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9.19 개봉 / 18세 이상 / 113분 / 공포,스릴러,SF / 영국,미국
감 독 : 대니 보일
출 연 : 킬리언 머피(짐), 나오미 해리스(셀레나), 메간 번스(한나), 브렌단 글리슨(프랭크)
세상이 분노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한 영장류 연구시설에 무단 잠입한 동물 권리 운동가들은 여러 대의 스크린을 통한 폭력 장면에 노출되어 있는 침팬지들이 쇠사슬에 묶여 있거나 우리에 갇혀 있는 것을 발견한다. 침팬지들이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경고를 무시한 채, 동물 권리 운동가들은 그들을 풀어주게 되고, 그 즉시 감염된 동물들로부터 피의 공격이 시작된다.
분노 바이러스가 유출된 28일 후,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었던 짐이 런던의 한 병원에서 깨어난다. 텅 빈 병원에서 어리둥절하며 밖으로 나온 짐은 런던 시내 어느 곳에서도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자 경악한다.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사람들을 찾아 거리를 헤매던 짐은 성당에 들어갔다가 겹겹이 쌓여있는 시체 더미를 발견한다. 짐이 다가오는 신부에게 말을 걸려는 순간, 두 눈이 핏빛으로 물든 신부와 감염자 무리들이 그를 뒤쫓는다. 필사적으로 달아나던 짐은 또 다른 생존자 셀레나와 마크의 도움으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다. 그들로부터 영국을 완전 황폐화 시킨 후, 전 세계로 퍼졌을 바이러스의 재앙을 알게 된 짐은 혹시라도 무사할지 모를 가족을 찾아 갔다가 오히려 감염자의 공격을 받고 마크를 잃는다.
또 다시 은신처를 찾아 방황하던 짐과 셀레나는 어느 빌딩에서 프랭크와 해나 부녀를 만나고 그곳에서 생존자들을 안전하게 지켜주겠다는 무장 군인의 방송을 듣는다. 이에 마지막 희망을 건 네 사람은 헨리 소령을 찾아 맨체스터로 향한다. 하지만 감염자들의 공격보다 훨씬 더 끔찍한 사태가 그들을 덮쳐오기 시작하는데...
*
혼수 상태에서 깨어난 뒤 사람들을 찾아 거리를 배회하는 짐의 몰골과 같이 을씨년스러운 텅 빈 런던의 거리를 찍는 것은 언뜻 듣기에 미친 짓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800만 이상의 인구 외에도 수 천 명의 관광객이 드나드는 런던을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는 상태의 황폐한 도시로 만드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 상상해본 도전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짐이 런던의 버려진 거리를 헤매는 장면은 7월에 촬영되었는데, 촬영은 러시아워 전 여명을 이용해서, 런던의 거리를 막기 용이한 이른 오전에 진행되었다. 7월의 한 주 동안 새벽 3~4시부터 스텝들은 아침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렸다. 촬영이 가능했던 시간은 도시가 복잡해져서 교통 흐름을 방해하기 전인, 한시간이나 두시간의 여유 뿐이었다. 전혀 인적이 없는 웨스트민스터 다리, 모든 상점들이 닫혀 있고, 교통은 멈춰서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곳에서의 촬영은 매우 흥분되는 것으로, 신나면서도 아주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고 대니 보일은 당시를 회상한다. 불가능하게만 보이던 그들의 도전은 황폐하게 버려진 런던을 적막 그 자체로 만듦으로써 대단한 성공을 이루었다.
이 영화의 가장 힘든 일 중의 하나는 적막한 고속도로를 촬영하는 것이었다. 제작진은 일요일 오전 7-9시까지만 촬영을 허가 받았는데, 경찰의 도움으로 양 방향의 교통흐름을 늦추고, 10개의 카메라를 사용하여, 프랭크가 그의 택시를 운전하여 맨체스터로 가는 길의 공허함을 나타내는 1분을 찍어냈다. 대니 보일은 이 장면에 대해 기술적으로는 아주 끔찍한 일이었지만, 아주 환상적이고도 신기한 장면을 얻어냈다고 뿌듯해 했다. 실로 그 장면은 관객에게 온 영국이 황폐화된 것처럼 느끼게 할 것이다.
대본 초기 작업에서부터 디지털 카메라로 영화를 찍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디지털 카메라는 솜씨있게만 다룬다면, 단순히 한 개의 샷이 아닌 정교하고 복잡한 장면들을 얻을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니 보일과 여러 번 작업을 함께 했던 촬영 감독 앤서니 도드 맨틀은 이 영화를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야 하는 유기적인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즉, 이 영화의 포맷이 바이러스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후 황폐해진 도시의 전경을 찍는데 적절하다는 것이었다. 도시인들은 어떤 대도시건 간에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찍는 폐쇄회로로 둘러싸여 있고, 이것이 현재의 우리의 삶을 기록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시골을 잠시 거쳐가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매우 도회적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낮은 조도에서 좀 더 잘 반응하는 디지털 카메라는 폐쇄회로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도시영화-비록 황폐화된 도시이기는 하지만-를 위한 놀라운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디지털 카메라 없이는 영화를 촬영하는 것이 불가능했을 실질적인 이유도 있었다. 이 영화에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텅 빈 런던 장면과 고속도로 장면은 경찰과 지방 정부의 도움 없이는 얻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그들의 협조를 수월하게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함으로써 촬영을 상당히 빨리 했기 때문이었다. 이 장면들을 찍는데 단 6분 안에 촬영을 위한 6대의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었고, 교통 흐름을 한번에 1,2분씩 정지시킬 수 있었다. 이런 작업이 수 많은 주요 지점에서 반복되었는데, 만약 한 장면을 촬영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35미리 카메라로 촬영했더라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들이었다.
또한 디지털 카메라로의 촬영은 좀비를 연상시키는 감염자들의 움직임을 제작진의 의도대로 잡아내는데 한 몫 하였다. 맨체스터에서 TV용으로 2개의 디지털 영화를 만든 경험이 있는 대니 보일은, 어떤 특정한 방법으로 빠른 동작을 녹화할 수 있는 카메라 워크에 대해 발견하였다. 또한,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장면은 우리가 영화 속에서 흔히 예상할 수 있듯 흘러가는 것이 아니고, 스타카토식의 (띄엄띄엄 단편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이로써 대니 보일은 감염자들의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잡아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