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소설 읽는 노인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절판


노인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책을 읽었다. 그의 독서 방식은 간단치 않았다. 먼저 그는 한 음절 한 음절을 음식 맛보듯 음미한 뒤에 그것들을 모아서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읽었고, 역시 그런 식으로 문장이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이렇듯 그는 반복과 반복을 통해서 그 글에 형상회된 생각과 감정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음절과 단어와 문장을 차례대로 반복하는 노인의 책 읽기 방식은 특히 자신의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장면이 나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도대체 인간의 언어가 어떻게 해서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깨달을 때까지, 마침내 그 구절의 필요성이 스스로 존중될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그러기에 그에게 책을 읽을 때 사용하는 돋보기가 틀니 다음으로 아끼는 물건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 책을 접하기 힘들때는 한권의 책들이 소중해서 읽으면 닳을까 천천히 읽은적도 있긴했었는데, 어느순간 넘쳐나는 책들에 둘려 쌓여 제대로 글을 음미하지도 못하고 읽는 저를 발견할때가 있어요. 이 글을 읽으니 왠지 조금은 부족한 그 때가 그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44-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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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장이의 딸 - 상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박현주 옮김 / 아고라 / 2008년 10월
품절


출혈은 30분 후 시작되었다. 배꼽에 통증이 느껴지면서 갑자기 피가 솟구쳐올랐다. 티그너가 배를 때린 건 아니니까 그의 잘못이 아니었다. 나일스 티그너는 주먹으로 여자를 때리는 남자가 아니었고 임신한 여자의 배를 때리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었다. 하지만 피가 흐르면서 소위 유산이 시작되었다. 티그너는 두 사람 몫으로 잔에 버번을 따랐다.
"다음번에는 지킬 수 있을거야."

=> 이 대목을 읽는데 소름이 쫙 끼치네요. 레베카가 모든 잘못을 자신에게 돌리는 듯한것도 싫었고, 저 남자의 뻔뻔한 답변에도 진저리가 쳐집니다.-4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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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 게임 헝거 게임 시리즈 1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0월
구판절판


'피타는 착하기 때문이야. 착한 사람이라, 나에게 빵을 주었던 것처럼'
그런 생각에 나는 갑자기 걸음을 멈춘다. 착한 피타 멜라크는 나에게는 못된 피타 멜라크보다 훨씬 위험한 존재다. 착한 사람들은 내 망므속으로 들어와 뿌리를 내리는 성향이 있다. 피타가 내게 그런 사람이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가는 곳에서는 그래서는 안돼.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순간부터 빵집 아들과 엮이는 일을 최소화해야겠다고 결심한다.

-> 그리고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도 큰 차이를 가지겠지요.-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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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설백물어 -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7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금정 옮김 / 비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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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참 서글퍼. 그 노파만이 아니라고. 너도 나도, 인간은 모두 같아. 자신을 속이고 세상을 속이면서 가까스로 살고 있는 거라고. 그러지 않으면 살아있지 못해. 더럽고 악취 풍기는 자신의 본성을 알면서도 속이고 어르면서 살고 있는거야. 그러니까..."
"무리하게 쥐어흔들고, 찬물 끼얹고, 볼때기 때려서 눈을 뜨게 해봐야 좋을 것 없어. 이 세상은 모두 거짓투성이야. 그 거짓을 진실로 착각하니 어딘가에서 무너지는 거야. 그렇다고 눈을 떠서 진짜 현실을 보게 되면 괴로워서 살아가지 못해. 사람은 약해. 그러니까 거짓을 거짓으로 알고 살아간다. 그것밖에 길이 없는 거라고. 연기 피우고 안개속에 숨으며 환상을 보고, 그래서 만사가 원만하게 수습되는 거라고. 그렇지 않나?"
우리의 인생은 꿈같은 게 아닐까.-5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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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는 혼자다 1
파울로 코엘료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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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은 엿새만에 세계를 창조했지. 그런데 세계란 뭐지? 그건 당신이나 내가 보는 것들이. 한 사람이 죽을 때마다 우주의 한 부분 역시 죽는다고 할 수 있지. 한 인간이 보고 느끼고 체험한 모든것들이 그와 더불어 사라져버리는 거야. -40쪽

노란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오랫동안 서서
풀숲으로 굽어드는 길을
바라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많이 나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으니까
걸어야 할 길이라고 생각했던 거지요
그 길을 걸으면 결국 그 길고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고 간 발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을 남겨두었습니다.
길은 길과 맞닿아 끝이 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먼 훗날 나는 어디에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1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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