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의 그림은 16세기~17세기에 활동했던 화가 소포니스바 안귀솔라의 <베르나르디노 캄피와 함께 있는 자화상>이다. 

베르나르디노 캄피는 당대 유명했던 화가로 안귀솔라의 그림스승이었다.

이 그림은 조금만 자세히 보면 굉장히 이상한 그림이다.

실제로 그림을 그리는 주체가 안귀솔라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화가가 아닌 모델로 설정하고 있다.

제목이 아니라면 우리는 이 그림이 여성화가의 자화상이 아니라 저기 안귀솔라의 스승인 남성화가의 자화상쯤으로 착각할만하다. 그림을 그리는 주체로서의 여성이 가려져 있고, 귀족이었던 안귀솔라는 귀족여성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왜 여성은 위대한 화가가 없느냐는 질문에 그래도 여기있다고 할만한 여성화가가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면서 굳이 자신의 화가로서의 정체성을 가리고 있는 것이다.


그에 반해 오른쪽 그림은 르느와르의 모델로 출발했지만 그 자신이 뛰어난 화가가 되었던 수잔 발라동의 1931년작 <자화상>이다. 이 때 화가의 나이 66세였다. 

이 시절 수많은 화가들에 의해서 여성 누드가 그려지지만 그것은 모두 젊고 아름다운 여성의 누드가 대상이다.

그런데 여기 이렇게 수잔 발라동이 노년의 자신을 그것도 누드로 그리고 있다.

어떤 의미일까?

그저 그림을 보기만 해도 느껴지는게 있지 않나?

이 누드 자화상에서는 관음의 시선이 없다.

그림에서도 사생활에서도 온갖 경계를 깨뜨리며 자신의 삶과 예술의 방식을 고수하고 살아왔던 한 인간이 형형한 눈빛으로 자신의 삶을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모습이 나라는 인간의 삶의 궤적이라고 말이다.

이런걸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일게다.


위대한 여성화가가 있느냐는 질문은 틀린 질문이다.

여성화가가 위대해질 수 있는 동등한 기회가 주어졌는가라고 물어야 한다.

화가임에도 어정쩡하게 모델로서의 자신으로 숨을 수 밖에 없었던 안귀솔라가

노년의 누드를 나의 삶으로 당당히 내건 수잔 발라동에 이르기까지는 300년이 걸렸다. 




왼쪽은 장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터키탕>, 1862년작이다.

19세기 유럽의 남성들은 터키 술탄의 하렘의 환상에 설레었나보다.

하렘의 여성들을 오달리스크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나체로 그려대면서 여성의 관능미를 훔쳐보는 아니 대놓고 즐겼으니 말이다. 

유럽인들의 무식한 오리엔탈리즘으로 하렘은 발가벗은 여인들이 하루종일 유혹이나 해대는 곳으로 변질되고,

그 환상을 화가들이 충족시켜 줬으니 이 그림은 어쩌면 이 시대의 포르노그라피로 읽어도 되지 않을까?

과격한가?

글쎄 이런 그림을 보고 있으면 여성으로서도 비유럽인으로서도 불편하니 나는 편협한 인간인가 보다.


오른쪽은 실비아 슬레이의 <터키탕>, 1973년작이다. 

앵그르의 그림과 110년의 차이가 나는 작품으로 그냥 봐도 앵그르의 작품을 비틀었음을 알아볼 수 있다. 

이 그림은 여성을 남성으로 바꾸었고, 상상속의 인물들을 주변의 실제 인물로 바꾸었다. (화면의 앞에 길게 누운분은 무려 화가의 남편이라고 한다. 나머지 남자들도 모두 화가의 지인들.,,,,)

앵그르류의 오달리스크 그림은 너무 흔한 나머지 그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사실상 불편함 또는 불쾌함을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많음이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나 많음으로 해서 무감각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성별 하나 바꾸었을 뿐인 그림앞에 서는 감상자들은 대번에 뭔가 불편한 느낌을 갖게 된다. 

여성을 성적 쾌락의 대상으로만 관음하는 그림들에게 실비아 슬레이는 그 그림들에서 여성들이 느낄 수밖에 없는 위화감을 상기시킨다. 



왼쪽은 페트르 파울 루벤스의 <거울을 보는 비너스>, 1615년작이다.

여성의 미모를 온갖 모습으로 그리며 찬양하고 관음하던 화가와 그의 작품 구매자들은 그러나 자신들의 정신의 고상함을 강조하고, 그것의 여성의 미에 대한 우위를 주장하는데도 게으르지 않았다.

수많은 그림 속 여성들은 거울과 함께 그려진다.

거울을 든 여성은 나이들면 덧없이 사라질 자신이 젊음과 아름다움에 취해 다가올 위기를 깨닫지 못하고, 허영과 어리석음에 빠져있는 상징으로 그려진다.

심지어 미의 여신이자 미 자체인 비너스조차도 이렇게 자신의 미모에만 홀딱 빠져있지 않은가?

거울이라는 그 작은 도구 하나로 정말로 오랜 시간동안 여성의 지적능력에 대한 살해가 진행되어 온 것이다.


오른 쪽 작품은 캐리 메이 윔스의 <거울아, 거울아>, 1987년작이다.

이 작품에는 텍스트가 함께 구성되어 있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흑인 여성이 질문했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가장 훌륭하지?" 거울이 답한다. "백설공주지, 너 흑인년아, 그걸 잊지 마!">


캐리 메이 윔스는 누가 가장 예쁘지라고 묻지 않는다. 누가 가장 훌륭하지라고 묻는다.

거울 속 마녀는 백설공주처럼 백인이다. 

이 작품으로 거울은 악과 선, 추와 미의 대결이 아니라 흑인여성으로서의 삶을 반영한 흑과 백의 갈등으로 전복된다.

이 간단한 거울 속 대화에서 작가는 여성이면서 동시에 흑인으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제 거울은 나의 삶을 규정짓고 문제가 무엇인가를 어떻게 사회적 억압에 대항해야 하는가를 자각하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가끔 들리는 거울만 보는 골빈년이라는 비아냥에서 보듯이 여전히 오랜 관습을 벗지 못하고 있다. 

간단한 도구 하나의 의미를 전복하는데도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 

예술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이다.



왼쪽은 귀스타브 쿠르베의 <세계의 기원>. 1866년작이다.

"내가 천사를 그려야 한다면 천사를 내 눈 앞에 보여달라"고 했던 사실주의자 쿠르베의 적나라한 여성 누드이다.

과거든 현재든 그림만으로 본다면 음모를 그렸고, 성기를 적나라하게 그렸다는 점에서 음란물로 분류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쿠르베 자신은 아니로 누가 붙였는지 모를 <세계의 기원>이라는 그럴듯한 제목으로 인해 뭔가 심오한 의미성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이 그림은 1866년에 그려졌음에도 몇명의 소장가를 거치다가 마지막으로는 철학자 자크 라깡이 소장했었고, 실제로 이 그림은 주변 사람들에게만 은밀히 감상되었다. 라깡도 이 그림 위에 다른 그림을 덮어 은밀하게 간직햇다는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라깡마저 그랬다는건 음...... 잘 납득이 안된다. 라캉정도면 그냥 당당하게 보지 말이야.....

어쨌든 라깡이 죽고 그의 부인이 오르세미술관에 기증하면서 1996년에 가서야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2013년에는 이 하반신 그림의 얼굴 그림을 찾았다는 가십성 기사까지 등장하는걸 보면 세계의 기원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지어놓고 실제로 이 육체와 상상속의 얼굴을 관음하는 습성은 참으로 질기게도 남아있다.

실제로 저런 모습으로 자는 여성이 있나? 

천사를 보여달라던 쿠르베는 연출이 아니라 실제 잠든 여성을 몰래 보고 그린 것일까?

혹시 모델의 동의는 구한 것일까?


오른쪽은 주디 시카고의 <붉은 깃발>, 1971년작이다.

언뜻 무슨 모습인지 구분하기가 힘든데 이 사진은 여성이 자신의 질에서 생리혈을 흡수한 탐폰을 꺼내는 모습이다.

쿠르베의 그림과 똑같이 여성의 성기와 음모를 보여주고, 심지어 생리혈까지 보여주는 적나라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사진을 쿠르베의 그림처럼 은밀하게 소장하고 싶은 남자들이 있을까?

주디 시카고는 여성의 경험을 그대로 드러내고 여성의 신체를 관음의 대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복원하고, 그 속에서 여성의 삶을 복원하고자 한다. 

금기에 도전하고, 마땅하다고 여겨지는 질서에 도전하는 것이 예술의 힘이라는 것을 다시 자각하게 한다.




인류의 역사는 남성이라는 성이 여성이라는 성을 억압하는 온갖 도구들을 휘둘러왔던 역사다.

그러나 그것의 극복이 여성에 의한 남성의 억압이 될 수는 없다.

정정엽 화가의 <흙이 되는 자화상>을 보자.

남성이든 여성이든 아니면 그 사이에 있는 여러 성이든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은 삶과 죽음의 과정속에 존재한다.

자신의 자화상을 하필이면 왜 죽어 흙에 묻히는 순간으로 그렷을까?

나이들어 주름진 피부는 남녀의 구분조차 의미가 없다.

감은 눈으로도 오히려 또렷하게 보이는 표정은 이분의 삶이 편하지만도 않았지만, 행복한 순간도 있었을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게 한다.

우리네 삶이 모두 그러하듯이 말이다.

남녀의 화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이다.

너와 내가 모두 저 흙이 되는 자화상이라고....

나에 대한 너에 대한 우리 모두의 연민에서 공감과 연대의 세상을 꿈꾸는 것도 좋지 않을까?



요즘 여성화가들엑 대한 책들과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미술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챙겨볼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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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8-20 00: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유리작가의 글 좋아해요

바람돌이 2022-08-20 09:46   좋아요 4 | URL
이유리 작가 오래전에 세상을 바꾼 예술작품들 하나 읽었네요. 그동안 꽤 책을 쓰셨는데 몰랐네요. 캔버스를 찢은 여자부터 차근차근 읽어보겠습니다

그레이스 2022-08-20 12:47   좋아요 2 | URL
전 이 분 칼럼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래서 책도 빌렸는데... 아무래도 구입해서 봐야할듯요 ㅋ

희선 2022-08-20 02: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여성도 멋진 화가 음악가가 될 수 있었는데, 남성이 못하게 하기도 했네요 그렇게 했다 해도 아주 없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아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여성도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도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가 보다 하고 따르지 않았을지... 성이나 인종 여러 가지를 떠나 사람으로 생각하고 서로를 존중하면 좋겠네요


희선

바람돌이 2022-08-20 09:52   좋아요 3 | URL
여성이냐 남성이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화가라면 그저 작품으로 평가받는게 맞을텐데 그렇지 못했네요. 더구나 여성은 제대로 된 교육도 받기 힘들었으니 재능을 발견하기도 어려웠던게 우리의 오린 역사죠. 아직 갈길이 멀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져서 다행입니다.

coolcat329 2022-08-20 08: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가 어제 앵그르의 ‘그랑 오달리스크‘를 책에서 보고 허리가 비정상으로 기네...뭐 이런 생각만하고 지나쳤는데 ‘터키탕‘은 동그란 그림이 구멍으로 몰래 훔쳐보는 느낌이 나서 더 남자들을 설레게 했을듯합니다. 🙁
여성들의 하얀 살이 저렇게 겹쳐 있으니 보기 불편하네요.

바람돌이 2022-08-20 09:55   좋아요 5 | URL
어쩌면 앵그르의 그림은 목적에 가장 충실한 그림일듯요. 그림의 내용과 훔쳐보는 구멍을 연상시키는 그림의 동그란 형식까지 관음증을 충족시키는 완벽한 그림요. ㅎㅎ 저기 하렘의 여성들이 실제 저 그림을 봤다면 얼마나 불쾌했을까 생각하니 저 그림이 더더욱 불편해졌습니다

mini74 2022-08-20 09: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전 여성들의 그림에 여성은 없다는 말 맞는 듯 합니다. 수잔 발라동의 누드에는 관음대신 그녀의 삶이 있다는 말도... 바람돌이님 요즘 그림 이야기 올려주셔서 눈이 호강합니다.~

바람돌이 2022-08-20 10:02   좋아요 4 | URL
미니님 그림 이야기야말로 항상 제 눈과 마음을 풍성하게 합니다. ^^
나이 들어서 나를 저렇게 당당하게 내보일수 있는 힘을 닮고싶어요. 이것이 나고 나의 삶이다라는 느낌이랄까? 저는 수잔 발라동의 자화상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미미 2022-08-20 12: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거울로 지적능력을 살해해왔다는 표현이 인상적이예요!! 보통 드라마에서도 여성의 방에 책상은 없고 거의 다 화장대.... 자크 라깡 의외군요? 굳이 샀으면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둘 것이지ㅎㅎ

바람돌이 2022-08-20 16:52   좋아요 2 | URL
여러 분야의 문화들이 여성을 뇌가 없는 존재로 그려지는 그 다양한 방법들은 말해 뭣하겠습니까? 드라마는 더하죠 뭐.... ㅎㅎ 라깡은 저도 의외였어요. 당당하게 내놓을 줄 알았는데.... 역시 사람은 참 복잡합니다. ㅎㅎ
 

하지만 이제는 이런 ‘불편한‘ 작품을 그린 과거의 거장들에게 그리고그들을 거장으로 만들어낸 시스템에 대해 질문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든다. 미술계의 일원으로 다양한 전시를 기획하고 글을 쓰면서, 어떤 작품이 신화로 떠받들어져 남겨지기 위해서는 특정한 ‘인정 시스템‘의 내부로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누군가가 이미 만들어놓은 특정한 기준의 그물로 거른 뒤에도 여전히 남아 있어야 하는 일이다. 누군가의 취향, 누군가의 이론, 누군가의 지원이라는 성근 그물망 안에서 살아남는 과정은 그 작품에 대한 한 시대의 총체적 평가라고 볼 수도있다. 그렇다면 이 시스템을 만드는 ‘누군가‘는 도대체 누구인가. - P5

이제 질문을 바꾸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왜 위대한 여성미술가는 없는가" 대신, "여성 미술가가 남성과 동등하게 위대한 화가가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는가"라고 말이다. - P24

그러나 안귀솔라의 자화상은 상류층 여성의 필수 교양인 악기연주를 하면서 하녀의 보필을 받는 사랑스러운 여성으로 그려져 있다. 당시 여성에게 요구되던 덕목과 화가로서의 정체성을 결합하는 일종의 자구책으로, 다른 화가의 모델이 된 것 같은 자화상이 탄생한 것이다. - P31

작품을 바라보는 데있어서 시선의 문제는 단지 원초적 욕망에 관한 것일 뿐 아니라정치적이고 사회적인 것이다. - P58

크루거는 이작품을 통해 여성 조각상을 바라보는 남성 일반의 에로틱한 시선을 지적한다. 성별이 구분되어 있는 인간에게 에로티시즘 자체는 당연한 감정이지만, 그 시선의 방향이 일방적이라면 시각적 통제, 폭력성의 관점으로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말이다. - P84

남성 누드상이 누가 자신을 바라보든 전혀 의식하지 않는 반면, 지금까지 제작된 많은 비너스상은 자신이 관람객의 시선에 노출되고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여성 누드는 신화 속에서 행동하는 주체가 아니라 시선의 대상으로 만들어진, 보여주기 위한 신체이다.
남성 관객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는 여성 누드는 신화에서 빠져나와 현실에 발을 들여놓은 셈이다. - P96

 지금까지는 아무런 감흥 없이 오달리스크를 그린 그림을 감상했을지 모르지만, 앞으로는 이 작품을 보았던 것과 같은 불편한 느낌으로 앵그르의 <터키탕>을 바라보도록말이다. 슬레이의 그림은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과 남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미술사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는 점, 그리고 여성의 시각에서 미술사를바라볼 때 느끼는 위화감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 P119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가만히 있지 않고 행동하는 여자들이었다. 자신의 힘과 의지로 자신과 타인의 삶을 바꾸고 역사를 바꾼 여성이었다. 완력에 의해 납치당해서 몸부림치는 여성의 정반대편에 서있었던 여성, 오히려ㅠ그 힘으로 남성들을 위협하는 여성이었다. - P132

근대 이후 유디트는 남성으로부터 자신의 성적 욕구를 채운 뒤 그 남성을 살해하는 팜므파탈로 다시 각색되기 시작한다. 민족을 구하기 위해적장을 홀로 찾아간 용기는 음탕하고 선정적인 행태로 바뀌고, 영웅적인모습은 모두 사라져 성욕의 화신으로 거듭났다. 당내의 시대정신이라 할만한 이러한 각색은 비단 미술뿐 아니라 문학, 연극 등에서도 동시적으로이루어졌다. - P146

<사비니 여인들의 납치>에서 아기 엄마든 아니든 상관없이 젊은 여자들을 납치해가는 이 야만의 장면은, <레우키포스 딸들의 납치>에서 그랬던 것처럼 대단히 남성적이고 영웅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쯤 되면 여성을 납치하거나 성폭행하는 장면들은 신화나 역사를 빙자해 여성에 대한 폭력을 에로티시즘과 영웅주의로 둔갑시킨 일종의 포르노그래피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화가들은 잔혹하고 무자비한 납치 장면들을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관람객에게 폭력과 에로티시즘이 결합된 결과로서의 흥분감을 주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납치를 당하면서 여성들이 겪게 되는 성적 학대의 측면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그저 이 격렬한 장면을흥미롭게 즐겼던 주체는 누구였을까? - P174

여성에 대한 폭력을 다루는 여성 미술가들은 여성으로 살아왔던 삶의경험에 기초하고 있다. 과거의 남성 작가들이 납치와 성폭행이라는 주제를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기 위해 사용한 데 반해, 여성 미술가들은 전혀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여성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여성의 납치와 성폭행과살해라는 주제에는 어떤 에로틱한 시선도 개입되지 않고,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승화‘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들의 작품은 집요하게 묻고 또 묻는다. 과거의 작품이 보여주는 주제 해석의 태도는 어쩐지 이상하지 않은가, 하고 말이다. 그러한 작품은 누구의 시각에서 만들어져 누구의 눈에 의해 감상되도록 고안된 것인가? 여성에 대한 폭행의 장면이 아름답게 그려지는 것은 정당한 재현의 방식인가? - P189

거울을 보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거나 거울 앞에 누워 나른하게 자신을감상하는 그림 속 여성은 진짜 여성이 아니고, 그러한 여성을 보고 싶어 하는 남성 시선의 산물이라는 관점의 전환을 불러온 것이다. - P207

‘출산의 신비‘
가 아니라 생과 사를 넘나드는 여성의 실존적 경험인 출산을 그림으로써말이다. 남성의 시각에서 에로틱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여성의 누드가아니라 대개의 여성이 실제로 겪는 생리적 사건들 속의 누드는 기존의 아름다움의 맥락에서 멀리 벗어나 있다. 오히려 그 모습은 추에 가깝다. 그러나 여기서 또 다른 의문이 생긴다. 아름다움과 추함을 판단하는 주체는 과연 누구일까? - P244

여성들은 다음과 같이 질문할 권리가 있다. 정확히 말해 이 작품은 누구를위해 에로틱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남성이 지배하는 에로틱한 이야기에왜 내가 복종해야 하는가? 성도착적인 남자의 시선이 에로틱한 이야기와 동등하거나 동일시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인가? 미약하면서도 유혹적인 청소년의 이미지를 보편적인 에로티시즘으로 만들면서 나의 성을 계속 신비화시키고 있는 담론을 내가 왜 승인해야 하는가? - P282

남성 노인의 묘사가 미추에 관계없이 나이만큼의 지혜와 경륜을 보여주는 반면, 여성 노인은 왜 젊은 날의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기괴한 늙은이로 묘사되는 것인가. 그리고 왜 여성 노인의 모습이 인생의 허무함을 깨달으라고 가르치는 알레고리로 소비되는것일까. 남성이건 여성이건 인간으로 태어나 살다 보면 늙기 마련이고, 인샘은 허무를 향해 달려간다. 노화는 인간 보편의 문제임에도, 이러한 대비가 나타나는 이유는 여성의 존재에 대한 혐오가 은연중에 짙게 깔려 있기때문이 아닐까. - P295

정신이 온전치 않은 동네 미친년들은 머리에 꽃을 꽂고 다녔다고 한다. 몸은 다 컸지만 동네 어린아이들과 어울려 다니며 놀려도 놀림을 받는줄 모르고 신나게 뛰어다니는 여자들이 있었다. 동네바보형과 쌍벽을 이루며 어느 마을에나 있었다는 그들은 조신하지 않게 돌아다녀도 ‘미친년이니까‘로 이해되었다. 이러한 ‘미친년‘의 뉘앙스 통제 범위 밖을 벗어나자기 멋대로 돌아다니는 여자들, 기존 질서에 종속되지 않고 고정되지 않으며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여자들이라는 뉘앙스에서, 사진을 매체로 다루는 작가 박영숙은 어떤 반짝임을 보았다. 1999년에 시작된 박영숙의 ‘미친년 프로젝트‘는 ‘미친년‘이라는 용어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에 주목했다. -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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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이전의 시기에 그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굉장한 사치품이다.

일단 재료 자체가 모두 고가의 사치품들이어서 사실상 미술은 지배층의 기호에 맞춰 그들을 위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서기 시작하면 상공업의 발달로 서민층 중에서도 경제적 여유를 가지는 사람이 나타나고 이는 이들 서민층의 문화적 욕구 향상으로 이어지며 이른바 서민문화라는게 등장하기 시작한다. 

유럽에서 상공업이 일찍 발달했던 네덜란드에서 정물화가 등장하는 것이나, 일본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한 우키요에가 양산 되는 것과 함께 우리나라에서도 17-18세기에 이르면 서민층의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한 그림 이른바 민화가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상 예술적 욕구라는 것은 말은 거창하지만 실상은 별거 아니다.

지금 내가 나의 인테리어 욕구와 좋아하는 그림을 매일 보고 싶다는 심리적 욕구로 이미테이션이라도 그림 한점 벽에 걸어두고 싶은 것 그것일 따름이다.

조선시대 사람들도 자식이 결혼하는데 이왕이면 멋진 병풍그림으로 미래를 축복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테고, 다행히 장수한 부모의 회갑연을 좀 더 멋지게 꾸며주며 계속 건강을 기원하고 싶은 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멋진 8폭 병풍을 마련하고 싶지만 사실상 이것도 쉽지는 않아 대부분의 병품 그림들은 마을이나 집안에서 공동으로 돈을 모아 화가를 고용해 그리게 하고 마을 전체가 필요할 때마다 빌려쓰는 경우가 많았다. 

어쨌든 이런 유행으로 인해 민화라는 장르가 탄생하고, 화가들이 많아지고 새로운 예술의 분야가 등장한 것이니 이것만으로도 좋을 일이다.

다만 조선 시대는 화가를 교육하는 기관이 국가기관인 도화서 이외에는 없었고, 실제 도화서에 들어간다는 건 하늘의 별따기였으니 민화를 그리는 화가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화가인 경우가 없었다. 

그저 주변에서 그림 좀 그린다 하는 사람 정도랄까?

일본이나 서양처럼 사설 도제 시스템이 발달한 것도 아니어서 민화의 예술적 수준은 사실상 조야하다고 할까?

그나마도 이것이 오랜 시간의 축적을 거치면서 좀 더 나아갔다면 뭔가 획기적인 변환점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러기에는 민화의 발달과 축적 기간이 너무 짧기도 했던 듯하다.


그러므로 민화를 만날 때에는 다른 전문 화가의 그림을 보는 방법과는 다른 방법을 취하는 것이 좋다.

민화는 실용적인 그림이다.

백성들은 단순히 아름다움만을 두고 그림을 살 수 있을 정도의 여유를 가지지 못했고,

그러니 그림의 목적이 분명해야 하고, 그런 가운데 기왕이면 그림도 잘 그렷으면 좋은, 그러니까 목적과 실용성이 우선시 되는 그림인 것이다. 

그러므로 민화를 만날 때는 그림속에 담겨있는 옛 사람들의 마음을 느껴보고, 그 다음에 화가가 나름대로 펼친 발상이나 기교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단순히 예술성만으로 따진다면 살아남을 수 있는 민화가 얼마되지 않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다양한 종류의 민화들을 소재에 따라 분류하고 그림들에 담겨있는 당대 사람들의 생각을 추측하고 따라가는 형식을 취한다. 


십장생도나 노송도 괴석도에 담긴 불로장생의 염원, 온갖 꽃그림에 담겨있는 출세와 다산, 복된 삶에 대한 기원, 석류나 과일그림에 담겨있는 다산에 대한 기원, 기러기 원앙에 담겨있는 부부간 금슬에 대한 기원같은 것을 읽는 것이다. (다만 이 책에서는 원앙에 대해서 부부애의 상징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사실 원앙이 부부애의 상징으로 여겨진 것은 맞다. 하지만 원래 중국에서는 원앙은 자식을 의미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뜻이 달라진 경우다. 솔직히 원앙은 암컷이 새끼를 낳으면 수컷을 그대로 집을 나가 다른 암컷을 찾아가고 암컷혼자 새끼를 기르는 진짜 빌어먹을 새인데 도대체 왜 이놈이 부부의 금슬의 상징이 되었는지 너무 궁금한데 이 책에서는 그 궁금증을 풀어주지 않고 그저 관습적으로 원앙의 부부애를 얘기해서 좀 아쉬웠다. 심지어 원앙이 암컷의 각자 날개 한개씩으로만 쌍을 이뤄 난다는 물리학적으로 말도 안되는 얘기도 거르지 않고 서술하고 있어 많이 아쉬움......)

그리고 민화의 분류 중 산수화나 기록화의 경우는 민화의 범주로 넣기에는 좀 애매하지 않나 싶었다.

특히 기록화의 경우는 도화서나 국가기관들의 명으로 인해 그려지는 경우가 많아 소수의 몇몇 작품을 가지고 민화의 범주로 넣기에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이런 형태의 정리도 사실 쉽지 않은게 민화라는 장르 자체가 메이저 장르가 아니고 연구자도 그렇게 많지 않으며 이것을 제대로 모아서 전시한 곳도 몇몇 지방 개인 박물관에 불과해 얼마나 어려웠을지가 짐작이 된다. 책을 보다 보면 설명은 있는데 도판이 없는 경우가 몇 군데 있어 아마 촬영허가나 수록허가를 받지 못한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도판들이 눈에 익은 것들이었지만 그래도 몇몇 도판들은 또 처음보는데 작가의 마음이 드러나는 것들이 있어 찍어봣다.




까치 호랑이 그림은 많고 여러가지 설도 많은데 이 그림은 특이하게 목잘린 공작과 호랑이 그리고 토끼다. 

토끼는 흔희 호랑이의 심부름꾼으로 많이 나오는데 이 그림의 호랑이는 위협적이기는 커녕 길 물어보는 지나가는 불쌍한 호랑이처럼 생겼다. 뛰어가다 뒤를 돌아보는 토끼의 표정도 심드렁해서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런 모습을 연출했을 지 자못 궁금해진다. 뭐든지 당대의 정치 사회상과 연결하기 좋아하는 나의 병으로 파악한다면 이 그림이 그려질 당시 백성들이 보던 관리의 모습이 저 호랑이가 아닐까 뭐 그런 생각도 해본다.




앞의 그림과 다른 권위적이고 젠체하는 호랑이.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증거를 발견했다. 심지어 호랑이 담배 시중은 토끼가..... 

그런데 호랑이가 백수의 왕이라기 보다는 꼭 늙은 탐관오리 같아 보이는건 내 눈에만 그런건가?



호랑이 가죽을 그린 <호피도>이다.

7폭의 병풍을 호피무늬로 채운 구성의 대담함과 과감하게 세부무늬를 생략한 감각이 굉장히 현대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쪽은 순전히 내 취향.

그림도 현대미술을 더 좋아하고 도자기도 백자나 청자보다는 분청사기를 가장 좋아한다. 이유는 분청사기의 대담한 무늬들의 감각이 굉장히 현대적이기 때문.



민화에서는 사슴도 자주 등장하는데 이 그림속 사슴은 구애하는 숫사슴, 너는 내 취향 아니야 하는 암사슴정도 될까?

사슴의 표정이 좋아서 사진으로 담아왔다.



 이 서재의 모습을 그림 책가도는 민화 중에서도 명품이고 유명한 그림이다.

어쨌든 책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그림은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서재의 그림을 그리는 심리는 결국 자랑질이다.

내가 이사하고 새로 꾸민 서재를 알라딘 서재에 올려놓고 자랑질 하는 마음과 똑같은....

인간의 이 과시욕은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본성이랄까?



그런가 하면 서재를 장식한 호피도 자랑하고 싶고 서재도 자랑하고 싶은 욕심많은 누군가는 이렇게 호피도를 그리면서 호피를 장막처럼 펼쳐 그 안의 서재를 보여주며 자신의 지적인 면도 과시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속물적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인간이 뭐 별거 있겠는가?

우리 모두 이렇게 조금씩은 다 속물적으로 살아가고 있을테니 말이다.



초충도는 실물에 가깝게 가는 붓으로 섬세하게 그려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그리기 어려운 그림이다.

민화 중에서 이렇게 섬세하게 아름답게 그린 초충도는 처음이었다.

고만고만한 민화들 속에서 이런 명품을 발견하면 눈이 확 뜨인다.

조선 후기의 경제적 성장이 좀 더 지속되고 세도정치의 폐해가 그리 크지 않았다면 화가들의 연결망이 만들어졌을 것이고 그렇다면 민화 역시 기술적 예술적 발전을 한층 높일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워지는 대목이 이런 그림을 발견할 때이다. 



이건 재밌어서 촬영한 그림

목숨 수자와 복복자를 여러가지 형태로 만든 문자도

조선시대의 이모티콘이라고 할까? 


이 책은 민화에 대해 처음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최적화 되어 있다.

쉽게 민화의 의미와 종류, 그리고 다양한 도판들을 볼 수 있고, 설명이 쉬워 입문자용으로 좋은 책이다.

좀 더 민화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하면 다음 책을 추천한다.

아래 책 중 뒤쪽의 2권 강우방 선생님의 <민화>와 <한권으로 보는 한국의 민화 101장면>은 나도 못본 책인데 공부안하는 사이 또 이렇게 연구서들이 나와 있었다.

한동안 우키요에의 세계에서 헤맸으니 민화의 세계로 들어가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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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8-05 18:5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우아, 이 페이퍼 너무 좋네요. 미술에서 항상 기본점수, 기본으로 주는 점수만 받았던 사람으로서, 전 정말 평생 가도 이런 책을 한 번도 안 읽을 거 같은데 말이에요. 바람돌이님 페이퍼는 그림 보면서 설명 읽으면서 차근차근 읽어가니 민화에 대해 1이라도 배운 거 같아 기분이 좋아지네요. 전 첫번째 공작이랑 호랑이, 토끼 그림 좋아요. 호랑이 이렇게 웃기게 생길 일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민화를 만날 때는 그림속에 담겨있는 옛 사람들의 마음을 느껴보고, 그 다음에 화가가 나름대로 펼친 발상이나 기교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바람돌이님의 민화 보는 법> 제가 오늘 픽한 문장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 서울은 31도에요. 헤헤헤.

바람돌이 2022-08-05 21:14   좋아요 4 | URL
하하 칭찬 감사합니다.
미술실기에서 기본 점수만 받았던 사람에 저도 포함입니다. 이른바 똥손!!! ㅋㅋㅋ
부산은 오늘 32도에 낮에 온 소나기로 습도작렬입니다. ^^ 이 더운 여름 역시 책과 함께 우리 잘 버텨보아요.

새파랑 2022-08-05 20: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토끼 다리가 너무 길어보입니다 ㅋ 바람돌이님 요새 그림에 푹 빠지신거 같습니다~!!

바람돌이 2022-08-05 21:16   좋아요 5 | URL
그림은 원래 다 좋아해서 이것저것 많이 보는편이었는데 요즘 한동안 뜸했네요. 이렇게 다시 또 챙겨보기 시작하니 좋네요.
그리고 방금 새파랑님 말씀으로 알았습니다. 저 토끼가 거만한건 다리가 길어 호랑이정도는 쉽게 따돌릴수 있어서라는걸요. ^^;;

미미 2022-08-05 20: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조류 다큐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원앙을 부부간 금슬좋은 의미로 설정한데에는 다분히 고의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더라구요. 알면서도 수컷의 자유를 허가해주는 사회적 묵인?뭐 그렇게 들었습니다.
마지막 그림. 어쩐지 귀여운 구석이 있네요.ㅎㅎ

바람돌이 2022-08-05 21:19   좋아요 4 | URL
아 진짜 빌어먹을 남자들의 세계.... 알면서 지들의 자유를 위해 저런식으로 설정하다니 더더욱 짜증입니다.
마지막 그림은 저도 귀여워서 선택했습니다. ^^

책읽는나무 2022-08-06 08:59   좋아요 4 | URL
우영우도 바로잡아 줬어요.
원앙은 결코 금슬 좋은 부부 새가 아니라구요ㅋㅋㅋ
저도 드라마 보면서 그래? 생각했더랬습니다.

미미 2022-08-06 09:36   좋아요 4 | URL
맞아요!! 저도 그 부분 봤습니다ㅋㅋㅋ그래서 작가도 그 다큐를 본것인가? 생각했더랬죠^^

페넬로페 2022-08-05 23: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림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민화를 보면 왠지 친근감이 들고 별도의 해석없이도 볼 수 있으니 좋아요.
책가도는 지인이 보내 준 우표에 있어 더 반가워요~~

바람돌이 2022-08-06 15:33   좋아요 3 | URL
서양화를 볼때는 진짜 열심히 공부해야하는 느낌인데 우리나라 문화를 볼때는 공부하자 않아도 그냥 이해되는 지점들이 많아요.. 이런게 문화적 환경이구나 싶어요.
책가도 우표를 보내주는 지인이라니 부럽습니다. ^^

책읽는나무 2022-08-07 08: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림들을 보니 해학적인 면에서 독특하고, 기발하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특히 이모티콘 그림들도 그렇고, 호랑이랑 토끼의 모습도 그렇고....ㅋㅋㅋ
만약 그 시기에도 재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더라면 더 멋진 작품이 쏟아져 나왔겠죠?^^

저도 그림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예쁜 그림 자꾸 보고 싶고, 보다 보면 갖고 싶고 막 그렇더라구요. 근데 그림들이 넘 비싸니 엽서랑 냉장고 자석만 사는 걸로 아쉬움을 달래게 되는데 바람돌이님의 이미테이션 그림 한 점 벽에 걸어두어 매일 보고 싶으시다는 말씀 충분히 공감하게 됩니다. 어제의 마티스 작품이 눈에 아른아른 거립니다^^
저는 작년에 홈쇼핑에서 모네의 수련을 사서 걸쳐 놨어요ㅋㅋㅋ
이미테이션이라도 늘 예쁜 그림 보고 있음 기분이 좋아집니다.
민화쪽은 책가도만 멋지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자꾸 보니까 까치랑 호랑이가 은근 참 정겹게 보이네요~~ 기회 되면 바람돌이님 가르침대로 민화 책도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바람돌이 2022-08-06 15:41   좋아요 3 | URL
저 시절에 그림 재료들의 가격도 좀 내리고 일반 서민화가들의 조합이나 공방같은 것들도 좀 많이 만들어지고 했다면 민화의 수준도 훨씬 더 올라가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큽니다. 그리고 책의 도판 상태가 좀 좋지 않아요. 이것도 원래의 종이나 물감 질, 그리고 그림의 보존상태 등 원본의 훼손이 심해서인 경우가 많아서 안타까움을 더하네요.

저도 사실 마티스의 그림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그림들은 엽서나 포스터 마그네틱으로 사서 여기 저기 눈에 보이는대로 두는 편입니다. 얼마전에는 아끼던 김홍도의 사랑스러운 노란 고양이 그림을 직장 공사땜에 책상 치우면서 잃어버려서 애통해하는 중입니다. 이거 다시 구하기도 힘든건데....ㅠㅠ
민화의 까치호랑이 그림은 저도 좋아하는 소재라서ㅠ나무님 표구는 어떤 그림인지도 보고싶네요.

페크pek0501 2022-08-06 11: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민화에 대해 알고 싶으면 소개해 주신 책을 읽어야 할 같습니다. 유익한 정보네요.
실용적인 그림이어서 오히려 좋은 점도 있을 것 같네요.
서재를 뽐내고 싶다기보다 보는 이들에게 좋은 자극을 주기 위해서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어요.(사실 저도 속물근성의 1인자)ㅋ

서울은 지금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는 중... 여름에만 맛볼 수 있는 시원함이죠. 이 시원함을 바람돌이 님께 선사합니다.^^

바람돌이 2022-08-06 15:46   좋아요 2 | URL
뭐든지 단 한가지만의 목적으로 이뤄지는 없으니 사실 과시욕과 주변에 좋은 자극을 주고자 하는 마음이 섞여 있다고 봐야겠죠. ㅎㅎ 뭐 그래도 이런 속물근성은 나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속물근성 많이 가진 저를 위해서요. ㅎㅎ

어젯밤 운동 중에 불던 시원한 바람이 페크님이 보내주신거였군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지속시간이 너무 짧아요. 오늘 부산 35도 지금 현재 찍고 있습니다. 체감온도 37도. ㅠㅠ

mini74 2022-08-06 18: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키요에 다음 민화 ! 바람돌이님의 여름엔 왠지 연꽃들이 나풀거리고 나비가 날다가 호랑이가 한대 필래? 하며 곰방대를 내밀것 같은 ㅎㅎ 저도 이 책 읽었어요 바람돌이님 *^^*

바람돌이 2022-08-07 13:55   좋아요 2 | URL
미니님 댓글을 읽다보니 제가 신선이 된듯한 느낌이네요. ㅎㅎ 아침 운동길에 연꽃도 피었고, 나비도 날아다니고 이제 호랑이만 나타나서 곰방대 내밀면 되어요. ㅎㅎ 미니님 리뷰도 기다립니다. ^^

희선 2022-08-07 00: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충도 하니 신사임당이 생각납니다 잘 그린 그림만이 좋은 건 아니겠지요 그림에 어떤 마음을 담았는지 보는 것도 재미있겠습니다 첫번째 그림 토끼가 염소 같기도 합니다 담배 피우는 호랑이 시중드는 토끼도 재미있네요


희선

바람돌이 2022-08-07 13:56   좋아요 3 | URL
맞아요. 신사임당이 초충도를 잘 그렸죠. 민화들의 초충도는 퀄리티는 사실 많이 떨어지지만 또 그 나름대로의 보는 재미가 있달까요? 희선님 얘기듣고 그림 다시 보니 토끼가 진짜 아기염소같네요. ^^

희선 2022-09-08 02: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 축하합니다 지난주에는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는데, 바람돌이 님이 보신 이 책이 보여서 반가웠습니다 다른 책 빌려서 그때는 못 빌렸네요 언젠가 볼지...


희선

바람돌이 2022-09-08 22:1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언젠가 천천히 보면 되죠. 뭐 그러다 잊히면 아 인연이 아니구나 하면 되고요. ㅎㅎ
저도 도서관 갔을 때 지인님들이 추천해주신 책 보면 괜히 반갑더라구요. ^^

mini74 2022-09-08 08: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2관왕?! ㅎㅎㅎ 축하드립니다 ~~

바람돌이 2022-09-08 22:20   좋아요 1 | URL
미니님도 2관왕! 적립금도 저보다 만원 더 많은..... ㅎㅎ 저도 축하드려요. ^^

그레이스 2022-09-08 09: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바람돌이님~~

바람돌이 2022-09-08 22:21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도 2관왕 축하드려요. 당선되신 글들이 모두 제가 읽고 싶은 책들이었어요. ^^

그레이스 2022-09-10 08:53   좋아요 1 | URL
지금 다시 읽었습니다.
이 리뷰 올리셨을때 제가 무척 정신이 없었나봅니다.
이렇게 좋은 책과 리뷰를 그냥 훑듯이 지나갔네요.
책가도! 독서를 좋아했던 정조가 만들어낸 장르였다고 다른 책에서 봤어요.
그래서 책걸이 그림이나 책가도가 나오면 유심히 보게 돼요.
명절 잘 보내세요~~

바람돌이 2022-09-12 16:06   좋아요 1 | URL
책가도가 정조가 만들어낸 장르였다고요? 처음 알았어요.
경연때마다 신하들 가르치기 좋아해서, 경연의 역할을 뒤바꿔버렸던 정조니 뭐 그럴만도 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ㅎㅎ
그레이스님도 즐거운 명절 되셨기를요. 음.... 저는 명절 싫어합니다. ㅎㅎ

거리의화가 2022-09-08 09: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2관왕 축하드려요^^ 항상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바람돌이 2022-09-08 22:22   좋아요 3 | URL
화가님도 축하드려요. 좋은 글은 항상 화가님이 써주시는걸요. 저야말로 항상 감사드려요. ^^

얄라알라 2022-09-08 13: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께서 고렇게나 추천해주셧는데 서문만 읽고 반납했는데 다시 자극받습니다

축하드립니다요 바람돌이님^^
호피도만큼이나 인상적인 페이퍼!!

바람돌이 2022-09-08 22:23   좋아요 3 | URL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항상 시간에 쫒기는 문제가.... 저도 여러번 대출하는 책 많은걸요.
축하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9-10 08: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봤네요? 역시~👍👍 축하드립니다. 이런 책이 선택되니 더 좋네요.
건강하고 해피한 추석 되시길 바랍니다.

바람돌이 2022-09-12 16:04   좋아요 1 | URL
추석 즐겁게 잘 보내셧나요? 저도 오늘에야 서재 들어왔어요
서재에는 안들어와도 책은 대충 읽었는데 리뷰도 막 밀리고, 너무 먹어대서 얼굴은 똥그래졌고, 그래서 막 슬퍼졌어요. ㅎㅎ
 

민화는 회화적인 예술성보다는 실용성이 앞서는 생활용품이라 할 수 있다. 민화에 이처럼 상징성이 부여되어 있는 만큼 민화의 올바른 감상법은 그려진대상이 상징하는 것과 내용이나 발상 등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그림이 담아내고 있는 화의(意)를 파악해서 음미하며 읽어내는 것이다. - P83

민화에 나타나는 새는 반드시 암수 한 쌍으로 의좋게 노니는 것이 특징이다. 암수 한 쌍이 의좋게 노니는 모습은 부부가 화합하고 금슬이 좋은 모습에 비유된다.  - P97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점을 발견할 수 있다. 계절적으로 보아 잘여문 연밥과 백로는 한자리에 모일 수 없다는 점이다. 백로는 한반도에서 여름을 나고 찬바람이 불면 남쪽나라로 이동하는 철새이며, 연밥은 더위가 가시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에야 무르익는다. 따라서 자연의 이치로만따지자면 백로와 연밥은 서로 한자리에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인생의 안락함을 구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자연의 이치로만 해석할 수 있겠는가. 민화의 특징은 이처럼 사실을 있는 그대도 잘 묘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염원과 바람을 상징적으로 그려내는 데 있다. - P109

부부의 금슬을 말할 때는 원앙(鴛)을떠올리게 된다. 원앙은 등에 은행잎 모양의 깃털이 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원앙은 암수의 금슬이 어찌나 좋은지 항상 쌍으로만 놀고, 날 때도 암수가 서로 몸을 붙인 채 수컷과 암컷이 각각 한쪽 날개만을 쓴다고 한다. 원앙은 한쪽을잃더라도 다른 짝을 얻지 않는다 하여 부부간의 정조와 애정의 상징으로 사랑받는 새다. 다복한 복록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 P113

이렇게 해서 까치 호랑이 그림은 까치와 호랑이가 각각 서낭신과 산신령의 심부름꾼으로 신탁을 전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 타락하고 무능한위정자들을 꾸짖고 조롱하는 평민들의 외침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그림, 설화속의 호랑이 재판에서 까치가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이야기를 표현한 그림, 단순히 새해의 기쁨을 알리는 길상적 의미의 세화 등 각각 그 뜻을 달리하는 네 방향으로 가늠해볼 수 있겠다. - P131

책가도는 문방사우(文房四友圖), 책탁문방도(文房圖), 기명화(器), 기용도(圖), 문방도(文房) 등으로도 불리는데, 일반적으로 순우리말표현인 ‘책거리‘라고 쓴다. ‘거리‘란 길거리와 같은 도로, 일거리와 같은 작업,
반찬거리와 같은 사물, 굿거리 같은 춤이나 연극의 장면을 설명할 때 쓰는 말인데, 책거리에서의 거리는 구경거리라는 뜻으로 쓰였다. 다시 말해 책거리는 책을 중심으로 사물들을 늘어놓은 모습, 혹은 책장 속에 배치해놓은 문방사우나 이에 관련된 물건들을 구경한다는 뜻이다. - P183

글 읽기를 즐기고 학문의 길을 추구하던 조선 시대 선비들의 일상적인 생활상을 고스란히 유추해볼 수 있는 그림이다. 예컨대 책거리에서 서가에 쌓인 많은 책들은 선비들이 가장 이상으로 여겼던 학식을 쌓고자 했던 마음과 ‘이렇게 많은 책을 읽었다는 남에게자랑삼고 싶은 심리를 반영한 것이다. - P185

책거리는 산수화나 화조도와는 달리 입체적인 느낌이 나도록 사물을표현하고 있다. 책거리의 책은 가까운 것은 크게 그리고 멀리 떨어질수록 점점 작아지게 그린 것이 아니라, 뒤쪽으로 갈수록 점점 넓어지는 원근법으로 그렸다. 시점 또한 특정한 시점이 없거나 여러 개의 시점으로 그리는 다시점(多視點) 방식으로 그려졌는데, 책거리만의 특징인 이 독창적인 시각은 주목할 만하다. - P190

우리나라의 지도화는 단순한 지도라기보다는 지도와 그림이 어우러진 특이한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민화의 한 유형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지도화는 지관(地)들이 지니고 다니던 풍수도와 함께 서민들의 자연과 풍수에 대한 사상을 엿볼 수 있는 그림이다.
지도하는 섬세한 표현기법으로 산세와 가옥, 그리고 나무와 물 등 자연묘사에서 독특한 시점을 나타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산들은 중앙을 기준으로위와 아래, 좌측과 우측에 있는 산을 각각 다른 시점으로 그렸다. 이것은 화면의 중앙에서 시점을 옮겨가면서 그린 것이 아니라 풍수의 기본 원리, 즉 산을뒤로 하고 물을 앞으로 한 배산임수(背山臨)의 풍수의식을 나타내기 위해 그렸기 때문에, 매우 자연스러운 표현 방법이다. 이러한 표현은 자연을 인간이바라보는 대상으로 설정하였던 것이 아니라, 자연 가운데 인간이 차지한 영역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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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널빤지, 대나무, 도자기, 가구, 문방구, 돗자리에 이르기까지 민화는 우리네 일상 생활공간 곳곳에 활용되었다. 한국인이 살아가는 곳에는 민화가없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민화는 바로 한국인의 마음이라 할 수 있을것이다. - P19

‘민화의 특성으로 실용성·상징성·예술성을 꼽을 수 있다. 순수미술은예술성을 앞세운다. 이와 달리 민화에서는 예술성보다는 실용성이 강조되는데, 이는 민화에 상징성이 부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각 시대마다 그림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상징성이 있기 마련인데, 이러한 상징성은 그 시대의 문화적 특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의 민화도 예외가 아니어서 그것이그려진 시대의 시대상을 읽어내는 데 중요한 척도가 된다. - P20

이렇듯 민화는 곧 일반 서민들의 마음이라 할 수있으며, 공감과 공동 소유에서 올 수 있는 쾌감을 바탕으로 그리고 감상하고 즐겼던 그림이다. 그들은 그것이 예술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법도 없이 그리고 표현하고 사용해왔다. 여기서도 우리는 민화가 서민들의생활과 함께 숨을 쉬면서 형성된 실용성과 대중성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 P28

민화는 그 주제와 표현의 원류에 있어서 문인화나 도화서 화공들의 그림을 철저히 모방하고 있으면서도 담아내는 내용이나 표현기법은 다르다.
이는 민화가 속칭 ‘그림‘이라고 하여 일정한 본을 따라 반복적으로 그려지는 가운데 점차 오늘날 우리가 대하는 특징을 갖추게 되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즉 본을 반복적으로 그리는 가운데 조선 시대 상류층과 왕권중심으로형성된 유교적인 세계관이 토속적이고 종교적인 민중의 세계관으로 전이되었으며, 민화가 양산되고 보급되면서 점차 서민들이 지배층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세계관을 형성했던 것이다. - P29

민화는 주제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면서도, 단순한 사실의 묘사에 그치지 않고 어떤 관념을 담고 있다. 자연과 눈에 보이는 사물의 묘사, 사물과 사물의 관계뿐 아니라 필요하다면 현실에 없는 것이라도 상상을 동원해서 표현한다. 이는 민화의 장점이 되는데, 그 관념의 실체가 곧 민중이 생각하고 상상하며 꿈꾸고 살아왔던 삶의 바탕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 P35

민화가 사물의 조형적인 어우러짐보다는 그 사물이 가진 기능이나 존재 자체에 주목하는 관념적 회화임을 이러한 표현을 통해 알 수 있다. 민화에서는 서민들이 생각하는 사물에 대한 관념이 그대로 표현되고 묘사되기 때문에 사실과 동떨어진 자유분방한 표현으로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 P37

따라서 민화에는 어둡고 칙칙한 색이 거의 없고, 모든 사물이 밝고 명쾌하다. 사물 모두의 존재 가치를 동등하게 인정하기 때문에 붉은색 옆에 파란색을 똑같은 채도로 칠하여, 어느 한 색이 다른 색으로 인해 약하게 보이지않도록 했다. 이런 연유로 민화의 채색은 때로는 치졸할 정도로 강렬하고 원색적이며 알록달록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강렬한 대비가 인상적인아름다움을 발한다. 이렇게 민화가 가지고 있는 원근법, 색채, 구도 등의 불합리성이 바로 시공과 현실을 초월한 민화의 멋이고 아름다움이라고 설명하고싶다. - P38

 이상화된 세계를 구사하고 있는 정통 산수화와 달리 현실적인삶의 모습을 토대로 하여 그들이 품고 있는 정신적인 염원을 자유분방하게담고 있다. 이런 것이 곧 민화 산수화의 특징이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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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8-03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의 민화가
현재 핫한 K 컬쳐 웹툰 보다
더더욱 신선하고 익살 스러운 그림!

일본 민화는 호러물인데
한국 민화는
벽에 걸어 두면
온갖 행운이 쏟아져 들어 올것 같은 ^^

바람돌이 2022-08-04 15:31   좋아요 0 | URL
한국 민화는 목적 자체가 온갖 복을 가져오라는 기복의 의미가 강해서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요?
민화에 대해서 잘 정리되어 있고, 쉽게 쓰여진 책이라 좋았습니다. 민화는 한 곳에서 보기 힘든데 도판들도 많고요. 일본 민화는 시기적으로 보면 우키요에쪽이 많을거 같은데 이쪽도 워낙에 다양해서 한마디로 말하기는 힘드네요. ^^

얄라알라 2022-08-03 0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데려온 책인데 아직 넘겨보지도못하고 꽂아두다가, 바람돌이님 53까지 옮겨주신 걸 보면 순항 중이시네요^^ 저도 조인해야할터인데 ㅎ

바람돌이 2022-08-04 15:32   좋아요 1 | URL
요 며칠동안 제가 좀 바빠서 내내 밖으로 나돌다 보니 3일이나 걸렸지 사실 맘먹고 읽으면 워낙 도판이 많아서 하루면 충분히 읽습니다. 내용도 쉽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