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와 형리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23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차경아 옮김 / 문예출판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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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엔 <판사와 형리>, 그리고 <혐의> 두 소설이 있다. 베르라하 경감이 등장한다. 추리소설같지 않은 분위기인데 범인을 잡아나간다는 것은 추리소설의 형식이다. 문학적인 면이 강하다는 점엔 동감하고 나쁘진 않았으나, 사실 난 큰 감흥이 없었다. 너무 장광설(특히 혐의)이라 읽느라 힘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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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이 많았다. 아니 요즘 일이 부쩍 많아졌다. 내가 나의 수용력을 넘어서서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는 중이다. 나이가 어릴 때는 그렇게 일을 해도 버텨낼 수 있었지만, 요즘 같은 때는, 심지어 운동도 안하고 살도 찌고 그런 와중에는, 조금만 부하가 걸려도 며칠이 힘들다. 지금 내가 그런 상태이고, 지난 주의 여파를 이번 주에 겪어내고 있다.

 

일을 대충 마무리하니 8시가 넘었었고.. 살짝 망설이다가, 부모님 집으로 향했다. 다행히 길이 막히지 않았다. 그냥 내가 가서 뭘 해드릴 수는 없겠지만, 그냥 건강한 얼굴 보고 오면 나나 부모님이나 좋지 않을까 해서 무작정 갔다. 도착하니 9시. 엄마 아빠는 피곤한데 왜 왔느냐며 한 소리 하시는 듯 했지만 눈에는 반가움이 서렸다. 부모님의 그 눈을 보니, 피곤을 핑계로 집에 바로 가지 않고 부모님께 온 내가 왠지 뿌듯해졌다. 한동안 수다 떨며 있는데 동생이 왔다. 9시 30분.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데도 나같은 심정으로 온 모양이다. 나는 동생의 이런 면이 참 좋다. 아이가, 바르고 정겹다. 어릴 때 엄청난 장난꾸러기에 생각이라곤 없어보였는데 어떻게 이리 잘 컸지, 라는 괜한 흐뭇함을 가지고 바라본다.

 

우린 오랜만에 넷이 모여 수다를 떨었고 결국 견과류와 커피가 대령되었고.. 아빠 엄마의 일요일 무용담(아파서 병원 간 게 무용담이라니ㅜ)을 들으며 그만하길 다행이라며 했던 얘기 또 하고 했던 얘기 또 하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10시. 이제 일어나자. 한다. 아빠는 나보고 가냐고 물으신다. 아 아빠. 제가 일이 많아서. 주말에 올게요. 하니 못내 아쉬워하신다. 약해진 아빠. 다시 마음 찡. 주말에 고기라도 사서 와야겠다. 영양보충도 시켜드릴 겸. 아무리 바빠도 주말 전에 다 끝내자.

 

집에 도착하니 맥주 한 잔이 간절했다. 사실, 난 체질상 맥주가 잘 맞지 않는데, 와인이 없다. 다 먹었다. (아.. 급좌절했다) 그래서 냉장고에 있는 빅웨이브 에일맥주를 한 캔 꺼냈다. (아직 2캔 오롯이 남아있다. 기쁨) 그렇게 한 잔 하면서 오늘 못다한 일을 다시 한다. 이제 슬슬 마무리지을 때쯤. 내일도 다시 해야 하지만.. 자정이니까. 자정이 다가온다. 오늘 하루가 이렇게 가고.. 내일은 15일. 9월도 중순을 넘어가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있다. 두 개의 중편. <판사와 형리> 그리고 <혐의>. 지금  <혐의>를 읽고 있는데, 이 소설들은 아주 재밌다기보다는 그냥 좀 고전적이다. 이 책을 번역한 사람은 내 중학교 동창의 어머니. 나랑은 거의 접점이 없었던 아이지만, 어머니가 그 당시에도 독문과 교수로 번역을 한다는 건 소문이 많이 나 있었다. 이젠 연세가 많으실텐데.. 이 책의 개정판을 내셨네.

 

 

"믿음과 소망과 사랑, 이 세 가지는 <고린도전서> 13장에서 멋들어지게 읊는 것들입니다. 그렇지만 이 중에서 가장 끈질긴 것은 소망이랍니다. 이 희망이라는 것이 지금도 붉은 흉터 범벅인 몸뚱이를 끌고 다니는 유태인 걸리버의 편을 들고 있습니다. 사랑과 믿음, 그 두 가지는 슈트트호프에서 일찌감치 악마에게 가버렸지요. 그렇지만 희망만은 남아 있어 사람들은 그것을 끌고 악마한테 갔던 겁니다. 희망, 희망! 넬레는 희망을 호주머니 안에 준비해 갖고 있다가, 그것을 원하는 누구에게나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자들이 그것을 가지려고 했습니다. (p176)

 

 

성경에서는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고 했지만, 사실 인간이 최악의 조건에 몰리면 사랑이 가장 먼저 날아가는 게 아닌가 생각했었다. 나 자신 하나 버텨내기도 힘든 판에 남을 사랑하라는 건, 어쩌면 나를 사랑하는 것도, 무리한 요구다. 아우슈비츠 같은 곳에서 사랑이 사라지고.. 내가 살 수 있다는 믿음은 그 다음으로 날아가겠지. 하지만, 어쩌면 살 방도가 따로 있을 지도 몰라 라는 희망 혹은 소망만은 남는 모양이다. 왠지 이 대목에 공감이 갔다.

 

가스실에 끌려가서 처참하게 죽지 않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말에 고통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 열에 아홉은 죽지만, 한 명은 그 희망을 끝까지 부여잡고 살아 세상의 빛을 본다. 잔인하고 끔찍하지만... 어쩌면 막다른 골목에 달한 사람에겐 생명이라는 걸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이 소망이나 희망이라는 것에 있는 지도 모르겠다... 싶다.

 

내일 일하려면 오늘은 이쯤에서 자야겠지. 책도 더디고 일도 더디고 마음은 왠지 쳐지는, 9월의 가을날들이다. 아까 운전해서 오는데 이 노래가 나왔다. 내가 정말 좋아하던 노래. 가사도 음색도. 그 옛날, 이 노래를 수없이 반복하며 눈물짓던 날들을 기억하며.  그리고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미어져 오는 시간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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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5 07: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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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5 11: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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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5 09: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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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5 11: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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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에는 고등학교 친구들이 집에 놀러왔다. 독립하고 2년이 지났는데 처음으로 온거고 코로나 때문에 한번 밀리는 바람에 그 전에 선물을 잔뜩 보내온 터라, 음식을 준비하는 데 신경이 많이 쓰였다. 다른 때보다 좀더 비싸고 좋은 걸로, 좀더 이뻐 보이는 걸로 한다고 하루 종일 혼자 종종걸음을 쳤다. 고기와, 하몽메론과 각종 치즈와 견과류와 방울토마토치즈샐러드와... 연어스테이크까지 준비하고 설겆이 딱 마치니 친구들이 왔다. 


다들 결혼해서 사는 친구들이라 정신없는, 특히나 요즘처럼 코로나로 식구들이 다 집에 있는 때에 직장여성이든 전업주부든 스트레스가 하늘끝까지 다 차있어서인지, 아니면 집이 주는 안락함 때문인지, 많이들 먹고 (다 먹었다!)  많이들 마시고 (와인 두병에 에일맥주 4캔에..) 많이들 웃고 떠들다가 11시쯤 되어 집에 돌아갔다. 고등학교 친구라. 사실 학교 다닐 때는 더 친한 친구들이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이들과 대학 1학년 떄부터 같이 만나기 시작한 게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 대학 때는 유럽배낭여행도 함께 하고, 그 이후에는 미국 서부일주도, 홍콩 여행도 함께 했고. 매년 분기에 한 번 이상은 만나며 생일 때는 어김없이 만나 축하하고 선물 주고받으며 그렇게 지냈다. 처음엔 이 멤버가 계속 갈 수 있을까 했던 만남이 시간을 거듭하고 세월을 함께 하니 서로간에 모르는 게 없게 된데다가 서로의 흠이나 좋지 않은 일들을 감싸주고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친구가 된 것 같다. 집에 여러 팀이 놀려왔었으나, 그래서인지, 고등학교 친구들이 제일 편했다. 물론 그 이후의 설겆이와 그 전의 청소 및 집정리에 따른 피로도는... 흑흑.  


그렇게 토요일을 보내고 일요일 느즈막히 일어났는데, 문득 부모님 생각이 나는 거다. 대체로 메세지로만 아침 문안인사 드리곤 하는데 그 날 아침따라 전화를 드리고 싶어졌다. 그래서 엄마한테 전화를 했고 고등학교 친구들과 논 얘길 했고... 그렇게 잠시 통화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일어나 아침을 간단히 하고 아 오늘은 쉬자 하며 커피 한잔 내려 먹고 있는데 다시 전화벨. 엄마다. 흠? 하고 전화를 받으니..


아빠가 열이 갑자기 나셔서 응급실로 가고 계시다는 거다. 예전에 폐렴을 여러번 앓은 경력이 있어서 굉장히 조심하고 있고 코로나 이후로는 외출이나 모임도 거의 안 하셨는데... 정말 허걱스러워서.. 일단 병원에 가서 연락하겠다는 엄마 말씀에 나는 집에서 기다리는 걸로 했다. 그 때부터 모든 일이 손에 안 잡히고 정신이 자꾸 나가고... 별일 없겠지 하면서도 마음 한켠 돌덩이가 앉은 듯한 심정으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동생에게서 연락이 왔고 우선 병원 가서 폐렴과 코로나 검사 받고 생각해보자 해서 또 기다림... 병원에는 요즘 보호자도 한 명만 들어갈 수 있어서 누가 간다고 해도 도움이 안된다며 엄마는 자꾸 있으라고 하고... 그렇게 오전이 다 갔나보다. 


검사해보니 폐렴기가 약간 있으신데 입원은 하지 말고 항생제 먹으며 통원치료 하라고 하고.. 코로나는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검사는 해보자. 어쨌든 입원을 안 해도 된다고 하니 안심이 되었더랬다. 코로나 검사 결과는 오늘 나온다고 해서 지금 다시 기다리고 있고. 혹시 모르니 부모님 집엔 오지 말라고 해서 마음 불편하게 집에 있는데 아빠한테서 전화가 왔다. 미안하다고. 자꾸 아파서.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했다. 뭐가 미안해.. 아픈 게 죄인가. 그 정도인 거 다행으로 여기고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계세요... 겨우 말했다. 아빠가 연세가 드셔서 그런가. 마음이 많이 약해지셔서 예전엔 안 그러셨는데 자꾸 자책을 하신다. 전형적인 경상도 사람이라 소리 크고 다혈질이었던 우리 아빠였는데. 그 때는 그게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더랬다. 근데 지금은, 그냥 그 때의 아빠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이 없어진 노인 아빠.. 마음이 많이 아파서.. 한동안 멍..


별일 없기를 바라며 지금 기다리는 중이다. 사람 사는 게... 토요일 밤까지 하하호호 아무 근심없이 웃고 떠들고 했건만, 하루도 안 지나 이런 일이 벌어지니. 그저 살면서 긴장을 늦추지 마라. 불의의 습격이 언제 가해질 지 모른다.. 라고 인생이 알려주는 것 같아서...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사는 건, 참.. 힘든 일이구나 라는 생각이 슬며시 드는 게... 슬프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하고. 


가을은 가을이다. 하늘도 높고 구름은 하얗고.. 마음도 스산해지는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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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4 12: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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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4 13: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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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0-09-14 1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나이드신 분들께서 많이 편찮으신 듯합니다. 코로나가 특히 기저질환을 갖고 계신 분들께 치명적이라는데 비연님께서 걱정 많이 하셨겠네요... 아버님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비연 2020-09-14 13:00   좋아요 1 | URL
기저질환이 있으셔서 정말 극도로 조심했는데 이렇게 열이 나시니.. 다들 허탈해진 것 같아요.
기운 내야죠. 감사해요, 겨울호랑이님~ .

2020-09-14 13: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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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4 14: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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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4 20: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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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4 23: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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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 들어와 괜히 도닥거린다. 오늘 저녁까지는 해서 올려야 하는데. 진도율 0%에서 이게 무슨 탈선? 이탈? 인가 모르겠다. 하기 싫어서인가. 흠 그건 아닌데, 며칠 좀 무리했더니 지쳤다고나 할까.

 

나이 얘기 자꾸 하기 싫지만, 사람이 나이가 들어야 아는 게 반드시 있는 것 같다. 젊고 튼튼할 때는 몰랐고 나이든 사람들의 말이나 행태에 진절머리를 쳤었는데 이젠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이렇게 중간자적인 나이에서는 엄마 아빠를 보면서 생각한다. 지금은 모르지만 앞으론 나도 어쩔 수 없이 저렇게 되겠구나. 느려지고 기억력이 깜빡깜빡해지고 수이 피곤하고.. 젊은 사람들에게 의존해야 하고. 사는 건 정말 찰나의 순간이구나. 나도 어느 새 저런 나이가 되겠지. 가을이라 그런가. 더 쓸쓸해지는 대목이다.

 

그래도 책이 있다는 것은 좋다. 내게는 엄마 아빠처럼 나이가 들었을 때 옆에 할 젊은 사람이 없을 지도 모른다. 대개는 그 젊은 사람이란 게 자식인데, 자식이 없으니 아마도 내가 벗할 친구이자 '젊은' 사람은 책 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심히 애정하는 대상이 있다는 건, 그것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간에 살면서 나쁘지 않은 일이구나 라는 생각도 든다.

 

피곤해서 커피를 하루에 열잔씩 들이키고 있다. 원래 대여섯잔으로 그쳤었는데 요즘은 드립커피로 두 번은 내리는 것 같다. 큰 통에 두 번 내리고 다 먹고 나면 밤에 잠이 잘 안 올 때가 있다. 커피 먹고 잠이 안 오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많이 먹기는 하는 모양이다. 쓸데없이(ㅜ) 일이 많고 회사 다닐 때보다 더 오랫동안 일을 하는 게 아닌가 해서 어제는 나한테 조금 화가 났다. 누가 일하자고 하면 확 거절 못하는 냉정하지 못한 성정 때문이기도 하고, 물 들어올 때 배 저어야지 라는 아주 내재적인 욕심 같은 것이 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해서. 그럴 거면, 그냥 그 지긋지긋한 회사를 다니지, 왜 나와서 이 고생이냐. 설핏. 그랬다.

 

그래도 좋은 게 있다면, 시간을 어쨌든 내가 운용할 수 있다는 데에 있는 듯. 뭐 그렇다는 거다. 어제는 집에 책이 5권 날아왔다. 아직 몇 권 더 날아올 게 남아 있지만, 배달온 책을 바라보는 마음이, 좀 흐뭇하다. 빨리 읽고 싶은데 말이다. 받아놓고 보니 전부 소설이네.

 

 

 

 

 

 

 

 

 

 

 

읽고 있는 책도 여러 권이고, 다 못 읽고 한 켠에서 날 째리고 있는 책도 여러 권이다.

 

 

 

 

 

 

 

 

 

 

 

 

 

 

 

 

 

우선 이 두 권 열심히 읽고 있는데, 진도는 별로 안 나가고 있다. <페미니즘-교차하는 관점들>은 이제 사회주의로 넘어가는 찰나에서 멈추고 있고, <판사와 형리>는 안에 담긴 중편 정도의 소설 두 개 중 앞의 것은 다 읽은 상태이다. <판사와 형리>는 페이퍼로 한번 쓰고 싶기도 한데... 다 읽고 써야지.

 

 

 

 

 

 

 

 

 

 

 

 

 

 

 

 

 

이 두 권은 잡고 있다. <캘리번과 마녀>는 신나게 읽다가 어느 순간 다른 책들을 읽느라 얌전하게 거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게 되었다. 이런. 다시 읽기 시작해야지. 정희진의 책은, 사실 슬렁슬렁 읽으면 금방 다 읽을 분량인데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어디 놀러갈 때 기차에서 읽으면 딱일 것 같으나, 놀러를 못 가고 기차도 못 타니.. 슬픔이 올라와 여기까지.

 

알라딘에서 주절거리고 나니.. (정말 주절이다 ㅎㅎ) 일할 마음이 조금 생겼다. 이제 좀 해보자. 그래야 저녁에 책 읽지.

 

.. 근데 정말 가을이 불쑥 왔나보다. 하늘이, 참 곱다. (다시금 마음이 팔렐레 ~ 해지려는 걸 부여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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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9-10 11: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과 커피를 좋아하는 1인, 여기도 있어요.
남편과 아이들이 있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가장 위로를 해 주는 건 책이더라고요.
다 바빠요. 책마저 없었으면 고독을 씹을 뻔...ㅋ
가을은 독서의 계절임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비연 2020-09-11 13:13   좋아요 0 | URL
페크님. 저도 가을은 독서의 계절로...ㅎㅎ
남편과 아이들이 있어도 나이가 들수록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우리에게 책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요!

2020-09-10 12: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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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1 13: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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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9-10 1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란테 먼저 읽어주심 안 되나요? 🥺 저 오늘 아침에 책 주문했는데 페란테 빼먹는 센스 ㅠㅠ

비연 2020-09-11 13:14   좋아요 0 | URL
페란테도 읽고 싶고 요 네스뵈도 절 째리고 미미여사도 아우성이고.. 괴롭습니다. ㅋㅋ
페미교차는 벽돌처럼 날 노리고 ㅎㅎㅎ 페란테 얼렁 주문하소서!

han22598 2020-09-11 0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대면 시대에 살면서 하루 종일 말 한마디 못하고, 사람 한명 만나지 못하고 지내는 날들이 지속되면서.....책이 있어서 다행이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그리고 이런 삶이 나의 노년의 시간 보내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나름 괜찮고..나쁘지 않겠구나 싶더라고요 ㅎㅎ

비연 2020-09-11 13:15   좋아요 0 | URL
저도 이게.. 연습인가 싶은 거죠. 어쩌면 앞으론 이런 시간들이 종종 길게 생길 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사람이 없을 때 제게 남은 건 책이더라.. 라는 약간의 안도감. ㅎㅎ 알라디너분들은 많으실 듯.
 

 

 

 

 

 

 

 

 

 

 

 

 

 

 

이 책을 사려고 알라딘에 들어왔을 때 잠깐 멈칫 한 적이 있다. 이 책이 큰글씨 책이 있는 거다!  물론, 그것은 출판사에서 노안이나 약시와 같이 책 읽을 때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제공하는 것이겠지만, 문득, 나도 이걸 살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 아마도 예감이란 게 있었던 모양이다... 이 책은 두껍고.. (거의 500페이지).. 글씨는 촘촘하며... 내용은 교과서적이다. 하지만 뭐랄까. 이제까지 산만하게 읽었던 여성주의 책들이 정리되는 기분이랄까. 매번 페미니즘 관련 책들을 읽으면서 의문점이 드는 건, 그 맥락의 역사는 무엇일까와 나의 관점은 어디에 머무는가 였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아 이런 거였구나 라는 깨달음이 다가온다. 역시 책이란, 좋은 거다. 일상에서 빠샤 하고 느껴지지 않는 어떤 깨달음의 순간을 책을 읽다보면 느끼게 된다는 것. 그래서 좋다. 물론 이 한가지만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모든 관점에 대해 승리하는 한 가지 관점을 찾고 있는 독자가 있다면 이 책의 말미에서 결국 실망할 것이다. 모든 페미니스트 관점이 똑같이 옳을 수는 없다 해도, 여기에서 결정적인 최종 발언을 할 필요는 없다. 대신에 진정한 페미니스트 사상가들에게는 언제나 성장, 향상, 재고, 확장의 여지가 있다. 이렇게 숨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인해 우리는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권위주의적인 덫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p14)

 

 

서문의 이 마지막 말이 마음에 와닿고 마음에 든다. 뭐 하나를 강요하는 것, 내가 딱 질색하는 것이라. 물론 이것저것 다 기웃거리고 다 맘에 들어 이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다양성을 존중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나의 관점을 정리해나가는 과정이 어떤 것을 공부하든 필요한 자세라고 본다. 그래서 나는 극단적인 하나의 관점을 너무 세게, 너무 일관적으로, 너무 변함없이 몰아붙이는 것을 경계한다. 신념의 소산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냥 그렇게 '관성적으로' 다른 것과 유리된 채 진행하는 것일 수도 있어서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정신을 좀더 자유롭게 하여 받아들이기 위한 자신감을 주는 대목이었다.

 

이제 '자유주의 페미니즘'과 '급진주의 페미니즘'을 읽었다. 동감되는 부분도 있고, 동감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우선 현재까지는 여성과 남성에 대한 관점에 집중되어 있고 더 확장된 개념, 인종이나 빈부격차 등의 사회적 맥락이나 등에 대한 고려는 많지 않은 것이 조심스럽다. 어느 분야의 이론이든, 대부분 서양에서 발전한 것이 많고 공부란 걸 하는 사람들이 그 시대에는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많았기 때문에 그리고 사람이란 자신의 background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믿기 때문에 백인의, 중산층의 관점이 여전히 지배적인 페미니즘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급진주의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에도 나와 있는 이야기이다. 사실, 이것도 사회주의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때 극명히 드러나는 것이긴 하다)

 

읽음을 읽음을 낳는다고, 여기 나오는 책들 이름을 보면 아 앞으로 읽어야겠다 싶은 책들, 이 사람 책 읽어야 겠다는 사람들이 여럿이다. (미치겠다) 걔중엔 번역이 안 된 것들도 많은 것 같다? 번역 좀 해주세요.. 여러분.

 

 

 

 

 

 

 

 

 

 

 

 

 

 

 

 

 

 

 

이미 읽은 책도 있다! 베티 프리던의 <여성성의 신화>. 룰루. 그러나, 난 베티 프리던이 고전적 자유주의 페미니즘 계열에 속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런..ㅜ) 어떤 면에서는 동의할 수 없었고 어떤 면에서는 심히 동의되었던 이 책을, 20년 후 베티 프리던은 스스로 한 단계 더 발전한 <제2의 단계>라는 책으로 거듭나게 했다.

 

 

 

 

 

 

 

 

 

 

 

 

 

 

 

 

내용에 대한 여러 생각들은 좀더 읽고, 적어도 '마르크스주의-사회주의 페미니즘'까지는 읽고 얘기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이제까지 사회주의 페미니즘에 공감 가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한번 읽어보고 정리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난 난데없이 노트 정리를 시작했다. 기록하는 걸 무지하게 좋아하지만, 책 읽는 동안 노트 정리를 하면 시간을 너무 뺏기는 것 같아서 잘 하지 않는데 (대신에 덕지덕지 포스트잇을 붙여둔다) 이런 교과서적인 책은 정리하지 않으니 머리에서 뒤죽박죽이 되어 어쩔 수 없이 펜과 노트를 꺼내 들었다는. 여러 가지로 기념비적인(?) 책이 아닐 수 없다. 아, 이 책 저자는 확실히 기억날 것 같다. 성이 '통'. 통이 지은 페미니즘-교차하는 관점들. 통통.

 

오늘 p129 부터 다시 시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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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9-08 1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비연님도 급진주의까지 다 읽으셨네요. 저도 급진주의까지 마쳤는데..단발님도 그렇고..아 너무 초조합니다. 얼른 집에 가서 3장 시작하고 싶어요. 아아, 뒤로 쳐지는 이런 기분 매우 싫다.. ㅋㅋㅋㅋㅋ

저는 자유주의보다는 급진주의에 훨씬 더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읽은 바로는 역시 그랬어요. 그렇지만 사회주의 부분을 읽으면 어떨지 기대가 커요. 저자 서문을 읽었을 때, 제가 사회주의 페미니즘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책의 관점이 어느 쪽으로 쏠려있든 저는 이 책이 정리해놓은 그 자체가 되게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 읽고 책장에 꽂아둔 뒤에 언제라도 다시 꺼내 뒤적일 수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비연님, 화이팅이요!

비연 2020-09-08 18:39   좋아요 0 | URL
ㅎㅎㅎ 초조해하지 마소서. 단발님은 몰라도, 전 이번 달은 일이 많아 완독할 수 있을 지 그게 초조한 1인.
저도 자유주의보다는 급진주의에 더 가까운 것 같더라구요. 사회주의가 더 맞는다고 생각해와서, 저도 3장은 초미에 관심.. 이나, 아 읽기 힘드네요. 시간상. 그러나 우리우리, 홧팅요!

단발머리 2020-09-08 1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호... 비연님의 초조함이 이렇게나 느껴지네요. 그러나 다시 화이팅을 외쳐봅니다!
야무지게 3장을 시작했던 저는, 생각보다 지지부진하다는 슬픈 소식 전해드립니다. 3장 다 읽은 사람으로 곧 돌아오겠습니다!
아... 다락방님이 먼저 다 읽을것 같은 불안한 예감 🥺

비연 2020-09-08 19:00   좋아요 0 | URL
앗. 3장 시작하셨군요! ㅠㅠ 언제나 그렇듯.. 늦게 출발해도 먼저 도착하는 건 다락방님이라.
그냥 전 (체념하고) 천천히 조금씩 결승점으로... 거북이마냥. 문어마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