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크면 아빤 할아버지가 되는거야?"

"어... 네가 커서 아이를 낳으면 아빤 할아버지가 돼."

내가 커서 아빤 할아버지가 되었다. 
살아왔으면서도 익숙할 만도 한데
우리의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것을 의식할때면
여전히 낯설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한 것 같은데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무었일까.
나는 아빠한테 묻지 않고, 딸에게 묻는다. 
"오늘 누구하고 놀았어?" "간식은 뭐 먹었어?" "선생님한텐 혼나진 않고?"

'어떻게 그 긴 시간을 견뎌왔어요?'

우주배경복사가 우주의 기억을 영원히 간직한 채 떠도는 건
아마도 시간은 흐르는 듯 멈춰 있고자 하기 때문이 아닐까.

딸은 오늘도 묻는다. 

"바질이가 잎이 다 떨어졌어."
"할아버지가 되서 그래. 대신 씨가 주렁주렁 매달렸지. 심으면 내년에 또 자라"

하필 바질은 한해살이여서 매년 심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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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에 칼을 댈 때는 세 가지 목적이 있다.

증거를 없애 완전 범죄를 꿈꾸거나

사인을 명확히 하기 위해 또는

먹으려고...........

동일한 행동에서 인간을 대하는 태도는 명백히 드러난다

인간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목적이 금기된 행위의 결과로 그대로 이어지는 이 사태가 화가나고 안타까운 것은 

합법적으로 절차를 밟는데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점이다. 

문명이 남긴 수 많은 흔적들을 모조리 부정하고, 

'심폐정지'라는 '자연사'로 만드는 행위는 지극히 종교적이기 때문에 가능한걸까.

권력에 대한 맹종,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절대적 권력의 독선.

너의 죽음이 합당한 이유로써 '자연사'로 선택되고, 

죽어 마땅한 시민으로 낙인을 남기는 기계적인 프로세스를 비추는 

너무나도 또렷한 UHD시대에 인간의 존엄은 보이질 않는다. 


살겠다고 거리로 나섰다가 물대포에 빼앗긴 모든 것들에 대한 책임과 처벌이

어렵다면...

우리가 어찌 문명사회에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인을 알고서 칼을 댄다는 건 박근혜식 부관참시다.

자연사에 가까울 수록 망각은 빨리 찾아온다는 것을 잘 아는 그들에게서 

칼을 빼앗아야 한다.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범죄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백남기 농민의 사인은....

민주주의 훼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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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슬립이 넘쳐난다.

영화, 드라마, 소설, 애니메이션 등 많은 장르에서 흔해빠진 단골 소재가 되었다.

연출, 시나리오 작가 그들이 여기에 빠져서 마구 쏟아내는 거 같다. 

유행이지만, 매력이 있다. 


뭐 그럴수 밖에

삶을 원하는데로 이끌어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이브, 로드.... 세이브 로드...  

방향성이 없는 삶에 무결한 인생을 꿈꾸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불행의 싹을 뽑아버리기 위한 분투기에 

몰입하기에 충분한 추리 요소와 스릴있는 전개가 아주 좋다. 


영화로도 제작된 것 같은데... 일본은 애니,만화책,영화... 다 만드는게 기본 패키지인갑다. 



파고든다는 건, 상처를 알아가는 것... 

아동학대, 유괴, 살인 ... 무거운 주제의 애니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난 사건들과 많이 오버랩도 되고

여운도 많이 남는 애니이다. 


돌이킬 수만 있다면 돌이키고 싶은 마음 한 켠의 짐이 

저수지 바닥에서 갑자기 올라온 그 무언가처럼 느껴진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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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혹은 개인에게

기억의 빈자리는 풍경처럼 현재를 지나치기에 늘 남겨져왔다.

장대한 인류의 역사에 우리가 알고 싶은 것들은 무엇일까.

무엇을 채워넣고 싶었던걸까..


단순하지만 과하게 위대해진 인류에게 

앞으로 다가올 기억의 빈자리에 우리는 어떻게 남겨질 것인가.. 

무엇을 채워넣고 있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철학적인..

장르로 따지자면 SF영화라는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실험성이 돋보인다.


다만 영화로써 심심하다는거... 

장르를 잘못 만났군.. 이건 연극이다. 


공간, 인물, 상상력, 심리 변화와 갈등을 표출하는 방식에 있어 

연극이라면 아주 훌륭했을 듯 싶다.




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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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6-11-13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The man from earth ..
몇해 전 연극으로 만났어요.. 너무나 매력적인 작품..

라주미힌 2016-11-15 21:06   좋아요 0 | URL
부럽습니다 ㅎㅎ
 

"어찌하여 너희는 당황하느냐?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을 품느냐?

내 손과 내 발을 보아라.

바로 나다.

너희가 보다시피 

나는 살과 뼈가 있다"



- 이거 역설이다. 

실재인지 아닌지 살과 뼈를 만질수나 있을까.. 보다시피 

우리는 두려움과 공포에 쩔어 있는데, 보인다 한들 만져보지도 못하잖어.. 


악마를 알아 볼 수 없다면, 신도 알아 볼수가 없으며,

거짓을 모르면, 진실도 모른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그러니깐 명대사가 된 것이고, 

결론은 곡소리 나는 수밖에;;;; 



- 이야기를 관통하는 줄거리는 초반에 보여주는 낚시바늘에 미끼를 끼우는 장면으로 설명이 된다.


동네 귀신이 던진 미끼,

외국귀신이 물고 온 미끼,

무당이 깔아놓은 미끼,


의심하였기에 미끼에 걸려들었고,

의심하였기에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감독이 베베 꼬아놔서 세부적인 이야기의 구조가 좀 애매한데.. ... 


누가 누굴 공격하고 미끼를 물었는지는 아직도 햇갈림.. 여러번 봐야할듯.

토종귀신은 일본귀신 잡을라고 곽도현을 이용한거 같고

무당은 돈벌이 때매 귀신들과 인간 사이에서 줄타기 하는거 같고... 

일본귀신은 정체를 모르겠음... 그냥 떠도는 귀신?  

누가 더 악마적인가, 악마성의 다면을 보여주려고 이런건가

곽도현마저도 시체를 유기하는 것을 보면 악마성은 평범을 내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토종귀신과 외국귀신의 영역다툼이 토종귀신이 수호신처럼 비춰지게 한 점.. (이스라엘 수호신마냥)

믿음으로 무장된(믿을 준비가 된) 천주교 신부가 악마에게 믿게끔 보여달라는 씬 하며,

무당은 돈벌이에 샤머니즘을 이용하고, 뭔가 악마하고도 끈이 연결된 듯한 복선과 반전을 보여주는거 하며

(악마처럼 사진 찍고 다니고, 똑같이 훈도시도 하고 ... 등등 둘이 별 차이가 없어보임 ) 

마지막으로 환각을 일으키는 독버섯도 의심스러움.. 병원 tv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는데..

뭐.. 이건 그냥 트릭같음. 


선과 악의 구분으로 캐릭터를 설명하면 안되는 설정들이다. 

온갖 종교에 대한 감독의 시선이 느껴지며, 인간을 이루고 있는 믿음과 의심, 두려움, 공포의 감정에서 방황하는 인간의 태도에 신비주의를 심어놓은거 같다. 


국내영화 중에 이렇게 완성도 높은 오컬트 영화는 처음 봤다.... 

우리나라에 이런 감독이 있었나 하는 놀라움... 

신비주의가 메인 사상같은데.. 관련 지식이 빈약해서...뭐라 하긴 그렇고.. 

하여간 한줄로 줄이면 이 영화는 

관념과 실재가 비틀어져서 내는 소리가 곡성이 되고 영화가 되었다. 




근데 이 영화의 치명적인 문제점은.. 음향이 똥....

대사가 안들림... 기술이 문제인건지 배우들이 문제인건지.. 

사투리를 쓰지 말든가.. 지방이 배경이랍시고 사투리에 너무 집착하는듯.. 



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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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6-06-27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대사 부분은 아쉬웠어요.
오컬트 쪽으로 지식이 없어서 진~짜 재미있다 그런건 아니었고 개연성과 짜임새 위주로 영화를 보다보니 허술한 느낌이 있었지만 이런 영화를 볼 수 있다는게 좋았어요. 뭐랄까, 웰메이드 말고 감독 맘대로 만들어도 좋은 영화랄까. 아가씨, 비밀은 없다도.

오컬트 전문가들의 상세하고 재미있는 감상평이 있던데. 페북으로 본거라 링크를 찾기가 어렵네요.

라주미힌 2016-06-29 12:59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네용 ㅎㅎ
이런 장르는 호불호 갈리는 영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