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시가 평소에 보여주었던 아이러니로 이 웹사이트는 자신의 부고를 실었다.
그 글은 PONW가 새로운 세대의 예술을 사람들의 집으로 직접 배달했던 날에 대한이야기로 시작하여 이렇게 끝맺었다. 재난이 닥쳤다. 우리의 많은 아티스트들이성공했고, 스트리트 아트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하며 주류 문화로 들어갔다. 우리가 만든예술은 또 다른 상품이 되었다. 우리가 한때 독선적으로 비난했던 미술시장의 일부가 될수 없거나 참여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만두려는 것이다. 하지만 물론 뱅크시의 의향과상관없이 그는 미술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 P219

뱅크시와 미술시장의 관계는 연어와 어부의 관계와 비슷하다. 뱅크시는 시장을싫어하고 돈으로 좋은 미술과 나쁜 미술의 차이를 결정하는 방식을 싫어하며, 창의적인아티스트보다 신뢰할 수 있는 아티스트를 선호한다. 그는 재빠르게 꿈틀거리며요리조리 빠져나가고 저 멀리 도약하지만, 여전히 미술시장은 해마다 조금씩 그를휘청거리게 한다. 그에 대한 대응으로 뱅크시는 네 차례에 걸쳐 시장을 크게 공격했다.
네 번 다 아주 성공적이었고, 몇 건으로는 큰돈도 벌었다. 하지만 그가 미술시장을무너뜨렸던가? 그건 아니다. 그가 자신의 작품 가격을 올렸던가? 물론이다.
- P229

뱅크시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가디언의 조너선 존스는 이렇게 썼다.
"이번만큼은, 이 예술가는 예술을 오로지 상품으로만 여기는 시스템 전체에 강력한한 방을 먹였다. 소더비에서 벌어진 사건은 뱅크시의 가장 위대한 작업이다. 그는해야 할 말을 했다. 예술은 돈에 질식되어 죽어가고 있다. 시장은 상상력을 돈벌이로,
반항하는 예술을 권력자의 집을 꾸미는 장식물로 바꾼다. 이제 할 수 있는 유일한 반란은예술작품이 팔리는 순간 스스로를 파괴하는 것이다.‘
- P238

그의 작품 이면에는 설득력이 있든 없든 간에아무튼 거창한 이론은 없다. 관람객은 자신이 본 것에 곧바로 가닿을 수 있다. 병크지는우리로 하여금 그가 다루는 주제를 생각해보게 만들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지는 않는다.
그림을 숙고할 필요도 없고 누가 설명해줄 필요도 없다.
- P243

그렇다. 뱅크시의 작품은 동시대의 다른 많은 작품들보다 훨씬 쉽다.
비평가들이야 좋아하지 않겠지만, 뱅크시는 완전히 새로운 관람객들을 예술세계로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미국의 사업가인 마크 실러는 전 세계 거리미술 아카이브
‘우스터 콜렉티브‘에 이렇게 썼다. 앞서 앤디 워홀이 그랬던 것처럼 뱅크시는 여태까지예술을 감상한 적 없는 많은 사람들에게 예술이 무엇인지를 거의 혼자서 다시 정의했다."
- P245

아직도 뱅크시가 예술계 정상에 올랐다는 증거가 필요하다면, 이게 바로 그증거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에게 했던 조언을 그대로 따랐다. 시장을 뒤집은 것이다.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그는 갤러리도 없고, 딜러도 없고, 이름도 없고, 여전히 거리에있고, 늘 그렇듯 아웃사이더이다. 그러나 정상에 올라섰고, 아마도 그걸 좋아하면서싫어할 것이다. 뱅크시는 자신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던 바로 그것, 백만장자의 집을꾸미는 트로피가 되었다. 뱅크시는 인터넷에서 사고팔린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인터넷은그가 거리의 무법자로서 경력을 시작할 때 전 세계를 상대하는 갤러리로 삼았던 곳이다.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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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스틀 『이브닝 포스트』의 특별판‘에는 관람객들이 어느 지역에서 왔는지를보여주는 지도가 실렸다. 심지어 우루과이에서 온 관람객도 있었다. 하지만 관람객대다수가 전에는, 혹은 오랫동안 미술관에 가본 적 없는 사람들이라는 점이 가장 중요할것이다. 뱅크시는 새로운 관람객을 불러들였다. 하지만 통계라는 수단으로 관람객들을분류하면 대다수는 ‘부유한 성취자‘, ‘도시의 자산가‘, ‘편안하게 잘 사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니까 더할 나위 없이 대중적이고 거의 공짜에 가까운 이런 전시조차 뱅크시가바랐을 법한 관람객들에게는 충분히 다가가지 못했던 것이다.
- P125

그의 작업이 알아보기 쉽다는 이유로 폄하되는 것은 뱅크시를 짜증나게 하는 게틀림없다. 당시 『선데이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평소의 삐딱한 스타일을 잡간접고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많은 비평가들이 이린 종류의 예술을 좋아하지않는 건 검증이나 해석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죠. 설명하거나 맥락에 끼워 넣을 필요가 없는작품은 그들에게서 일자리를 빼앗을 테니까요. 애초에 나는 이해하기가 나무 쉽기 때문에.
예술이 아니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아요."
- P127

프로그램의 첫 페이지에서 뱅크시는 베르톨트 브레히트를 인용하며,
디즈멀랜드가 ‘흔한 사탕발림의 판타지랜드‘가 아니라 다른 종류의 가족 나들이‘를제공하려는 시도라고 했다. 이 어리벙벙한 놀이공원은 이렇게 말한다. ‘얘들아, 미안해.
의미 있는 일자리가 없는 것에 대해, 전 세계적인 불의에 대해… 동화는 끝났어, 세계는 기재앙을 향해 넋을 놓고 걸어 들어가고 있어, 어찌면 현실 도피밖에 답이 없을지도 몰라.‘
- P131

하지만 놀이터를 장악하고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든 이는 이 놀이터의 왕자인뱅크시 자신이었다. 주차금지 표시인 듯싶은 게시물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재앙이될 가능성이 없다면 예술이 아니다. 그리고 디즈멀랜드는 재앙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것은 1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로 극비리에 지어졌는데, 뭘 짓고 있느냐고묻는 사람들에게는 ‘그레이 폭스Grey Fons‘라는 영화를 촬영할 세트라고 둘러댔다. 아무튼뱅크시는 하고 싶었던 걸 할 수 있었다. 여기서 여러분은 그저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생각하게 됩니다‘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말이다.
- P134

실수가거의 없는 이 팀이 그리도 숨기려는 것은 진심으로 걱정스러운 뱅크시의 정체성이아니라, 여러모로 아웃사이더가 이제는 인사이더라는 사실이다. 여태까지 뱅크시 팀은필사적으로 이를 수호해왔다.
- P173

뱅크시의 주장은 분명하다. 그가 그림을그리기로 선택한 맥락은 아주 중요하다. 맥락 또한 작품의 일부다. 작품을 맥락에서떼어낸다는 건 원작을 파괴하는 짓이다. 그는 벽에서 떼어낸 자신의 그림은 어떤 것도인증하지 않았다(하지만 드물게 예외를 두었는데, 판매 수익금이 자선단체에 기부되는경우였다).
- P177

붓을 놓았을 때 그림이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걸 경험으로 배웠어요. 오히려그림은 그때부터 시작되죠. 대중의 반응이 의미와 가치를 만들어내요. 예술이란 사람들의논쟁 속에 살아나는 겁니다.‘
- P184

하지만 뱅크시가 자신의 작품이 놓인 맥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말이 무슨의미인지는 명확하다. 뱅크시가 2012년 5월 런던 북부 우드그린에 있는 파운드랜드매장 벽에 노예 노동을 그려 넣자 곧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그걸 보고 감탄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즉위 60주년 축전을 위해 재봉틀 앞에 웅크리고 앉아 만국기를만드는 모습을 담은 이 그림은 딱 적당한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런던의 지저분한 구석.
대부분 저임금 국가에서 수입된 값싼 물건들을 파는 가게 옆이다. 이 그림을 보러 온사람들 대부분은 미술관에 들어가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모두들 소핑하던중에 한숨 돌리며 중요한 예술작품을 보고 즐겼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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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이다. 그래피티 세계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이 보기에 그래피티는 파괴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내가 만난 그래피티 아티스트들 대부분에게 그래피티는 기물 파손에서 벗어나는길이며, 어떤 학자의 말에 따르면 ‘박탈당한 자가 정체감을 얻기 위한 전술‘이다.
- P39

하지만 그래피티 라이터들은바깥세상을 놀라게 하려고 작업하지 않는다. 동료를 놀라게 하려고 작업한다. "우린오로지 우리끼리만 이야기를 주고받죠." 열차에는 아무도 닿을 수 없는 벽에는 자신의작업을 완성하는 일, 언제 잡힐지 모르는 순간에 솟구치는 아드레날린, 보안 시스템을망가뜨리고 마치 축구 선수들이 경기에서 이긴 뒤 나누는 이야기처럼 일이 끝나고동료들과 수다를 떠는 것. 이게 전부다.
- P40

이곳은 비정하고 다툼이 끊이지 않으며 온통 남성으로만 이루어진 세계다.
2010년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의 스트리트 아트 순회 전시를 기획한 리카 쿠이티넨은이렇게 말했다. "그래피티는 밤에 작업하죠. 상당히 육체적인 작업이고 위험해요. 대부분 소년들의 일이죠. - P50

익숙한 것과 놀라울 만큼 생소한 것을 결합시키는 방식, 유머, 작품의 질과기교…. 원본이 사라지고 남아 있는 사진을 지금 보아도 당장 감탄할 수밖에 없는방식으로, 뱅크시는 그가 애초부터 남다르게 탁월한 존재임을 보여준다. 광고, 이름,
영향력, 돈, 명성을 둘러싼 모든 논쟁을 잊자, 여기 유일무이한 아티스트가 있다.
1970-80년대에 뉴욕 거리와 지하철에서 갤러리로 끌어올려진 장 미셸 바스키아와 키스해링과는 다르게, 뱅크시는 앞선 어느 예술가도 해보지 않은 방식으로 거리에서 자신을알렸다.
- P63

그는 실제로 ‘오늘날 세계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부당한 구조물인 이스라엘의 분리장벽부터 ‘특권적이고 가식적이며 나약한 이들의 안식지인 예술계에 이르기까지 모든장소에 발을 들여놓고 견해를 표명하는, 익명의 권위를 지닌 존재로 여겨진다. 하지만이 익명을 유지하려면 매우 계산적이고 결연한 조치가 필요했다. 그는 홍보 에이전시를통해 자신을 홍보했고 또한 자신을 캐내려는 이들로부터 스스로 보호했다. 필요하면변호사도 고용했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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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16 1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2021년 서달인 추카 해유 ^ㅅ^

바람돌이 2021-12-17 09:4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스콧님도 축하드려요. 저는 12년만에 다는 앰블럼이라 얼떨떨해요. ^^

thkang1001 2021-12-16 15: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2021 서재의 달인!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바람돌이 2021-12-17 09:4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하반기에 활동이 좀 뜸했던지라 별로 생각안하고 있었는데 되니 그래도 좋네요. ^^

쎄인트saint 2021-12-16 15: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21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바람돌이 2021-12-17 09:4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쎄인트님도 역시 같이 축하드립니다. ^^

bari_che 2021-12-16 1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바람돌이 2021-12-17 09:4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bari_che님도 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달인이라니 뭔가 느낌이 뿌듯... ^^

얄라알라 2021-12-16 17: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달인 엠블렘, 축하드립니다!!

바람돌이 2021-12-17 09:45   좋아요 0 | URL
북사랑님 감사합니다. 북사랑님도 축하드려요. 한동안 엠블렘 부심으로 뿜뿜할듯요. ^^

새파랑 2021-12-16 2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바람돌이 2021-12-17 09:46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내년에는 새파랑님의 반만큼만 읽고 쓰자 하고 있습니다. ^^

희선 2021-12-17 01: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 서재 달인 축하합니다 이번주는 따듯했지만 미세먼지가 안 좋았네요 오늘부터 좀 춥다고 하니 감기 조심하시고 2021년 남은 시간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바람돌이 2021-12-17 09:4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희선님도 축하드립니다. 감기조심하시고 늘 건강하게 서재에서 만나요. ^^
 

사진은 처음에는 소박하게 초상을 기록하는 데 쓰였다. 하지만 사진의 편리성과 값싼 비용에서 정치적 이용 가능성을 발견한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사진을 식민지 주민들을 상징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도구"36 로 사용했다. 이를테면 제국주의자들은 서구에 널리 퍼진 통념에 맞는 복장을 입혀놓은 인디언을세워놓고, 그 초상이 아메리카 원주민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선전하는 사진을 찍었다. 또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의 신체치수를 기록한 사진을 찍어 그것을 인종적 특성이라며 체계화하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이때 개개인의 정체성은 삭제되고 억압된다.
- P111

조선총독부의 사진들은 일본인과 조선인이 얼마나 다른가를 판단해 조선인의 타자성을 생산하는 도구로 쓰였다. 그렇게생산된 타자성은, 일본인들을 우월한 인종으로 놓고 조선인을 열등한 인종으로 규정해 침략과 인종차별을 합리화하고,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는 명분이 되었다. - P112

한 인물은 어째서 자기에게 가면을 씌웠는지 묻는다. 대답은 "가면은 인간을 잔인하게 만들기 때문, 얼굴을 가렸을 때 무엇도 함께 가려질 수 있는지 꿰뚫어보는 대목이다.
- P117

힙합 그룹 퍼블릭 에너미의 척 디Chuck D는 흑인 음악의 역사를 안다면 흑인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말한다. 왜냐면 미국 흑인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출구가 없었거든요. 그러나 블루스로 우리의 내면을 표현할 수 있었죠.
젖과 꿀이 흐르는 이 땅에서 우리는 배를 곯았어요."
- P184

그래서 작품이 촉발하는 사유의 깊이가 깊을수록 관람객은 그작품에 깊이가 있다고 말하고, 반대로 보잘것없으면 그 작품에깊이가 없다고 여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같은 작품을 놓고도설왕설래하게 된다. 우리는 작품의 깊이를 놓고 논쟁하면서, 사실상 자신과 상대방의 사유의 깊이를 논쟁의 대상으로 삼는다.
- P246

사유는 오직 언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때문에 추상회화나 연주 음악처럼 언어가 없는 예술은 더욱고통스럽다. 그런 예술들에 사유를 촉발하는 언어조차 없는 것이다. 술라주의 말처럼, 이미지도 언어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추상회화 앞에서 어리둥절하고 고통스러워하면서 우리 자신을향해 돌아서서는 우리 자신을 사유하게 된다.
우리는 추상회화를 읽어낼 수 없다. 우리는 그 대신 자신을,
고통스러워하는 자신의 언어를 읽어내고 사유하게 된다. 그리고 당연히, 그 일을 즐긴다. 예술이 촉발하는 사유의 고통은, 그예술의 이해되지 않는 아름다움처럼 때때로 충분히 즐길 만한고통이기 때문이다. 무해한 고통이기 때문이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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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사유하게 한다. 사유를 촉발하는 힘까지 예술의 일부이다.
- P18

그렇다면 인간증발 현상의 결정적인, 보편적으로 받아들일수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사태를 단순하게 보자. 그리고 점점일본과 닮아가는 우리를 보자. 한국의 자살률은 이미 일본을추월했다. 사는 게, 증발하거나 죽는 것보다 행복하지 않은 것이다.
- P26

그 실존은 우리 안에 침잠해 있지만 이름을 모르기에 있는지도 모르고, 이름이 없어 불러낼 수도 없는, 또 다른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미성년) 같은 영화나 『인간증발』 같은 책, <이름도 없는… > 같은 그림을 만나고 나서야 불현듯, 일상에서 잊고있던 그 존재를 감지하게 된다.
- P29

이것이 현대인 삶의 스탠더드이자 가치관이다. 미소 친구의
"언니, 집 없어요?" 하는 물음은, 그러므로 "언니, 행복 없어으?"
하는 물음이 된다. 하지만 집이라는 행복은 너무 비싸져서, 이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루기 어려운 꿈이 됐다.
- P41

차별을 발생시킨 근원에는 동일자와 타자의 문제가 자리해있다. 차별하는 동일자와 차별받는 타자라는 이 두 지위는 인종이나 세습 신분치럼 타고난 것도, 계급처럼 후천적으로 주어진것도 아니다. 작위적으로 그어진 경계에 의해 그때그때, 역사적으로 구조적으로 만들어지고 해체되는 일시적인 지위들이다.
거역할 수 없이 자연적으로 주어졌거나 숙명처럼 바꿀 수 없는것이 아니다. 동일자와 타자는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스스로를가둔 인공적 경계다.
- P65

약자의 언어를 억압하려는 시도는 차별적 관계가 끝나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언제라도 약자의 언어는 강자의 행위를고발하는 언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안부‘가 그렇다. 일본이 ‘위안부‘라는 단어를 부정하고 역사에서 지워버린다면 피해 사실도 사라져버린다. 인권을 유린당한 식민지 여성이라는정체성, 일본의 사죄를 받아내고 책임을 물어야 하는 반인륜 범죄 피해자라는 입장도 함께 부정되고 지워져버린다. 이것이 일본이 그토록 ‘위안부‘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이유이고, 언어가가진 영향력이자 위력이라고 할 수 있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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