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함정 - 무엇이 우리의 판단을 지배하는가
자카리 쇼어 지음, 임옥희 옮김 / 에코의서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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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불안은 신중한 토론, 현명한 충고, 민주적 수단,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한 가지 요소로 인해 억제되었다. 바로 ‘상상력’이다. 한 주제, 한 범주 안에 속한 대상들 간의 다양한 차이를 식별해낼 수 있는 상상력, 이것이 바로 가장 중요한 마지막 요소였다. - P. 33

노출불안의 희생자는 오류를 인정하고 시정하는 것이 나약함의 표시가 아니라 힘의 표시라는 점을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현실 세계에서는 우를 범한 경우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사람이 정직하고 책임감 있고 현명한 사람으로 여겨진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것이다. - P. 41

인과관계의 혼란, 즉 원인혼란이란 복잡한 사건의 원인을 오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원인혼란은 종종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과도한 단순화로 나가게 하는 인지함정으로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우리는 종종 사건들 사이의 인과성과 연관관계를 혼동한다. 특정한 경과를 산출하는 사건의 연결고리를 착각한다는 말이다. - P. 48

원인혼란의 인지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닫힌 마음은 지성의 한계를 보여주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 P. 88

인지함정은 다양한 이유로 발생하지만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원인은 감정이입과 상상력의 결핍 두 가지다. 상상력은 우리가 세계를 다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나와 타인의 삶이 어떻게 서로 다를 수 있는지를 고려할 수 있게 하고, 자신과 타인의 행동이나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을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배려할 수 있게 해준다. 상상력이 마음에 깃드는 것이라면 감정이입은 가슴에 깃드는 것이다. 감정이입은 타인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다른 사람의 감정으로 들어가서 그들의 내면 깊은 곳의 반응을 경험하는 것이다. - P. 103

평면적인 관점의 함정은 상상력에 제한을 가하고 감정이입 능력을 박탈하여 편협한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문제를 흑백논리적인 사고방식으로 접근하도록 몰아간다. 우리는 세계를 동지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으로 단순화한다. 그리고 자신의 관점에 동조하지 않거나 혹은 상반된 행동을 보여주는 사람들과 마주치게 되면 그들을 분류하는 데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 P. 109

두 가지 정보집착증(정보독점과 정보회피)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강박증을 드러낸다. 양자 사이의 공통점 중 한 가지는 타인의 지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보독점자들은 정보를 혼자 움켜쥐고 있는 것이 자신의 입장을 방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독점하고 있는 정보가 결과적으로 자신이 의도하는 목적을 침해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 P. 209

거울 이미지는 상대가 자신과 같이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가정하게 되는 인지함정의 일종으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지각하는 방식과 남들이 그것을 지각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기란 본능적으로 어렵다. - P. 217

신이 있어 우리에게 선물을 준다면 오죽 좋으랴.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보는 것처럼 우리 자신을 볼 수 있는 재능을 부여해준다면!
그랬더라면 우리가 저지르는 무수한 실책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
- 로버트 번스

정태적 집착은 변화하는 세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방해하는 인지함정이다. 이는 대상이나 현상에 폭넓은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우리의 상상력이 작동하지 않게 만든다. 정태적 집착에 빠진 사람은 세계가 근본적으로 유동적이라는 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주변의 변화에 진지하게 접근하고 적응하는 대신 변화에 저항한다. - P. 244

상황에서 한걸음 물러나서 자신이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 곰곰이 성찰해보라. 우리들은 모두 쉽고 명쾌한 해답을 원한다. 이것이 인지함정으로 유도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이를 인식하고 있다면 우리는 가장 중요한 문제를 이해하는 데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될 것이다. - P.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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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견문록 - 에디오피아에서 브라질까지 어느 커피광이 5대륙을 누비며 쓴 커피의 문화사
스튜어트 리 앨런 지음, 이창신 옮김 / 이마고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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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특정 지역이나 사회에서 습득된 가치나 기호는 개인의 선택과 무관한 문화적 취향이 된다. 어떤 곳에서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도구를 사용하며 어떤 의식을 갖고 사느냐에 따라 사물을 보는 태도와 관점이 달라진다. 문화는 사람들의 의식을 규정하는 틀이며 사회를 변화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풍향계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습관적인 행동과 즐겨먹는 음식, 재밌는 놀이가 모두 문화가 된다. 그 중에서도 음식만큼 세상 곳곳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사람이 먹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그래서 음식문화는 모든 문화의 척도가 될 수 있다. 무엇을 어떻게 왜 먹느냐에 따라 기후와 풍토를 살펴볼 수 있고 사람들의 기질과 풍습을 이해하기도 한다. 어떤 음식이든 우리가 먹는 것은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그 문화는 한 사회 구성원들의 결속을 다지기도 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과 관점을 만들어가는 토대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집단 무의식은 동일한 문화현상을 기초로 한다.

  근대이후 교통수단의 발달과 통신수단의 비약적 발전은 특정 지역의 문화를 세계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지구촌이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거대한 세계화의 물결이 21세기를 지배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와 더불어 자본과 금융의 세계화뿐만 아니라 문화의 세계화도 진행되고 있다. 뒤섞이고 들끓는 속성은 문화가 가진 혹은 인류가 가진 교류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통합fusion’이라는 수식어는 이제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스튜어트 리 앨런의 <커피견문록>은 시대와 공간을 넘나드는 특별한 음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커피’라는 음료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지구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약 3만 킬로미터를 여행한다. 유럽 사람들은 언제부터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으며, 커피는 어떤 음식을 대체했을까? 이 두툼한 하드커버의 커피책은 커피의 문화사라고 불러도 좋겠다.

  이 책과 함께 커피를 보고 듣고 마셔보자. 알고 마셔야하는 것이 어디 와인과 커피뿐일까만 전통 음식이 아니면서도 가장 즐겨 마시는, 생활의 일부가 된 커피에 대해 궁금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호기심이다. 자, 이제 저자와 함께 커피여행을 떠나보자.

  2,000년 전 커피가 처음 발견된 곳에서 출발하기 위해서 우리는 에디오피아로 가야한다. 아디스바바바에서 하레르 지가지가로 이어지는 여행의 출발은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혹은 가장 본질적인 형태의 커피를 확인하는 데서 출발한다. 커피는 이제 현대인의 기호품으로 생각하지만 과거에 커피는 특별한 효능을 가진 약품이었고 상류층만이 즐기는 기호식품이었다. 커피를 즐기는 자세와 맛에 대한 감각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일 즐기는 커피믹스는 엄밀한 의미에서 커피가 아니라 커피를 이용한 또 다른 신개발 음료다.

  ‘악마의 음료’라는 별명으로 출발해서 카페인으로 전 세계를 정복해버린 커피. 저자는 그 발자취를 따라 아프리카에서 예멘, 인도, 터키를 거쳐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를 거쳐 브라질을 경유한 후 미국의 뉴욕에서 캘리포니아까지 더듬어간다. 그야말로 커피의, 커피에 의한, 커피를 위한 여정이다. 곳곳에서 맛보는 독특한 커피의 역사와 문화는 물론 그 발자취를 따라가는 저자의 열정은 읽는 사람에게 색다른 즐거움과 흥미를 선사한다.

  어떤 책이든 저자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직접 체험만큼 값진 결과를 낳는 것은 없다. 한 군데 머물러 안온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 일생의 꿈인 사람이라면 저자를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다양한 업종을 경험하고 전 세계를 제집처럼 드나들며 살아가는 사람의 유목적 글쓰기는 생생한 현장감을 무기로 한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읽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친구와 노천카페에 앉아 에스프레소를 들이키며 늦은 시간까지 킬킬거리던 지난 월요일. 수많은 그 혹은 그녀와 함께 카페를 드나드는 사람들. 혼자 책을 보거나 글을 쓰거나 멍한 눈길로 창밖을 내다보는 사람들. 우리들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커피와 카페. 또 다시 월요일은 시작될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커피 한 잔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무리한다. 어느 커피광처럼 5대륙을 누비며 커피를 따라 여행할 수는 없지만 ‘커피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 잠시 커피를 들고 이 책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


090913-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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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모험 - 수학공부가 즐거워지는 20가지 이야기
안나 체라솔리 지음, 구현숙 옮김, 주소연 감수 / 북로드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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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은 접근 방식을 달리한다면 결코 우울한 과목이 아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문과와 이과로 일단 계열을 분리한다. 교육과정에 따라 선택과목을 결정하고 수능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이미 고등학교에서 전공 영역의 제한을 받는다. 물론 교차 지원이 가능한 학교도 있지만 패널티를 감수해야 한다. 이렇게 이른 시기에 전공계열을 선택하는 학생들에게 결정적인 기준은 ‘수학’이다. 수학에 대한 관심 정도와 성적이 진로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열쇠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 공부 방법이나 교육과정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은 듯하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겠으나 학생들은 재미있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서 문제해결 과정을 배우는 과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숫자와 계산에 앞서 생활 속의 실험이나 재미있는 문제 풀이 과정으로 수학을 접근하고 있는 책이 안나 체라솔리의 『수의 모험』 이다.

  이 책은 초등학생 5~6학년 정도면 이해 가능하다.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수학은 재미있고 즐거운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해 줄 수 있다. 소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다. 손자 필로의 수학적 상상력을 키워주고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전직 수학교사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생활 속에서 수학은 얼마든지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의 수준에 맞는 공부 방법과 단계별 학습 전략이 가장 필요한 과목이 수학이다. 수학은 누구보다도 먼저 자신의 현재 상황과 위치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공부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힘들고 어려운 과목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즐겁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책들을 먼저 찾아보자. 끝없이 나열된 숫자와 공식으로만 접근할 때 수학은 내게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가장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길러줄 수 있는 과목이 수학이다.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학문 분야다. 어렵고 딱딱한 과목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차근차근 접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은 십진법의 기원부터 0의 개념, 피보나치 수열, 무리수의 발견, 피타고라스 정리, 황금분할, 원주율, 프랙탈 도형 등 익숙하고 기본적인 수학적 사실들의 기원과 원리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쉽게 이해시키려는 과정이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 때문에 고민하는 수학선생님의 모습과 유사하다. 할아버지의 친절한 설명과 이해를 바탕으로 수학 자체에 대한 두려움을 버릴 수 있다. 누구나 수학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현대인의 삶이다. 덧셈, 뺄셈만 할 줄 알면 일상생활에서 지장없다는 생각을 버리고 세상이 수학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이 조금 쉽다고 생각되거나 다음 단계의 책을 원하면 박경미의 『수학콘서트』나 『수학은 아름다워1~2』를 권한다. 『수학콘서트』는 소수, 행렬, 확률, 로그, 미분 등 수학의 원리를 직접 설명하는 내용과 암호, 바코드, 달력 등 우리가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생활 속의 수학적 원리를 함께 설명하고 있다. 『수학은 아름다워1~2』는 수학선생님 세분이 함께 지은 책으로 숫자, 대수, 기하학으로 나누어 분야별로 쉽게 설명해주고 있는 책이다.

  어떤 책으로 수학에 접근하든지 중요한 것은 수학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흥미가 목적이다. 본격적으로 수학이라는 학문에 몰입하기 전에 몸풀기라고 생각하자. 수학은 ‘수학의 정석’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체계적이고 이성적인 사고 훈련을 모든 학문 분야의 기초가 된다. 늦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이제부터 재미있는(?) 수학 공부 좀 해볼까?

 

090822-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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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성이란 무엇인가 - 우리는 나보다 똑똑하다
찰스 리드비터 지음, 이순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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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과 창의성은 개개인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간의 적절한 상호작용에서 나온다. 리더십은 함께 일하는 것을 재미있게 여기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 P. 165

  내가 틀릴 수도 있다. 물론 당신의 생각이 옳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대화를 나누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 공동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순조롭게 협의가 되고 많은 아이디어가 나온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수록 더 좋은 방법이나 해결 방안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민주주의를 삶의 한 양식으로 채택했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항상 정답일 수는 없지만 과학적 논쟁이 아닌 한 소수가 정답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수결이 가진 문제점은 인권과 상식의 차원에서 배려하고 나눌 만큼 인간은 이성적인 동물이고 인류는 역사적으로 발전을 거듭해 왔다.

  정치 제도가 아닌 일상적 문제 해결 방식은 더욱 그러하다. 나보다는 우리가 옳다. 하나는 보잘 것 없지만 집단이 가진 힘은 쉽게 무시하지 못한다. 그래서 막강한 권력이나 독재자도 개인이 아닌 집단 앞에서는 끝까지 버텨내지 못하는 것이다. 배려하고 연대하고 함께 참여하는 일은 역사의 교훈으로부터 이끌어 교훈이다.

  웹 2.0 시대를 맞이한 우리들의 생활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전자 민주주의 시대와 정치 그리고 웹 2.0 시대를 맞이하여 대한민국 정치는 그 판형이 뒤바뀌고 있다. 그러자 이제 그 숨통을 조이기 위한 올가미가 우리를 덮친다. 표현의 자유는 억압되고 방송통신위와 미디어법은 민주주의의 싹을 자르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정치와 사회는 제도보다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상식과 시대를 거스르는 사람들이 얼마나 오래 버텨낼 수 있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다시 한번 확인된 국민들의 뜻을 외면하는 정권의 말로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노무현은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생활 속에서 ‘집단 지성’의 위력을 실감했고 그 이후에도 미국산 수입소에 대한 완강한 거부의 뜻을 촛불로 표현했다. 시대를 읽어내지 못하는 정부 때문에 분노하기 보다는 차분하게 대응책을 마련하고 현실 개선의 의지를 밝혀야 할 때다.

  찰스 리드비터의 <집단지성이란 무엇인가we-think>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 과정이 소개되어 있다. 더 성능 좋은 자동차와 보다 안락한 집을 경험했는데 이명박 정부에서는 그것을 빼앗았다.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강물을 거꾸로 돌리는 일만큼이나 어렵다. 그런데 현 정부는 그것을 시도하고 있다. ‘집단지성’에 귀 기울이지 않고 독단과 특정 집단의 이익에 복무하는 사람들이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웹을 넘어 경제와 실생활을 지배하는 집단 지성의 모든 것을 밝히고 있는 이 책은 ‘집단 지성’ 방식으로 집필되었다. 웹에서 벌어진 난상토론과 댓글들을 내용에 반영하고 아이디어를 얻어 책으로 묶어다니 책 내용의 실천이라는 측면에서 획기적이다. 인터넷의 미래에 대해 예견하는 수많은 추측들이 난무하지만 공유하는 ‘공유하는 인간’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

  ‘집단 지성’이라는 말은 즉시 위키디피아를 떠올린다. 네이버의 ‘지식in’도 집단 지성을 대표한다. 전 국민의 상식을 초등학교 수준으로 하향 평준화했다는 혹평을 듣기도 하지만 여전이 ‘식인’(지식인)이 형과 ‘이버’(네이버)형에게 물어보는 사람들은 늘어간다. 가장 손쉽게 다른 사람들의 지식을 공유하고 나의 앎을 나눌 수 있다는 발상은 신선하다. 앞으로 또다른 형태로 진화, 발전할 것을 믿는다. 모든 국민이 기자가 될 수 있다는 ‘오마이 뉴스’ 또한 집단 지성의 대표적 사례로 이 책에 등장한다. 기사의 선택과 편집 자체가 사람들의 생각을 재단한다. 그것 자체가 언론 권력이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오마이 뉴스’의 시도는 새로운 언론과 미래 언론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비록 완전하지 않더라도 집단 지성의 물결은 끊임없이 동심원을 그리며 확산될 것이다. 우리의 모든 아이디어가 공유된다면 미래는 어둡지 않다고 믿는다.

우리는 아이디어를 공유해야 한다. 그것만이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아이디어를 공유하면 아이디어는 점점 늘어나고 자라나서 아이디어를 더욱 강화하는 순환고리를 이룬다. 우리는 무엇을 갖고 있느냐뿐만 아니라 무엇을 공유하고 있느냐에 따라서도 규정된다. 이것은 우리가 앞으로 백년 동안 신조로 삼아야 할 가치관이다. - P. 296

  미래 사회를 점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그 흐름을 거시적 안목에서 살펴본다면 변화의 큰 틀을 볼 수 있다. ‘공유’는 시대의 사명이 될 것이고 성공 조건이 될 것이며 새로운 사업 모델이 될 것이다. 그 실제 사례들과 전망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는 이 책은 단순히 현상에 대한 나열이나 미래에 대한 예측이 아니라 집단 지성이 지닌 힘과 미래를 살펴볼 수 있는 지도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집단 지성’이 만병 통치약일 수는 없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공존할 수 있다. 민주주의와 평등 그리고 자유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는 이 책이 제시하는 미래의 청사진이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실천할 것인가는 물론 우리들의 몫이다. 집단 지성의 미래에 대해 공유, 인정, 참여 그리고 자율규제로 마무리하고 있는 저자의 목소리는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함께 생각하라’는 맺음말을 다시 한번 함께 생각해 보자.

  향후 수십 년 동안, 우리는 두 세계 사이의 투쟁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한 세계는 익숙하기는 하지만 기능장애가 심한 장애 세계, 즉 우리를 위해서 결정이 내려지고 우리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행동이 이루어지는 세계다. 또 다른 세계는 갓 출현하여 혼란을 일으키기 쉽고, 혁명적인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세계, 즉 함께 사고하고 함께 일하는 세계다.
  ‘함께’의 아이디어는 다양한 형태로 변형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웹이 창조하는 세계로 들어갈 방안을 아주 간단한 방법을 구상하고 싶다면 ‘함께’ 생각하라. - P. 302



09062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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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마비쉬 룩사나 칸 지음, 이원 옮김 / 바오밥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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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문제는 결국 철학적 사유로 귀결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키고 다른 동물은 물론 같은 인간끼리 서로 학대하고 살인한다.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인간 본성의 문제는 사회와 국가의 문제로 확대되며 평화와 화해인가 무력과 전쟁의 논리인가는 결국 선택의 문제가 된다. 사람들의 생각은 간단하게 정리되지 않고 쉽게 타협하지 않으며 상대를 인정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인간의 행동 패턴과 사유 방법은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것인지 사회화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두 가지 모두 영향을 준다고 해도 의문은 남는다. 인간은 왜 그런 행동을 제어할 수 없는가?

  수많은 심리학자들의 심리실험을 통해 인간의 행동과 심리를 연구해왔지만 악을 제거하기 위한 해결책은 없어 보인다. 상상할 수도 없는 악의 평범성은 우리 안에 내재한 시한폭탄처럼 여겨진다. 언제든 상황만 만들어지면 누구든 타인의 인권을 유린하고 학대하며 심지어 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다. 전쟁은 그 모든 것들을 정당화 한다. 군인의 존재 이유가 그것이다. 군복을 입는 순간 우리는 전혀 다른 생물체가 되는 것일까?

  전 세계의 큰 형님이 되어버린 미국은 지구상의 어느 나라에나 시비를 걸 수 있다. 맘에 들지 않는 이유는 만들면 된다. 시비는 괜히 거는 게 아니라 자국의 이익과 직결된다. 경찰국가로 나서 지구의 평화를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원하지 않는 개입과 간섭은 곧바로 전쟁으로 이어진다. 하긴 광우병를 취재한 <PD 수첩>의 기자에게 반미 종북주의자로 몰아붙이는 대한민국의 검사의 뇌구조도 궁금하다. 미국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나라인가?

  아랍계 미국인 마비쉬 룩사나 칸이 쓴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는 미국의 이면을 폭로한다. 이미 잘 알려져 있던 사실들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 책이 갖는 의미가 새로움에 있지는 않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적나라하게 그들의 추악한 본질을 드러내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북한의 인권을 말한다. 어느 사회나 모순이 있기 마련이고 문제가 있고 개선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는 일반론에는 동의하겠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아랍인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행태는 9.11 테러에 대한 복수에 다름 아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쏟아지는 횡포는 견디기 어렵다. 힘 있는 소수와 힘없는 다수의 싸움만큼 처절한 것도 없다. 미국과 아랍인 전부와의 싸움으로 비쳐지기도 하는 관타나모 이야기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끔찍한 야만의 기록으로 남겨질 것이다. 신성한 미국 영토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그들은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지 모르겠다. 테러리스트 처벌을 위한 명분으로 죄 없는 사람들을 인간 이하로 취급해도 되는 것인가.

  이 책은 마이애미대학 로스쿨에 재학 중인 여성이 쓴 일기다. 보고 듣고 숨 쉬고 느낀 모든 것들을 열심히 기록한 이야기들은 바로 당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세상의 모든 불행으로부터 비껴 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책은 또 하나의 질문을 던져 줄지도 모른다. 상황은 다르지만 억울한 탄압이나 폭력에 시달리는 대한민국의 비정규직, 노조, 철거민, 외국인 노동자들도 넓은 의미에서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지나친 확대해석일까? 그렇지 않다. 그녀의 이야기는 바로 이 시대의 증언이며 현실을 외면하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외치는 비명이다.

  단순한 일기가 아니라 시대의 기록이며 미국의 본질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돋보기가 될 수 있는 책이다. 관타나모에서 만난 사람들은 평범한 아랍인이 많다. 실제 테러를 저지르고 많은 사람들을 죽거나 다치게 한 사람도 있겠지만 상금에 눈이 멀고 물건처럼 팔려온 사람들도 많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안타깝게도 제대로 된 재판 한 번 받아 보는 것이다. 이유도 모른 채 몇 년씩 갇혀 있어야 하는 사람들의 심정과 상황은 끔찍하다.

  독재정권 시절 인권이라는 단어조차 잊고 살았던 우리에게 이 책은 아픈 상처를 기억나게 할지도 모른다. 권력 유지 수단으로 국민들에게 가했던 폭력과 고문과 공포가 되살아나는  듯한 현실에 분노하며 이 책이 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아들인 사람들이 모여 있는 관타나모에는 그나마 무료 변론을 위해 찾아오는 변호사들이 있다. 더 끔찍한 상황들과 비교하면 괜찮다고 말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다, 그렇지 않다.

  다행스럽게도 집으로 돌아갔지만 소아과의사 무소비, 알자지라 방송국 기자 알 하즈, 염소치기 청년 하즈 등 많은 사람들에 관타나모에 왜 끌려 온지도 모른다. 그들은 분노하고 억울하고 좌절하면서 세월을 견뎌냈다. 하지만 보상은 없다. 다만 집으로 돌아온 것을 감사하게 생각할 따름이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아프가니스탄계 이민 2세로 파쉬툰어를 구사할 줄 안다. 통역으로 그들을 만난 저자의 생각과 느낌은 문화적 이질감을 넘어 무한한 신뢰와 공감대를 이끌어 낸다. 제한적인 변호업무도 맡게 되고 증거 수집을 위해 위험한 아프가니스탄으로 단신 출장까지 다녀오는 그녀의 흔적들이 이 책의 곳곳에 배어 있다.

  ‘태러와의 전쟁’을 통해 체포된 사람들을 기소도 하지 않은 채 무기한 잡아둘 수 있는 관타나모. 법학도로서 그리고 이민자의 딸로서 과감하게 뛰어든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다. 그녀가 몸소 겪은 관타나모의 실체는 어느 누가 쓴 관타나모 이야기보다 현실감 있게 읽혔다. 객관적 사실과 그녀의 특수한 문화적 토대가 결합되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신선하다. 잘 아는 사람이 그들을 바라보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감정에 치우쳐 동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지도 않았고 객관적 사실들의 나열에만 그치지도 않았다. 아주 특별한 논픽션을 읽어나가면서 중요한 글쓰기의 방법과 태도를 배울 수도 있다.

  이 책의 첫 페이지에 적힌 예언자 모하메드의 글이 새삼스럽다.

“배고픈 이를 먹이고 아픈 이를 돌보아라.
억울하게 갇힌 이를 풀어주고 억압받는 이를 도와주어라.”



090619-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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