울릴 만한 소설이다.

  이국적이고 낭만적인 사랑 얘기를 싫어할 만한 사람은 없겠지만, 그것이 전부인 소설 또한 받아들일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평가가 엇갈릴 수 있는 소설은 개인적인 취향에 맡길 뿐이다. 그녀의 전작들을 믿고 읽든가 각자의 후각에 맡기든가.


081219-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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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정치사상 고전읽기 통합적 사유를 위한 인문학 강의 1
강유원 지음 / 라티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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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온다는 예보를 믿고 남쪽 행을 포기했다. 예약을 취소하고 영화 한 편으로 위로하니 흐린 하늘이 한결 여유로운 주말이었다. 창가에 앉아 얇은 책 한 권을 꼼꼼하게 읽으며 간만에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마음은 여전히 바쁘고 해야 할 공부(?)와 욕심나는 책들은 여전히 늘어만 간다. 일종의 강박증이거나 또 하나의 벗어나기 힘든 욕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좀체 벗어나기 어렵다.

  특히 이렇게 마음 맞는 책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진지하면 더욱 그렇다. 강유원의 책은 예전에 김광석의 노래가 그랬던 것처럼 무조건 사서 읽는다. ‘래디컬’이란 단어를 좋아한다는 그의 취향이 나와 일치할 순 없겠지만 그의 생각과 공부 방법, 사회를 바라보는 태도와 관점은 더 없이 매력적이다. 물론 철저하게 개인적인 관점으로 그렇다. 친구가 없을 것 같은 그의 삶의 태도와 공부 방식은 의도적으로 언론을 기피하고 대인관계를 정리하는 강준만의 방식과는 또 다를 것이라고 짐작한다.

  스스로를 삼가고 사유의 지평을 넓히고 독서와 강의를 통해 앎의 범위를 확장시키고 공유하며 더불어 공부하는 그의 방식은 ‘공부’에 관한 한 가장 닮고 싶은 사람이다.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방식과 강유원의 태도는 여전히 도전하고 노력해야 하는 대상과 공간으로 남아 있다. 시간이 없다는 말 같지 않은 핑계로 미루고 있지만 마음의 빚처럼 청산되지 않고 조금씩 더디지만 발걸음을 내딛뎌야 하지 않나 싶다. 갈 길은 멀고 험하지만 시간은 없고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 제대로 살기는 제대로 죽기보다 어렵다.

  강유원의 <서구 정치사상 고전읽기>는 통합적 사유를 위한 인문학 강의를 노트처럼 묶어 낸 책이다. 그러니 더없이 자유롭고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저자의 목소리는 생생하고 의도와 감정이 직설적으로 드러나며 한 마디 한 마디 힘주어 말하는 부분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올 상반기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혹은 많이 배운 책을 꼽는 다면 이 책을 꼽아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책을 읽는 근본적인 이유와 태도에 대해 이렇게 진지하고 깊이 있게 고민하고 성찰하게 해 준 책은 없었다. 다른 책들을 통해서 조금씩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겠지만 나는 강유원의 이 책을 통해 가장 많이 공감하고 고민했으며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가야 할 길에 대한 진지한 모색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수박 껍데기만 핥아대는 책읽기에 대한 뼈아픈 충고와 고전을 제대로 읽는 방법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방법은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다. 강유원이 제시하는 방법이 최선을 아니겠지만 적어도 노력과 태도 면에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더구나 단순히 읽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를 통해 그것들을 정리하고 공부를 마감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일치되는 공통된 견해이다.

  ‘정치사상’이라는 주제로 묶어 놓은 책은 플라톤의 <국가>와 <정치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로크의 <통치론>이다. 이에 앞서 고전을 읽을 때 유념할 점들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 제목만 옮겨 보겠다. ‘오늘날 통용되는 분류 방식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기록매체나 편집 방식이 오늘날과 다르다는 것을 기억하라. 저자 자신과 그가 살았던 시대에 대해 알아야 한다. 기본 개념을 철저하게 익혀라. 텍스트의 형식을 살펴라.’ 깊은 공부와 꼼꼼한 책읽기가 아니면 불가능한 생각들이다. ‘정치사상’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거시적인 관점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실제 서양 고전을 통해 서양의 정치사상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적나라하게 밝히고 있다. 화려한 말빨을 앞세우지도 대단한 이론도 없다. 그가 주장한 대로 있는 사실 그대로 서술함으로써 얻어지는 이 놀라운 결과는 다른 책들과 구별되는 특별함이다. 책 자체가 뛰어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읽고 분석하고 정리하는 능력과 노력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나는 플라톤의 <국가>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었지만 강유원이 제시하는 방식으로 따진다면 반절도 읽지 못한 셈이 된다. 책을 읽고 정리하는 데 비법이나 정답이 있을 수는 없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일반적으로 취하는 방식은 책을 읽고 제대로 공부했다고 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만으로도 많은 걸 얻었다. 제시한 방법대로 읽지 못하더라도, 그대로 따라하기 힘들더라도 책을 보는 안목은 이전과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참고로 제시한 몇 권의 책을 얻었고 로크의 <통치론>이 숙제로 남겨졌지만 200페이지도 안되는 이 얇은 책을 통해 두고두고 새겨야할 지침과 방법들을 배웠다.

  직접 강의를 듣지는 못했지만 이 시리즈는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다려진다. 힐쉬베르거의 <서양철학사>를 50번 읽었다는 전설적인 공부 방법만으로 그를 존경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고전을 읽는 방법과 태도가 이러한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어 나가면서 부끄러워졌다. 좀더 갈고 닦고 배로 노력할 일이다. 무릇 공부는 이제부터라고 믿는다. 마음을 닦고 몸을 닦고 뜻을 바로 세우고 영혼을 말게 하는 인문학 공부는 깨닫는 즐거움을 전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목적도 없고 끝도 알 수 없지만 묵묵히 걸어야 할 길이다.

  덧붙여 글쓰기 훈련에 대한 충고는 더더욱 깊이 새겨진다. 요약문 쓰기, 보고서 쓰기, 소논문 쓰기로 나누어 2장과 3장에서 소개하고 있는 데 강유원만의 방식이 아니라 군살을 뺀 정확하고 잘 벼려진 칼날같은 글쓰기가 무엇인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있는 그대로의 서술이 보여주는 힘이 무엇인지 잘 소개되어 있으며 힘을 빼고 감상적이지 않으며 정확하게 쓰는 방식에 대해 천천히 고민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갈 길은 바쁘고 공부해야 할 책은 넘쳐 난다. 그것이 무엇이든 왜 선택을 했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안 되는 공부를 선택한 강유원이나 그 강의를 듣는 많은 사람들이나 그의 책을 보고 고개를 숙이는 나 같은 사람 모두가 공감할 수 있고 뜻이 통할 수 있는 그 무엇에 대해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다.

  ‘진짜’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꼭 이 책을 읽어야 한다.


080629-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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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08-06-30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전에 쓰신 <몸으로하는 공부>의 리뷰를 읽고 저도 따라 읽었습니다. 참 기쁘고도 부끄러운 경험을 하게 해주셨습니다. 이번 책도 여력이 닿는대로 따라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좋은 리뷰에 대한 감사를 전할 수 있는 방법이 Thanks To밖에 없어 몇자 남겼습니다. 고맙습니다.

sceptic 2008-06-30 23:44   좋아요 0 | URL
제가 부끄러워지네요. 책도 머리로 읽는 책이 있고 마음으로 읽는 책이 있는데 가끔 몸으로 읽는 책이 있지요... 공감해주시니 제가 감사합니다.
 
설득의 논리학 - 말과 글을 단련하는 10가지 논리도구
김용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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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드시 읽어야 할 것 같은 책이 있다. ‘설득’이 들어가는 책이 그렇다. 이 책을 읽은 다른 사람에게 설득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읽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로버트 치알디니 ‘설득의 심리학’을 읽지 않았지만 내용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김용규의 <설득의 논리학>에서 언급하고 있으니 ‘설득’은 심리학을 넘어 이제 논리학까지 범위를 넓혔다. 그러고 보면 ‘설득’은 누구에게나 폭넓게 호기심과 관심을 유도하기 좋은 소재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유혹의 기술은 제목 뿐 아니라 표지에서도 드러난다. <철학 카페에서 문학읽기>의 서체를 그대로 활용한다. 자신감 있고 부드러우면서도 막힘없이 휘갈려 써 내려간 <설득의 논리학>은 표지에서부터 충분히 독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말로든 글로든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누구를 설득한다. 물건을 파는 사람부터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사람까지 모두가 마찬가지다.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이해시키고 자신의 주장에 동의하도록 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면 누구나 한번쯤 관심을 갖지 않겠는가? 그 방법과 기술이 심리학이든 논리학이든 독자들은 타인을 설득하기 위한, 세상을 살아내기 위한 도구에 흥미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충분한 매력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철학과 논리학은 친척이다. 아니, 철학을 위한 도구로서 논리학은 역할과 의미를 지닌다. 철학이 사람과 세상에 대한 고민이듯이, 사물과 언어에 대한 성찰이듯이 논리학도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로서 훌륭한 역할을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10가지 논리 도구를 제시한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발판으로 세익스피어와 베이컨, 셜록 홈즈와 비트겐슈타인, 파스칼과 쇼펜하우어까지 다양한 논리를 선보이며 실증적인 예시와 쉽고 간단한 설명으로 논리학의 매력을 선보인다.

  일상에서 가장 설득 당하기 쉬운 광고의 전략으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관심을 갖게 한다. 설득은 논증이라는 단순한 이야기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저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삼단논법과 세 가지 변형, 배열법과 yes-but 논법, 귀납법과 가추법, 가설 연역법은 익히 알고 있는 방법들이다. 논쟁술과 토론술, 이치논리와 퍼지논리는 생소하지만 어려운 내용은 아니다. 저자는 이처럼 다양한 기술을 소개하며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독자들을 설득한다.

  첫째, 쉽고 재미있게! 대중적인 독서가 가능하도록 이 책은 어려운 설명이나 딱딱한 내용들을 최선을 다해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다. 풍부한 사례와 간단하고 쉬운 설명은 이 책을 논리학에 접근하기 위한 유인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한다. 반면에 한계도 지니게 된다. 한정된 분량에 10가지 논리 도구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데 그친다는 느낌이다. 깊이와 넓이에는 한계가 있으며 폭넓은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례가 아니라 공식에 맞아 떨어지듯 한 예문이 대부분이다.

  둘째, 요약 정리가 뛰어나며 기본적인 개념과 원리에 충실하다. 각 장마다 논리의 길잡이 코너를 마련해서 그 장에서 설명한 개념들을 간략하게 다시 정리하고 있다. 필요할 때 꺼내 볼 수 있을 만큼 간단하지만 정확하게 개념들을 설명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구체적인 방법론이 없다는 것이다. 지나친 욕심일지도 모르겠지만 저자는 이 방법들을 배우고 익혀 말이든 글이든 실전에서 사용하면 놀라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훈련과 실전에서 사용여부는 독자에게 맡기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연습해야 하는지 체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셋째, 저자의 문장이다. 다른 분야의 책들도 마찬가지지만 각 학문 분야에서 논쟁점이나 핵심적인 사항들을 소개하는 글들의 성공 여부는 순전히 저자의 능력에 달려 있다. 수많은 철학서들이 난무하고 논리학 책이 넘쳐나지만 옥석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자신의 상황과 목적에 맞는 책을 고르는 어려움은 겪어 본 사람만이 안다. 아카데미즘에 갇혀 지루하고 딱딱한 이론의 나열로 그치는 경우도 있고 알맹이 없이 쉽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남는 것 없이 공허한 경우도 있다. 단순한 소개와 개념 설명만으로 그치는 경우가 그렇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은 것 같지만 뭔가 아쉽고 허전하며 깊이에 대한 욕심이 끊임없이 목구멍으로부터 올라오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저자 김용규의 문장은 깔끔하고 설득적이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폭넓은 독서를 바탕으로 풍요로운 알맹이들을 쉽게 전달하려는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어디쯤 어떤 자세로 서 있는지 나에게 객관적인 판단은 어렵다. 모두에게 필요한,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할 수 있는 책을 만나기는 어렵다.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난 듯 오랫동안 가슴 설레고 뿌듯하게 한 줄 한 줄 음미하고 두고두고 생각나는 책을 찾아 오늘도 헤매고 있는 나는 누구인지 10가지 논리 도구로도 설명이 불가능하다.


070907-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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