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게 산다 - 저마다 생긴 대로, 열심대충 곤충 라이프
주에키타로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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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입학하기 전 부터 곤충을 직접 채집했다.

나비는 눈에 보이는 데로 채집했고 여름이면 매미와 메뚜기들을 가을이면 잠자리들이 내 표본집 속으로 들어 왔다.


친 할머니 집 마당에서 목격한 쇠똥꾸리와 말똥구리들의 부지런한 모습은 일기장에 그림으로 남겼고 여름 밤마다 형제들, 사촌들과 함께 사슴벌레와 장수 풍뎅이를 찾으러 다녔다.


우연히 우리 집 마당에서 펄쩍 뛰어 다녔던 개구리 한 마리는 투명 유리관에서 내가 잡아다 주는 먹이들을 먹고 8년이나 살았고 함께 키웠던 두꺼비는 정말 오래 살아서 결국 고등학교 입학 할 때 산 속 어느 사찰 개울가에 놓아 주었다.

학교 과제로 키우기 시작한 달팽이와 귀뚜라미들은 자고 일어나면 너무 많이 태어나 우리 집 마당 생태계를 위협 할 지경까지 이르러서 결국 달팽이의 천적인 새까지 키우게 되었다.

삼촌이 군대에 입대하면서 애지중지하며 키웠던 앵무새와 구관조까지 우리 집에서 살게 되어 나는 아침부터 늦은 저녁 까지 이들을 돌보고 관찰하는데 빠듯하게 시간을 보냈다.


나는 매일 두 눈으로 목격한 곤충들의 생태를 빼곡하게 일지에 적으면서 각각의 곤충들이 즐겨 먹는 양식들, 번식 습성, 천적을 만났을 때 어떻게 방어 하고 죽음의 순간을 모면하는지 알게 되니 우리 인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만났던 반 친구의 집에 40년 정도 산 거북이가 있었고 그 친구는 유리관에 개미굴까지 있어서 여왕개미가 알을 낳는 것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4학년에 올라가서 친구가 준 나비 알에서 애벌레가 부활해서 2주 후 고치로 변해 비 바람을 견뎌내고 새들의 위협에서도 살아 남은 단 두 마리 고치가 늦은 저녁 드디어 두 날개를 펴고 날개 짓을 하며 날아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 친구가 준 40개 나비 알에서 10개 애벌레가 부활해서 단 두 개의 고치만이 나비로 태어났다.

나비가 부활하는 모습을 보고 난 후 나는 더 이상 곤충을 채집해서 표본집에 넣지 않았다.


직접 키웠던 포유류와 곤충들 모두 계절의 변화, 날씨의 변화와 공기의 움직임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 했고 항상 무언가에 대비 하며 부지런히 움직였다.

귀가 찢어 질 정도로 매미가 울어 대는 날이 몇 일 지속 되다가 더 이상 매미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어느덧 선선한 바람이 불었고 하루 종일 먹이들을 물고 다녔던 개미들은 인간처럼 일요일에는 움직임 없이 자신들이 파 놓은 미로 같은 공간에 꼼짝 하지 않았다.


비가 많이 내려서 마당 한 가운데 움푹 패인 곳에 물이 고이면 개미 떼들은 잎사귀를 움직여서 물 웅덩이를 무사히 건너 갈 정도로 갑작스런 위기를 빠르게 헤쳐 나갔고 꿀 방울을 채취하는 개미를 호위하고 있는 개미 군단까지 있을 정도로 서로 협력했다.


언젠가 우연히 우리 집 마당에서 펄쩍 뛰어 다녔던 새끼 개구리를 유리관에서 키웠었다.


나는 날마다 개구리의 배를 채워 주기 위해 커다란 개미를 잡아 허리를 낚시 줄로 묶어 개구리가 있는 유리관에 넣었던 적이 있었다.

개구리의 혀가 나올 때 마다 낚시 줄에 허리가 묶여 있던 개미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다리로 저항을 했고 결국엔 개구리가 먼저 지쳐 버려서 그 개미는 용캐 낚시줄을 빠져나와 유리관 밖으로 나갔다.


대학 졸업 후 고된 직장 생활 중에 곤충들의 그림을 그리며 스트레스를 날려 버렸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화가인 주에키타로는 세밀하면서 독특한 화풍으로 일본 오카모토타로 현대예술상에 입선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년 동안 곤충 생태계를 그린 작품을 연재 한 주에키타로의 그림에는 인간들의 일상적인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마치 시트콤 에피소드 장면처럼 웃음을 유발한다.

연재 중에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림들이 수록된 <느긋하게 산다>에는 저마다 각자 주어진데로 열심히 사는 곤충들과 이번 생에는 대충 살다 떠나는 곤충들의 모습들이 마치 한국 드라마 <미생>을 연상 시키듯 인간 사회의 축소판을 보여준다.

'저는 초등학교 때 부터 생물 사육과 관찰을 좋아해서 학교에서 사육 동아리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장수풍뎅이, 사슴벌레를 비롯해 개구리와 송사리를 기르고 그 생물이 어떤 성격을 지녔는지 관찰합니다. 개구리는 네 마리 기르는데 한 마리 한 마리 성격이 다릅니다. 개구리 뿐만 아니라 곤충인 오이사슴 벌레는 의외로 얌전하고 톱사슴벌레는 폭군입니다. 장수 풍뎅이는 촐랑대서 자신의 먹이인 곤충젤리를 뒤집어 엎기도 합니다.'-주에키타로


아버지가 사다 준 자라에게 이름을 붙여주었던 나는 어느 날 굵은 펜으로 자라 배에 '불'이라는 이름을 새겨 주었다.

애지중지하게 키우니 그 자라는 어느 날 알을 20개정도 낳았고 그 알에서 부활한 자라의 새끼들은 친 할머니 손에 의해 방생으로 차례 차례 자연으로 돌아갔다.

그리하여 나는 마지막으로 남은 총 네 마리 자라 새끼들에게 만-수-무-강이라는 글자를 배에 새겨 주었다.

나날이 만-수-무-강이 크는 모습을 지켜 보셨던 친 할머니는 자신이 다니는 절 바로 앞 개울가에 만-수-무-강이를 자유롭게 살게 해준다며 내가 스카웃 야영을 떠난 날 모두 방생 하셨다.

그리고 마지막 할머니가 만-수-무-강의 어미를 방생 하고 몇 달 후 어느 날 새벽 기도 중에 법당 입구에 벗어 놓으신 신발에 자라 몇 마리가 모여 있었다는 말씀을 하셨다.

당시 할머니는 눈이 침침하셨지만 분명히 자라 무리들 중 한 마리 배에 만( 卍)이라고 새겨져 있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솔직히 내가 키웠던 '만'이 할머니 신발까지 기어 갔다는 이야기가 믿기지 않았다.

자라의 평균 수명은 30년으로 운이 좋으면 이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다.

만일 지금까지 살아 있다면 만-수-무-강이가 부디 어디에선가 마음껏 많은 자손을 낳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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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3-27 01: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곤충으로 보는 사람일 것 같기도 하네요 지금은 곤충이 많이 줄었다고 하던데... 글 보기 전에 곤충이 없어지면 안 될 텐데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scott 님은 어릴 때 곤충 관찰을 하셨군요 파브르가 생각나네요 파브르 잘 모르지만... 나비 애벌레가 번데기에서 나비가 되는 모습도 보고 자라는 알을 낳고 새끼가 나오는 것까지 보다니... 그런 모습을 보려면 마음을 많이 써야겠습니다


희선

scott 2023-03-27 21:52   좋아요 1 | URL
곤충 정말 많이 줄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매년 나비들도 별로 안보이고 (깊은 산속은 많이 있을지도) 꿀벌들도 드문데 말벌은 엄청 많아 져서 걱정이

파브르의 곤충기 초딩 시절 저의 최고의 책이였습니다
거기에 나오는 곤충은 전부 키워보고 싶어 할정도로 ㅋㅋ

나비가 고치에서 날개를 펴는 순간 정말 감동적이여서
너무나도 상세하게 일지를 기록해서 개학후 숙제로 제출하니 담임이 감동 먹고
저희집 고치 교실로 옮겨 와서 나비 탄생하는거 모두들 관찰 한 적도 ㅋㅋㅋ

햇살과함께 2023-03-27 1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채화 그림 너무 좋네요!
저도 큰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달팽이 2마리를 줬는데,
손톱만하던 달팽이가 아이 주먹보다 커지고 알을 얼마나 자주, 많이 낳던지,, 무서웠습니다;;;
직접 키워봐야 아는 경험이었어요^^

scott 2023-03-27 21:53   좋아요 2 | URL
그림마다 곤충들의 표정이 다양한데 실제로 이 책의 작가가 곤충을 키우고 있다고 합니다
달팽이 번식력보다 더 무서웠던건
귀뚜라미였습니다
저희집 식탁에도 털썩
욕실에도 둥둥 ㅋㅋ
심지어 인터폰 전화기에도 펄쩍!
한 밤중에 귀뚜라미들이 마당에서 합창 할 때 소름이 ㅋㅋㅋ

hnine 2023-03-27 14: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8년을 키운 개구리 모습이 궁금해요. 자라를 사다주신 아버님...
자라 배에 새기신 글자들이 모두 불심 깊은 글자들이니 모두 자연 속에서 남은 생을 잘 누렸으면 좋겠어요.
혹시 키우면서 관찰일지 같은 것은 안쓰셨는지. 아마 위의 책 못지 않았을텐데요.

scott 2023-03-27 21:56   좋아요 1 | URL
그 개구리 저희집 마당에서 발견 했을 때 제 엄지 손톱 크기 였는데 나중엔 엄지 손가락 크기로 자랐습니다
8년 동안 제가 주는 것만 먹어서 야생 본능이 제로 ㅋㅋ

자라 번식도 무시 무시해서 알을 낳는 데로 저희 할머니 손에 방생을 ㅋㅋㅋ

관찰일지는 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써서 초딩 졸업까지 썼습니다
각종 대회상은 전부 휩쓸어서
그야말로 저희집 온갖 동식물들의 천국이였습니다
비 온 뒤에 마당에서 지렁이 잡아 키우는 아이들 먹이로 주기도 ㅎㅎㅎ

어쩌다냥장판 2023-03-28 2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 곤충을 직접.. 저는 이상하게 머리가슴배로 나뉘는 곤충과 다리가 일단 6개로 시작하는건 겁이 났어요 쥐도 귀엽고 개구리도 귀여웠는데 나비나 잠자리 매미 메뚜기는 기겁해서 머리카락이 쭈뻣하고 서고 등에서 땀이 날정도.. 그래서 곤충은관련 과제 같은건 제출한적이 없었네요 ㅎㅎ
지금도 고양이 강아지 토끼 다람쥐 다 너무 좋은데 곤충은 가까이 가기 어렵네요 ㅋ

scott 2023-03-28 22:29   좋아요 0 | URL
저는 쥐과 동물을 무서워 합니다 ㅋㅋ(햄스터도 )
파충류 이구아나도 좀 (혀가 정말 길어서 무섭 ㅋㅋ)
저희 집 정원에 커다란 나무(배나무) 아래 뿌리 깊숙한 곳에 두더지 가족들이 굴을 파 놓고 살았었습니다.
제가 돌아댕길때는 두더지 가족들은 쿨 ZZZZ
늦은밤에 돌아댕겼던 두더지들 ㅋㅋㅋ

메뚜기 보다 사마귀들이 지능이 좀 더 높아서 톱질하듯 싸움질 하는거 본적도 ㅎㅎㅎ



망고 2023-04-02 0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릴때 자라 길렀었는데 어느날 자라가 탈출해서 찾을 수 없는 상태였어요ㅠㅠ 근데 1년후 저희집 마당에서 발견했는데 쬐그맣던 녀석이 무섭게 커져서 너무너무 징그러워서ㅋㅋㅋㅋ모른척 했어요 그후 어찌 되었는진 모르겠네요 마당에서 계속 살다가 어디로 갔는지...가끔 그 커다래진 덩치 생각하면 소름이 돋곤 했답니다ㅋㅋㅋㅋ전 어릴때 콩벌레 잡아다가 인형옷장에 가득 넣어놓고 흐뭇해했었는데 엄마가 기겁을 하셔서 다 놔줬던 기억도 있네요 콩벌레 귀여웠는데^^;

2023-04-02 1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도미노 in 상하이 도미노
온다 리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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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도미노 패의 시작은 상하이 푸동 국제 공황에서 시작 되었다.


일본 간토 생명 야에스 지사 사무 직원인 호조 가즈미는 단것이라면 정신을 못 차리는 여직원 다가미 유코를 기다리고 있다.

검은 띠 유단자 인 다가미 유코는 선배 호조 가즈미를 공항에서 만나자 마자 파인애플 케이크,루크 초콜릿 같은 달콤한 디저트 이야기부터 꺼낸다.

그리고 이들 틈에 또 다른 회사 선배 에리코 가즈미 가 캐리어를 끌고 나타난다.

모두들 재충전 휴가 차 상하이를 방문한 회사 동료들로 숙소로 출발하는 동안 머물게 되는 호텔의 요리점 '청룡반점' 이야기를 꺼낸다.


두 번째 도미노 패는 상하이 도심 도로에서 몇 블록 떨어진 뒷 골목 모퉁이에 위치한 '스시 구이네이' 가게가 등장한다.


가게 안에서는 쉴 새 없이 전화벨이 울리고 종업원들은 주문을 받고 음식을 포장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 가게 주인은 일본 지바에서 건너온 스물 아홉의 청년 이치하시 겐지로 일본에서 경영하던 피자 배달 체인점을 정리하고 2년 전 상하이로 건너왔다.

일본에서 최신 냉동기술을 배운 겐지는 집에서 거의 요리하지 않는 상하이 사람들의 입맛에 맞춘  냉동 초밥을  배달하며 빠른 속도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그는 상하이 와이탄 지구 도로를 질주 하며 직접 배달을 하고 직원들을 스카우트해서 엄격한 배달 시간과 위생적인 조리와 포장으로 상하이 대도시 입맛을 사로잡았지만 상하이의 어두운 곳에서 무언가 꿈틀거리고 있는 걸 알지 못하고 있다.

 아니, 자신이 그 세계에 자극을 주었다는 것조차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세번째 도미노의 시작은 4성 급 호텔 최고층에 자리 잡은 화려한 연회장으로 일본 긴자에서 3대째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집안 출신의 갤러리 운영자 오치아이 미에

그녀는 최근 급부상 하고 있는 아시아 미술품 구입의 큰 손들이 많은 상하이에서 미에는 4성급 호텔 연회장에 소장품 전시를 열고 전시장에 모여든 큰손들이 어떤 화가의 그림 주변에 몰려있는지 먼 곳에서 바라 보고 있다.

신흥 화상이자 골드 드래곤 갤러리의 경영자이자 아트 페어 주최자인 중국계 미국인 맥스 창은 '웃는 남자' 시리즈로 100만 달러 아티스트 반열에 오른 차이창윈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

미에는 맥스 창이 작품 구입비로 200만 달러를 제시하는 동안 전시장에서 가장 좋은 자리에 어떤 그림도 걸려 있지 않았다는 걸 발견한다.


네 번째 도미노의 시작은 동물원으로 관람객들이 유리창 너머 판다 가족들이 대나무를 우걱 우걱 씹는 모습을 바라 보고 있다.


우리 속 벽에 기댄 채 홀로 묵묵히 대나무 잎을 먹고 있는  판다는 무리들 중에 최고 연장자인 '강강'이다.

'강강'은 카메라 불빛을 바라 보며 열심히 대나무를 씹어 먹고 이를 쑤시고 있다.

강강의 넘치는 식욕을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베테랑 사육사 웨이잉더는 태어날 때부터 동물원에서 살았던 판다들과 달리 야생에서 살다 동물원으로 온 강강의 야성미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강강은 산 속에 살아서 체력이 좋고 과거에 우리를 탈출 할 정도로 대담해서 사육사들은 탈출로를 막는데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강강은 탈출을 시작 하기 전에 마치 폭풍 전야 처럼 어떤 낌새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 두 달 전에 탈출했던 강강은 사육사들이 처 놓은 울타리 밖을 바라 보고 있다.


다섯 번째 도미노의 시작은 고층 건축물들의 그림자들이 신기루처럼 우뚝 서있는 곳으로 그곳엔 수 백 명의 카키색 군복 차림의 청년들이 일사 분란 하게 움직이고 있다.


'인민해방군 제 237사단을 대표해 애도를 표합니다.'


사건의 시작은 사흘 전 밤, 미중일 삼국 합작인 호러 액션 영화 <영환호성의 사투, 강시 대 좀비 >촬영 스태프가 머무는 숙소에 있는 청룡반점에서 시작되었다.

커다란 도마뱀 같이 생긴 동물이 청룡반점 주방에 나타났다. 그 동물은 영화 감독 필립 크레이븐이 애지 중지 키우고 있는 이구아나로 이름은 다리오

청룡반점 주방실은 매끈하고 윤기가 흐르는 이구아나 '다리오'가 새로 도착한 식재료로 알고 포획하고 이곳 청룡반점의 신진 기예 요리사 왕탕위안은 날카로운 네모난 칼을 번쩍 들어 올린다.

상하이 교외 드넓은 촬영장에 앉아 있는 영화 감독 필립 크레이브 주변에 그의 반려 동물 이구아나 다리오의 영혼이 맴돌고 있다.

미국 호러 영화의 거장 필립 클레이븐은 상하이 영화 촬영장에서 자신의 반려 동물 이구아나가 비운의 죽음을 맞이 하자 미국과 중국 일본 세 나라의 대형 합작영화<영화호성의 사투, 강시 대 좀비 >촬영이 무기한 중지된다.


감독의 어린 시절 친구이자 대학 동창, 인디 영화 시절 부터 함께 일했던 존은 다리오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짓고 있는 감독의 슬픔을 달래주지 못한다.


한편, 상하이에서 온갖 고깃 덩어리만 취급하는 정육점 매장들로 빼곡히 들어찬 곳에 살아 있는 동물들이 우글거리는 우리 안에서 한 노인과 담배를 피고 있는 수상한 남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물건은?'

'없어. 찾아 봐도 없잖아. 양 말로는 분명 상하이에 들어왔다고 했는데.'

'문제?'

'아무래도 저쪽 관계자가 찌른 것 같아. 종종 새 위장에 뭔가 멋진 물건을 넣어서 운반하는 것 같다고.'

'그래서?'

'물건을 넣을 때 문제가 생겨서 순간적으로 평소와 다른 위장에 넣었다는 군.'

'나중에 알아보기 쉽게. 우연히 근처 우리에 있던 희귀한 동물의 위장에 넣었다고.'

'맛있는 동물이면 좋겠군.'

'맛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커다란 도마뱀이었다는군.'

'물건은 벌써 나흘 전에 도착했대.'

'나흘 전 ?그렇게 됐다고? 지금 어디 있지?'

'청룡반점.'

'도마뱀을 호텔로?뭐에 쓰려고?"

5년 전 도쿄역 테러 소동에 휘말렸던 일본 간토 생명 여직원 유코와 가즈미는 에리코는 결혼 후 상하이로 이주한 회사 선배 에리코를 회사 휴가 일정에 맞춰 찾아 온다.

이들이 상하이로 입국한 바로 그 날, 세계 희귀종인 '박쥐'를 가공한 미술품이 이구아나 몸 속에 실려 상하이 호텔 '청룡반점'으로 밀반입된다.

이를 노리는 범죄 조직도 그 '박쥐'를 손에 넣으려고 상하이 곳곳을 헤집고 다니고 이들의 뒤를 쫓는 경찰들의 치열한 추격전이 펼쳐진다.



[창싱의 얼굴은 거의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창싱의 얼굴을 정면에서 찍은 뒤 중심 선을 따라 반으로 접으면 거의 정확하게 겹쳐질 것이다. 그것이 순간적으로 기묘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균형과 조화, 유서 깊은 풍수사 집안에 태어난 루창싱은 풍수의 원리를 체현하고 있는 인물이다.]

좌우대칭의 묘한 얼굴을 지닌 풍수사 루창싱, 재료를 가리지 않는 뛰어난 실력의 요리장 왕탕위안, 신속 냉동 초밥 배달집 사장 겐지, 동물원의 베테랑 사육사 웨이잉더 그리고 일본에서 건너온 유도 유단자이자 간토 생명사 직원들, 미소 지을 때 새 하얀 이를 드러내는 꽃 미남 경찰 가오칭제의 좌충 우돌 도미노 게임이 시작된다.


[6센티미터쯤 되는 도장이었다.

역시 아무리 봐도 이건 '옥'이다.

왕은 살며시 도장을 집어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마블 무늬의 푸른색과 녹색의 그러데이션이 무척 아름다운 광물이었다. 싸구려 광물에서 흔히 보는 탁한 녹색이 아니다. 발색이 또렷해서 작지만 안쪽에서 빛을 발하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세공이 탁월했다. 복을 불러오는 박쥐가 도장 전체에 에셔의 그림처럼 연속적으로 세밀하게 새겨져 있었는데, 장인의 솜씨가 엿보였다.

도장의 문자는 특수한 서체라 무슨 글자인지는 읽을 수 없었지만 상당히 오래된 것 같았다.]


이구아나를 조리 하다가 발견한 가죽 주머니, 그 속에 들어 있던 박쥐 세공 도장,

요리장 왕 탕위안 오래전 증조부가 자금성에서 일하던 당시 황제에게 하사 받았다는 옥을 사진으로 본적이 있다. 이구아나 위장과 장 속에 있었던 그 옥이였을까?

상하이에 몰려든 전 세계 큰 손들, 스타급 예술가들, 영화 감독까지 이구아나의 꼬리를 물고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고 이어진다.

누군가가 먼저 이구아나 뱃속에서 꺼낸 박지 세공 도장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

여전히 야성의 울부짓음을 내지를 수 있는 혈기 왕성한 판다 강강은 유리벽 너머 모든 걸 보고 있다.

[지금 저는 상하이 도심 번화가에 있습니다. 오늘도 정력적으로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는 활기찬 우리의 상하이, 현재는 세계 최대의 상업 도시가 된 상하이의 기세는 꺾인 줄을 모릅니다. 잠들지 않는 용이라 불리는 상하이는 늘 전 세계를 상대로 싸우고 있습니다. 도시는 날로 확장되며 계속해서 발전해나가고 있지요.]

모든 걸 빨아들이는 도시 상하이에서는 목표물을 향해 1분 1초라도 빨리 도착해야 뭐든지 손에 넣을 수 있다. 돈-물건-사람 이 모든 것이 시계 추처럼 움직인다.

정월 초 이렛날에 고향을 그리며

봄에 접어들어 겨우 7일

집 떠난 지 벌써 어언 2년

사람이 돌아가는 건 기러기 내려앉은 뒤려니

꽃 피기 전부터 고향 생각나네

판다 강강은 동물원 우리를 탈출해서 청룡반점이 있는 4성 호텔에 몸을 숨기고 저녁 만찬으로 제공되었던 이구아나 다리오의 영혼이 영화 촬영장 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다.


판다 강강의 운명도 청룡 반점에서 끝이 나게 될까?

박쥐 세공 도장은 누구의 손에 들어가게 될까?


이구아나 다리오의 영혼은 자신의 마지막 숨통이 끊어진 4성급 호텔로 흘러 들어가 대형 조각상들이 전시 된 전시장 허공 속을 둥둥 떠다니다 조각상 틈 속에 동물원을 탈출한 판다 강강에게 바짝 다가간다.

때마침 강강의 힘에 떠밀린 조각상들이 도미노 처럼 차례 차례 쓰러지면서 박쥐 세공 도장을 손에 넣기 위해 몰래 전시장에 잔입한 괴한 두 명이 칼을 빼 든다.

강강을 생포 하려고 마취 총을 꺼내든 사육사들, 간토 생명 직원들을 인질로 삼은 괴한들 이들을 추적한 경찰 그리고 아시아 최고의 미술 전시가 열리고 있는 상하이 이곳 전시장은 전국으로 생방송 되고 있다.

차곡 차곡 밀려 들어 온 도미노들이 불과 수 십 초 사이에 한꺼번에 쓰러지자 눈 앞에서 쾅 소리를 내며 벼락 같은 것이 떨어진다.

판다 강강에게 목덜미가 물린 남자는 기절하고 또 다른 남자는 칼을 쥔 채 허공 위를 휘둘고, 괴한들 손아귀에서 풀려난 유코는 반 쯤 기절한 채 칼을 쥔 남자의 급소를 차버린다.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는 이구아나 다리오의 영혼ㅊ그리고 강강에게 마취 총을 쏜 사육사.

판다 강강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 갈 수 있을까?

도난 당한 미술품은 다시 자리로 돌아 갈 수 있을까?

인질로 잡힌 유코를 구해 내기 위해 판다 강강의 배를 힘껏 걷어찬 에리코, 강강의 위에서 튀어 나온 주머니 박쥐 세공 도장은 도미노 게임 속에 들어간 누구의 손에 들어 갔을까?

누군가 쓰러져야 시작 되는 도미노 게임, 이 책을 펼치는 독자들은 단 한 명도 놓치지 말고 뒤쫓아 가야 한다. 그래야만 이 게임의 승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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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3-03-24 2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ㅠㅠ동물들 불쌍해요

2023-03-24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3-03-25 0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이 책 나왔다는 말을 봤는데 scott 님은 벌써 보셨군요 한권 더 있죠 그게 먼저인가 봅니다 《도미노》 온다 리쿠 책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본 것과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아니 이런 게 아주 없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나오는 이야기 있었던 것 같네요 그건 못 읽었지만... 이번 책에 패닉 코미디라는 말이 있군요 scott 님이 쓰신 글을 보니 그런 느낌 듭니다

scott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scott 2023-03-25 10:49   좋아요 1 | URL
한 때 온다 리쿠 팬이여서 신간이 나오는 즉시 읽었었는데 ㅎㅎㅎ
온다 리쿠가 여러 장르물을 넘다 들어서 이 작품 도미노는 이 책이 상하이편으로 일단 첫 장 부터 재밌습니다.

희선님 말씀 처럼 패닉 코메디 장르물!ㅎㅎ

주말 봄날 만끽 하세요 ^^

새파랑 2023-03-25 11: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뭔가 표지처럼 이야기가 복잡해 보입니다 ㅋ 그런데 재미있을거 같아요~!! 역시 스콧님의 독서 범위는 👍

scott 2023-03-27 21:49   좋아요 1 | URL
별루 안 복잡합니다
중쿡이름만 익혀지면
이름들이 전부 단순 ㅋㅋㅋ
 
짝 없는 여자와 도시 비비언 고닉 선집 2
비비언 고닉 지음, 박경선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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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11월 27일 뉴욕 '빌리지 보이스'에 기사 한 편이 게재 된다.

그 기사의 제목은 '역사의 다음 위대한 순간은 그들의 것이다'(The Next Moment in History Is Theirs)


'그들은 각자 만의 불을 품고 모였다. 나는 이들의 손에 들려진 불들이 다음 세대를 위한 것임을 믿는다. 신은 알 것이다. 나의 태어나지 않은 딸을 위해 이 자리에 서 있노라고.'

-1970,11.27 빌리지 보이스, 비비언 고닉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이름은 비비언 고닉으로 서른 세살의 기자가 쏘아 올린 불길은 뒤이어 '여성 해방 운동가들'인 티그레이스 앳킨슨, 케이트 밀렛,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필리스 체슬러, 엘런 윌리스, 앨릭스 케이츠 슐먼 운동가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기 시작한다.


1970년 미국 전역을 뜨겁게 달구었던 여성 해방 운동가들의 인터뷰들이 매회 연재 될 때마다 신문사 '빌리지 보이스'는 온갖 협박 전화와 지지자들의 응원 전화들이 쉴새없이 울렸다.

수 많은 미디어 매체들이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 비비언 고닉에게 달려가 진실의 여부를 판명 해 달라고 빗발치듯 항의를 했고, 의문의 백인 남성들은 그녀의 가족, 친지들의 이름을 알아내 협박을 가하기 시작한다.



기자 비비언 고닉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비판과 비난을 뒤로 하고 지난 수 세기 동안 고통을 당한 여성들의 자유, 인권을 울부짖는 현장으로 달려갔다.


'대학에 갔지만 학위가 미드 타운의 직장을 구해주지는 못했다. 예술가와 결혼했지만 우리는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 살았다.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14번가 윗 동네에서 내 글을 읽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류 회사의 문 따위는 열리지 않았고, 휘황찬란한 세상도 내내 멀기만 했다.'


기자 비비언 고닉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을 온전히 이해 하기 위해 현장에서 시위를 벌이는  페미니스트들에게 달려가 '당신들은 혼자가 아니다.' 라는 메시지를 주며 열띤 취재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기사에 담았다.

취재를 나가기 전 비비언 고닉은 자신의 책상 앞에 안톤 체호프의 문장을 단단하게 고정 시켜 놓았다.

'남들은 나를 노예로 만들었지만 나는 내게서 그 노예 근성을 한 방울 또 한 방울 짜내야만 한다.'

지난 10년 동안 이 문장을 응시하며 현장을 누볐던 고닉은 영혼의 노예 상태가 될 때 마다 저 구절을 되새기며 사랑이라는 환상, 공동체라는 환상, 일이라는 환상이 불러 일으킨 상실과 허탈감을 견뎌내며 1970년 세상을 뒤흔들며 강렬하게 들끓어 올랐던 그녀들의 음성을 떠올렸다.


비비언 고닉에게 페미니스트들은 세상과 맞서는데 필요한 검이자 방패였고 삶의 위안과 위로를 주는 존재였지만 1980년대로 넘어가자 단단하게 보였던 페미니스트 연대가 해체 되기 시작했고 서로 연대 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무너져버렸다.




시간은 반세기를 훌쩍 넘어 2006년 여성 사회 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미국에서도 가장 약자인 소수 인종 여성과 아동들이 성폭력, 언어 폭력,감금, 폭행등의 피해 사실을 함께 공유하고 연대해서 세상을 향해 용기 있는 목소리를 내어 추가 발생 피해자들을 막기 위한 운동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을 시작한다.

그리고 지난 반 세기 페미니즘 물결의 선봉자들의 목소리를 적극 취재 했던 기자 '비비언 고닉'의 이름이 언론과 출판계에 오르내리기 시작한다.


2015년 비비언 고닉이 몸 담았던 신문 '빌리지 보이스'는 폐간 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4년 후 고닉은 애증의 관계였던 어머니에 관한 회고록<사나운 애착>으로 주요 문학상을 휩쓸며 뉴욕타임스가 뽑은 '지난 50년 간 최고의 회고록'으로 선정된다.


마흔다섯 살 딸과 일흔 일곱 살 어머니가 뉴욕의 거리를 걸으며 대화를 나눴던 그곳 ,뉴욕의 한 거리를 어느 새 팔십 세에 접어든 딸이 걷고 있다.

그리고 우연히 들린 약국에서 아흔 살 베라를 만난다.


'그녀는 엘리베이터 없는 인근 4층 짜리 건물에 살고 오래전부터 트로츠칼 의자로 늘 가두 연설이라도 하듯 절박하게 목소리를 드높이는 사람이다.'


조제 중인 처방 약을 기다리는 동안 팔십 세 고닉은 아흔 살 베라에게 그동안 듣지 못했던 소식, 남편의 사망 이후 찾아 온 새로운 사랑, 그리고 이제는 혼자 살고 있음에도 딱히 우울하지 않은 인생 이야기를 듣는다.


굶주림과 전쟁을 피해 미국 땅으로 이주한 우크라이나 이민자 부모에게서 태어난 고닉은 가난한 이민자들의 거주지였던 브롱크스의 다세대 주택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녀는 한 살 씩 나이를 먹어가면서 뉴욕 구석 구석을  탐험하듯 맨해튼 북부와 남부 서부와 동부를 가로질러 다니며 수 많은 이들을 관찰하고 목격했다.


'나는 어린 시절 살았던 공동 주택 이웃들의 우정, 그저 모든 게 상황에 좌우되던 그 관계들을 자주 떠올린다. 필요한 순간마다 말없이 알아주는 마음으로 가득했던 검고 동그란 눈의 여자들...'


서른 다섯이 되기 전 결혼을 두 번 했고, 이혼도 두 번 했던 그녀의 인생에서 사랑은 '궁극'의 순간으로 나타났다.


'우정에는 두 가자 범주가 있다. 하나는 서로에게 활기를 불어넣는 관계고, 다른 하나는 활기가 있어야만 같이 있을 수 있는 관계다.'


비비언 고닉은 20년 지기 친구 레너드를 만날 때면 반나절의 시간을 훌쩍 보낼 정도로 대화가 끊이지 않으면서도 뉴욕이라는 대 도시에서 맺게 되는 인간관계에서 쉽게 '우정'이 싹트지 않는다.

서로의 마음을 빼앗기도 하고 쉽게 내어주기도 하다가 돌연 미세한 감정 선을 건드려서 그 우정이 길바닥에서 우연히 만난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는 사이처럼 되어버린다.


'삶이 불능의 총합처럼 느껴지려 할 때면 나는 타임스 스퀘어까지 산책을 나선다. 세상에서 가장 요령 넘치는 하층민들의 본고장인 그곳에 가면 금세 통찰이 회복된다.'


그녀는 평생 동안 뉴욕에 살면서도 지난 시절의 그들이 어디서 잘 살고 있는지 안부 인사라도 건네고 싶은 마음으로 뉴욕 곳곳을 걷던 중 불쑥 브롱크스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던 이웃 친구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들, 불쑥 말을 거는 사람들과 쉼 없이 대화를 나눈다.


영미 문학계에서 작가들의 작가로 불렸던 '제임스 설터'처럼 에세이와 회고록 분야에서 비비언 고닉은 영국의 버지니아 울프에 비견 되는 문학비평가이자 회고록의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될 만큼 자전적 글쓰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책들은 일찌감치 절판 되어 일반 서점에서 찾을 수 없었다.


2020년 영미권 에세이와 회고록 출간 리스트에 자전적 글쓰기의 고전으로 재 평가 받은 <사나운 애착>이 올라가자 이 책을 읽고 깊은 감동을 받은 록산 게이, 말랄라 유사프자이 등이 칭송 하면서 비비언 고닉은 이 시대 최고의 회고록 작가로 새롭게 이름을 알리게 된다.

그리고  지난 시절에 출간된 책들이 새 판형으로 출간 되며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되기 시작한다.


80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경제적 여유가 생긴 고닉은 여러 매체 인터뷰를 통해 '세상이 이제서야 나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0년 비비언 고닉은 지난 시절을 회고하는 글과 창작 수업에 관한 글을 발표하는 동안 심장병 수술을 받고 유쾌한 목소리로 회복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던 그녀의 어머니는 아흔 네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불법 낙태를 한다며 십 달러를 빌려 달랬던 이웃집 아줌마가 낳은 딸 역시 세상을 떠났다.

동시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페미니즘 물결에 올라 탔던 1933년생 수전 손택, 1934년 생 조앤 디디온의 목소리도 더 이상 들을 수 없다.

1970년 서른 세 살의 비비언 고닉이 걸었던 5번 애비뉴, 그곳에 몰려 들었던 군중들은 흰색이였다.

하지만 21세기를 지나 2023년의 5번 애비뉴는 검은색과 갈색 군중들로 뒤덮혀 있다.

비비언 고닉은 평생 동안 단 한번도 흰색의 군중, 화이트 컬러 부류가 아닌 항상 블루 컬러들 옆에 서 있었다.

그녀가 걸어 왔던 길에는 불법 체류자, 배우, 범죄자, 반 체제 인사, 게이들, 전문 시위꾼들, 정치 선동자들, 지식인들 그리고 관광객들로 이들 중 절반은  범죄와는 무관하게 살고 있는 사람, 그러니까 비비언 고닉, 자신과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로 오늘도 뉴욕이라는 도시를 걷는 이들이다.



나는 그녀의 글을 학부 시절, 창작 수업에서 처음 만났다.


자전적 글쓰기에 관한 지침서로 각 대학 창작교재로 쓰이고 있는 <상황과 이야기(The Situation and the Story)>에서 비비언 고닉은 이렇게 말한다.


[자서전의 주제는 항상 자기 인식이 우선이지만 실체가 없는 자기 인식이여서는 안된다.

기억력이 뛰어난 이들이 시인이나 작가가 되어 세상에 창작물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이라 가정한다면 일반인들은 이들과 차별 될 수 있게 이런 저런 유명 작가들의 조언이나 철학적 어법에서 벗어난 생생한 어휘로 채워진 자서전을 완성 해야 한다.

좋은 글에는 두 가지 성격이 포함 되어야 하는데 매 페이지 마다 살아 있는 어휘, 실제로 경험하고 목격한 것들로 채워져야 읽는 이들에게 공감을 자아내어 글쓴이의 삶의 여정을 따라 가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 일으킨다.

시인이나 소설가 그리고 회고록을 쓰는 이들 주제를 명확하게 잡지 않으면 독자들의 시선을 붙들지 못한다.

글에는 자신의 경험과 체험, 생각을 솔직하게 담아서 가장 쉽고 명확한 어휘와 문장으로 누구나 읽고 싶게 써야 한다.

작가들마다 각기 다른 어조, 시점, 문체가 있다. 독자들은 첫 문장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전개 될 것인지,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어떤 삶이 펼쳐질지 판단하기에 첫 문장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 라는 걸 고심하는 것 만큼, 자신의 색깔, 어떤 문장으로 써나갈지 부단한 연습과 노력을 해야 한다.

허구의 이야기에서 화자의 역할은 절대적으로 스토리의 중심을 이끌어가면서도 그 또는 그녀가 하고 있는 이야기, 경험등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 작가의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것을 독자들은 알고 있다.

반면, 자서전과 회고록에서 화자는 절대적으로 진실을 이야기 해야 한다. 불명확하게 또는 모호하게 두리뭉실한 문장으로 독자들을 속여서는 안된다.

독자들은 단 몇 페이지만 읽고 알아챈다.

'이 인간이 말하는 게 진짜야.'

'나랑 같은 세대 인데 이런 생각을?' 이라며 문장과 문장, 매 페이지 마다 독자는 자서전 또는 회고록을 쓴 저자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앞으로 나와 함께 써나가는 각자의 회고록이 완성 되면 나는 이렇게 물을 것이다.

'여기 써 있는 것이 사실이였어?, 진짜 네가 경험한 거야?']

                                                                        -비비언 고닉의 '상황과 이야기' 중에서


아니 에르노는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걸 절대로 쓰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 놓고 날카로운 메스로 체험한 것 경험한 것을 날 것의 언어로 도려내듯 썼다면, 비비언 고닉은 자신의 삶을 집요하게 관찰하고 분석해서 타인과 나, 시대와 경험, 감정과 기억을 향해 끊임없이 다가가 말을 걸고 질문 한다.

그러기에 그녀의 글, 자전적 이야기를 읽는 독자들은 한 시대를 살아온 이들의 모습과 세계를 명확하게 떠올릴 수 있다.

그녀가 이야기 하는  세계는 인간의 내밀 하고 모순적인 욕망들이 느껴지고 거대한 도시 속에서 고된 노동으로 지친 이들이 내지르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 들리고 그리고 마음 속에 수많은 익명의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이 스쳐 지나간다.

비비언 고닉은 지난 반 세기 동안 타고난 논쟁자로 어떤 단체에 입장을 대변하는 일이 라면 용감하게 맞섰다.

그녀는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다양한 매체에 기사와 에세이를 써내며 세상이 공격하면 논리적으로 맞받아쳤고 어떤 권력이나 특정 단체 하고도 타협하거나 슬그머니 뒤로 빠지지 않았다.


세월은 흘러 모든 것이 바뀌었다.

2001년 뉴욕 한 복판에서 건물이 무너져 내렸고 그녀는 여러 대학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며 사랑을 했고, 이별을 했고 그리고 혼자 걷고 있다.

고닉은 걸으면서 자신의 지난 삶을 되돌아 보며 고통을 흘려 보냈고 그럭저럭 거대한 도시 속에서 도망치지 않고 하루의 시간을 소중하게 보낸다.




뉴욕 컬럼버스 애비뉴에는 날씨가 좋은 날이면 매일 다양한 공연이 펼쳐 진다.

그곳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구경하는 이들 모두 세상의 한 부분처럼 각기 다른 피부색과 부의 크기로 나눠진 거대한 도시 뉴욕에 몰려든 이들로 공연이 열리는 순간 만큼은 한 곳을 바라 보고 있다.

우리 모두의 인생은 앞을 보며 똑바로 걷지 못한다.

때로는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주저 하거나, 멈칫거리거나, 멀리 도망쳐 버리거나 그대로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기도 한다.

거리는 밤 낮을 가리지 않고 쉴 새 없이 움직인다.

도시 속에서 숨을 쉬는 이들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도시에서 적절한 균형을 맞추며 살아 가야 한다.


2021년 윈덤 캠벨 문학상 논픽션 부문 상을 수상한 후 뒤이어 발표한 에세이와 비평집, 회고록으로 전미 도서 비평가 협회 비평 부문 후보에 오른 비비언 고닉은 여전히 도시를 걷는다.

그리고 6번 애비뉴 버스에 올라타 아흔에 가까운 승객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7번 애비뉴 정류장에 내린다.

그녀 앞에 불쑥 얼굴을 들이민 한 흑인 남성 '천지가 적이네!'라고 내뱉자, 고닉은 '저야 모르죠' 라고 대꾸한다.

그녀는 걸으면서 머릿속을 비우며 거리의 사람들을 관찰하며 쉼없이 떠오르는  공상에 빠지기도 하고 지난 시절 엄마와 나눴던 대화, 대학 시절에 만났던 친구들, 우연히 알게 된 억만장자 상속인의 딸의 모습을 떠올린다.

쉼 없이 걷고, 생각하고, 상상하고 떠올리는 그녀의 기억 속에 사람들은 서로 사랑했고, 헐뜯었고, 비아냥 대면서도 각자만의 미래를 꿈꾸었다.

그렇게 걸으면서 맞이한 마흔, 오십, 예순, 일흔 그리고 정신을 차려 보니 여든 살,  비비언 고닉에게 앞으로 남아 있는 시간은 몇 년일까...


혼자 남겨진 친구들, 암 투병을 하고 있는 이웃들, 먼 곳으로 떠났던 이들 중에 영영 돌아오지 못한 곳으로 가버린 이들의 모습을 하나 둘 씩 떠올리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본 20년 지기 친구 레너드는 '외로움이라는 습관은 질기기 때문에 쓸모 있는 고독으로 바꾸지 않은 이상 너는 영영 엄마 딸'이 라는 말을 한다.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며 삶의 한 부분을 의지하고 지탱해 줄 사람이 없어도 비비언 고닉은 자신을 진정으로  알아봐 주며  말과 행동을 이해하면서도 지적해주는 친구, 그 모든 친구를 거대한 도시, 뉴욕에서 찾아냈고 만났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발발한 이후로 페미니스트들은 반세기를 주기로 '해방된' 여성,' 자유로운' 여성으로 불려졌지만 비비언 고닉은 이에 동의 하지 않는다.

1897년 남성 작가 조지 기싱이 발표한 소설 <짝 없는 여자들>의 나오는 서른 살의 로다 던은 사랑과 결혼을 노예제에 빗대며 경멸하며 남자와 여자는 그들 자신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무엇이 되려 하는지 묻는다.


비비언 고닉은 <짝 없는 여자들>의 로다가 외치는 열정적인 화법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내어 1970년 대 급진 페미니즘의 과격한 분노의 소용돌이 속에서 함께 외치며 현실과 이론의 간극에서  좌절하면서도 걷고 또 걸었다.

2023년 미국 전역에서 폭발 하고 있는 분노와 외침은 권력의 한 축에서는 듣지 않고 있고, 지구 반대편에서 여성을 상대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범죄와 차별은 지난 반 세기 전 1970년대 현실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6월의 어느 날 저녁, 비비언 고닉은 워싱턴 광장에 서서 백 살을 훌쩍 넘긴 오래된 나무, 어린 시절 친구들과 이곳에 왔을 때도  서 있었던 나무를 바라본다.

그 시절 이곳 광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 백인이였다. 그녀는 그 광장을 지나 자신의 삶을 이어주는 길, 도로를 따라 걷는다.

여든 여덟의 비비언 고닉은  계속 걷는다. 아니 누군가와 함께 걷는다.

앞으로 10년, 20년을 더 걸으면 워싱턴 광장을 지키고 있는 그 나무의 나이를 뛰어 넘을 것이다.


나란히, 묵묵히, 끊임없이 걷고 있는 비비언 고닉은 20세기 페미니즘 운동의 한 획을 그었던 이들 중 한 명으로 그리고 21세기 반세기 최고의 회고록을 쓴 작가로 기억될 것이다.


'내게 없어선 안 되는 게 있다면, 바로 그 목소리들이다. 전 세계 도시란 도시에는 골목 돌길이며 허물어진 교회며 유적이 된 건축물마다 민중이 심어있다. 하나같이 몇 백 년 동안 한 번도 파헤쳐진적 없이 그저 켜켜이 포개어 올려진 것들, 뉴욕에서 나고 자란 삶이라는 건 구조물이 아니라 이 목소리들- 그 어떤 목소리도 다른 목소리를 밀어내지 않고 층층이 쌓인 무수한 목소리-을 다루는 고고학과도 같다.'-2015년 비비언고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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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3-03-09 23: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짝 없는 여자와 도시>를 읽게 된다면 비비언 고닉을 소개해주신 scott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

scott 2023-03-09 23:38   좋아요 2 | URL
앞선 출간 된 <사나운 애착>은 그냥 그랬지만(뉴요커 특유의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싫어서 ㅎㅎ) 이 책은 정말 좋았습니다
만약에 제가 오랜 세월 살았던(한 때) 도시를 걷는다면 이라는 상상을 할 정도로 시대의 목소리, 지성이 넘치는 문장으로 독자들의 머리통을 후려 치게 만든 책입니다 ^^

2023-03-09 2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09 2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10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10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3-03-11 0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cott 님은 비비언 고닉 일찍 알았군요 길을 걸으면 지난 일이 떠오르기도 하지요 비비언 고닉은 걸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글로 썼네요 그때가 그립기도 하겠습니다 그런 기억이 있어서 살아가는 건지... 좋은 것만 있지는 않았겠네요

scott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2023-03-11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3-03-11 11: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비비언 고닉 에세이 한 권만 사다 놓았었는데, 다른 분들의 리뷰를 읽으니 읽고 싶다! 생각이 들었는데, 스콧님 글도 읽어야겠다!란 생각이 드네요^^

2023-03-11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3-03-11 14:00   좋아요 1 | URL
~~~공연을 한다. 제목이에요.
리뷰는 안 써도 고닉의 도시 이야기랑 사악한 애착 이야기 두 권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네요.^^

2023-03-14 1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14 15: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목련 2023-03-14 1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비언 고닉에 대한 풍부한 글이네요. 책 전체의 흐름을 알려주는 스캇 님의 리뷰, 사진과 정보가 첨가된 멋진 리뷰를 통해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뉴욕이 펼쳐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scott 2023-03-14 11:03   좋아요 0 | URL
고닉의 글을 읽다보면 그 시절 그곳의 사람들과 함께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문장이 살아 숨쉬죠

봄날 목련님도 고닉과 함께 걷고 읽고 쓰고 ^^

그레이스 2023-03-18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약국에서 약을 기다리는 동안 그들의 대화는 우울한 내용은 너무 재밌게 그렸어요
결국 그들 대화를 듣던 그 옆에 남자가 함께 큰 소리로 웃는 모습은 그냥 한컷의 만화나 영화의 한장면으로 다가왔어요
보고 또 펼쳐 보게 되는 페이지!

2023-03-19 0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생명과 인생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한글 단어 '삶'을 보면 흥미로운 자음이 보입니다.

ㅅ-ㄹ-ㅁ'

-문지혁의 중급 한국어 중에서


투비를 하고 부터 가끔씩 알라딘에 들어와 글쓰기 창을 열때면 여전히 불안, 불안하다.

쓰던 도중에 순식간에 백지 상태 글쓰기 창이 뜬다거나,올리고 싶은 사진이미지가 등록 되지 않거나...

하는 경우가 빈번하기에 오늘도 글을 쓰면서 문득 내가 알라딘을 하면서 부터 이모티콘을 직접 그리게 되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댓글창에 사진이미지 등록이 안되니)

.

  ∧_-------∧ !

 (´💖ω゚💖')

_(_つ/ ̄ ̄ ̄/_

  \/   /

    ̄ ̄ ̄

투비컨티뉴드 글쓰기 기능에 익숙해진 지금, 이곳 알라딘 서재에 내가 원하는 날짜, 시간에 맞춘 예약 발행 기능이 전혀 없다는 사실에 어색한 불편함이 한 가득...


' 빈센트가 그린 아름다운 밤하늘과 반짝이는 별들은 말한다. 현실에서 도망치지 않고 담담하게 살아가되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희망을 잃지 말라고. 희망은 별에 있지만 지구 역시 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보내는 이, 빈센트


┊┊┊╭━━━━━━━━━╮

┊┊┊┃이제 이곳엔 리뷰만 올려야 하놔 ㅎㅎㅎ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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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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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DADDY 2023-03-06 0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아스키 아트군요. 키보드앱중에 지원하는 것도 있지만 직접 만드시는 분은 처음 봐요. 앞으로 예쁜 재미있는 그림 기대할께요. ^^

scott 2023-03-06 10:19   좋아요 1 | URL
이제 헬기도 그릴 수 있습니다 ㅎㅎㅎ

알라딘 서재 댓글 창에 사진이미지를 올리지 못해서

이런 기술을 나름 습득하게 되었네요

대디님 한 주 시작 멋지게 ^^

거리의화가 2023-03-06 0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투비에 예약 발행 기능이 저도 참 좋더라구요.
사진 안 올라가는 건 진짜 빨리 해결이^^;;;
아... 월요일인데 일하기가 넘 싫습니다. 할 일은 태산 같은데ㅠㅠ

scott 2023-03-06 10:20   좋아요 1 | URL
투비 글쓰기 기능에 익숙해져서
지금 댓글 쓰는 것도 적응이 안되능 ㅎㅎㅎ

3월 일더미 가득 ㅠ.ㅠ

화가님 미세먼지 가득찬 오늘 건강 잘 챙기세요 ^^

물감 2023-03-06 1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등록이 되긴 하는데 로딩이 좀 길어졌어요. 어째 점점 서재가 무너져가는 기분이 들죠 왜 ㅠ

2023-03-06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쎄인트saint 2023-03-06 1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되다...안 되다 하네요....

scott 2023-03-06 12:14   좋아요 0 | URL
그냥 어느 순간 서재글 모두 홀라당 날라갈것 같습니다
서브 용량 과부하를 더이상 못 버티는 듯,,,

바람돌이 2023-03-06 2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젠 되는거 아닌가요? 되던데요??? ㅎㅎ

scott 2023-03-08 10:47   좋아요 1 | URL
어느 날 갑자기 여기글 홀라당 날라 갈것 같아여 ㅎㅎㅎ
 
육왕 - 트랙의 왕, 러닝슈즈의 왕
이케이도 준 지음, 송태욱 옮김 / 비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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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쿠치는 올해 예순 다섯 살, 창업한 지 백이십 년이 넘은 히시야 다비의 4대 사장이었다. 초대 사장은 상공회의소 회장도 역임한 중진인데, 지난 오십 년간 눈에 띄게 쇠퇴하여 결국 폐업에 이르렀다.]

일본 전통 버선(다비)의 제조 기업 <고하제야>는 백년 전 독일에서 신발을 꿰매기 위해 수입한 재봉틀로 '다비'를 손으로 꿰매듯 섬세한 바느질처럼 제작하며 동종업계에서 매출 1위를 달렸던 중소 기업이였다.

1913년, 세계 1차 대전 이 발발하기 바로 한 해 전에 창업한 <고하제야>는 전국으로 유통되는 '다비'를 약 80퍼센트 생산 할 정도로 사업 규모가 컸지만 헤이세이(1989-2019)시대부터 생산 판매가 급격하게 줄어 버렸다.

더 이상 일본 전통 옷을 입지 않는 시대에도 옛날 방식을 고수하며 스물 일곱 명의 직원들과 힘겹게 사업을 이어 왔지만 결국 폐업 절차를 밟게 되었다.

이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57세로 가장 오래 근속한 직원의 나이는 일흔 다섯 살이다.

직원들은 전국에서 들어 오는 반품을 폐기 처분 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 하고 있었고 회사는 은행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이자가 나날이 눈덩이 처럼 불어 나고 있다.

강습이나 지역 전통 행사에서 신는 '다비'를 제외하고 일본 사회에서 '다비'라는 존재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지만 <고하제야>의 사장은 일본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누군가는 반드시 '다비'를 찾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반면, 그의 아들 미야자와는 주요 백화점을 둘러 보는 동안 돈독한 관계를 유지 했던 백화점 단골 거래처 사람들 부터 쓴 소리를 듣고는 냉정한 시장의 현실을 파악한다.

어느 때 처럼 백화점을 돌아 보던 어느 날, 아들이 스니커즈 꼭 사 달라는 문자를 발견하고 스니커즈 매장에 들어 가 러닝 슈즈 선반에 시선을 멈추고는 기묘한 신발을 만져 본다.

그가 발견한 신발은 앞 코 부분이 둥그렇지 않은 대신 다섯 개의 발가락이 달려있고 발 뒤꿈치 부분 쿠션은 납작했다.

그 신발은 비브람 사의 '파이브 핑거스'로 다섯 발가락을 앞코 부분에 고스란히 넣고 지면 위를 딛고 걸을 때 마치 맨발로 편안하게 걷듯이 인간의 발과 밀착되게 디자인 된 제품이다.


'지금까지의 신발에는 없는 '맨발 감각'으로 달릴 수 있어서, 달려 보고 나니 다른 건 신지 못하겠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번 신어 보시겠습니까?'


다비 제조 업체 <고하제야>는 전 직원이 맨 발로 뛰어도 눈덩이 처럼 불어난 은행 이자를 갚지 못할 정도로 이익은 커녕 판매량 보다 반품 되는 량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직원 수를 줄여 버려야 재봉틀 기기를 돌릴 기름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이미 회생 불가능한 상태다.

오로지 전통적인 생산 방식만 고수 한 채 변해 버린 시대의 조류를 읽지 못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음 <고하제야>는 과연 소비자들의 취향과 눈부시게 발전 된 고도화된 시대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살아 남을 수 있을까?

걷고 달리는 사람들이 늘어난 시대에 마라톤을 취미 삼아 달리기에 몰두 하는 이들에게 신발은 제2의 심장이다. 그렇다면 가장 편안하고 인간의 주법에 맞춘 러닝 신발이 있다면, 아니 전통 양말 생산 업체가 마치 발에 밀착된 양말 같이 편안한 신발을 제조 하게 된다면 시장은 어떤 반응을 일으킬까?

은행은 더 이상 대출을 해주지 않고 어느덧 직원 수는 20명으로 줄어들었다.

마라톤 슈즈를 생산하기 위해 직원들은 각기 다른 신발을 신고 또 다른 몇 명은 다비 모양을 한 신발 '파이브 핑거스'를 신고 달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달려서 탄생 시킨 신발은 <육왕陸王>으로 우연히 마라톤 경기를 보고 만들기 시작한 마라톤 전용 신발은 이제 회사의 존폐 여부를 결정하게 될 중요한 제품이 되었다.

회사는 좋은 소재를 구하고 그 러닝화를 신어줄 선수를 찾아 내서 경기 중에 안타깝게 부상 당한 유망주에 발에 <육왕>을 신게 한다.

[처음 뵙겠습니다. 교다 시에서 다비를 제작하는 고하제야라는 업체 입니다. 저희는 백 년 역사를 가진 다비 제작업체이지만, 이번에 러닝슈즈 '육왕'을 기획하고 개발했습니다. 지면을 붙잡는 독특한 감각과 기능성을 겸비 하여 기존 러닝슈즈 '육왕'을 기획하고 개발했습니다. 지면을 붙잡는 독특한 감각과 기능성을 겸비하여 기존 러닝슈즈에는 없는 착화감을 구현했습니다. 인간 본연의 주법인 미드풋 착지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부상당하지 않는 주법이야말로 승리를 향한 최단거리입니다. 괜찮다면 한번 시험해주시겠습니까, 수정 사항이 있다면 모기 씨가 납득할 때까지 고쳐나가겠습니다. 아무쪼록 잘 부탁 드립니다. -고하제야, 미야자와 고이치]

반건양근건 부분 손상과 왼발 발목에 있는 힘줄 손상을 입은 마라톤 선수 '모기'는 기존에 고수 했던 주번이 아닌 <육왕> 신발에 맞는 주법을 연습하기 시작한다.

'부상당하지 않는 주법이야말로 승리를 향한 최단거리'

후원이 결정된 선수에게는 러닝슈즈가 무상 지급되고, 올림픽 출전을 앞 둔 정상급 선수에게는 족형을 떠서 발 모양이나 발등 높이, 디자인까지 맞춤 제작 신발을 제공한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뛰는 마라톤 대회에서 육상 선수들에게 신발을 후원하는 업체는 동종 업계에서 1위와 2위를 다툴 정도로 뛰어난 제품이여야 하고 후원한 선수가 상위권 순위에 들게 되면 그 회사는 세계에서 주문이 쏟아지게 될 것이다.

회사는 선수들과 함께 달리며 선수가 경기 중에 부상을 당해도 기록이 이전 보다 나오지 않아도 신발을 신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고하제야는 마라톤 시장에 내놓을 신발 <육왕>을 만드는데 필요한 소재개발, 자금충당, 직원들의 피,땀, 눈물을 모아 마침내 선두주자이자 감히 넘볼 수 없었던 대기업 '아틀란티스'를 누르고 최고의 런닝화 '인간 본래의 주법'으로 달릴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낸다.

마라톤의 출발 지점에 선 선수들의 마음은 똑같다.

-무사히 레이스를 완주 할 것

-자신의 기록을 뛰어 넘을 것

그리고 대회 우승자로 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다.

인생의 좌절을 맛본 마라톤 유망주 '모기'가 <육왕>을 신고 달린다.


[모기는 하코네역전마라톤에서 달렸을 때, 흥분과 설렘으로 몸이 떨리던 그 감각을 절실히 떠올렸다. 대학 역전 마라톤의 화려한 무대 이후 삼 년, 좌절하고 꿈도 희망도 잃어본 자신에게 이제 무서운 것은 없다.]

자, 이제 역전 마라톤 대회 출발로 부터 남은 시간은 3시간 29분

드디어 <육왕>의 치열한 싸움이 시작되고 모기는 맨발로 달리듯 육왕을 신고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역전 마라톤 지역의 최대의 고비 구간 '6구간' 고저차가 심하고 구불 구불한 도로를 속도감 있게 질주 하면 우승의 빛이 보일 것이다.

'육왕에 담긴 것은 러닝슈즈로서의 성능만이 아니다. 개발에 종사해온 사람들의 꿈, 모두의 꿈이 이 한 켤레에 응축 되어 있다.'

바람의 세기가 급격하게 바뀌더니 5킬로지점을 지난 모기의 등을 향해 몰아 붙였고 모기는 바로 앞 선수를 추월 하지 않고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 하고 달린다.

언덕을 넘자 땅은 급강하듯 미끄러지더니 모기의 발에 바람의 세기에 맞춘 속도감이 붙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선두 그룹을 앞 지른 모기는 드디어 수백명의 함성 소리가 들리는 그곳, 결승점을 통과 한다.

언제 망해도 어떤 은행도 구제해주지 않았던 고하제야가 생산한 신발 <육왕>

새해 역전 마라톤 대회에서 육왕을 신은 모기가 1등 메달을 목에 걸었다.

백년의 세월 동안 오로지 하나만 고집했던 고하제야가 새로운 시대의 조류에 성공적이게 올라타자 경쟁 업체의 반격이 시작된다.

동종업계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대기업의 서슬퍼런 반격에서 과연 영세업체인 고하제야가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아무리 주문이 쏟아져 들어와도 자금력이 부족한 영세업체들은 대규모로 제품을 생산할 여력이 없다. 마음껏 늘릴 수 도 없고 적극적으로 협력 업체에게 손을 내밀지 못한다. 후원을 계속하려면 결국엔 설비에 투자를 해야 하고 그러면 또다시 빚을 지게 되어 매달 늘어나는 이자를 갚아 나가면서 생산 기계를 돌릴 수 없다.

게다가 마라톤 선수들에게 엄청난 후원을 퍼 붇는 대기업의 공세에서 영세 업체들은 낄 자리 조차 없다.

대기업은 첨단장비를 동원해 런닝화 개발에 나서고 육왕에 쓰인 신발 밑바닥 소재 특허인 '실크레이' 기술을 가로채서 런닝화 천을 대주던 중소기업에게 육왕을 생산하는 ' 고하제야'와 거래를 끊게 만든다.

고하제야는 세계적인 아웃도어 생산 업체에게 생산 설비 지원을 받는 대가로 자회사로 들어 갈지 아니면 대기업의 손아귀에 먹혀 버릴지 또 한 번 막다른 운명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전통을 고수 하는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 고하제야는 시장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망하는 건 한 순간이지만 자고 나면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은 사라지지 않는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기술력을 가진 영세업체가 대기업을 상대로 시장에서 경쟁해서 살아 남는 경우가 거의 없다.

마라톤 경기에서 타인의 페이스로 달리는 것 자체가 엄청난 모험이지만 그렇다고 지난 번 실패를 했던 자신의 주법과 페이스를 지키기만 해도 승리의 고지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육왕>을 신고 복귀전을 뛰는 모기 히로토 선수

그가 통과한 결승점은 <고하제야> 기업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어 모기 히로토 선수가 피와 땀, 눈물을 흘리며 달렸던 승리의 레이스는 고하제야 기업을 이끄는 미야자와의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 된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오더라도 승리를 믿고 정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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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3-02 02: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거 몇해 전에 드라마로 봤어요 드라마 제목만 봤을 때는 <육왕>이 뭔가 했어요 며칠전에 책방에 갔더니 이 책이 보이더군요 그때는 언제 나왔는지 몰랐는데 나온 지 얼마 안 됐던 거였네요 전통을 지키는 것과 지금 시대를 반영하는 것, 두 가지를 섞기 어렵겠지요 이 책을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에 기계가 아닌 사람이 했을 때 훨씬 잘 만들었다는 게 나왔던 것 같네요


희선

scott 2023-03-02 11:34   좋아요 2 | URL
육상의 왕 ㅋㅋ
그신발 신으면 달리기 속도가 좋아진다고 하네요
드라마는 비지니스계 선악대결
힘을 모으고 정직하게를 외치는 교훈 드라마😄
원작도 좋고 드라마도 재밌어서
한자와 나오키 팬으로 이분책은 즐겨 읽고 있습니다 일본도 더이상 대를 잇는 장인 정신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곳도 여기도
인구 소멸 시대

어쩌다냥장판 2023-03-02 2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은 많이 봤던거 같은데 신발을 뜻하는 거였군요 순간 읽으면서 다친 모기가 신고 달린다고? 그랬다가 ㅎㅎ 사람이름이 모기인것도 재밌네 했네요
재밌을것 같아요 ~~ 드라마로도 나왔다면 인기가 많았겠는데요

scott 2023-03-02 23:33   좋아요 1 | URL
육상의 왕!
육지의 왕! ㅎㅎㅎ

일본인들에게 모기는 울 나라 모기가 아닝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