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여성의 조직적인 활동이 백인 여성들의 클럽을 모방한 형태로 시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은 그 외의 다른 조직의 형태를 알지 못했고, 노동계급이 자신의 계급적 조직을 만들기에는 여전히 그들은 너무 고통스럽고 너무 가난하니 말이다. 문제는 또한 이런 형태의 여성클럽이 흑인 여성들 내에서도 똑같은 문제 엘리트주의에 직면하는 것도 당연할테다. 시대적 한계라는 말이 그냥 있는게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떻게 시작했느냐가 아니라 이것이 어떻게 해체되고 다음 단계로 진입하는가이다. 


  참정권 운동 역시 여러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데 사실상 중산층 백인 여성들이 노동계급의 상황에 대해서 이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투표권을 얻으면 신세계가 열리리라는 전망을 열렬히 외치지만 노동자 여성들은 투표권을 가진 자신의 아버지,남자형제들의 삶이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매일 보고 있는 것이다. 중산층 백인 여성들이 성차별주의가 계급 불평등이나 인종주의보다 훨씬 억압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야말로 그들만의 주장, 언어일 뿐이다. 인종과 관계없이 노동계급의 여성이 투표권을 요구하는 투쟁에 나서는 것은 이 투표권이 자신의 노동조건과 생존을 위한 수단이 된다는 것을 자각하여야 한다. 


 결국 이는 필연적으로 사회주의적 각종 조직- 노동조함, 노동자 협회, 공산주의자 클럽, 사회당 등-의 등장과 그 영향과 연결되며, 사회주의, 공산주의의 등장으로 투표권운동은 백인 중산층 여성에게서 노동계급으로 확대되게 된다. 또한 걸출한 흑인여성혁명가들, 또는 사회운동가들이 등장한다. 루시 파슨스같은 초기의 공산주의자들은 대부분의 초기 공산주의 운동이 그러하듯이 모든 특수성 - 인종, 젠더를 계급성으로 대체해버리는 우를 범하지만 이것은 루시 파슨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거의 모든 지역에서 거의 모든 사회주의 운동이 초기에 겪었던 오류를 거쳐가는 과정일뿐이다. 엘라 비르 블로어라는 백인 공산주의자 여성운동가에 이르면 이제 공산주의운동은 흑인해방운동과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나간다. 또한 클라우디아 존스에 이르면 가사노동이 주를 이루는 흑인 여성의 직업이 성차별의 주요한 원인임을 간파하고 사회주의가 흑인여성, 흑인 전체, 노동계급 전체를 위한 이론이자 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게 되었다. 


이제 이들은 여성, 인종, 계급운동에서 어떤 새로운 차원을 열어갈 것인가?

점점 흥미로워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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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2-17 01: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뭐든 처음부터 잘 되는 건 아니겠지요 좋은 뜻이어도 잘못된 길로 가기도 하고 그렇게 해서 다음 단계로 가겠습니다 더 안 좋은 길로 가지 않고 올바르게 간다면 좋을 텐데, 올바른 것도 정말 올바른 건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사람 마음이 다르기도 하니...


희선

바람돌이 2023-02-17 22:55   좋아요 1 | URL
뜻이 좋다고 모든 것이 다 용납되는 것이 아니라는걸 여기서도 또 느끼네요. 역사는 어차피 그런 장면의 연속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오류를 피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나의 생각이 다른 사람의 생각과 달라지는 지점을 포착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구요. ^^

다락방 2023-02-17 09: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회주의 뿐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게 그런 것 같아요. 처음 시작은 당연히 우를 범할 수밖에 없고요. 그러나 그것을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한계가 드러났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드러난 한계를 그 다음에는 수정해나가며 점점 완성된 형태를 갖출 수 있을 테니까요.

역시 같은 책 읽으면서 다른 분들의 감상을 읽는 건 너무 재미있어요. 바람돌이 님이 점점 흥미로워진다 하시는데, 저는 바람돌이 님의 글이 그렇다면 또 나오겠구나 싶어 흥미로워 집니다. 훗.

바람돌이 2023-02-17 22:59   좋아요 2 | URL
사회주의가 끼친 영향은 어마어마하고 그 긍정성 역시 이루 말할 수 없는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해요. 처음으로 가난한 자들에게 정말 깨지기 힘든 무기를 쥐어준거니까요. 맑스가 그랬잖아요. 철학자의 임무는 세계를 해석하는게 아니라 변혁하는거라고.... 그러나 그렇다고 그것의 오류 또한 우리는 냉철하게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이 책을 읽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맑스주의자로서 작가 앤절라 데이비스의 한계를 보기도 했습니다. 여성문제는 계급문제나 사회주의의 문제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지점이 분명히 있는데 그 부분은 간과됐거든요. 뭐 80년대 초반의 맑스주의자라면 당연한 한계이기도 합니다만.... ㅎㅎ
 

1890년대는 노예제 폐지 이후 흑인들에게 가장 어려웠던 시기였고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자기 인종의 저항 투쟁에 가담할 의무를 느꼈다. 밀어닥치는 린치의 물결과 흑인 여성에 대한 무차별적인 성폭력에 대한 대응에서 최초의 흑인여성 클럽이 조직되었다. - P203

흑인 여성의 클럽 운동은 단호하게 흑인해방투쟁에 전념했지만 그 중간계급 지도자들은 때로는 안타깝게도 흑인 대 - P210

중에 대해 엘리트주의적인 태도를 취했다. 가령 패니 배리어윌리엄스는 클럽의 여성들을 해당 인종의 ‘새로운 지성이자각성된 양심‘으로 보았다. - P211

노동계급 여성 대중은 임금, 노동시간, 노동조건 같은 당면한 문제에워낙 골몰해서 터무니없이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대의를 위해싸우지 못했다.  - P219

수전 B. 앤서니가 노동계급 가정의 현실에 익숙했더라면절대 이런 말은 못 했을 것이다. 노동계급 여성들이 익히 잘알고 있듯 투표권을 행사하던 그들의 아버지, 남자 형제, 남편, 아들들은 전과 다름없이 부유한 고용주들에게 비참하게착취당했다. 정치적 평등이 경제적 평등에 이르는 문을 열어주지는 않았던 것이다. - P220

어머니, 내가 앨라배마로 돌아가서 작고 낡은 우리 오두막뒤에 있는 목화밭에 나가면 거기 서서 혼자 생각할 거예요.
"캐피톨라, 너 정말로 거기 파리에 가서 그 온갖 멋진 여자들을 만나고 그 온갖 멋진 말들을 들었던 거니? 아니면 네가거기에 갔던 건 그냥 꿈이었던 거니?‘ 그리고 그게 정말 꿈이 아니었다는 게 증명되면, 오 어머니, 나는 앨라배마 방방곡곡에 내가 여기서 배운 걸 전부 떠들고 다니면서, 전 세계여성들이 우리가 남부에서 상대하는 그런 테러를 끝장내기위해, 그리고 전쟁을 끝장내기 위해 어떻게 싸우고 있는지알릴 거예요.  - P246

니그로 여성과 백인 여성의 경제적 관계는 ‘마님 - 하녀‘ 관계를 영속시키고 남성우월주의적 태도에 먹잇감을 제공한다. 그러므로 백인 여성 진보주의자, 그리고 특히 공산주의자들은 잘 드러나든 드러나지 않는 백인우월주의의 모든 표현에 의식적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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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예제가 없어졌다. 그러나 재산이라고는 진정 몸뚱이밖에 없는 그들에게 어떤 초기 정착을 위한 경제적 지원도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그들은 생산과 동시에 빚이 증가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동시에 미국의 법은 그들을 실질적인 노예 상태를 벗어나게 하고싶지 않다. 재소자 임대 제도는 흑인들을 아주 사소산 구실로 체포하게 하고 그들을 다시 농장주들에게 대여되도록 하였다. 실질적으로는 노예제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1890년의 인구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48개 주 가운데 32개 주에서 가사서비스가 흑인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지배적인 직업이었다는 것은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통념과 달라서 약간 충격이었다. 일반적으로 남북전쟁을 남부의 농장제와 북부의 공장제의 대립으로 보고 값싼 공장노동자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으로 보는데, 1890년의 인구조사가 보여주는 것은 통념보다 미국의 자본주의 공장제 공업의 비중이 아직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하다. 그럼으로써 남부의 노예제에서 벗어난 대다수의 흑인들이 다시 농장에서 옛 주인 밑에서 일하지 않는 이상 가질 수 있는 직업은 가사노동- 백인들의 시중을 드는 그런 것들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기서 이제 흑인=노예라는 공식이 흑인=하인이라는 공식으로 대체되는데 실제 흑인들의 처지는 이전의 노예로서의 상황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흑인 여성 가정부를 두고 있는 백인 중산층 페미니스트 여성은 백화점 점원의 노동조건에는 분노하지만 자기 집의 흑인 가정부의 노동조건에 대해서는 알고싶어하지 않는다. 이 장면이 시사하는 바는 나의 주장과 나의 삶이 어긋날 때 그것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안목의 필요다. 나와 나의 가족이 해야 할 노동을 대신하고 있는 흑인 가정부의 삶에 대한 공감능력이 없다면 다른 어떤 공감도 그것이 나의 삶의 편안함을 희생해야 한다면 사람은 누구나 더 이상 진보적이기 힘들다. 

오래 전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지역 여행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에서 저자는 이스라엘의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다들 팔레스타인과의 평화를 바라고 있다고 그래서 이 지역의 평화 역시 긍정적이라고 평해놓은 것을 봤었다. 하지만 내가 그 책의 인터뷰를 통해서 느낀 것은 이스라엘인들이 바라는 평화는 자신의 삶의 어떤 것 -현재의 편안함, 경제적 안정, 사회적 지위 등등 - 양보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신들이 빼앗은 것 어떤 것도 내놓지 않는다면 팔레스타인과 평화협정을 맺고싶다고 말하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진정으로 평화를 말한다고 할 수 있을까? 흑인 여성의 노동이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이든 그것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없다면 페미니즘을 말하는 것도 평화를 말하는 것도 공허하기 이를데 없고, 위선일 뿐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흑인들이 원했던 것은 땅, 투표권, 그리고 학교였다. 해방된 흑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 역시 이 3가지였다. 땅과 투표권을 가지는 것이 불가능했던 흑인들에게 남은 것은 교육이었다. 백인 여성들은 흑인 여성들의 교육을 위한 투쟁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백인 여성들은 자신도 갖지 못한 투표권을 흑인 남성이 가지는 것은 반대한다. 또한 흑인 투표권에 대항하여 여성 투표권을 쟁취하기 위해 문해력을 투표권의 조건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이것은 명백한 인종주의일뿐만 아니라 계급차별이기도 하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누군가를 나보다 못한 상태에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동정하고 돕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임을 여기서 발견한다. 가장 어려운 것은 내가 동정하는 대상이 내가 동정할 사람이 아니라 나와 똑같은 권리를 가진 평등한 인간임을 자각하는 것이다. 이런 부분을 생각하다 보면 오늘날 우리사회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 우리는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된다.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임금을 받아야 하는가? 어느 정도까지 사회적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인가라고 질문하다가 이 질문 자체가 역시 얼마나 인종주의적이고 오만한 것인지를 다시 깨닫는 것이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나의 비공감과 편의주의, 그리고 자기애가 가지고 오는 이런 판단 미스는 실제로 우리 사회의 타자에 대한 폭력을 강화하는데 일조한다는 것이다. 미국 백인여성들의 온정주의적이지만 인종주의적이고 계급차별적인 결정들이 흑인에 대한 무수한 린치, 살인들을 방조하고 오히려 그 폭력들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들을 강화했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나는 흑인 남자가 가능한 모든 행복과 진보를 누리기를 바라지만 앵글로색슨 인종의 성역을 침범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199쪽


 이토록 직접적이고 대범한 인종차별적이고 계급주의적인 언사에 지금의 나를 대입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나는 장애인의 처지가 나아지기를 바라지만 그의 출근길 시위로 내가 더 빨리 집을 나서 출근해야 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이주 노동자는 그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받아야 하지만 그 댓가가 나의 지위나 급여보다 올라가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동성애를 이유로 차별하는것을 반대하지만 나의 아이가 동성애자가 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등등등..... 이 속에 들어갈 수 있는 문장은 무수히 많다. 

때로는 반면교사가 더 힘이 세다. 나의 위선을 바라보는 거울이 일상에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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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2-15 0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인 여성이 가진 생각 한국 사람도 가지기도 하겠네요 한국 사람이라고 하다니... 저도 그렇겠습니다 이젠 한국에 한국 사람만 살지 않기도 하죠 외국인 노동자가 있어서 한국이 돌아가나 싶은 생각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같은 사람으로 생각해야죠 언제나 자신을 되돌아봐야겠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3-02-15 23:38   좋아요 1 | URL
조만간 한국의 인구에서 외국인이 더 많아지는 경우도 예상해야 할 거 같아요. 현재의 인구감소 추세로 볼때 우리 나라도 다인종 다민족국가가 되는게 멀지 않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러면 뭐 큰일 나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이걸 또 전 지구적인 관점에서 보면 또 뭐 그렇게 큰일인가 싶기도 하구요. 그런 문제에서 언제나 나의 관점을 다시 되돌아보는 건 필요하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됩니다.

햇살과함께 2023-02-15 0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부분, 흑인 여성 가정부를 둔 백인 중산층 페미니스트 여성의 모순에 크게 공감했어요!
제가 육아도우미를 고용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당시 가정에서 사용자라는 나의 위치와 직장에서 사용인이라는 나의 위치에 대한 저의 대립적, 모순적 시각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기에..
책을 읽는다는 건 이런 점이 좋은 것 같습니다~!!

바람돌이 2023-02-15 23:40   좋아요 2 | URL
우리는 사실 모두 나의 편안함을 위해 타인의 불편함에 눈을 감는 경향이 다 있잖아요. 이런 것을 자각하기만 해도 우리가 타인을 대하는 태도같은게 달라지리라 싶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이렇게 얘기도 하고 하는거잖아요. ^^

단발머리 2023-02-19 17: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에 대한 리뷰들 중에 이 리뷰가 제일 좋았어요. 바람돌이님 이 책 리뷰들 여러 편 쓰셨는데 그 중에서도 이 리뷰가 최곱니다^^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고요.
비공감과 편의주의, 자기애에 대한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명예의 전당에 영구 보관해야 합니다!!!!!!!

바람돌이 2023-02-25 11:44   좋아요 1 | URL
여러 글들중에서 그래도 공감가는 글이 있었다고 얘기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 이참에 알라딘에 명예의 전당 영구박제공간 하나 만들어달라고 졸라볼까요? ㅋㅋ
이번 달의 책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지만 사실은 모르고 있었던 것들,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더 생각하게 해줘서 저는 참 좋았습니다. 단발머리님의 리뷰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인종주의는 복잡다단한 방식으로 굴러간다. 백인보다 흑인 하인을 더 좋아한다는 말로 자신이 흑인을 칭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고용주들은 실제로는 하인 - 솔직히는 노예-은 천생 흑인의 숙명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 P152

인종주의와 성차별주의는 종종 수렴하고, 따라서 백인여성 노동자의 노동조건은 유색인종 여성의 억압적인 난관에연결되어 있을 때가 많았다. 그러므로 백인 여성 가사 노동자가 받는 임금은 항상 흑인 여성 하인의 임금을 계산하는 데 사용되는 인종주의적 기준에 맞춰 고정되었다. 가내 일자리를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이주 여성들은 흑인 여성 못지않게벌이가 형편없었다. 소득 잠재력에 관한 한 이들은 생계를 위해 노동하는 백인 남자들보다는 흑인 자매들 쪽에 단연 더 가까웠다.  - P153

 이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았다. 여자도, 남자도 땅을 원했고, 투표권을 원했고 "학교를 절절하게 갈망했다"  - P162

교육을 쟁취하기위한 미국의 여성 투쟁사는 남북전쟁 이후의 남부에서 흑인여성과 백인 여성이 함께 문맹과의 전투를 진두지휘했을 때진정한 절정에 도달했다. 이들의 단합과 연대는 미국 역사에서 가장 생산적인 가능성 중 하나를 지키고 공고히 다졌다. - P176

이 결의안은 흑인 남성과 이민자 남성들의 권리와 함께흑인 여성과 이민자 여성의 권리를 호방하게 일축했다. 게다가그것은 해묵은 편의주의 논리로는 더 이상 정당화할 수 없는,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배신을 시사했다. 이 결의안의 논리 안에는 노동계급 전체에 대한 공격, 그리고 의식적이든 그렇지 않든, 인간의 한계를 넘어 무차별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신흥독점자본가들과 결탁할 의지가 은연중에 배어 있었다. - P185

새로운 세기에 접어들면서 중대한 이데올로기적 결합을통해 인종주의와 성차별주의가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되었다.
항상 손쉽게 어울리던 백인우월주의와 남성우월주의가 공개적으로 그 결합을 받아들이고 강화됐다. 20세기 첫 몇 해 동안 인종주의적 사고의 영향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졌다. - P192

나는 흑인 남자가 가능한 모든 행복과 진보를 누리기를 바라지만 앵글로색슨 인종의 성역을 침범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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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휴가 여행 가면서 어차피 밤에 할일도 없는데 뭐 하면서 이 책을 넣어 갔다.

하지만 밤마다 우리는 술도 없이 음료수와 커피와 과자를 앞에두고 수다를 떨어댄다고 역시나 펼쳐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가져왔다. 결국 집에 돌아와서야 다 읽은 책. 

나는 책을 가장 좋아한다고 생각하고싶은데 사실은 여행가서 노는걸 더 좋아하는 거구나...... 

여행가서 책읽는분들 보면서 나도 저거 해봐야지 했지만 아직은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그러고 보니까 생각나네. 

대학교 1학년 때 당시 불법써클 몇명이서 산에가서 책본다고 배낭에 책을 5권인가를 (그것도 벽돌책) 넣고, 그외의 짐도 넣고 계룡산을 넘어가다가 낙오할 뻔 했던거. 그 때 내 얼굴 하얘지면서 눈 돌아가는 거 보고 불쌍하다고 제 배낭 대신 들어주셨던 지나가던 아저씨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책들은 한권도 못보고 밤마다 술만 먹다 왔어요. ㅠ.ㅠ



하여튼 중요한건 잭 리처!

다락방님덕분에 이 시리즈를 보는데 시리즈 딱 중간 8권째에 와서야 주인공 잭 리처가 진짜 좋아졌다. 

물론 앞 시리즈에서도 잭 리처를 좋아했지만, 이번 권에 와서 왜 내가 이 잭 리처를 좋아하는지를 알게되었다는 얘기다. 

이번 편 <어페어>는 과거로 돌아가서 잭 리처가 군대를 그만 두게 된 계기가 되었던 사건을 다루며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그래서 더 그의 생각이랄까 이런게 더 와닿는다.


그동안 시리즈를 읽으면서는 잭 리처는 아무런 소속이 없는 그냥 떠돌이 자유인이니까 당연히 법과 절차보다는 응징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특히 법을 통해 빠져나갈 가능성이 많은 진짜 나쁜 놈들에 대해 바로 응징을 하는 데서는 속시원한 후련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어페어>를 보면서 알게 된건 잭 리처의 그런 면은 그가 조직에 있을 때나 아닐 때나 똑같다는 것이다. 특히 부와 권력을 통해 빠져나갈 여지가 너무 많은 범죄자에 대해 잭 리처는 법과 절차를 따르지 않고 그냥 응징해버린다. 일종의 정의의 칼, 아니고 주먹을 받아랏이랄까? 타고난 범생이로서  주어진 제도의 한계를 못벗어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잭 리처의 활약은 카타르시스 그 자체이다. 좋다. ^^


또한 마초로서의 모든 조건을 다 갖춘 이 사내가 그렇지 않은 것도 너무 좋다. 그가 여성을 대하는 태도, 사랑을 하는 방법도 좋다. 책 중간에 여자 주인공의 입을 빌려 나오는 대사가 있다.


"당연히 아픔이 있었죠. 슬픔과 상실감도 있었고요.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체념이었어요. 늘 있어왔던 일이라는 거죠. 만일 미시시피에서 살해 당한 여성들이 오늘 밤 무덤에서 모두 일어나 시가 행진을 한다면 당신은 두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될 거예요. 아주 긴 행렬이라는 것과 참가자들 대부분이 흑인 여성들이라는 것, 이 지역에서는 가난한 흑인 여성들이 끝없이 살해 당하고 있어요. 부유한 백인 여성들이 살해 당하는 일은 아주 드물어요." -193쪽


 3명의 여성이 살해당했는데 그 앞의 2명의 여성은 흑인 여성이어서 조명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다가 백인여성이 살해되어서야 뭔가 조사를 하고 대책을 세우는 1997년의 사회에 대한 비판, 그리고 그런 사회에 대한 진단이 이 한마디에 나오고, 주인공 잭 리처가 이런 것에 함께 분노할 수 있는 사람이어서 좋다. 


그리고 <어페어>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마지막에 나타나는 잭 리처의 사고방식이다.

오랫동안 몸담았고, 어쩌면 그의 평생의 유일한 공간이었던 군대를 떠나면서도 그는 자유롭다. 


나는 서른 여섯살이었다. 그리고 그 때까지 내가 극히 일부밖에 보지 못한 한 국가의 시민이었다. 갈 곳도 있었고 할 일도 있었다. 도시도 있었고 시골도 있었다. .......내가 원한다면 친구도 있었고 원하지 않는다면 고독도 있었다. 그 모든 곳으로 데려다 줄 도로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나는 그 중 아무 도로나 고른 뒤, 한쪽 발만 차도 위로 내디뎠다. 그러고는 한쪽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490쪽



인생의 어떤 선택에서 이렇게 쿨할 수 있을까? 사실은 이런 태도로 삶을 살고 싶은데 지금도 여전히 나는 작은 일에도 안달복달하고, 미래에 대해서 여전히 과잉걱정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잭 리처의 삶의 태도를 보면서 대리만족과 그와 똑같지는 못하더라고 삶의 온갖 장면들에 일희일비할게 뭐냐 뭐 그런 마음을 또 가져보는데 어쨌든 잭 리처는 이번 편 <어페어>에서 굉장히 멋있었다. 


단양과 제천으로 갔던 겨울 가족여행에서 건진 사진 몇장 투척 하는 것으로 그동안 책 못읽은거 퉁치기. ^^

나는 잭 리처처럼 한쪽 엄지손가락 치켜세우는거 못하고, 남편이가 열심히 운전해주는 차에 실려갔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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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2-14 0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은 혼자거나 저마다 시간을 보낼 때 보기 좋겠지요 바람돌이 님은 식구들과 밤에 이야기하다니 좋으셨겠습니다 그래도 이 책 한권 보셨군요 잭 리처가 멋지게 보였다니, 앞으로도 이 시리즈 보시겠군요


희선

바람돌이 2023-02-15 00:01   좋아요 1 | URL
일상에서는 다들 자기 일 하느라 바쁘니 사실 가족간의 대화는 커녕 같이 밥먹기도 힘들어요. 가족끼리 어쩌다가 한번이라도 여행을 가게 되면 한 방에서 딱히 할 일이 없으니 앉아서 수다를 막 떨게 되는듯요. 이게 가족여행의 좋은점이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이 책은 사실 여행 갔다와서 집에서 늘어져 있으면서 읽었어요. 여행지에서는 펴보지도 못했답니다. ㅠ.ㅠ

다락방 2023-02-14 0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왓 바람돌이 님 찌찌뽕!!
저도 방금 잭 리처 좋다고 페이퍼 썼는데 바람돌이 님도 잭 리처 좋다고 글 쓰셨네요 ㅋㅋㅋㅋㅋ
잭 리처로 하나되는 우리입니다. 뽀에벌!!

바람돌이 2023-02-15 00:03   좋아요 0 | URL
앗 찌찌뽕!!! 저 오늘 오랫만에 출근해서 슬펐어요. 하루종일 바빠서 서재 글도 못읽고.... 곧 읽으러 달려가겠습니다. 시리즈가 계속 될수록 잭 리처 막 좋아져요. 잭 리처 뽐뿌질 막 해주신 다락방님 감사해요. ^^

blueyonder 2023-02-14 0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하늘 사진 정말 멋지네요!

바람돌이 2023-02-15 00:04   좋아요 1 | URL
다른 계절과는 다른 겨울만의 풍경이죠. 겨울 풍경이 굉장히 황량해서 사실 예쁜 사진이 안 나오더라구요. 어쩌다 건진 사진입니다. ^^

은오 2023-02-14 1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어디 갈 때 괜히 가방 무겁게 책들고가서 거의 안 읽고 오는거 너무 공감돼서 빵터졌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혼자 여행가면 읽는데 같이 가는 사람이 있으면 안 읽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ㅋㅋㅋㅋ

바람돌이 2023-02-15 00:05   좋아요 1 | URL
그러고보니 저는 혼자 여행간적이 진짜 없네요. 늘 누군가가 내 옆에 딸려오는.... 귀찮게시리.... 그래서 더더더 책을 못읽습니다. 이젠 안 가져가려구요. ㅎㅎ 그래놓고 다음 여행 가방 싸면서 또 고민하고 있을 제가 훤히 보입니다. ㅠ.ㅠ

책읽는나무 2023-02-15 0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잭 리처도 좋고, 단양 제천 풍경도 좋네요^^
겨울이 따뜻하게 느껴지네요.?
곧 봄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겠죠?
잭 리처의 매력은 이 책에서 진정 뿜어져 나오는군요.

여행가서 책 읽기는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공감 공감 대공감입니다ㅋㅋㅋ
저는 앞부분 몇 장정도 읽어왔던 것 같아요.
그나마 다음 날 새벽에 눈 떴을 때 말이죠.
그래서 낮엔 피곤해서 다크써클 내려와 있구요. 혼자 여행이라면? 책 읽어지려나요?
저도 그래본 적 없어서...ㅋㅋ

바람돌이 2023-02-15 23:46   좋아요 1 | URL
여행기간동안은 사실상 날이 따뜻해서 놀기 좋았습니다. 목련꽃망울이 올라오는 곳도 있더라구요.
2월만 되어도 봄이 오는구나 뭐 그런 느낌이죠. ^^

전 아마 혼자 여행가도 책 못읽을거 같아요. 여행가면 워낙 하고싶은 것이 많아져서 막 산만해져요. ㅎㅎ

햇살과함께 2023-02-15 0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혼자 여행 가면 카페에서나 자기 전에 책을 좀 읽고 오는데,
다른 사람과 같이 가면 책을 거의 못 읽지만,, 그래도 항상 가져갑니다^^
1월에 친구들이랑 여행 갈 때도 책을 가져갔으나 역시 한페이지도 읽지 않았다는.
4일 여행이니 두 권 가져갈까 하다가 한 권만 가져가길 잘했다는 생각 ㅎㅎ
두 분이 이렇게 좋다고 하시니 진짜 잭 리처 읽어봐야겠는걸요?

바람돌이 2023-02-15 23:49   좋아요 1 | URL
전 거의 책을 안가져가다가 요즘에야 한 두권씩 넣어가는데 이제 안가져가려구요.
역시 안읽히는건 안읽히는거야하고 알게 된 시도였네요. ㅎㅎ

잭 리처 시리즈는 일다 재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공이 매력적입니다. ㅎㅎ
그러나 사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는 링컨 라임 시리즈입니다. 이 시리즈는 남녀 주인공 모두가 굉장히 매력적이고, 두 사람의 연애도 너무 너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