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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글쟁이들 - 대한민국 대표 작가 18인의 ‘나만의 집필 세계’
구본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표지가 정말 로망이다.
책의 숲에서 길을 잃다라고 제목 붙이면 딱 좋겠다. ^^(거기서 길 잃어도 별로 무섭지는 않을듯...)
아 여기는 책의 숲이 아니라 글쟁이들의 숲이었지...

정민, 이주헌, 한비야, 주강현, 김세영, 노성두, 허균, 주경철 - 아 여기는 내가 좋아하는 글쟁이들.
이덕일, 김용옥, 이원복 - 책을 보긴 했으나 나랑 핀트가 약간씩 어긋나는 글쟁이들.
이인식, 임석재, 정재승, 조용헌, 표정훈 - 이름조차 생전 처음 들어봤거나, 이름은 들어봤으나 그들의 책은 한 권도 안 읽어서 알수 없는, 하지만 관심은 가는 글쟁이들
구본형, 공병호 - 앞으로도 내가 계속 쭈욱 모를것 같은 글쟁이들.
아! 이건 나만의 글쟁이 분류법!!

한국 최고의 글쟁이들답게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서재를 배경으로 근사하게 폼을 잡아주신다.
얼마를 읽든 일단 책을 좋아한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는 그런 서재를 다들 가지고 계시는구만...
서재만큼 다들 엄청난 다독가이고 자료광이라는건 글쟁이의 기본 중의 기본인가보다.
강박적일정도의 메모습관도 마찬가지의 공통점!
한국 최고의 글쟁이라는 타이틀은 그냥 따지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당연히 내가 좋아하는 글쟁이들이 어떻게 그 길로 들어섰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책을 만들어내는가를 맘껏 엿볼수 있다는 것이다.
각각의 글쟁이들이 전업글쟁이의 길로 들어서는 순간을 만나는 것.
이주헌씨가 학고재출판사에 거의 무대포로 달려들어 <50일간의 유럽미술관 기행>기획안을 따내는 이야기.(나를 서양미술의 세계로 입문하게 한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그게 아직도 입문을 못벗어나고 있는게 문제지만.....)
정민씨의 독특하고도 기발한 자료정리법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오! 한강에서 그 존재를 알게됐던 김세영씨는 내게는 오랫동안 미스테리한 존재였다.
그게 만화작가란걸 거의 인정해주지 않는 우리 문화계 풍토 때문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그의 이야기를 듣는건 좀 마음이 아픈 체험이었다.

또하나 그들이 앞으로 하고 싶어하는 작업의 틀들을 만나는 것.
앞으로 그들이 또 어떤 글로 나를 즐겁게 해줄지를 미리 기대하는 설렘이라고나 할까?

놀랐던 사실 하나. 책을 쓰고 작가가 가져가는 인세가 생각보다 작았던 것.
특히 우리나라 같이 시장이 좁은 곳에서는 정말 저술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겠구나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리고 슬펐던 사실 하나. 그들이 한국의 글쟁이로 등극하면서 전하는 글쓰기의 팁은 정말 나같은 사람은 꿈도 꿀수 없는거구나...
책을 보다 궁금한게 있어도 다음에 찾지 하면서 덮어버리고, 좋은 글귀를 만나도 아 좋네 하고 그냥 넘어가고, 책을 읽다가 떠오른 아이디어가 드물게 찾아와도 메모지 찾는게 귀찮아서 넘어갔다가 금방 까먹어버리는 나같은 사람은 정말 글을 잘 쓸 가능성이 하나도 없는거였다는 것.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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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9-09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의 숲에서 길을 잃다'라니요~나는 '책의 숲에서 길을 발견하다'라고 하고 싶은데요.^^
정말 대단한 글쟁이들이에요, 감히 흉내낼 수 없는... 하루에 한명씩 내가 좋아하는 순서대로 읽고 있어요. 글쟁이들의 글쓰기 팁을 가르쳐줘도 실천하지 않는다는 건 제 문제이기도 합니다.ㅋㅋㅋ

바람돌이 2008-09-09 02:07   좋아요 0 | URL
보세요. 밑의 양복입은 아자씨 분명히 길 잃은거예요. ㅎㅎ 저 같아도 저렇게 책이 쌓인 곳이면 발견은 무슨 그냥 길을 잃고 말거예요. 책도 뭐 볼까 뒤적거리다가 결국 아무것도 못읽고 말걸요. ㅎㅎ

야클 2008-09-09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히 우리 마눌도 책을 엄청 좋아해서 책 사서 재는 것엔 눈치를 안봐서 좋아요. 이담에 넓고 근사한 서재를 꾸미자는 꿈도 같아서 좋고. 참, 저도 이책 샀어요. ^^

바람돌이 2008-09-09 14:51   좋아요 0 | URL
부부가 같은 취미를 즐길수 있는건 행복한거여요. 그쵸? 거기다 책은 그래도 다른 취미에 비해서는 돈도 작게 들어요. ㅎㅎ
넓고 근사한 서재라... 저는 살다보니 이건 진짜 꿈인 것 같아서 그냥 집규모에 서재를 맞추는걸로 수정중이예요. 넘치면 그깟 책 그냥 갖다버리죠뭐.... ㅎㅎ

노이에자이트 2008-09-09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보고 얼른 강준만이 있는지 찾아봤는데 없어서 실망...뭔가 앙꼬가 빠진 느낌...경제사가인 주경철 씨의 글쓰기가 소개되어서 그런대로 만족했어요.

바람돌이 2008-09-10 00:09   좋아요 0 | URL
뭐 다 넣을 수는 없었을테죠? 저자 자신의 취향도 있었을테고...
그렇게 따지면 들어가야 할 사람중에 빠진 사람이 한둘이 아니죠뭐... 강준만씨를 비롯해 한홍구씨도 있고 이윤기씨도 빼놓을 수 없고...
아마 2편이 나오지 않을까요? ㅎㅎ

박영미 2008-09-11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잘 읽었습니다. ^^ 구본형 선생님 글도 읽어보시면 참 좋을 거에요.
저는 뉴스레터를 구독해서 읽는데 추천합니다.(변화 경영 연구소 선생님들이 돌아가면서 글을 써주세요. 문 요한 선생님 포함) 변화 경영 연구소 사이트는 여기 - http://www.bhgoo.com/zbxe/ 한번 들어가보세요. 오늘도 즐거운 저녁 되시구요 :)

바람돌이 2008-09-13 00:28   좋아요 0 | URL
사이트 소개 감사합니다. 한번 들어가서 볼게요. 추석 잘 보내세요.^^
 
청구회 추억
신영복 지음, 조병은 영역, 김세현 그림 / 돌베개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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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교사로서 첫 발령을 받아 간 학교는 이 대도시에서도 외곽지대, 아주 가난한 동네였다.
여기 무슨 학교가 싶을정도로 온갖 공장으로 둘러싸인 낮에는 사람그림자 보기도 힘든 동네.
이 도시에서는 1960, 70년대 한국의 산업을 이끌어갔던 그러나 이제는 대부분 쇠락해가는 공단지역내에서 아직 남은 공장들에서 뿜어내는 온갖 오염물을 들이마시며 사는 곳이었다.

당연히 아이들은 가난했다.
한 해는 우리반에서 제일 잘 사는집 애가 동네에서 쬐끄만 세탁소를 하는 집이었다.
가난했을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애정이나 보살핌에도 늘 굶주려 있는 아이들이었다.
그 때는 한 반에 50명정도 됐었는데 3년간 담임하면서 대졸 학부모 한번도 못봤고, 그나마 부모중 하나가 고졸인 경우도 겨우 10여명 정도? 나머지는 중졸, 국졸, 아니면 무학.....
1960년대 얘기가 아니다. 1996년의 얘기다.

다행히 선생님들은 대부분 아이들을 늘 애처롭게 바라보며 뭔가를 더 주기 위해 그들을 좀 더 안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많았다.
몇몇은 내가 보기에도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올인하는 헌신적인 선생님들도 꽤 되었다.
아이들은 중학생인 주제에 늘 담배냄새에 쩔어다녔고 가끔은 술이 덜깨서 헤롱거리며 등교를 하기도 했고 행동도 겉으로 보기에는 정말로 무지막지하게 험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었다.
늘 애정에 굶주린 아이들은 조그만 관심과 배려에도 감격하고 선생님을 졸졸 쫒아다니는....

같이 초임발령을 받은 선생님 중에 남자 체육선생님이 있었따.
적당한 키에 괜찮은 외모에 초임답게 늘 열성적이었던...
그가 특별히 뛰어난 건 아니었던 것 같다.
다만 그 선생님은 체육시간에도 다른 사람들처럼 아이들만 뛰게 하지 않고 늘 같이 뛰고 하나 하나 아이들을  지도했다.
그리고 방과후에도 늘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같이 축구를 하거나 농구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 번씩 아이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아이들이 "체육선생님처럼 되고 싶어요"라고 자주 말하였다.
나중에 다른 학교에 가서 느꼈지만 다른 곳의 아이들은 선생님을 아무리 좋아해도 그렇게 말하는 아이들은 별로 없었다.

이 가난하고 작은 아이들에게 체육선생님은 무엇이었을까?
이제 막 사춘기를 통과하고 자기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중학교 남자애들에게....
나는 그때 깨달았다.
이 애들에게 체육선생님은 그들이 처음으로 제대로 만나는 역할모델이라는 것을.
아이들의 집이나 주변은 생활고에 시달려 늘 아이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쏟을 수 없거나 아니면 술에 쩔어있거나, 아니면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무책임하게 사라져버렸거나 혹은 폭력적이거나 그런 남자 어른들로 가득차 있었던 것이다.
tv의 스타는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었지 그들의 현실적인 모델링의 대상이 될수는 없었다.

신영복선생의 청구회추억을 읽으면서 문득 그때의 일들이 이렇게 장황하게 떠오른다.
아주 오래전에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고 증보판을 보지 못했으니 처음 접하는 에세이다.
아이들을 만나고 청구회를 만든게 신영복 선생님의 20대였던듯 하다.
신영복 선생의 글을 읽을때면 느껴지는 인간으로서의 깊이가 난 오랫동안의 감옥생활로 인한 사색과 관조덕분일거라고 생각했다.
또한 제목만 봤을때는 무슨 노동조합내의 소모임 비슷한 걸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초등학교 아이들과의 모임이라니... 잠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하다.
20대는 이제 막 사회에 대해 눈을 뜨고 또한 그것이 세계의 전부라고 생각하기 쉬운, 그래서 거시적인 것에 목을 매고 나머지 자잘하다고 생각하는 인간관계나 상황들은 쉽게 무시되어버리는 그런 시기인듯하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랬다.
그런데 그런 20대에 누가 소풍길에서 생전 처음 만난 아이들을 신경쓴단 말인가?
신영복 선생이니까 그랬겠구나 싶어 그의 사람됨의 깊이가 더 깊숙히 느껴진다.

가난한 동네의 그만그만한 아이들에게 당시의 신영복 선생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내 예전 학교의 그 체육선생님 같은 이는 아니었을까?
그 체육선생님은 모든 조건이 일단 주어졌지만, 신영복선생의 경우 자신이 그 조건을 만들고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정성을 다했다는 면이 다르긴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다가갔으리라 싶다.
아이들의 성장기에 어떤 역할모델을 만나는가는 정말로 중요한 문제이다.
그것은 어쩌면 아이들의 일생을 두고 마음속에 담아두게 되는 그런 믿음이 되기도 한다.
신영복선생은 그것을 이론으로가 아니라 마음으로 알고 있었던 듯 하다.
비단 아이뿐이랴.
누구든 사람을 만날때 내가 어떤 마음으로 한 사람을 대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글이다.
세상에 나보다 못한 사람은 없다.
세상에 내가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은 없다.
누구를 만나든 나는 나의 진심과 성의를 다하고 있는가?
피상적인, 마음없는 만남을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를 돌아보고 나의 주변 사람을 돌아본다.

덧붙이는 글
1. 따뜻한 진달래빛 표지의 그림부터 책속에 등장하는 또 하나의 이야기 그림들은 어떻게 보면 일면 촌스러워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다시 보면 그 색채들은 어릴 적 향수를 아련히 자극하고 과감하게 생략된 얼굴의 이목구비는 오히려 아이들과 신영복 선생님 사이에 흐르는 마음을 느끼게 해준다. 그림이 아니라 글이 주인이라며 한 발 물러서 있는 느낌이지만 그럼으로 해서 또한 글에서 느끼는 따뜻한 감성을 포근히 감싸주는 그림이다.

2. 아래에 실린 서평들을 읽다보니 이 책의 출판에 대한 비판적 시각들이 만만찮다.
비판의 요지는 결국 우려먹기이며 출판사의 상업적 의도가 지나치게 드러난다는거 같은데 일면 동의되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이미 발표된 글을 다시 우려먹으면서 책 역시 고급재질에 만만찮은 가격이고 책의 분량 역시 턱없이 작으니 이런 비판이 나오는 것일게다.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굳이 여기에 대해 변명 아닌 변명을 하고 싶은 건 또 왜인지...(내가 출판사 관계자도 아닌데 말이다. ㅎㅎ)
책이라는게 같은 글이라고 해서 꼭 같은 형식으로 한 번만 출간될 이유가 있는지?
또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난 이 책속의 그림들이 맘에 든다.
글 뿐만 아니라 그림 때문에 소장하고 두고 두고 보고싶다는 생각도 들고....
어떤 이에게는 이 길지 않은 글과 그림이 마음의 위로가 되거나 자신을 반추하기에 딱 좋은 그런 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출판사의 상술이라는 것도 이런 책이 시리즈로 나오고 그것에 올인하는 출판사라면 분명히 퇴출되어야 마땅하리라 생각된다.(새로운 책과 작가, 기획에 무능한 출판사일 것이므로...)
하지만 내가 아는 한 돌베개라는 출판사는 그렇지 않다.
돈 안되는 무수한 책을 뚝심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요즘의 사회에서는 고마운 그런 출판사다.
그런 출판사에서 이런 책을 내놨다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구판을 읽고 뒤에 나온 신판이나 엽서 같은 책들을 보지 않음으로써 이 글을 읽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있지 않았을까?
또 굳이 그게 아니라도 글과 그림을 어우러지게 하여 보는 책보다는 하나의 예술품으로서의 책에 방점을 두는 그런 책을 한번쯤은 시도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지 않았을까?
보기에 아름다운 책, 그 자체로 예술이 되는 책 말이다.(그것이 개개인의 취향에 맞아떨어지는가 아닌가의 문제는 순전히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변명 아닌 변명이 길어진다.
그저 돌베개라는 출판사에 믿음을 가지고 있고, 이 책을 두고 두고 읽다가 우리 아이들과도 언젠가는 같이 읽고 싶은 이의 변명이라고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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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2008-08-24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장하는 아이들이 어떤 역할모델을 만나는가가 정말 중요한 문제다....그렇군요. 공감가는 대목입니다. 제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뚜렷하게 생각나는 선생님이 안 계십니다. 아마도 제가 무딘 탓이 크겠지만 그래도 해마다 스승의 날이 되면 왠지 허전해지더군요. 이맘때마다 생각나는 선생님이 계시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도 들구요. 자연히 울아이는 저와 같지 않길 바라게 되더군요.
그나저나 '청구회'가 초등학교 아이들과의 모임이라니, 역시 신영복 선생님이란 생각이...^^

바람돌이 2008-08-24 23:59   좋아요 0 | URL
그렇죠. 신영복 선생은 젊을때조차도 약간 도인같은 분위기를 풍기더군요. 요즘은 좀 더한 것 같긴하지만... ^^ 학창시절 정말 존경할만한 선생님을 만나는 것도 일종의 행운이란 생각이 들어요. 참 드물었잖아요. 요즘 아이들은 어떻게 느끼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마노아 2008-08-24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을 보면서 이게 어떤 모임일까 궁금했는데 리뷰 보고서 의문이 풀렸어요. 정말 신영복 선생님 다운 모습이네요. 짠하고 먹먹하고 그래요...

바람돌이 2008-08-25 00:00   좋아요 0 | URL
제목만 보고는 신영복이라는 이름값과 맞물려 뭔가 좀 그래도 불온한게 있는 단체였으리라 지레짐작하기 딱 쉽잖아요. 근데 초등학생이라니... 걔들과 책도 한달에 한권씩 같이 읽는데 로빈훗 이런거더라구요. ^^ 그래서 신영복선생이 더 존경스러워지는건 참 뭔 맘인지... ^^
 
나라 없는 사람
커트 보니것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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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이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그건 바로 커트 보네거트 같은 사람이라고 얘기할테다.
이제부터....
아 이세상에서라고 하면 안되겠다. 이 사람 죽었잖아...
그의 농담처럼 천국에 갔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청산유수같이 말 잘하는 달변의 사람? 별로 안좋아한다.
한마디를 해도 단숨에 주변의 무거운 공기를 확 날려버리지만 또 그것이 폐부를 확 찌르는 명쾌함을 가진 사람
사실 누구든 동감할게다.
이게 인간의 화술능력 중에서 최고수의 능력에 해당함을....

커트 보네거트의 책이라고는 얼마전에 <제5도살장>읽고 이 책이 두번째다.
작가가 죽기전에 마지막에 낸 책이라고 하는데 이게  정말 80대 할아버지가 쓴 책이라는게 믿기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 진화는 엉터리다. 인간은 정말로 한심한 실패작이다. 우리는 은하계 전체에서 유일하게 생명이 살 수 있는 이 친절한 행성을 교통수단이라는 야단법석으로 한 세기 만에 완전히 망가뜨렸다.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마약은 석유다음이다. 석유란 얼마나 파괴적인가! 당신은 차에 기름을 조금만 넣으면 시속 백 마일로 달리면서 이웃집 개를 깔아뭉갠 다음, 대기권을 찢어발길 수 있다.

아랍인들이 멍청해보인다고? 그들은 우리에게 숫자를 줬다. 한번 로마 숫자로 긴 나눗셈을 해보라.

예수의 가르침이 훌륭하고 대부분의 말이 절대적으로 아름답다면 그가 신이든 아니든 무슨 상관이겟는가?

네이팜탄은 하버드에서 발명되었다. 진리란 그런것인가?

우리 대통령이 기독교도였던가? 아돌프 히틀러도 기독교도였다

나는 도서관 사서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내가 존경하는 것은 그들의 물리적 힘이나 정치적 연줄 또는 막대한 부가 아니라, 이른바 위험한 책들을 도서관 서가에서 제거하려는 반민주적 불량배들에게 끈질기게 저항하고, 그런 책들을 열람하는 사람들을 사상경찰에게 신고하는 대신, 열람기록을 몰래 파기하는 양심과 용기다

                                                                                  책 속에서 발췌

읽는 내내 키득거리고 웃게 되지만 그 속에는 진정한 휴머니스트로서의 커트 보네거트가 숨쉬고 있다.
80대가 되어서도 절대로 달관하지 않고 세상사에 날을 세우고 유머리스트로서의 칼날을 가는 커트 할아버지. 당신이 하는 말과는 달리 정말로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저버린 적이 없음을 이제 알겠네요.
그 위쪽은 살만하신가요? 천국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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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 마음
함민복 지음 / 풀그림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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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시인이 촛불시위중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참 미안하다.
그는 세상만사에 미안하다는데 나는 그에게 참 미안하다.

함민복시인을 처음 알게 된건
시 한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라고 노래했던 그의 시 <긍정적인 밥>에서다.

시에서 그의 따뜻함이 사무치게 느껴져 울먹이게 하는 시였다.
강화도에서 강화도 사람이 되어 살아가는 그의 삶은 글쎄 소박하다 진솔하다 이런 말이 참 얼마나 부질없는 말인가를 느끼게 한다.
그는 그저 살뿐이다.
사람에 대해 자연에 대해 늘 겸손함과 애정을 담뿍 담아내는 그의 생활은 어쩌면 진부한 참 착하다는 말이 오히려 더 어울릴듯하다.

그의 글에서는 강화도가 물씬 배어나온다.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과 생활이 손에 잡힐듯 배어나온다.
집앞 텃밭은 고추며 상추며 토마토며 고욤나무 조차도 말을 하는듯하다.
아마도 그래서 그가 시인일게다.
다른 이는 듣지 못하는 동물이며 식물이며 바다의 목소리까지 들려주니말이다.

그의 시를, 그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은데 부디 큰 부상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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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7-05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감이에요~~~ 큰일이 없기를...
.
.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도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우리도 시인의 이런 마음, 십분의 일이라도 갖고 산다면...

바람돌이 2008-07-05 10:29   좋아요 0 | URL
이런 시를 쓸수 있는 마음이란 어떤건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제 인간됨이 너무 못미치는거겠지요. 그래도 이 시를 보며 이런 마음 한자락을 닮고싶은것 보면 제 맘이 가능성이 완전히 없는것은 아닌듯도 합니다. ㅎㅎ

책먹는냥이 2008-07-05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겨레에서 함민복시인의 부상소식을 듣고 멍~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함민복시인의 시입니다.

선천성 그리움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이 시 말고도 참 좋은 시 많지요. <눈물은 왜 짠가>,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로 시작되는 <꽃>도 좋지요.

더구나 함시인은 학교 선배라서 다쳤다는 소식을 들으니, 천불이 팍팍, 솟습니다.
괜찮겠지요?

바람돌이 2008-07-05 11:12   좋아요 0 | URL
시라는게 그렇긴 하지만 함민복시인의 시는 정말 그 사람이 팍팍 떠오르는 시들이죠. 괜찮으시겠죠? 괜찮아야 하고요.

서재지기 2008-07-07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바람돌이님 서재지기입니다~
이렇게 불쑥 댓글을 드리는 이유는 한 가지 여쭐 말씀이 있어서요.
지금 쓰신 이 글이 마이리뷰인데 이상하게도 별졈이 나오지가 않는데요. 저희가 시스템상 별점이 체크되지 않으면 글이 저장되지 않도록 설정해 두었는데 간혹 이런 일이 있더군요.
혹시 어떤 절차로 글을 작성하셨는지, 작성시 별점은 체크하셨는지 문의드립니다~

바람돌이 2008-07-07 10:46   좋아요 0 | URL
어! 그러고 보니 별점이 없네요.
근데 저 분명히 별점 넣었었어요. 왜 기억하냐면 별점 넣을때 네개로 할까 5개로할까 고민을 좀 했었거든요. 그리고는 4개로 결정했었는데...
리뷰는 제 서재에서 왼편 쓰기 메뉴 - 책 검색 - 별점 - 글 -저장 이런 순서였는데요. 쓰면서 중간에 임시저장 한 번 했던 것 같아요.

chika 2008-07-10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평점이 배꼽이면 서재지기님이 방문을 하시는거였군요;;;

그나저나 숙소는 해결하셨삼?;;;

바람돌이 2008-07-11 11:04   좋아요 0 | URL
잊어먹고 있다가 좀전에 저놈의 평점 고쳐달았어요. ㅎㅎ
안그래도 치카님 서재로 갈려고 했는데...
소개해주신 펜션에 2박 잡았고요. 나머지 1박은 아직 못정했어요. 빨리 정해야 되는데 요즘 정말 눈코뜰새가 없다보니.... ㅎㅎ
1박은 굳이 바닷가가 아니어도 될 듯해서 어찌 되겠지 싶어요.
그래도 치카님 덕분에 많이 고민 안하고 바로 해결했답니다. 고마울따름... ^^

chika 2008-07-16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이예요. 하늘땅물벗,은 곽지해수욕장 바로 앞이고 꽤 괜찮다고 얘기들었거든요. 이름을 좀 팔아먹을 수 있는 직원이 지금 여기 없어서 더 큰 도움을 못 줘서 죄송하네요.
해비치는 한다리 건너서 알아봐야하는데, 그쪽이 좀 바빠서 연락이 좀 그렇네요.
휴가 즐겁게 지내시길...얼마 안남았네요? ㅎㅎ

바람돌이 2008-07-17 13:34   좋아요 0 | URL
덕분에요. 제가 예약을 너무 늦게 한 바람에 바닷가를 구할 수 있었던것만으로도 감지덕지랍니다. ^^ 그리고 해비치는 좀 지나치게 럭셔리해요. 거기선 떠들면 안될 것 같던데요. ㅎㅎ 그냥 중산간쪽에서 하루는 잘려고요. 아이들과 주변 오름도 한번쯤 등반하려고 예약했어요. 신경써주셔서 고마워요.
 
나는 오늘도 유럽 출장간다 - 글로벌 마켓을 누비는 해외영업 실전 매뉴얼
성수선 지음 / 부키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그녀에게서는 에너지가 넘친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그녀가 발산하는 에너지에 같이 동화되어버리는 느낌이랄까?
살다보면 주변에서도 그렇게 열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사람들을 가끔 만난다.
그런데 그게 꼭 그렇게 좋기만해보이는건 아니었다.
내가 운이 없는건지 그런 열정과 에너지에 넘치는 사람들은 차라리 저런 열정이라도 없었으면 사람이 좀 더 낫지 않았을가 싶은 경우를 오히려 많이 봤었다.
결국 문제는 어떤 열정이고 어떤 에너지냐 하는 것이다.

이 책은 굳이 분류를 하자면 비즈니스계열이나 자기계발쯤 되겠다.
일단 기본 컨셉이 저자의 해외영업실전경험속에서 나온 노하우를 풀어놓은 것이니....
하지만 나의 경우 이 책이 일반 에세이로 분류돼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노하우들속에서 내가 느낀 것은 사람의 향기였기 때문이다.
그녀의 영업전략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그런 사람에 대한 배려와 따뜻함이라고 하겠다.
해외영업에 대해서 문외한인 나같은 사람에게는 해외영업 하면 딱 떠오르는 첫 이미지가 약육강식의 치열함 뭐 그런 것이다. ^^;;(이건 정말 몰라서 하는 소리다.)
그런데 그녀의 이야기들을 보면 그 세계도 역시 사람이 사는 세계고 사람이 하는 일이다라는 것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녀는 단기간에 뭔가를 이루어야겠다는 강박보다는 영업을 위해 만나는 바이어같은 사람에게 단순한 영업상대가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먼저 가질 것을 얘기한다.
그리고 마음뿐이 아니라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는 것이다.
난 어떤 일을 하든 사람에 대한 배려를 먼저 가지고 있는 이가 좋다.
그래서 그녀의 책이 내가 전혀 관심없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좋아졌나보다.

배려할줄 아는 열정 - 그녀의 열정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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