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가 났어요." 비닐봉지에 들어 있는 가지를 들어 보이며 내가 말했다.
"그렇군, 딱하게도 아가씨가 해냈군."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 뿌리가 아가씨에겐 골칫거리가 될 거요. 아가씨를 지금 그 상태로 묶어둔 채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게 할 테지. 식물들은 자기힘으로 옮겨갈 수 없기 때문에 뿌리를 필요로 하는 거라오. 뿌리는 식물이 바람에 떠밀려 사방으로 날아가는 걸 막아주니 식물에 큰 기여를 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우리 인간들은 의지대로 어디든 갈 수 있기 때문에 인간에게 뿌리는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쓸데없는 존재인 거야. 대개 우리 인간들은 한곳에 매여 있길 원하지 않는다오. 하여 우리는 이동하고자 할 때 뿌리를 떼어내야 하는데 그러면 상처가 되니, 결국 현재 있는 바로 그 자리에 눌러앉고 마는거지."-95쪽
달의 바다
달에는 두개의 독특한 영역이 있다. 아주 오래된 고지와 이보다 더 나중에 형성돼서 좀 더 매끄러운 바다maria가 그것이다. 여기서 바다란 운석이 달 표면에 충돌하면서 생긴 구덩이들로 형성된 것을 말한다.
하지만 달의 바다와 괄련된 가장 흥미로운 점은 따로 있다. 우주비행사들과 물리학자들이 이 달의 바다에 붙인 이름들을 살펴보면 대단히 매혹적이다. 그중 몇가지만 추려보면 고요의 바다, 평온의 바다, 다산의 바다, 폭풍의 바다, 평화의 바다, 그리고 구름의 바다 등이 있다.
달의 바다에는 이렇게도 낭만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이름들을 붙였으면서 왜 지구의 바다에는 흑해, 홍해, 북해 또는 발트 해 같은 이름들을 붙였을까?-19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