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로서의 질병 이후 오퍼스 9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2년 12월
품절


'역병'은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질병들을 지칭하는 일반적인 명칭이었을 뿐만 아니라 집단적 재앙, 악, 천벌을 나타내는 최고의 본보기로 오랫동안 은유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따라서 역병이라는 은유는 질병이란 기꺼이 그 고통을 받아내야만 하는 그 무엇이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2쪽

결핵의 은유는 심리적으로 좀더 자각적이고, 좀더 복잡해진다는 것의 가치를 긍정하는 데에 쓰였다. 그에 따라, 건강은 진부하고 천박한 무엇이 되어버렸다. -44쪽

사람들은 의복을 둘러싼 새로운 관념, 질병을 대하는 새로운 태도를 통해 자신의 재산과 신분을 드러냈던 것이다. 의복(신체 밖을 둘러싸는 외피)과 질병(신체 내부를 감싸는 일종의 장식)은 자아를 대하는 새로운 태도의 비유가 되기 시작했다.
...

이처럼 결핵이 낭만화됐다는 사실은 자아를 하나의 이미지로 드러내는 독특한현대적행위가 만연하게 됐음을 알려주는 최초의 사례이다. -47쪽

심리학적인 설명은 사람들이 사실상 거의 또는 전혀 통제할 수 없는 경험이나 사건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심리학적인 이해는 질병의 '실체'를 훼손시킨다. -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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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09-08-17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아프님에 이어 라님까지...수잔 손택을 읽고 있다라...ㅎㅎ

마늘빵 2009-08-17 09:04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도 읽고 있다눈...
 
진보를 연찬하다 - 이남곡의 진보 이야기
이남곡 지음 / 초록호미 / 2009년 4월
품절


욕망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욕구의 질을 변화시키는 것이 인간이 지향할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89쪽

연찬이란 상대를 향해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진리를 향해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 '누가 옳은가'를 다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함께 찾아가는 것이다. -166쪽

궁극적으로 공동체주의는 집단주의와 개인주의가 서로 혼재하면서 타협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 집단주의와 개인주의를 넘어선, 또한 그 대립을 넘어선 전혀 새로운 질의 사회의 구성 및 운영원리를 의미한다. -2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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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9-08-16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욕망의 다양화도 추가하고 싶고..
2. 진보랑 연애랑 비슷하네.. ㅋㅋ
3. 잘 모르겠다. 변질되기 쉬운 '곳'일 수도 있다라는 생각이..

2009-08-17 0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큐리 2009-08-17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도덕교과서 같은데요....어쩜 우리가 필요한건 그런 기초일런지도...
 
로쟈의 인문학 서재 - 곁다리 인문학자 로쟈의 저공비행
이현우 지음 / 산책자 / 2009년 5월
품절


소설가의 문체는 적당히 아름다워야 한다. 다르게 말하면 적당히 지저분해야 한다. 그것이 '산문적 일상'을 묘사/기술하는 것이기에 그러하다. 즉 소설가가 자신의 얼굴, 필체, 문체를 갖는 건 바람직하며, 동시에 좋은 소설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긴 하지만, '너무 아름다운 문체 여서는 안 되다. (<내겐 너무 예쁜 당신>이란 프랑스 영화의 문제의식이기도 한데 '너무 아름다운 여자'는 아내로서 적합하지 않다. 결혼생활은 '산문적'이기 때문이다.)-82쪽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요구는 폭투처럼 컨트롤이 안 되는 요구다. 근본적인 변화라는 건 아무도 정의/규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것은 '와일드'하며 '정의'를 닮았다. 단 그것이 '근본주의'에 붙들리지 않는 한 말이다. 하지만 '폭투로서의 정의'가 힘을 갖기 위해서는,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혹은 위엄을 내세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해야 한다. -110쪽

우리는 그릇된 '폭력적분출'과 진정한 '혁명적 돌파'라는 기적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미리 가질 수 없습니다. 기적은 오직 이전의 실패의 반복을 통해서만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그렇기 때문에 폭력이 혁명적인 저잋 행동의 필수적인 구성 요소인 것이죠. 만약 혁명에서 이러한 과잉을 제거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혁명 없이 혁명을 얻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폭력이라는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혁명적 폭력', 곧 진정한 해방적 행위로서의 폭력이란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341쪽

반세계화 운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자명한 듯이 말하는 '자유와 민주주의'에 태클을 걸어야 합니다. 즉 자유민주주의가 자본주의적인 사적 소유 없이는 존립할 수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우리는 진정으로 반자본주의적으로 될 수 있습니다. -343쪽

우리가 정작더 무서워할 만한 것은 '무관심'이 아니라 '관심'이고 어짊'이다. (사랑이란 이름의 폭력이다). 우리의 울부짖음을 불쌍히 여겨 설혹 한천사가 우리를 껴안아준다고 해도 문제는 우리가 그걸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
사랑이란 '연약한' 우리가 견뎌내기에는 너무 강한 정념이기 때문이다.'
.....
그건 '진리'나 '복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맨정신으로 대문자 '진리'를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그런 '진리'를 견딜 수 있을까? (살아남는 일은 많은 거짓말을 필요로 한다'는 말이 공연히 있겠는가)
......
'공포와 전율'을 느끼지 않으면서, 그래서 기절하지 않으면서, 그 숨 막힐 듯한 '믿음'에 질식사하지 않으면서, 정말로 견딜 수 있는 것인지? 해서, 밥 먹듯이 기도하는 사람들을 나는신뢰하지 않는다. (그건 믿음이 아니라 일상이거나 비즈니스일 것이다) 왜냐고?

"내 울부짖은들 천사의 열에서 누가 들어주랴.
설혹 한 천사가 있어 갑자기 나를 가슴에 껴안는다 해도,
그 강한 존재로 말미암아 나는 스러지고 말리라. " 릴케 -403쪽

나는 책들의 성좌, 문학과 사상의 '지도를' 작성하는 데 취미가 있다. -414쪽

인문은 '사람의 무늬'란 뜻도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 인문학의 책임은 우리가 '무늬만 사람'인 이들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너나 할 거 없이 기본적으로 많이 읽어야 하며, 제대로 읽어야 한다. 그럴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것이 중요하다.
.......
프랑스 시인 르네 샤르는 시를 '영혼의 끼니'라고 불렀는데, 나는 그러한 끼니로 '비만한' 영혼들을 좋아한다. -4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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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09-07-13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고도 리뷰 쓰리가 엄두가 안나는 1인...ㅎㅎ

라주미힌 2009-07-13 10:55   좋아요 0 | URL
밑줄긋기로 때워야죠 뭐. ㅋㅋㅋ
 
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7
김두식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구판절판


불경스러운 대중과 모든 것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키기 위해 어마어마한 투쟁을 겪어온 비판적 비판주의는 마침내 고독하고 신을 닮았으며 자기만족적이고 절대적인 존재로 되는 데 성공했다. -146쪽

왜 평판이 중요한지에 대해서 "결국에는 모두가 다 변호사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
검사장이 되면 빛이 나고 명예도 있기는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변호사가 되었을 때의 몸값이 높아지고 이후의 삶에서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163쪽

오로지 자기 욕망 하나에 의해서, 수년에 걸쳐서 자기를 채찍질해서 결국 거머쥔 합격증이니까 저는 그것 자체가 인간성의 파괴, 어떤 조직적인 파괴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221쪽

결국 자본주의사회에서 양극화는 왜 일어나느냐? 사실은 메리토크라시 때문에 일어나느 겁니다. 메리토크라시의 중심에는 시험중심의 사회가 있는 거거든요. 머리 좋다고 해서 더 많이 밀어줘야 된다는 그 발상부터 깨지 않으면 양극화는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메리토크라시의 표본이 뭐냐면 지금 사법시험이에요. 결국에는 시험 하나로 팔자 고치고, 다른 사람들은 거기에 다 희생해야 되고, 전체적으로 보면 그 몇천명을 위해서 온 국민이 다 희생을 해야 되고 힘들ㄹ어지고.... -2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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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깊다 - 서울의 시공간에 대한 인문학적 탐사
전우용 지음 / 돌베개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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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생산 기능을 갖추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설령 갖춘 곳이 있었다 할지라도 그 생산물들은 대부분 도시 안에서 소비되어버렸다. 도시는 농촌으로부터 생산물과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25쪽

삼성종로타워. 도시 공간에서 랜드마크 구실을 하고 있는 대형 건물들은 모두 자신을두드러지게 표현하기 위해 장식을 사용한다. 한국 자본주의의 대표주자 삼성을 상징하는 이 건물은 공간을 '낭비'함으로써 역석적인 장식성을 표현하고있다. 이 건물은 그 자체로 '낭비'와 귀족적 소비가 동일시되는 현대 자본주의의 상징물이다. -96쪽

17세기 중반부터 서울 문체와 시골 문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서울의 경화 자제들은 시골 유생들이 배우기 어려운 새로운 문체를 배웠고, 출제자들은 그에 합당한 문제를 냈다. 서울 선비들은 사륙문을 새로 익혔으나 시골 선비는 그를 제대로 배울 방법이 없었다. 이렇게 해서 경화거족들은 자기 자식들에게 합법적으로 정당하게 급제할 수 있는 길을 넓혀주었고, 그럼으로써 자기들만의 서울, 자기들만의 나라를 만들어갔다. 정교하게 고안된 과거와 전고의 여과장치를 거치면서 '명가의 자제는 날 때부터 다르다'는 생각이 퍼져나갈 공간도 넓어졌다. -101쪽

신분제를 사회 운영의 핵심 원리로 간직하고 있던 중세도시에서,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신분을 가리키는 표지를 달고 다녀야 했다. 그러나 그 중세성이 해체디어가면서 도시는 이제 '익명성의 공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 중략 .....
시전 상인들 역시 중촌에 살아 스스로를중인으로 치고 있었는데, 정체불명의 사람을 대하면서 호칭에서 먼저 손해볼 수는 없었다. 어정쩡하게 얼버무리는 존대가 만들어진 것은 그런 심사 때문이었을 것이다. -144쪽

길을 새로 내거나 어떤 구조물을 새로 짓거나 하는 일은 결국 그 안에 살고 그 안에서 왕래하는 사람들의 사고와 태도를 지배하는 효과를 낳는다. '민감한 권력'은 이 효과를 간과하지 않는다. .... 도시 공간은 그 위에서 살아가는 주민과 권력 사이의 관계를 드러내고, 권력이 주민을 통제하고자 하는 방향을 나타내준다. -194쪽

마르크 블로흐가 말한 대로 중세의 농민들은 시간에 무관심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는 굳이 시간이 아니더라도 복종해야 할 대상이 너무 많았다. -228쪽

치명적인 전염병에만 천벌이라는 이미지가 붙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사소한 질병도 대개는 죄와 관련된 것으로 이해해왔다. 나태,불결,음란,탐욕,흡연,음주 등 개인의 악덕은 신체의 균형을 깨뜨리기 때문에 위험한 것이라기보다는 신의 뜻에 위배되기 때문에 나쁜 것이었다. 그 때문에 불과 수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병자와 죄수를 같은 부류로 취급했다. -245쪽

현대 의학에서 질병은 '아픈 상태'가 아니라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현대인들은 자기 몸에 대한 포괄적 판단 권한을 의학에 양도한사람들이다. ... '염병할'이 지독한 저주에서 가벼운 '상소리'로 지위가 급락한 것은 이 모든 과정과 함께였다. -259쪽

집 밖으로 나온 여성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자신의 '성 정체성'에 어울리는 일을 하는 여성과, 남성의 일을 대신하는 여성으로.
앞의 여성들에게는 대체로 직업 자체에 성을 표현하는 글자가 포함되었고 뒤의 여성들에게는 직업 앞에 '여'자를 첨부해서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하는' 여성임을 표시했다. 산파, 간호부, 전도부인, 침모 또는 식모, 매소부, 유녀 그리고최근까지있었던 가정부나 안내양 등은 순연한 여성 직업이었고, 여의사, 여기자,여선생,여학생,여직공,여점원,여급,기타 수많은 '여..'은 남자 일에 '끼어든' 여자들을 지칭했다.-3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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